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있어요?”
해승이 지하에서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을 힐끔 보고 희윤을 자연스럽게 당기며 물었다. 희윤은 해승에게 끌려간다는 자각도 하지 못하고 맹하니 고개를 저었다.
“흠, 그럼 다행이고요.”
딱 봐도 고민이 많아 보이는 얼굴인데 아니라니. 하지만 사정이 있어 아닌 척하는 거라면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저녁 먹고 들어갈까요?”
해승은 보조석 문을 열며 희윤을 돌아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차에 오르던 희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는 작게 웃으며 안전띠를 쭉 뺐다.
갑자기 앞이 막히는 느낌에 희윤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러다 제 가슴 앞을 가로지른 벨트를 보고는 또 “어.” 하고 멍한 소리를 흘렸다.
아직도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듯했다.
뭘까.
요즘 희윤의 상태가 여러모로 이상하기는 했어도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해승은 이유를 찾으려 희윤의 얼굴을 물끄러미 봤지만, 희윤은 그 시선조차도 제대로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해승은 그것 역시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며 보조석 문을 닫고 보닛을 돌아 운전석에 앉았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간 차는 멀지 않은 식당 앞에서 멈추었다.
“희윤 형, 다 왔어요.”
여전히 조 이사와의 일을 생각하던 희윤이 그 말에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덜컥 무언가에 가로막혀 버렸다.
“이런. 형, 다쳐요.”
해승이 안전벨트에 가슴이 턱 걸린 희윤을 보고 혀를 찼다. 그리고 바로 손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
달칵.
경쾌한 소리가 울리자 그대로 안전벨트를 붙잡아 위로 올렸다. 자연히 해승의 몸이 희윤에게 기울었다.
넋 놓고 있다가 코앞까지 다가온 해승을 깨달은 희윤의 숨이 덜컥 멈췄다.
희윤은 식사 내내 해승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그걸 해승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러 희윤 쪽은 보지 않았다.
대신 꿋꿋하게 그릇을 비웠다. 제가 먹지 않으면 희윤 역시 제대로 식사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형.”
마지막 남은 스테이크 조각을 씹어 넘긴 해승이 접시에 포크를 조용히 내려놓으며 희윤을 불렀다.
“응.”
그러자 희윤도 기다렸다는 듯 대꾸하더니 해승과 마찬가지로 바로 식사를 끝냈다. 해승은 아직 남은 아스파라거스와 구운 파인애플을 못마땅하게 봤다.
저것도 다 먹였어야 했는데.
설마 희윤이 곧바로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놓을 줄 몰랐기에 벌인 실수였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계속 아쉬워하는 건 해승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대신 본래 목적을 입에 올렸다.
“이제 말해 봐요.”
배도 부르게 했고, 고민도 충분히 하도록 두었다. 그러니 이제는 희윤에게 제대로 된 얘기를 들어야 할 때였다.
“그게…….”
희윤도 더는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해승과 만나면 어떻게 말할지 조 이사와도 이미 정해 둔 게 있었다. 다만 계속 망설이게 되는 건, 혹시나 하는 불안 때문이었다.
“실은 조 이사님이 남쪽에 있는 섬으로 출장을 가자고 하셨거든.”
“출장요?”
해승이 오른쪽 눈썹만 올려세웠다.
“그쪽엔 에스퍼 연구소가 있는데.”
“응.”
“얼마나요?”
“음……. 4일 정도.”
조 이사는 아예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밝히라고 했다. 하지만 희윤은 차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래요.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형에게도 연구소에 방문하는 일은 나쁘지 않으니까요. 근데 4일이라니, 너무 긴데…….”
뭔가 고민하는 듯한 해승의 얼굴에 희윤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설마 해승이 따라가겠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연구를 위해서 가는 거라 능력을 쓸 일도 별로 없대.”
그랬기에 희윤은 제가 먼저 말을 꺼내 버렸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그런 거면 굳이 형이 가지 않아도 되잖아요?”
