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기부전 인큐버스인가 봐요
입안에 가득 퍼지는 단맛에 상우는 반쯤 뜨고 있던 눈도 감아 버렸다.
이거 뭐지? 이거 도대체 뭐지?
이런 맛은 태어나서 맛본 적 없었다. 무슨 맛이라 딱 집어 설명할 수 없이 황홀한 맛에 상우는 지금 입에 물고 있는 것이 난생처음 본 남자의 좆이라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고요한 방 안에는 사내의 짐승 같은 으르렁거림과 상우가 내는 쭙쭙 소리만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상우는 정신없이 달콤한 맛을 음미하고 또 음미하며 사내의 아랫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발기한 남자의 자지는 너무 커서 잔뜩 벌려진 입술 끝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래도 좋았다. 그 달콤함은 아픔마저 잊게 했다.
퐁퐁 샘솟는 다디단 액체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맛보고 싶어서 상우의 혀가 다급하게 선단 끝의 구멍을 꾹 눌렀다.
흉악한 생김새와는 달리 보들보들한 귀두의 피부가 감칠맛 나게 혀에 달라붙었다. 짓누르고 문지르고 쭉 빨아들이고. 상우는 마음이 급해졌다. 달콤하고 진한 맛을 더 맛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음식에 굶주렸던 상우의 배가 꼬르륵꼬르륵 요동을 쳤다.
상우의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상대의 좆을 휘감았다. 한 손으로 다 잡히지 않아 양손을 쓰자 자연스레 몸이 자지에 매달리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상우는 손에 가득 쥐어진 좆의 뿌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손가락에 감기는 구불거리는 음모가 거치적거렸다. 습기 가득한 손바닥이 탁탁탁 소리를 내며 사내의 자지를 쥐어짰다. 혀 위를 맴도는 단맛은 점점 더 진해져 갔다.
“으응……!”
상우가 먹이를 입에 문 채 작게 신음했다. 상우는 눈을 깜빡깜빡하다 먹이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그 맹수같이 번들거리는 눈과 마주친 순간 입에 문 흉기가 한층 더 커졌다. 벌려진 턱이 빠질 것 같은 고통과 동시에 뒷머리가 아프게 움켜쥐어지고 단단하고 뜨거운 기둥이 거칠게 입안에 쑤셔졌다. 그 끝이 목젖을 탁탁 치는 바람에 생리적인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입안을 헤집는 방망이의 속도가 빨라졌다. 너무 빨라서 차마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끝까지 박아 대지는 않고 목젖에 아슬아슬 닿지 않게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상우의 여린 입술을 울퉁불퉁한 핏줄이 쓰라릴 정도로 문질렀다.
“후…… 입 벌려.”
귓가에 내려앉는 명령에 상우는 본능적으로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말랑한 상우의 혀를 문지르던 귀두 끝에서 마침내 진하고 황홀한 체액이 쏟아졌다.
상우는 정신없이 그 달콤한 음식을 받아먹었다. 그도 모자라 한 방울이라도 놓치기 싫은 생각에 다시 앙 하고 사내의 귀두를 입에 물었다. 꼴깍꼴깍 목울대가 경련할 때마다 짙은 단내가 식도를 타고 위장 안으로 차곡차곡 쌓였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먹이가 입안에서 빠져나갔다.
그 끝에 남은 잔여물이 너무 아까워서 상우는 혀를 내밀어 할짝할짝 핥아 댔다. 이런 맛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그걸 이제 알았다니. 온몸을 가득 채우는 만족스러운 포만감에 상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맛있어…….”
사내의 정액은 맛있고, 또 이상했다.
분명 발기부전 때문에 며칠째 밥을 쫄쫄 굶고 있었는데. 이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정액은 어떻게 모든 걸 잊을 만큼 맛있는 거지? 끊임없이 사냥에 실패하던 지난날들이 상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 *
인큐버스. 여성을 덮쳐서 쾌락을 탐하고 그 정기를 통해 배를 채우는 악마.
상우는 아주 어릴 적부터 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집안 내력이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정체가 상우는 굉장히 뿌듯했다. 자신이 인터넷 야설에서나 볼 법한 인큐버스라니. 부끄럽기는커녕 짜릿짜릿한 만족감에 상우는 스무 살 생일이 얼른 오길 간절히 기도했다. 악마 주제에 기도했다면 어불성설인가? 그래도 어쨌든 상우는 그날을 꿈꾸며 매주 교회에 나가 기도했다.
스무 살. 성인이 되면 그 체질이 발현된다.
여성체는 서큐버스로, 남성체는 인큐버스로.
서큐버스인 상우의 엄마는 하나뿐인 아들에게 스무 살 생일을 기대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었다. 지금은 엄마가 인간들이 먹는 밥을 차려 주고 있지만, 이것과 비교가 안 되게 맛있는 정기가 상우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 맛은 하나님에게 제 영혼을 당장 소멸시켜 달라 말해도 좋을 만큼 환상적이라고.
엄마가 황홀한 표정으로 그 말을 할 때마다 상우는 하나님은 그런 사소한 거로 영혼을 소멸시키지 않으셔! 하고 외쳤지만 내심 부풀어 오르는 기대는 어쩔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맛있길래. 아빠는 엄마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빙긋 웃고 말았다. 엄마에게 매일 밤 정기를 제공하는 아빠는 언제나 가냘프고 여윈 모습이긴 했지만…… 어쨌든 엄마도 아빠도 행복해 보였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상우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핸드폰 배경도 메신저도 D-day 체크로 가득 차 있을 정도로 두근거림을 숨길 수가 없었다.
D-7, D-6, D-5…… D-2, D-1.
마침내 상우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생일 파티를 하자고 연락 오는 친구들을 모두 무시하고 상우는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왔다. 엄마가 오늘 어마어마한 선물을 준비해 뒀다고 했으니까.
그 선물이 뭘지 상우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인생 첫 먹잇감. 그것이 아니고 다른 무슨 선물이 있겠는가! 엄마가 키워 놓은 기대감 때문인지 집으로 향하는 상우의 심장이 두근두근, 요란하게 울려 댔다.
“엄마! 나 왔어!”
상우의 밝은 목소리에 엄마도 아들, 어서 와! 하고 반겼다. 미역국만 달랑 있는 저녁 식사도 기대감 때문에 유난히 진수성찬으로 느껴졌다.
저녁을 먹고 나자 엄마는 상우에게 포장지에 쌓인 선물을 내밀었다. 주저할 것 없이 죽죽 찢어 낸 포장지 안에는 호텔 카드키가 들어 있었다.
“어휴, 엄마 무리한 거 아니야?”
“무리는― 우리 아들 첫 식사인데!”
상우의 엄마가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얼른 가보라고 등을 떠미는 탓에 상우는 히히 웃으며 집을 나섰다. 엄마가 잡아 주고 아빠가 데려다준 호텔 앞에서 상우는 밝게 웃으며 입장했다. 여기까지는 아주 완벽한 생일이었다.
그날 상우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상대가 노력해도, 그 빨간 입술로 연거푸 물고 빨아도 제 자지는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플 정도로 빨아 올려진 여린 살덩이는 타액에 축축하게 젖기만 했을 뿐이었다. 하다 하다 쓰라림을 참지 못하고 상우가 먹이의 어깨를 툭 밀었다.
민 것은 상우인데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도 상우였다.
“발기부전 아니야?”
상대의 조그마한 중얼임에 상우는 그 방에서 뛰쳐나오고 말았다. 말도 안 돼! 발기부전이라니!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라고!
* * *
“배고파…….”
상우가 강의실 책상에 툭 이마를 기대며 말했다. 생일을 기점으로 안쓰럽게 말라가는 상우의 여윈 등이 동그랗게 말려졌다.
“배가 왜 고파. 방금 햄버거 처먹지 않았냐?”
옆에서 울리는 퉁명스러운 인수의 목소리에 상우가 고개를 돌렸다. 상우의 뺨이 차가운 책상 위에 꾸욱 짓눌려졌다.
“너무, 너무, 너무, 배고파.”
“미친 걸신 새끼.”
발기부전이라 정기를 못 먹는 것은 이해가 갔다. 그러면 적어도 인간 음식은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생일 이후로 상우는 배 속에 뭘 처넣든 계속 일어나는 허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러려고 매주 꼬박꼬박 교회에 나간 게 아닌데. 악마가 감히 신성한 곳에 발을 들여 벌을 주시는 건지. 상우는 벌써 일주일째 이 말도 안 되는 허기와 싸우고 있었다. 힘도 없고 화도 나서 한 번도 빼먹은 적 없는 교회도 걸렀다.
“너무 배고파서 눈앞이 핑핑 돌아.”
상우가 눈을 껌뻑껌뻑 감았다가 떴다. 그럴 때마다 무심한 동기의 얼굴이 보였다가 또 사라졌다.
엄마는 그럴 리가 없다며 오늘 밤에도 또 호텔 방을 잡아 뒀다. 아주 즐거운 금요일이었다. 오늘도 발기되지 않는다면.
상우는 끔찍한 상상을 하며 눈을 꾹 감았다. 그래서는 안 됐다. 이렇게 굶어 죽으려고 스무 해를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기필코 오늘은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상우는 입안에 옆에 놓인 과자를 꾸역꾸역 처넣었다.
* * *
“애기야.”
그 부름에 상우가 울먹거렸다. 아 왜. 도대체 왜.
“호텔에 올 게 아니라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니?”
그 말에 상우의 얼굴이 흐엉, 하고 일그러지며 쌍꺼풀이 깊게 진 눈에 눈물방울이 그렁그렁 매달렸다.
