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35)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는 당연히 어리니까 창피한 것을 몰랐다. 그 때 내가 다른 애들보다 유독 멍청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고추 내놓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내 고추를 본다고 해서 거기에 관해 부끄러움을 느끼진 않는다. 난 그딴 식이라서 영악한 애들은 나의 그런 점을 악용하기 바빴다. 그건 진짜로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2살 때가 아니라 2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나 자신이 여자같이 생겼다고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실제로 난 별로 여자같이 생기지 않았다. 동안 소리는 좀 듣지만 여성스럽거나 곱다는 소리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이 정도로 강조 했으니 내가 어떤 식으로 생겼는지 대충 감이 잡힐 거다. 키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난 그냥 남자다. 보통 남자일 뿐이다.

  

이 보통으로 생겨 먹었지만 이상하게 날 딱히 싫어하거나 혐오스럽게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뭔지 몰라도 반 애들은 날 아주 잘 챙겨줬고 내 얘기에 잘 웃어줬으며 내게 친절을 자주 베풀었다.

  

새 학기 때 맨 앞에 앉은 놈들은 자기 분단 애들 책 나눠주라는 말에 별 불만 없이 앞에 앉았던 내가 책들을 옮기려고 했더니,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 자기들이 알아서 가져가겠다고 했다. 처음엔 내가 그렇게 싫은가, 했더니 그들의 표정은 싫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애들은 실실 쪼개면서 나를 자리에 앉혀놓고 내 책을 챙겨줄 정도로 배려를 너무 많이 해줬었다.

  

또, 내가 샤프를 콧속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스릴을 즐기고 있었을 때였다. 그러다 누군가가 부딪쳐 버려서 코피가 빵 터졌고, 그걸 본 애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나를 업고 응급환자마냥 양호실까지 뛰어갔다. 코피 터진 건 나 하난데 양호실에는 다섯, 여섯 명 정도가 우르르 몰려갔다.

  

또, 고등학교 때는 거의 태종이와 다니면서 그런 친절을 많이 받아보진 못했지만 기회는 많았었다. 특히 아저씨들은 나를 엄청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빠 친구들도 그렇고, 한 번은 봉사활동시간에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가 아저씨들이 돗자리 펴고 술판 벌이는 그 주변을 돌 때였다. 아저씨들이 안주로 먹고 있던 멸치가 너무나 먹고 싶었었다. 고추장을 듬뿍 찍은 멸치, 정말 침이 한 되는 나와 그걸 계속 들이 마시고 있었다.

  

결국 몰래 훔쳐 먹기로 작정 하고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멸치를 집어 먹었다. 근데 너무 맛있어서 도저히 그냥 도망갈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자리에 앉아서 먹었더니 아저씨들은 날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자기들 술 따라주면 계속 먹게 해준다고 했다.

  

아저씨들 술 따라주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거기 있는 멸치란 멸치는 내가 다 먹었다. 그 때 아저씨들은 날 정말 이뻐했다. 이쁜이라고 부른 걸 보면 그렇다. 나중에 태종이에게 들켜서 이유 없이 두들겨 맞았지만 멸치는 정말 맛있었고 후회 없는 하루였다.

  

그건 그렇고, 이야기가 샜는데 하여튼 난 그래도 미움이란 걸 별로 받아본 적 없고 오히려 다들 날 꽤 좋아했었다.

  

때문에 초등학교 2학년의 내게 같은 반 녀석이 이상한 부탁을 해왔다. 지금도 멍청하고 뇌도 엉뚱한 곳에 붙어 있는 모양이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멍청했다.

  

“니 빤쓰 보여줘.”

  

갑자기 쉬는 시간에 옆 짝이 그랬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그 자리에서 바지를 벗어보였다. 정말 난 멍청하고 병신이었고 뇌도 2살 이후로 발달한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짝은 좋아라하며 다른 친구도 불러와 별로 볼 것 없는 내 빤쓰를 구경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진짜 본격적으로 이상한 부탁이 시작되었다.

