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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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력이 딸린 태종이는 한참 쑥스러움으로 코에 손가락을 꼽은 나를 내려다봤다. 진짜 기분이 어떠냐면, 버스에서 손잡이 잡고 서서 졸다가 급정거 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반을 턴했을 때에 그 기분이다. 말한 것도 쪽팔려 죽겠는데 대답도 없고 멍청하게 놀란 표정으로 나만 보고 있으니 돌아버릴 것 같다. 결국 못 참고 일어나려고 하자 태종이가 갑자기 내 어깨를 세게 누르면서 내 몸을 조금 흔들었다.

  

뭘 말하려고 첫머리를 소리 내기만 반복하는 게 내 말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진짜라고 말하고 싶어도 나도 입이 안 떨어져 죽겠다. 코에서 손을 빼고 머리로 이동시키자 태종이가 드디어 표정을 조금 풀었다. 벌건 눈으로 웃는다. 이쁜 새끼,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된다.

  

“결혼도 못 해주고 애도 못 낳아주지만 그래도 같이 있고 싶어.”

“누구는 그런 거 기대해서 이러는 줄 아냐, 같이 있고 싶었으면 진 작에 말해줬으면 됐잖아? 나 혼자만 병신 됐어, 어떤 년하고 눈이 맞아서 사진이니 편지니 써제낀 줄 알았지.”

“아니, 난 니가 다 알아챈 줄 알았어. 

“멍청해서 미안하다.”

“원래 멍청한 건 알고 있었어.”

  

태종이는 웃으면서 나를 내려다보다가 내 입안에 제 혀를 또 집어넣었다. 키스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본 나는 그냥 멍청하게 있는 수밖에 없다. 한참 내 침 속에서 수영하던 태종이의 혀가 입 밖으로 나와 내 귀나 목을 열심히 물어 제낀다. 이상한 느낌에 꿈뻑 꿈뻑 놀라면서도 아닌 척 하려고 일부러 가만히 있었더니 태종이가 식식 웃는다. 다 안다는 거다.

  

이번에는 냅다 내 고추를 쥐면서 당기더니 몇 번 주무르고 바로 제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려다가 이제는 이런 짓 해도 이상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바닥에 있는 수건만 주물렀다. 쭉 빨아들이다가 혀로 여기저기를 문질러대는 통에 온몸을 펄떡 펄떡 거리면서 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남의 손도 모자라 입에다 넣으니 기분이 진짜 장난 아니게 좋다. 조금만 방심하면 그냥 싸버릴 것 같다.

  

아이스크림 마냥 쩝쩝거리며 내 그시기를 진짜 맛있게도 먹는다. 그 모습을 허옇고 뿌연 눈앞으로 겨우 확인하면서 바닥의 수건을 마구 쥐어뜯었다. 싸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러다 에라이, 하면서 그냥 싸버렸다.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인데 새삼스럽게 깔끔 떨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지 태종이도 입안으로 들어온 내 걸 잘도 받아 마신다. 아, 드러워, 토 나온다.

  

석희가 그랬던 것처럼 내 똥꼬를 찾는 태종이 때문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물어 봤다.

  

“야, 우린 둘 다 남자잖아.”

“왜?”

“그럼 한 쪽이 여자역할을 해야 하는 거야?”

“그렇지.”

“그리고 그 역할을 설마 내가 해야 되냐?”

“당연하지, 그럼 내가 하리?”

“난 남잔데?”

“나도 남자야.”

“근데 왜 내가 여자역할 해, 안 해!”

“니가 여자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니가 밑을 해야 한다는 거야.”

“그게 그거지!

“일수야.”

  

일어나려는 나를 다시 눌러 눕힌 태종이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알고서 하는 짓인지 아닌지에 관해서는 잘 모르나 그 얼굴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이 또 나를 녹이고 있다. 저를 받아들여 달라고 애원하는 눈이 계속해서 내 온 몸을 어루만져주는 기분이다.

  

그 눈길을 외면하고 싶어도 도저히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태종이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꾸 나를 시험하려 드는 걸까, 결국 못 참고 태종이의 고개를 끌어다가 입술을 박았다. 놀라서 온 몸을 크게 흔들었던 태종이를 끝까지 붙들고 입술을 쭈욱 빨아들이자 좀 버둥거리나 싶더니 어깨를 푸르르 떤다. 내가 남자 역할하고 싶고, 내가 위를 하고 싶다. 예전에는 안 그랬지만 지금 태종이를 보면서 불끈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태종이의 손가락이 내 똥꼬 위를 문질러대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들어간다’, ‘들어 갈 거다’, ‘준비 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조금 겁이 나서 올려붙인 다리를 붙잡고 태종이의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슬슬 끄덕였다. 들어와도 좋다는 나름대로의 의사 표시였다. 내 볼을 어루만지면서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대고 여러 번 핥는다. 동시에 파고 들어오는 손가락은 한 개가 아닌 것 같다. 성질 급한 태종이는 두 손가락을 집어넣고 여기저기를 휘저어댔다. 그 때문에 온몸을 떨면서 비틀고 똥꼬에는 오만 힘을 줘야 했다.

