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외전) (3/5)

<같이 먹어요 (외전)>

“아으…….”

밤새 이어진 정사로 온몸이 욱신거리고 노곤했다. 특히 지나친 좆질로 인해 뒷구멍에는 홧홧한 열감까지 느껴졌다. 침대에서 비척거리며 일어난 연오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신의 오메가 페로몬이 잘 갈무리되었는지부터 확인해보았다.

별다른 향이 새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알파의 정액을 받으며 히트 사이클의 발정열은 떨어졌지만, 시도 때도 없이 넘칠 듯이 새어 나오는 오메가 페로몬이 문제였다. 그 상태로 알파 페로몬을 스치듯 맡기만 해도 다시금 열이 오르고, 아래가 애액으로 흠뻑 젖어 난감해졌다.

이대로 밖에 나가면 질 나쁜 알파들이 꼬일 것이 뻔했다. 태범은 연오에게 페로몬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머물 것을 권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페로몬을 조절하는 연습이 시작되었다.

연오가 방심하고 있을 때마다 불시에 태범은 알파 페로몬을 개방했고, 연오는 감응되지 않기 위해 오메가 페로몬을 잘 닫아 감추어야만 했다. 하지만 태범의 체향에 달뜨지 않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태범의 발기한 좆이 제 안을 헤집을 때의 감각을 기억하는 몸은 금세 아랫구멍을 적셨다. 오메가 페로몬이 슬금슬금 새어 나오며 결국은 잔뜩 젖은 구멍을 벌려 제발 좆을 넣어달라고 태범에게 애원하게 됐다.

그즈음이면 페로몬을 조절하겠다는 처음의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격렬하게 붙어먹고 있는 두 사람만 남았다. 어제도 그런 날 중 하루였다.

“아이구, 죽겠다…….”

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은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둑했다. 발끝으로 조심조심 걸어 욕실에 들어간 연오는 재빠르게 샤워를 끝마쳤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옷을 챙겨 입은 다음, 곧장 침대의 머리맡으로 향했다.

스탠드를 켜고 밝기를 조절하자, 은은한 불빛 아래로 곤히 잠든 태범의 얼굴이 드러났다. 자느라 평소보다 조금 느슨해진 잘생긴 얼굴을 넋을 놓고 보았다. 하마터면 새벽녘부터 일어난 이유를 잊을 뻔했다. 그럼 안 되지.

연오는 태범의 귀 가까이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일어나야지, 태범아.”

귓속말하듯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계속 잘 거야? 응? 에휴, 안 일어나니 어쩔 수 없네…….”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번졌다. 연오는 조심스럽게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어두운 시야 안에 걸린 태범은 전날 섹스가 끝나고 바로 잠이 든 터라 속옷 한 장 걸치지 않은 맨몸이었다.

근육으로 잘 짜인 육체를 훑는 연오의 호흡이 조금씩 가빠졌다. 며칠간 저 혼자 헐벗은 채로 옷을 다 갖춰 입은 태범의 아래에서 낑낑거릴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때와 정반대의 상황이라는 게 어쩐지 조금 짜릿한 것이었다.

게다가 두툼한 성기는 아침을 맞아 이미 반쯤 발기한 상태였다. 살금살금 몸을 움직여 태범의 사타구니 사이에 자리를 잡은 연오가 허공에서 꺼덕이는 성기를 살짝 쥐어보았다.

“흐응…….”

손안에서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기대감에 콧소리를 낸 연오는 무방비하게 드러난 샅으로 곧장 얼굴을 파묻었다. 주인의 품을 파고든 강아지처럼 작게 헥헥거리다가 야릇한 감상에 취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알파 본연의 향이 가장 진한 곳. 매번 연오를 극한까지 달뜨게 하는 바로 그 향기의 근원이 코앞에 있었다.

“으응, 좋아아…….”

익숙한 체취에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굵직한 핏줄이 군데군데 솟은 거대한 성기를 양손으로 쥐고 능숙하게 흔들자 기둥을 타고 흘러내린 프리컴에 연오의 말간 얼굴이 점차 젖어 들었다.

다른 알파와 비교할 수도 없이 크고 단단한 좆을 만지고 있으려니 얌전하게 닫힌 뒷구멍이 움칠움칠 떨리는 게 느껴졌다. 손가락이라도 넣어 쑤석이고 싶었지만, 태범의 아침 발기를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우음…….”

두꺼운 살기둥을 혀로 길게 쓸어 올렸다. 다른 곳보다 뜨거운 온도의 표면에 흉흉하게 불거진 혈관이 말캉한 혀 아래로 짓눌렸다. 몇 번의 왕복만으로도 태범의 성기는 금세 연오의 침으로 질척하게 젖어 번들거렸다.

빨기 좋을 만큼 충분히 적신 성기를 한입에 삼켜보려고 했으나 연오의 입에 담긴 것은 겨우 절반이 다였다. 그마저도 입술이 빠듯하게 벌어져 조금 아릿하기까지 했다. 연오는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부푼 살기둥이 치아에 긁히지 않도록 요령껏 고갯짓을 시작했다.

이불 안에서 들썩들썩 고갯짓을 이어가자 반쯤 서 있던 태범의 성기가 축축한 연오의 입안에서 완전히 발기했다. 동시에 알파 페로몬이 한층 더 진해졌다.

“우읍, 흐……!”

갑작스럽게 훅 끼친 열감에 몸을 지탱하느라 세운 허리가 파르르 떨린다. 애가 달아서 숨소리가 크게 터졌다. 내벽 깊숙한 곳이 간지러워 연오가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달싹일 때였다.

“흣, 으흡!”

작은 머리통을 뒤덮을 만큼 큰 손이 연오의 머리칼을 억세게 휘어잡아 성기를 뿌리 끝까지 삼키도록 만들었다. 단번에 꿰뚫을 듯이 퍽, 하고 박히는 거대한 살덩이에 연오는 다급히 목구멍을 크게 열어야 했다.

“흑, 우읍, 웃……!”

턱에 힘을 빼자 기다란 살덩이가 죽죽 밀고 들어와 목구멍의 여린 점막을 무자비하게 유린하기 시작했다. 잠에 취한 이의 몸짓치곤 몹시 거칠었다. 좆으로 꽉 틀어 막힌 숨통에 반사적으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다물지 못한 아래턱으로는 침이 질질 샜다. 난폭하고 강압적인 허리 짓으로 목구멍을 찔러대는 통에 숨이 모자라 연오의 눈앞이 깜빡깜빡 점멸했다.

“흐, 욱, 웃!”

참다못한 연오가 손을 들어 태범의 허벅지 위를 긁어댔다. 미약한 손짓이었지만 뒤통수를 누르고 있던 손에서 이윽고 서서히 힘이 빠졌다. 드디어 잠에서 깼나 보다. 낮게 가라앉은 신음과 함께 이불이 걷혔다.

껌껌했던 시야가 일순 환하게 밝아졌다.

“하아……. 정연오, 거기서 뭐 해.”

시원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오면서 물고 있던 성기가 퉁, 하고 입천장을 긁으며 빠져나갔다. 그 바람에 헤벌린 입술과 선액을 질금거리는 귀두 사이에 기다란 은빛 실선이 생겼다.

“후으, 읏……. 흐, 너 깨워주려고…….”

“하, 펠라로?”

태범이 짧게 코웃음을 쳤다.

어이없단 표정이었지만 확실하게 흥분감이 어린 얼굴이었다. 살짝 들뜬 목소리로 태범에게 잘 잤냐고 물으니 ‘덕분에.’라는 짧고 다정한 대답이 돌아와 연오의 기분은 더욱 몽글몽글해졌다.

“그나저나 얼굴이 엉망이네. 아침부터 나 꼴리라고 그렇게 울어?”

태범이 열기로 발갛게 달아오른 연오의 뺨을 문질러 준다. 더운 뺨을 달래주는 서늘한 온도에 연오가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으응……. 그런 건 아닌데…….”

“밤새하고도 모자라서 다시 발정난 줄 알았네.”

태범은 제 사타구니 사이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연오를 보다가 봉긋하게 올라붙은 둔부를 한 손으로 쥐고 바짝 끌어당겼다. 강한 힘에 연오가 태범의 배 위로 엎어졌고, 그 덕택에 바지를 들추기 수월한 자세가 되었다.

“아으……. 나 뒤에, 아, 아파서 더는 못해…….”

바지 속을 일시에 파고든 굵은 손가락이 더듬더듬 골을 타고 내려가 밤새 씹질하느라 시달린 뒷구멍을 톡톡 두드린다. 살짝 부은 구멍에서 열감이 느껴졌지만, 태범은 아랑곳하지 않고 젖은 내부로 검지를 집어넣어 오메가의 육벽을 샅샅이 탐색했다.

“아흑, 태범아…….”

“그러게. 아직 부어 있네.”

“계속 긁지 마, 거기, 아, 아파……!”

가려운 내벽을 긁어내리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으나, 막상 손가락이 닿으니 쾌감보다는 아픔이 조금 더 컸다. 연오가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아픔을 호소하는 바람에 태범은 결국 구멍 안을 헤집던 손가락을 빼내야 했다.

밖으로 나온 검지에는 투명한 애액이 조금 묻어 있을 뿐, 정액 한 방울 묻어나지 않았다. 이건 또 언제 빼냈대. 제 손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내려다보던 태범이 한숨처럼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로 연오를 보았다.

“그래서 아랫입으로 좆물 못 먹으니까 윗입으로 해주려고?”

“어? 아, 그것도 그런데…….”

모닝 펠라의 이유는 그것뿐이 아니었기에 연오는 가만히 말을 골랐다.

“너 오늘, 음.”

“아, 설마. 나 오늘 가는 거 아쉬워서 그래?”

뭔가 깨달은 듯 웃음기가 스민 목소리였다.

연오는 그 말에 눈썹이 축 처지면서 조금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그랬다. 오늘은 태범이 훈련에 복귀해야 하는 날이었다. 고작 며칠이었지만 종일 붙어있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태범은 아마 앞으로 한동안은 무척 바쁠 것이었다.

벌써부터 아쉽고 섭섭했다. 그래서 연오는 작은 이벤트를 몰래 준비했다. 바로 태범보다 먼저 일어나 모닝 펠라로 태범을 깨워주는 것이었다. 물론 계획대로라면 사정까지 시켜야 했지만…….

“진짠가 보네.”

태범이 울상이 된 연오를 일으켜 짧게 입을 맞추었다.

쪽, 쪽, 쪽. 낯간지럽게 이어지는 버드 키스에 연오의 콧잔등이 작게 찡그려졌다. 섹스 이외의 다정한 스킨십에 면역이 없어 조금 어색했던 탓이었다.

연오는 슬쩍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응. 그러니까 마저 빨게 해주면 안 돼?”

아직 사출하지 못하고 꺼덕이는 성기에 연오가 손을 뻗자 태범이 양손을 잡아 제 배 위로 고정을 한다. 손은 쓰지 말란 무언의 요구였다. 연오는 눈치껏 젖은 입술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후…… 그래.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알파 좆, 여기.”

