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도 바쁘게 매칭 테스트를 진행했다. 30분 검사, 10분 휴식. 결과는 대부분 10~20% 사이.
오늘의 마지막 가이드와 검사를 끝낸 후 희윤은 저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요. 연희윤 에스퍼.”
“아니에요. 연구원님이야말로 수고 많이 하셨어요.”
“그러게. 와, 힘드네요. 이렇게 쉬지 않고 계속 검사한 거는 정말 오랜만이라.”
희윤의 말에 연구원이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는 모습이 정말 피곤해 보였다.
희윤은 그게 왜인지 제 탓 같아서 구석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한 컵 따라와 연구원에게 건넸다.
“아, 고마워요. 그렇지 않아도 목말랐는데.”
연구원이 거절하지 않고 컵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희윤도 한 컵 가지고 와서 천천히 물을 비웠다. 확실히 연달아 검사를 진행했더니 기운이 좀 빠졌다.
“혹시 이렇게 테스트하는 경우가 있었나요?”
“흔하지는 않았는데 몇 번 있었죠.”
희윤은 연구원의 말을 더 기다리며 컵을 손에 쥐었다. 어쩐지 제가 아는 사람의 이름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 표해승 가이드가 제일 많이 했을걸요?”
“해승이가요?”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해승의 이름이 나오자 희윤은 컵 표면을 엄지로 문질렀다. 에스퍼인 저도 하루에 여섯에서 일곱 명씩 검사하고 나면 이렇게 지치는데 가이드인 해승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에스퍼는 가이딩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지만, 가이드는 제 기운을 주는 게 아닌가.
“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 최초로 나온 S급이잖아요. 당시에 아주 난리가 났죠. 이런저런 검사만 2년이 걸렸고, 표해승 가이드랑 매칭 테스트해 보고 싶다는 에스퍼들 성화가…… 아니 문의가 매일 빗발쳤어요.”
“아…….”
희윤은 불과 어제 해승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많은 에스퍼가 노렸다고 했다. 그의 가이딩을 받고 싶어서 혹은 그저 S급 가이드가 자신을 담당한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정부에서도 얼른 성과를 보고 싶어 하기도 했고요. 물론 본부에서는 표해승 가이드가 미성년이라 당장 가이딩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기는 했는데, 그래도 테스트는 해도 되지 않으냐는 말이 워낙 거셌어요.”
“그래서 고작 10살 어린애에게 지금처럼 검사를 시켰다는 건가요?”
희윤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그 속에는 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러게요. 그때 난 없어서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는데 지금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표해승 가이드가 도망친 사건도…….”
저도 모르게 과거 얘기를 하던 연구원이 뒤늦게 입을 ‘합.’ 다물었다. 해승의 일은 본부에 오래 있던 직원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떠들 내용은 아니었다.
“도망이요?”
“으음……. 네, 뭐. 자세한 건 내가 얘기하기 좀 그러네. 여하간 그런 일이 없진 않아요. 특히 A급 이상은 워낙 귀하니까.”
연구원이 부디 더 묻지 말아 달라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 해승이는 대체 언제까지 그랬던 건가요?”
희윤은 순순히 질문의 방향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이 어땠는지는 관심이 없다. 어차피 해승이 이 고단한 검사를 대체 얼마나 했는지가 더 궁금했으니.
연구원이 묘한 눈으로 무심한 듯 열성적으로 저를 바라보는 희윤을 바라보았다.
“연희윤 에스퍼.”
“네?”
“혹시 표해승 가이드 어떻게 생각해요?”
꼭 지부장이 해승에게 물었던 것과 같은 투로 연구원이 물었다. 희윤은 해승과 달리 고민에 빠졌다.
‘해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처음 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눈에 확 뜨이는 매혹적인 미인이었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엉뚱한 미인이라고 생각했고, 갑자기 저와 매칭 테스트를 한다기에 조금 관심이 생겼다.
매칭률이 높다는 것에 기뻐하고 그 후에 제게 딱 달라붙어서 함께하려는 건 난감하긴 해도 어쩐지 나쁘지 않았다.
요즘은 해승에 관하여 알아갈수록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이 커졌다. 그건 해승을 더 알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왔다.
‘왜?’
관심이 있으니까.
‘어떤 관심?’
해승을 좀 더 알고 싶은. 그러니까 왜? 무슨 마음으로……. 희윤의 눈빛이 혼란스럽게 변했다.
“어……. 그냥. 음…….”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덕분에 나오는 말도 어설펐다.
“그래요. 뭐, 그럴 수 있죠.”
그런 희윤을 보며 연구원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 모습은 지부장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어쨌든 고생했어요, 연희윤 에스퍼. 이만 들어가고. 우리 내일도 힘내 봐요.”
“네. 연구원님.”
희윤은 멍한 가운데서도 예의 바르게 인사를 전하고 복도로 나왔다. 머릿속에는 아직도 왜, 언제부터, 무엇을. 세 개의 물음표가 가득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러 이동하는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닫힌 문이 열렸다. 멍하니 안으로 들어가려던 희윤이지만, 그보다 다른 소리가 들려와 멈칫했다.