“생긴 건 완전 내 취향인데…….”
상우의 길고 짙은 속눈썹을 바라보며 중얼거린 여자는 다시 고개를 숙여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우의 좆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외모가 취향이면 무엇 하나. 아랫도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엄마가 오늘은 더 신경 써서 먹이를 골랐다고 했다. 그러니, 이 사태는 먹이의 문제가 아니라 상우의 문제였다.
“누나…… 조금만 더 빨아 주시면 안 돼요……?”
상우의 애원에 여자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쪼그라든 성기를 입에 물었다. 그렇게 의미 없는 시간이 흐른 뒤, 결국 방에는 좌절한 상우만 얼굴을 감싸 쥔 채 남아 있었다. 첫날은 당황스러움에 집으로 뛰쳐들어갔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처음이라 긴장해서 그런 거라고, 괜찮다고 토닥거려 주던 엄마의 얼굴을 어찌 보아야 하나. 상우는 울컥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베개를 끌어안은 채 얼굴을 꾹꾹 눌렀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급 호텔인 가야 호텔의 침구가 부드럽게 뺨에 닿았다. 서러운 와중에도 역시 비싼 곳은 베개도 다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폭
신한 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던 상우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술……! 술이 필요했다. 이 모든 걸 잊고 잠이 들려면 술밖에 답이 없었다.
터덜터덜 호텔 라운지 바로 내려온 상우는 익숙지 않은 바 테이블에 엉덩이를 붙였다. 술을 시켜야 하는데 아는 주종이라고는 소주와 맥주밖에 없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주문했다. 제일 독한 술로 달라고. 빨리 취해야 한다고.
제 앞에 놓인 예쁜 호박색 술이 뭔지도 모르면서 상우는 목구멍을 열고 탁 털어 넣었다.
“쿨럭, 쿨럭!”
홧홧하게 식도와 위장을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기운에 기침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래도 간만에 뭔가 위 속으로 들어가는 게 느껴져 위안이 되었다. 그래 봤자 이런 액체로 배가 채워질 리 없지만. 푸하, 하고 숨을 내쉬자 알코올 향이 확 올라왔다.
“한 잔 더 주세요…….”
힘없이 중얼거린 상우의 앞에 찰랑찰랑 채워진 작은 잔이 놓였다. 그렇게 한 잔 더, 한 잔 더! 외치던 상우는 어느 순간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 * *
“으헉!”
눈을 번쩍 뜨자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내 방 천장은 어릴 때 어지럽게 붙여 놓은 야광별 스티커가 가득한데 여기는 어디지? 하고 상우는 멍하니 생각했다. 그러다 어제의 몹쓸 기억이 떠올랐다.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블랙 아웃. 말 그대로 암전. 정확히는 술 먹고 끊긴 필름. 상우도 겪어 본 적 있는 경험이었다.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성 기억상실 뒤에는 언제나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숙취가 예외 없이 따라온다.
맹물조차 삼키지 못하고 위액을 토해 내야 하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숙취. 그 숙취를 달고 집까지 멀쩡히 기어들어 갈 자신이 없어 상우는 그대로 누워서 끙끙 앓았다. 요전번 과음 후 등교를 하다가 지하철 세 정거장마다 내려서 토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알코올로 난장판이 된 속은 받아들이지도 않을 텐데 목구멍은 수분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었다. 마시고 토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상우가 몸을 일으켰다. 아주 가뿐하게.
“어……?”
가뿐하게?
“어?”
속이 울렁거리기는커녕 머리도 아프지 않았다.
“어!?”
배가 불렀다!
일주일 만에 느껴 보는 포만감에 상우는 손을 내려 배를 더듬어 보았다. 어제 입고 왔던 옷 그대로 입고 있는 걸 보니 별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왜 배가 부르지? 휘휘 둘러본 방 안에는 타인의 흔적이라고는 먼지 한 톨 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당장 상우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된 일이냐보다는 드디어 배가 부르다, 였다.
“맙소사…….”
일주일 동안 저를 옭아맸던 허기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기분 좋은 배부름이었다.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여성분께 상우는 가슴 깊이 감사했다. 당신이 굶주림에 여위고 죽어 가던 악마 하나 살리셨다고. 부디 언젠가는 그 인연을 다시 마주할 날이 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라고. 다시 만나는 날 내가 굶어 죽어 가던 널 살렸다고 말씀해 주신다면 당장 무릎을 꿇고 저와 사귀어 달라 말하겠노라고!
침대에서 내려와 호다닥 화장실 거울 앞에 선 상우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 죽어 갈 것처럼 파리했던 안색과 눈 밑의 다크서클이 쏙 사라졌다. 이게 과음한 다음 날의 얼굴이라는 게 말이 되나? 상우가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기던 잘생긴 얼굴이 오늘은 한층 더 빛나 보였다. 이 얼굴이라면 앞으로 정기 수급 계약자를 찾기 전까지는 배고플 일 없을 것이다.
“짜식, 잘생겼네.”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던 상우는 거울 속 제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엄마를 쏙 빼다 닮아 화려하게 예쁜 얼굴이었다. 남자다움은 조금 부족할지언정 그 부분은 큰 키와 다부진 몸이 커버해 주고 있으니 괜찮았다. 상우는 퐁퐁 솟아오르는 자신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엄마! 나 성공했어!
이제 밥 굶을 걱정 안 해도 돼!
* * *
호기로운 일주일이었다. 누구의 정기든 다 빼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상우는 위풍당당하게.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와서 자고 일어나서 다시 등교하고…….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상우의 중얼거림에 앞에 앉아 있던 인수가 탁 소리 나게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개소리 할 거면 밥 따로 처먹어.”
차갑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상우는 말없이 숟가락으로 제 앞에 놓인 오므라이스를 깨작깨작 뒤적였다.
생일 전까지만 해도 학식 중에 제일 좋아했던 메뉴인데. 이제는 아무리 입안에 넣어도 맛이 없었다. 말 그대로 어떤 맛도 느껴지지 않고 그냥 이 사이에서 으깨지다 넘어갔다. 먹는 낙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가야 하나.
정기를 섭취하고 삼 일 정도는 평범한 인간의 밥에서도 맛이 느껴졌었다. 햄버거도 치킨도 모두 상우가 알고 있던 그 맛이었다. 정기라는 건 몸의 기본적인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잔인한 일이었다. 정상적인 삶을 살려면 적어도 삼 일에 한 번 정기를 섭취해야 한다니.
“금요일에 뭐해?”
“바빠.”
“클럽 갈래?”
상우의 말에 인수의 눈썹이 꿈틀 올라갔다. 1학기 내내 그런 데 통 관심 없더니만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너 보나 마나 입뺀이라 같이 가기 싫어.”
“그게 뭐야?”
입뺀? 상우가 한숨을 쉬며 입안에 오므라이스를 쑤셔 넣었다. 보는 사람 입맛 떨어질 정도로 맛없게 먹는 모습에 인수도 덩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입구에서 컷 당한다고.”
“아, 나 그거 들어 봤어. 수질 관리.”
고개를 끄덕거리던 상우가 갑자기 팩 얼굴을 들고 인수를 노려봤다.
“야!”
이 얼굴이 수질 관리 대상이면 클럽에는 무슨 연예인들만 모아 놨냐? 하고 상우가 이를 아득바득 갈며 말했다. 인수는 그저 고개만 으쓱하고 공깃밥을 라면 국물에 말았다. 라밥세트. 저것도 좋아하던 메뉴인데.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했다. 클럽이든 헌팅포차든 뭐든 좋았다. 배가 고프기 시작하니 뭐든 섭취할 때였다.
“원나잇…….”
상우의 중얼거림에 인수가 경멸하는 눈빛을 했다. 뭔 밥 먹다 말고 원나잇 타령이야, 이 새끼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느껴졌다. 게임과 술밖에 모르던 놈이 갑자기 클럽에 원나잇이라니. 그렇게 여자가 고팠나?
“여자 친구를 사귀어라, 차라리.”
“네가 몰라서 그래.”
“내가 뭘 몰라?”
“여자 친구 사귀려면 썸도 타고 데이트도 하고…… 아무튼 이것저것 해야 하잖아. 나는 그럴 시간이 없어. 바로 자야 해.”
정기 한 번 빨자고 백 일씩 기다렸다가는 하기도 전에 굶어 죽을 것이다.
“에라이, 저질 새끼.”
인수의 욕설에도 상관없다는 듯 상우는 턱을 괴고 당장 어디서 여자를 찾지, 하고 중얼거렸다.
* * *
차디차게 했던 말과 달리 인수는 소중한 금요일 저녁을 상우와 함께 보내 주었다. 목적지는 가야호텔 지하.
두 번째 시도 때 식사에 성공한 호텔이라 그런지 기운이 좋았다. 식사 성공과 풍수지리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며 상우는 길게 늘어선 입장 줄 맨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색해 보니 이 호텔 지하에 있는 클럽은 요즘 완전 핫하다고 난리였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검정 슬랙스에 옅은 하늘색 셔츠가 상우의 화려한 얼굴을 더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다. 매번 되는 대로 대충 말리고 다니던 머리카락도 오늘만큼은 깔끔하게 손질했다.
식사, 식사, 맛있는 밥! 상우는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꼬드기는 것까지는 일사천리였다. 역시 이 얼굴로 안 될 건 없었다. 기세등등해진 상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인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빤질빤질한 얼굴에 고대로 드러난 기쁨과 기대감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히죽 벌어진 입은 찢어지다 못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우리 위로 갈래?”
