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간지러워….”
웅얼거리며 일어난 연우는 눈을 깜빡이다 말고 아래를 더듬었다. 아래가 지나치게 축축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자다가 실례라도 한 건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자 결 좋은 머리카락이 느껴졌다.
“일어났어요?”
“차헌아…?”
“헌이.”
“어, 그래. 헌아.”
“네.”
귀두를 쪽, 빨며 대답하는 모습에 연우의 입술이 뻐끔거렸다.
“너 뭐해?”
“형 좆 세우는데요.”
“그걸 왜…?”
멍하니 중얼거리던 연우는 앞뿐만 아니라 뒤까지 축축한 기분에 엉덩이를 더듬었다.
“설마 기억 안 나요?”
몸을 짓누르는 차헌의 무게와 엉덩이에서 묻어나온 정액을 보고 있으니 어지럽던 머릿속에 기억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차헌에게 붙잡힌 채 정신없이 흔들리던 연우는 싸도 싸도 죽지 않는 차헌의 성기에 욕을 쏟아부었다.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을 훔쳐내며 성기를 밀어 넣던 차헌이 웃음을 터트렸다.
연우는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는 차헌을 내려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뭘 얼마나 했는지는 몰라도 앉는 것도 힘들어 엉덩이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헌아. 이제 그만하자. 응?”
“형 아직 안 쌌잖아요.”
그거야 하도 싸서 안 나오는 거지!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반쯤 선 성기를 문지르던 차헌은 연우의 다리를 들어 올리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배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정액이 울컥거리며 빠져나가는 느낌에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진저리를 친 연우는 반쯤 빠져나갔던 차헌이 퍽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다리를 버둥거렸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각인이고 나발이고 이러다 배가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배를 감싸 쥔 연우는 발바닥을 붙이려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발목을 낚아챈 차헌이 제 어깨에 올려두었다.
“나 진짜 너무 힘들어….”
의도치 않게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나오자 차헌이 몸을 숙여 입을 맞췄다. 성기가 깊숙이 파고드는 감각에 연우는 울먹이며 차헌을 끌어안았다. 두툼한 성기가 밀고 들어올 때마다 뱃속이 잘게 경련했다.
“으, 읏!”
귀두가 안을 쿡쿡 찌를 때마다 압박감에 구역질이 나왔다. 차헌이 무게를 실으며 꾸욱, 밀어 넣자 연우는 고개를 젖히며 입을 크게 벌렸다. 덜덜 떨리는 손이 마른 배를 더듬었다.
“하…. 형 누르, 큿, 지 마요.”
손을 떼어낸 차헌이 허리를 쳐올리자 바둥거리던 연우가 어깨에 올려진 발을 굽혀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아주 잠시의 시간을 번 연우는 다시 한번 배를 더듬거렸다. 착각이 아니었다. 판판해야 할 배가 볼록 솟아 있었다.
“이게 뭐야….”
울먹이는 연우를 붙잡은 차헌은 안을 꾹꾹 눌렀다. 분명 꽉 닫혀 더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 차헌은 귀두로 내벽 여기저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오르내리는 배를 보던 연우는 참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대체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빌던 연우는 치밀어오르는 구역감에 입을 틀어막았다.
“아, 아냐, 아냐. 차헌아. 하지 마.”
허벅지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연우는 고개를 저으며 차헌의 가슴을, 어깨를 마구잡이로 밀어냈다. 손길에 밀려나던 차헌은 연우의 안색을 확인했다.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황홀한 얼굴로 안겨 오던 연우는 진심으로 괴로운 얼굴이었다.
다 넣는 건 무리인가.
반 뼘쯤 남아있는 뿌리를 보던 차헌이 천천히 허리를 물렸다. 있는 대로 민감해진 귀두는 도톰하게 부어있는 전립선을 쉽게 찾아냈다. 그곳을 살살 문지르자 사색이 되어있던 연우의 얼굴에 천천히 혈색이 돌아왔다.
