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
뜨거운 것이 확 몰려오면서 숨을 막았다. 입술을 덮어 오는 말캉한 감촉에 이온은 두 눈을 꽉 감았다.
얼굴을 고정하던 두 손이 목을 타고 내려가 어깨와 허리를 더듬고 두 팔은 마치 뱀처럼 몸을 얽어 왔다.
둘의 호흡이 입에서 입을 타고 오가는 사이 맨가슴이 맞닿았다. 처음엔 움츠러들었던 이온도 카밀루스가 적극적으로 자신을 안아 오자 그의 얼굴을 매만지다가 마주 껴안았다.
손끝에 닿는 섬세한 등 근육을 더듬어 내려가다가 그를 꼭 끌어당겼다. 팔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꼈는지 카밀루스는 그런 이온을 더욱 밀어붙였다.
마치 이온을 한입에 삼켜 낼 것처럼 조급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아랫입술을 쪽 빨아들이며, 잇새로 혀를 집어넣어 이온의 작은 입 안을 휘저었다. 그에 턱이 뻐근하게 땅겨 움찔하는 사이, 타액이 섞이는 소리가 은밀하게 귓가를 자극해 왔다.
하아, 하아.
두 사람의 짙은 숨결이 엉켰다. 이온이 점점 벅찬 숨을 내뱉으며 얼굴을 발그랗게 붉히자 카밀루스가 입술을 살며시 떼며 그의 등을 쓸어내렸다.
“겨우 키스하는데 이렇게 긴장하면 어떡해? 숨 쉬어, 이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적이 없어 허둥지둥 쫓아오기 바쁜 이온을 카밀루스가 다정히 도닥였다. 그렇지만 어느새 자세가 바뀌어 소파에 반쯤 누워 기대게 된 이온은 당황해 그를 올려다보았다.
희미하게 그림자가 진 카밀루스의 얼굴이 몹시도 위험해 보였다. 평소에는 선명하게 빛이 나는데 지금은 나른하게 풀려 있는 눈하며, 단정함을 버린 옷차림이 그러했다.
게다가 마법사면서 몸은 왜 이렇게 좋은 건지 눈을 둘 데가 없었다.
그에 이온은 차라리 느슨했던 팔을 조여 그를 껴안으며 긴장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 소파는 불편하니까 침대로, 가면 안 될까?”
“…….”
그러고 곁눈으로 눈치를 살폈다. 이온 딴에는 민망함을 참고 말한 것이었는데, 카밀루스가 빤히 마주 보기만 하고 대답이 없자 이온이 질끈 눈을 감으며 다시 “응? 침대로…….” 하고 귀에 작게 속삭였다.
문득 그를 안아 주는 카밀루스의 팔에 힘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잠시 뒤, 평소보다 낮아진 목소리로 카밀루스가 그를 불러 왔다.
“이온.”
“어?”
“혹시 말이야, 전생에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다 꼬시고 다니는 바람둥이 같은 건 아니었지?”
“전생이라니…….”
괜히 뜨끔한 이온이 그 말을 반복하자 카밀루스가 가볍게 눈웃음을 지었다.
“키스도 못하는 걸 보면 이번 생이 아닌 건 확실하니까.”
그래도 카밀루스랑 몇 번 하면서 좀 나아진 줄 알았던 이온은 민망함에 방금 전 카밀루스가 빨아 댄 입술을 지분거렸다.
“나 그렇게 못해?”
“엄청 못해. 키스 한 번 했다가는 무조건 차일 정도로.”
직설적인 말에 이온이 카밀루스를 흘겨보았다. 이미 여러 번 입을 맞춰 놓고도 옆에 있는 작자가 막말을 한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눈총을 받은 카밀루스가 이온이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근데 그거 너무 사랑스럽다, 이온……?”
그뿐인가. 자각도 없이 침대로 가자느니 유혹하는 것도 사람을 미치게 하는 부분이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바지 안이 빠듯해진 카밀루스는 제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이온을 안은 자세 그대로 유지한 채 바닥을 딛고 일어났다.
“읏!”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것에 움찔한 이온이 그의 목을 반사적으로 껴안자 카밀루스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이온의 귀에 입술을 대고 한 마디씩 또박또박 말해 주었다.
“네 소원대로 침대로 갈 거야.”
“…….”
“혹시 다음 소원은 뭐야?”
그렇게 물은 카밀루스는 제 침대 위에 이온을 확 내려놓았다. 순간 던져지는 줄 알았던 이온은 그의 몸이 함께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초록빛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의 얼굴 양옆에 카밀루스의 손이 하나씩 짚어졌다.
기익, 하고 작게 스프링이 기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 얼굴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 카밀루스를 올려다보는 이온의 양 뺨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새빨개져 있었다.
카밀루스는 그런 이온을 내려다보며 “응?” 하고 방금 질문에 대한 답을 재촉했다.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을 동반한 정적이 일었다.
이온은 젖은 입술을 연신 벌렸다 닫기를 반복하다가 시선을 피했다. 이쯤 되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치 요의를 느끼듯 배 아래쪽이 땅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이온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그, 카밀루스…….”