상우가 여자의 귀에 속삭였다. 얼마나 맛있을까! 엄마가 당장 소멸돼도 좋을 맛이라고 했는데! 첫 식사는 필름이 끊겨 맛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그 황홀한 맛을 꼭꼭 천천히 음미하겠다고 상우는 다짐했다.
“위에? 여기 호텔?”
상우가 강아지 같은 모양새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빠 돈 많나 보다―”
까르륵 웃는 목소리에 상우가 멋쩍게 웃었다. 오빠라니. 딱 봐도 제가 더 어려 보이는데. 뭐, 어쨌든 식사를 앞둔 상우에게는 호칭 따위 하나도 중요치 않았다. 인수는 이럴 줄 알았다며 제 갈 길 찾아가겠다 하고 스테이지 위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었다.
“응. 엄마가 먹는데 돈 아끼는 거 아니랬어!”
“어머, 먹는 거래―!”
미묘하게 엇나가듯 이어지는 대화 끝에 상우는 처음 보는 여자와 방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상우는 퀭한 얼굴로 다시 클럽에 서 있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오늘도 상우의 자지는 축 늘어진 채 꼼짝달싹 안 했다. 분명히 옅게나마 음식 냄새는 났는데. 그날 제게 정기를 나눠 준 여자는 얼마나 대단했길래 이런 입맛 까다로운 주니어를 일으켜 세운 걸까. 한 번 더 만날 수만 있다면…….
인수를 찾아서 술이나 한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상우는 고개를 휙휙 돌렸다. 이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상우를 찾는 게 가능할까. 매정한 동기가 전화도 받지 않으니 직접 찾는 수밖에 없었다.
“어!”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상우의 눈에 인수가 들어왔다. 짜식, 저긴 어떻게 간 거래. 2층 난간에 기대서 스테이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인수를 발견한 상우가 종종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폴짝폴짝 올라가는데 그 끝에서 덩치가 커다란 가드에 막혀 버렸다.
“팔찌 보여 주십시오.”
상우는 자랑스레 제 손목에 감긴 종이 팔찌를 내밀었다.
“손님은 여기 출입 못 하십니다.”
“네? 제 친구가 저기 있는데요?”
상우가 손가락으로 인수를 가리켰다.
“2층은 VIP 테이블입니다. 친구분이 동행하셔야 입장 가능합니다.”
VIP? 상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야! 여기 좀 봐봐! 나도 좀 데리고 들어가!
그 순간 인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차가운 동기 새끼는 못 볼 걸 보기라도 했다는 듯 고개를 휙 돌렸다.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이라 외쳐 대며 토할 때까지 술을 들이부었던 지난날의 추억을 깡그리 잊기라도 한 것처럼.
“조인수! 야! 악―!”
인수를 향해 빽빽 소리를 지르던 상우의 말끝에 비명이 터졌다. 갑작스럽게 머리채가 잡혀 저절로 튀어나온 목소리였다.
“……이 변태 새끼가 왜 여기 있어.”
소름이 끼칠 만큼 낮고 스산한 목소리에 상우가 더듬더듬 제 머리를 움켜쥔 손에 손가락을 뻗었다.
“아…… 아파요…… 이거 좀 놔주세요……!”
“지랄.”
조그맣게 들리는 욕설에 상우가 멍하게 생각했다. 하긴. 아프다고 놓을 거면 애초에 잡지도 않았겠지. 상우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손을 손톱으로 꽉 꼬집었다.
“아, 시발!”
그제야 상우의 머리통이 자유로워졌다. 감히 소중한 머리카락을 우악스럽게 잡고 제게 변태 새끼라 부른 무뢰한의 얼굴을 보기 위해 상우는 몸을 빙글 돌렸다. 좁은 계단 위에서. 술을 마셔서 그런가, 배가 고파서 그런가. 순간 휘청하고 중심을 잃은 상우는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눈앞의 팔을 콱 움켜쥐고 말았다. 죽더라도 혼자 죽을 수야 없지.
우당탕, 하고 요란하게 넘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픈 곳이 없었다. 그저 단단한 팔 근육을 잡은 손가락과 넓고 탄탄한 가슴팍에 찌그러진 얼굴만이 조금 아프게 느껴졌다. 아, 상대의 손에 강하게 휘감겨진 옆구리도 조금 아픈 것 같았다.
“후…… 너 뭐야?”
귓가에 위험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상우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부끄럽거나 미안해서가 아니었다.
주니어…… 왜 그래 주니어……! 얼굴도 모르는 상대의 품에서 나는 달콤한 체향을 맡는 순간, 세상에나. 발기했다. 쥐죽은 듯 잠잠하던 아랫도리가 순식간에 발딱 일어섰다. 그도 모자라 저도 모르게 상대의 허벅지에 은근하게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도 모르고 제 머리채를 붙잡았고 심지어 변태 새끼라 부른 그 사람의 허벅지에.
“와…… 나 진짜 변태 새끼인가……?”
상우의 멍한 중얼거림에 머리 위에서 허, 하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상우도 번뜩 정신을 차리고 몸을 떨어뜨렸다.
“죄송, 아니 감사…… 하, 죄송해요…….”
당황한 상우가 죄송함과 감사함 사이의 어중간한 인사를 내뱉었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잔뜩 숙인 고개가 부끄러움에 들릴 줄을 몰랐다.
“너 뭐 하는 새끼야?”
꼼지락거리는 손끝만 바라보던 상우가 머뭇머뭇 고개를 들었다. 그 질문의 의미를 알기 힘들었다.
“저는 박상우고, 대학생…… 인데요……?”
나름대로 성실하게 취조에 응했는데 어처구니없다는 상대의 표정에 상우는 할 말을 잃었다. 날카로운 눈매에서 뿜어지는 무시무시한 눈빛에 기가 죽어 할 말이 있어도 내뱉지 못할 것 같아 상우는 다시 고개를 폭 숙였다.
“저…… 잡아 주셔서 감사하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
상우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얼른 이 자리에서 도망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 발걸음은 팔을 아프게 잡아채는 손에 몇 걸음 옮겨지지 못했다. 어후, 잡는 손길마다 이렇게 아파서야. 상우는 고개도 차마 돌리지 못하고 모기만 한 목소리를 냈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내가, 너 우리 호텔 반경 1킬로미터 내에 접근하지 말랬지.”
으르렁거리는 속삭임에 상우는 화들짝 어깨를 떨었다. 그 목소리에 섞여든 달콤한 냄새에 속옷이 축축해질 정도로 프리컴이 줄줄 흐르는 게 느껴졌다.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위험했다. 엄마가 한 번도 말해 준 적 없는 상황이었다.
“시발, 내 말 듣고 있어!?”
상우의 턱이 거칠게 끌어올려 졌다. 그리고 사내의 사나운 눈과 마주친 순간,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짜릿한 감각에 다리가 풀려 버렸다. 단단하게 제 허리를 받치는 손길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하으…….”
상우의 입술을 비집고 물기 가득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속옷은 이미 질척하고 끈적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그러나 상우는 이게 뭐람, 하고 생각할 정신도 없이 제 몸에 닿아온 온기에 취해 멍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하, 시발…….”
당황스럽긴 상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상우의 몽롱한 눈빛과 반쯤 벌어진 입술, 그 안으로 빼꼼히 보이는 붉은 혀를 응시하던 사내가 상우의 팔뚝을 움켜쥐고 척척 걸음을 옮겼다. 입장할 수 없다며 상우를 막아섰던 가드는 더 이상 길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를 숙여 가며 인사까지 했다.
멍청한 얼굴로 몇 개 없는 방에 잡혀 들어갈 때까지 상우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
쾅, 하고 문이 닫히고 나서야 바닥에 철퍼덕 앉아 있던 상우가 고개를 들어 흉흉한 기세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물어.”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상우는 끔뻑끔뻑 눈만 감았다가 뜨며 가만히 제 앞에 들이밀어 진 흉기를 쳐다봤다. 살면서 이런 건 영상으로나 만났지 실제로는 처음 봤다. 친구들이랑 목욕탕에 가서 내 자지가 더 크네, 네 자지가 더 크네 하면서 비교할 때도 이런 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때는 발기하지 않은 상태긴 했지만.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 남자의 좆은 심지어 벌떡 일어서서 꿈틀꿈틀대고 있었다. 조금 전 상대의 허벅지에 은근슬쩍 성기를 문질렀던 사실을 잊기라도 했는지, 상우는 저를 향해 발사될 것처럼 곧추선 것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저요……?”
상우가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제 얼굴을 가리켰다. 지금 저에게 이걸 물라고 하신 건가요? 맹한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는 상우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의도치 않게 몸통 박치기를 했거니와 이 정도면 성추행범 아닌가?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건가? 너무 놀라서 바지 속에서 팽팽해지던 상우의 자지도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다.
“그럼 여기 또 누가 있어.”
단호한 목소리에 상우가 되록되록 눈알을 굴렸다. 진심이다. 이 목소리는 정말 진심이다. 인수 새끼가 곱게 저를 아는 척해 줬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인데. 상우는 애꿎은 인수에게 화살을 돌렸다.
“혹시…… 변태세요?”
소심하고 정중한 비난에 사내의 짙은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어휴, 이러다 맞겠다. 상우는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얼굴 앞에 바짝 들이밀어진 단단한 타인의 좆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까부터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냄새는 한번 의식을 하자 점점 더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며칠이나 미각을 잃은 채 지내 온 상우에게는 너무 자극적인 냄새였다. 입안에 군침이 고여 상우는 꼴딱 침을 삼켰다.