해승이 이렇게 말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냐, 내가 가야 해.”
“왜요?”
희윤이 얼른 고개를 저어 말하자 해승은 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까딱였다.
“네 말마따나 나한테도 도움이 될 거니까.”
물론 그건 연구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조 이사는 희윤이 가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니 완전히 거짓말하는 건 아니었다.
“맞아요, 형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제가 반대할 수는 없죠. 요즘 계속 저 피해 다니고, 만날 때마다 고민이 많아 보이더니. 이 일 때문이었어요?”
그 말에 희윤은 또 뜨끔했다. 피한 건 어떻게 알았지? 고민이 많다는 건? 하필 그게 다 해승과 관련되어 있으니 지레 찔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으응.”
그래도 변명거리가 생긴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며 희윤이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대신 제가 연락하면 꼭 받아야 해요. 메시지도 바로바로 주고.”
“그럴게.”
“본부에 있을 때처럼 답 자꾸 늦으면 뭐 하다가 그런 건지 확인해 볼 거예요?”
“확인? 뭘 어떻게?”
해승이 확인해 보겠다는 말에 희윤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뭐긴요. 당장 형이랑 영상 통화해야죠.”
희윤의 동그래진 눈을 본 해승이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희윤은 짓궂게 웃는 해승을 보며 안심하는 한편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해승이 따라온다는 줄 알고 정말로 기겁했기 때문이었다. 출장 얘기는 그렇게 잘 끝난 듯했다. 그릇이 치워지고 케이크와 과일, 푸딩, 담백한 차가 앞에 놓였다.
나온 음식을 비울 때도 해승은 또 별말 없었다. 그래서 희윤도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디저트를 하나씩 먹었다.
마침내 식사가 끝나고, 차로 이동해 다시 안전벨트를 매고 출발을 기다리던 때였다.
“참 희윤 형.”
해승이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밟아 부드럽게 차를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앞을 보던 희윤의 시선이 해승에게 향했다.
“그럼 언제 가는 거예요?”
“어, 그게.”
희윤은 갑작스러운 물음에 버벅거리다가 슬쩍 해승의 눈을 피하며 마저 말했다.
“내일 오후에 출발하기로 했어.”
해승이 눈을 깜박였다. 깜빡깜빡, 한 번씩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길고 촘촘한 속눈썹도 팔락거렸다.
‘속눈썹 길구나.’
몇 달이나 같이 지냈는데, 새롭게 안 사실이다. 그러다 지금 제가 무슨 생각을 했나 싶어 얼굴을 확 붉혔다.
그건 고스란히 해승의 시야에 들어왔다. 긴 출장을 간다면서 그걸 하루 전에 알려 주는 희윤의 뻔뻔함이 황당하면서도, 제 얼굴을 보며 뺨이며 귀가 발개지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희윤의 외모에 눈길을 줄 때가 아니었다.
“하.”
해승이 기막히다는 한숨을 토해 냈다. 한순간 긴 속눈썹에 홀려 있던 희윤의 정신이 확 돌아오기에는 충분할 만큼 날카로웠다.
“내일요. 오후에.”
“응…….”
한마디씩 뱉는 말도 냉기가 풀풀 풍겼다. 희윤은 다시 해승의 얼굴을 살폈다. 아까 아예 다 말해 버렸으면 좋았을걸.
끝난 줄 알고 안심하다가 갑자기 물어 오는 말에 대답해 버렸는데 이 때문에 분위기가 차가워지니 해승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아니 사실, 절대 그에게 절대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 있어서 더욱.
“어쩔 수 없죠. 그것도 형이 정한 건 아닐 테니까. 그 부분에 관해서는 나중에 조 이사님과 얘기를 해 봐야겠네요.”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나중에 만난다는 소리를 할까. 궁금했지만 서늘한 해승의 눈빛에 차마 묻지는 못했다.
희윤이 해승을 만난 이후 이런 모습을 본 게 처음이라 더 적응되지 않았다.
