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35)

  

꿈을 꿀 땐 대부분 꿈인 줄 알고 꾸는 경우가 많다. 분명 나는 꿈인 걸 알고 있는데 꿈이 하도 익숙한 풍경을 보여줘서 하마터면 꿈인 줄 모를 뻔했다. 난 또 빨간 빤쓰를 입고 있고, 목에는 석희가 준 개 목걸이가 차져 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있으며 그걸 석희가 바로 옆에 누워서 가만히 보고만 있다. 분명 꿈일 거다. 왜냐면 난 태종이 집에서 지내고 있어 석희를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꿈인지 생시인지 파악하기 위해 내 머리를 한 대 때려보자 이상하게 아프다. 세상에, 이렇게 현실적인 꿈이 다 있다니, 처음 알았다. 내가 꾸는 꿈은 사람이 된 깍두기가 돌아다니는 게 대부분이라 이렇게 현실적인 꿈은 또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몹시 당황하고 있다. 만일 꿈이라면 석희가 갑자기 깍두기로 변신할 거다.

  

혹시나 싶어 석희의 볼을 핥아봤다. 근데 깍두기 맛이 안 난다. 이상하네, 내 꿈속에 나오는 인간들 전부는 결국 깍두기로 변하는데.

  

드디어 나도 인간다운 꿈을 꾸게 된 모양이다.

  

좀 졸려서 다시 내가 누웠던 자리로 돌아가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석희가 나를 끌어당겨서 안는다. 꿈이라면 뜨뜻하고 차가운 기운도 못 느껴야 정상이다. 근데 난 정상이 아닌가 보다. 하긴, 원래부터 내가 정상이 아닌 것 같긴 했다. 꿈속에서조차 체온을 느낄 줄 알게 되어버렸다. 난 진짜 사람이 아닌가…….

  

심심해서 석희의 코를 막 잡아당겼다. 입술도 막 잡아당겨보고, 코를 올려서 돼지코도 만들어봤다. 그 잘생긴 얼굴이 이렇게 망가지니 내 속이 다 시원하다. 눈꺼풀도 막 올려서 눈알이 다 드러나게도 해봤다. 왠지 내가 이 세상 보통 남자들의 대표가 되어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테러해주는 느낌이 든다. 신이 나서 콧구멍에 손가락을 쑤셨더니 가만히 있던 석희가 드디어 비명소리를 냈다. 얘 소리 지를 줄도 아는 구나.

  

머리도 몇 가닥 뽑아가면서 마저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석희가 반항하기 시작했다. 감히 꿈속의 주인인 나한테 대항한다. 그래서 불알을 까버리자 온 몸을 돌돌 말면서 제 가랑이에 손을 넣는다. 온 세상 여자들이 이 장면을 봤으면 좋겠다. 아무리 잘생겨도 이 새끼 역시 남자라는 거다.

  

한참 고통과 싸우다가 쪼개고 있는 나를 다시 바라보는 석희가 허옇게 뜬 얼굴로 숨을 몰아쉬더니 갑자기 실실 쪼갠다. 말도 안 된다. 지 불알을 깐 놈한테 저렇게 이쁘게 웃다니, 역시 잘생긴 사람은 뭔가 다른가 보다.

  

“모르겠어.”

  

귀신도 물어본 적 없는데 갑자기 혼자 대답하는 석희가 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불알을 까인 충격으로 저러는 것 같다. 잘생기든 못생기든 결국 다 까보면 똑같은 사람이다.

  

“내 얼굴에 토를 해도 같이 있고 싶어.”

  

저번에 차에서 토한 얘긴가 보다. 그 땐 진짜 미안했다. 미안하고 아주 쪽팔려서 진짜 확 디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지금 생각만 해도 일단 석희부터 죽여 없애고 내 골통을 까부숴서 그 부분을 기억하는 뇌의 일부를 잘라내 버리고 싶다. 그리고 석희의 차를 불태워 폭파시켜 내가 토했다는 모든 증거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리고 싶다. 만일 그 사실을 태종이가 알게 된다면 난 그대로 벼랑에 몸을 던져버릴 거다.