“변태는 너지, 이 개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말은 바로 해야 하지 않나? 잔뜩 커진 방망이를 같은 남자한테 보여 주고 있는 건 상우가 아니라 상대였다.
“제가 왜……!”
본격적으로 항의하기 위해 고개를 번쩍 든 상우는 코앞에서 짙게 뿜어내는 달콤한 향에 말을 하다 멈췄다. 킁킁. 단내의 근원지를 찾아낸 것 같았다.
“전처럼 게걸스럽게 달려들어야지.”
아리송한 말에 상우는 몽롱하게 물었다.
“저희…… 언제 만난 적 있나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아아, 더 못 참겠다. 상우는 상대가 남자라는 것도 잊고, 파렴치한 성추행범이라는 사실도 잊고 달콤한 향을 폴폴 풍기는 그것의 끝을 입안으로 확 집어넣었다. 타인의 성기라는 건 이제 상우의 머릿속에서는 더는 중요치 않았다. 이건, 먹이였다.
“큭…….”
입안에 가득 퍼지는 단맛에 상우는 반쯤 뜨고 있던 눈도 감아 버렸다. 이거 뭐지? 이거 도대체 뭐지? 이런 맛은 태어나서 맛본 적 없었다. 처음 맥노달드 밀크셰이크를 먹어 본 기억과 비슷했다.
바닐라 맛인가? 어릴 때 학교 앞에서 먹었던 달고나 맛인가? SNS에서 핫한 가게에 두 시간 동안 줄 서서 먹었던 마카롱 맛인가? 무슨 맛이라 딱 집어 설명할 수는 없어도 황홀했다. 황홀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상우의 성기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고요한 방 안에는 사내의 짐승 같은 으르렁거림과 상우가 내는 쭙쭙 소리만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상우는 정신없이 달콤한 맛을 음미하고 또 음미하며 사내의 아랫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단맛에 이상하게 주니어가 자꾸만 벌떡거렸다. 발기한 남자의 자지는 너무 커서 잔뜩 벌려진 입술 끝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래도 좋았다. 그 아픔마저 달콤함은 이기지 못했다.
퐁퐁 샘솟는 다디단 액체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맛보고 싶어서 상우의 혀가 다급하게 선단 끝의 구멍을 꾹 눌렀다. 흉악한 생김새와는 달리 보들보들한 귀두의 피부가 감칠맛 나게 혀에 달라붙었다. 짓누르고 문지르고 쭉 빨아들이고.
상우는 마음이 급해졌다. 달콤하고 진한 맛을 더 맛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음식에 굶주렸던 상우의 배가 꼬르륵꼬르륵 요동을 쳤다.
“후우…… 입에 다 못 물면 손도 써…….”
귀에 내리꽂힌 말에 상우의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상대의 좆을 휘감았다. 한 손으로 다 잡히지 않아 양손을 쓰자 상우의 몸이 자지에 매달리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언젠가 TV에서 소 젖을 쭉쭉 짜내는 손놀림을 본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상우는 제 두 손에 가득 쥐어진 좆의 뿌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손가락에 감기는 구불거리는 음모가 거치적거렸다. 뻑뻑하게 살이 쓸리는 느낌에 상우는 잠시 입을 떼고 손 위에 퉤 침을 뱉었다.
타액과 프리컴이 섞인 끈적한 액체가 손바닥 위에서 질척하게 녹아들었다. 그 모양새를 보며 상우는 조금, 아주 조금 아깝다고 생각했다.
딴생각하는 시간도 아쉬워져 상우는 얼른 커다란 귀두를 입에 물었다. 습기 가득한 손바닥이 탁탁탁 소리를 내며 사내의 자지를 쥐어짰다. 혀 위를 맴도는 단맛은 점점 더 진해져 갔다.
“으응……!”
상우가 먹이를 입에 문 채 작게 신음했다. 얼른 배 속에 영양분을 집어넣고 싶은데 커다란 기둥은 입안에서 꺼떡거리기만 할 뿐 음식물을 뱉어 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상우의 몸이 배배 꼬이고 안달 난 손길에 힘이 들어갔다.
“후, 그래. 잘하고 있어.”
식사일 뿐인데 뭘 잘하고 있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칭찬과 함께 공들여 세팅한 머리카락에 커다란 손이 와 닿았다. 상우는 눈을 깜빡깜빡하다 먹이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그 맹수같이 번들거리는 눈과 마주친 순간 입에 문 흉기가 한층 더 커졌다. 벌려진 턱이 빠질 것 같은 고통과 동시에 뒷머리가 뽑힐 듯 당겨지고 단단하고 뜨거운 기둥이 거칠게 입안에 쑤셔졌다. 그 끝이 목젖을 탁탁 치는 바람에 생리적인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안 돼! 얼마 만에 먹는 음식다운 음식인데 토할 수는 없어! 상우는 억지로 올라오는 토기를 참아 냈다.
“읍……! 으읍!”
“하으, 전에 목구멍 여는 법 알려 줬잖아.”
여전히 먹이를 입에 문 채 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뭔데요? 몰라요. 헛구역질을 참아 내느라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자 무시무시한 얼굴이 순간 온화하게 풀렸다.
“못하겠어?”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와 함께 기다란 손가락이 상우의 눈물 젖은 속눈썹을 쓸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진정되는 다정한 손길이었다.
상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머리 위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소리가 뭐라고 만져 준 적도 없는 제 자지 끝에서 정액이 툭툭 터져 나왔다. 이제는 속옷이 젖든 말든 상관없었다. 사정의 쾌감에 상우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귀엽기는.”
그 말을 끝으로 입안을 헤집는 방망이의 속도가 빨라졌다. 너무 빨라서 차마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아까처럼 끝까지 박아 대지는 않고 목젖에 아슬아슬 닿지 않게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상우의 여린 입술을 울퉁불퉁한 핏줄이 쓰라릴 정도로 문질렀다.
“후…… 입 벌려.”
귓가에 내려앉는 명령에 상우는 본능적으로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말랑한 상우의 혀를 문지르던 귀두 끝에서 마침내 진하고 황홀한 체액이 쏟아졌다. 상우는 정신없이 그 달콤한 음식을 받아먹었다. 그도 모자라 한 방울이라도 놓치기 싫은 생각에 다시 앙 하고 사내의 귀두를 입에 물었다.
꼴깍꼴깍 목울대가 경련할 때마다 짙은 단내가 식도를 타고 위장 안으로 차곡차곡 쌓였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먹이가 입안에서 빠져나갔다. 그 끝에 남은 잔여물이 너무 아까워서 상우는 혀를 내밀어 할짝할짝 핥아 댔다.
“정액 먹는 거 진짜 좋아하네.”
대답할 정신도 없이 상우는 사그라지지 않은 자지 끝을 열심히 핥았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이렇게 맛있는 건 태어나서 처음 먹어 봤다. 온몸을 가득 채우는 만족스러운 포만감에 상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맛있어…….”
“맛있어?”
상우는 손끝에 묻은 먹이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쪽쪽 빨아 삼켰다. 엄마가 알려 준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섭취하긴 했지만, 어쨌든 인간의 정기가 무슨 맛인지 알 것 같았다.
맛을 음미하느라 대답도 하지 않는 상우의 뺨 위로 단단한 먹이통이 꾹 눌러졌다.
“또 먹을래?”
그 말에 상우는 허겁지겁 두 번째 식사를 시작했다.
“푸하―!”
두 번째 먹이를 내놓은 자지가 입안에서 빠져나가자 상우가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허기가 채워지고 나니 이성도 같이 돌아왔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는 인큐버스인데 왜 정액으로 정기를 섭취하고 있지?
상우는 옷소매로 침에 젖어 번들거리는 입가를 쓱쓱 문질렀다. 그러곤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 있는 상대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니.
“근데, 누구세요?”
상우는 그제야 제게 음식을 제공한 상대가 누군지 물었다. 그는 마치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말했었다. 무섭긴 해도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외모인데. 상우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본 기억이 없었다.
“이 호텔 주인.”
“아, 부자시구나. 근데 저랑 아는 사이신가요?”
매서운 눈빛이 쏟아져 상우는 고개를 움츠렸다. 무슨 말만 하면 죽일 듯 쏘아보니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건물주도 아니고 호텔 주인인 건 조금 많이 부러웠다. 나이도 그렇게 안 많아 보이는데.
“네가 지난주에 나 잡아먹었잖아. 기억 안 나?”
지난주라 하면…… 상우가 첫 식사에 성공한 기념적인 주였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깜빡거리던 상우의 눈이 점점 동그랗게 변하더니 이내 크게 뜨여졌다.
* * *
그날도 재현은 성실히 업무를 끝마쳤다. 바지사장의 업무는 끽해야 제자리를 지키는 것뿐이었지만,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것 자체가 성실 아니겠는가. 오늘도 사회인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충실히 해냈다는 생각에 재현은 가뿐한 걸음으로 술을 마시러 내려갔다. 술 좀 마시고 클럽에서 놀다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아버지가 계열사 대표 자리를 박탈했을 때는 조금 시무룩했다. 어딜 가나 명함 하나 내밀면 환영받았는데 그럴듯한 직함이 사라져 괜히 위축되고 속상했다. 그래서 집에만 콕 박혀 있었더니 보다 못한 어머니가 애 기죽이지 말라고 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호텔 사장 자리에 앉혀 주었다. 처음에는 남자가 가오가 있지 대기업 계열사 사장이었다가 일개 호텔만 관리하는 게 말이 되냐고 툴툴거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재현에게 이보다 더 꿀 빠는 자리는 있을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이미 네임밸류가 있어 잘 돌아가는 데다, 자리에 앉아 있다 퇴근하면서 호텔 바에 들러 좋은 술을 마시고, 금요일에는 호텔에 딸린 클럽에서 흥청망청 돈을 쓰다 보면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량같이 마시고 노는 것만 좋아하는 재벌가 망나니에게 딱 어울리는 자리였다.