‘이래서 다들 해승이를 어려워했구나.’
저보다 4살이나 어린데. 해승은 묘하게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남들 다 느끼던 걸 이제야 안 희윤이 허둥거리든 말든 해승은 나름대로 짜증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일단 옆에 두겠다는 계획은 희윤의 단호한 거리 두기로 실패했다. 그래서 온종일 어떻게 다시 집에 들일까 궁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 후 희윤은 제가 보낸 메시지에 답은커녕 이를 읽지도 않아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더니 이제는 아예 멀리 가 버리겠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내일 당장.
‘어이없네.’
성질 같아서는 진짜 못 가게 붙잡아 두고 싶었다. 하지만 희윤의 성격상 그랬다간 계속 왜 못 가게 하느냐 덤덤한 척 물으며 침울해하고, 조 이사에게 미안하다느니 당연히 제가 가야 하는 일인데 하며 신경 쓸 게 뻔하니 그럴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희윤에게 지대한 조력을 해 줄 조 이사와 함께 가는 것인 만큼 희윤의 미래를 생각해서도 거부해서는 안 됐다.
그래도 희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보려던 순간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내가 형한테 도움이 되라고 했지. 언제 날 방해하라고 했나!’
이게 다 조 이사 때문이라면 역시 조용히 넘어갈 순 없었다.
“저기 해승아.”
시간이 갈수록 해승의 표정이 차갑다 못해 살벌하게 변하니 이러다가 당장 조 이사의 멱살을 잡으러 가는 게 아닌가 불길해졌다.
“네. 형.”
희윤이 부르자마자 해승의 눈빛이 달라졌다. 얼음송곳 같던 눈동자가 사르르 녹더니 부드럽게 찰랑거렸다.
“갑작스럽게 말해서 미안해. 대신 꼬박꼬박 연락할게. 바쁘더라도 하루에 한 번은 꼭 할게.”
희윤의 간곡한 사과에 해승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대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화해 주세요.”
“어?”
전화를 세 번이나 하라고? 지금 내가 그런 소리를 들은 게 맞나. 그런데 해승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루 최소 열 개 이상 메시지 먼저 보내 주시고요.”
“뭐?”
지금도 희윤이 해승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다섯 개가 채 되지 않았다. 해승에게 오면 답장하는 게 대부분이었지.
그런데 전화 세 번도 모자라 메시지도 열 개나 보내라니!
“절 버리고 4일이나 가는데 그것도 어려워요?”
해승이 뺨에 살포시 손을 얹으며 고개를 외로 꼬았다. 가련해 보이는 포즈였지만, 희윤에게는 그저 협박처럼 느껴졌다.
실상 협박이 맞을 거다.
“노력해 볼게.”
차마 그렇게 하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아 희윤이 최선을 다해 타협점을 제시했다. 해승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을 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희윤이 저렇게 말하는 것도 많이 발전한 거니까 봐줘야 한다. 더 무리하게 했다가는 도망칠지 모르니까.
‘앞으로 갈 길이 먼데.’
세웠던 계획은 다 틀어지고, 희윤과는 당분간 만나지 못하고. 정말 한숨이 나올 것 같았지만.
‘뭐, 괜찮아. 그러고 나면 바로 휴가니까.’
그래, 어차피 출장을 다녀오고 나면 기다리던 휴가다.
‘제주도가 좋다고 했지.’
아주 고급스럽고 근사한 호텔을 골라야겠다. 예쁘고 깨끗한, 희윤이 홀딱 반할 만한 해변이 있는 곳으로.
이왕이면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는 한적한 장소라면 더 좋겠고.
“형을 위한 거라니까.”
그리고 앞으로 저를 위한 일이니까. 꾹 참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해승이 해사하게 웃었다.
어쩐지 등줄기에 한기가 느껴지는 듯해 희윤은 어깨를 부르르 떨고 마주 미소를 지었다. 둘은 같은 곳에 앉아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희윤은 전 팀장과 짧게 면담했다. 대외적으로 희윤의 출장은 남해에 있는 한 연구소로 알려진 상태였다.