태범이 남은 손으로 성기의 밑동을 쥐는 것을 보고 연오가 그대로 귀두를 입에 담으려고 했지만, 큼지막한 귀두는 혀끝을 스치고 옆으로 이동했다.

어어, 소리를 내며 연오가 좆을 따라 고개를 옮겼다. 그러자 태범은 성기를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이리저리 휘두르며 연오가 쉽게 좆을 물지 못하도록 장난질을 쳐댔다. 연오는 애가 타서 혀로 아랫입술을 훑었다.

살짝 벌린 입술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좆을 따라 움직이는 얼굴이 제법 귀여워 보여 태범은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아주 좆에 환장한 거 같네.”

“아, 왜 그래. 장난치지 말고, 태범아…… 응?”

연오가 젖은 눈을 치켜뜨며 애원했다. 태범의 여유로운 낯 위로 짙은 흥분이 차올랐다. 단단한 눈매가 험악하게 굳은 것은 그다음이었다. 연오가 혀끝을 뾰족하게 세워 귀두의 갈라진 틈을 할짝거린 것이었다.

“하…….”

태범이 성기를 쥔 손을 놓자 연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내려 성기를 삼켰다. 중간에 한 번 막혀서 퍽 매끄러운 동작은 아니었다. 새까맣게 가라앉은 태범의 눈을 흘끔 올려다본 연오는 조바심을 내며 행동을 서둘렀다.

목 근육을 느슨하게 풀고 삽입 각도를 바꿔보기도 하면서 단단히 발기한 성기를 더 깊게 삼켜냈다. 목구멍을 완전히 채우는 아릿한 부피감에 눈꺼풀이 절로 떨린다. 입 안쪽의 말랑한 살과 오돌토돌한 입천장, 그리고 둥글넓적한 혀가 빠듯하게 성기를 감쌌다.

“알파 좆이 그렇게 좋아, 연오야?”

“으, 후응, 큽…….”

“하, 씹.”

대답 대신 뿌리 근처까지 삼킨 좆을 목구멍으로 꾹꾹 조이자 태범이 나직한 한숨과 함께 천천히 허리 짓을 시작했다. 연오의 몸이 긴장감으로 뻣뻣해졌다. 다행히 아까만큼 난폭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우웁, 훗, 욱……!”

“이젠 목구멍이 완전히 트였네. 하아…….”

나지막한 칭찬의 말에 아찔하게 쾌감이 고양되었다.

“흐윽, 흡, 응, 큿!”

고환이 거의 턱에 닿을 때까지 밀고 들어온 두꺼운 성기에 연오의 숨통이 다시금 조였다. 유순한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러나 연오는 머리를 뒤로 물리는 법이 없이 순종적인 자세로 태범의 몸짓을 받아들였다.

태범은 연오의 좁다란 입안을 한참이나 탐했다. 한껏 벌린 턱이 저려올 때쯤이 되어서야 몇 번의 빠른 왕복 끝에 좆 끄트머리에서 무언가 팍, 터졌다. 기다리던 사정이었다.

식도로 넘어오는 좆물을 꿀꺽꿀꺽 끝까지 다 받아 마시고 나서야 연오는 성기를 뱉어낼 수 있었다.

“하악, 흣, 우흐…….”

천천히 숨을 골랐다. 사정을 했음에도 여전히 우람한 성기에 희뿌연 정액이 점점이 묻어 있는 게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아차 싶은 표정으로 연오는 얼른 고개를 내려 혀로 기둥을 닦아내듯이 샅샅이 핥아 마무리했다.

“이건 어째 갈수록 더 음탕해지는 거 같지…….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

굳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청소 펠라까지 한 연오를 보고 태범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제야 민망해진 연오가 뺨을 붉히고 태범을 올려다보았다.

“흐, 아깝잖아…….”

“나 참. 예쁜 게 어디서 또 누굴 홀리려고.”

“그래서 싫었어?”

그럴 리가. 태범은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은 눈빛에 결국 기특하다는 듯이 연오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너 음란한 거야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나한테만 천박하게 굴라고. 알아들어?”

“아무한테나 이러는 거 아닌데…….”

“내 동생이랑도 붙어먹고서는. 그럼 네가 얌전해?”

“……그건, 음.”

어물어물 변명을 해보려던 연오는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미 화려한 전적이 있는 터라 어떤 변명도 먹히지 않을 게 뻔했다.

어색한 침묵이 찾아오자 연오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태범의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민망함을 무마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손놀림이었다.

태범은 씻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던 것을 멈추고, 두툼한 좆을 쥔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정연오.”

“어?”

“그게 장난감이야? 왜 계속 건드려.”

“아, 어……. 너 왜 다시 서?”

“그럼 그렇게 만지는데 안 세우고 배겨?”

그 말에 화들짝 놀라 손을 뗐지만, 이미 태범의 성기는 다시금 기운 좋게 힘을 받은 상태였다.

“구멍 아프다면서 방금까지 울어놓고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다시 세웠어.”

“내가, 그, 그럼 다시 빨아줄게.”

연오가 다시 펠라를 할 기세로 고개를 숙이자 시계를 흘끔 확인한 태범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시간 없어. 이리 와서 팬티나 내려 봐.”

“……으응?”

연오는 눈을 끔뻑이며 의아해하면서도 명령조의 말을 순하게 따랐다. 시간이 없단 소리에 지체 없이 바지부터 훌훌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아침에 갈아입은 검은색 팬티가 조신하게 아랫도리를 감싸고 있는 게 보였다. 연오는 팬티를 두 손으로 잡고 밑으로 슬슬 끌어내렸다. 이내 끄트머리가 조금 젖은 연한 색의 성기가 드러난다.

“더 내려.”

“이, 이 정도?”

“어. 그 상태로 여기 가까이 붙어.”

어느새 침대에 걸터앉은 태범이 제 쪽으로 손짓했다. 연오가 팬티를 내린 상태로 주춤주춤 다가섰다. 허벅지 중간쯤에 걸쳐진 속옷에 약간의 물기가 어린 게 태범의 시야에 걸렸다.

그새 또 젖었네. 쯧, 태범이 짧게 혀를 찼다. 그리곤 단단하게 일어선 좆을 손으로 한 번 느릿하게 훑었다가 이내 빠르게 흔들며 자위를 시작했다.

탁, 탁, 탁.

오직 좆물을 싸내기 위한 단조로운 몸짓.

시선은 연오의 얼굴에 고정한 채였다. 희멀건 목덜미가 금세 붉어졌다. 더 부끄러운 짓도 많이 했는데, 고작 자위하는 태범의 모습이 시각적인 충격으로 다가올 줄이야. 자신이 태범 하나만을 위한 포르노 잡지 속 모델이 된 것 같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바라보는 시선이 델 것처럼 뜨거웠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 그만 얼굴을 가리고 싶었지만, 태범의 말에 옴짝달싹도 못 한 채로 얌전히 치부를 드러내고 있어야 했다.

태범은 발긋하게 물든 연오의 얼굴을 반찬 삼아 자위를 계속 이어갔다. 덕분에 애꿎은 팬티를 쥔 손에 힘이 꾹 들어간다. 성기에 열이 몰리기 시작했다. 옅은 색의 귀두에서 맑은 쿠퍼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만져주지도 않았는데 뭘 했다고 자지를 세워. 후, 걸리적거리니까 손으로 들고 있어.”

“으, 으응…….”

미끌미끌한 성기를 쥐어 올리자 손바닥 사이가 금세 척척해졌다. 그러쥔 손을 마구 흔들어 대고 싶은 것을 참느라 연오의 엉덩이에 바짝 힘이 들어간 순간,

“……후윽.”

근육으로 갈라진 태범의 허벅지가 일순 팽팽해졌다.

이윽고 연오의 애액이 묻은 팬티 위로 태범의 좆이 기세 좋게 울컥, 토정한다. 앙증맞은 검은 팬티에 알파의 뿌연 씨물이 오목하게 고였다. 밤새 혹사당한 뒷구멍 대신 팬티가 정액받이를 한 것이었다.

기둥을 흔들며 질펀하게 끝까지 다 싸지르고 난 후에야 태범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해. 어서 입어야지.”

명료한 말이었다. 더불어 훤히 드러낸 아래를 훑는 집요한 시선이 느껴졌다. 연오는 잠시 당황한 채 굳어 있었다. 무릎이 조금 후들거린 탓이었다. 팬티에 담긴 정액이 살짝 출렁이자 피식, 웃는 소리가 앞에서 들렸다.

기묘한 수치심이 연오를 덮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으니 태범이 친절하게도 팬티를 직접 추켜올려주었다.

“좆물 한 방울도 흘리기 아깝다며.”

“흐으, 축축해.”

연오의 눈이 질끈 감겼다.

발갛게 부푼 성기가 젖은 팬티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미적지근하고 걸쭉한 정액이 둔부에 잔뜩 엉겨 붙는 감각에 몸이 절로 부르르 떨린다.

며칠간 익숙해진 묵직한 알파 페로몬이 연오를 휘감았다. 그와 동시에 아래에서 애액이 주르륵 새는 게 느껴졌다. 엉덩이를 움찔거리자 점액질이 엉망으로 한데 섞여든다.

흡사 자신이 사정을 한 것 같기도 했고, 혹은 태범이 제 안에 싸준 좆물이 구멍 밖으로 흘러나온 것 같기도 했다.

“이리 와.”

차마 앉지도 서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로 있으니 태범이 허리를 잡아 자연스럽게 침대에 눕혀준다. 음영진 잘생긴 얼굴이 연오에게로 기울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고, 이내 제법 다정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맞닿은 몸에 쿵쿵,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으음…….”

이럴 때면 자신과 태범의 사이가 예전과는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더는 평범한 친구 사이라고 할 수 없었다.

정식으로 사귀자고 한 건 아니니까 이렇게 되면 섹스 파트너가 되는 건가?

태범과 스스럼없이 입을 맞추면서도 연오의 머릿속은 궁금증으로 빠르게 팽팽 돌아갔다. 하지만 정작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게다가,

“……흡!”

연오가 딴 생각을 하고 있단 것을 눈치챈 태범이 고개를 꺾으며 혀를 삽입하듯이 입안 깊숙이 쑤셔 넣는 바람에 궁금증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혀가 질척하게 얽히며 발생하는 축축한 파생음 때문에 흥분이 빠르게 치달았다.

“처신 잘해, 정연오.”

씹질은 나랑만 하는 거야. 젖은 입술을 떨어트린 태범이 나지막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심장을 간질이는 낮은 웃음소리에 연오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섹스 파트너라도 어디야.

태범이 오메가와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으니 별다른 실망감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라도 태범과 같이 있을 수 있단 사실에 감격해 연오는 속도 없이 마냥 들뜨기만 했다.

“나 없다고 이상한 데서 굴러먹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으응, 알겠어…….”

온몸에 열이 잔뜩 올랐다. 잘생겼는데, 좆도 크고, 섹스까지 잘하는 강태범은 연오의 천년의 이상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족스럽게 가쁜 숨을 삼킨 연오는 태범의 목에 팔을 감아 힘껏 안겼다.

