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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105화 (10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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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 스위트 홀리데이(3)

11시에 나갔던 도혁은 무려 오후 4시에 돌아왔다. 문이 열리자마자 도혁은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와 주원을 찾았다.

“형! 기다렸죠.”

그는 습관처럼 주원을 끌어안고 볼과 입술에 뽀뽀를 퍼부었다.

“아, 귀찮아. 이러지 마.”

“에이, 귀찮기는요. 좋으면서.”

도혁은 주원을 꼭 끌어안고 질리도록 키스를 반복했다. 주원은 아닌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도혁의 귀가가 반가워 그와의 키스에 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도혁의 품에 깊게 안긴 순간, 낯선 냄새가 주원의 후각을 자극했다.

어……? 낯선 냄새다.

도혁의 알파 페로몬은 우디 계열이었고, 얼굴과 달리 상당히 성숙하고 차분한 냄새다. 그런데 지금 도혁의 품에서 나는 향기는 달콤하면서 산뜻하고 가벼워 꼭 과자 냄새 같았다. 냄새를 좀 더 확실하게 들이마셔 본 후, 주원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향수도 비누 냄새도 아닌, 전혀 낯선 제3의 향이다. 굳이 말하자면 바닐라 향기랄까? 그리고 이런 냄새는… 오메가들의 체향과도 닮았지.

오메가들은 보통 플로럴 계열의 체향을 많이 지녔지만, 가끔 가다가 초콜릿이나 바닐라 향을 풍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원의 마음속에 가설이 하나 성립되었다.

설마 이 자식. 오메가를 만나고 온 건가?

주원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팍 구겼다.

“우리 형, 왜 인상 써요. 설마 나 없어서 서운했어?”

도혁이 주원의 양 뺨을 붙잡고 쪽쪽 입술에 키스했다.

“미안해. 이제 우리 재미있게 놀자.”

도혁은 배시시 웃으며 주원을 다시 끌어안았다. 그럴수록 바닐라 향이 짙게 풍겨 주원의 가슴은 불길하게 쿵쿵 뛰었다.

…다른 오메가를 만나고 온 거라면, 이도혁이… 바람을 피우는 건가……?

아니야. 그런 생각 하지 말자. 아직은 증거 수집에 열을 올릴 때야. 넘겨짚지 말자고.

주원은 열심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평상시의 얼굴로 돌아왔다.

사건의 당사자인 도혁은 전혀 몰랐다. 주원이 지금 엉뚱한 오해를 하고 있고, 마음속으로 칼날을 갈고 있다는 것을.

이튿날도 그다음 날도 도혁의 수상쩍은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일부러 잠든 척했다가 주원이 눈을 살짝 떠 보면, 도혁은 반드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무언가를 검색하는 것 같기도 했고, 이미지나 영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했다.

“뭐 해?”

주원은 그때마다 일부러 일어난 인기척을 내거나 목이 마르다고 몸을 일으켜 도혁을 방해하고는 했다.

그렇게 며칠간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다. 새벽에 일어나 함께 훈련장으로 가고, 트레이닝하고, 집에 와서 씻고 밥 먹고 함께 잤다. 주원이 생각하기에 도혁은 바람피울 물리적 시간이 없었다. 거의 24시간을 함께하고 있는데 어떻게 바람을 피운단 말인가.

게다가 도혁이 자신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기에, 주원은 도혁이 적극적으로 다른 오메가와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가설은 폐기했다.

그러자 새로운 가설이 떠올랐다. 만약에, 순진한 도혁을 유혹하려는 못된 오메가가 그의 주변을 맴도는 경우는 아닐까? 그리고 바보 같은 도혁은 그게 유혹인 줄도 모르고 오메가의 체향을 묻히고 돌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그 생각에 쐐기를 박은 것은 또 한 차례 휴일이 찾아왔을 때였다. 똑같은 시간에 외출하고 돌아온 도혁에게 진한 바닐라 향이 났다.

또 만났네, 또 만났어.

주원은 더 이상 망설일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결심을 굳혔다. 다음번 도혁이 외출할 때 미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 도혁은 훈련이 일찍 끝난 기념으로 외출을 하겠다며 주섬주섬 집을 나서고 있었다.

“어디를 그렇게 가?”

“아… 친… 친구 만나러요.”

“친구 누구?”

“그게… 어, 전화 왔다. 나 빨리 갔다 올게요!”

도혁이 후다닥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주원은 아래턱을 문지르며 머리를 굴렸다. 도혁은 지난번 나갔을 때도 차량을 이용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차를 쓰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움직일 만한 거리에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였다.

좋아, 지금 나가도 바로 따라잡을 수 있다.

주원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다음 시커먼 후드 집업을 걸쳐 최대한 얼굴을 가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빛나는 외모가 감춰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미행하는 시늉을 내 본 것이었다.

현관 밖으로 나온 주원은 엘리베이터가 1층에 내려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웃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향했다. 저 멀리 오피스텔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도혁의 뒷모습이 보였다.