  

“태종아, 이상해, 이상해, 하지 마! 그냥 빼고 그시기만 빨자, 그냥 빼고…….”

“괜찮아, 괜찮아, 좀만 가만히 있어 봐, 일수야.”

“아, 진짜 이상해, 그냥 빼자, 응?”

“괜찮아, 조용하게 가만히 기다리면 돼, 괜찮아.”

  

내 면전에 대고 속삭이는 태종이 때문에 그나마 위로는 되지만 수치심은 어쩔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더니 태종이의 입술이 눈가를 비벼온다. 눈에서 나오는 물이란 물은 다 받아 마셔버릴 기세다. 손가락이 똥구멍에 꼽혀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는 동안 다른 손이 내 흥분을 부추기기 위해 젖꼭지나 그시기를 열심히 주물러준다. 그 때마다 온 몸을 펄쩍거리며 똥꼬 속에 잠수 탄 손가락의 느낌이 조금씩 괜찮아졌다.

  

그리고 어쩌다가 뭔가에 번쩍 하고 머릿속을 강타해 온 허리를 펄쩍거리자 태종이의 손가락이 멈춰졌다. ‘드디어 끝났구나, 이제 저 이상한 느낌에서 해방이네!’라고 생각해놨지만 막상 손가락이 멈추긴 했어도 나오진 않았다. 태종이 표정만 봐도 절대 뺄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확실히 손가락이 느리게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빠져나가는 기분도 드러워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경직되어 있으니 손가락이 거의 다 나왔을 때, 힘이 빠지는 그 순간 다시 손가락이 파고들어왔다. 깜짝 놀라 온 허리가 또 펄쩍거렸다. 아까와 다른 느낌이다. 그냥 돌아다니기만 했던 손가락의 움직임이 아니라, 진짜로 날 따먹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손가락의 움직임이다.

  

나갔다 들어왔다 똥꼬를 쑤셔대는 느낌에 놀라서 발버둥을 쳤더니 손가락을 꼽은 채로 자세가 뒤틀어진 태종이가 내 다리를 다시 붙잡아 올린다.

  

“이상해! 느낌 존나 이상해, 그냥 빼줘! 나 그냥 가서 잘 거야, 느낌이 너무 이상해!”

“괜찮아, 가만히 있어 봐, 일수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이상한 거 아니야.”

“이상해, 진짜로 존나 이상해……. 태종아, 그냥 들어가서 자자, 이거 솔직히 진짜 무서워…….”

“안 이상한 거야, 괜찮아…….”

  

지속적으로 밀려들어와 한 부분만 찔러대는 통에 몸이 점점 이상해진다. ‘남자도 그런 데를 느끼는 거야, 남자도 구멍에 뭐가 들어오는 거에 느끼는 거야?’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므로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다. 대신에 그 병신 같은 느낌을 숨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목소리가 약간씩 섞여 나오는 내 숨소리는 내가 들어도 너무 야했다. 그냥 콧구멍에 비누 박고 죽어버리고 싶다. 장난 아니게 쪽팔려 미쳐버린다.

  

잘 쥐어지지도 않는 젖꼭지를 입안으로 삼키는 태종이가 손가락 하나를 더 해 쑤셔온다. 온 몸을 펄쩍거리며 발버둥을 치니 또 자세가 불편해져서 내 다리를 다시 제대로 올린 다음 작업을 진행시킨다.

  

말이 그냥 넣었다 빼는 거지 노리는 부분에서 이상한 기분에 머릿속에 그나마 박혀 있던 뇌가 다 녹아 없어지는 것 같다. 원래보다 10배 가까이 멍청해지고 몽롱해지는 눈앞에 결국 눈을 감고 태종이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내 입술을 찾으며 거친 숨을 내뿜는 태종이는 끊임없이 내 이름을 부른다. 그런 식으로 내 이름을 찾는 태종이는 정말 이뻤다.

  

이번엔 로션인지 뭔지를 제 고추에 펴바르던 태종이가 드디어 내 다리 사이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잠깐만, 그건 좀 아닌 거 같아……. 손가락은 확실히 기분 좋았다고 인정 하는데 그거 집어넣는 건 좀 아니야.”

