소설리스트

Epilogue. (31/34)

Epilogue.

한국의 뜨거운 어느 여름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최근 화제가 된 소설책 저자의 사인회가 열렸다. 그동안 그녀는 소설가로서의 입지보다 피아니스트 이동준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회자되었으나, 이번 작품을 통해 명성의 위치는 대등해졌다. 그만큼 그녀의 신간은 더운 한국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사인회의 주인공은 최근 「광염 소나타」라는 제목의 장편 소설을 발표한 강정은 작가였다.

작가는 이동준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승요한의 일대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누차 밝혀 왔다. 그녀는 오늘 사인회에 앞선 기자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렸다.

“이 소설은 읽으면서 꼭 함께 들어야 할 클래식 음악이 있어요. 최근 한 신인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써야겠다는 느낌을 받은 건 승요한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였고, 그 느낌을 이야기로 진척하도록 힘을 줬던 건 그 음악이었어요. 쓰는 동안 매일 들었죠.”

한 기자가 대표로 그녀에게 물었다.

“제목이 뭔가요? 신인 작곡가라면 누구의 곡이죠? 한국 사람인가요?”

“작곡가 신상 명세에 대해서 자세히 밝힐 순 없고요. 제목 정도는 알려드려야겠지요.”

그녀는 웃으며 덧붙였다.

“곡의 제목은 「요한」입니다.”

취재진들은 그녀의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웅성거렸다. 실시간으로 「요한」이란 곡에 대해 검색을 해 보던 기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지난번 클라시스 측이 「요한」을 작곡한 아티스트 이름이 S라고 밝혔는데요. 작가님이 말씀하신 게 이 곡 맞습니까?”

“승요한 씨의 연인으로 알려진 이니셜도 S 아니었나요?”

“그럼 역시 작가님의 소설 「광염 소나타」는 승요한과 그의 연인에 관한 논픽션이라고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그녀는 급격하게 쏟아지는 모든 질문들에 알 듯 말 듯한 미소로 일관했다. 그 틈에 관계자가 더 팬들을 기다리게 할 순 없음을 넌지시 알려 왔다. 몇 가지 해결되지 않은 의문을 남긴 채로 그녀의 기자 인터뷰는 황급히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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