아무리 그래도 씻지도 않고 바로는 좀 하기 그렇지 않겠냐고 말하려고 했다. 심지어 이온은 그쪽 관련해서 관심도 없는 탓에 지식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걸 어떻게 돌려 말하지 싶었던 그 순간이었다. 카밀루스가 풋 웃더니 이온의 뺨에 입을 맞췄다.
“일단 내 옷 좀 벗겨 줘 봐. 단추밖에 안 풀어 줬잖아.”
그리 말하며 손목을 차례로 내미는 것에, 이온이 긴장감에 몇 번이나 헤매며 그의 커프스 버튼을 빼내고 단추를 더 풀어 주었다.
하지만 말과 달리 옷을 벗는 건 카밀루스가 직접 했다. 이온의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카밀루스는 하얀 드레스 셔츠를 벗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리고 근육이 가득 차오른 상체가 드러난 순간부터 이온은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의 오른쪽 어깨에서.
시선을 느낀 카밀루스가 흉터가 자리한 그곳을 힐끗 보았다가 이온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괜찮아.”
그에 이온은 카밀루스의 어깨에 손끝을 조심스레 가져다 댔다. 예전에 황태자궁에서 소동이 있었을 때 누군가의 칼에 꿰뚫렸던 바로 그 부분이었다.
어렸을 적 자신에게 뛰어오던 그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는 이온이 넌지시 물었다.
“안 아파?”
“지금까지 아플 리가 없잖아.”
가벼운 말투로 대꾸한 카밀루스가 그만하라는 듯이 어깨를 매만지고 있는 이온의 손을 잡아 제 입가로 가져왔다.
그러고 일부러 쪽, 하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었다.
“하나도 안 아팠어, 그때도.”
“거짓말…….”
“그래, 그럼 네가 안 아프게 해 주면 거짓말이 아니게 되지?”
어떻게, 하고 물으려던 이온의 입을 짧은 입맞춤으로 막은 카밀루스가 조용히 미소 짓더니 입술을 천천히 내렸다.
방금 전 흔적을 남겼던 자리를 지나, 가는 목선을 따라 내려오던 그는 움푹 팬 우물에 고개를 묻었다.
그렇게 빗장뼈 위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이내 누구의 입술도 닿은 적 없는 작은 과실을 앞니로 깨물었다.
“아……!”
이온은 상상 못 한 곳에서 쪽, 하고 소리가 나는 것에 작은 입술을 벌렸다. 타액에 젖은 혀가 자극점을 건드려 오자 아랫배가 긴장으로 쭉 당겨졌다.
생소한 감각에 이온이 몸을 휘자 카밀루스가 침대와 그의 들린 허리 사이로 팔을 넣었다. 그렇게 몸을 붙이며 연신 입술을 오므려 빨아당기는 것에 이온이 허억, 숨을 삼켰다.
저도 모르게 두 팔로 카밀루스의 머리를 꽉 안았다. 그러자 몸을 뻐근하게 하는 묵직한 쾌감이 강해졌다.
제 목 아래에서 연신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당기던 카밀루스가 반대편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속삭였다.
“벌써 흥분했구나, 이온…….”
제 입 안에서 동그랗게 여물어 가는 것을 카밀루스는 그리 표현했다. 이온은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가 솟아오른 작은 존재를 보며 부끄러움에 눈을 꽉 감았다.
하지만 회피하지 말라는 듯이 가슴에서 입을 뗀 카밀루스는 그대로 입술을 겹쳐 왔다. 그러고 손으로 허리를 쓸어내리는가 싶더니, 중지를 헐렁한 바지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그 뒤 인식하지 못한 사이 카밀루스가 제 바지를 허벅지까지 밀어 내렸다는 걸 알게 된 이온이 놀라 단단한 어깨를 밀어내려 했다.
“조, 조금만 천천히…… 카밀루스.”
카밀루스는 입술을 떼고는 짙은 숨을 토해 냈다. 그가 조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연신 사과의 말을 흘렸다.
“미안, 미안, 이온.”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계속해서 울렸다. 카밀루스는 예의 나쁜 짓을 멈출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곧 근육은커녕 살도 제대로 붙지 않은 가는 허벅지가 훤히 드러났다. 이온은 카밀루스의 눈이 그 사이를 향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손을 붙잡았다.
이온은 카밀루스에게서 나는 위험한 향기를 맡고는 다리를 오므렸다. 설득의 말을 하려는데, 음성이 뚝뚝 끊겨 나갔다.
“지금 낮이야……. 밖에, 소리, 들릴지도 몰라.”
사실 낮이 아니라 밤이라도 언제든 하인들은 복도에 대기하고 있다.
그에 카밀루스는 무언가를 참는 듯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이온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제 손을 붙든 이온의 손을 맞잡으며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괜찮아. 심하게는 안 해.”
“……카밀루스.”
카밀루스는 숫제 애원하는 듯이 이온을 바라보았다. 미세하게 찌푸려진 미간과 미묘하게 흐트러진 숨, 그리고 잘게 떨리는 입술 끝이 그가 충분히 들떠 있는 상태임을 알려 주었다.
“진짜 미안, 미안해. 근데 네가 너무 예뻐서…….”
만지고 싶어.
이어진 뒷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
그리고 제 감정을 못 이긴 듯 이온을 와락 안은 카밀루스가 귓바퀴를 물며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그러자마자 양 허벅지가 작은 틈을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