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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42화 (26/115)

42화.

주원의 사정과는 무관하게 국대 관찰 예능 K4는 티저 공개와 함께 인터넷 게시판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댓글

K4 공식 티저 떴다. 유니폼 버전이야. 숨 참고 들어와

➥ 미쳤다. 4인방 유니폼 핏 무엇? 오프닝 장면부터 브라운관 부쉈어 ㅜㅁㅜ

➥ 컨셉 대박이네 ㅠㅠ 내가 바랐던 게 이거야.

➥ 나 너무 기대돼 누가 나 기절 좀 시켜 주라 첫방 때 깨어나게…….

➥ 222나도 기절 좀

➥ 333줄서봅니다

티저 관련 기사가 수백 개 업로드되었고, 각 기사마다 ‘좋아요’가 수천 개 찍혔다. 온갖 인터넷 커뮤니티 유저들은 K4 멤버들에 대한 정보, 경력, TMI를 공유하며 첫 방송을 기다렸다.

심지어 본방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고 티저만 공개된 상태인데도 프로그램과 선수들이 예능 화제성 순위권에 들 정도였다. 쟁쟁한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 국대 관찰 예능이 당당하게 자리한 것이다.

그러니 방송국 스태프들이 진천에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찾아온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보름 정도 관찰 카메라를 숙소 내부에 달 거고요, 여러분이 훈련하는 장면도 밀착 취재할 겁니다. 다큐멘터리나 뉴스 취재랑 다른 점이 뭐냐면 저희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저희는 프레임 안에 잡히지 않아요.”

“그러면 어떻게 행동해야 될까요?”

조연출, 그리고 작가와의 미팅 자리에서 주원이 물었다. 지난번 다큐멘터리 촬영 같은 경우 셀프 캠을 주고 알아서 콘텐츠를 제작해 오라고 해서 오히려 편했다. 보여 주고 싶은 장면만 보여 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제작진이 요구하는 건 전혀 다른 방향의 촬영이었다.

“음, 처음 찍는 분들은 좀 어색하실 수 있는데요. 말 그대로 자기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시는 거예요. 너무 조용하다 싶으면 가끔 카메라에 대고 말을 걸어주시고요.”

“어… 그럼 제가 방 안에서 하는 모든 행동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긴다, 그런 말씀인가요?”

“네, 연예인들 집 안에서 쉬거나 친구 불러서 노는 콘텐츠 많이 방송하잖아요. 그거랑 별 차이 없어요. 저희는 여러분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드리는 게 제작 의도이기 때문에요.”

“음…….”

주원은 팔짱을 낀 채 고민에 잠겼다. 사실 훈련을 받고, 친구를 만나고, 얄팍한 깊이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건 그리 부담되지 않았다.

다만 도혁과 한방을 쓰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만약에 내가 도혁이랑 나도 모르게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게 된다면? 도혁이 나한테 치근덕거리는 장면이 포착된다면? 그건 좀 곤란하지 않나. 그런 일은 막아야지. 어디까지나 담백하고 정상적인 모습 위주로 가야 한다.

주원은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카메라는 어디에 설치하나요?”

“채 선수와 이 선수의 경우는 침대를 비추기 좋게끔 천장에 한 대 매달 거고요. 거실은 식탁 보이게 한 대 대각선으로 설치할 겁니다. 굉장히 작은 카메라라서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진 않으실 거예요.”

조연출이 친절하게도 카메라 위치를 짚어 주었다. 주원은 스태프들이 카메라를 달고 간 다음부터 도혁과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도혁은 카메라 따위 신경 쓰이지 않는지, 소파에 앉아 태블릿으로 시합 영상을 보고 있던 주원의 옆에 붙어 앉았다.

“선배, 나도 같이 봐요.”

그러면서 얼굴을 주원의 뺨에 바짝 붙이고 한 팔로 주원의 허리를 감았다. 주원은 펄쩍 뛰며 도혁을 밀어냈다.

“야,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주원은 카메라에 소리가 담길까 무서워 작게 소곤거렸다. 도혁은 오히려 그 말에 눈을 반짝 빛냈다.

“뭐가 들켜요? 우리가 무슨 사이길래. 설마 우리 사귀는 사이인가요?”

“그,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선배 입에서 들킨다는 말이 나오니까 너무 설레요.”

그러면서 주원을 꽉 껴안기까지 했다. 주원은 제 논리에 제가 휘말려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탄식했다.

으으. 이 자식, 오히려 카메라가 달렸단 사실 이용해서 나한테 치대네? 내가 막말하거나 확 밀어내지 못할 거 알고서……! 영악한 자식.

주원은 살짝 눈을 흘긴 다음 하는 수없이 다시 태블릿을 봤다. 도혁은 좋다고 실실 웃었다.

거실에 있는 내내 주원은 도혁의 계략에 당해야 했다. 어깨에 손을 올리면 올리는 대로 꼼짝없이 있어야 했고, 주방에 물을 마시러 갈 때마다 뒤꽁무니를 쫓아와도 내칠 수 없었다.

아, 피곤해.

평소라면 면박을 줬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정신적 피로감이 쌓여 갔다. 주원은 결국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 * *

사각사각. 어두워서 인영 정도만 흐릿하게 구분되는 화면이었지만 과일 깎는 소리는 뚜렷하게 잡혔다. 딸칵. 곧 주방 불이 켜지면서 도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분, 저는 지금 사과를 깎고 있습니다.”

그가 카메라를 올려다보며 소곤거렸다. 아주 작고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도혁은 잘 조각내 껍질을 말끔히 벗겨 낸 사과를 들이밀었다.

“맛있어 보이죠? 이건 저희 주장 선배에게 줄 사과인데요, 주원 선배가 사과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맛있다고 소문난 사과를 인터넷으로 배송시켰어요. 선배는 몰라요.”

