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 엘리베이터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전광판 숫자를 보는 척하면서도 거울로, 반들반들한 벽으로 한 사람을 힐끔거렸다.
반짝반짝 윤기가 도는 새까만 생머리, 잡티 하나 없는 흰 피부, 섬세하고 고운 이목구비와 붉은 입술.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는 몸매.
하지만 외모보다 더 잘 알려진 건 국내 유일 S급 가이드라는 것. 최근에는 본인이 담당하는 A급 에스퍼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말 때문에 관심을 끄는 해승이었다.
해승은 볼이며 이마, 뒤통수가 따갑도록 닿아 오는 시선을 모른 척하며 숫자가 바뀌는 걸 바라보았다. 마침내 내려선 곳은 지부장실이었다.
“안녕하세요, 표해승 가이드.”
데스크에 앉아 있던 비서가 해승을 발견하고 인사를 전했다.
“안에 있죠?”
“네. 출근하셨습니다.”
오만한 말투에도 비서는 불쾌한 빛없이 얼른 대꾸했다. 심지어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지부장실 문을 열어 주는 친절을 발휘했다.
해승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비서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지부장이 그런 해승을 보고는 눈살을 팍 찌푸렸다.
“왜 아침부터 사람을 기다리게 해?”
“바쁜 일도 없잖아요.”
인사도 없이 대뜸 들려온 지부장의 시비를 해승은 어렵지 않게 받아쳤다.
“없긴! 내 결재를 기다리는 온갖 부사의 보고서와 서류들이 이렇게 가득한데!”
지부장이 모니터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화면에는 말마따나 여러 문서 창이 열려 있었다. 해승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소파로 걸어가 털썩 앉았다.
“그래서 대체 바쁜 사람 붙잡은 이유가 뭐야.”
씨알도 먹히질 않을 표정으로 다리를 까딱이는 해승을 본 지부장이 먼저 말머리를 돌렸다. 어차피 저를 찾아온 건 용건이 있기 때문일 테니.
“희윤 형이요.”
“아, 맞다. 연희윤 에스퍼, 어때? 괜찮아? 물론 너희 병원에서 알아서 잘해 주긴 할 텐데. 그래도 웬만하면 이쪽으로 옮겨 와.”
해승은 고작 희윤의 이름을 짤막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뒤에 따라오는 지부장의 말이 참 길고도 길었다.
“됐어요. 그보다 앞으로는 희윤 형, 절대 현장으로 출동시키지 말아요.”
해승이 딱 잘라 거절하고 제 용건을 꺼냈다. 지부장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뭐?”
물론 못 알아들은 건 아니었다. 이래 봬도 일반인보다 세 배 이상은 청력과 감각이 발달한 에스퍼였으니까.
다만 해승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
“희윤 형, 응대팀이나 인력배치팀으로 보직 변경해 주세요.”
짜증스럽다는 듯 눈썹을 꿈틀하면서도 친절히 설명을 덧붙인 해승의 설명에 지부장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했다.
“아니 왜? 야, 연희윤 에스퍼 A급이야! 내근직만 할 인재는 아니지.”
본부에는 출동하기 전까지 네 단계를 거친다. 먼저 응대팀에서 괴물체가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는다.
그럼 응대팀이 현장 조사팀에 요청하고, 조사팀이 출동하여 괴물체가 맞는지, 어떤 형태로 된 괴물체인지 주변 환경은 어떠한지 파악 후 인력배치팀에 연락한다.
조사팀의 조사를 토대로 인력배치팀은 현장에 적절한 에스퍼를 추려 해당 팀에 연락하면 출동팀이 꾸려지고 괴물체를 상대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네 팀 중 응대팀과 인력배치팀은 내근직, 조사팀과 출동팀은 외근직으로 분리가 되었다.
“상관없잖아요. 어차피 1년 정도는 여러 보직을 돌아다니면서 업무를 익히게 되어 있으니까.”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본부의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하기 위해서 여러 팀에 일하게 했다. 희윤이 최근 조사팀에서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야. 원래 연희윤 에스퍼쯤 되는 고등급은 조사팀 업무도 짧게 하고 곧장 출동 대기야.”
그런 고급 인력을 어떻게 썩힐 수 있느냐는 듯 지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응대팀이나 배치팀은 대부분 F에서 D급 높아 봐야 C급까지였다.
“인재 관리를 그렇게밖에 못 해요?”
“……이게 왜 또 사람 속을 살살 긁기 시작할까?”
