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도착한 집은 낯설었다.
끼이익.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새삼스럽게 집 안을 둘러보았다. 잡초가 무성할 거라 예상했던 마당은 깨끗했고, 집도 오래 비워 둔 것치고는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희윤이 놀란 건, 마치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불이 켜진 안방이었다.
‘누구지?’
희윤이 이곳에서 할머니와 산 이후 찾아온 손님이라고는 작년 재개발 문제로 엮인 불청객 외에는 우체부와 동네 분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들은 마당이나 마루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그러니 늦은 밤 이렇게 남의 집 안방에 불을 밝히고 있을 리 만무했다.
희윤은 마당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걸어가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방을 살피다가 비로소 서랍장 위에 놓인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했다.
연락이 계속 안 돼서 와 봤다. 보면 전화해라.
노트를 찢어 적은 짧은 메모. 마지막에는 낯선 번호가 적혀 있었다. 누구라고 이름도 밝히지 않았으나 알 듯했다.
“아버지가 왜.”
비록 시간이 흘렀다고는 해도 아버지의 필체를 잊을 리 없었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는 동안 연락 한번 없었으니 바뀌었다고 해도 잊히지 않는 열한 자리 숫자였다.
그러나 쪽지에 적힌 건 전혀 모르는 번호였다.
“어…….”
그러다 문득 희윤의 뇌리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왔던 문자 두 개가 떠올랐다.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함 목록을 훑었다.
곧 희윤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그저 귀찮아서 읽기만 하고 지우지 않았던 메시지가 아직 남아 있었다. 메모에 적힌 것과 문자함에 뜬 것, 두 개를 살폈다.
같은 번호였다.
그저 잘못 온 줄 알았던 문자. 그런데 그걸 보낸 상대가 13년 전 희윤을 이곳에 데려다 놓고 찾아오지도, 연락한 적도 없던 아버지였다니.
“왜.”
왜 이제야.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희윤은 당연히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그에게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
기껏 연결된 스마트폰 너머에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그때 처음으로 희윤은 아버지의 번호가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혹시 아버지가 집 안에 다른 흔적을 남겨 둔 게 있나 찾아보았지만, 쪽지가 전부였다. 대체 언제 왔다 간 건지, 방문한 이유는 뭔지.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었다.
고민하다가 아버지의 번호만 저장하고 스마트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방은 오래 비워 둔 게 무색할 만큼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했다.
아버지가 다녀갔다는 유일한 증거는 쪽지 하나였다.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 천장을 봤다. 그러다 머리맡에 두었던 스마트폰에 힐끔 시선이 갔다.
도착했다고 연락할까.
‘아니다, 아직 최관우 에스퍼와 있을지도 모르는데.’
복잡한 시선으로 덩그러니 놓인 스마트폰을 보다가 외면하듯 눈을 감았다. 마음이 어수선해서인지 잠에 쉽사리 들 수 없었다.
‘일단 거리를 두자. 해승과 거리부터 둬야 해. 그래야 끊어 낼 수 있어.’
수면 위를 불안하게 부유하던 정신은 깊은 새벽이 되어서야 간신히 가라앉았다.
* *
어둠 속에서 해승은 최관우가 한 말을 되새겼다. 그간 고민해 온 것들은 전부 좋아하는 상대에게나 향하는 것이라고.
“좋아한다고? 내가? 희윤 형을?”
그저 매칭률이 높아서 생긴 친근감 같은 게 아니라? 생각에 잠긴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깊고 진지했으며 어두웠다.
* *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본부로 출근하려니 뭔가 어색했다. 새벽 운동도 없고, 아침도 거르고 도보로 이동하는 모든 게.
무엇보다 내내 함께하던 사람이 없으니 허전한 기분마저 들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연희윤 에스퍼.”
“연희윤 에스퍼 주말 잘 보냈어요?”
