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손짓으로 하의와 그 안의 속옷까지 내려 버린 카밀루스는 이온을 향해 살며시 눈웃음을 짓더니, 아직은 힘이 없는 다리 사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이전에도 했던 질문을 또 했다.
“혹시 그사이에 내 생각 하면서 만져 봤어?”
“…….”
그 질문에 이온은 제가 도발해 놓고선 눈빛을 흔들었다.
대답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은밀한…… 아직 카밀루스에게도 보이지 않을 더 깊숙한 곳은 만져 봤다.
하지만 그런 이온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못할 카밀루스는 얼굴이 붉어진 이온의 반응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며 웃었다. 귀엽다는 듯이.
“얼마나 커졌었어?”
“거기는 안 만져 봤어…….”
“거짓말. 얼굴에 다 티 나는데?”
이럴 때는 아무리 카밀루스라도 이온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구분 못 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이온의 양 허벅지를 붙잡으며 제 몸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곧 이온의 위로 야릇한 감촉이 내려앉았다. 잔뜩 예민해진 곳에 혀의 돌기가 스치자 이온이 몸을 파득거렸다.
“아……!”
빨아들여진 순간, 지나친 자극이 머리끝까지 쭉 뻗었다. 몸 안에서 번개가 치는 것처럼 눈앞이 새하얘졌다.
“읏…… 흐!”
저번엔 상체부터 꼼꼼히 해 주더니 오늘은 인정을 두지 않고 직접 자극을 해 왔다. 할짝거림이 한 번 울릴 때마다 마치 혈관이 고무줄이라도 되는 양 당겨졌다.
이온은 말초 신경으로 뻗는 전류에 손을 더듬거리며 이불을 움켜쥐었다. 그러고 다리를 모으려고 하는데, 카밀루스가 양손으로 붙잡고 오히려 벌리며 입을 더 바짝 붙였다.
온통 다 삼켜지고, 입 안의 연한 살이 위를 지나갔다. 그렇게 머리 부분이 좁은 동굴을 지나 꽉 조여지자 이온은 격렬한 신음을 내뱉었다.
“아, 아, 아, 앗!”
이전에도 입으로 자극은 해 주었지만 이 정도로 깊숙이 도달한 적은 없었다. 카밀루스가 목울대를 움직이며 목구멍을 좁히자 저번의 경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쾌감이 몰려왔다.
입맛을 다시는 듯이 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이온은 어느새 글썽거리는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카밀루스의 검은 머리카락 아래로 신체 부위 하나가 보이지 않게 된 광경을 발견하고는 움찔했다.
하지만 말릴 엄두는 나지 않아 그의 머리칼 사이로 제 손가락을 넣었다. 부드러운 두피를 붙잡고 끌어당기자 카밀루스의 입 안이 잘못 건드려져 약간 흡, 하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악순환이었다. 저절로 좁아진 목구멍에 이온은 교성을 내질렀다.
“아, 카밀루스……!”
그 뒤 파도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주륵, 하고 살결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카밀루스가 목울대를 움직여 무언가를 삼켰고, 제 젖은 입가를 손등으로 쓸었다. 그러고 붉은 입술의 모양 좋은 꼬리를 위로 올리며 이온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가 엄지로 이온의 입술을 쓸며 낮은 목소리를 내었다.
“이거 할 때, 이온 넌 입술 찢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돼.”
이온의 뺨이 복숭아처럼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가 입에 담은 것 중 야한 단어는 하나도 없는데 왜인지 입에 담지 못할 음담패설을 들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카밀루스의 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좀 더 몸을 낮춘 그가 이온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더니, 비밀 이야기를 하듯이 들릴 듯 말 듯 작게 속삭여 왔다.
“헛구역이 나도 조금은 참아야 할지도 몰라.”
이온은 방금 전 카밀루스가 괴롭게 숨을 들이켰던 걸 떠올리며 눈을 꽉 감았다.
“끌어당겨서 미안…….”
“난 널 더 많이 삼킬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러면서 카밀루스는 그걸 뭐라고 하는지 한 단어로 알려 주었다.
그런 걸 지칭하는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이온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터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카밀루스를 흘겼다.
“너, 아까는 그런 거 배운 적 없어서 관심도 없다고 했잖아?”
“바보야, 나한테 넌 모든 게 예외라는 걸 왜 몰라?”
카밀루스가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 단번에 핀잔을 두자 이온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어디 가서 배웠어?”
“가긴 어딜 가? 배우긴 누구한테 배우고. 네 생각 하면서 매일 상상한 거지.”
“날 두고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어디를 핥아 줘야 좋아할까, 여기를 만져 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온의 질문에 대답을 술술 내놓던 카밀루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넌 안 해?”
