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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104화 (1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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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 스위트 홀리데이(2)

한편, 주원은 무척이나 심각한 얼굴로 거실 소파에 앉아 턱을 괴고 있었다.

…내 알파에게서 낯선 향이 난다.

도혁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은 약 일주일 전부터였다. 어느 순간부터 항상 활기차고 수다스러웠던 도혁은 온데간데없고, 가만히 있다가 멍을 때리거나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의 도혁이 보였다.

딴생각이 자주 찾아오는지 심지어 훈련 중간중간에도 도혁은 허공을 보거나 혼자 멍한 표정을 짓다가 주원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주 특징적인 행동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사실이었다.

혼자 액정을 쳐다보며 인상을 썼다가 감탄을 했다가 아주 표정이 변화무쌍했다. 그러다가 또 한순간 혼자서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면서 고민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고, 가끔은 벌떡 일어나서 머리를 짚으며 거실을 서성이기도 했다.

갑자기 쟤 왜 저래? 무슨 일이야, 도대체.

주원 입장에서는 도혁과 사귀기 전부터 알고 지낸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므로 나름대로 그를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도 도혁은 밥을 먹다 말고 멍하니 식탁을 내려다보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주원을 힐끔 본 다음 핸드폰에 무언가를 메모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주원이 살짝 눈길을 주면 후다닥 핸드폰을 엎어 버렸다.

“…대체 뭘까.”

멍함, 핸드폰 사용이 잦아짐, 핸드폰으로 보고 있는 내용을 숨김. 그 세 가지 부분만 제외하면 평소와 모든 것이 같았다.

예를 들어서 지금도 도혁은 등갈비에서 살코기만 쏙쏙 발라서 주원의 앞접시에 살뜰하게 놓아주면서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 중이었다.

“얼른 먹어요, 식기 전에.”

“응. 고마워.”

주원은 자연스럽게 고기를 집어 먹으면서 도혁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물론 겉으로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였다. 그러나 여전히 다정하고 스위트한 도혁이었기에, 이렇다 할 행동의 변화는 찾기 힘들었다.

두 사람은 등갈비를 야무지게 해치우고 나서 욕실에서 나란히 양치를 했다. 도혁이 우겨서 손을 꼭 잡고 양치를 하는 내내 주원은 속으로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달라진 부분이 없는데 나 혼자 착각하는 건가? 아니야. 알파의 직감이란 게 있지. 분명히 도혁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가만 보자……. 어디가 달라졌을까.

주원은 시력도 좋았지만 유난히 눈썰미가 훌륭했고, 어려서부터 틀린 그림 찾기 같은 게임을 기가 막히게 잘했다. 그런 그의 눈에 포착된 게 있었다.

도혁이… 살쪘어!

주원이 도혁의 얼굴 윤곽을 슥 훑었다. 확실했다. 도혁은 한 달 전쯤에 비해 살이 올라 있었다. 아주 잘 먹고 때깔 좋게 찌운 살의 느낌이 났다. 매일같이 보는 사이이니 눈치채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주원이 고도의 관찰력을 발휘해 알아낸 것이다.

매일같이 격렬한 운동을 하는데도 살이 쪘다라. 이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혹시 도혁이의 변화와 살이 연관 있는 걸까. 주원은 조각난 정보들을 끼워 맞추느라 자기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형, 무슨 생각 해요?”

“어?”

“되게 진지해 보인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주원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입을 헹구고 침실로 들어왔다. 도혁이 그를 뒤에서 감싸 안으며 치근덕거리기 시작했다.

“형.”

“왜, 또.”

“우리… 오늘 재미있는 일 할까요?”

“무슨 재미.”

“알면서.”

도혁은 안 그래도 괴물 같은 체력의 소유자였지만, 요즘 훈련을 받으면서 힘이 더 좋아졌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고강도의 트레이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었다.

“얼른 누워요, 응?”

“알았어, 알았어.”

도혁이 주원의 목 뒤에 쪽쪽 키스를 남겼다. 주원이 고개를 돌려 도혁과 쪽, 입을 맞췄다. 그러다가 불이 붙는 건 한순간이었다. 침대로 쓰러진 후 주원은 죽도록 괴롭힘을 당했고, 아주 격렬한 밤이 지나갔다.

몇 시간을 잤을까. 주원은 달도 다 진 새벽녘 목이 말라서 눈을 깼다. 간밤에 너무 소리를 크게 질렀는지 목이 아프고 깔깔했다.

물 마셔야겠다…….

평소 머리맡 협탁에 생수병을 놓아두는 습관이 있었기에, 주원은 별생각 없이 그리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침실 안에 선명한 불빛이 보였다.

어?

눈만 돌려서 확인해 보니 옆자리에서 자고 있어야 할 도혁이 엎드려 누워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액정에 집중하느라 주원이 깨어난 건 모르는 눈치였다.

“이도혁, 뭐 하냐…….”

주원이 잠긴 목소리로 묻자 도혁이 흠칫하며 핸드폰을 엎었다.

“미안해요. 깼어요?”

“아니. 너 때문에 깬 건 아니고 목이 말라서.”

“물 가져다줄게요. 누워 있어요.”