  

그 정도로 창피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석희가 못마땅해서 한 번 더 차려다가 배가 계속 울려대는 걸 느꼈다. 꿈속인데 왜 배가 고프지, 거기서부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거 혹시 꿈이 아닌 게 아닐까, 그럼 나 지금까지 뭐 한 거지, 왜 여기 이러고 있지, 그럼 태종이네 집에 다시 들어간 게 꿈이었나 싶다.

  

어디서부터가 꿈이고 생신지 아리까리하다. 머리가 멍멍하지만 배가 고파서 일단 뭐부터 좀 먹고 싶다.

  

“나 밥.”

“밥?”

“응.”

  

내 말 어느 부분이 웃긴지 또 쪼개는 석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부잣집에 왔으면 일단 밥은 먹고 가야할 것 같다. 얻어먹을 수 있는 건 다 얻어먹고 가야지. 내가 잠버릇이 험해서 여기까지 굴러왔나 싶을 정도로 이 집에 오게 된 계기가 기억 안 난다. 그래도 막상 오니까 또 석현이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그 때 그렇게 그냥 가 버려서 많이 섭섭했을 거다. 내 똥꼬를 만지긴 했지만 그거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니 일단 어른답게 다 용서해주고 만나야겠다.

  

석희가 내 밥을 주려고 방을 나가있는 동안 카펫 위로 슬라이딩을 하면서 놀다가 밖으로 나갔다. 이상하게 집안이 조용하다. 언제 봐도 깨끗한 벽에는 무슨 액자들이 이쁘장하게 걸려 있다. 깨끗하기만 한 태종이 집하고는 너무 비교된다. 일단 조그만 액자 하나를 빼서 옆구리에 꼈다. 태종이 줘야겠다.

  

그 밑에 길쭉한 문갑 위로 조그맣고 귀여운 화분들도 있다. 그 중 가장 귀여운 걸로 골라서 집었다. 이것도 태종이 줘야겠다.

  

근데, ‘내가 이렇게 저를 챙겨 줬는데 이걸 자기 여자친구한테 줘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냥 그 문갑 위에 다 올려놓고 바깥쪽으로 나왔다. 늘 있는 허허벌판 한 가운데 소파 몇 개가 덩그러니 있다. 그 위로 다이빙해서 몸을 펄쩍 펄쩍 튕겼더니 진짜 신난다. 할 수만 있다면 이 푹신한 소파도 가져가고 싶다. 집이 워낙 좁아서 들어가지도 않지만 그래도 줬으면 좋겠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마냥 펄쩍거리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내 그지 같은 행동을 석희가 구경하고 있었다. 발견하는 동시에 쪽팔려서 그만 하고 소파에서 나오자 내가 일어나는 즉시 기다렸다고 내 몸을 확 끌어안는다.

  

내 머리에 코를 비비는 석희의 팔 힘 때문에 등딱지가 다 파괴될 것 같다.

  

“이제 절대 못 나가, 다 내 꺼야.”

“뭐, 나?”

“절대 다른 데 못 가, 여기서 나하고 지내야 해. 이제부터 계속 나랑 같이 목욕하고, 나랑 같이 밥 먹고…….”

  

지금 보니까 석희 얼굴이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변해있다. 뭔 상황인지 잘 파악이 안 되어서 일단 석희 품으로부터 빠져나오려고 했더니 더 열심히 끌어당긴다.

  

“니가 너무 좋아, 너만 생각나고 너랑 같이 있고 싶어.”

“고마운데 나 지금 돈만 받고 빨리 가 봐야 되거든?”

“어딜 가는데?”

“어디긴, 집이지.”

“여기도 집이야.”

“아니, 난 태종이한테 가야 돼.”

“태종이? 그 엄마 같다는 사람?”

  

몸부림을 멈추고 석희의 목석같던 얼굴을 올려다봤다. 확실히 나는 석희에게 태종이를 엄마 같은 존재라고 일러두었었다. 그 때는 정말 그 말 밖에 생각이 안 나서 그랬다. 그런데 지금 들어보니 왠지 좀 기분이 나쁘다. 다른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라 그런가, 이상하게 뭔가를 부정하는 느낌이 든다. 그게 뭔지는 모른다.

