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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의 주인공이 공이 된 이유-129화 (129/143)

129화

“어차피 형 제 미래 마음대로 바꾸고 있었잖아요. 인제 와서 그래요.”

자신이 제멋대로 차헌의 미래를 바꾼 건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정해진 미래가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다르지 않나? 책의 주인공이 주인공이 아니게 될 수가 있나?

조마조마한 연우와 달리 차헌의 표정은 느긋하고 또, 어딘가 후련해 보였다. 이능력을 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책의 주인공 역시 되고 싶지 않았던 차헌이 연화에게 턱짓했다.

연화는 아웅다웅하던 둘을 지켜보다 책의 표지를 쓰다듬었다. 왜 책을 훼손할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들이 제 책을 귀하게 여긴다 해도 자신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조심스럽게 책을 펼친 연화는 자신이 죽는 부분을 찾았다. 다른 책은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이 부분은 이 책에만 썼으니까. 자신이 죽는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연우의 보호막이 깨질 게 분명했다. 연우를 지켜주고 배려하는 사람들은 그런 척만 할 뿐, 죄다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을 뿐이니까. 이전처럼 툭하면 연우를 납치하고 협박해서 남은 책들을 빼앗으려 하겠지. 그러니 제가 던전에 가 있는 동안 오빠가 알아서 몸을 숨기길 원했다. 그러라고 준 책을 자신을 살리기 위해 사용할 줄이야. 쓰게 웃은 연화는 천천히 책을 읽어 내렸다.

‘제가 미끼가 될게요.’

글씨를 문질러보던 연화는 드래곤과 싸우는 부분을 모아 붙잡았다. 그대로 힘을 줘 찢으려 하자 끼-잉 하는 이명이 울렸다. 방해하지 마. 짜증스레 손을 휘저은 연화가 허공을 노려보았다. 날파리 같은 마나가 주변을 맴도는 게 느껴졌다. 잠의 가루라도 뿌리는지 이것들이 다녀가면 꼭 졸음이 몰려왔다.

잠들면 안 돼. 이를 악문 연화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목덜미를 타고 올라온 손이 눈 위를 쓸자 졸음이 가시는 게 느껴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뿌옇게 변했지만, 정신을 차릴 수는 있었다.

눈썹을 찡그린 연화가 책장을 붙잡자, 차헌의 품에 안겨 마른침을 삼키고 있던 연우가 비틀거렸다. 마리오네트처럼 차헌에게 붙잡혀있던 연우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연화야. 그건 아니지.]

“오빠?”

“형?”

[진정해. 곧 돌려줄 테니까. 말했잖니.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고.]

종알거리던 연우의 고개가 툭, 떨어지자 차헌도 연화도 급히 숨을 들이켰다. 잠시 굳어있던 차헌이 손을 뻗어 연우의 심장 박동을 확인하려던 순간 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내가 책을 쓸 때는 항상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잖니. 책을 건드리는 순간 나도 더 이상 너를 지켜줄 수 없어.]

“그래서 내가 쓰기 싫다고 했잖아.”

[어쩌겠어. 그게 네 운명인걸. 지금처럼만 나랑 같이,]

북, 하는 소리와 함께 연우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연화의 손에 들린 두어 장이 찢겨있었다.

“이제 닥치고 오빠한테서 꺼져.”

[닥치라니. 어떻게 친구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친구는 무슨.”

코웃음 친 연화가 힘주어 반쯤 찢긴 책장을 뜯어냈다. 책장이 책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 책에서 쏟아져 나온 글자들이 은백색의 마나로 변해 연화의 주변을 헤엄치듯 돌아다녔다. 다른 부분도 마저 뜯어내려는 순간 연우를 들쳐 안은 차헌이 달려왔다. 흩날리는 마나를 쳐다보던 차헌은 한숨과 함께 책을 덮었다.

“뭐 하는 거예요?”

“진짜 열 받고 짜증 나는데 제 마나가 형이랑 연결되어있고, 그쪽 마나가 형이랑 연결되어있다 보니 안 느끼고 싶어도 대충은 느껴지거든요. 이거 찢으면 그쪽한테 피해 가는 거 맞죠?”

“그쪽이 찢으라면서요.”