집요하게 그곳만 자극하던 차헌은 몇 번이나 자세를 바꿔가며 삽입했다. 그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연우는 다시 한번 다리를 벌리는 차헌을 붙잡았다. 견딜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제대로 된 밥도 먹지 못하고 공략을 진행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었다.
“그만… 진짜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차헌이 물을 떠 오겠다며 일어났다. 힘이 빠져 쪼그라든 연우의 것과 달리 차헌의 성기는 아직도 힘을 받아 걸을 때마다 통통 튀어 오르고 있었다.
맥없이 시선을 돌린 연우는 차헌을 받아들이느라 뻐근한 골반을 톡톡 두드렸다. 잠시 후 물을 떠 온 차헌이 차헌은 그 모습을 보고 연우 대신 골반을 부드럽게 주물러주었다. 힘이 들어간 허벅지가 노곤해지도록 마사지하던 차헌은 목을 받치며 물을 넘겨주었다. 입술을 타고 넘어오는 물을 받아마시다 말고 파고드는 차헌의 혀를 정신없이 빨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우리 그만하기로 하지 않았나…?”
잔뜩 쉰 목소리로 물어보자 입을 벌린 차헌이 연우의 성기를 주르륵 뱉었다. 입술에서 흘러나온 정액이 성기로 쏟아지는 광경을 보고 있으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설마 또 하지는 않겠지? 그만큼 했는데 더 할 게 있겠어? 다리를 끌어모은 연우는 꺼떡거리는 차헌의 성기를 외면했다.
“안 피곤해? 인제 그만 자자….”
말끝을 흐린 연우가 정액으로 흠뻑 젖은 이불을 도닥였다. 아쉬운 얼굴로 허벅지를 문지르던 차헌은 푹, 소리가 나게 연우의 옆에 누웠다.
“형.”
“응?”
“나 손만 좀 빌려주면 안 돼요?”
더 쌀 게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쌀 게 있으니 다리 좀 벌려달라고 할까 봐 무서웠다. 다급하게 질문을 삼킨 연우가 빳빳하게 선 차헌의 성기를 쥐었다. 그대로 문지르기 전, 무릎걸음으로 이동한 차헌이 연우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연우의 배에 딱 닿도록 성기를 고정한 차헌은 손에 대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두로 배꼽을 꾹꾹 누르던 차헌은 차오르는 사정감에 이를 악물었다.
“차헌아.”
조금만, 조금만 더. 손목을 붙잡은 채 쳐올리던 차헌은 연우의 부름에 눈을 번쩍 떴다.
“네?”
“나도 너처럼 해줄까?”
입을 살짝 벌린 연우는 차헌의 성기를 눈짓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형이 빨아준다고? 차헌이 굳어있자 연우가 붙잡고 있던 성기를 살짝 잡아당겼다. 연우가 이끄는 대로 무릎으로 걸어간 차헌은 귀두에 닿는 온기에 참고 있던 숨을 토해냈다.
귀두 끝을 할짝거리던 연우는 입을 벌리다 말고 입술에 침을 묻혔다. 가늠해보듯 입을 벌렸다 다물기를 반복하던 연우의 입술 안으로 성기가 천천히 밀려들어 가는 모습에 차헌은 침대 헤드를 움켜쥐었다.
작은 입술이 한껏 벌어지며 어떻게든 머금어보려 오물거리는 모습에 허벅지가 덜덜 떨렸다. 연우는 불만 어린 눈으로 성기를 노려봤다. 아무리 노력해도 귀두 끝만 입술로 자극하는 꼴이었다. 헐떡거리는 차헌을 올려보던 연우가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비릿한 것이 입안에 쏟아졌다.
잠시 맛을 보던 연우는 입을 벌리며 헛구역질했다. 넋이 나간 채 연우를 내려보고 있던 차헌은 헛구역질 소리에 깜짝 놀라 그의 입안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손에 닿는 대로 긁어내던 차헌은 연우의 입술 위에서 정액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에 다시 한번 아래를 세웠다.