“…….”
“응?”
대답을 채근하는 것에 이온은 입술을 지분거렸다. 가까이서 마주 보니 아까보다 약간 번들거리는 카밀루스의 입술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액체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게 된 이온은 목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과감하게 유혹까지 해 놓고서는 내빼기는 싫었다.
“……해.”
“어떻게?”
초록빛 눈은 위로 향했지만, 하얀 손은 아래로 내려갔다.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자 카밀루스가 순순히 따라왔다.
군살 없는 사타구니로 향한 손이 이온의 이끎에 따라 검은 그림자가 진 골로 들어갔다. 다른 곳보다 더 여린 살에 손가락 끝이 닿자 이온도, 카밀루스도 흠칫했다.
“여기에…….”
사실 카밀루스가 식어 있었던 아까도 이온은 애먼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곳의 간지러움이 어서 해소되었으면 하면서.
이온이 주저하면서 말을 흐리자, 카밀루스가 뒤를 이었다.
“씨는 어디로 받냐는 질문의 답이 거기인 거지?”
“…….”
이전의 부끄러운 질문을 상기시키자 이온은 차마 그의 눈빛을 더 마주하지 못했다. 그사이 카밀루스가 다음 행동을 요구해 왔다.
“엎드려 볼래, 이온?”
이온은 드디어 뭔가 시작하겠구나 하는 긴장감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몸을 뒤집었다.
곧 굵은 팔이 납작한 아랫배 밑에 껴지더니, 이온의 하체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 그에 몸을 지탱하기 위해 급히 손으로 침대를 짚자 카밀루스가 등 뒤로 몸을 붙이며 도로 상체를 지그시 내리눌렀다.
“상체 세우고 있으면 나중에 팔 아플 거야, 이온.”
자연스럽게 상체가 도로 침대 위에 맞붙게 되자 엉덩이만 들어 올린 민망한 자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
“이 자세가 부끄러워?”
이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게다가 식사량이 거의 없는 탓에, 살이 없이 움푹 들어가 있는 엉덩이가 너무 볼품없이 보이지 않을까. 저번부터 신경 쓰이던 부분이었다.
아니, 사실 이온의 몸은 전체적으로 삐쩍 마른 터라 어딜 봐도 그렇게 동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카밀루스가 이온과 몸을 더 바짝 붙이더니 아직 버클이 잠겨 있는 탓에 안쪽에서 강도만 높아지고 있는 제 하체를 이온의 엉덩이 쪽에 맞추었다.
“그렇지만 이 자세가 부담이 덜 되거든. 그러면서도…….”
더 깊이 들어가.
속삭이는 뒷말에 이온이 순간 히끅, 하고 딸꾹질을 시작했다. 갑자기 긴장하면 나타나는 증상인데, 하필 이때 이런다니.
이온이 숨을 참으며 딸꾹질을 멈춰 보려 했지만 그치지 않았다.
‘왜 분위기 깨게 지금 이러는 거야?’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해결도 그만큼 잘되는 건 아니었다.
카밀루스는 첫 번째 딸꾹질엔 귀여워하고, 두 번째 딸꾹질엔 묘한 표정을 짓다가, 세 번째 딸꾹질엔 이내 걱정스러워하며 옆으로 떨어져 등을 두드려 주었다.
“괜찮아, 이온?”
“이 정도는 별거, 끅, 별거 아니야…….”
이온의 대답이 못미더운 듯 횟수가 늘어나자 카밀루스가 침대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조금만 기다려. 물 금방 가져다줄게.”
그러곤 진짜로 방 밖으로 나가려는 그의 팔을 이온은 얼른 붙잡고 매달렸다.
“가지 마! 나갔다 와서 네가 식으면 어떡해?”
“…….”
솔직히 이유가 어이없게 들릴 거라는 사실은 이온도 알고 있었지만, 이전의 초인적이었던 카밀루스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하여 눈 한 번 딱 감아 수치심을 참고 말했다.
“나 아까부터 계속 간지러운데 그럼 네가…… 안 긁어 줄 거잖…….”
다행히 카밀루스는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온에게 단번에 넘어왔다.
확, 하고 한순간에 이온을 침대에 엎드리게 한 채 위로 올라탄 카밀루스가 허벅지를 벌려 내며 제 눈앞의 골짜기를 내려다보았다.
“이온, 너 진짜 왜 이렇게 겁이 없어? 응?”
그리고 연신 물으며 그곳을 제 검지와 중지로 슥 훑었다. 이온은 얼마 전 바로 그 자리를 스쳐 갔던 물의 질척임을 떠올리며 답했다.
“……거길, 만져 봤으니까.”
“…….”
“카밀루스, 네 이름 부르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