  

일단 석희를 끌어 당겨 소파에 앉혔다. 이 사람에게 그냥 막무가내로 안 된다는 소리를 백날 해봐야 안 통할 것 같다. 별로 보통 사람 같지 않은 내가 이 사람을 어느 정도 설득 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지만 일단 시도는 해봐야겠다. 안 되면 태종이를 불러서 설득하라고 해야겠다. 나보다 백배는 똑똑하니 이 사람을 이해시키는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을 거다.

  

나는 일단 석희의 손을 끌어 쥐었다.

  

“그러니까, 날 영원히 여기서 키우겠다고?”

“응.”

“매일 같이 밥 먹고 목욕한다고?”

“응.”

“잘 생각해봐, 내가 너를 형이라고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잖아.”

“응.”

“그럼 나보다도 조금은 더 분별력 있을 거 아니야, 조금 더 상식이 풍부하고, 적어도 나보다는 사회 경험이 많을 거 아니야?”

“응.”

“그럼 날 키우겠다는 게 완전히 말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지?”

“왜?”

  

평소보다 더 멍해 보이는 석희 표정에 내 이마를 주먹으로 치면서 짜증을 가라앉혔다.

  

“나, 나도 차라리 키워지는 게 훨씬 편하고 좋아, 일 안 해도 되잖아. 그런데……. 지금은 내 모습이 보기 좋아서 옆에 끼고 다닌다 쳐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너도 결혼을 할 거 아니야? 그 때 되어서 집안에 부인도 있는데 나하고 계속 밥 먹고 목욕할 수 있어?”

“결혼 안 해.”

“뭐, 뭐? 왜 안 해?”

“여자는 싫어, 신경 써야할 게 너무 많아.”

“넌 야동도 게이물만 보지?”

“응.”

“그……. 씨발 몰라, 마음대로 해.”

  

열 받아서 드러누워 버렸다. 매사에 의욕도 없고 무신경한 내가 설득이란 걸 하려는데 뭐 하나 따라주는 게 없다. 집에서도 개처럼 키워져서 평생을 개로 살다 죽을 팔자인 모양이다. 곧 있으면 석현이도 오겠고, 석훈이도 오겠다. 그 둘이 오면 더욱 설득하기 힘들어질 거다. 특히 석현이는 내 다리라도 잘라가며 못 가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난 어떡하지, 정말 돌아버리겠다.

  

이정도로 간절하게 태종이에게 돌아가고 싶었던 적은 진짜 처음인 것 같다. 이 집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불안하고 초조한지 진짜 돌아버릴 것 같다. 보아하니 한나절은 꼬박 잠만 잔 것 같고, 집에선 또 내가 없어진 걸 알고 태종이가 얼마나 걱정할지 눈에 선하다.

  

아니, 이 쯤 되면 태종이가 날 지겨워할 거다. 죽어라 지 말 안 듣고 쏘다니다 이렇게 된 거니 이젠 저도 모른다고 등 돌려버릴 수도 있다. 나라도 그럴 거다.

  

뭔가 이상한 기분에 온 몸이 펄떡 뛰었다. 깜짝 놀라서 내 몸을 내려다보자 석희가 내 목을 물고 빨면서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있다. 게이영상만 보고 딸 잡았다던 석희는 겉보기와 달리 게이다. 아마 모두에게 비밀로 했을 거다. 게이가 아니었다면 나 같은 놈한테 혹하지 않았을 거다. 대체 내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이러는 걸까, 별로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없는데.

  

내 빤쓰 위를 주무르던 손을 발버둥 쳐가며 떼어냈다. 거긴 태종이만 만질 수 있는 데다.

  

“건드리지 마!”

“조용히 해.”

  

내 다리를 붙잡아 누르는 손을 손톱을 세워가며 떼어내고 소파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또 발목을 붙잡혀 바닥으로 패대기쳐졌다. 복날 개 다루듯이 날 다루려는 것 같다. 내 인생은. 내 팔자는 왜 이 모양일까, 집에서는 이수와 아빠한테, 밖에서는 돌멩이들에게 성추행 당하기 바쁘다. 아니지, 이건 성폭행이다. 남자로 태어난 내가 왜 이런 성폭행을 자주 당해야 하는 걸까? 내가 엄마를 닮았기 때문에?