“괜찮아, 손가락처럼 막상 들어가고 나면 또 좋아질 거야.”

“그게 말이 되냐, 손가락하고 그시기가 같냐고.”

“나만 믿고 따라와 보라니까.”

“너의 어느 부분이 믿음직스러운데?”

“일수야, 나 지금 진짜 못 참아, 간다.”

“태종아, 진짜 이건 아니야, 내가 입으로 해주든 손으로 뽑아주든 할 테니까 그냥 가서 자자.”

  

나를 엎드리게 한 다음 내 엉덩이를 벌려가며 집어넣으려던 태종이가 벌건 얼굴로 헐떡거리며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 얼굴을 힘겹게 돌아보며 어떻게든 설득시키려는 내 얼굴에 빠르게 다가오는 태종이가 또 내 입술을 찾는다. 태종이의 키스는 그렇게 재밌지도 잘 하지도 않지만 그냥 입술이 맞닿고 호흡을 나누는 느낌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자각은 못 했어도 어지간히 태종이에게 빠져 있었나 보다.

  

태종이의 마르고 날씬한 몸이 내 등 위로 겹쳐진다. 거기에 더해서 내 몸을 완전히 끌어안은 태종이는 약간 울음소리 비슷한 걸 낸다. 기분이 좋아서 내는 것 같지 않다. 몸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태종이의 뜨거운 사랑에 진짜 디질 것만 같다. 손가락하고 완전히 달라서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전부 헛것으로 돌아가 버렸다. 붕어 같은 머리는 가졌지만 붕어 흉내는 살아생전 내본 적이 없는 내가 썰렁하게 붕어 흉내를 내가면서 내 의사를 표시했다.

  

“일수야, 니가 너무 좋아……. 흐흑, 니가 너무……. 너무 좋아, 일수야아…….”

“씨……. 씨발, 나 좋다는 새끼가 아주……. 내 똥꼬가…….”

“나도 아퍼, 이렇게 아픈지 처음 알았어! 흐흑, 안 들어가…….”

“뭘 안 들어가, 개새끼야! 지금 들어오는 건 뭔데!”

“생각보다 술술 안 들어가잖아,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들게 넣고 있는지 알아? 아흐, 존나 아프네…….”

“너 이런 거 처음이냐, 설마?”

“당연하지, 그러는 너는?”

“니 눈에 내가 이딴 짓에 익숙할 거 같냐고, 지금 혼절하기 직전인데…….”

“이제 어떡하지?”

“뭘 어떡해, 그냥 계속 넣어, 참을게.”

“미안해.”

  

자신의 경험부족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태종이가 내 뒷목에 제 얼굴을 숨기고 내 엉덩이와 그시기를 주무르며 열심히 내 엉덩이에 매달린다. 진짜로 힘겨워하며 거친 숨을 내뿜는 태종이를 등 뒤로 느끼며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를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차피 태종이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도 먹었고 지금의 과정도 꼭 필요했다.

  

그래도 쉼 없이 내 흥분을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태종이의 서툰 손길에 집중하면서 내 스스로도 허리를 여기저기로 움직여가며 흥분을 부추겨봤다. 그러자 과연, 조금씩 긴장이 풀리면서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

  

이때다, 아주 천천히 밀려들어오는 태종이는 힘겨운 신음소리를 내며 내 몸을 세게 끌어안는다.

  

“사랑해, 일수야, 진짜 사랑해…….”

“사랑은, 씨발……. 세상하직하기 직전이구만…….”

“나 앞으로 노력할게, 진짜 너 행복하게 해줄 거야, 흐윽…….”

“왜 처울어, 진짜 울고 싶은 건 난데……. 으허어어어…….”

“아퍼…….”

“나도 아퍼…….”

  

억지를 써가면서까지 포지션을 바꿨어야 했던 게 아니었을까, 다시 한 번 후회를 했다.

  

하지만 아프고 힘들어도 나를 열심히 끌어안고 내 등을 집요하게 빨아대는 태종이가 그냥 좋다. 얼굴 빼고 그렇게 잘난 구석도 없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잠자리도 이따위로 서툴지만 그래도 태종이라서 다 좋다. 석희가 담가주는 맛있는 깍두기도 좋지만 태종이와 한 밥상에서 먹는 거라면 싸구려 깍두기도 그저 맛있고 먹는 내내 행복하다.

  

그래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태종이와 함께 아니면 나 혼자 밥 차려 먹질 않는다. 그냥 냉장고에서 깍두기 꺼내다 밥 먹으면 되는 것을 나는 하지 않는다. 태종이와 함께가 아니면 그 깍두기는 그저 싸구려 깍두기일 뿐이다.

  

조금씩 움직이는 태종이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입으로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가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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