* * *

최근 선재의 기분은 암담할 정도로 저조했다. 달큼한 페로몬 향이 코끝을 맴도는 착각에 빠져 벌써 며칠째 불면의 밤을 보내는 중이었다. 분명 태범과 연오를 나눠 먹을 때만 해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해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갈증은 답답하기만 했다. 말랑한 그 얼굴을 보면 좀 나을 것 같은데 태범이 어찌나 싸고도는지 요즘은 연오의 얼굴은커녕 머리카락 한 올 보기도 어려웠다.

선재는 아쉬운 대로 클럽으로 향했다. 대충 눈에 띄는 오메가를 골라 실컷 떡치고 난 뒤 숙면을 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장렬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데리고 나온 오메가는 연오와 비슷한 생김새였지만, 역한 단내를 풍기고 있었다. 페로몬을 맡는 순간 따먹고 싶은 생각이 일시에 사라졌다.

그렇게 선재는 수면 부족과 더불어 욕구불만에도 시달려야 했다.

한 번 따먹고 나면 금방 잊힐 줄 알았는데, 왜 계속 정연오 생각이 나지. 속궁합이 잘 맞아서 그런가. 씨발, 한 번 더 떡쳐보면 확실히 알 것도 같고…….

밤을 꼴딱 샌 선재는 결국 이른 귀가를 결정했다. 모처럼 태범이 집을 비우고 없었다.

반가운 뒤통수가 보였다.

“아직까지 우리 집에 있었네요, 연오 형.”

무방비한 차림새로 주방에서 물을 마시던 연오는 별안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생긴 것만큼이나 하는 짓도 맹하지, 정말.

허리를 굽힌 채 콜록콜록, 기침하는 연오의 뒤로 다가가 등을 두드려주었다. 안정적인 두드림에 조금 진정이 되는지 연오는 머쓱한 얼굴이 되어 뒤로 물러났다.

“어, 언제 왔어?”

“조금 전에요.”

선재는 제 앞에 있는 연오를 느릿하게 훑었다.

자다 일어났는지 짧은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채였다. 못 본 사이에 살이 좀 내린 것 같았다. 동그랗고 반질했던 이목구비가 조금 날카로워진 것도 같았고. 순해서 울려보고 싶던 인상에 묘한 색기가 감돌고 있었다.

“너 술 마셨어?”

뜨거운 눈초리를 느낀 연오가 고개를 기울였다.

태범의 것인지 품이 큰 흰 티셔츠 아래로 얇은 몸 선이 보였다. 선재는 말없이 한 걸음 다가섰다. 허리를 안고 몸을 은근히 밀착했다. 허리가 두 손에 잡힌다. 뼈대를 훑으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손짓이 한동안 이어졌다.

“선재야, 뭐 하는 거야. 간지러워…….”

“그새 살이 좀 빠졌네요?”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그보다 이거 손 좀.”

연오가 손을 뻗어 밀어내려고 했지만, 선재는 가볍게 무시했다.

숙취로 인해 머릿속은 삐걱거렸고, 밤을 샌 탓에 눈꺼풀은 쇳덩이라도 달아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연오에게 바짝 붙어 흰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자, 밤마다 아른거리던 단내가 옅게 풍겼다.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다만 조금 거슬리는 것은…….

“지금 형한테서 강태범 냄새가 진동을 해요. 우리 형이랑 그동안 씹질하느라 좋았나 봐요. 흐음, 그럼 이제 내 차롄가.”

목덜미를 훑으며 올라간 입술이 귓불에 닿자 연오의 어깨가 크게 들썩인다. 등이 뻣뻣해지고, 솜털이 바짝 서는 게 한눈에 보였다. 오메가 페로몬이 조금 짙어졌다가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그만 만져.”

선재의 팔 안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게 된 연오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을 최대한 뒤로 빼는 것이 전부였다. 연오가 어색하게 눈을 굴리며 말했다.

“이, 이제 너랑 안 할 거야.”

“뭘요? 씹질을?”

“응, 그거…….”

그리곤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깐다.

씹질이란 말도 입 밖으로 못 내뱉는 주제에 온갖 야한 짓은 잘만 하면서. 하여간 보면 볼수록 웃겼다. 그래.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선재의 입매가 잔뜩 비틀렸다.

“우리 형이랑 잘됐다고 이제 난 먹고 버리는 거예요?”

“머, 먹고 버리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좋다고 좆을 두 개나 씹구멍에 처넣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왜 조신한 척이에요. 진짜 강태범 좆 하나로 만족할 수 있겠어요?”

적나라한 음담에 잠시 당황하던 연오가 매서운 눈초리로 선재를 쏘아보았다. 그러더니 곧 눈매를 누그러뜨렸다.

“그래도 이제 너랑 안 해.”

어쩐지 결연해 보이는 태도였다. 욕구불만으로 달아올라 있던 아래가 순식간에 차게 식을 정도로 짜증이 치솟았다. 선재는 연오를 내려 보다가 허리춤에서 손을 떼어냈다.

“알았어요. 씹질 안 해요. 내가 형만 보면 발정하는 개새끼도 아니고.”

두 손을 들고 뒤로 물러서자 연오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쉰다. 그 행동이 여간 아니꼬운 게 아니었지만, 지그시 눌러 참았다. 뒤늦게 술기운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해장부터 할 생각으로 냉장고를 열었지만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선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먹을 게 없네. 우리 마트나 갈까요.”

“어?”

방으로 들어가려던 연오의 걸음이 뚝 멈추었다.

조금 고민하는 게 보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축낸 식재료를 채워놓아야 할 것 같은 양심 때문인지, 아니면 집 안에 둘만 남겨지는 것보단 차라리 밖에 나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연오는 순순히 선재를 따라 나왔다.

주중의 마트는 한산해서 좋았다. 충동적으로 선택한 거였으나 연오와 티격태격하며 장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나란히 서서 카트를 밀다가 불현듯 든 생각에 선재가 웃으며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꼭 신혼부부 같다, 그쵸.”

“신혼부부는 무슨…….”

연오는 얼굴을 붉히며 잠시 허둥거렸다.

“형은 이상한 포인트에서 부끄러워하네요. 하긴, 신혼보다는 유부남 따먹는 쪽이 더 내 취향이긴 하죠.”

가라앉은 기분은 어느새 풀려 있었다. 선재는 산뜻한 손길로 카트를 밀었다. 그리고 제 아래에서 ‘안 돼요, 도련님.’이라고 말하며 우는 정연오를 상상해보았다. 가족으로 엮여 벗어날 수 없는 사이의 정연오라…….

상상만으로도 굉장히 꼴렸다.

차오르는 흥분을 가리려고 즉흥적으로 아무 물건이나 다 집어 드는 바람에 계산대에 도착했을 땐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태였다. 필요 없는 건 빼버릴까 했지만 두 사람은 양손 가득 짐을 나누어 들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절반쯤 가던 도중에 연오가 휴대폰을 마트에 놔두고 왔다고 우는 소리를 냈다. 칠칠맞지 못하게 물건을 흘리고 다니는 버릇은 여전했다. 선재는 혀를 끌끌 찼다. 귀찮았지만 연오와 같이 가는 것보단 혼자서 빨리 다녀오는 게 나을성싶었다.

그렇게 연오의 휴대폰을 찾아 돌아오는 길이었다. 건널목에서 마트 비닐봉지를 끌어안고 쭈그려 앉아 있는 연오를 발견하고는 피식거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꼭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 같네.

동그란 정수리를 보면서 걷는데, 누군가가 연오에게 다가가는 게 보였다.

“어? 이게 누구야. 정연오!”

웬 느끼하게 생긴 놈이었다.

“어, 정훈 선배.”

어색하게 이름을 부른 연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야 형이라고 부르라니깐. 정 없어 보이게 우리 사이에 선배가 뭐야, 선배가.”

“네, 네. 정훈이 형. 됐죠?”

“그래. 훨씬 낫네. 근데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너 학교도 며칠이나 빠졌다면서. 연락도 안 되고.”

“아, 그게…….”

연오의 얼굴에 난처한 웃음이 떠올랐다. 별로 친해 보이진 않는데. 그러고 보니 태범이 아닌 다른 사람과 있는 연오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선재는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정훈이라 불린 남자가 연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이번 주 지욱이 생파할 건데 너만 답장 안 했더라. 올 거지?”

“아 맞다. 답장한다는 걸 깜빡했어요. 그게 이번 주였어요?”

“그래, 너 안 올 거 같다고 걔가 얼마나 섭섭해했는데.”

“헉, 진짜요?”

연오는 손사래를 치며 안절부절못했다.

남자는 변명을 늘어놓는 연오에게 붙어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해댔다. 사람 손 타는 게 익숙한지 연오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어깨를 끌어안았다가 놓는 몸짓. 목덜미를 훑고, 등을 둥글게 문지르는 손길. 이젠 귓불을 만지작거리기까지 한다.

누가 봐도 음흉한 수작질이라는 게 뻔히 보였다. 설명할 수 없는 불쾌함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다. 남자는 계속해서 능글거렸다.

“뭐 그럴 수 있지. A주점에서 10시부터 모이니까 꼭 와. 형이 너 많이 아끼는 거 알지? 네가 와서 얼굴마담 해줘야지. 수질 좀 확 올라가게.”

“어…… 10시부터요?”

“왜? 그새 사귀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아뇨, 그건 아닌데…….”

연오가 머뭇거리며 대답을 피했다.

얼마 전까지 진득하게 붙어먹은 사람이 둘이나 있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일까. 그중 하나는 심지어 짝사랑 상대였는데 말이지. 선재의 고개가 삐딱해졌다.

남자는 느끼한 얼굴을 들이대며 연오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했다. 귓바퀴에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하는 게 영 신경을 거스른다. 게다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연오의 얼굴이 상당히 벌게져 있었다.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까. 너무 비싸게 굴지 말고. 알았지?”

연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그래. 그럼 너 온다고 애들한테 말해놓는다?”

장난스럽게 연오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곤 남자가 이내 자리를 떴다. 잠시 후 남자가 떠난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간 선재는 연오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연오 형, 여기 휴대폰.”

“아, 고마워. 선재야.”

연오가 휴대폰을 받아들자 선재는 짐을 들고 먼저 훌쩍 걸음을 옮겼다. 연오가 그 뒤로 종종 따라 걷는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선재는 불쾌함의 이유를 찾고 있었다. 이때까지 만난 오메가들은 친구들이랑 떼씹을 해도 별 상관이 없었는데, 정연오는 외간 남자한테 고작 몇 번 터치 당했다고 이렇게까지 기분이 나빠질 수가 있나.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로 어딘가 냉랭해진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연오는 조용히 선재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한동안 둘 사이에 부스럭거리며 물건을 정리하는 소리만 울렸다.

정적을 먼저 깬 건 선재였다.

“아까 그 사람 누구예요.”

“누구?”

“건널목에서 형이랑 대화하던 사람.”

“아, 우리 과 선밴데.”

연오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답했다. 설마 상대의 흑심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건가. 선재의 입에서 삐딱한 말이 튀어 나갔다.

“그냥 선후배 사이로는 안 보이던데. 그 사람이랑도 붙어먹었어요?”

“아냐. 무슨 소리야. 그 선배는 베타고, 애인도 있는데!”