사무실에 도착해 꾸벅 인사했더니 전 팀장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조사팀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윤은 일일이 대꾸하면서 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작은 알림 소리가 들렸다. 모니터를 봤더니 하단에 새로운 메시지가 와 있다는 표시가 떴다.
누군지는 알 수 없어서 메신저 앱을 활성화했더니 조사팀 전체 공지였다.
오늘 여름휴가 일정 확정 안내가 왔습니다. 각자 본인이 신청한 날짜가 맞는지 확인하고, 변경 혹은 정정할 분은 알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내용을 확인하고야 희윤은 해승과 휴가를 가기 위해 날짜를 정했다는 게 떠올랐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제 그런 말을 해 놓고, 오늘 휴가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일단 이건 오후까지 고민해 보자.’
당장 해승에게 연락하는 게 껄끄러워 희윤은 시간을 좀 더 유보하는 쪽으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건 희윤의 생각일 뿐이었다.
[해승 : 형. 휴가 날짜 확정됐다고 공지 떴죠? 오전 8:45]
해승에게 곧바로 메시지가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막 메신저 앱을 닫으려던 희윤의 손이 멈칫했다.
[해승 : 여행지는 여전히 제주도? 혹시 다른 장소 원하는 곳 있으면 말해 주세요. 오전 8:45]
연이어 해승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깜빡거리던 대화 창이 곧 사라졌다. 희윤은 멍하니 모니터 하단을 보다가 “하.” 하고 한숨을 흘렸다.
‘답해 줘야 하는데.’
생각은 하면서도 차마 대화 창을 클릭할 수 없었다. 어차피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에야 읽었다는 것도 모를 거다.
희윤은 애써 외면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 한 잔 마시고, 커피 한 잔 타 온 후 일이나 해야겠다.
시선이 다시 메신저 앱으로 향하는 걸 서둘러 붙들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뒤에서 전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자리 정리한 후 회의실로 모이세요.”
혼자 일하는 것보다 차라리 여럿이 회의하는 게 딴생각 안 할 수 있어 더 좋다고 생각하며 희윤은 휴게실에서 물만 한 잔 가득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는 바람 속성 에스퍼가 조사팀의 잦은 출동 문제를 화제로 올리며 시작되었다.
“야산에 리카온 떼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예전보다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지난번 오동리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전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리카온의 등장이 언론에 공개된 데다 습성이 들개와 비슷해서 더욱 그랬다.
“네. 들었습니다. 대응팀에서도 오보 여부를 좀 더 세밀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하더군요.”
“다행이네요. 그럼 좀 출동 횟수가 줄어들려나.”
건의했던 에스퍼가 목뒤를 마사지하듯 주무르며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요즘 조사팀 출동이 잦은 편이긴 했다.
“여름철이라 이제 슬슬 다른 종류의 괴물체가 뜰 때가 된 거 같은데.”
“지난번 서해만 때 같은 그런 대형 건만 아니면…….”
“차라리 그런 건 괜찮아. 물속에서 뭐가 나타나는 게 제일 골치지.”
“하긴 예전에 부산 앞바다에 나타났던 괴물체는 잡는데 꽤 시간이 오래 걸렸죠. 부상도 많았고.”
“그땐 이능력자의 각성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니까 아무래도 다들 버거워했지.”
회의라기보다는 잡담에 가까웠다. 하지만 희윤에게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회의 덕분에 오전이 빠르게 흘러가 자연스레 해승이 메시지를 보냈던 것도 잊고 있을 수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전 팀장의 지시로 회의록을 작성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연희윤 에스퍼, 오늘도 같이 먹어요?”
김동민이 물었다. 요즘 해승이 이런저런 일로 점심때 못 만나는 일이 많아지자 자연히 팀원들과 함께하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아.”
희윤의 시선이 자연히 메신저 앱으로 향했다. 여전히 읽지 않은 표시로 남은 대화창이 보였다.