바 테이블에 앉아서도 황제처럼 대접받으며 친해진 바텐더와 소소한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집에 가는 하루라니. 역시, 세상은 돈이 전부였고 돈이 최고였다.
그런 재현에게도 말 못 할 단점이 있긴 했다. 일반적으로 키 크고 잘생기고 돈까지 많은 남자를 시샘할 때 고추는 3센티미터일 거라고들 한다.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거라도 작아야 공평하다며. 재현도 그런 시샘의 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3센티미터는 아니었다.
오히려…… 컸다. 그것도 과할 만큼. 길고 굵으면 무조건 좋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것도 다 앞에 전제조건이 깔려야 칭찬이었다. ‘적당히’. 뭐든 적당해야 했다. 물건도 적당히 크고 적당히 굵어야 좋았다.
재현은 외모와 재력 덕분에 주변에 여자가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서른이 되도록 한 여자랑 두 번 이상 섹스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남들처럼 달달한 연애도 하고 싶고, 밤새도록 특정 상대와 이런저런 체위로 사랑도 나눠 보고 싶었다.
하지만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여자들은 재현과 한번 잔 뒤엔 죄다 고개를 내저었다. 두 번은 못 한다고. 그러다 죽는다고. 병원 가기 싫다고. 아프기만 하고 좋지가 않다고…….
현대판 지증왕이 따로 없었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무얼 하나. 저를 맞춰 줄 여인이 없는 것을. 지증왕처럼 왕이기라도 하면 신하를 시켜 제게 맞는 여자를 찾아오라 했을 텐데.
아무리 자존감이 높다 한들 여자 한번 만족시켜 보지 못한 재현은 성에 관해서는 자신감이 바닥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저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아니,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 재현에게 목매던 여자들도 한번 하면 나가떨어지기 일쑤였으니 오히려 안 좋은 소문만 쌓이고 또 쌓여 갔다. 대기업 백제의 계열사인 가야 호텔 사장 백재현의 여성 편력에 대한 소문들. 재현은 이제 그런 식의 소문에 완전히 이골이 나 포기한 상태였다.
바에 들어선 재현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온갖 시선을 한껏 즐겼다. 늦은 밤 홀로 바에 들어선 어딘가 사연 있어 보이는 부자 미남. 크…… 이 얼마나 아름다운 키워드의 향연인가.
그런 재현의 시선 끝에 저에게 완전히 무관심한 남자가 들어왔다. 관심을 가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고주망태가 되어 바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으니. 촌스러운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그의 옆에는 샷 잔이 주르륵 놓여 있었다.
“이거 뭐냐?”
자리에 앉으며 재현이 물었다. 바텐더는 저도 모른다는 듯이 어깨만 으쓱하고 말았다.
“얼른 치워. 물 흐린다.”
“아까부터 깨웠는데 안 일어나던데요.”
“그런다고 이걸 그냥 둬?”
“사장님이 치워 보세요.”
친하다고 오냐 오냐 해 줬더니 기어오르는 게 아주 가관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재현이 뻗어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딱히 하는 일이 없는데 수질 관리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재현은 남자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저기요, 손님.”
재현의 말투는 퉁명스러웠고 그 내용은 정중했다. 으응, 하고 여전히 고개를 박은 채 도리질하는 꼴이 제 발로 걸어 나가기는 이미 그른 듯 보였다.
“야, 야. 일어나 봐.”
말의 내용은 정중함을 잃었고 남자의 어깨를 미는 재현의 손길은 더 거칠어졌다.
“아…… 뭐예요…….”
남자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게 최선이었는지 눈은 뜨지도 못한 채 뺨을 테이블 위에 꾸욱 누르고 있었다.
이거 보게나. 재현은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완전히 취향 저격이었다. 앳된 얼굴을 한 남자는 뽀얀 피부에 은은한 홍조를 띠고 있었다. 그림자가 질 정도로 긴 속눈썹과 반듯한 콧날이 재현의 시선을 끌었다. 조그맣고 통통한 입술은 간간이 오물오물하며 그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취향이면 무엇하리. 같은 거 달린 사내새끼인 것을.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냐?”
“한…… 삼사십 분 된 거 같아요.”
“집에 보내는 게 낫지 않겠냐?”
“객실 손님이던데요.”
알면 좀 올려보내던가. 재현은 이 바텐더를 계속 일하게 해야 할지 혼자 속으로 가늠했다. 그 속도 모르고 바텐더는 태연하게 재현을 향해 말을 뱉었다.
“사장님이 좀 올려다 주세요. 전 자리 못 비워요.”
“내가?”
“지금 한가한 건 사장님밖에 없을걸요?”
금요일 저녁이었다.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단어는 누가 지었는지 그보다 더 금요일에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재현은 몇 호냐? 하고 물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텐더는 남자가 결제한 내역을 뒤적거리다 502호요, 하고 툭 알렸다.
재현은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남자를 질질 끌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 앞까지 데리고 왔다. 아무리 호텔의 주인이어도 이미 손님이 결제한 방에는 마스터키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야, 카드키 어디 있어?”
남자는 보기보다 무거워 숨이 절로 차올랐다. 헉헉대며 묻는 재현의 목소리에 남자는 뒷주머니를 더듬거렸다.
“으…… 바지…… 뒷주머니…… 지갑…….”
단어로 말하는 남자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재현이 고개를 뒤로 돌려 바지 뒷주머니를 바라봤다. 연한 색의 청바지 뒷주머니가 불룩했다. 아무리 예뻐도 사내새끼 엉덩이를 만지는 건 싫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한숨을 크게 내쉰 재현은 큰마음을 먹고 손을 내려 뒷주머니를 더듬었다.
싸구려 지갑을 열자 주민등록증이 보였다. 이제 막 스무 번째 생일이 지난 새파랗게 어린놈이었다. 나이도 어린 게 돈 무서운 줄 모르고 호텔 바에서 술을 처마시다니. 재현은 고개를 저으며 한쪽에 잘 수납되어 있던 카드키를 꺼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재현은 습관처럼 문 옆의 카드키를 꽂는 곳에 키를 쑥 넣었다. 호텔 방에 불이 반짝 들어왔다. 침대는 흐트러져 있었지만 혼자 묵는 건지 다른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낑낑대며 마저 옮기려고 할 때 술에 취해 풀린 남자의 발걸음이 제대로 꼬여 버렸다.
우당탕. 큰 소리가 났다. 꼬리뼈가 욱신욱신 아파져 왔다. 그 와중에 운 좋은 남자는 제 위로 넘어져 아주 아늑해 보였다. 헐떡거리는 재현의 가슴팍 위에 남자의 예쁜 얼굴이 고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시 봐도 참 취향이었다. 색색 내뱉는 얕은 숨소리마저 취향이었다. 순간 상대의 성별도 잊고 재현의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당겼다.
“……으응…… 맛있는 냄새…….”
잠꼬대인가? 호텔 방은 특별 주문한 시그니처 디퓨저 향만 은은하게 맴돌고 있었다.
“흑…… 배고파…….”
“얼씨구.”
재현은 쯧, 혀를 차며 남자의 몸을 밀었다. 남자가 눈을 반짝 떴다. 마치 제가 언제 취했었냐는 듯 재현의 어깨를 꽉 누르고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킁킁. 냄새를 맡더니 그 조그마한 머리통이 점점 몸을 훑고 내려갔다.
가슴팍에서 또 한 번 킁킁. 옆구리에서 또다시 킁킁. 치우려면 충분히 치울 수 있었지만, 재현은 뭐 하는 짓인가 싶어 그 행동을 가만히 내버려 둬 봤다. 그랬더니 끝내 제 다리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냄새를 맡았다. 뭐지? 게이인가?
“하…… 달콤한 냄새…….”
남자의 손이 다급하게 재현의 바지 벨트를 풀었다.
“야, 잠깐만!”
깜짝 놀란 재현이 남자의 손을 확 움켜쥐었다. 제지당한 것이 못마땅했는지 남자는 고개를 휙 들고 재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있을 때도 제 취향이었는데 몽롱하게 뜨여진 눈동자와 마주치니 더 취향임을 깨달았다. 쌍꺼풀진 화려한 눈매가 느릿하게 깜빡거렸다.
“저…… 너무 배가 고파요…… 일주일이나 굶었어요…….”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해 내뱉는 말치고는 어설펐다. 호텔에 체크인해서 호텔 바에서 진탕 마시고 취한 놈이 일주일이나 굶었을 리가.
“무슨 개소리야.”
재현이 사납게 으르렁거리자 커다란 눈망울에 습기가 차올랐다.
“밥 좀 주세요…….”
“하.”
기가 막혀 재현은 남자의 손을 꽉 움켜쥐었던 손아귀에서 힘을 풀었다. 그게 허락이라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빠르게 재현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입맛까지 냠냠 다시면서.
남자의 작은 입술이 브리프 천 위로 떨어졌다. 직접적인 자극에 재현의 몸이 움찔 떨렸다.
“응……? 이거 뭐야…….”
남자는 속옷이 방해된다는 듯 요령 없이 쭉 끌어내렸다. 거대한 재현의 자지가 퉁 튀어 오르며 남자의 얼굴을 때렸다. 보통 여기서 겁을 먹기 마련인데 남자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존나…… 맛있겠다…….”