  

바닥에 부딪힌 코와 앞니 때문에 얼얼해서 잠깐 정신줄을 놓다가 내 빤쓰를 정성들여 찢는 석희 때문에 이성을 되찾고 다시 발길질을 시작했다. 나름대로 몇 방은 성공시켰어도 의외로 석희는 맷집이 셌다. 겉보기에 말라보이고 맹해보여도 남자긴 남자라는 거다. 돈 많은 놈 치고 군대 제대로 간 놈 못 봤는데, 대신 이 새끼는 따로 운동이라도 하나 보다.

  

그래도 지속적인 반항에 진도를 못 나가니까 지 나름대로 화났다고 다짜고짜 내 고추를 세게 쥐었다. 진짜로 터지는 게 아닌가 하고 고통에 몸부림을 칠 때마다 내 고추를 쥔 손에 더욱 힘을 가하면서 나를 진정시키려고 한다. 아니, 나를 기절시킬 작정이다. 진짜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내……. 내 그시기, 그시기 빨리 놔 줘, 제발……. 내, 내 그시기…….”

“지금 장난 하는 걸로 보여?”

“으, 흐흐흐, 너도 내가 장난 하는 걸로 보, 보이냐고, 씨발……. 내 그시기 제발, 진짜 아오, 씨발, 으흐흐흑…….”

  

안 그래도 세게 쥐었으면서 거기서 더 세게 쥘 힘이 남아있던 석희가 더 힘을 넣었다.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서 눈물이 줄줄줄 흐른다. 아까 불알 깠다고 단단히 복수하려는 거다.

  

“하, 항복, 항복! 제, 제발 그만 놔줘, 씨발……. 그래, 나 다 따먹어, 그냥 나 걸레 한다, 걸레 할 테니까 그냥 나 따먹어!”

“걸레가 아니라 개지.”

“오냐, 개새끼 한다, 씨발 새끼야! 나 사람 새끼 아니야, 개새끼야! 개새끼 따먹어라, 사람 새끼도 아니고 개새끼…….”

  

내 머리에 팔을 두르고 병신처럼 펑펑 울었다. 소리도 크게 내 가며 울고 있으면 보통 양심 있는 새끼들은 알아서 떨어지기 마련이다. 근데 이미 석희에겐 그런 것 따윈 안중에도 없나 보다. 한참 내 우는 꼴을 내려다보기에 그래도 효과가 있나 싶었더니 내 엉덩이를 벌려가며 똥꼬를 핥는다. 처우는 사람 똥꼬 핥으면 되겠냐고, 사람이 되어서! 사람이 울면 달래줘야 한다고 엄마가 안 그러냐?

  

서러워서 더 큰 소리로 빽빽 울고 있자 이제야 좀 효과가 나타나서 석희의 입이 내 똥꼬로부터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 드러운 똥꼬는 왜 빠는 거야, 진짜 이해할 수가 없다. 난 아무리 태종이가 좋아도 태종이 똥꼬를 빨고 싶진 않다. 돌멩이 형제들은 대체 가정교육을 어떤 식으로 받아서 이런 곳만 밝히는지 진짜 궁금하다.

  

왠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 같아 울음을 그치고 석희를 올려다보자 석희가 내 얼굴을 한참 바라보는 게 보인다. 지도 인간이라고 내가 불쌍해 보였던 거다. 일부러 거기다대고 최대한 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올려다보고 있었더니 석희 얼굴이 벌게진다. 불쌍해서 나오는 표정은 아닌 것 같다. 왜 저러지.

  

“저번에.”

  

갑자기 입을 여는 석희는 한 번 입을 댔었는지 번들거리는 자신의 손가락을 내 똥꼬로 가져가면서 마저 말을 한다. 뭔 짓 하려는지 무서워서 그 손가락에 시선을 계속 두고 있자 그 손가락이 내 똥꼬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느낌에 입을 열었다.