일부러 한 템포 느리게 다음 신호에 길을 건너, 주원은 도혁과 거리를 유지하며 걸었다. 가끔 도혁이 뒤를 돌아보거나 주변을 둘러볼라치면 전봇대 뒤에 숨었다. 신발 끈이 풀렸는지 도혁이 갑자기 길에 무릎을 꿇고 앉았을 때는 너무 놀라 골목길로 뛰어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가다 보니 버스 정류장 앞이었다.

“어……? 버스?”

도혁은 무선 이어폰을 꽂고 있었기 때문에 주원의 미행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몇 차례 손목시계를 체크하며 약간 초조한 듯이 버스를 기다리더니, 그는 곧 도착한 초록색 버스에 올라탔다.

어떡해. 타 말아?

주원은 갈등하다가 승객들 틈바구니로 끼어들었다. 맨 마지막에 탔기 때문에 이미 차에 올라타서 자리를 잡고 선 도혁의 눈을 피해 앞쪽 좌석에 슬그머니 앉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곁눈질을 해야만 도혁이 보였다.

약 열 정거장을 가는 내내 도혁은 핸드폰을 봤다.

누구야. 연락이라도 하는 거야?

주원은 점점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그때 마침 도혁이 하차 벨을 누르고 뒷문으로 이동했다. 주원은 마스크를 조금 더 단단히 쓰고 모자를 눌러쓴 다음 도혁을 따라 내렸다.

여기가 어디지?

주원은 전혀 모르는 동네였다. 위치상으로는 이웃한 동인 것 같았지만 분명 처음 오는 곳이었고, 도혁이 올 만한 이유는 없어 보였다.

주원이 주변을 살피는 동안, 도혁은 꽤 빠르게 걸어 한 아파트 상가로 진입했다. 주원은 아차 하며 재빠르게 그를 쫓아 들어갔으나 한발 늦은 관계로 도혁을 놓쳐 버렸다.

심지어 상가는 내부 구조가 복잡했으므로 주원은 도혁이 어디로 갔는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를 어쩐다. 여기까지 와서 놓쳐 버리다니.

그때, 괴로워하던 주원에게 실마리가 주어졌다. 달콤한 바닐라 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도혁에게서 맡았던 바로 그 냄새였다.

주원은 망설임 없이 그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아득,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현장을 덮쳐 주겠다. 이 요망한 것들을 조져 주마……!

정신없이 복도를 가로지르며 주원은 계속 냄새를 따라갔다. 바닐라 향이 점점 짙어지더니, 이윽고 한 문 앞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그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뭐야. 베이킹……?”

<스위트 베이킹 스튜디오>

주원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이곳은 베이킹 강습 스튜디오였다.

베이킹? 케이크나 과자 굽는 걸 베이킹이라고 하지 않나. 여기에 도혁이가?

마침 뒷문이 살짝 열려 있어 달달한 과자 냄새와 문제의 바닐라 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원은 슬쩍 뒷문으로 가까이 다가가 안쪽을 엿보았다.

“여러분, 머랭을 칠 때는 한 방향으로 강하게 빠르게 손을 움직여 주셔야 해요. 계란 흰자 거품이라는 게 그렇게 단단하게 유지되질 못합니다. 무조건 빠르게, 힘있게, 가능하면 볼 아래에 얼음물을 깔고 차가운 상태로 해 주시는 것도 좋고요.”

위생모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채로 시범을 보이는 것은 분명 베이킹 강사가 틀림없었다. 그 맞은편에 테이블을 여럿 두고 한 자리씩 맡아 서 있는 사람들은 수강생이고.

곧 주원의 눈에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남자가 들어왔다.

헐, 내 애인.

도혁은 덩치의 반의반도 가리지 못할 만큼 작은 앞치마를 두르고 수첩에 정신없이 메모를 하고 있었다.

“머랭은 어떻게?”

“빠르게! 힘있게! 차갑게!”

다른 수강생들과 도혁이 합창을 했다. 주원은 당황스러우면서도 맥이 탁 풀렸다.

그 달달한 냄새가… 바닐라 향이 여기서 나는 거였어? 빵에 들어가는 바닐라 에센스 냄새였다고?

미치겠다. 나 지금 여기까지 오메가 운운하면서 버스 타고 쫓아온 거야?

주원은 연신 마른세수를 하며 당혹스러움을 씻어 내려 했다.

아니, 그런데 도혁이 쟤는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이런 레슨을 받고 있었어? 왜, 뭐 하러?

그 의문은 금방 해소되었다. 강사가 수강생들을 향해 크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스펀지 굽는 법은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케이크의 생명인 아이싱을 연습해 볼게요. 크리스마스 컨셉에 맞춰서 데코레이션도 하고요.”

“네!”

“아, 다들 애인이나 가족한테는 비밀로 하고 계신 거죠?”

“네. 비밀이에요.”

“저도요.”

수강생들이 강사의 말에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비로소 그때야 주원의 눈에 칠판에 적힌 글씨가 보였다.

오직 쉼터. SHu 제작. 공금. 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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