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그 틈으로 진입한 손이 난잡한 소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온은 제 허리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지 않기 위해 카밀루스에게 더 몸을 붙였다.
어깨를 안고 꼭 매달려 있자 카밀루스의 손은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는 행위에 이온은 이상하게 배 안쪽에서부터 가슴 부위가 죄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아, 읏…….”
강한 자극을 이기지 못한 이온이 신음을 흘렸다. 그러자 카밀루스는 그의 얼굴을 제 가슴에 바짝 당겼다.
“쉬이, 진짜로 지나가던 하인이 듣겠어.”
그에 이온은 윗니로 입술을 깨물며 카밀루스의 등에 손톱을 세웠다. 아래쪽에서 은밀한 소리가 일기 시작하자 부끄러움에 얼굴이 불타 버릴 것 같았다. 예민한 부위에서부터 감각을 태우며 흘러드는 미세한 전류 때문에 손가락이 저절로 곱아들었다.
카밀루스는 그런 이온의 정수리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이는 소리로 물었다.
“내 생각 하면서 자극해 본 적 있어?”
“어, 흣, 없…… 없어. 그런 적.”
이온은 카밀루스가 지금 만지는 부위를 평소 쓰는 것과 다른 용도로 쓸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었다. 애초에 이런 욕구와 자신은 거리가 멀다고 착각했었다.
그렇지만 카밀루스가 얇은 표피 너머로 자극해 오자 누워 있는데도 다리가 파들파들 경련했다.
카밀루스는 강한 자극을 참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이온의 다리를 잡아 자신의 허리에 감게 했다. 그렇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민망한 자세라 이온이 몸에 힘을 잔뜩 넣었다.
카밀루스는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 이온을 연신 달랬다.
“괜찮아. 내가 널 아프게 할 리 없잖아, 응?”
그럼에도 이온의 눈에는 기쁨으로 인한 것도, 슬픔으로 인한 것도 아닌 다른 의미의 눈물이 아롱거렸다.
그렇게 빨개진 눈가를 카밀루스가 입으로 살며시 훑어 주었으나 이온은 그 행위에도 뺨을 떨었다.
하지만 카밀루스는 이온의 얼굴 곳곳을 입맞춤해 내려가며, 다시금 목과 가슴 부근을 잘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온은 마치 그가 연주하는 악기라도 된 듯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연신 작은 신음을 잇새로 내뱉었다.
“읍, 으, 응……!”
그러다 자신의 소리에 놀라 손등으로 입을 막고서 눈을 질끈 감았고, 흘러내린 투명한 눈물이 이온의 뺨을 적시고 지나갔다.
카밀루스는 그런 이온을 지극히 사랑스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말로만 듣던 꿀 떨어지는 눈빛이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농도가 짙었다.
“못 참겠으면 그냥 쏟아 내도 돼. 더러운 거 아니니까…….”
카밀루스가 그리 말해 주었으나, 이온은 좀처럼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 가끔 자고 일어났다가 무의식중에 바지를 적신 적은 있어도 이렇게 인위적으로 해 본 적은 없어 조절이 어려웠던 탓이다.
게다가 카밀루스가 어떻게 생각하든, 남의 앞에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게 이온으로 하여금 수치스러움을 일으켰다.
결국 그는 약간 울먹거리는 소리를 내며 요청했다.
“어, 얼굴 안 보이게…… 해 줘.”
“응?”
“네 얼굴 보면서는 도저히…… 흡.”
이온이 말끝을 흐리며 다시 손으로 입을 막았다.
말소리를 겨우 알아들은 카밀루스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이온의 등을 받쳐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온의 뒤로 가 앉은 카밀루스는 이온을 품에 푹 안으며 침대 헤드에 기대었다. 말한 대로 얼굴이 안 보이게 됐지만 자세는 더 민망해지자 이온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하체에도 이미 카밀루스의 손이 가 있었다. 손가락이 뭔지 모를 것으로 젖어든 광경을 본 이온이 또 움칠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눈을 둘 곳이 없어 헤매는 사이 카밀루스가 달아오른 귀를 물끄러미 보더니 귓등에 입술을 내렸다.
입술도 입술이지만 흘러들어 오는 숨결에도 간지러워하는 이온을 안은 채 카밀루스가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자꾸 눈을 피하면 어떡해? 내가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보고서 다음에 나한테도 해 줘야지.”
“……변태.”
“난 기브 앤 테이크를 요청하는 것뿐인데? 네가 평소에 잘하는 거잖아.”
“…….”
평소에는 잘하지만 카밀루스와는 잘 안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밀루스는 사정 두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긴 손가락이 감싸 문지르는 것에 이온은 다시 숨을 들이켰다.
슥, 슥. 옷감이 스치는 소리도 아닌 그것이 숨소리와 빠르게 교차해 갔다.
카밀루스는 제 품에서 허리를 굽히며 숨을 몰아쉬느라 제가 신음을 흘리는지도 모르는 이온을 대신해 그의 입을 제 손으로 막아 주었다.
“읍, 으읏……!”
자극을 받는 건 하체인데 척추를 타고 올라온 쾌감은 어깨를 흔들었다. 과도한 흥분은 또다시 눈물을 쌓게 해 뺨을 적셨고, 입을 막은 손을 타액으로 적셨다.