  

“니 고추 보여줘.”

  

멍청하고 띨띨한 나는 바지와 빤쓰를 벗어보였다. 짝과 짝의 친구가 구경해도 별로 이상한 느낌이 없었다. 아마 그건 중학교 때도 한 번 그랬던 걸로 기억 된다. 나를 가지고 노는 건데 난 전혀 모른다. 그냥 닳는 것도 아니니 보여줘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목욕탕 가면 널린 게 그런 거니까.

  

갑자기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그 때의 기억은 아주 생생해서 지금 떠올리면 진짜 병신 같은 기분이라 자다가 이불을 백번 차도 그 느낌이 날아가지 않는다. 내 귀를 뜯어버리거나, 뜯는 바람에 생긴 구멍 속으로 빗을 꽂고 빙빙 돌리거나 해도 그 쪽팔림은 절대 지워질 것 같지 않다. 포크로 눈을 찍어대고 젓가락으로 똥꼬를 쑤신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 쪽팔리고 병신 같은 느낌이 지금 딱 그렇게 든다.

  

난 지금 진짜 죽어버리고 싶거나 내 몸을 잔인하게 괴롭혀버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눈물 펑펑, 콧물 펑펑, 침 펑펑! 게다가 내 그시기에서도 하얀 물이 펑펑 솟아버렸다. 이유는 당연히 태종이의 손을 허락한 나 때문이다. 태종이가 만진다는 것에 나는 허락하고 말았다.

  

다시 좀 전으로 돌아가, 태종이는 평소와 다르게 아주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내 온 몸을 씻겼다. 그런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나도 태종이의 온 몸을 씻겨주었다. 확실히 남을 씻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중간 중간 돌아본 태종이의 얼굴은 굉장히 벌겋게 헐떡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아주 귀여운 그 얼굴 때문에 더욱 열심히 씻겨주고 뽀뽀도 받아줬다.

  

따뜻하게 덥힌 바닥을 보다가 약간 못마땅해 보이던 태종이는 바닥에 수건을 깔았다. 욕조가 없다보니 마땅히 누울 곳이 없다는 거다. 왜 누워야 하는 진 몰라도 일단 누울 곳이 필요하다는 거다.

  

깨끗해지고 나쁜 냄새가 없어진 내 몸을 한참 내려다보던 태종이가 갑자기 실실 웃었다. 난 이렇게 태종이가 친절해질 때가 가장 좋다. 멍청하게 그 얼굴 보면서 따라 웃었더니 태종이가 또 날 끌어안고 입술을 내밀어왔다. 받아주다가 쪽팔려서 괜히 비누를 가지고 놀았더니 드디어 나를 그 수건 위로 눕혔다. 금방 금방 식는 타일 때문에 감기 든다고 말하며 내 머리를 쓸어 넘겨 준다.

  

머리를 감아서 올백이 된 머리가 쑥스러웠다.

  

“일수야.”

  

원래 이름은 종태지만 태종이라고 불리고 이방원이라고도 불리는 태종이가, 이름 자체가 별명인 나를 부른다. 나는 그게 정말 궁금했었다. 태종이는 지금까지 나를 이름으로 불렀을까, 별명으로 불렀을까? 이름을 부르는 기분으로 불렀을까, 별명 부르는 기분으로 날 불렀을까? 일수라는 이름을 별명으로 여기고 가볍게 대해온 건 아닐까?

  

애들이 나를 일수대출이라고 불렀다. 혹은 내가 일수가 아니라 한수가 될 뻔했다고 말하자 한수라고도 불렀다. 고등학교, 무슨 시간이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어떤 실험을 하기 위해 조를 짜 앉았다. 그 때 한 녀석이 그랬다.

  

‘일수는 이름 자체가 그냥 별명 같지 않냐?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그냥 별명 부르는 느낌 들어.’