머리를 좌우로 붕붕 흔드는 연오를 보며 선재가 한숨을 쉬어 보였다.

“베타면 뭐요. 베타라고 형한테 발정 안 할 거 같아요?”

선재는 식탁에 있던 짐들을 옆으로 치우고 그 자리에 연오를 앉혔다. 그리고 연오가 저항할 새도 없이 허리를 끌어안아 왼쪽 가슴께를 한입에 앙 물었다. 대충 유두가 있을 위치를 가늠해 문 것인데, 이 사이에 도톰한 알갱이가 정확히 들어찼다.

“으앗……!”

순간 놀라 파르르 몸을 떤 연오가 선재를 밀쳐냈다.

그러나 건장한 체구의 알파는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흔들리며 선재의 혀가 옷 위를 스쳤다. 이때다 싶어서 선재는 젖꼭지가 있을 부분을 넓게 그리고 집요하게 핥았다. 가슴께가 곧 타액으로 흥건해졌다.

“흐읏, 선재야, 그만…….”

직접적으로 살에 닿는 접촉은 아니었으나 가지런한 치열에 유두가 잘근잘근 깨물릴 때마다 연오는 연신 움찔거렸다. 이렇게까지 민감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로 한참 짓씹던 선재가 슬며시 입술을 떼어냈다.

축축하게 젖어 든 얇은 천 아래로 연분홍빛 유두가 새초롬하게 비치고 있었다. 베타도 눈이 있다면 이걸 보고 안 꼴릴 리가 없지.

“페로몬 없이도 이렇게 꼴리게 생겼는데, 씨발…….”

“흐으…….”

연오가 눈을 살짝 내리깐 상태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조금 거칠었다. 놀란 숨을 정리한 연오는 선재의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고 몸을 멀찍이 떨어트렸다.

“안 한다며!”

퍽 억울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내가 형만 보면 발정하는 개새낀가 보죠.”

선재가 정색을 하고 대꾸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잡아먹힐 것 같은 분위기에 연오는 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 숨넘어가겠네. 싫다는 사람 억지로 안는 취미는 없어서 선재는 그저 눈을 휘며 웃었다.

“장난이에요. 뭘 또 긴장하고 그래요.”

대신 페로몬을 풀었다. 알파 페로몬이 가볍게 연오를 휘감았다가 사라졌다. 연오는 기겁을 하며 몸을 뒤챘다.

“아, 선재야…….”

“근데 씹질 안 한다고 했지, 만지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잖아요.”

그렇죠? 짓궂은 미소가 번졌다. 선재는 연오에게 바투 붙어서 티셔츠를 위로 쭉 끌어올렸다. 얼룩덜룩 화려하게도 물든 몸뚱이가 훤히 드러났다.

그동안 얼마나 시달렸는지 가슴은 살집이 도톰하게 올라왔고, 유륜 근처에는 불그스름한 키스마크가 너덧 개나 새겨져 있었다.

태범의 아귀힘을 견디지 못한 모양인지 허리께에는 시퍼렇게 멍자국이 들었고, 제법 진하게 잇자국까지 박혀 있었다. 거기에다 방금 전까지 빨린 유두 한쪽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니…….

“가관이네요.”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민망했는지 연오는 티셔츠를 다시 슬금슬금 끌어 내리려고 했다.

“있잖아, 저거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 아앗!”

주의를 돌리려는 시도는 가상했으나 유두를 잡아 비틀자마자 달큼한 신음이 터지고 만다. 선재는 괘씸한 마음에 부러 더 힘을 주었다. 손가락 두 개 사이에 끼워진 작은 젖꼭지가 금세 빳빳해졌다.

“못 본 사이에 형 젖꼭지가 좀 커진 거 같다. 우리 형이 많이 만져줬나 봐요?”

“앗, 아파! 손 떼!”

“왜요. 젖꼭지 이렇게 굴려주는 거 좋아하잖아요.”

콩알만 한 유두를 굴리며 선재가 비죽 웃었다.

“저리 가아. 으, 흐읏.”

“뒤로 빼지 말고 가슴 더 내밀어요, 얼른.”

허리를 숙인 선재가 낮은 숨을 뱉었다.

연오는 어쩔 수 없이 팔을 뒤로 짚어야 했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가슴을 한껏 내밀고 있는 연오의 모습은 음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손끝으로 부푼 살점을 비비다가 한 번씩 길게 긁어내릴 때마다 연오는 허리를 떨며 식탁에 엉덩이를 비벼댔다. 딱 봐도 안달이 난 꼴이었다.

“왜요? 혹시 젖 만져주니까 씹구멍도 젖어서 그래요?”

“아냐. 안 젖었어.”

“젖은 거 같은데. 확인해볼까요.”

연오는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목 안으로 숨을 삼켰다. 끙끙거리는 게 사람을 미치게 했다. 충동이 제어되지 않았다.

“그거, 으응, 하지 마…….”

“뭘요.”

“페로몬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잖아.”

연오가 달아오른 얼굴로 손을 더듬어 선재의 셔츠 깃을 그러쥐었다.

“흐음…….”

선재는 묘한 낯으로 웃었다. 알파 페로몬이 과하긴 했다. 그러나 머리를 몽롱하게 만드는 페로몬에도 강경하게 거절의 말을 내뱉는 연오는 예상 밖이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눈치챘어요?”

“아으, 하지 말래도…….”

“안 할 거니까 긴장 풀어요.”

페로몬을 거둬들이며 선재는 연오를 식탁에 길게 눕혔다. 티셔츠가 자꾸만 흘러내려 손장난 치기에 불편했던 것이었다. 조금 누그러진 기세를 느꼈는지 연오가 순순히 몸에서 힘을 뺀다. 알파 페로몬의 영향으로 눈동자는 흐리멍덩하게 풀려 있었다.

“근데 또 웃기네. 막상 하면 좋아죽을 거면서 왜 씹질을 안 하겠대.”

선재가 비웃음을 흘리자 연오가 조금 머뭇거리며 중얼댄다.

“그, 그야 섹스 파트너가 둘인 건 이상하잖아…….”

귀를 잡아채는 단어에 선재의 한쪽 눈썹이 삐죽 올라갔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과 선배라는 사람에게 사귀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였나. 강태범이랑 사귀는 게 아니라 섹스 파트너라고 생각해서? 태범이 알면 노발대발할 얘기를 저렇게 맹하게 하고 있는 걸 보니, 기가 막히면서도…….

욕심이 났다.

고작 섹스 파트너를 위해 정절을 지키려고 하는 순정이나, 그런 정숙함과는 반대로 민감해서 야해 빠진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 다.

마음을 동하게 했다.

“뭐가 이상해요. 둘이면 더 좋은 거 아닌가. 나 기둥서방 노릇 하난 잘할 자신 있는데.”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아 판판한 뱃가죽을 손바닥으로 느릿느릿 쓸었다. 어떻게 더 어필을 해야 할까. 빙글빙글 웃음이 샜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방금 전 연오가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고 말한 우유였다. 선재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줄까요.”

거침없이 입구를 뜯어 연오의 가슴에 주욱 흘려보냈다.

“아읏, 차가워!”

흰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연오의 상체를 흠뻑 적셨다. 식탁을 타고 바닥으로 온통 흘러내렸으나 선재는 개의치 않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쏟아 부었다. 부드러운 젖가슴이 희게 젖어 있는 걸 보니 위험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여기서 진짜 젖 나오면 좋겠다…….”

풍만하게 가슴살이 올라 부푼 젖꼭지로 모유를 뚝뚝 흘릴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였다. 아랫구멍에서 분비되는 애액의 양처럼 분명 모유도 차고 넘칠 만큼 많을 텐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선재는 연오의 가슴팍에 입술을 붙였다. 차가운 액체를 헤치고 뜨거운 혀가 살갗에 닿자 연오가 흠칫 몸을 떨었다. 고소한 우유 향을 음미하며 말랑한 살 위를 혀가 삭삭 핥고 지나갈 때마다 연오에게서 길게 목울음이 났다.

“아우으…….”

가슴부터 배꼽 아래까지 혀가 주욱 타고 오르내렸다. 몸 곳곳을 물고 빨았다. 농밀한 혀의 움직임에 따라 연오도 흥분으로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선재는 희뿌연 액체가 모조리 사라질 때까지 다디단 몸뚱이에서 혀를 떼지 않았다.

“아응, 아!”

쭙, 츠읏. 쮸웁.

게걸스럽게 핥는 소리와 연오의 앓는 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하아…….”

잠시 뒤, 선재가 허리를 곧추세웠다.

식탁 위로 흐트러진 연오는 숨을 헐떡이며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온몸을 분홍으로 물들이고 물기에 젖어 농염한 자태였다.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왜 그렇게 태범이 마킹에 열을 올렸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

무르익은 몸뚱이는 보는 이를 난폭하게 만들었다. 한참 희롱당한 젖꼭지가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탐스러운 알갱이를 거칠게 비틀자 연오는 거친 숨을 터뜨렸다.

“아윽, 세게 쥐지 마, 아파……!”

“말은 그렇게 해도 좋은가 봐요. 자지까지 세워놓고.”

어느새 불룩해진 연오의 바지 앞섶을 바라보며 선재는 진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거 계속 만지면 유두만으로 갈 수 있지 않아요?”

선재가 얼굴을 내려 턱 끝에 매달린 우유 방울을 핥아 올리자 연오는 파르르 눈꺼풀을 떨었다.

“우으, 그런 거, 못해…….”

“그건 해보면 알겠죠, 뭐.”

퉁퉁 부어오른 유두를 지분거리며 선재가 피식 웃었다.

젖꼭지를 따갑도록 세게 꼬집고, 위아래로 꽉꽉 잡아당기다가 다시 느릿하게 문질문질. 선재는 쉴 새 없는 마찰로 뜨끈하게 열이 오른 살점을 이윽고 손톱 끝으로 잘게 짓이기기 시작했다. 연오의 가슴팍이 불안정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아우윽, 흣……!”

오메가 페로몬이 은근슬쩍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힘주어 문지르던 손끝을 떼어내 유륜을 둥글리며 미약하게 간질이자 헐떡이는 소리가 점차 커졌다. 선재는 무언가 갈구하는 듯한 눈빛을 부러 모른 척했다.

끙끙거리던 연오의 입술이 결국 열렸다.

“간질이지 말고, 아, 차라리 세게, 으응, 꼬집어 줘…….”

젖비린내를 풍기는 가슴을 먼저 내밀기까지 한다.

“씨발, 이렇게 야하게 굴 거면서…….”

“아으윽, 아파, 하으……!”

“부드럽게 굴려주는 것보다 아픈 게 좋죠?”

유두를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아프게 비벼주니 절정을 맞이하려는지 더욱 세찬 신음이 쏟아진다. 선재 역시 지글지글 끓는 흥분감에 아랫입술을 세게 감쳐물었다. 한층 꼿꼿해진 유두를 세게 문지르다 탁, 튕기자 쌓인 성감이 폭발하는 듯 연오가 몸을 덜덜 떨어댔다.

“으응…… 읏, 힉!”

