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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병약한 도련님이 되었습니다 (131)화 (131/317)

“그래서 만족스러웠어?” 

귀 뒤에서 넘어온 질문에 이온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허전하기만 했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카밀루스가 작게 웃는 기색이 느껴졌다. 귀 뒤에 붙은 입술이 살짝 휜 것이었다. 그러고 그는 지점에서 손가락을 멈추더니, 문득 손끝이 가던 길을 바꾸었다.

카밀루스가 갈림길의 중간에 손가락을 걸치며 속삭였다.

“날 받아들일 수 있겠어? 이렇게 닫혀 있는데?”

“아프게 안 할 거잖아.”

그거야 당연하지.

들릴 듯 말 듯 한숨 소리처럼 나직이 속삭인 카밀루스가 말을 이었다.

“그러고 싶으면 내 말 들어. 상체는 침대에 붙여.”

침대에서 듣는 것치고는 감언이설 따위 없는 꽤 단호한 말이었다. 그에 이온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말대로 상체를 밑으로 내렸다.

다행히 카밀루스를 붙잡는 순간 딸꾹질이 멈추어 가슴의 답답함도 사라졌기에 베개도 꼭 안고서 안정적인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아래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습기 가득한 동굴로 향하는 길이 열린 것이었다.

카밀루스는 아까와 같이 이온의 등 뒤에 제 가슴을 붙였다.

“젖어 있네, 이온.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이온은 제 얇은 드레스 셔츠 너머에서도 느껴지는 매끈한 근육의 존재감에 제 몸을 살짝 움츠렸다. 베개를 더 깊게 얼싸안은 이온이 부끄러움을 참으며 물어봤다.

“……거기에 정말 아기 방이 있어?”

자궁이라고 하기에는 입에 붙지를 않았다. 원래는 제게 있어서는 안 되는 기관이니까.

이온의 민망함을 이해한다는 듯 카밀루스는 비웃거나 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꾸해 주었다.

“이따 찾아볼게. 일단은 조심히 해야 하니까 기다려.”

“진짜로 아이가 생길 수는 있는 거야?”

“무서워?”

“아니, 너무 말이 안 돼서…….”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를 모두 가지고 있는 기괴한 사람에 대해서는 어디선가 한 번 들은 적은 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엄연히 남자로 살아온 세월이 20년이 넘은 터라 이온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였다. 카밀루스에게 저주에 대해서 들은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카밀루스는 이온에게 실제로 그런 건진 모르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으로 미래를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저주를 이용하는 마음이라 마음엔 안 들지만…… 그래도 경이롭겠지? 너랑 내 아이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거니까. 어떤 아이가 나오든 난 사랑해 줄 거야.”

“아, 읏……!”

말을 듣던 와중 사타구니가 갑자기 확 땅기는 느낌에 이온이 다리를 좁히자, 카밀루스가 손의 움직임을 멈췄다.

“미안, 놀랐어?”

곧바로 사과하는 말에 이온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조, 좋아.”

그에 작게 그렇냐고 되물은 카밀루스가 물기를 밀어내며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약간씩 찌릿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처음엔 쾌감보다는 긴장감의 힘이 더 셌던 탓에 이온이 어깨를 잔뜩 굳히자 카밀루스가 뒤에서 달랬다.

“긴장하지 마, 부드럽게 할게.”

“……키스해 줘.”

이온이 입맞춤을 요구하며 고개를 살짝 돌리자 카밀루스가 웃으며 입술을 겹쳐 왔다. 하지만 입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물소리가 질컥거리자 누워 있는데도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느긋이 문지르며 공간을 넓히던 카밀루스는 손가락의 갯수를 늘리더니, 이온이 이전에 물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손가락 사이의 간격을 벌렸다.

그 때문에 이온의 머릿속에 그때의 기억이 어른거리기 시작할 무렵, 카밀루스가 마침맞게 물음을 던졌다.

“날 상상하면서 얼마나 좋았어?”

이온은 바로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앗, 하는 신음이 먼저 흘러나왔다. 그 달콤한 소리에 카밀루스가 다음 말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는데, 이온은 예상과 다르게 퉁명스러운 태도였다.

막상 감상을 읊으려니 막 꼴사납게 울다가 코피가 흘러서 쓰러질 뻔한 자신이 떠오른 탓이었다.

“안 좋았어.”

“왜?”

“네가 거지 같아서…… 흑!”

말이 완성되기 전에 카밀루스의 보복이 들어왔다. 갑자기 확 찔러 오는 것에 이온이 숨을 크게 들이켜자, 카밀루스가 쿡 웃었다.

“혼자선 여기까진 안 됐겠다, 이온.”

“아, 아……!”