  

아무에게도 말 안 한 게 있다. 나는 내 이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가 날 별명 부르듯이 부르고, 가볍게 대하는 게 싫다. 개를 모집하는 돌멩이 형제들에게 나는 뽀뽀였고, 개였고, 멍멍이였다. 고추 보여 달라면 보여주고 목에 개줄 걸라면 걸었다.

  

아빠도 날 그런 식으로 대해왔다. 나는 가볍고, 인형이고, 일쭈다. 한 놈도 빠지지 않고 비웃어도 그런 기분이 든다. 진지하게 날 한 사람으로서 대해주는 사람은 정말 없는 게 아닐까?

  

보통 사람들이 아는 남일수는 개일 수밖에 없고, 장난감일 수밖에 없고, 만만해서 아무렇게나 다뤄져도 상관없을 수밖에 없는 형이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 남일수는 일수라는, 별명 마냥 아주 가벼운 이름으로 불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삶은 별명만큼 가볍고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만일 태종이가 부르는 일수가 별명이 아닌 이름이었다면 그를 따라가겠다는 거다.

  

고등학교 때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난 태종이를 따라가고 싶다. 며칠이든, 몇 달이든, 몇 년이든 그를 쫓아다니면서 꾸중 듣고 혼나고 싶다.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해도 말리고 싶지 않다. 그저 멍청한 짓을 한 다음 혼나면 되는 거다. 이뤄진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어차피 태종이의 미래에 끼어들 생각조차 없었다. 그냥 같이 있는 게 좋을 뿐이다.

  

분명 태종이는 내가 교과서를 나눠줄 때 도와주지도 않았고, 양호실에 우르르 몰려드는 무리 속에 끼어있지도 않았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결 같이 샤프를 콧속에 넣으며 장난치고 있었다. 애들은 또 그런 짓 하다 코피 터진다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지나갔다. 그 와중 갑자기 멀찍이 있던 태종이가 다가와서 그 샤프를 빼앗아 놓고는 내 머리를 크게 한 대 쳤다. 놀라서 머리를 쥐고 올려다보는 나를 태종이는 굉장히 화가 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런 다음 욕을 한 바가지 하며 샤프로 코를 못 쑤시게 했다.

  

걷어갔던 공책을 나눠주라는 선생 말에 나눠주려고 했다가 애들이 우르르 몰려서 자신이 하겠다고 하자 또 태종이가 끼어들었다.

  

‘너 지진아냐, 이 정도 일 하나도 혼자 못 해?’

  

애들도 나도 멍청하게 놀라서 태종이를 보다가 하는 수 없이 내가 공책을 돌렸었다. 사실 그런 말 듣고 굉장히 우울해졌었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애들이 해주겠다고 먼저 나선 건데 괜히 나만 욕먹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수업시간 내내 책상에 코 박고 가만히 있었다가 쉬는 시간에 또 다가오는 태종이 때문에 당황해서 얼른 다음 시간 교과서를 꺼냈다. 왠지 범생이처럼 굴지 않으면 혼날 것 같았다.

  

하지만 태종이는 다른 이유로 나를 찾았다.

  

‘일수야, 나 지금 선생님 심부름 때문에 외출해야 하는데 같이 갈래?’

‘나랑?’

‘어 왜, 싫어?’

‘아니…….’

‘그래, 그럼 지금 빨리 일어나. 영어 오기 전에 얼른 나가자.’

  

태종이는 웃었다. 난 태종이와 나가서 햄버거도 먹고 놀다가 담임이 사오라고 시킨 거 뒤늦게 사들고 느지막이 들어가 싫은 수업은 다 빼먹을 수 있었다. 난 그 때 태종이가 진짜 좋아졌었다. 나를 정말 위하는 것 같았고 나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재밌는 성격도 아닌데 같이 있는 게 재밌다.