허우적거리던 다리가 멈췄다. 바지에 물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짙어지는 부위가 두 군데인 걸로 보아 비단 좆물만 싸지른 건 아닌 눈치였다. 무방비하게 벌어진 가랑이 사이를 툭 건드린 선재가 해사한 낯을 연오에게 들이밀며 싱긋 웃었다.

“가슴으로 절정 못한다더니……. 그런 것치곤 꽤 많이 쌌네요?”

연오의 얼굴에 열이 화악 번졌다. 쾌감의 여운이 남았는지 눈꺼풀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아래로 내렸던 눈이 무엇을 보았는지 조금 커진 상태로 위를 향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선재야.”

“왜요.”

“그, 너 섰는데…….”

대답에 뜸을 들인 연오가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복잡한 심경이 얼굴에 죄다 드러났다.

“그래서요. 나랑은 씹질 안 하겠다면서요. 그럼 신경 쓰지 마요.”

“……어떻게 신경을 안 써.”

하아, 선재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정연오는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다리를 벌려줄 기세였다. 이렇게 아무한테나 다 쉬워서 어쩌지. 좆 세 개를 처넣을 일은 이젠 이쪽에서도 사양하고 싶은데. 태범의 우려와 걱정이 선재에게로 옮겨왔다.

“섹파 하나 더 늘리고 싶어요?”

“…….”

빙글거리는 물음에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고민하는 기색은 역력했다. 선재는 팔랑거리는 속눈썹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연오의 턱을 간질이며 속삭였다.

“지금 고민하는 거 다 보여요. 근데 형은 선택할 필요가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연오가 눈을 치켜떴지만, 선재는 입꼬리를 올려 웃기만 했다. 아리송한 말만큼이나 의뭉스러운 미소였다.

* * *

오랜만에 연오는 제 원룸에서 밀린 청소와 빨래를 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누구에게도 시달리지 않고 반나절 동안 늘어지게 잠을 자기도 했다. 몸은 편안했지만, 마음은 어쩐지 싱숭생숭하고 울적했다.

꼬박꼬박 연락을 주고받았던 태범이 종일 감감무소식인 것이었다. 훈련 일정 때문에 얼굴을 못 본 지도 벌써 일주일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연오는 부재중 하나 찍혀 있지 않은 휴대폰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기분이 울적하다고 해서 가장 친한 동기인 지욱의 생일 파티에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깔끔한 셔츠와 슬랙스를 차려입고 연오는 집을 나섰다. 도착한 주점은 평소처럼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왁자지껄하게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생일 축하를 한 다음부턴 내리 술 파티였다. 자정쯤 되자 대부분은 거나하게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다. 연오도 어느 정도 술이 올라 알딸딸해진 상태였다.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갔다가 이제 그만 가보겠다고 해야지. 그렇게 비척비척 걸어서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어, 선배…… 아니, 정훈이 형.”

문 앞에 서 있는 정훈을 보고 연오가 꾸벅 인사를 했다.

“드디어 둘만 있게 됐네. 네 얼굴 한 번 보기 진짜 힘들다.”

아무래도 자신을 따라 나온 모양이었다. 연오가 어색하게 웃었다.

정훈은 이번 학기에 복학한 과 선배였고, 연오와는 교양 수업이 겹치면서 안면을 튼 사이였다. 따로 어울릴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둘 다 지욱과 친해 이렇게 모임에 나올 때면 종종 마주치곤 했다.

여느 때처럼 술에 진탕 취했는지 잠시 비틀거리던 정훈이 벌게진 낯으로 연오에게 다가왔다.

“애들 다 노느라 정신없는 거 같은데, 우리는 여기서 이만 빠질까?”

“네? 저랑 왜…….”

연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자 정훈이 능글거리며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왜 이렇게 튕겨. 내가 너무 비싸게 굴지 말라고 했잖아.”

“저어, 형 많이 취했나 봐요. 무슨 말인지 잘…….”

조용히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다며 몸을 틀어 나가려는데 정훈이 연오의 손목을 휙 잡아챘다.

“지금 형이 얘기하는데 어딜 가는 거야.”

그리고 그대로 벽으로 밀쳐졌다.

“너 여기저기 다리 잘 벌리고 다니는 걸로 유명하잖아. 어차피 다 소문난 건데, 왜 비싼 척이야.”

“아으…….”

등을 울리는 아픔에 연오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마주쳤을 때도 소문을 운운하긴 했었다. 꽤나 화려한 소문을 들었다면서 오늘을 기대하고 있겠다는 말을 속삭였던 것 같다. 불쾌할 정도로 가까이서 눅눅한 숨결이 느껴지는 바람에 그 말의 내용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박아줄 좆만 있으면 누구든 좋은 거 아니야?”

비열한 웃음과 함께 정훈이 말했다.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문란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정훈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었다. 바로 연오가 꽤나 얼굴을 따진다는 것이었다.

연오는 인상을 찌푸리고 정훈을 보았다. 짙은 쌍꺼풀이 조금 느끼하긴 했지만, 크게 못난 외모는 아니었다. 아마 작년에 만났다면, 그래. 어쩌면 한 번은 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여전히 태범이 좋기도 했고, 태범과 선재로 인해 미감이 한껏 높아진 상태이기도 한 까닭이었다.

제 취향의 정점인 형제를 두고 굳이 연오가 다른 사람을 섹스의 대상으로 고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누구든’ 좋은 건 아니었다.

“형은, 음, 제 스타일이 아닌데요…….”

연오가 더듬더듬 내뱉자 정훈의 얼굴에 순식간에 화기가 돌았다.

“예쁘다 예쁘다 해줬더니 네가 정도를 모르고……. 걸레 취향 따위 내가 알 게 뭐야. 어차피 오메가들은 여기 만져주면 좋다고 다 젖는다며. 아니야?”

“아흑, 형, 잠깐만요……!”

불도저처럼 달려든 정훈이 연오의 손목을 결박하더니 봉긋한 둔부를 더듬기 시작했다. 놀란 연오가 어깨로 정훈을 힘껏 밀어냈지만, 취객인 주제에 생각보다 힘이 셌다. 잠시 휘청이긴 했어도 정훈의 몸이 떨어지진 않았다.

바지 위로 엉덩잇살을 주무르던 손길은 어느새 골 사이를 길게 훑고 있었다. 구멍이 속옷과 함께 쓸렸다. 정훈이 가운뎃손가락을 힘을 주어 비비는 바람에 구멍 안으로 천이 욱여들어갈 것만 같았다.

“형…… 애인도 있다면서, 이러, 흣, 안 되는, 아!”

억지로 끌어올려지는 성감을 애써 무시하며 연오가 몸부림쳤다.

“그게 뭔 상관이야. 이것 봐. 너도 보니까 만나는 사람 있는 거 같은데.”

손목을 결박하던 손이 풀리고 셔츠 깃이 뒤로 확 젖혀졌다. 단추 두 개가 투둑 떨어지면서 잇자국이 난 왼쪽 가슴과 울긋불긋한 울혈들, 그리고 옷에 쓸릴 때마다 아픈 탓에 젖꼭지 위에 붙여둔 밴드까지 죄다 드러나고 말았다.

“이야, 씨이발 개꼴리네. 제대로 소문 값한다, 너?”

정훈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며 밴드를 뜯었다. 다소 거친 손놀림에 연오가 둥글게 허리를 굽혔다.

안 그래도 요새 민감한 몸 때문에 난감할 때가 많던 참이었다. 일전에 선재가 가슴을 좀 만져줬다고 사정을 하질 않나, 태범이 좆으로 좁은 목구멍을 뚫을 때마다 쾌감을 느끼질 않나…….

형제의 손에 개발된 몸은 작은 자극도 커다란 쾌감으로 느껴지게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 혀엉, 제발 손 좀, 흐읏……!”

“닳는 것도 아닌데 한 번 대줘라. 어? 네 입으로 그랬잖아. 사귀는 사람 없다고. 근데 뭐가 문제야.”

열이 올라 뜨끈한 손가락이 연오의 가슴을 훑었다. 밑으로 비벼지는 정훈의 아랫도리가 딴딴했다. 연오는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손을 겨우 들어 정훈의 어깨를 퍽퍽 내리쳤다. 취기가 오른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졌다.

누구라도 자신을 찾으러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빙글빙글 도는 시야 속으로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인물이 보였다.

쟤가 왜 저기 있지?

연오는 무거운 눈꺼풀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래, 정연오?”

태범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귀에서 떨어트리며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본 걸까. 연오가 눈치를 살폈다.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분명 화가 난 표정이었다.

묵직한 발걸음으로 다가온 태범이 정훈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정훈은 손쉽게 연오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뭔데, 넌 누군데 끼어들고 난리야!”

갑작스러운 타인의 등장에 놀란 정훈이 태범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알파의 사나운 페로몬이 개방되었다. 기세가 몹시 흉흉했다. 하지만 베타인 정훈은 위험 신호를 알아먹지 못했고, 중간에서 오메가인 연오만이 죽어나고 있었다.

계속해서 짱알거리는 정훈의 얼굴로 결국 주먹이 날아갔다. 정훈은 헝겊 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태범이 짧은 숨을 뱉었다.

“하, 사귀는 사람이 없어?”

“그게, 흐으, 태범아…….”

질타하는 목소리에 연오는 바람을 피우다가 걸린 사람의 기분을 느껴야 했다. 너덜너덜해진 셔츠를 바라보던 태범이 다시 한번 주먹을 쥐는 것을 보고 연오가 급하게 막아섰다. 앞길이 창창한 운동선수가 괜히 폭력 사태에 얽혀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뭐해.”

“어?”

“저거 감싸는 거야, 지금?”

제 주먹을 낚아챈 연오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태범이 음산하게 물었다. 머리끝까지 쭈뼛 서는 느낌에 연오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연오에게서 고개를 돌린 태범은 여전히 불룩하게 솟은 정훈의 고간을 향해서 발을 휘둘렀다.

정훈은 억눌린 신음을 뱉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하하, 드물게 큰 웃음이 터졌다. 뭔가 큰일이 난 것 같단 생각에 연오는 술기운이 일시에 가셨다.

“마킹을 해놔도 소용이 없었네.”

태범의 입매가 크게 비틀려 있었다.

* * *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태범의 첫 감상은 그랬다.

가뜩이나 안 좋은 몸 상태가 한차례 페로몬 개방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물먹은 솜처럼 육중한 몸이 한없이 축축 처지고, 의식이 흐려졌다. 태범이 페로몬 이상 반응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복귀한 훈련장에서 첫 주는 가뿐하게 넘어갔지만, 그 이후부터 날이 갈수록 감기 증상처럼 미열이 올랐다. 머릿속을 둔중하게 울리는 두통도 이어졌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컨디션이 나빠지고서야 찾은 의무실에서 태범은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러트 사이클이 당겨진 거네요. 정기적으로 관계를 가지는 파트너가 있다면, 그 오메가의 사이클에 맞춰서 러트가 늦춰지거나 당겨질 수도 있어요. 그럴 땐 오늘처럼 페로몬이 날뛰기도 하고요.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한 알파의 본능이죠.’

늘 규칙적인 러트 사이클이었고, 기간은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태범이 운동선수라 그런지 닥터는 약 처방을 해주길 꺼리는 눈치였다.