지부장이 눈꼬리를 뾰족하게 만들어 해승을 노려보았다. 저런 식으로 말을 시작하면 반드시 좋지 않은 얘기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야구도 유망주를 프로에 데뷔시킬 때, 처음부터 100이닝 이상 던지게 하지는 않아요.”
그러거나 말거나 해승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연희윤 에스퍼가 유망주냐?”
“부상을 방지하면서 프로 선수로서 적응을 하게 한 후 조금씩 제 몫을 하도록 만들죠.”
지부장은 제 질문은 싹 무시하고 제 할 말만 쏟아 내는 해승을 못마땅하게 보았다. 물론 해승이 그런 걸 신경 쓸 리는 없었다.
“불펜부터 마무리. 두루두루 경험한 후에 선발로 올려야 안정적으로 제 임무를 수행할 한 명의 선수가 된다는 소리예요.”
“이미 그러고 있잖아!”
거창하게 야구에 빗댈 게 아니라 본부는 이미 신입 에스퍼에게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보직을 주고 있었다.
“근데요.”
“근데 뭐?”
“고작 한 번 현장에 출동했는데 입원할 정도로 다치는 건 본부 문제 아니에요?”
“아니, 그거야. 조사팀이 일하다 보면…….”
아무리 신고를 받으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상세히 묻는다고는 해도, 일반인들에게 괴물체에 관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그래서 현장에 나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 위해 조사팀이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번처럼 예상하지 못한 충돌이 발생하고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드문 일이다.
“물론 이번이 좀 어려운 경우였던 건 맞아. 맞는데. 그래도 잘 해결됐잖아? 뭣보다 연희윤 에스퍼는 또 새로운 능력을 터득했다면서. 그럼 조사팀에 간 게 긍정적이었던 거 아니야?”
“목숨이 위험했단 건 생각 안 하죠? 괴물체만 해치우면 다예요?”
“누가 그렇게 말했나. 그냥 여러모로 경험되고 좋다는 소리지.”
“됐어요. 그런 경험. 그러다 더 크게 다치는 거 원하지 않으니까. 이제 형은 현장 일에서 빼요.”
벽도 저런 벽이 없었다.
‘아주 철벽이네, 철벽.’
도통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해승을 보며 지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희윤을 현장에서 빼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뭐 네 의견을 좀 반영해서 조사팀은 이번 달까지만 있도록 하고 본팀으로 돌려보낼게. 출동이야 배치팀에 얘기해서 조절하라고 하면 되니까.”
물론 그런 월권을 행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긍정적인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돌아갈 것 같지 않은 해승을 달래려 꺼낸 말이었다.
“흠…….”
해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생각해 봐. 연희윤 에스퍼처럼 고등급을 대응이나 배치로 보내면 주변에서 말이 얼마나 많겠어. 당장 인력 낭비라는 소리나 듣지.”
지부장은 차분하게 해승을 설득해갔다.
“그러느니 차라리 본인 팀에 대기시켜 두는 게 여러모로 낫지 않겠어? 어차피 괴물체 중에 A급이 필요한 일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니 출동 안 해도 다들 그러려니 하지.”
거듭 이어진 말에 해승의 눈빛이 달라졌다. 다행히 넘어간 듯했다. 지부장은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쐐기를 박았다.
“무엇보다 연희윤 에스퍼는 조 이사가 눈여겨보는 인재잖아. 네 말마따나 물 속성 유망주라고. 조 이사한테 지금까지 구현한 능력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우면 앞으로도 연희윤 에스퍼에게 도움이 되겠지.”
“조 이사님과 연구나 하라고 해야겠네요.”
희윤이 연구원도 아닌데 무슨 소리인가. 그럴 시간에 괴물체 하나라도 더 잡는 게 낫지! 소방서 파견이나 서해만 갯벌, 이번 오동리 야산 사건까지.
희윤의 활약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 때문에 여러모로 관심이 집중된 지금 그러다가는 정말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지부장은 현명하게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 연구하든 훈련을 하든 뭐. 그럼 이제 그건 된 거지?”
“조사팀에서는요.”
“그것도 전 팀장한테 전달할게. 그렇지 않아도 걱정을 많이 하더라.”
네가 전 팀장한테 희윤 씨 얘기 좀 해 달라고. 한마디 더 할까 하던 지부장이었지만 곧 포기했다.
저 성질머리에 오히려 그런 일을 시켰다가는 조사팀에 가서 헛소리나 할 게 뻔했다.
“가 봐라. 나 진짜 바쁘다.”
