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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96화 (9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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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 선셋 세일링(3)

“우리 자기,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요.”

“너도 맛있게 먹어.”

힐긋 보니 주원과 도혁이 주변 눈치도 보지 않고 커플 짓을 하고 있었다. 주원은 가만히 앉아만 있고 도혁이 포크와 나이프, 스푼을 번갈아 써 가며 주원에게 밥을 죄다 떠먹여 주었다.

아… 눈꼴 시렵다. 왜 나는 솔로일까.

저들과 가까이 있으니 유난히 더 외롭구나.

규영은 옆에서 기내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즐거운 표정으로 밥을 먹는 민석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안 듣고 안 보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못 보는 건지, 규영은 그저 홀로 비빔밥을 비벼 먹으며 쓸쓸함을 느꼈다.

비행은 그리 길지 않았다. 네 시간 정도 만에 공항에 내렸으나 문제는 여기부터 리조트로 가는 길이 꽤 멀다는 점이었다. 4인방이 묵을 숙소는 보라카이 섬의 핫 플레이스에 지어진 고급 리조트였는데, 입국장에 픽업 담당 직원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반갑습니다! 코리안 펜싱팀!”

“안녕하세요.”

주원을 필두로 4인방이 씩씩하게 인사를 하자, 담당 직원들이 휴양지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로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들으셨겠지만 여기서 저희 풀 빌라까지는 좀 가야 합니다. 천천히 즐기면서 가시죠.”

“얼마나 걸리나요?”

“차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달린 다음에 저희 리조트까지 스피드 보트를 타고 가야 됩니다. 넉넉하게 두 시간 잡으세요.”

주원이 묻자 직원이 허허 웃으며 답했다.

“우와, 꽤 걸리네. 그럼 우리 B로그 찍으면서 가요.”

민석은 지루한 건 딱 질색이라면서 가방에서 카메라와 장비들을 꺼냈다. 프라이빗 밴에 올라탄 네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전원이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세팅을 마치고 녹화를 시작했다.

“사랑하는 펜싱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K4입니다. 저희는 오늘부터 포상 휴가로 보라카이에서 5박 6일을 보내게 됩니다.”

규영이 제법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여러 번 해 본 결과 그는 민석만큼은 아니어도 웬만큼 라이브 방송에 적응한 상태였다.

“저희 지금 막 공항에 내려서 리조트로 가는 밴에 올랐거든요. 와, 근데 너무 덥고 습해서 제 펌이 다 축축 처지고 있어요. 그나저나 우리 막내 도혁 군 소감 한번 들어 볼게요.”

민석이 도혁에게 장난감 마이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러블리 막내 도혁입니다. 이제 곧 있으면 바다가 잘 보이는 리조트에 도착할 건데요. 창밖으로 야자나무 보이시죠. 외국 티가 확 납니다. 차 안에 에어컨이 빵빵한데도 여름 느낌 나고요.”

민석이 잠깐 창밖을 비추었다. 바람에 살랑이는 야자수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우리 주장 형 인터뷰 한번 해 주세요.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세상에서 제일 자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바닷물에 몸 담가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바다와 채주원, 채주원과 바다. 여러분, B로그 다음 편도 놓치지 말아 주세요!”

꼬박 한 시간 반 동안 차를 타고 가면서 네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떠들어 대고, 물놀이 순서를 계획하며 아주 신나게 놀겠다며 입을 모았다.

“이제 보트로 갈아타시면 됩니다.”

선착장에 도착해 미니 보트를 탈 때가 되었다. 도혁은 찌뿌둥한 몸을 쫙쫙 펴며 소금기 가득한 바다 내음을 들이마셨다.

“와, 너무 상쾌하네요.”

“기대된다.”

직원이 다가와 구명조끼를 나누어 주었다.

“바다에 빠지면 큰일 나니까 다들 하나씩 입으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출발하죠.”

보트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면서 출발했다. 속도가 너무도 빨라 바람결에 다들 머리가 날리고 얼굴에 물을 맞았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서로를 보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10분쯤 타고 달렸을까. 점점 가까워지는 섬이 있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인상적이었으며, 백사장의 모래가 유난히도 새하얗고 고운 느낌이 특징이었다.

“보라카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드디어 도착했네요.”

“날씨 너무 좋은데? 바다 파란 것 좀 봐.”

규영과 민석은 아름다운 바다에 넋이 나간 듯 중얼거리며 사진으로 풍경을 담았다. 도혁 역시 지상 낙원이 따로 없는 경치를 둘러보며 감탄사를 자아냈다. 해안을 따라 느긋하게 태닝을 즐기며 누운 외국인들과 맑은 바다에서 물장구를 치는 사람들, 끝을 모르게 펼쳐진 백사장은 그림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좋다.”

주원이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 맨눈으로 바다를 담으며 말했다. 도혁 역시 햇빛에 눈이 부셨지만 맨눈으로 경치를 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바다색이 찬란했다.

“경치가 아름답죠? 우리 리조트에서 이 바다가 다 내려다보입니다.”

직원이 해안가 끄트머리에 위치한 리조트를 가리켰다. 규모가 꽤 크면서 세련된 건물이었고, 무엇보다도 가로로 시원시원하게 펼쳐진 인피니티 풀이 눈에 띄었다.