결혼을 약속한 파트너라면 차라리 이 기회에 그 오메가에게 페로몬 샤워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조언이 덧붙여졌다. 이런 경우는 보통 오메가에 대한 소유욕이 극한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한마디로 지금 제 몸 상태는 정연오를 임신시키고 싶어서 미쳐 날뛰고 있다는 소리였다.

“하아…….”

오메가나 알파의 발정기는 극한의 쾌감 때문에 기억이 휘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태범은 그 기간에 관계를 가지는 것을 썩 반기지 않았다. 연오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선재가 찾아왔다.

‘우리 형, 큰일이네. 연오 형이 이젠 베타까지 홀리던데.’

그 말에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다른 새끼들한테 다리 벌리게 놔둘 거면, 차라리 피를 나눈 형제랑 나눠 먹는 게 낫지 않겠어? 그편이 단속하기도 더 쉬울 테고.’

제 동생이 뱀처럼 속삭였다. 태범의 낯 위로 짙은 그늘이 졌다.

자리를 비운 지 고작해야 열흘 남짓이었다.

“저기, 태범아…… 화났어?”

그새를 못 참고 외간 남자에게 안겨 가슴을 내어준 채 아랫도리를 비비고 있었다. 태범은 제 방으로 따라 들어온 연오를 서늘하게 바라보았다.

“괜히 이런 일로 주먹 썼다간, 경찰서도 갈 테고……. 나는 너 난처해질까 봐 그랬지.”

연오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머릿속이 열로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아무리 자신을 위한 행동일지라도 그 씹새끼를 감싸고돌았다는 사실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연오는 지금 태범이 화난 포인트를 묘하게 잘못짚고 있었다.

“그 얘긴 뭐야. 사귀는 사람이 없어? 그래? 대답해봐.”

“어음…….”

종알종알 말을 하던 연오가 입을 꾹 다물고 눈을 굴렸다. 변명을 할 수도 없는 순간이 올 때마다 나오는 습관이었다. 태범이 연오의 머리채를 손으로 콱 움켜쥐고 시선을 맞추었다. 술기운이 아직 다 가시지 않은 눈가가 조금 몽롱해 보였다.

“아읏, 흐, 태범아……?”

여태까지 진짜 섹스 파트너인 줄 알았던 건가.

태범은 기가 막혔다. 선재에게 말을 전해 들었을 때도 반신반의했었더랬다. 누군 임신시키고 싶단 욕망에 휩싸여 한참 남은 러트까지 당겨진 판인데.

“이해가 안 돼?”

“우읏.”

거칠게 입술이 포개졌다. 급하게 입술을 연 혀가 입안을 파고들었다. 숨이 얽히자 그제야 부옇던 의식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숨이 찬 연오가 길게 콧소리를 흘릴 때까지 입맞춤이 이어졌다.

“후으으…….”

“씨발, 그럼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붙어먹었겠어?”

그제야 큰 깨달음이 생긴 얼굴을 한다. 태범이 기막힌 숨을 뱉었다.

“마, 말로 해준 적이 없어서……. 으읏, 몰랐어.”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해주자 연오가 태범의 손목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다.

“개수작 부리지 마, 연오야. 오늘 안 봐줄 거니까.”

“으응…….”

짐짓 엄하게 말했지만, 연오는 새색시처럼 볼이나 붉히고 있었다. 태범이 발긋하게 달아오른 뺨을 손끝으로 툭툭 치며 한숨을 쉬었다. 때마침 선재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입가에 기분 좋은 웃음을 매단 채였다.

“내 말이 맞지? 연오 형이 이젠 베타까지 홀린다고.”

선재가 들어올 거란 예상은 못 했는지 연오가 움찔했다. 그제야 발견했다는 듯이 선재가 연오를 향해 손을 살랑 흔들었다.

“연오 형, 또 셋이서 하게 생겼네요.”

빙글거리는 웃음은 덤이었다.

“아니 근데 진짜아, 오늘 그건 그 선배가 일방적으로…….”

태범의 시선이 너덜너덜한 셔츠로 향해 있다는 것을 본 연오가 서둘러 변명했다.

“그래? 결백해?”

“으응, 진짠데…….”

“그럼 확인해보면 알겠네.”

태범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연오가 입을 벌리고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순간에도 밝히는 걸 티내지. 어처구니없어서 태범이 픽 웃었다. 연오의 바지를 벗겨 침대에 눕히고 발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속옷에는 젖은 자국이 나 있었다.

“흐, 으읏…….”

태범이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천을 사이에 두고 알파의 좆물을 구걸하는 듯 애달프게 움찔거리는 오메가의 구멍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위를 슥슥 문지르던 손가락이 이내 연오의 둔부를 힘껏 쥐었다.

말랑한 엉덩잇살이 형편없이 짜부라지자 연오는 어깨를 살짝 뒤틀었다. 물기가 더 번지고 있었다. 얄팍한 천 아래로 물을 찔끔찔끔 흘리는 구멍이 거센 악력에 의해 시뻘건 속살을 드러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핀트가 나가버렸다.

태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축축한 속옷을 벗겨냈다. 흥건한 애액이 즈읏 늘어졌다.

“베타 새끼가 만져주니까 좋든? 씹, 그새 또 질질 적셨네.”

“아니, 흐응. 아, 그건 태범이 너랑 키스, 할 때부터, 으읏.”

예상대로 가쁘게 옴죽거리는 구멍이 보였다.

습한 입구로 손가락을 길게 처넣자 물기를 머금은 내벽이 반기듯이 조여들었다. 태범은 며칠간 씹질을 하지 않아 그새 쫀쫀해진 구멍 안을 넓히며 검사라도 하듯이 구석구석 살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타인의 침입 흔적은 없어 보였다.

“다른 새끼가 들어온 것 같지는 않네.”

“으으응, 너랑만 했어, 진짜야!”

어느새 연오의 머리맡으로 와 있는 선재가 옹호하듯 말을 덧붙였다.

“맞아. 나랑도 씹질 안 하겠다고 하더라. 어디서 이렇게 지고지순하고 야한 오메가를 주워 왔을까, 우리 형은.”

버클이 찰칵 풀리는 소리가 나더니, 선재가 성기를 꺼내 문지르고 있는 게 보였다. 고개를 돌린 연오가 기대감에 찬 숨을 뱉는다. 씹구멍에서 물이 쪼록 샜다. 태범은 잠시 침음했다. 차라리 동생과 나눠 먹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 탐욕스러운 구멍에 형제가 번갈아 쉬지 않고 좆질을 해주면 최소한 밖에 나가서 딴짓은 못 하겠지. 선재와 눈이 마주쳤다.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불손한 표정에도 태범은 눈썹만 씰룩거릴 뿐 더 이상 말을 얹지 않았다.

만족을 모르는 구멍의 욕구를 풀어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검사를 끝낸 손가락을 빼내고 젖은 구멍에 성기의 선단을 맞추었다. 크게 힘을 줄 것도 없이 부푼 귀두가 순식간에 안으로 주욱 딸려 들어갔다.

“아, 아윽!”

“씹구멍이 욕심만 많아서, 좆이라면 아주 환장을 못 하고……. 지금 너 혼자서 물어 당기는 거 알아?”

“으읏, 아, 응, 아파…….”

“아프긴. 여기 봐, 정연오. 미끌미끌한 게 다 젖었잖아.”

성기를 뿌리까지 깊숙이 삽입한 태범이 앞뒤로 허리를 움직였다. 뻑뻑한 내부가 금방 흐물흐물해지며 무르게 늘어났다. 출납을 반복할 때마다 흐르는 애액 때문에 사타구니가 온통 흥건해져 있었다.

“흐읏, 흐, 거기 아, 너무, 으응…….”

아프다던 연오는 만족스러운 쾌감이 차오르는지 배부른 고양이처럼 울어댔다.

사나운 추삽질에 연오의 몸이 계속 흔들렸다. 기어코 침대 밖으로 밀려난 작은 머리통을 선재가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단단해진 성기로 연오의 볼을 툭툭 치며 말했다.

“연오 형, 밑에 그만 쳐다보고 여기도 좀 예뻐해 주세요.”

“으흐, 응…… 웁!”

가느다란 목덜미를 한 손에 쥐고 부푼 살덩이를 연오의 입 속으로 처박는 선재가 보였다. 동시에 아랫구멍이 좆을 자르기라도 할 것처럼 꽉 수축했다. 태범이 거친 숨을 뱉었다.

선재가 긴 자지를 목젖에 닿을 정도로 꾹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하자 연오의 헐떡임이 점차 거칠어졌다.

“커헉, 흐, 우읍, 웅!”

“연오 형, 여기로도 좆 모양이 보이네요, 하아…….”

선재가 목이 꺾이면서 드러난 연오의 울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긴 살덩이가 좁은 목구멍을 파고들 때마다 불룩 솟아오르는 울대를 신기하다는 듯이 문질러보았다. 연오의 목에서 컥컥거리는 울음이 뱉어졌다.

“읏, 흣, 컥, 훕!”

“연오야, 후…… 정연오.”

연오의 골반을 움켜쥔 태범의 손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아래위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무자비한 좆질이 이어졌다. 춥, 추릅, 컥, 추웁, 퍽, 퍽, 퍽.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난잡한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그러다가 문득 허리 짓을 멈춘 태범이 성난 짐승처럼 큰 숨을 몰아쉬더니, 근육으로 조인 배를 잘게 떨었다. 제법 이른 사정이었다.

“크읏…….”

태범은 흥분감에 젖은 눈으로 연오를 바라보았다. 입도 작은 주제에 동생의 좆을 목울대가 솟아오를 때까지 욱여넣으면서도 아랫구멍으론 태범의 좆물을 계속 짜내려는 것처럼 내벽을 옴칠옴칠 조이고 있었다.

제 허벅지 옆에서 흔들리는 발목을 잡아채 예쁘게 톡 튀어나온 복숭아뼈를 혀로 길게 핥았다. 제 방, 제 침대 위에 제 페로몬을 묻히고 있는 정연오가 있었음에도 모자란 기분이 들었다. 역시 마킹만으로는 부족했다.

태범은 연오를 완전하게 옭아매고 싶다는 욕구를 결국 인정해야 했다. 다디단 몸뚱이를 온전히 집어삼키고 그 안에 씨를 뿌릴 것이다. 어디로도 못 가게 지금처럼 발목을 단단히 틀어쥐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알파 페로몬이 거칠게 날뛰고 있었다.

* * *

“흐윽, 흐, 응…….”

다시 한번 알파 페로몬이 연오에게 쏟아졌다. 오메가의 아래를 순식간에 젖게 만드는 알파의 체취에 맥이 둥둥 울렸다. 모든 세포가 태범의 향을 조금이라도 더 흡착하려는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다만 두 번이나 사정을 한 뒤라 자꾸만 달아오르는 몸이 버거웠다. 발정기의 알파는 집요해도 너무 집요했다. 방금 전까진 구멍이 뒤집어져라 쳐올리더니 이제는 단단하게 부푼 살덩이를 내벽 깊이 묻고 허리를 둥글게 돌리고 있었다.

“흐음…… 읏, 흐, 우으…….”