도혁은 수줍게 웃으며 사과 한 조각을 깎을 때마다 카메라 방향으로 손을 뻗으며 얼마나 잘 껍질을 벗겼냐고 자랑을 했다.

“근데 주원 선배가 못 일어나네요. 많이 피곤한가 봐요. 제가 일찍 일어나서 부스럭거리는데도 새근새근 잘 자더라고요.”

사과를 접시에 예쁘게 담은 후, 도혁은 침실 쪽을 한번 쳐다본 다음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고 해서 안 깨울 제가 아니죠? 한번 힘차게 깨워 보겠습니다.”

그러더니 개구진 웃음과 함께 그는 침실과 거실을 분리해 놓은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커튼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어 와 적당히 밝았다. 주원은 그게 싫은지 팔로 눈가를 가리고 이불을 코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

“선배! 일어나요.”

“으음… 지금 몇 시…….”

“벌써 7시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나 졸… 일어나야 되는…데…….”

“안 일어나시면 제가 들어갑니다?”

도혁은 말이 끝나게 무섭게 주원의 이불을 휙 걷었다. 그리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주원을 덮쳤다.

“으악!”

퍼뜩 놀란 주원이 바둥거렸다. 하지만 잠에서 덜 깬 상황이라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고, 제대로 반항할 수 없었다. 도혁은 주원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휘파람을 불었다.

“뭐야, 비켜!”

“일어날 때까지 안 놔줄 거예요.”

도혁은 주원의 목덜미에 제 머리를 비비고, 주원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얇은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자는 중이던 주원은 죽을 맛이었다. 안 그래도 간지럼을 잘 타는 편인데 날 죽이려고 하는구만!

주원은 끙끙거리며 도혁을 밀어내려 했고, 도혁은 완력으로 그를 누르며 소리 내 웃었다. 영락없이 큰 강아지가 사납게 하악거리는 고양이에게 치대는 꼴이었다.

“으으, 간지러워!”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요.”

“조금만 더 잘게, 응?”

“아… 정말 내가 안 이러려고 했는데.”

쪽.

도혁이 주원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주원은 너무 놀라 도혁을 밀쳤다. 방금은 머리끝까지 이불이 덮여 있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다.

“미쳤어? 카메라 있잖아!”

주원이 자그맣게 속삭였다. 도혁은 이불을 내리고 주원을 깔고 앉으며 물었다.

“어때요, 선배. 잠이 좀 깨셨어요?”

그러면서 하하, 웃으니 주원으로서는 열이 뻗칠 수밖에. 열이 받은 주원이 씩씩대고 있는데 도혁은 한발 나아가 이불을 확 걷어 버리기까지 했다.

“얼른 일어나세요. 늦잠꾸러기 선배.”

도혁은 침실 천장에 매달린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그렸다.

“선배 깨우기 성공! 제대로 일어난 것 같습니다.”

주원은 욕도 못 하고, 도혁을 때리지도 못하니 어쩔 수 없었다. 아침부터 아파 오는 머리를 꾹꾹 짚으며 두통을 다스릴 수밖에.

* * *

훈련 시간에도 관찰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민석과 규영은 타고난 방송 체질이라 아주 신이 나 재잘재잘 떠들며 분량을 훌륭히 뽑아 냈다. 둘은 선수촌 괴담을 주제로 만담 비슷한 것을 하기도 했다. 그들이 얘기를 풀어낼 때마다 제작진도 더불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주원은 온종일 저를 따라다니며 체력 단련장에서도, 피스트에서도 한 몸처럼 붙어 다니는 도혁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심지어 방을 두 개로 나눠 숙소 위주로 촬영하다 보니 더 그랬다. 도혁만 신나고 난 괴로워.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오늘 저녁은 구내식당이 수리 중이라 모두 배달 음식을 먹는 날인데요. 저희 펜싱은 수제 버거를 시켰습니다.”

도혁은 한 상 가득 버거와 감자튀김, 버팔로윙과 콜라를 차려 놓고 카메라에 혼잣말을 했다. 두통과 함께 짜증으로 울컥거리는 자신과 다르게 도혁은 마치 연예인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촬영에 임했다.

그 모습이 얄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여워 보이다니, 순식간에 내려가는 짜증 지수에 스스로가 어처구니없어 주원은 헛웃음을 지었다.

“선배, 이건 선배가 좋아하는 치즈버거요.”

도혁이 주원에게 포장을 요령 있게 찢은 버거를 건넸다.

“너도 치즈버거 좋아하잖아.”

“전 선배한테 양보하고 치킨버거 먹을 거예요.”

“뭐 하러 그래. 너 먹어.”

“아니에요. 선배가 먹는 것만 봐도 전 배불러요.”

“그런 것치고는 배고픈 사람 같은데…….”

도혁은 치킨버거를 크게 베어 물고 콜라를 시원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주원이 잘 먹나 안 먹나 그를 살피고, 가끔은 주원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감자튀김도 드세요.”

버거만 먹는 주원을 위해 직접 감자튀김을 집어 그의 입가에 가져다 대 주기도 했다. 주원은 한 손에 콜라, 한 손에 버거를 들고 있었으므로 별생각 없이 입을 벌렸다.

“맛있어요?”

“응. 따뜻하니까 더 맛있다.”

“그럼 하나 더.”

주원이 입을 벌렸다. 케첩을 듬뿍 찍은 감자튀김이 하나 더 입으로 들어왔다.

“자, 또 먹읍시다.”

주원은 또다시 도혁이 건네는 감자튀김을 받아먹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얘랑 나랑 사귀어? 뭔데 음식을 직접 먹여 주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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