지부장이 손을 휘휘 저으며 해승을 쫓아냈다. 거짓말도 아니다. 지부장은 현재 오동리 야산에 나타난 괴물체의 특성을 정리해 올린 연구 보고서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번 괴물체는 갯과 동물과 비슷했다. 생김은 아프리카 들개인 리카온이랑 흡사한데 덩치는 세 배나 컸다.
무엇보다 눈이 다섯에 주둥이가 더 뾰족하며, 턱이 강철처럼 튼튼하고, 이빨이나 발톱이 톱처럼 무시무시했다.
그 때문에 발톱에 배이고 깨물린 희윤의 상처가 깊고 컸던 것이었다.
“아직도 안 갔냐?”
보고서를 훑던 지부장이 저를 빤히 바라보는 눈길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해승이 아직도 장승처럼 서서 버티고 있었다.
“형한테 차라리 총 쏘는 법을 알려 주는 건 어떨까요?”
지부장이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뭐? 야. 아무리 괴물체 살상용 무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는 해도 에스퍼의 초능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 그리고 연희윤 에스퍼가 능력을 그렇게 잘 쓰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뭐가 있어?”
“그럼 안정도가 떨어질 일이 없잖아요.”
“그럼 가이딩도 필요 없어지겠지.”
당연히 가이드도 옆에 둘 이유가 없어질 거고. 저도 아는 일인데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지부장의 말에 해승이 “아.” 하고 탄식 같은 탄성을 흘렸다.
정말 생각 못 했다는 듯.
‘저럴 때 보면 딱 제 나이 같은데.’
어떻게든 제 맘에 든 에스퍼가 안전하길 바라고 자신 에스퍼를 곁에 두려고 집착하는 모습만 봐서는 말이다. 물론 그게 귀엽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해승이 일이 있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희윤은 스마트폰으로 안부를 전하기 바빴다.
[안효정 선배 : 희윤 씨, 진짜 괜찮아? 양다리가 다 부러져서 못 움직이고 있다며? 오전 8:49]
희윤의 시선이 제 다리로 향했다.
“안 부러졌는데.”
헐렁한 환자복을 입고 있어서 평소보다 부실해 보이기는 하다. 그래도 움직이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 : 네. 괜찮아요. 그냥 허벅지랑 종아리를 좀 베여서 붕대 감고 있어요. 오전 8:50]
[안효정 선배 : 진짜야? 걱정할까 봐 둘러대는 거 아니지? 못 믿겠으니까 사진 보내 봐. 오전 8:50]
곧바로 날아온 메시지에 희윤이 픽 웃었다. 사진을 보내라니. 망설임 없이 카메라를 켜서 상처 부위를 찍었다.
그런데 화면 속에 붕대가 감긴 다리가 어째 그냥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아파 보이기는 했다.
[나 : 사진보다는 더 괜찮아요. 오전 8:51]
첨부 파일을 전송하면서 일부러 말도 더 추가해서 보냈다. 읽었다는 표시가 뜨자마자 곧바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놀란 표정이 된 오리 이모티콘이었다.
[안효정 선배 : 이게 어떻게 괜찮아! 전치 8주는 되겠다. 세상에. 역시 조사팀 팀장이 나한테 안부 물으러 왔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어! 오전 8:51]
조사팀 팀장? 그건 전 팀장님을 말하는 건데.
[나 : 전 팀장님이 선배를 찾아와서 안부를 물었어요? 오전 8:53]
[안효정 선배 : 응. 희윤 씨가 의료센터에서 안 보인다면서. 상태는 어떤지, 언제쯤 복귀하는지 이런 거 물어보고 갔어. 오전 8:53]
하긴 전 팀장은 희윤과 함께 출동한 사람이다. 심지어 괴물체에 둘러싸였을 때 도주로를 확보해 주기도 했다. 그러니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먼저 연락했어야 했는데.’
뒤늦게 제 실수를 깨달은 희윤은 곧바로 연락처에서 전 팀장의 이름을 찾았다. 메시지를 보낼까 하다가 통화하는 게 예의일 것 같아 전화를 걸었다.
- 연희윤 에스퍼. 몸은 괜찮아요?
전 팀장은 연결되자마자 인사와 함께 곧장 안부를 물어왔다.
“네. 괜찮습니다. 팀장님은 어떠세요?”
- 난 말짱하죠. 연희윤 에스퍼가 안 보여서 다들 걱정이 많았어요. 그날 기절한 상태로 표해승 가이드가 안고 있는 걸 봐서.
“아…….”
그 말에 스마트폰이 닿은 귀가 뜨겁고 간지럽게 느껴졌다. 해승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 아니었구나. 그때 의식을 잃은 절 해승이 안았구나. 하필 그 모습을 다른 사람이 다 봤구나.