  

특히 날 혼낼 때, 무서운 표정으로 귓방망이를 날릴 때 아빠도 포기한 멍청한 날 혼내주는 게 좋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을 거야, 난 그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어. 왠지 졸업하고 나면 다신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초조하고 불안한 거야. 그래서 그 가기 귀찮은 팬시점에서 예쁜 편지지를 고르고 골라서 제일 좋아하는 펜으로 편지를 썼어.”

  

뭔 소린가 했더니 편지 얘긴가 보다. 어떤 년한테 썼는지 모를 편지다. 귀를 막고 고개를 돌리자 태종이 손이 내 목을 간지럼 태워가며 손을 치운다. 식식 웃자 태종이 입이 내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는다. 그와 동시에 손이 내 가슴으로 내려가 중요한 것을 찾고 있다. 하지만 난 벌써 내 가슴을 주무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 죽을 지경이다.

  

짜르르 울리는 쾌감에 허리를 펄쩍 펄쩍 떨면서 태종이의 엉덩이를 움켜쥐자 또 벌겋게 올라서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엉덩이도 얼굴도 다 잘생긴 태종이는 정말 일찍 결혼할 거다.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애들이 알잖아, 그래서 책상 서랍에 넣어 놨는데 니가 계속 모르더라고. 아무리 책을 꺼냈다 넣어도 내 편지는 걸리질 않는 거야. 수업 다 끝나고 너 먼저 가라고 한 다음에 서랍을 뒤져보니까 그 편지가 완전히 다 구겨져서 서랍 구석으로 박혀 있더라. 그 때 진짜 병신 같지만 눈물 날 뻔했어.”

  

그건 내 가슴을 주무르던 손에 힘이 들어가서 그런 게 아니다. 나는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멍청하게 머릿속의 정리가 안 되어서 평소 같은 얼굴로 태종이를 바라보았다. 흥분 때문인지 정말 속상해서인지 눈이 벌겠다.

  

눈가를 문질러주자 근처가 흔들리면서 태종이 눈에 물이 맺힐 것 같았다.

  

“곧 있으면 졸업인데, 빨리 말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밤마다 잠을 못 잤어. 그렇다고 말해서 뭘 어쩌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건 꼭 알려야했어. 안 그러면 진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참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말은 또 안 나와, 내가 병신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진짜 말로 하면 뭔가……. 니 표정이나 니가 하는 대답에 너무 상처 받고 괴로워질 까봐 말로는 못 하겠는 거야. 다시 팬시점을 찾아서 편지지를 고르고, 또 편지를 썼어. 쓰다가 가슴이 미어져서 그 전처럼 길게는 못 썼지만 그래도 그게 최선이었어. 졸업 날 줘야지, 줘야지 생각하면서 막상 당일 아침에는 편지 줄 생각만 하고 편지를 챙겨갈 생각을 못 한 거야. 결국 못 준 편지는 장롱 밑에다……. 내가 모아둔 니 사진하고 같이 몰래 숨겼어. 땅에 묻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솔직히 너무 병신 같고 찌질해서…….”

  

없는 가슴을 세게 움켜쥐던 태종이가 그대로 얼굴을 묻어 왔다. 그렇다고 석현이처럼 내 가슴을 빨거나 하지 않고 얼굴만 대놓고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지. 숨은 쉬고 있다. 그 숨이 내 가슴으로 불어 닥칠 때마다 심장이 요동쳤다. 장롱 안에서 발견된 대량의 내 사진들, 그리고 일방적으로 마음만 통보한다는 이상한 편지, 그걸 보고도 진 작에 눈치 못 채준 나는 진짜 씨발새끼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그 사진을 찢어버린 것에 태종이는 엄청난 상처를 받았을 거다. 단순히 그 년이 꼴 보기 싫어서 했던 행동인데 태종이가 보기엔 태종이가 내 사진을 보관하고 있는 것에 굉장한 분노와 혐오를 표출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편지도 그렇다. 내가 그 편지에 관해 화내는 것 또한 그런 식으로 생각했을 거다. 왜 태종이가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내 뇌의 한 구석이 정말로 어떤 큰 사고 때문에 날아가서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하도록 구성이 되어 있나 보다. 사실 난 태종이가 내게 한 말에 반도 이해를 못 했다. 태종이의 행동 어디에도 나를 어떤 식으로 여기는지 짐작할 만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혼자만 태종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꼭 빠른 시간 안에 일을 구해서 부담을 덜어주거나 얼른 짝을 만나 나가야 된다고만 생각해 조금 초조해 했었다.

