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 선셋 세일링(5)
쪽.
주원이 도혁의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도혁은 화들짝 놀라 균형을 잃었다.
“으아!”
물살이 촤악 스치며 도혁의 옷과 머리를 흠뻑 적셨다. 주원은 그 모습을 보며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수평선은 끝이 없게 펼쳐져 있고, 잔잔한 바다에 윤슬이 반짝였다. 가끔 이름 모를 새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구름과 노을을 헤치듯 춤을 췄다.
…이 풍경을 도혁이랑 함께 봐서 좋다. 물론 앞으로도 우리에겐 수많은 나날이 펼쳐지겠지만 오늘 이 순간은 특별한 한 페이지가 되어 마음속에 새겨질 것 같아.
주원은 여전히 자신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도혁을 눈에 담았다. 온전하게 행복했다.
* * *
다시 해안가에서 만난 규영과 민석은 폐인 꼴이었다.
“몰골, 아니 모습이 왜 이래요, 형님들?”
“아, 중간에 파도 제대로 맞았어. 규영이 형 선글라스 잃어버릴 뻔했다.”
민석은 셔츠 앞섶이 다 젖었고, 규영은 머리를 갓 감은 사람처럼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도혁과 주원은 상대적으로 멀끔한 모습이라 네 사람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니 뭔가 우스웠다.
“다 같이 맥주나 한잔하자.”
“좋습니다.”
“난 쪽팔리니까 머리 좀 털고.”
규영이 급하게 머리를 털자 새 둥지 같은 꼬락서니가 완성되었다. 사방에서 웃음이 터졌다.
네 사람은 바닷가의 펍에서 실컷 맥주를 마시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민석과 규영과 헤어져 도혁과 주원이 객실에 도착한 건 자정 무렵이었다.
“형. 우리 낮에 못 한 거 계속해요.”
도혁은 주원이 반항할 틈도 주지 않고 그를 홀랑 덮쳤다. 침대에 몸을 겹치고 누워 주원과 키스하는 내내 창밖에서는 은은한 달빛이 들어와 두 사람을 비췄다. 사방은 너무나도 고요했지만 도혁은 귓가에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착각이 일었다. 공기의 흐름마저 예술적으로 다가올 지경이었다.
길고 긴 키스가 끝나고, 주원이 도혁을 올려다보며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도혁아.”
“응.”
평소보다 신경 써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며, 주원이 도혁에게 짧게 입 맞췄다. 그러고는 입술을 붙인 채 말했다.
“나도 너만큼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어.”
그러고는 얼떨떨하게 굳어 버린 도혁의 입술과 콧등, 잘생긴 미간에 차례로 입을 맞췄다.
도혁은 황홀하다 못해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먼저 하는 스킨십에도 인색하고 사랑 고백은 처음 사귀기로 한 날 이후 절대 해 주지 않던 주원이었다. 제 애정을 받아 주고 스킨십에 응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이렇게 주원이 먼저 표현을 해 주다니 도혁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 순간을 위해 세상에 태어났나. 조금 과장 보태서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도혁은 가슴이 벅찼다.
“주원아, 아무리 그래도 내가 더 사랑해.”
“그럼 나도 그만큼 사랑한다고 바꿀래.”
두 사람이 코끝을 마주 댄 채 속삭였다. 내가 널 더 사랑한다고 우기는 투닥거림은 밤새도록 끊이지 않았다.
다음 날, 네 사람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다이빙 수업에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네 사람 다 보통 초심자들이 하는 오픈 워터 레벨의 기초 훈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로 다음 단계인 어드밴스드 레벨의 수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혁과 주원은 서로의 버디가 되어 바닷속을 유영했고, 색색깔의 물고기와 산호초랑 어우러져 사진을 찍었다.
잠깐 휴식하러 배로 올라왔을 때 도혁이 강사로부터 사진을 전송받았다. 곧 그 사진을 SNS에 올리자 좋아요가 넘쳐나고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