이럴 줄 알고 찢으랬나. 책을 빼앗은 차헌은 혀를 차며 연화를 내려봤다. 책이 찢기면 자신의 마나 코어도 찢겨나가는 데 아프지도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 어쩜 남매가 닮아도 이딴 식으로 닮는지. 재차 혀를 차는 차헌을 향해 연화가 책을 내놓으라며 손을 까닥거렸다.

“마저 찢게 내놔요.”

“형한테 허락받고 찢어요.”

“오빠도 내 허락 없이 나를 살렸어요.”

그건 맞다. 입을 꾹 다문 차헌은 의식이 없는 연우를 고쳐 안고서 고민하더니 등 뒤로 책을 숨겼다. 말없이 차헌을 노려보던 연화가 연우의 볼을 꾹 찔렀다.

[이제 나랑 놀아줄 거야?]

“오빠 몸에서 나오기나 해.”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한 건 연우인걸. 그래서, 언제 잘 거야? 다들 기다리고 있어.]

어렸을 때 외롭다는 이유로 저것들의 손을 잡는 게 아니었다. 한숨을 쉰 연화가 잠시 후 잠이 들겠다고 인사하자 연우의 입꼬리가 싱긋 올라갔다. 평소의 다정한 미소가 아닌 짓궂은 미소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연우가 눈을 깜박거렸다.

“뭐야? 어떻게 됐어?”

두 사람은 대답 없이 연우를 노려보았다. 주변을 둘러보던 연우는 찢겨나간 책장을 보며 기함했다.

“말렸어야지, 말려준대서 몸을 빌려준 건데.”

몸에 이상은 없어? 기분은 어때? 제 볼을 붙잡고 상태를 확인하는 연우의 손목을 붙잡은 차헌은 손바닥에 쪽쪽쪽 빠르게 뽀뽀했다. 툭하면 죽으려고 몸을 던진 사람이 고작 몇 장의 미래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게 기쁘고 애틋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몸으로 협박해야지. 다짐한 차헌은 멍하게 앉아 있는 연화를 쳐다봤다.

“그리고 진짜 알려주기 싫은데, 헛된 생각은 하지 말아요. 형이 멀쩡하게 살아가려면 그쪽도 멀쩡해야 하니까. 적어도 4개월은 건강하게 살아요.”

“평생이 아니라?”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요.”

언짢은 기색을 풀어주려 뒤늦게 덧붙인 차헌은 쓰러지듯 눕는 연화를 부축하기 위해 달려가는 연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1위는 당연히 한연화겠고, 나는 2위쯤 되려나. 연우의 목에 얌전히 걸려있는 드래곤을 보니 2위도 불안했다.

“근데 왜 4개월이야?”

“4개월 뒤면 저도 성인이잖아요. 그때 되면 형은 빼도 박도 못하게 저랑 각인,”

연화에게 이불을 덮어주던 연우는 각인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튀어와 차헌의 입을 틀어막았다. 민망함을 감추며 돌아보자 연화는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두 눈을 꾹 감고 있었다.

“아니, 잠시. 오빠가 왜 당신이랑 각인해요? 오빠는 에스퍼… 아니….”

연화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분명 깨어있는데도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리 가. 짜증을 담아 손을 저은 연화는 연우를 끌어안고 있는 차헌을 쳐다봤다. 언젠가부터 둘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드래곤 때문이겠지.

차헌을 밀어낸 연우는 연화의 손을 잡고 가이딩을 불어넣었다. 맞닿은 손으로 온기가 느껴지며 뇌가 압축되는 듯한 고통이 사그라들었다.

“내가 그래서 틈틈이 가이딩 받으라 그랬지. 일단, 자고 일어나서 천천히 생각해보자. 어떻게 할지.”

“잔소리는.”

연화는 가물가물한 눈을 억지로 뜨며 입을 열었다.

“오빠한테서… 가이딩이 느껴지는 이유가 뭐야?”

“나도 잘은 모르는데….”

말끝을 흐린 연우는 차헌을 힐끔거렸다. 아까부터 드래곤이 입을 딱 다물고 있으니, 물어볼 사람은 차헌밖에 없었다.

“그냥 과거로 돌아오면서 뭐가 좀 많이 꼬였어요. 중요한 건 당신과 내가 형한테서 가이딩을 느낀다는 거, 그리고 형은 저랑 각인해야 한다는 거예요.”

“뭐?”