그렇지만 하얗게 더렵혀져 가는 허벅지로 인해 그런 제 꼴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이온이 결국 참지 못하고 외쳤을 때였다.
“그만……!”
현기증이 이는 것처럼 눈앞이 새하얘지더니 이내 예고 없이 몸에서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입을 막은 손은 떨어졌지만 이온은 좀처럼 숨을 고르지 못하고 가슴을 들썩였다.
“좋았어, 이온?”
와중에 들려오는 질문에 이온이 눈가에 남아 있던 눈물을 떨어뜨렸다. 카밀루스는 그것이 못 견디게 사랑스럽다는 듯이 쿡 웃었다.
“이렇게 귀여우면 계속 울리고 싶어지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뺨에 연신 입맞춤을 쏟아 내는 카밀루스였다. 그에 이온은 숨을 진정시키려 애쓰다가 곧 이 자세에 또 다른 문제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타구니 사이로 카밀루스의 하체가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굳이 보지 않아도 저의 것보다 훨씬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것이 느껴졌다.
“아…….”
이온은 금세라도 허술한 천을 뚫고 나와 버릴 것 같은 상태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귀 뒤에서 넘어오는 흥분감 어린 숨소리 또한 그의 혼란스러움을 부추겼다.
……역시 이다음도 있는 거겠지?
싫으면 말하라고 했는데도 안 했으니 카밀루스는 당연히 승낙의 의미로 알아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옷도 다 벗어 놓고 안겨 있는데 더는 안 된다고 하는 건, 제가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안에서 눌려 있는 것일 텐데도 저보다 네 배는 족히 큰 것처럼 느껴졌다. 몸집은 두 배 정도 차이인데 왜 그 부위는 이렇게 제곱으로 계산이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저런 게 제 몸에 들어오면 죽는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며칠은 앓아누울 게 틀림없었다.
한데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본 듯이 카밀루스가 때마침 너그러이 달래 왔다.
“머릿속으로 무슨 상상하는지는 알 것 같은데, 오늘은 그런 쪽으로는 생각도 안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러면서 손에 악력을 더했다. 다시 한번 어루만지는 행위에 아랫배가 묵직하게 땅겨 오자 이온이 흣, 하고 작게 숨을 들이켰다.
“오늘은……?”
그럼 다음에도 또 이런 짓을 하는 거냐고, 그렇게 묻는 말에 카밀루스가 안 그래도 틈이 없는 몸을 더욱 바짝 붙여 왔다.
다리 사이로 슥 문질러지는 감촉에 놀란 이온에게 밀어가 들려왔다.
“혹시 나 가지고 싶어?”
이온이 고개를 기울여 카밀루스를 올려다보았다. 지금껏 저만 신경 쓰느라 자세히 보지 못했었는데, 카밀루스의 얼굴도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그가 다시 물어 왔다.
“얼마나?”
“…….”
“난 지금 널 당장 내 걸로 못 만들어서 안달이 나 미칠 지경인데…….”
그럼 왜 참는 거야?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눈치 없는 질문도 한두 번이었다. 이건 진짜로 하면 안 되는 질문이라는 것쯤은 그도 알았다.
카밀루스는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저주받은 몸을 배려해서…….
하여 이온은 어떠한 대답을 내놓는 대신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
입술을 먼저 가져다 대자 카밀루스도 얼굴을 기울여 맞대어 왔다. 처음보다 체온이 올라온 탓에 입술은 뜨거웠고, 겹쳐진 몸 또한 땀에 절어 짙은 체향을 풍겼다.
기묘한 안정감을 주는 그의 냄새가 코를 자극해 오자, 반대로 이온의 혈관들은 날뛰기 시작했다.
가지고 싶다.
얼마나 가지고 싶은지, 그런 건 측정할 수 없었다. 그냥 카밀루스가 주는 다정함이 좋았다. 모두 제 것이었으면 했다.
이 몸의 주인이 아니라, 온전한 자신의 것.
입술이 살며시 떨어졌다.
아쉬운 마음에 떨어지고도 카밀루스의 얼굴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너른 바다를 품은 것 같은 눈에 마치 빨려들어 갈 듯했다. 게다가 아무리 봐도 만지기 아까울 정도로 수려한 미남이었다.
이런 사람이 이온 크레이거에게만 맹목적이라는 것이, 가슴을 죄어들게 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널 어떻게 외면할 수가 있을까…….
한데 너무 뚫어져라 본 것이 문제였던 걸까. 문득 그의 미간이 좁아졌다.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온이 눈에 의문을 띄웠다.
“나 또 서툴렀어?”
“……아니.”
대답하면서 카밀루스가 이온을 양팔로 안았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담긴 힘으로 죄어 오자, 이온은 무의식중에 살짝 미소 지으며 긴장했던 몸을 살짝 풀었다.
한데 여태까지와 달리 장난기가 빠진 목소리가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나 다 알아, 이온.”
“갑자기 뭘 알아?”
목적어도 없이 하는 말에 이온이 눈을 깜빡이며 다시 카밀루스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혹시 맥락을 놓쳤나 싶어 이 방에 들어와 한 이야기들을 더듬어 가려는데, 카밀루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네가 나 못 좋아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