“연희윤 에스퍼님.”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희윤이 번뜩 고개를 들었다.
“아…….”
역시 낯익은 얼굴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다.
“여기서 만나네요. 검사 이제 끝나셨나 봐요?”
“네. 그…….”
희윤은 대답하면서 상대의 이름을 떠올리려 애썼다. 분명 듣긴 들었는데, 심지어 결과도 좋았는데 단숨에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번에 매칭 테스트했던 정소한 가이드예요.”
“아.”
정소한이 불쾌한 빛 없이 냉큼 저를 밝혔다. 그러더니 또 반가운 투로 말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잔하시겠어요?”
희윤은 상냥한 미소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정소한은 반대로 올라가 9층에서 멈추었다.
“여긴 의료센터 온 사람만 이용하는 카페라 비교적 조용해요.”
희윤의 의문 섞인 눈빛을 알아챘는지 먼저 복도로 나선 정소한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카페는 로비에 있는 것과 규모는 비슷한데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도 대부분 의료진이나 연구원인지 가운을 입고 있었다. 이쪽을 힐끔 보긴 했지만, 썩 관심을 두는 것 같지도 않았다.
“연희윤 에스퍼님, 어떤 거 드시겠어요?”
“아. 전……. 아메리카노요. 계산은 제가 할게요.”
“아니에요. 제가 마시자고 한 거니까 건데, 제가 할게요.”
정소한이 가볍게 거절하면서 카드를 내밀었다. 둘은 음료를 받기 위해 옆으로 이동해 섰다.
“요즘 검사받으시느라 힘드시죠?”
정소한의 질문에 희윤은 슬쩍 웃기만 했다. 피곤하긴 했지만, 또 힘들다고 하자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할 말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매칭률은 어때요? 괜찮은 분 더 나왔어요?”
“아, 네. 한 분요.”
희윤은 이름을 말할까 말까 하다가 꺼내지 않았다. 다행히 정소한도 누구냐고 묻지는 않았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저도 좀 들었거든요. 연희윤 에스퍼와 매칭률이 맞는 가이드가 없다고요.”
“그렇죠.”
“그래서 제가 70% 넘겼다고 했을 때, 솔직히 마음이 놓였어요.”
희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소한은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등급이 높은 가이드여도 백 퍼센트 커버는 불가능하잖아요. 만약의 상황이라는 것도 있고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랬어요. 이런 말 실례일까요?”
“아, 아뇨. 전혀요!”
희윤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 실례라니. 정말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정소한이 그렇게 말해 준 게 고마웠다.
사실 지금까지 여러 가이드와 검사를 하면서 결과도 결과였지만, 검사를 할 때마다 그들이 보인 표정과 태도가 자꾸 마음에 남았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음, 잘 부탁드릴게요.”
아마 이 사람은 확정이겠지? 70%를 넘겼으니까. 거기다 A급이라면. 희윤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정소한이 빙긋 웃었다.
“저도요. 검사 더 남으셨으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맡게 된다면 최선을 다할게요.”
훈훈한 대화는 커피가 나왔다는 얘기에 잠시 끊어졌다.
“다음에는 더 시간 있을 때 얘기해요.”
정소한이 희윤에게 커피를 내밀며 말했다. 카페로 이동하기 전 희윤은 앉아서 대화할 시간은 없다고 말했다. 퇴근이 가까워졌으니 해승에게 연락이 곧 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소한은 그런 상황도 잘 이해해 주었다.
“네.”
“그럼 연락처 알려 주시겠어요?”
자연스러운 유도에 희윤이 전화번호를 불러 주자 정소한은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통화를 연결했다.
희윤의 스마트폰에서 발랄한 벨이 울려 퍼졌다. 정소한이 그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 웃음을 흘렸다.
“연희윤 에스퍼랑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리네요.”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전에도 이와 비슷한 말을 들은 희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뭐 아무렴 어쩌겠느냐 하는 얼굴로 정소한의 번호를 저장했다. 타이밍 좋게 알림이 울렸다. 해승에게 온 메시지였다.
[해승이 : 형 어디예요? 오후 5:54]
어째 문자에 해승의 말투가 묻어나는 것 같다. 절로 희윤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누구예요?”
그 모습을 본 정소한이 궁금한 눈으로 물어 왔다. 희윤은 그 소리에 움찔 고개를 들었다.
“아, 해승이요.”
“표해승 가이드요? 서로 편하게 부르나 봐요.”
“아, 네.”
“그렇구나. 의외네요. 표해승 가이드가 누굴 그렇게 친근하게 대하는 것 처음 봤어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희윤은 어설프게 웃고 말았다. 이제는 이런 말을 듣는 게 새롭지도 않다.
저를 특별히 대하는 해승. 그를 자꾸 궁금해하고 관심을 두는 자신.
다시 또 연구원이 했던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해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저도 그럼 다음에 만날 땐 연희윤 에스퍼라고 안 하고 희윤 씨라고 해도 될까요?”
상념에 빠지려던 희윤은 정소한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희윤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도 누구누구 에스퍼보다는 씨라는 호칭이 더 편하긴 했다.