다시 한번 차헌의 입을 막은 연우는 힐끔, 연화의 눈치를 봤다. 연화는 온 얼굴을 구긴 채 혀를 차고 있었다. 미성년자 눕혀두고 뭔 얘기를 하는 거야.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보던 연우는 피곤할 텐데 어서 자라며 연화가 잠이 들 때까지 가이딩을 불어넣었다.

곤한 숨소리가 들리자마자 벌떡 일어난 연우는 차헌을 붙잡고 속삭이듯 외쳤다.

“아니, 너는 이 와중에 각인 얘기를 해?”

“그럼 언제 해요? 아니, 말 나온 김에 그래서 내 고백에 대한 답은 뭔데요?”

“여기서 고백, 그게 왜 나와. 그리고 너 각인하면 서로에게 묶인다는 건 알고 있어?”

“네.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거예요.”

눈썹을 치켜뜬 차헌은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

“지금도 봐요, 형 나 걱정하잖아. 각인하고 나면 나한테 피해 줄까 봐 함부로 다치지도 못하겠죠. 그리고 각인 안 하면 어쩌게요? 형 잘못됐는데 처제 살아있고, 나 살아있고 얘 살아있다?”

연우의 목에 감긴 드래곤을 가리킨 차헌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우리가 또 시간을 안 돌릴 것 같아요?”

말없이 눈을 굴리는 연우를 보던 차헌은 이제 나가자며 손을 흔들었다. 연화의 이부자리를 정리해준 연우가 공간을 접자마자 차헌이 품속에서 열쇠 모양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뭐야?”

“이제는 나한테 시간 좀 내줘요.”

“지금?”

“네, 대답 기다리다가 제 명에 못 살 것 같아서요. 2주 뒤에 대답하겠다며 잠수 탄 사람이 대답을 빨리해봤자 얼마나 빨리할까 싶고.”

투덜거린 차헌이 허공에 열쇠를 찌르자, 아이템에서 흘러나온 빛이 기다란 문을 만들었다. 차헌이 내미는 손을 붙잡고 문을 통과하자 짭짤한 냄새가 났다.

“여긴 어디야?”

“형의 대답에 따라 우리 길드의 터가 될 수도 있고, 집이 될 수도 있는 곳이요.”

파란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동그란 지붕의 집은 작고 아담했지만, 지하 내부가 제법 넓다고 했다. 집 내부를 구경시켜준 차헌은 신이 난 얼굴로 옥상으로 향했다.

“어때요?”

쏴- 하는 소리와 함께 탁 트인 시야로 바다가 보였다.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연우는 고개를 틀어 차헌을 바라보았다.

“여긴 어떻게 구했어?”

“협회장한테 달라고 했어요. 명색이 센터장인데 무영 길드장이 얻어다 준 집에서 계속 지내야겠냐고 했더니 바로 주던데요.”

연우가 주변을 둘러볼 동안 차헌은 두 번째 열쇠를 흔들었다. 문을 넘어가자 이번에는 산들바람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휘저었다. 차헌이 가리키는 곳에는 숲속의 캠핑장처럼 보이는 집이 있었다.

“라운드 길드장이 준 곳이에요. 센터를 이끌 정도면 입사 테스트는 안 봐도 되겠다며 바로 오라던데요.”

“어디로 가게?”

“아직 안 정했어요.”

다른 곳도 있다며 차헌이 열쇠를 찰랑찰랑 흔들었다.

“형이 어떤 풍경을 좋아하는지 몰라서요. 같이 정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죠.”

열쇠가 흔들릴 때마다 나타나는 문으로 절경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다 별로면 뭐, 제가 길드를 차릴게요. 윤석현이랑 몇몇이 자기도 데려가라고 난리를 칠 건데 그건 뭐, 차기 센터장이 될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고. 그러니까 형.”

차헌은 긴장을 억누르며 연우의 앞에 한쪽 무릎을 세운 채 꿇어앉았다. 반지도 없고 흔한 꽃다발도 없지만, 지금이어야 했다. 온몸의 세포가 지금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저랑 결혼해주세요.”

“뭐?”

“결혼이요.”

“…결혼?”

“네. 결혼이 부담스러우면 사귀는 것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도 좋아요. 형 또 생각해봤냐, 착각 아니냐 그런 말을 할 거면 그냥 고개만 끄덕여요. 제가 하루 이틀 고민한 것도 아니고 형 놓치고 몇 년을 땅 파면서 후회했는데 또 형을 놓칠 것 같아요?”