재현은 남자가 조그맣게 내뱉은 말에 파드득 놀라며 팔꿈치를 세워 뒷걸음질 쳤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예쁘장한 놈은 완전 미친놈이었다. 이러다 하나밖에 안 달린 소중한 좆이 생판 모르는 남자의 입속에서 아그작아그작 씹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재현을 떨게 만들었다. 남자도 지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서 재현을 따라왔다.
재현의 뒤통수가 침대에 닿았을 무렵 남자가 손을 뻗어 재현의 자지를 확 움켜쥐었다.
“헉!”
“왜 자꾸 도망가…….”
두려움 탓에 수그러들긴 했어도 원체 굵고 큰 성기였다. 쉽게 자신의 것을 낚아챈 남자는 더 이상 놓칠 수 없다는 듯 기둥을 감싸 쥐었다. 재현은 절망감에 두 눈을 꽉 감았다.
할짝. 자지 끝에서 느껴진 부드러운 감촉에 재현이 눈을 떴다. 통통한 입술 끝에서 빼꼼히 삐져나온 혀가 재현의 귀두를 간지럽혔다. 양손은 쭈쭈바를 쥔 것처럼 소중하게 좆을 붙잡은 채였다. 그 혀가 다시 구멍 끝을 파고들 듯 짓눌렀다.
“하으…….”
재현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렀다. 부드러운 혀는 요령도 없이 계속 귀두 끝만 핥아 댔다. 수컷의 애를 태우는 간지럽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한 어설픈 자극에 재현의 턱에 힘이 꽉 들어갔다.
“후…… 야. 너 이름이 뭐야?”
“……상우…… 박상우예요…….”
마치 강아지처럼 낼름낼름 혀로 자지를 문지르며 상우가 웅얼웅얼 답했다. 재현도 이제 제정신이 아니었다. 재현의 아랫도리도 본능에 충실하기로 결정했는지 점점 위로 솟구쳤다.
“박상우. 그렇게 핥지 말고 입에 물어봐.”
상우의 조그만 입술이 벌어지고 망설임도 없이 두툼한 성기 끝을 입에 물었다. 축축하고 따뜻한 감촉이 재현의 예민한 귀두를 휘감았다.
“그래, 그렇게.”
상우의 입술이 오물거리며 좆대가리를 쫍쫍 빨았다.
“혀도 써야지.”
이 남자는 아마 학창시절에도 성실한 학생이었으리라. 상우는 재현이 시키는 대로 귀두를 입에 문 채 그 안에서 혀를 가만가만 움직였다. 잔뜩 발기한 자지 끝에서 선액이 주륵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상우의 몸이 눈에 띄게 파르르 떨리며 구멍을 누르는 부드러운 혀에 힘이 들어갔다.
“하…… 더 삼킬 수 있겠어?”
재현의 입에서 더운 숨이 뱉어졌다. 상우는 할 수 있다 없다 표현하지 않고 커다란 자지를 더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그 바람에 기둥에 상우의 이가 닿아 쓸렸고. 재현이 거칠게 상우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이는 세우지 말고.”
위협적인 목소리에 상우가 알아들었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현이 상우의 뒤통수를 꾹 누르자 버거웠는지 상우의 목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욱, 우욱.”
헛구역질하면서도 상우는 입에 문 것을 뱉어 내지 않고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맞춰 재현이 내뱉는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분명 요령은 없는데 전에 느껴 본 적 없는 짙은 쾌감이 재현의 몸 안 구석구석을 헤집었다. 상우의 눈에서 또륵또륵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재현을 더 자극했다. 평소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사정감에 재현이 상우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빼냈다.
그 순간 팍 터져 버린 정액이 상우의 하얀 얼굴 위로 진득하게 뿌려졌다.
“아씨, 아깝게…….”
재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어린놈이 제 얼굴에 뿌려진 정액을 손가락으로 쓸어 모아 조그마한 입술 안으로 밀어 넣는 모습을 볼 것이라고는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다. 정액이 묻은 손가락까지 빨아 가며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정액을 먹어치우던 상우가 고개를 들고 재현을 바라보았다. 숨이 탁 멎을 정도로 야하고 만족스러운 미소였다.
“너무 맛있어요. 이런 거 처음 먹어 봐…… 더 먹고 싶은데 아쉽다…….”
그 말이 사실인지 상우의 앞섶도 불편해 보일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순간 재현은 가늘게 이어 가고 있던 이성의 끈을 탁 놓아 버렸다. 재현은 상우의 팔을 움켜쥐고 거칠게 침대 위로 내던진 뒤에 다급히 바지와 속옷을 벗어 던졌다.
“더 먹고 싶어?”
상우가 이지를 잃은 눈동자를 하고는 더 먹을래요, 하고 작게 속삭였다.
그 밤은 길었다. 재현은 상우의 입안에서 수도 없이 사정했다. 제 정액을 게걸스럽게 빨아먹는 상우의 모습에 재현은 처음과 달리 입 밖에서 사정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목구멍을 열어 성기를 깊게 집어삼키는 법을 알려 주자 상우는 곧잘 따라왔다.
미친 듯이 몰아친 유사 성행위는 정액을 몇 번이고 꼴딱꼴딱 받아 삼킨 상우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하고 나서야 멈췄다.
“너무 배불러서 이제 못 먹겠어요.”
그 순간, 벼락이라도 맞듯이 재현의 이성이 돌아왔다. 지금 사내새끼 입에다가 몇 번이나 정액을 들이부었는지. 재현의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 갔다. 저도 아무 생각 못하고 신나게 즐겨 놓고 재현은 상우의 턱을 손자국이 하얗게 날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시발. 이 변태 새끼.”
재현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상우는 뭐가 문제냐는 듯 말간 얼굴로 재현을 마주 바라봤다. 위험했다. 이놈은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한 존재였다. 그래서 다시는, 정말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너, 우리 호텔 반경 1킬로미터 내에 올 생각도 하지 마. 내 눈에 띄면 진짜 죽는다.”
그래서 재현은 아주 유치한 협박을 했다. 뭐든 별 상관없는지 상우의 예쁜 입술은 고분고분하게 네, 하는 대답을 내뱉었다. 그 와중에도 한 손은 발딱 일어난 제 성기를 꼬옥 야무지게 누르고 있었다.
* * *
“제가…… 혹시 그쪽 엉덩이에 박았어요……?”
멍청하게 물어 오는 상우의 질문에 재현은 기가 탁 막혔다. 여태까지 어지간한 여자들보다 더 야한 표정으로 성기를 입에 물어 놓고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돌았냐?”
재현의 스산한 목소리에 상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닌가…… 그럼 왜 배가 불렀지…….”
게다가 알 수 없는 말까지 중얼중얼 내뱉었다. 정말 정액으로 정기가 섭취된 건가?
상우는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럼 그날도 이 남자의 정액을 먹었다는 소리인데…… 인큐버스도 인간의 정액을 통해서 영양분을 제공받을 수 있는 건가? 그냥 쾌락이 동반된 행위면 다 되는 건가? 엄마한테 물어봐도 되는 건가? 갸웃거리는 상우의 작은 머리통을 재현은 인내심 있게 기다려 줬다.
“후…… 그래서 내 경고는 왜 무시한 건데.”
재현의 낮은 목소리에 제 세상 속으로 파고들던 상우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해요. 저 그날 너무 취해서 기억이 안 나요.”
아무리 봐도 죄송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냥 궁금증만 한가득한 얼굴이었다.
“너 게이냐?”
재현의 말에 상우의 몸이 펄쩍 뛰어올랐다.
“아니요!? 저 여자 좋아하는데요? 그것도 완전 좋아하는데요!?”
아니면 아닌 거지, 간절해 보일 정도로 부정하는 꼴이라니. 게이도 아닌 게 제 성기는 왜 그렇게 게걸스레 빨고 제 정액은 왜 그렇게 맛나게 먹은 거지? 재현도 의아해졌다.
상우가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몇 번의 사정으로 질척하게 젖은 아랫도리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정기를 섭취한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더 이상 배 속이 텅 비어 힘이 없지도 않았다. 아주 만족스러운 상태라 상우는 저도 모르게 빙긋 웃어 버리고 말았다.
“웃어?”
“아, 아니에요. 그냥 기분이 좋아져서요.”
어딘가 핀트 나간 대답에 재현의 얼굴이 사나워졌다. 상우는 배도 채웠겠다 한시라도 빨리 이 불편한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졌다.
“이 근처에 다시는 안 올게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소중한 정기를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치 좋게 뒷말은 속으로 집어삼킨 상우가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했다.
무섭긴 했지만 맛있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다시 만나는 날 당장 무릎을 꿇고 저와 사귀어 달라 말하겠다는 각오는 취소였다. 애초에 상대가 남자인 줄 알았다면 하지도 않았을 다짐이었다. 상우는 기가 막혀 멍해진 재현을 방에 두고 사뿐사뿐 클럽을 빠져나갔다.
* * *
엄마에게 모르는 남자의 좆을 빨고 정액을 받아먹었다는 말을 하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 건가.
상우는 집으로 돌아온 이후 밤새도록 고민했다. 인터넷에 찾아서 나오는 질문이거나 어디에 물어봐서 답을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절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도저히 엄마 말고는 상의할 대상이 없었다.
“엄마…….”
결국, 상우는 머뭇머뭇하며 엄마를 불렀다.
“왜, 아들.”
“그게…….”
저와 똑 닮은 엄마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상우는 도저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무리 특이한 엄마라 해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못할 말이 있었다.
“우리 아들 맛난 거 먹었나 보네?”