“우와. 이렇게 좋다고?”

리조트로 걸어가는 내내 민석은 감탄하며 사진을 계속 찍었다. 규영 역시 들떠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웅장한 정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니 겉보기보다 훨씬 더 시설이 깔끔했다. 직원이 로비에 들렀다가 열쇠를 챙겨 와 4인방 앞에 보여 주었다.

“방은 총 두 개입니다. 네 분이시니까 두 분씩 나눠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직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도혁은 안절부절 발을 굴렀다. 민석과 규영의 눈치를 살피고 손을 가만히 못 놔뒀다. 그러면서 자꾸 캐리어를 드륵드륵 밀며 주원의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주인과 한순간이라도 떨어질까 봐 겁먹은 반려 강아지가 따로 없었다.

민석은 그런 도혁의 불안해하는 얼굴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저기, 막내야. 그렇게까지 안 해도 너랑 주원이 형 같은 방 쓰게 해 줄 거거든.”

민석이 질렸다는 듯 인상을 썼다.

“진짜요? 정말이세요, 형님?”

“에휴, 너랑 주원이 형이랑 둘이 써. 나랑 민석이랑 쓸 테니까.”

규영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주원은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돌려 부끄러운 감정을 숨겼다. 반면에 도혁은 만면에 대놓고 환한 웃음을 띠었다.

“그럼 이따가 인피니티 풀에서 봐요. 물놀이해야지.”

“네!”

“좀 이따가 보자.”

민석과 규영의 객실은 A동, 도혁과 주원의 객실은 B동이었기 때문에 각자 향하는 방향이 달랐다. 도혁은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며 주원과 제 캐리어를 끌고 뛰듯이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5층 버튼을 누른 다음, 도혁은 다짜고짜 주원에게 입술을 들이밀었다.

“형, 뽀뽀 한번 해요.”

“왜 이래, 갑자기.”

“아무도 없잖아요, 응?”

도혁이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어느 순간부터 도혁의 애교에 중독된 주원으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귀여움이었다.

쪽.

주원이 도혁에게 가볍게 입 맞췄다.

“으아! 너무 좋아.”

도혁이 주원의 얼굴을 잡고 눈썹과 콧대, 뺨에 있는 대로 키스하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내리자, 일단 들어가서 계속하자고.”

“진짜요? 계속해도 돼요?”

도혁이 카드키를 들고 정신없이 사방을 살폈다.

“우리 방 어디야. 507호 어디냐고!”

허둥대는 그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 주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데리고 다니면 심심하지 않았다. 도혁이 복도를 정신 사납게 뛰어다니면서 겨우 507호를 찾아냈다.

“여기예요, 여기!”

“알았어. 갈게.”

“빨리 와요, 자기야!”

도혁이 주원의 손목을 냅다 잡고 문을 열었다. 캐리어를 복도에 놔두고 들어가려고 하길래 주원이 도혁의 등을 찰싹 때렸다.

“짐 챙겨.”

“아, 맞다. 지금 형하고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도혁이 어깨로 문을 열며 캐리어 두 개를 번쩍 들어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 침대 하나네.”

분명히 여행사로부터 트윈 베드라고 들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주원은 당황스러웠다. 전면 창에 오션 뷰가 펼쳐져 있고, 침대에는 장미꽃잎이 수북해 객실은 마치 허니문 침실을 연상케 했다.

“이게 웬일이야. 잘됐다, 잘됐어.”

도혁은 좋아서 주체가 안 되는 반응이었다. 그는 한 마리 야수처럼 침대 곁에 서 있는 주원을 냅다 침대에 눕히고 그 위로 올라타 주원에게 쪽쪽 입을 맞췄다.

“간지러워, 야. 간지럽다고.”

“난 좋아서 못 견디겠는데요, 자기야.”

장난스럽게 짧은 입맞춤을 이어 가던 도혁이 조금씩 질척한 키스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두 입술이 뜨겁게 맞물리며 물기 어린 소리가 조용한 객실 안을 울렸다.

“으음… 이도혁.”

“형…….”

도혁이 주원에게 조금 더 깊이 입 맞추며 제 열기를 옮기려 들었다. 주원은 분위기에 휘말려들 뻔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벽시계를 보니 객실에 들어온 지 벌써 20분이 지나 있었다.

“야, 우리 수영장 나가야지. 애들이랑 놀기로 했잖아.”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요.”

“안 돼. 우리가 방에 처박혀서 안 나오면 무슨 생각 하겠냐.”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이에요.”

주원은 자꾸만 키스하려고 돌진해 오는 도혁의 얼굴을 이리저리 피했다. 그러나 도혁은 주원을 꽉 누르며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이거 놔!”

하지만 주원도 한 완력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마치 유도에서 뒤집기를 하듯이 도혁을 데구르르 굴리며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는 데 성공했다.

“으악!”

주원의 과격한 움직임에 도혁이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얼른 일어나서 수영복이나 입어.”

“뽀뽀 조금만 더 하면 안 돼요?”

오직 쉼터. SHu 제작. 공금. 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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