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백금지 채선배 찔러나 보기-115화 (115/115)

16822495825942.jpg

115화.

- 오로라 헌팅(4)

서울도 2월 말이라 쌀쌀한 기운이 가득했지만, 아이슬란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찬바람에 진눈깨비가 섞여 내리는 레이캬비크 시내는 우중충한 기운마저 더해져 습하게 추웠다.

“형, 안 추워요?”

“난 괜찮아.”

“옷 벗어 줄게.”

“아냐. 내가 벗어 줄게.”

주원과 도혁은 입국장에서 렌터카 업체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하고 서로 옷을 벗어 주겠다, 목도리를 둘러 주겠다 호들갑을 떨었다.

렌터카 업체에 들러 예약한 차량을 수령한 다음, 두 사람은 묵을 호텔로 차를 몰았다. 운전석에 앉은 도혁은 창밖을 두리번거리며 연신 신기한 티를 냈다.

“이국적이네요.”

전체적으로 회색 톤이라고 해야 할까, 겨울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레이캬비크 시내의 첫인상은 차분하고 침착하면서도 묘하게 신비로웠다.

“진짜 멀리 온 게 실감 난다.”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떨어져 있으니 키 낮은 건물과 날씨에 걸맞지 않게 채도 높은 건물, 아주 오래돼 보이는 교회 건물 같은 게 다 낯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모던한 호텔에 도착한 두 사람은 체크인을 마쳤다.

“미스터 리, 미스터 채. 허니문을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저희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요.”

직원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싶었는데, 객실에 올라가자 단박에 이해가 됐다. 커다란 킹사이즈 베드에 장미꽃잎이 올려져 있었다.

“이게 뭐야.”

주원이 피식거리며 꽃잎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도혁이 주원의 등 뒤로 다가왔다. 허리를 끌어안는 도혁의 손길에는 열이 올라 있었다.

“도혁아, 갑자기 왜 이래.”

“갑자기라뇨. 우리 첫날밤인데…….”

“너랑 보낸 밤이 얼마나 많은데 첫날밤이라니.”

“결혼하고는 처음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첫날밤이죠.”

도혁이 끈적하게 속삭이며 주원의 귓바퀴를 깨물었다. 어떤 신호인지 몸이 먼저 아는 걸까? 순식간에 주원의 몸에도 열이 확 올랐다.

“아니, 도혁아……. 너 자꾸 이러면.”

“이러면 뭐요.”

“내가 너 확 덮쳐 버리는 수가 있어.”

주원 안에 알파의 본능이 활활 불탔다. 그가 뒤로 홱 돌며 도혁의 입술을 덮쳤다. 도혁은 주원의 등과 목 뒤를 단단히 받치며 그를 침대로 이끌었다.

웬만해서는 끝날 것 같지 않은 밤의 서막이었다.

* * *

오로라 헌팅 투어는 오후부터 시작해 늦은 밤에 끝날 예정이었기에, 오전 나절 내내 둘은 침대 안을 뒹굴었다. 특히 주원은 거의 감금 상태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는데 도혁은 밥을 먹여 준다, 마사지를 해 준다는 핑계로 주원을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신혼부부 된 것 같아요.”

“난 아직 실감이 안 나.”

“이걸 봐도?”

도혁이 주원의 손에 끼워진 반지에 입 맞췄다.

“그러게……. 이걸 보면 이게 꿈이 아니구나, 정말 너랑 결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맨날 맨날 들여다봐 줘요. 그리고 내 생각 많이 해 줘요. 아니, 욕심 같아서는 하루 종일 나만 떠올리라고 하고 싶어.”

도혁은 욕심이 많은 성격이었다. 주원은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고. 그리고 그 욕심은 주원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화분에 물을 주듯이 도혁에게 사랑을 퍼부어 주는 수밖에 없다. 도혁이 늘 웃을 수 있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이도혁.”

“응.”

“내 머릿속에 너밖에 없어.”

주원이 도혁을 감싸 안았다. 그러자 도혁이 쿡쿡 웃으며 주원의 품을 파고들었다. 상대가 귀여워 보이면 끝이라던데, 주원은 진작 녹다운당했는지도 모른다. 한참 전부터, 발칙한 고백을 받은 그날부터.

오로라 헌팅 투어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날씨가 점점 개어 오로라 지수가 꽤 높다는 소식이었다. 그 말은 곧 오늘 운이 좋으면 오로라를 목격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오로라! 형이랑 볼 수 있는 거예요?!”

“확률은 반반 정도래. 오늘 못 보면 내일이랑 모레 또 도전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좋다. 오늘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주원과 도혁은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마치고 숙소를 나섰다. 조금 이르게 나왔기 때문에 간단하게 식사할 시간이 주어졌다. 전통 요릿집에서 조촐한 파티 겸 저녁 식사를 하고, 그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려다가 도혁은 깜짝 놀랐다.

“형. 우리 결혼 소식 말이에요.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요.”

“그래?”

도혁이 SNS 실시간 인기 트렌드를 보여 주었다. 이도혁X채주원 혹은 채주원X이도혁이라는 문구가 상위권을 휩쓸고 있었다. 키워드를 클릭해 보니 지난 1월 1일, 두 사람이 스키장에서 같이 찍어 올린 사진이 나왔다.

“댓글이 수천 개인데? 언제 이렇게 늘었지.”

최근에 결혼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SNS에 잘 접속하지 않은 도혁이었기 때문에 댓글이 이렇게 불어난 줄은 몰랐다. 원래도 많이 달리는 편이기도 했고.

16822495825949.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