아들의 고민거리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상우의 엄마는 속 편한 소리를 해 댔다.
“으응…… 그렇지 뭐…….”
“얼굴에 반짝반짝 광이 나는 게 딱 봐도 티가 난다, 얘.”
상우는 차마 뭐라 말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방으로 돌아온 상우는 문까지 꼭꼭 걸어 잠그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 자신은 게이일지도 몰랐다. 태어나서 한 번도 성 정체성을 의심해 본 적 없지만, 이제는 의심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게이일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자신을 스스로 도닥이며 핸드폰을 들어 어젯밤 찾아놨던 게이 포르노 사이트를 열었다.
“우웩―. 이게 뭐야…….”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섬네일, 그것도 괴물같이 징그러운 자지만 우글우글대는 광경에 상우는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했다. 밝은 토요일 대낮부터 남의 좆을 바라보고 있다 생각하자 자괴감이 몰려 왔다.
도대체 어젯밤은 뭐였을까? 왜 그 무서운 남자의 좆은 그렇게 맛있게 빨 수 있었던 걸까?
제가 어떤 모양새로 어떻게 먹어치웠는지 기억도 잘 안 났다. 다만, 그 달콤한 맛과 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우는 입안에 침이 고였다. 정말 맛있었지……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맛이었다. 배를 가득 채운 영양분 덕에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모든 사람의 정기가 다 그렇게 맛있을까? 상우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여태껏 단 한 명의 정기만 섭취해 봤으니 이성을 잃게 한 그 맛이 평균인 건지 아닌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너무 굶어서 이성을 잃은 건지, 아니면 유독 잘 맞는 사람이라 이성을 잃은 건지.
생각은 꼬리를 물었다. 처음 먹어 본 그 맛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다른 정기도 섭취해 봐야 했다. 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발기부전…… 근데 어젠 왜 섰지? 그 무서운 남자의 체향을 맡는 순간 아랫도리가 발딱 일어선 거지? 정말 나 게이인 건가? 이리저리 통통 튀어다니는 생각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상우는 다시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으…….”
그리고 바로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에 상우는 황급히 액정을 껐다. 두 번 보고 세 번을 봐도 자신은 게이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발기부전을 고치기 전까지는 게이도 아니면서 남의 좆을 빨아 주고 정액을 통해 정기를 섭취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엄두가 나질 않았다.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후두둑 돋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어제 어찌어찌 정액을 받아먹었으니. 아니, 쪽쪽 빨아먹을 정도로 제정신을 못 차렸으니 막상 다른 먹이도 마주하면 섭취할 수 있지 않을까? 혐오와 별개로 이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그러다 상우는 문득 최악의 가정이 떠올랐다. ‘어제 저에게 먹이를 제공한 그 남자가 정말 유난히 잘 맞는 정기의 소유자라면’이라는 가정. 상우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엄마가 계약에 대해서 말해 준 적이 있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계약이 가능하다고. 유독 정기가 맛있는 인간이 있고, 그 인간에게 악마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빠는 무슨 조건으로 엄마와 계약한 걸까? 그 조건은 계약 당사자들 외엔 아들이라 하더라도 알려 줄 수 없다며 엄마는 끝까지 얘기해 주지 않았다.
상우는 저도 모르게 그 남자와 계약하는 상상을 했다. 그러다 생각을 지워 내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싫어, 무서워.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무섭고 야만적인 남자랑 계약이라니. 정기 좀 받아먹으려다가 살벌한 눈빛에 심장 마비가 먼저 올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는 싫었다. 몸도 행동도 말랑하고 부드러운 여자가 좋았다. 스무 해를 살아오며 저보다 크고 단단한 남자에게 발정한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중학교 때 첫사랑도, 고등학교 때 첫 키스도 죄다 여자와 했다. 하다못해 자위하면서도 남자의 몸을 떠올린 적은 없었다.
그래, 부끄럽지만 일단 병원에 가 보자. 상우는 혼자 결심을 했다. 병원에 가 보고, 그러고도 안 고쳐지면 다른 먹잇감을 찾아보자. 여리여리하고 예쁘장한 남자라면 무섭지도, 혐오감이 들지도 않을 수 있다. 상우는 검색 어플을 켜고 주말에도 여는 비뇨기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플 땐 조금이라도 빨리 병원에 가 보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추진력으로 밀고 들어온 병원인데,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을 마주한 상우는 손가락 끝만 꼼지락거렸다.
“어떻게 오셨어요?”
“그게…….”
친절한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에 오히려 기가 죽어 상우는 눈을 내리깔고 어물거렸다. 의사 선생님의 인내심 가득한 침묵에 못 이겨 결국 상우가 입을 열었다.
“그…… 제가…… 그러니까…… 발기가 안 돼서요.”
포기한 듯 털어놓은 조그마한 목소리에 상우는 자존심이 상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그랬나요?”
“한…… 이 주 전쯤이요.”
“전혀 안 서나요?”
“네…….”
“자위는요?”
“그건 돼요…….”
병원에 오기 전 시험 삼아 평범한 야동을 틀어 놓고 한 발 뺀 채 오는 길이었다.
“혹시…… 첫 경험이었나요?”
“……네. 근데 두 번째에도 안 돼서요…….”
의사 선생님과 대화가 이어질수록 한강 다리로 달려가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너무 긴장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다정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상우가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심인성 발기부전이라고,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상우의 눈이 희망을 반짝반짝 빛났다.
“우선 자위를 좀 줄여 보세요. 자위가 나쁜 건 아닌데, 자극적인 영상과 소리를 통한 자극이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꾸준히 운동도 해 보시고요.”
상우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잘 안 되시면, 다시 내원해 주세요. 그때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심인성이라 낮은 함량으로 처방받아서 한두 번만 성관계 전 복용하시면 그다음부터는 약 없이도 괜찮을 겁니다.”
친절하게 다음 플랜까지 안내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에 상우는 부푼 가슴을 끌어안고 병원을 나왔다. 그러다 제가 중요한 것 한 가지를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생님, 그런데 왜 그 남자 앞에서는 발기됐을까요? 하긴. 여기는 비뇨기과지 성 정체성을 상담하는 곳은 아니니까. 상우는 가뿐한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 *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절했던 그 의사 선생님은 상우의 마음속에서 돌팔이 의사 새끼로 바뀌어 버렸다. 약 기운으로 터질 듯이 발기했던 성기가 여자의 손길이 닿으면 구멍 뚫린 풍선처럼 피시식 늘어졌다.
상우는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 이건 심인성 발기부전같이 희망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머리로는 남자에게 성욕을 느끼지 않는데 몸은 남자에게만 반응하는 모순적인 이상 성애자라니. 저에게 주어진 절망적인 타이틀에 상우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정기를 섭취한 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차라리 애초에 희망 따위 품지 않고 마음을 비웠다면 작고 귀여운, 다리 사이에 자신과 같은 거 달렸다는 점 빼고는 여자와 다를 바 없는 상대를 수소문해 봤을 텐데. 괜히 힘 빠지게 영양분을 제공해 줄 여성 먹잇감을 찾아다니느라 애먼 일주일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처음 사흘 동안 상우는 오랜만에 맛이 느껴지는 인간 음식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양분은 없어도 맛은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하고 일주일이 되자 눈이 퀭해지고 숨만 쉬어도 온몸에서 힘이 쭉쭉 빠져나갔다. 열흘쯤 되자 먹이를 내놓으라고 요동치던 내장도 잠잠해졌다. 이제 꼬르륵거릴 힘도 없다는 듯이.
힘이 없어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학교도 못 간 채 저녁 늦게까지 누워 있던 상우는 비척비척 말도 잘 듣지 않는 몸을 일으켰다. 남자든, 뭐든 이제 괜찮았다. 죽지 않으려면 식사를 찾아야 했다.
상우의 엄마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문 앞에서 아들을 배웅했다. 뭐가 문제인지 몰라도 아들은 정기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얼굴도 잘생기게 낳았고 몸매도 부족함 없이 남자답게 낳아 놨는데. 요즘 세대는 성격도 중요하다 들어 여자에게 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주입 교육을 했는데. 문제가 뭐냐고 물어도 아들이 말은 않고 힘겹게 한숨만 내쉬는 탓에 도와줄 수도 없었다.
설마 벌써 제 맘에 쏙 드는 먹이를 찾아냈나? 그 먹이를 먹고 입맛이 까다로워져서 다른 건 입에도 대기 싫은가? 그럴 리는 없지만, 그 먹잇감이 한 번만 정기를 제공하고 죽어 버렸나? 엄마의 머릿속에는 제 아들이 거절당했으리라는 전제 따위는 있지도 않았다.
은밀하고 또 은밀하게 수소문해서 찾아간 물이 좋다 소문난 게이바였다. HEAVEN이라는 핑크색 네온사인이 번쩍번쩍거렸다. 천국이라는 이름값을 꼭 해 주길. 아니, 악마에게 천국은 죄를 짓고 죽으면 가는 곳인가? 멍하게 간판을 올려다 보던 상우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 문을 열자마자 습한 공기에 섞여 올라오는 희미한 음식 냄새에 빈속이 아플 정도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상우는 절망감에 가득 찬 눈으로 제 배를 내려다보았다.
“괜찮아요?”
다정하게 물어 오는 목소리에 상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눈앞에 보이는 낯선 사람의 남색 니트와 베이지색 바지도 같이 흔들흔들 흔들렸다.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음식의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상우의 몸이 한번 더 크게 휘청거렸다. 팔뚝을 단단히 붙들어 오는 손길에 이끌려 상우의 몸이 모르는 상대의 어깨에 기댔다. 하……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탄식을 주체하지 못한 채 상우의 손이 상대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강하게 풍겨 오는 먹이의 냄새에 상우의 위장이 울렁거렸다.