  

“워메.”

  

쭉쭉 들어가는 손가락 덕분에 내가 드디어 똥꼬를 따이는 준비단계에 들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지, 고등학교 때도 똥꼬에 이물질이 들어간 적이 있었긴 하다. 친구들하고 목욕탕에 갔었을 때다. 나는 셔츠를 벗다가 꼬여서 태종이가 옆에서 도와주고 있었고, 그걸 보고 다른 친구가 내게 장난을 치기 위해 똥침을 놓는다고 달려들었었다. 그 때 하필이면 하반신을 전부 벗은 상태인데다가 셔츠에서 목을 빼내기 위해 상체를 숙이는 동시에 그 손가락이 내 똥꼬로 돌진해 버렸었다.

  

그 때 그 새끼가 드럽다고 난리치면서 제 손가락을 벅벅 닦던 게 생각난다. 게다가 내 드러운 똥꼬 안에 손가락이 들어갔었던 것만으로도 억울하고 서러울 텐데 그 친구는 이유 없이 태종이한테 두들겨 맞아 목욕도 못 하고 목욕탕 밖으로 쫓겨나야했다.

  

하여튼, 난 지금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 그 때 일을 떠올리고 있다. 지금도 태종이가 나타나서 석희를 두들겨 패줬으면 좋겠다. 내 똥꼬 속을 들락날락 거리는 손가락이 진짜 드럽고 이상하다. 최근에 똥도 거의 안 싸서 뱃속에 많이 쌓여 있을 거다. 그럼 난 이 새끼가 손가락을 뽑는 순간 거기다가 똥을 한 사발 싸놓으면 되는 거다.

  

근데 그렇게 생각해봐야 어떻게 쪽팔리게 남 보는 앞에서 똥을 눠, 멀미 했던 것도 죽고 싶을 정도로 쪽팔려 미치겠는데 만일 똥을 누게 되면 진짜 여기 옥상 위로 올라가 몸을 던져버릴 거다.

  

“니가 석현이한테 당했다고 욕실에서 울면서 뛰쳐나왔을 때.”

“으, 흐윽, 아이고 죽겠다……. 으윽, 내 똥꼬, 씨발……. 씨발, 내 똥꼬가 뭔 죄야, 가뜩이나 제 기능도 못 하고 사는데, 씨발……. 흐으윽, 으윽, 아이고 내 똥꼬야…….”

“평소엔 몰랐는데 우는 모습 보니 되게 이뻤어.”

“흐, 흐으, 아이고, 아이고 내 똥구멍, 존나 아퍼, 진짜 손가락만 넣은 거 맞냐, 똥구멍 터지겠네, 씨발……. 으응, 흑, 흐으윽……. 워메, 씨발, 엄마야, 아, 아퍼!”

“그 뒤로 이상하게 니가 하는 짓이 다 이뻐 보였어, 다른 사람 같았으면 혐오스럽게 여겼을 행동들도…….”

“아, 알았으니까 이제 빼, 나 이쁜 거 인정할 거니까 제발, 응? 진짜 나 참고 있긴 한데 너무 아프니까 그만 빼고 바, 밥 먹자, 응? 지금 안 빼면 니 손에 똥 싸질러 버릴 거야!”

“지금도 너무 좋아, 널 만질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 내 얼굴에 토를 하든 손에 똥을 누든 다 좋아.”

“자, 잠깐만!”

  

내 비명과도 같은 소리에 석희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 기분, 이 느낌, 그것은 신호!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괴력으로 석희를 쓰러뜨린 다음 엉덩이를 쥔 채 화장실로 달려갔다. 석희는 그 자리에서 꼼짝을 않고 있고,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변기에 엉덩이를 붙인 다음 간만에 맞는 쾌락에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거의 3일은 묵혀있던 것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게다가 끊기지 않고 주룩주룩 나온다. 제일 행복하다.

  

기분이 좋아 머리를 돌려가며 상모놀이를 하고 있는 와중 밖에 석희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얼떨결에 빠져나오긴 했네. 다 싸고 전화기 있는 방으로 얼른 들어가서 태종이한테 연락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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