[해승 : 희윤 형, 오늘은 점심 같이해요. 오전 11:52]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해승에게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표해승 가이드랑 먹겠구나. 오케이.”
마침 희윤의 모니터를 보고 있던 김동민도 해승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희윤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상황은 해승과 먹는 것으로 흘러가 버렸다.
[나 : 응. 로비로 내려갈게. 오전 11:52]
오전에 보낸 메시지를 읽지 않은 변명을 해야 할까. 아니면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희윤은 일단 만나서 얘기하기로 했다.
구내식당에 간다는 팀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오늘은 12시가 되기 전에 움직였더니 안이 텅 비었다.
숫자가 변하는 전광판을 보고 있는데 중간에 멈추었다. 열리는 문 너머에 해승이 보였다. 희윤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환해졌다.
“형.”
모두가 놀랄 정도로 화사하게 피어난 미소. 저절로 사람들의 이목은 해승을 웃게 한 희윤에게로 몰렸다.
희윤은 민망한 기분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승은 사람들이 만들어 준 틈을 비집고 들어와 당연하다는 듯 희윤의 옆에 섰다.
“형, 출근 잘했어요?”
“응.”
희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해승의 질문이 이어졌다.
“잠은 푹 잤고요? 식사는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뭐 타고 출근했어요?”
“운동은요? 동네 뛰었어요?”
“전 오랜만에 혼자 움직이려니까 너무 외로웠어요. 같이 운동하고, 밥 먹고, 출근할 때 좋았는데.”
목소리는 부드럽고, 사근사근하기까지 하다. 모두의 뇌가 조금 전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형은 안 그랬어요? 오랜만에 집에 가서 더 편했어요?”
아무리 들어도 저 말의 의미는 하나였다. 희윤이 그간 해승과 한집에서 지냈다는 것.
식당에 마주 앉고 보니 해승과 정말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스럽게 어색했다.
괜히 주변을 둘러보며 어색함을 달래는 동안 음식이 나왔다.
“형, 드세요.”
물과 수저를 놓아 준 해승이 희윤에게 권했다. 그제야 식당 곳곳을 헤매던 희윤의 시선이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연기가 폴폴 올라오는 뜨끈한 순대국밥이 뽀얀 자태를 뽐내며 입맛을 돋웠다.
“아침 식사 안 했죠? 배 많이 배고프겠어요. 얼른 드세요.”
“응, 잘 먹을게.”
희윤이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새우젓을 푹 떠 넣은 후 국물을 휘휘 저었다.
바쁘게 숟가락을 움직이는 동안 해승의 눈길이 지그시 희윤에게 닿아 왔다.
“너도 얼른 먹어.”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몇 번 더 밥을 먹던 숟가락을 뜨던 희윤이 결국 해승에게 말을 걸었다. 마치 그걸 기다렸다는 듯 해승이 손을 움직였다. 눈꼬리를 예쁘게 휘어 웃음도 지었다.
“잠 잘 잤어요?”
“응.”
“그래요? 근데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지?”
해승이 무덤덤하게 대꾸하는 희윤의 안색을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희윤은 그냥 숟가락에 국밥만 가득 펐다.
“하긴 에스퍼가 하루 잘 못 잤다고 티가 나지는 않겠네요. 근데 전 새벽까지 뒤척였어요.”
막 입 안으로 밥을 가져가려던 희윤이 우뚝 멈췄다.
“형, 미안해요. 어제 억지 부리고 화내서. 제가 잘못했어요.”
어둑해진 음성이 귀에 흘러들어 왔다. 희윤은 차마 더 숟가락을 입 안에 가져가지 못하고 국 속에 담갔다.
얼굴을 들자 잔뜩 풀이 죽은 해승이 보였다.
“어제 형이 그렇게 가고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희윤이 쳐다보는 걸 모르는지 해승의 시선은 계속 김이 올라오는 순대국밥에 꽂혀 있었다.