“그럼 먼저 가 볼게요. 다음에 봬요.”
“네. 들어가세요.”
희윤이 인사하는 중에도 손에 쥔 스마트폰에서는 연신 알림이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답장이 없으니 해승이 연속으로 왜 말이 없느냐고 보냈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이제는 메시지가 아니라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희윤은 발신자에 뜬 이름을 보다가 목뒤를 쓸었다.
해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하지만 그를 향한 마음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아마 좋아하는 거겠지.’
그게 어떤 의미로의 호감인지는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다른 사람보다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고. 희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 *
다음 날 희윤은 업무도 다 빼먹은 채 심층 검사를 받았다. 이번엔 이틀에 걸쳐 기초 검사와 혈압, 혈액뿐 아니라 초음파와 내시경, 심전도, CT, MRI에 뇌파 검사까지 진행되었다.
덕분에 희윤은 생애 처음으로 본부 8층에 있는 의료센터 내 병실에서 하룻밤을 보내 보았다.
검사 이튿날엔 점심 직전까지 하느라 녹초가 되었다. 그 고생 끝에 희윤에게 돌아온 보상은 본부에 출근한 이래로 처음 있는 점심 퇴근이었다.
“형.”
기다란 소파에 늘어진 희윤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눈만 굴렸다. 고개까지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밥 먹어야죠. 뭐 드실래요?”
배는 이제 고프다 못해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자면 딱 좋을 것 같았다.
병실 침대는 해승의 방에 있는 것보다 푹신한 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숙면이 어려웠다.
처음 자 보는 장소라 그럴까. 아니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 주변 분위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라면 고작 하루 만나지 못했던 해승 때문일까.
“아니.”
뭐가 되었든. 잠도 설치고 반나절 검사를 하고 나니 일단 쉬고 싶었다.
“그럼 이거라도 마시고 자요.”
머리맡에 해승이 앉았는지 침대가 살짝 기울어졌다. 희윤은 이번에도 눈만 위로 슬쩍 들었다. 그러자 시야에 우유가 담긴 유리컵이 보였다.
잊고 있던 갈증과 약간의 허기가 돌아왔다. 근데 여전히 팔을 뻗어서 받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다.
그때 작게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겨드랑이 사이로 팔이 불쑥 들어와 희윤을 비스듬히 일으켜 앉혔다.
“어어?”
그에 끝나지 않고 희윤은 등에 판판한 무언가가 닿는 걸 느꼈다.
“우리 형, 아기처럼 응석 부릴 때도 있구나.”
머리 위에서 해승의 말소리가 들렸다. 음성에 웃음기가 묻어났다. 희윤은 제가 해승의 가슴에 기대어 앉은 걸 알아챘다.
“해승…… 음.”
해승의 이름을 부르다가 실패했다. 입술에 유리가 닿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희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눈가를 찡그렸다. 하지만 해승의 생긋 웃는 얼굴에 물컵을 치우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자요.”
부드러운 재촉에 희윤은 어쩔 수 없이 꼴깍꼴깍 우유를 마셨다.
“아.”
하지만 곧 해승이 당황한 듯 탄식하며 얼른 컵을 뗐다. 잘못 기울인 탓에 우유가 희윤의 턱으로 흘러내렸기 때문이었다.
해승은 희윤이 말릴 새도 없이 제 소매로 젖은 입술과 턱을 훔쳤다.
“미안해요, 형. 각도 조절을 잘 못 해서.”
“야, 너 소매가.”
해승의 사과에 희윤은 더 당황한 표정을 했다. 도리어 그의 옷소매를 가져가 이리저리 살피다가 한숨을 쉬었다.
“얼른 가서 갈아입어.”
놀란 덕분에 기운 없던 몸이 벌떡 일으켜졌다. 희윤은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일어난 김에 뭐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 밥은?”
질문에 해승은 소매만 만지작거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안 먹었구나. 그럼 옷 갈아입고 와. 내가 준비할게.”
“네.”
대꾸하는 해승의 얼굴이 어찌나 밝은지 희윤은 저도 모르게 또 웃고 말았다. 이상하게 심장께가 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걸음을 떼면서 가슴을 살살 문질렀다.
식사는 이미 준비되어 있던 걸 차리기만 해서 편했다. 둘은 간단하게 빵에 음료, 샐러드로 허기를 채우고 나란히 침대로 갔다.
“너도 자게?”
다시 가물거리는 눈을 끔뻑이며 베개에 얼굴을 묻은 희윤이 의아한 듯 물었다. 해승도 당연하다는 듯 옆에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네.”
해승이 생긋 웃으며 말한다. 눈꼬리에도 미소가 걸렸다. 어딘지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에 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자.”
“네. 형도요.”
지이잉.
해승이 리모컨을 눌러 창가에 암막 커튼을 쳤다. 실내가 어둑해지니 금세 졸음이 밀려왔다. 희윤의 눈꺼풀이 느리게 깜빡이더니 곧 닫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해승은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희윤이 푹 잠이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슬며시 손을 들어 그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우유에 젖었던 입술은 말랑말랑하고, 촉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