  

“아, 흐아…….”

  

가슴 여기저기를 빨아 당기는 태종이의 입 때문에 허리를 비틀며 태종이의 머리를 밀어내었다. 하지만 차마 세게 밀지는 못 하겠다. 태종이 눈에서 뭐가 떨어진다. 뜨겁고 아픈 무언가가 내 몸 위로 떨어진다. 젖꼭지를 빠는 입을 보면서도 수치심에 밀어내야한다는 본능보다 태종이의 눈물이 더 크게 보인다.

  

태종이 머리 뒤로 손을 두르면서 당겼다. 온 몸이 하얘지는 기분이다.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생각이 안 난다. 태종이에게 만큼은 솔직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멍청한 소리를 섞어하지 않고 온 몸을 펄쩍거리면서 조금 큰 소리로 내 기분을 표현했다.

  

허벅다리를 벌려가며 고추를 쥐는 손은 확실히 나의 수치심을 엄청나게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그래서 허리를 뒤로 빼가며 그 팔을 잡아당겼다.

  

“그만 할래.”

  

몸을 일으키자 도로 나를 눌러 눕히면서 잡은 손을 움직이고 주무른다. 내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하는 그 짓에 진짜 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런 태종이의 얼굴에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일수야.”

“으응…….”

  

쪽팔리게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갔다. 코 파고 싶은 기분이다.

  

“내일은 이 집을 나가도 되니까 오늘만 참아줘. 붙잡거나 때리지 않을 거니까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상관없어. 이제 널 붙잡거나 간섭하지 않을게, 그 석희인지 석회인지 그 새끼한테 가도 가만히……. 그냥 서서……. 멀쩡하게 보내줄게. 오늘만 나하고 있고, 오늘만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주고……. 내일은 너 하고 싶은 대로 놔줄게.”

  

아마 태종이는 모를 거다. 석현이가 내 그시기를 잡는 순간, 석훈이가 내 그시기를 잡는 순간, 석희가 내 그시기를 잡는 순간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갔다. 특히 석희는 내 그시기를 인질로 똥꼬를 쑤시지 않았다면 진 작에 알몸인 상태라도 일단 그시기를 잡히지 않기 위해 집밖으로 뛰쳐나갔을 거다. 경범죄로 끌려가든 어떻든, 나는 그들이 내 그시기를 만지는데 좋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지금 태종이가 하는 짓에 가만히 있다. 수치심 때문에 벗어나려고 했지만 태종이의 손길이 기분 좋아서 그대로 눈을 감고 말았다. 어떤 짓을 해도 다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시다.

  

온 몸이 뜨거워서 불이 붙을 것 같다. 태종이의 주무르는 것도, 내 손도 태종이의 고추를 쥐고 싶어 한다는 것도 그저 좋다. 맞잡는 내 손에 신음소리를 내면서 허리를 들썩이는 태종이의 모습에 온 몸이 더욱 타올랐다. 자연발화 되어도 이상한 온도가 아니다. 다른 손으로 태종이의 뒷목을 끌었더니 순순히 다가온다.

  

“태종아, 나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계속 이 집에 있을 거야. 나가라고 두들겨 패고 지랄해도 절대 안 나가, 왜냐면 난 니가 깍두기 보다 더 좋거든, 깍두기 보다 니가 더 맛있게 생겼어!”

  

벌겋게 눈물을 흘리던 태종이가 눈을 크게 떴다. 말이 좀 이상한가, 괜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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