아래에서부터 뭉근하게 쳐올리는 힘에 목이 자꾸만 침대 밖으로 꺾여서 불편했다. 연오는 바닥으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목과 등에 힘을 바짝 주고 있는데, 선재는 연오의 얼굴에 싸지른 자신의 좆물을 성기로 넓게 문지르기에 바빴다.

제 침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성기가 이마부터 턱 끝까지 얼굴을 길게 가로질렀다. 느린 움직임에 뜨뜻한 두 개의 고환이 눈가를 지그시 눌렀다가 떨어진다. 비린 향이 코끝을 감돌았다. 내리깐 속눈썹에도 정액이 잔뜩 엉겨 붙어 있었다.

아래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태범과 눈이 마주쳤다.

“강선재 좆에 그렇게 얼굴 비비고 있으니까 좋아? 하아, 아래는 얼마나 쑤셔줘야 네가 만족할지 모르겠네.”

“아, 태범아…… 흐으읏, 아, 흣!”

갑작스레 쑥 빠져나간 성기가 강하게 치고 들어와 극점을 문질렀다. 아랫배가 찌르르 울렸다. 희멀건 허벅지를 단단히 붙잡은 태범이 약한 살점을 집중적으로 박아 올리기 시작하자 연오의 입에서 높은 교성이 터졌다.

“하앗, 아니 나, 태범아 거기, 쌀 것 같, 으응!”

“혀 내밀어 봐요. 흣, 형…….”

동시에 선재가 연오의 얼굴 위에서 허리 짓을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말간 얼굴과 겨우 내민 혓바닥에 선재의 거칠한 체모와 두꺼운 성기가 잔뜩 쓸렸다. 헤벌린 입가로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몰아치는 쾌감에 얼굴이 엉망이 되었을 게 분명했다. 계속해서 괴롭혀지는 내벽이 괴로울 정도로 저릿저릿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묽은 정액이 연오의 셔츠 자락을 적셨다. 이미 앞서 두 차례의 사정으로 엉망이 된 셔츠였다.

“하악, 후으…… 흣, 하아…….”

“이거 완전 질척질척하다, 형. 셔츠 못 쓰겠어요.”

“으응, 흐으, 벗겨줘…….”

좆물 세례를 당한 셔츠가 선재의 손에 의해 벗겨졌다.

사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가슴팍이 거세게 오르내렸다.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추세운 태범이 연오를 달래듯이 제 허벅지 위로 안아 들었다. 엉덩이가 잠시 들렸다가 내려가며 단단한 성기가 배 속을 다시 쿡 찔렀고, 아찔한 충격에 연오는 코알라처럼 태범의 어깨에 매달려야만 했다.

눈물과 좆물로 끈끈해진 얼굴에 다시 땀이 배어 나왔다. 태범의 커다란 손바닥이 다가와 척척한 물기를 훔쳐 주었다. 다정하게 닦아주는 몇 번의 손길에 연오의 얼굴은 금세 원래대로 말개졌다. 하지만 아래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흐윽, 흐, 응…….”

구멍 안에서 거품 섞인 정액이 흘러나와 태범의 사타구니를 적시고 있었다. 게다가 묵직한 성기가 주는 충족감에 자꾸만 신음이 터졌다. 사정을 해서 쾌락을 배출해냈음에도 여전히 몸속의 열기는 하나도 빠져나가지 않은 기분이었다.

“하나론 허전한 거 알아요.”

어느새 탈의를 마친 선재가 연오의 뒤로 다가와 있었다. 태범까지 침대에 등을 기대고 눕자, 무언가를 예감한 연오가 동상처럼 굳어버렸다. 설마 또…….

지난 히트 사이클에 했던 관계를 떠올려 보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다. 너무 강한 쾌감에 퓨즈가 나가버린 것처럼 온통 깜깜한 기억뿐이었다. 숨이 가빠왔다. 발정기도 아닌데 좆 두 개를 넣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으…….”

“구멍이 벌써 뻐끔거리고 있잖아요. 기대되는 거죠?”

안 될 거란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오의 구멍은 태범의 좆을 조여 물고 옴찔옴찔 떨리고 있었다. 선재가 긴장으로 굳은 연오의 어깨를 매만져주었다.

다독이는 손길은 곧은 척추선을 따라 연오의 허리를 길게 쓸며 내려갔고, 종국에는 파들거리는 둔부에까지 닿았다.

“히, 히트도 아닌데, 으흣, 안 돼…… 찢어질 거야, 선재야, 제바알.”

“안 찢어져요. 걱정 말아요, 연오 형.”

“그래, 밑구멍 가득 채워지는 거 좋아하잖아. 정연오, 힘 풀어.”

다정하면서도 강압적인 태범의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선재는 연오를 앞으로 엎드리게 한 다음 꽉 조여든 볼깃살을 좌우로 갈랐다. 벌름거리는 젖은 구멍이 드러났다.

“어으으, 안 될 것 같은, 허윽.”

“괜찮아요. 여긴 찔러주다 보면 물이 잔뜩 나오니까.”

선재가 방금 전까지의 정사로 인해 제법 통통하게 부은 구멍의 주름을 쓸며 이죽거렸다. 태범의 좆 둘레에 맞춰 늘어난 구멍은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 틈을 선재의 손가락이 억지로 비집어 열었다.

“봐요, 들어가지잖아요. 형 구멍 허벌이라니까…….”

뒤쪽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모든 감각이 미지의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아래에선 성감을 잃지 않게 하려는 듯 느릿한 태범의 좆질이 이어지고 있었다. 태범의 성기와 선재의 손가락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내벽을 밀며 안을 천천히 넓혀갔다. 연오는 차오르는 이물감에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앗, 아 그, 그만, 진짜 아파…… 윽!”

깊숙하게 들이치던 손가락은 어느새 갈고리처럼 휘어져 부어오른 구멍의 주름을 위로 잡아 늘리고 있었다. 작게 벌어진 틈으로 선재의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형 씹구멍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요? 우리 형 좆물로 죄다 적셔지고, 시뻘겋게 달아올라선 살아있는 것처럼 막 꿈틀대고 있어요. 씨발, 존나 꼴려…….”

흥분으로 점철된 목소리였다.

연오는 피할 수 없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힌 채 헐떡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제 아랫구멍의 붉은 점막이 눈앞으로 생생히 그려지는 기분이었다.

은밀한 속살을 들춰내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빠르게 오므라드는 입구로 선재의 성기가 닿는다. 등줄기 위로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길쭉한 성기가 연오의 구멍을 찢을 것처럼 억지로 주름을 벌리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깐, 하으, 망가져…… 흐윽, 진짜, 아!”

돌연 눈물이 왈칵 터졌다. 지난번에도 이랬었던 걸까. 내벽이 벌어지는 감각이 과했다. 자꾸만 움츠러드는 연오의 허벅지를 찰싹 때린 태범이 엉덩이를 더 들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귓속으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픔에 덜덜 떠는 연오의 턱을 그러쥐고 태범이 아랫입술을 세게 빨아들였다.

“제발 힘 좀 풀고, 여기 봐.”

익숙하지 않은 팽창감과 아픔에 엉덩이 근육이 저리게 땅겼다. 그 와중에도 부푼 살덩이는 꾸역꾸역 제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허억, 헉. 숨이 계속 거칠어졌다. 이미 찢어졌을지도 몰라. 덜컥 쏟아지는 두려움에 연오가 몸을 일으킬 때였다.

“어딜 도망가려고.”

태범의 손이 감당할 수 없는 감각으로부터 도망가려는 연오를 붙잡아 자비 없이 끌어내렸다. 허리가 주르륵 딸려 내려가며 선재의 좆이 콱 박혀 들었다.

“아으으읏……!”

머리끝까지 전류가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기어코 좆 두 개를 다시 품고 말았다.

두 사람은 연오가 적응할 여유 따윈 주지 않았다. 정신없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찔러 들어오는 두 개의 성기가 배 속의 장기들을 위로 쿡쿡 쳐올리는 느낌이었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사납게 헤집어대는 알파의 성기에 이번에야말로 구멍이 망가져 버릴 것 같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뱉는 호흡에 서러운 울음이 섞였다.

“흐윽, 흑, 아, 안 돼, 으응, 흣, 아!”

구멍 안이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벌어졌을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젖은 육벽을 마구잡이로 잡아 늘리는 것 같았다. 고통으로 인해 사정없이 성기들을 바짝 조이자 오히려 내벽을 드나드는 움직임이 더 빠르고 거칠어졌다.

“좆 터지겠다, 연오야……. 알파 좆이 얼마나 좋으면, 이젠 잘라먹으려고 들어. 하아……. 씹구멍 안에 품고 있게?”

“아윽, 태범아, 아흣, 으, 이거 진짜, 못하, 아흐윽!”

“또 엄살 부리네. 흣, 지난번에도 잘만 처먹어놓고.”

“아, 윽! 기억 안, 흐응, 아!”

몸을 두 개로 쪼갤 것 같은 둔중한 아픔이 허리를 징징 울렸다. 선재가 마른 등줄기를 쓰다듬으며 추삽질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크윽, 오늘은 왜 이렇게 뻑뻑해요. 형 좆으로만 물 쌀 수 있는 거, 아니잖아요. 하, 씹구멍도 더 적셔 봐요, 응?”

이미 구멍을 타고 흘러내린 희뿌연 액체가 사타구니에 흥건했지만, 좆 두 개를 물기엔 역부족이었다. 히트 사이클이 아니니 당연히 그때만큼 젖지 않은 것이었다. 부푼 내벽이 긁힐 때마다 신경 줄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아앗, 앙, 앗, 아파아, 아앗……!”

순간, 비릿하면서도 무거운 페로몬이 거친 파도처럼 연오를 덮쳤다. 이렇게 많은 양은 처음이었다. 둑이 터지듯 쏟아지고 있었다. 이때까지의 페로몬 양이 비에 젖는 정도였다면, 이번엔 깊은 바닷속에 풍덩 빠지는 기분이었다.

페로몬 샤워였다. 생명줄을 붙잡는 것처럼 연오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알파 페로몬을 뭉텅뭉텅 집어삼켰다. 생경할 정도로 날 것 그 자체인 알파 향을 들이켜며 한참을 허우적거려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턱턱, 제 안을 쳐대는 두 개의 성기가 선연했고, 아픔보다는 쾌감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아, 아프…… 흐윽, 하, 응, 흐읏……!”

아랫배에 열이 들어차는 것을 더는 숨길 수 없었다. 아픔으로 시들었던 성기가 어느새 배에 달라붙을 것처럼 발딱 서 있었다. 태범이 허공에서 흔들리는 성기를 쥐고 빠르게 훑어 내리자 연오는 허리를 비틀며 눈물을 쏟아냈다.

“아응, 흐, 으응, 그거 죽겠, 으읏!”

“아프다며. 흣, 못하겠다며. 근데 이게 아픈 거야? 그래, 정연오?”

의식하진 못했어도 예민한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형, 여기서 지금 씹물 쏟아지잖아요.”

선재가 성기를 길게 처넣자 안쪽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애액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깊숙한 박음질이 포문을 연 것인지 찔끔찔끔 새던 애액이 물길이라도 튼 것처럼 안에서부터 왈칵 쏟아져 내렸다.