“형 말이 맞아요. 우리가 특별한 사이는 아니죠. 제가 형한테 유일해지고 싶어도 형에게 저는 고작 담당 가이드일 뿐이니까. 형한테 제가 하는 행동이 부담될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어요. 미안해요.”
“해승아.”
나직하게 흘러나오던 해승의 말은 그를 부르는 소리에 멈췄다. 그러나 해승은 여전히 희윤을 바라보지 않았다.
희윤은 눈도 마주치지 않는 해승의 매끄러운 이마와 높은 콧대에 차례로 눈길을 주며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나도 미안. 네가 부담되어 그런 거 아냐. 상처 주려고 한 말도 아니었어.”
“아니진 않죠. 그랬다면 형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건…….”
“괜찮아요. 솔직히 아예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형 덕분에 저도 알았거든요.”
내내 닿지 않던 해승의 시선이 희윤에게로 올라왔다. 그런데 뭔가 묘했다. 유독 오늘따라 검은 눈동자가 더욱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주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점점 더 빨려 들어갈 것처럼.
희윤이 멍하니 바라보는 걸 알아챈 해승이 입꼬리를 올렸다. 예쁘게 번지는 미소 역시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좀 더 몽롱해진 갈색 눈동자를 보니 제게 홀린 걸 알 수 있었다. 해승이 더더욱 화사한 웃음을 피워 냈다.
그러나 미소와 달리 해승의 속은 초조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해승은 감정적인 부분보다 희윤을 곁에 두었을 때의 안정감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랬기에 과거의 만남도, 높은 매칭률도 희윤과 가까워질 좋은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제가 희윤을 자꾸 찾는 이유도 그저 그 때문일 거라고 착각했다.
그런데 밤새 잠들지 못하고 자신이 희윤에게 보이는 행동과 말을 곰곰이 되짚다 보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희윤을 좋아한다고.
그저 안정감 때문이 아니라.
제 감정 상태를 정리하니 앞으로의 방향도 확고해졌다.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그러니 다시 제집으로 돌아와 주세요.”
일단 희윤을 제 곁에 돌아오게 해야 했다. 그 후 솔직하게 말할 거다. 제가 어떤 마음인지. 물론 희윤이 거절한다고 해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어?”
멍하게 해승을 보던 희윤이 무슨 소리냐는 눈을 했다.
“부담스럽게 하지 않을게요. 같이 지내요. 형이 오늘처럼 아침도 거르고, 운동도 못 하고, 걸어서 출근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건…….”
“정 불편하면 방만 따로 쓰는 건 어때요?”
그런 문제가 아니다. 희윤은 이 김에 확실하게 마음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해승의 집으로 가서는 안 됐다.
본부에서야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시간이라도 떨어져 지내야 확실하게 끊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냐, 그간에도 내가 너무 신세를 졌어.”
희윤이 단호하게 말했다. 해승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불편했어요?”
“아니, 편했지. 그래도 무한정 너한테 신세 질 순 없으니까.”
“그건 제가 괜찮은데.”
“내가 괜찮지 않아.”
희윤이 물러서지 않는다. 제 곁에 둔 후 고백하려던 계획이 첫 단추부터 어긋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희윤의 태도는 드물게도 해승을 당황하게 했다.
해승은 저를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에 어떤 말을 해도 생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다른 문제지만, 말 나온 김에 할게.”
“희윤 형?”
“앞으로는 다른 담당 가이드들과도 가이딩하도록 할게. 그간 너한테만 너무 의지했던 것 같아.”
냉정하기까지 한 눈빛으로 희윤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희윤 형.”
“미안해. 그래도 이해해 줘, 해승아.”
숟가락까지 내려놓은 희윤은 해승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결심을 마친 눈동자는 단단했다. 해승이 어떻게 해도 뚫을 수 없을 듯했다.
마치 희윤이 만들어 낸 물의 장벽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