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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병약한 도련님이 되었습니다 (198)화 (198/317)

“뀨!” 

그러고 칭찬해 달라는 듯이 이온에게 몸을 비볐다. 이온은 얼떨결에 욤뇽이에게 뽀뽀까지 해 주다가 카밀루스의 눈총을 받고 그만 영상에 집중했다.

탑의 1층에 내려간 욤뇽이가 한 다음 행동은, 1층 어딘가에 있는 비밀 통로를 찾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언가 있다는 걸 확신하지 못한 듯 1층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기웃기웃하던 욤뇽이가 어두운 구석의 어느 한 지점에서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바닥에 바짝 붙은 듯 시선을 낮추고 그것을 뚫어져라 보다가, 얼마 안 가 손을 가져다 댔다.

이어 빠직, 하고 바닥의 돌이 잘게 부서지는 소리가 나자 욤뇽이는 두더지처럼 그곳의 돌과 이어지는 땅을 조금 파냈다.

그러고 얼마 안 가 동그랗게 파낸 구멍의 안쪽에, 머리부터 툭 떨어졌다.

원체 몸이 작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꽤 길게 추락한 욤뇽이의 눈앞에 펼쳐진 건 굵고, 긴 통로였다.

그것도 지하인데 어떤 기운으로 가득 차 별이 내려앉은 듯 주변이 반짝거리는 가운데, 파란 연기가 떠도는 곳이었다.

욤뇽이는 바로 이거라며 바로 그 지점에서 작은 손으로 영상을 가리키고 난리였다.

“꾸, 꾸우!”

자기가 보여 주고 싶은 게 바로 이거라는 의미였다.

정지 화면인 것처럼 한동안 통로 안쪽이 가만히 비쳐졌다. 별세계를 마주한 욤뇽이가 신비함에 멍하니 앞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인 것 같기도 했다.

이온 역시 지하인데도 밝게 밝혀져 있는 통로를 들여다보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영상을 들여다보던 카밀루스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마나로 가득 찬 공간으로 보여. 그 녀석이 작은 틈으로 새어 나오는 마나의 기운을 느끼고 땅을 판 것일지도.”

“저때가 기억나? 카밀루스의 말이 맞아?”

이온이 곧장 묻자, 욤뇽이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본인도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의 일이고, 시간도 꽤 많이 지나서 헷갈려 하는 것 같기는 했다.

게다가 당시의 욤뇽이가 의식을 잃기라도 한 걸까. 영상은 그 이후로 끊겼다.

욤뇽이는 그게 못내 아쉬운 듯이 제 기억 구슬을 소중하게 끌어안고서 작게 끙끙거렸다.

“꾸우, 꾸…….”

그리고 지금까지의 영상을 머릿속으로 되짚어 본 이온이 욤뇽이가 무얼 전하고 싶은 건지 제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

“다행히 너랑 날 이간질하려는 목적은 아니고…… 네가 마나석을 만드는 걸 보고서 이 기억이 떠올랐던 모양인데? 원래는 욤뇽이도 이 통로를 본 걸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

“뀨!”

이온의 말에 욤뇽이가 바로 그것이라는 양, 기쁨의 소리를 냈다. 이온이 제 말에 호응해 준 욤뇽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생긋 웃자 녀석이 더 예뻐해 달라는 의미로 이온의 품에 제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물론 녀석이 이온에게 달라붙어 있는 꼴을 못마땅해하는 눈으로 보던 카밀루스가 한마디 툭 던졌다.

“생각해 보니 너, 그 구슬 다시 삼켜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에 항창 이온에게 안겨 신나 하던 욤뇽이가 눈을 깜빡거렸다.

“꾸우……?”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욤뇽이에게 카밀루스가 앞으로 오른손을 내밀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내놓으라고, 그 구슬.”

“뀨!”

순간 신변의 위협을 느낀 욤뇽이가 이온의 품에서 벗어나, 그의 등 뒤로 쏙 숨었다. 그렇게 소파와 이온 사이의 틈에 몸을 들이고 욤뇽이는 바들바들 떨며 카밀루스를 슬쩍 흘겨보았다.

“꾸, 꾸!”

내 기억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한텐 절대 못 준다고 외치는 욤뇽이의 건방진 반응을 확인한 카밀루스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통로가 있다는 것만 알면 뭘 해? 방향이 어딘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네가 하도 돌아다녀서 한참 들여다봐야 하게 생겼는데.”

“꾸우.”

“잡으러 가기 전에 순순히 내놔.”

이온은 카밀루스의 설명에도 여전히 순순히 건네기는 싫은 듯이 제 등 뒤에 더 깊게 숨어 버리는 욤뇽이를 보면서 웃었다. 그러다가 카밀루스와 한번 눈짓을 주고받고는 자세를 틀었다.