* * *
[이게 미쳤나!]
앙칼진 외침에 눈을 뜬 연우는 주변을 둘러보다 말고 뒤로 손을 뻗었다. 손끝에 차헌의 복근이 닿았다. 점점 아래로 내려가자 조금의 빈틈도 없이 달라붙어 있는 하체가 느껴졌다. 설마, 중얼거리며 아래에 힘을 주자 차헌의 성기가 대꾸하듯 꿈틀거렸다.
…아직 안에 있어?
입을 뻐끔거리던 연우는 손을 뻗어 드래곤의 눈을 가렸다. 손을 피해 타타탁, 달려간 드래곤은 차헌의 어깻죽지를 콱! 깨물었다.
[안 빼? 안 빼? 연우 죽일 일 있어?]
드래곤은 제발 잠시 뒤에 오라는 연우의 부탁에 몸을 돌렸다. 드래곤이 떠날 때까지 기다리던 연우는 배와 허벅지, 가슴에 말라붙어있는 정액을 문질러 보다 뒤를 더듬었다. 바짝 마른 정액 때문인지 접합부가 따가웠다.
“일어났어요?”
가라앉은 목소리로 인사한 차헌이 연우의 목과 귀를 할짝거렸다. 이제 그만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목에서는 쇳소리만 나왔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목소리를 낸 연우가 물었다.
“왜… 왜 넣고 있어?”
“음…. 어제 기억 안 나요? 그만하는 대신에 넣고 있어도 된다고 해서 잠깐 넣고 있었는데, 그대로 잠들었나 봐요.”
내가…? 제발 그만하라고 차헌의 머리카락을 잡아 뜯었던 건 기억이 나는데.
이제 씻자면서 차헌이 일어나는 순간 뒤가 잡아 뽑히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차헌 역시 마찬가지인 듯 신음이 들려왔다.
연우는 최대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자세를 찾아 발바닥을 붙였다. 그대로 욕실로 이동하자 샤워기를 붙잡은 차헌이 접합부에 미지근한 물을 끼얹었다. 말라붙었던 정액이 녹아내리며 성기가 빠져나갔다. 허전한 느낌에 힘을 주자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후드득, 떨어졌다. 흘러내리는 정액을 정리해주던 차헌은 지쳐 주저앉는 연우를 부축했다.
“힘들어요?”
당연하지. 고개를 끄덕인 연우는 밤새 차헌을 받아들이느라 뻐근한 골반을 문질렀다.
“싫…진 않았죠?”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연우는 후들거리는 발끝을 세워 차헌에게 뽀뽀했다. 살짝 웃던 차헌은 너무 좋았다며 연우에게 정신없이 뽀뽀했다. 그 순간 짧은 이명이 들렸다. 너무 무리했나, 인상을 쓰는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듯한 부유감이 들었다.
놀란 연우가 차헌을 붙잡자,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시간이 길게 늘어지는 기분과 함께 부유하던 모든 것들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형, 이거….”
차헌의 하늘색 눈동자에 초록색 고리가 생기고 있었다. 급히 거울을 바라보자 연우의 눈에도 하늘색 고리가 생겨있었다. 펄쩍 뛴 차헌이 연우의 손을 붙잡았다.
“제 말 맞죠? 우리는 운명이라니까요.”
평균적으로 각인을 성공하는 데 일 년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하룻밤 만에 각인에 성공했으니 특별한 일이긴 했다. 운명이라고 날뛰던 차헌은 연우를 끌어안으며 사랑을 고백했다.
연우 역시 사랑을 돌려주자 차헌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제가 더 사랑한다며 짧게 입 맞추는 차헌의 볼을 붙들고 길게 키스한 연우는 그의 얼굴에서 애정을 발견했다. 거울 속 제 얼굴도 다를 바가 없었다.
연우를 위해 회복초를 꺾어온 드래곤은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에 방 밖에 멈춰 선 채 다시 한번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