장난스럽게 말하던 차헌은 표정을 바꿔 진지한 얼굴로 연우의 손을 붙잡았다.

“형이 이능력자로 살든, 일반인으로 살든 상관없어요. 그냥 나랑 평생 같이 있어요. 정해진 미래보다 훨씬 좋은 풍경을 보여줄게요.”

차헌의 말에 연우는 급히 시선을 떨어트렸다. 결혼이라니.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미래였다. 저와 평생 같이하자는 차헌의 말을 곱씹어보던 연우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귓가에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황홀한 기분과 함께 심장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불안감이 연우를 휘감았다.

자신은 평범한 일반인도, 에스퍼도 아니었다. 드래곤과 계약한 대가로 마수화가 진행되는 중인데 차헌과 평생을 약속해도 되는지, 회피성 가득한 질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걸 눈치챈 차헌은 입을 벌려 연우의 손가락을 까득 깨물었다.

“내가 형을 몰라요? 그 정도 각오도 안 하고 청혼했을까 봐? 말했잖아요. 그냥 고개만 끄덕이라고.”

머뭇거리는 얼굴을 올려보던 차헌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씩, 웃었다. 달아오른 귀나 움찔거리는 손만 봐도 연우가 뭐라고 대답할지 알 수 있었지만, 차헌은 차분히 대답을 기다렸다. 색이 오른 입술이 열리는 순간, 연우가 크게 휘청거렸다. 손을 뻗어 부축한 차헌이 눈을 깜박이자 주변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 왔었던 호수형 던전이었다.

“형 설마 이 풍경이 예쁘다고 나를 여기에 데리고 온 건 아니죠? 제가 지금 그런 뜻으로 풍경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 형은 다 좋은데 어쩜 이렇게 눈치가 없지. 꿍얼거리던 차헌은 연우의 손을 붙잡았다. 연우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내가… 온 게 아니야. 잠시.”

비틀거리던 연우는 인기척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차헌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며 사방을 경계했다. 그때 던전 마나가 뭉치며 허상을 만들어냈다.

“연화야…?”

아니다. 불투명한 그것은 연화의 생김새를 하고 있었지만, 연화가 아니었다.

“아까 그 사람 아니에요?”

마른침을 삼킨 연우가 연화와 닮은 그것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무언가 길게 찢기는 소리가 났다. 차헌 역시 들리는지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그걸 찢으면 부메랑을 맞게 될걸? 그래도 좋아?]

[필요 없으니까 이능이고 뭐고 가져가라고 해.]

[그래도 우리랑 놀아줄 거지?]

[가끔은.]

웅웅거리는 이명이 사라진 뒤, 차헌은 멍한 얼굴로 자신의 손목을 내려보았다. 손목을 꽉 묶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완전히 찢은 것 같은데요.”

“너희 둘 다 괜찮은 거 맞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연우와 달리 차헌은 조금 신이 난 얼굴로 연우와 눈을 맞췄다.

“이제 내 결말은 형이 책임져야 해요.”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던 연우는 충동적으로 손을 뻗었다. 쪽, 하고 떨어지는 입술에 따라붙는 차헌을 막은 연우가 입을 열었다. 언젠가, 차헌의 미래를 바꾸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해왔던 결심이었다.

“책임질게.”

“진짜요?”

“싫으면 말고.”

제가 언제 싫다고 했냐며 펄쩍 뛴 차헌은 연우의 볼을 감싸 쥐었다. 서로의 시선이 얽히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눈을 감았다. 이제 서로를 책임질 수 있는 건 서로뿐이라는 약속을 주고받으며, 조심히 거리를 물린 연우가 작게 속삭였다.

솔직하게. 감정을 숨기지 않고.

“….”

활짝 웃은 차헌은 연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윤슬에 비치는 연우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아, 처음 만났던 그 순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꿈꿔왔던 미래였다. 가슴이 부풀어 터질 것 같은 기분에 차헌은 연우의 볼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고개를 살짝 비틀어 응하는 연우의 입술이, 있는 힘껏 끌어안는 차헌의 입술도 호선을 그렸다.

조용히 물러나 있던 드래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두 사람의 남은 생이 행복하기를. 계약자에게 보내는 드래곤의 언령이니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할 것이다.

<끝.>

##################################공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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