욤뇽이가 제 몸보다 조금 작은 기억 구슬을 꼭 안고 있는 귀여운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음을 삼킨 이온이 녀석을 두 손으로 쏙 들어 올렸다.

상대가 이온인 터라 무방비하게 잡혀 허공에 떠오른 욤뇽이가 두 눈을 깜빡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온은 그런 욤뇽이를 그대로 카밀루스 앞에 내밀었다.

“자.”

“뀨?”

욤뇽이는 카밀루스의 손이 닿을 때까지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이온과 카밀루스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가 카밀루스가 작은 드래곤을 제 품에 안고 손으로 안겨 있던 구슬을 튕기듯이 빼내자 입을 벌렸다.

그다음에야 제가 방심한 틈에 이온이 저를 배신했음을 알아차린 욤뇽이가 커다란 물빛 눈으로 맞은편의 이온을 바라보았다.

“꾸, 꾸?”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욤뇽이에게 이온은 민망하게 웃어 보였다.

“미안, 욤뇽아. 이번만큼은 내가 카밀루스 편이라…….”

“꾸우?”

배신에 쐐기를 박는 이온의 발언에 욤뇽이가 동그랗게 뜬 두 눈에 눈물을 쌓기 시작했다.

설마 저 대신 카밀루스의 편을 들 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온의 배신에 욤뇽이가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이온은 그런 아기 드래곤의 반응에 위기감을 느꼈다. 하루 종일 훌쩍거리며 우는 욤뇽이를 달래야 할 것 같다는 위기감…….

예상대로 욤뇽이가 두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서러움 가득 담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꾸, 꾸응, 꾸으응…….”

지난번 엄마 아빠가 누구냐고 물었던 때보다 더 심한 울음이었다.

* * *

“욤뇽아, 욤뇽아아.”

이온은 바닥에 거의 눕다시피 몸을 낮춘 채, 침대 밑에 숨은 채 좀처럼 나오지 않는 욤뇽이를 불렀다.

그렇지만 욤뇽이는 이온의 부름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쿠키 그릇을 침대 바깥에 놓고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쿠키 귀신이 쿠키를 마다하다니, 삐쳐도 단단히 삐친 게 분명했다.

‘좀 심하긴 했나…….’

이온은 결국 마음이 약해져 그냥 침대 아래쪽에 그릇을 밀어 넣어 준 뒤 아직 카밀루스가 있을 집무실로 향했다.

아직 몸을 회복하고 있어 마나 운용을 자제해야 하는 탓에 기억 구슬의 영상을 띄워 놓고 분석할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황실 도서관에서 얻었던 탑과 성전의 도면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고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온이 오자 넌지시 물었다.

“이온, 저번에 공작이 했던 말 기억해? 선황이 연회에서 내 어머니에게 고백하기 전에 어떤 백작한테 들었다는 이야기 말이야.”

이온은 카밀루스의 맞은편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레이거 공작이 예전의 일에 대해 이야기해 준 건 얼마 안 된 일이기도 하고, 그때 워낙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미아블레 가문이 클로델 황가와 결합하면 블랑셰의 진노를 살 거라고 했던 거?”

“그래, 그리고 미아블레 초대 후작은 성전을 관리하던 지기라고 했지…….”

카밀루스의 말을 듣던 이온은 뭔가를 떠올리고 자리에서 도로 일어나 제 책상 앞으로 갔다. 그러고는 책상 주변에 불규칙하게 쌓인 것처럼 보이는 서류들 사이에서 제가 원하던 서류 뭉치 하나를 꺼냈다.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나도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해 봤었어. 미아블레 가문에 대해서.”

그에 카밀루스가 이온이 있는 쪽으로 몸을 틀며 서둘러 대꾸했다.

“뭔가 있었나?”

이온은 안경을 끼고 서류를 넘기며 중얼거렸다.

“글쎄, 성전의 명맥이 끊기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그거와 관련한 걸로 특별해 보이는 건 딱히 없어 보였어. 물론 성전 자체에 대한 지식이 많지는 않으니 발견 못 했을지도 모르지만.”

발견 못 했다는 말을 들은 카밀루스가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온의 말대로 이제 와 성전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고, 그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아마 이온이 찾지 못했다면 카밀루스가 들여다본다고 해서 별다른 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카밀루스는 그런 방면으로는 이온의 통찰력을 꽤 신뢰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온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그쪽 집안의 정체성이 그런 거면 작위 계승자에게 뭔가 물려주는 물건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알아봤는데…….”

카밀루스가 얼른 물었다.

“뭔가 있긴 있었나?”

이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있었지. 그런 건 어느 가문에나 흔하잖아?”

도로 카밀루스 앞으로 걸어온 이온이 탁자 위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이온은 그곳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게 실물 크기래.”

그림 속의 물건은 한 뼘 정도 되는 크기의, 레갈리아를 축소해 놓은 듯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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