오로지 지부장과 전 팀장만 본래 희윤이 가는 곳이 페루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심히 잘 다녀와요, 연희윤 에스퍼.”
전 팀장이 희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게 되어 죄송합니다.”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거잖아요. 여긴 걱정하지 말고 무사히 임무 마치는 것만 생각하세요.”
희윤은 미안한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전 팀장의 말대로 무사히 최대한 빠르게 다녀오겠다고 다짐했다.
해승과 점심을 먹은 후, 희윤은 조 이사와 함께 본부를 나섰다. 정소한과는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른 파견 팀원들은 내일 출발하기로 되어 있어 오늘은 희윤과 조 이사 그리고 정소한, 현장지원팀 직원 이렇게 넷뿐이었다.
“조 이사님, 오셨습니까.”
희윤보다 먼저 공항에 도착했던 정소한이 조 이사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전했다. 조 이사는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정소한은 희윤에게 반색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연희윤 에스퍼님. 여기서 뵈니 또 새롭네요.”
“그런가요?”
“네. 공항은 뭔가 더 특별한 느낌을 주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만나는 게 더 신선하게 느껴져요.”
희윤은 그 말을 속으로 동의했다.
영상 매체를 통해서 보던 공항은 참 널찍하고 복잡하고 사람이 많은 곳이네 하는 막연한 감상을 들게 했다.
실제로 와 본 공항은 희윤이 매스컴으로 접하며 느꼈던 것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정소한이 말한 대로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와 있는 듯한 기이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
“이만 들어갑시다.”
현장지원팀 직원과 대화를 마친 조 이사가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곳을 눈짓하며 말했다. 희윤은 조 이사의 뒤를 따르며, 정소한과 나란히 걸어갔다.
“어제 연희윤 에스퍼 연락을 듣고 정말 놀랐어요.”
정소한이 작은 목소리로 희윤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그보다는 기쁨이 더 컸어요. 드디어 연희윤 에스퍼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희윤이 돌아보자 눈을 마주친 정소한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고마워요, 연희윤 에스퍼. 함께 가자고 말해 줘서.”
정소한은 정말 기뻐 보였다. 하지만 그건 희윤이 해야 할 말이었다.
“저야말로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을 텐데 흔쾌히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일정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정소한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조금 더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에스퍼가 위험한 전투를 치르러 가는데 담당 가이드라면 당연히 동행해야죠. 연희윤 에스퍼의 안정도는 제게 맡겨 주세요.”
희윤은 그제야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정소한이 마음의 짐을 덜어 주려 한 말이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네 사람은 미국과 페루의 수도인 리마를 거쳐 30시간이 넘는 기나긴 비행 끝에 쿠스코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그 사이사이 희윤은 해승에게 온 문자에 늦게라도 답을 하려고 애썼고, 리마에서는 짧게 통화도 했다.
해승이 피곤해 보인다면서 식사 잘 챙겨 먹으라는 걱정스러운 말을 했을 땐 슬며시 웃기도 했다.
밤이 내린 쿠스코는 계속된 화재로 연기가 안개처럼 깔려 있었고, 매캐한 냄새와 코를 찌를 듯한 탄내가 가득했다.
“산불이 여기까지 영향을 미치나 봐요.”
정소한이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말했다. 희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갑시다. 간단히들 소개하고,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으니.”
조 이사가 희윤과 정소한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아르마스 광장이었다. 그곳에서 희윤은 현장지원팀 직원의 도움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에스퍼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쪽은 미국에서 온 마이클 에스퍼. B급 물 속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멕시코에서 온…….”
여러 나라에서 온 에스퍼들과 정신없이 인사를 나눈 후 희윤은 정소한과 함께 배정받은 호텔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짧게 나누다 잠이 들었고, 다음 날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각 일행과 함께 안데스산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