도혁이 문을 열고 나가더니 잠시 후 생수병을 들고 돌아왔다.

“아, 해요.”

물병 뚜껑을 딴 다음 도혁이 주원의 몸을 받치고 조심스럽게 물을 먹여 주었다. 다정하다 못해 과보호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행동이었다.

“더 마실래요?”

“이 정도면 됐어. 그런데 너…….”

“네?”

“뭐 보고 있었어?”

주원의 눈길이 엎어진 핸드폰을 향했다.

“아, 그냥 웹서핑이요.”

“이 새벽에?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데.”

“어… 여기저기 둘러보고 또 형 팬카페도 가고…….”

“그러고 또?”

“또… 음… 뭐, 뭐 하고 있었더라?”

누가 봐도 도혁은 수상쩍게 말을 돌리고 있었다. 눈도 못 마주치며 식은땀을 흘리는 도혁을 보며 주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수상한 게 맞다. 넌 지금 켕기는 구석이 있어. 이제 주원의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하지만 주원은 타고난 승부사 기질이 있는 남자였다.

섣불리 덤벼서 도혁을 터는 것보다는 가만히 관전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덮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혁이 숨긴 비밀이 무엇이든 말이다.

“그래? 그만 보고 자자. 밤에 핸드폰 많이 하면 눈 나빠진대.”

“알겠어요, 형.”

주원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한발 물러났다. 도혁이 아주 자그맣게 휴, 다행이다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모른 척해 주었다. 주원은 도혁이 똑바로 누워 잠들 때까지 어둠 속에서 그를 주시했다.

네 비밀이 뭔지 내가 반드시 알아내고 말겠다……!

다음 날은 훈련이 없는 날이었다. 간만에 찾아온 휴일에 주원은 데이트 나갈 준비를 했다. 딱히 약속한 건 없었지만 당연히 밖에 나가 영화를 보거나 외식을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어났는데 이게 웬걸. 오전 나절부터 도혁은 나갈 곳이 있다고 말했다.

“저 잠깐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어딜? 누구 만나?”

“아… 만난다기보다는……. 아니에요, 그냥 간단하게 외출요.”

도혁이 말을 얼버무리며 모자를 눌러썼다. 가벼운 볼 키스를 남기고 후다닥 현관을 빠져나가는 도혁의 모습에 주원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사귀고 나서 지금까지, 쉬는 날에 따로 지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연휴에도 서로의 집을 오갔기 때문에, 주원은 도혁과 자신이 갈 데까지 간 사이라고 여겼다.

공휴일이 겹쳐 며칠간 황금연휴가 되었을 때, 두 사람은 함께 부산을 찾았다. 도혁의 어머니는 예전에 주원이 처음 방문했을 때처럼 주원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회며 음식을 잔뜩 차려 주셨고, 둘이서 먹어 치우느라 깨나 고생을 해야 할 정도였다.

신나게 부산 여행을 즐긴 두 사람은 내친김에 서울 주원의 집에도 방문했다. ‘우리 부모님께 인사드리자.’ 그 말에 도혁은 얼마나 뛸 듯이 기뻐하고, 또 긴장하고 설레어했던가. 주원은 아직도 그날이 눈에 선했다.

도혁은 주원의 집에서 아주 싹싹하고 친화력 있게 굴었다. 주원의 어머니가 손님인데 그냥 앉아서 간식이나 먹으라고 해도 어떻게 막내가 대접만 받겠냐며 손수 과일을 깎기도 했다. 주원의 어머니는 그런 도혁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주원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도혁이랑 특별한 사이니?’ 하고 말이다. 주원은 당당하게 긍정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전혀 부끄러울 것도 비밀스러울 것도 없다는 생각에, 주원은 아버지에게도 떳떳하게 이야기하고 정식으로 교제를 이어 나갈 예정이었다.

그리고 주원이 장기 출장에서 돌아온 아버지와 마침내 독대하며 도혁과의 관계를 털어놓았을 때, 도혁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었다.

…그렇게 생각해 봤을 때 도혁 또한 자신과의 만남을 아주 진지하고 또 특별하게 여기고 있는 게 맞는데.

도혁이 나가고 집에 혼자 남겨진 주원은 싱숭생숭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머리가 복잡했고, 또 엉킨 실타래처럼 혼란스러웠다.

오늘은 근육 회복을 위해 운동을 쉬어 주는 날이라 딱히 할 만할 일도 없었다. 취미이자 직업인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할 일은 연애뿐인데, 상대방인 도혁이 나가고 없으니 마음도 집 안도 허전했다. 꼭 도혁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방 안이 유난히 휑하게만 느껴지는 주원이었다.

하도 시끄럽고 요란하게 부대끼면서 살아서인가. 도혁이가 나가니까…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예전에는 어떻게 혼자 지냈는지 모르겠네.

주원은 TV나 볼까 싶어 리모컨을 찾았지만, 희한하게도 화면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책을 읽어 볼까 싶어 바둑을 테마로 한 프로 기사의 에세이집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소파에 기대어 한 서너 장이나 읽다가 말았다. 마음이 심란해서였다.

오직 쉼터. SHu 제작. 공금. 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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