“아, 아으……! 흐읏, 으, 응, 앗!”

뜨거운 물줄기 덕분에 수월하게 움직이게 된 두 사람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연오의 구멍 안으로 짓쳐들어왔다. 끊임없는 자극에 극점이 두툼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아래에서 처덕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졌다.

“하윽, 엇, 응! 거기, 조으, 아앗!”

“계속 쑤셔줬음 좋겠죠? 하아, 더 아프게, 세게 물어줘요, 형.”

안을 유린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럼에도 물기를 머금은 선홍빛 구멍은 조금씩 늘어나며 거센 추삽질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여린 살이 거침없이 긁히는 감각에 손끝 발끝 할 것 없이 온몸이 다 저릿저릿했다.

“으응, 하윽, 아, 자지로 거기, 응, 흐, 좋아, 앗!”

이어지는 요분질에 선재의 허벅지에 볼깃살이 철썩철썩 부딪혔다. 흰 궁둥이가 금세 붉게 부어올랐다. 퍽, 퍽, 박히다가 앞뒤로 몰아붙이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연오의 몸은 태범의 가슴 위로 완전히 엎어졌다.

구멍 안에서 성기 두 개가 동시에 귀두만을 남겨놓고 쑥 빠져나가 버렸다. 구멍의 주름이 뒤집히는 감각에 연오가 진저리를 쳤다. 태범의 단단한 가슴에 연오의 볼록 솟은 유두가 아무렇게나 문질러진 것도 그 순간이었다.

“아으읏, 흑, 아……!”

며칠 전 선재에게 잔뜩 희롱당한 젖꼭지는 표피가 살짝 까져 붉게 부풀어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져 밴드를 붙여야 할 정도였는데, 어쩐지 지금은 묘한 야릇함이 번지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상체를 움직여 태범의 가슴팍에 부푼 돌기를 슬쩍슬쩍 비벼댔다.

꾸물거리는 연오의 움직임을 알아챈 태범이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너 지금 젖가슴으로 자위하는 거야?”

“그게 아닌, 하읏!”

뒤에서 선재가 연오를 다시 일으키며 손가락을 판판한 앞가슴에 올려주었다. 푸스스, 가벼운 웃음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거 알아? 연오 형, 젖꼭지만 만져줘도 픽픽 싸지르는 거.”

“후으, 정연오. 도대체 어디까지 음란해질래…….”

태범의 낯이 매서워진다.

“손 내리지 말고, 얼른. 태범이 형한테도 유두로 절정하는 거 보여줘야죠.”

팔을 내리지 못하게끔 뒤에서 팔꿈치가 잡혔다. 화가 절절 끓는 태범의 시선이 연오의 가슴팍에 닿았다. 어쩔 수 없이 어색한 손길로 가슴을 더듬자 손끝에 딱딱하게 부푼 돌기가 닿았다. 연오는 쓰라린 통증을 참고 젖꼭지를 살살 비비기 시작했다.

예민하게 부푼 살점에 피가 몰려 불그스름해졌다. 그게 꼭 잘 익은 과육 같아 보여 태범이 낮게 신음하며 미간을 구겼다. 아래에선 거의 빠져나갔던 성기들이 다시 천천히 들어오면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으음…… 아, 응, 앗!”

배 속이 가득 차는 감각 때문에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누가 만져주는 것도 아니고, 제 손으로 직접 젖꼭지를 쥐어 비트는 게 꽤나 천박해 보일 것 같았다. 내리깐 시선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태범에게 닿았다.

이상하게도 수치와 찌릿한 쾌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성감이 가파르게 치솟는다. 세게 비틀던 유두를 꾸욱 잡아당기자 연오의 허벅지가 가볍게 경련했다.

“진짜 잘 느끼네……. 젖꼭지로 자위하는 거 봐주니까 후으, 좋아죽으려고 하네, 아주.”

“후읏, 기분 좋, 아읏, 응!”

“아아, 그래서 베타 새끼가 좆 세우고 달려들 때도 가만히 가슴 대주고 있던 거였어?”

생각할수록 괘씸하단 투였다. 태범이 허리를 깊게 쳐올리며 묻자 연오가 달뜬 숨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앗, 아냐…… 하으, 앗, 흑!”

두 개의 좆이 부푼 내벽을 뭉갤 듯이 번갈아 치고 들어온다. 앞뒤로 밀어붙이는 힘을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늘씬한 허리가 움찔 들렸다가 내려가길 반복했다. 그러던 중에 갑작스레 턱, 삽입이 깊어졌다.

“그런데 어쩌지, 연오야. 베타 새끼는 이런 거 못 해줄 텐데.”

모골이 송연해질 만큼 낮고 음산한 목소리였다.

“태, 태범아, 너, 흐윽…….”

구멍 속에서 뭔가 부풀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니, 이건 실제의 감각이었다. 살기둥이 구멍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끔 좆 뿌리 부근이 빠르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노팅이었다. 알파와 숱한 관계를 가져본 연오로서도 노팅은 처음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두려움으로 물든 눈이 태범을 바라보았다.

“하아, 이제 빼면 네 씹구멍 진짜 찢어져. 움직이지 마, 연오야.”

“허윽, 후으읏…… 아파, 아프, 아!”

“너 매일 발정나는 거, 그거 알파 씨물 품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흣, 어때. 오늘 네가 원하는 대로 아기집 열어줄까, 어? 아기집으로 좆물 받아먹어 볼래?”

아랫구멍은 이미 단단히 틀어 막혔다. 노팅이 끝날 때까지 성기를 빼낼 수 없을 것이었다. 한계를 모르고 깊숙이 치고 올라온 두꺼운 귀두가 육벽의 통로 가장 안쪽에 위치한 둥근 입구를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

안 돼. 안 되는데……. 거긴 열리면 안 될 곳이었다. 잘게 소름이 돋으며 피부가 차게 식었다. 더럭 겁이 난 연오가 발버둥을 치자, 태범의 말대로 아래가 찢어질 듯 아파 왔다. 태범이 코웃음을 치는 게 들렸다.

마주친 태범의 눈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새끼를 배면 어딘가로 훌쩍 도망가진 못하겠지. 지극히 동물적인 수컷의 생각이 연오의 눈에도 읽혔다. 소유욕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선득했다.

“아으윽, 으윽, 아…….”

과한 압박을 받는 내벽에 연오가 몸을 떨었다. 그때 선재가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아 연오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억눌린 신음이 낮게 터졌다. 연오의 얼굴빛이 아연해졌다.

부풀고 있는 좆은 하나가 아니었다.

“어억……. 허윽.”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연오가 헛구역질을 했다. 노팅도 처음인데, 그것도 두 개나…….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내벽의 붉은 주름이 한계를 넘어 팽팽하게 펴지는 것이 느껴졌다. 두 개의 알파 좆이 서로를 밀어내며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에 결착된 내부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다.

그때 알파 페로몬이 범람하듯 연오에게 쏟아졌다. 두 번째 페로몬 샤워였다.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페로몬 속에서 허우적거렸던 처음과 달리 이번엔 연오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알파 향을 갈구했다.

생존 본능과도 같았다. 페로몬을 들이켤 때마다 안에서 애액이 울컥대며 흘러내렸다. 이성이 휘발되고 흥분만을 유도하는 발정액에 푹 담가진 기분이었다.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이라도 하듯 배 속을 확장시키는 감각이 어느덧 멎어 있었다.

“흐으흑…… 흐으…….”

“벌써 새끼라도 밴 것 같네, 연오야.”

태범이 기괴할 정도로 부른 배를 지분거렸다. 두툼한 손바닥 아래로 커다란 압박이 느껴졌다. 뒤에선 선재가 손을 뻗어 유두를 손톱 끝으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분명 아프고 거북해야 하는데, 손길이 닿는 곳마다 열감이 번졌다.

박혀서 움직일 수 없는 좆 대신 두 사람은 연오의 몸을 부여잡고 슬쩍슬쩍 흔들어 댔다. 온몸에 잘게 퍼지는 진동에 쾌감이 솟구쳤다. 알파의 페로몬 샤워에 흠뻑 젖은 뇌가 흐물흐물해지며 사고를 정지시켰다.

“연오 형, 어때요. 하, 기둥서방들 좆이 꽤, 쓸 만하죠. 후읏.”

“흐윽, 앙, 아윽, 안에, 으응, 앗!”

“그래, 안에 뭐. 끝까지 말해야, 들어주든가 하지.”

“맞아요,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게요. 말해 봐요, 하아…….”

형제는 반드시 연오의 입으로 듣고야 말겠다는 듯이 귀두로 아기집의 말캉한 입구를 번갈아 두드려댔다. 더 이상은 쾌락을 위한 섹스가 아니었다. 아아, 여기에 알파의 씨물이 들어온다면……. 절정에 다다른 구멍이 미친 듯이 뻐끔거리고 있었다.

“으응, 앗, 싸줘, 태범아, 후읏, 네 좆물……!”

“한 명만, 싸주면 되는 거예요, 형?”

“선재 너도…… 응흐, 힉, 둘 다! 아기집으로 좆물, 아, 흑!”

연오가 아랫구멍을 빈틈없이 꽉 조였다. 붉은 살점들이 두 개의 좆기둥에 우글우글 들러붙으며 떨어질 생각을 못 했다. 정말 한계였다. 끈질길 정도로 잦은 두드림에 기어이 한 번도 침범당한 적 없던 오메가의 기관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아, 둘 다? 이렇게 좆 욕심이 많은데, 씨발. 예쁘긴 더럽게 예뻐서.”

“아으으윽, 흐, 아!”

“좋아해, 정연오. 후으,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하아, 아니, ‘우리’ 옆이지.”

뻐끔히 열린 미끈한 속살 안으로 형제의 좆물이 동시에 쏘아 올려졌다. 찌릿한 전류가 온몸을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말간 성기가 크게 울끈거렸지만, 더 이상 나오는 것도 없었다. 내벽이 자제력을 잃은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아우윽……. 흐으…….”

“내가 그랬잖아요. 형은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아기집 안을 흘러넘칠 만큼 채우는 정액 줄기에 연오는 배를 끌어안고 몸을 옹송그렸다. 평소보다 과하게 많은 양의 좆물과 구멍을 가득 채운 부푼 살덩이들 때문에 숨만 쉬어도 배가 꿀렁이는 것 같았다. 기나긴 사출이 끝나갈 때쯤에야 부풀었던 성기 밑동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족이 된 걸 축하해요, 연오 형.”

형제의 씨물이 연오의 아기집 안에 완전히 고여 들었다.

귓가로 들리는 선재의 속삭임에 아아, 달콤한 신음이 연오의 입술을 타고 흘렀다. 앞으로 불러올 배를 가늠하듯 좆을 품은 배를 둥글게 쓰다듬는 두 개의 손길이 느껴졌다. 긴장이 풀린 몸에 아득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시도 때도 없이 새던 오메가 페로몬은 온데간데없었고, 누구의 것인지 모를 정도로 한데 섞여 짙어진 형제의 페로몬만이 연오를 감돌고 있었다.

완전한 잠식이었다.

<같이 먹어요 (외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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