이어 일부러 괴롭히는 게 틀림없는 손짓이 이어졌다. 이온은 다리가 아까보다 더 격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허리를 휘었다.

“나쁜…… 나쁜, 자식.”

“나쁜 건 너도 마찬가지야.”

다음 순간 이온은 숨을 허억, 하고 크게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돌연 뽑히듯 빠져나가서 뒤가 허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있던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 탓에 다리 사이가 은근히 젖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물기가 흘러나오는 근원에, 카밀루스가 제 몸을 가져다 댔다.

둔덕 사이의 오목한 부분에 맨살이 닿았다. 하지만 아직은 저와 하나가 될 생각이 없는지, 카밀루스가 밑으로 지나치기만 했다. 그렇지만 문질러지는 것에 이온은 제 아랫배의 더 아래쪽이 건드려지자 요의와 같은 자극을 느꼈다.

“아, 아흐…….”

왜 겉에서 얼쩡거리기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그리 정숙하지 못했다.

마치 종잇장이 스치는 것처럼 슥, 슥 지나치는 소리가 제법 날카롭게 울렸다. 이온의 다리 아래에 깔려 있는 이불 위로 정염의 증거가 톡톡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에, 이온이 견디지 못하고 다리를 좁힌 순간이었다.

하, 하고 작은 한숨 소리와 함께 카밀루스가 돌연 움직임을 멈췄다.

이온은 제 가운데로 왈칵 쏟아진 증거들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왜, 왜 벌써.”

카밀루스가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입김 때문에 귓가가 무척 간지러웠다. 카밀루스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온의 발간 귓바퀴를 깨물며 속삭였다.

“아프게 안 한다고 했잖아.”

그럼 여기서 끝이야?

그렇게 물으려 했지만 이온은 곧 그런 의미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갑자기 침입해 들어온 낯선 물건 때문이었다.

왜 욕망하면서도 변죽만 울리는지 궁금했었는데, 카밀루스는 일부러 연하고 말랑하게 만들기 위해 그랬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약간 흐물흐물하게까지 느껴졌던 감촉은 금세 달라졌다. 가운데에 딱딱한 축이 생겨 나가는 것을, 이온은 제 온몸으로 선명히 느껴야만 했다.

그 생경한 감각에 이온이 놀라자 카밀루스가 이온의 몸을 제 몸으로 덮으며 베개 아래에 깔려 있던 손목을 붙잡아 왔다.

제 지배 아래에서 멀어지지 말라는 듯이.

“괜찮아, 금방 꽉 채워질 거니까…….”

“버, 벌써.”

벌써 자라고 있었다.

실칼처럼 얇았던 축은 점점 굵고 강해졌지만 실력 좋은 요리사의 칼처럼 그 끝은 점점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그런 것을 두고서 소요하는 듯이 느긋이 나아가는 움직임이 기묘한 느낌을 일으켜, 이온은 다리에 힘을 바짝 주었다.

그러자 아까보다 좀 더 예민하게 그것을 느낀 카밀루스가 쉬이, 하고 어린아이를 달래는 소리를 냈다.

“긴장 풀고. 괜찮아.”

음악으로 따지면 안단테 정도의 느린 속도로, 카밀루스는 침대를 삐걱삐걱 울렸다. 그러나 그의 욕정이 솟아오르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이온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아귀힘이 점점 강해졌으니까.

“아, 응…….”

이온이 옅은 신음을 흘린 순간, 카밀루스가 방금 전 제가 지나 왔던 지점으로 돌아가며 물었다.

“여기…… 어때?”

그도 목소리에 숨소리가 많이 섞이기 시작했다.

“느낌이 이상해, 흐으…… 읏!”

잠깐 뒤로 물러나는가 했던 것이 미세하게나마 앞으로 되돌아온 순간 이온이 몸을 파득 튕겼다.

그리고 이온은 제가 느끼지 못한 새에 공간이 빠듯하게 채워졌음을 깨닫고 당황했다.

한데 그 와중에 이온을 배려하는지 카밀루스는 달뜬 숨을 토해 내면서도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물론 그의 느긋함 때문에 더 안달 나는 건 바로 이온이었다.

하아, 하…….

게다가 숨 역시 가빠져 왔다. 점점 강해지는 압박감 때문에 기본적인 숨 쉬기조차 힘에 부쳐 버거워졌다.

이러다 머리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기절해 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카밀루스가 깊숙한 곳으로 진입할수록 숨 조절은 그만큼 제대로 되지 않았다.

카밀루스도 심상치 않은 숨결과 등의 들썩임 때문에 이온의 증상을 알아차렸는지 한마디 했다.

“이온, 심호흡.”

그가 상기시켜 준 덕에 이온은 배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렇지만 아마 카밀루스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이온의 배근육들이 더 심하게 경직될 것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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