무안해서 반대쪽 귀를 긁다가 습관적으로 목뒤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죄송해요.”
- 나야말로 미안해요, 연희윤 에스퍼. 돌아갈 타이밍을 잘 판단했어야 했는데 내 실책으로 그런 일이 겪게 했어요.
조사팀의 역할은 말 그대로 현장에 나타난 게 실제 괴물체인지, 그 괴물체가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관찰하는 거다.
그런 만큼 철수할 때를 적절하게 파악하는 게 팀장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괴물체는 워낙 신출귀몰하고 여러 마리가 몰려다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아뇨. 팀장님 덕분에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요.”
희윤이 얼른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초반에 전 팀장이 바람으로 괴물체를 날려 주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다쳤을지 모른다.
도망치면서 자꾸 불어나는 괴물체를 보며 희윤이 깨달은 건, 놈들은 늑대처럼 하울링을 통해 동료와 소통하고, 적이 나타나면 몰려들어서 맞선다는 것이었다.
“괴물체는 어떤 유인지 파악됐나요?”
희윤은 일부러 주제를 바꾸었다. 자신이 짐작한 게 맞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 아직 결과가 전부 나온 건 아닌데 윤곽은 잡혔어요. 아마 오전 중에 발표가 있을 것 같으니까 연희윤 에스퍼도 이따가 확인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편히 쉬어요.
“네.”
몇 번 더 몸조리 잘하라며 상냥하게 말한 전 팀장은 본부에 복귀하면 보자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희윤은 다시 메신저 앱을 실행했다. 안효정에게 전 팀장과 통화한 걸 알려 주고 그다음에는 몇 개나 쌓인 또 다른 대화창을 열었다. 정소한이 걱정스럽다는 말을 정중하게 몇 차례 보낸 것이었다.
[정소한 가이드 : 연희윤 에스퍼, 아직 연락이 안 되네요. 전화기도 계속 꺼져 있고.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걱정되네요. 오후 11:21]
[정소한 가이드 : 혹시 메시지 확인하면 시간 상관없으니까 언제든 답 주세요. 오후 11:21]
심지어 늦은 시간에 온 것도 있어서 희윤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나 : 정소한 가이드님. 저는 무사히 처치 마치고 현재 병원에서 회복 중이에요. 걱정 끼쳐 죄송해요. 오전 9:03]
퇴원하게 되면 본부에서 따로 인사하겠다는 말을 연이어 보낸 후 그사이 안효정이 보낸 메시지를 읽는데 정소한에게 답장이 왔다.
[정소한 가이드 : 많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어서 걱정했는데 마음이 놓이네요. 그래도 직접 보러 가고 싶은데 안 될까요? 오전 9:04]
희윤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누가 봐도 특실이라는 티가 팍팍 나는 곳에 그를 부르는 게 맞을까 고민이 되었다.
[정소한 가이드 : 본부 내 의료 센터가 아니더라고요. 표해승 가이드가 현장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쪽과 연계된 병원으로 간 거죠? 오전 9:04]
마치 희윤이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듯 정소한에게 연달아 메시지가 왔다. 해승이 데리고 온 거라는 걸 안다면, 고민할 필요 없을 듯했다.
희윤은 곧 정소한에게 와도 된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 후 다시 안효정과의 대화를 이어 갔다.
[안효정 선배 : 희윤 씨, 김동민 에스퍼한테 들었어. 오동리에서 또 한 건 했다면서? 오전 9:06]
희윤은 내용을 읽고 고개를 갸웃했다. 김동민이면 드론을 수백 대 날릴 수 있는 염동력 속성 에스퍼의 이름이었다.
[나 :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오전 9:06]
[안효정 선배 : 또, 또 모른 척한다. 뭐 그게 희윤 씨 매력이기는 한데 자꾸 그러면 안 돼. 뭐긴 뭐야. 희윤 씨가 하늘을 날았다는 얘기지! 오전 9:06]
안효정의 메시지를 읽자마자 희윤도 “아.” 하고 입을 벌렸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해승과도 그 일로 얘기를 나눴으면서 아예 염두에 두지도 못했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괴물체에 둘러싸인 사면초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으니까.
[나 : 벌써 그게 소문이 났어요? 오전 9:07]
희윤은 재빨리 메신저 앱을 끄고, 본부 공식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다.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게시판을 살폈지만, 오동리 출동 영상은 한 건도 올라온 게 없었다.
[안효정 선배 : 그럼. 그때 출동한 에스퍼가 몇이나 있었는데. 나도 가면 좋았을걸. 아쉬워. 오전 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