“……가죠…….”
“네?”
“모텔로 가죠…….”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상우가 결연한 목소리를 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했던가. 그건 떡이 먹고 싶을 때나 하는 소리고, 골라 먹을 게 있을 때나 하는 소리였다. 메뉴의 선택지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떡이라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기 좋은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하하, 많이 급하신가 봐요.”
작게 울리는 웃음소리에 상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많이 급합니다. 아주 아주 많이 급해요.
“그렇게 급하면 더 빨리 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상우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어디든 좋으니 이 주린 배를 채울 수만 있다면!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상대가 팔을 붙잡고 강하게 끌어당겨서 상우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주며 따라나섰다.
저와 비슷한 키를 가진 상대의 넓은 등판을 바라보며 상우는 몽롱한 머리로 생각했다. 아, 이게 아닌데. 나는 작고 귀여운 남자를 만나러 온 건데.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본능에 이끌린 몸은 멈추지 않고 잘만 그 뒤를 쫓았다.
차르륵, 커튼을 치는 소리에 상우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 평 남짓한 텅 빈 공간은 희미한 전등 불빛만 깜빡깜빡하고 있었다. 아까보다도 먹이의 냄새가 짙게 느껴지긴 했지만 여러 음식 냄새가 섞여 오히려 역한 기분이었다.
“아응, 흣! 거기…… 더……! 아앙……!”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 상우가 히끅, 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저를 데려온 낯선 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제야 상우는 먹잇감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했다. 어휴. 작은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누가 봐도 남자였다. 깔끔하게 생긴 남자. 은테 안경 속에서 사람 좋아 보이게 웃는 눈에는 겉으로 드러날 정도의 성욕이 일렁거렸다. 와, 이 사람 좆을 빨아야 하는 거야? 하는 생각도 잠시. 남자의 손이 상우의 어깨를 꾸욱 힘주어 눌렀다. 상우는 그저 하라는 대로 그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지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바지 지퍼가 내려갔다. 꿀꺽. 상우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한 꺼풀 벗겨지자 음식 냄새가 더 짙어졌다. 드디어 무언가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상우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 해 봤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상우는 자신을 믿자고 계속해서 자신을 스스로 도닥거렸다.
하지만…….
툭. 눈앞에 타인의 성기가 드러난 순간 상우의 등허리부터 목덜미까지 순식간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 올랐다. 만져 보면 분명 닭살이 올록볼록 올라왔을 것이다. 게이 포르노를 봤을 때랑 똑같은 불쾌감이었다.
상우는 쭈그려 앉은 채 뒤로 오리걸음을 걸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리고 등이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닿았다. 더 갈 데도 없으면서 상우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건 아니었다. 아, 물론 배는 고팠다. 눈앞에는 먹이가 덜렁거렸고. 하지만 이건 존엄성의 문제였다. 보통의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그래, 배가 존나 고프다고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마구 집어 먹을 수는 없었다. 그 음식이 정말 너무 맛있는 냄새를 풍겨서, 이성을 잃을 만큼 맛있어 보여서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 정도가 아니라면.
그날은 그랬다. 그 무서운 남자는 그랬다. 비록 지금 눈앞의 먹이는 음식 냄새를 폴폴 풍기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존엄성을 버릴 만큼은 아니었다.
“으아아아아!”
상우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꽥 지르고 달려나갔다. 숨 쉬는 것조차 힘에 부쳤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샘솟았는지. 달려나가면서도 상우는 정확한 목적지를 알고 있었다.
반경 1킬로미터 내 접근 금지가 내려진 그곳. 살기 위해서는 그곳에 갈 수밖에 없었다. 분한 마음에 눈물이라도 나올 법하건만, 울 힘조차 없어서 상우는 너무 서러웠다.
상우는 오고야 말았다. 남자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던 그 호텔 앞에. 계획은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영화의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다. 무계획이 가장 완벽한 계획이라던 그 대사. 끙. 아주 잠시 고민하던 상우는 결심을 굳힌 듯 휘청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막상 로비 안으로 들어서자 상우는 어디로 가서 말해야 할지 몰라서 쭈뼛쭈뼛하며 괜히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러다 결국 제일 친절해 보이는 프런트 오피스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방긋 웃으며 저를 맞이하는 직원에게 상우는 모기만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가뜩이나 힘이 없는데 여기까지 급하게 뛰어왔더니 목소리를 낼 힘조차 없었다.
“주인님…… 뵙고 싶은데요…….”
“죄송하지만,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너무 목소리가 작았던 걸까. 친절한 목소리에 상우는 용기를 내 조금 더 큰 목소리를 냈다.
“이 호텔 주인님 어디 있어요? 진짜 꼭 만나야 해요…….”
호텔 주인님? 이상한 호칭이었지만 누구를 칭하는 건지는 눈치껏 알 만했다.
“저희 사장님 말씀이신가요?”
“……네. 사장님. 사장님 좀 만나게 해 주세요.”
상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무서운 남자가 자신을 이 호텔 주인이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상우도 아무 생각 없이 주인님이라고 칭했다. 얼마나 멍청해 보였을까. 하지만 중요한 건 쪽팔림이 아니라 배고픔이었다.
다 죽어 가는 얼굴로 사장님을 찾는 어린 청년의 모습에 직원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우리 사장님이 어디서 또 사고 쳤나? 이 말도 안 되는 기묘한 광경에 사장님의 행태를 익히 들어온 직원은 상우가 미쳤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장님이 뭔가 잘못했다는 가정이 먼저 떠올랐다. 불쌍할 정도로 힘없는 상우의 몰골 때문에 신종 진상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아…… 손님, 잠시만요.”
프런트 직원은 종종걸음으로 상급자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사장님이 뭔지는 몰라도 잘못한 거 같다고. 힐끔 곁눈질로 상우의 몰골을 본 그녀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하지만 여기가 동네 작은 음식점도 아닌데 사장 나오라 소리친다고 진짜 사장님을 데려다 놓을 수는 없었다.
“손님, 죄송하지만 사장님을 뵙는 건 조금 어려우실 것 같아요.”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간신히 서 있는 청년에게 안 된다 말하기 미안해 직원의 목소리에도 연민이 뚝뚝 묻어났다.
안 그래도 열흘 동안 굶어서 쓰러질 것 같은데 마지막 남은 방법마저 안 된다고 하자 상우는 울컥 서러움이 몰려 왔다. 아사.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던데, 그럼 굶어 죽으면 때깔조차 더러운 건가. 이대로 굶어 죽는 상상에 상우의 눈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자존심도 이성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서 있을 힘도 없어져서 상우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흐엉―,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직원이 상우에게 다가가 이러시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주인님과 밥이라는 단어만 계속 중얼거리며 우는 게 다였다.
* * *
한편,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 후 1층에 있는 바에서 술을 마시던 재현은 로비가 시끄러워져 신기하게 생각했다. 금요일이 아닌 평일 저녁은 걱정될 정도로 한산했는데. 재현은 재고를 확인하느라 바쁜 바텐더를 불렀다.
“야.”
“네?”
“뭔 일인지 가서 보고 와라.”
궁금하면 직접 가 보시라는 말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이 호텔 최종 보스몹인 재현에게 그 말을 할 수가 없어 일개 월급쟁이인 바텐더는 툴툴대며 로비로 나갔다. 그러더니 헐레벌떡 돌아와서는 재현에게 비난의 말을 내뱉었다.
“사장님 뭐 잘못하신 거예요. 빨리 가 보세요.”
“나? 요새 잘못한 거 없는데?”
재현은 진심이었다. 최근에는 출근도 꼬박꼬박하고 술도 거의 호텔에서만 마시고 노는 것도 거의 호텔 지하에 있는 클럽에서 놀았다. 그러다 보니 딱히 일을 저지를 만한 타이밍이 없었다. 보통 재현이 치는 사고는 술 마시고 누굴 쥐어 팬다든가 먼저 시비를 건다든가 하는 건데, 이 호텔에선 직원들이나 클럽 가드들이 알아서 먼저 몸빵해 주니 재현의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손님 하나가 사장님 찾으면서 엄청 울던데요?”
재현의 머릿속에 커다란 물음표가 떠올랐다. 서른 해를 살면서 누가 자길 울면서 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 어머니 빼고. 재현의 어머니는 재현이 고등학생 때 사고를 쳐서 처음으로 경찰서에 끌려간 날 울면서 찾아왔다. 그것은 놀람과 걱정의 눈물이 아니라 분노의 눈물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때를 제외하면 누군가 자신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사기꾼 아니야?”
“모르죠. 저야.”
바텐더가 어깨를 으쓱했다.
“빨리 가 보셔야 할 거 같아요. 프런트 직원들 완전 난감해하고 있어요.”
어쩔까 고민하던 재현은 거짓으로라도 저를 위해 울어 주는 기특한 얼굴을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로비로 가까이 갈수록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대성통곡이라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직원들 사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상대는 훌쩍거리는 게 전부인 것 같았다. 틈새로 슬쩍슬쩍 보이는 촌스러운 체크무늬가 어딘가 낯이 익긴 한데.
“……사장님―!”
근처에 서 있던 직원 한 명이 먼저 재현을 발견하고 간절한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그 표정이 구세주를 본 감동받은 표정이 아니라, 원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마치 네가 저지른 일 당장 수습하지 못하겠냐는 듯한.
재현은 그제야 잔뜩 수그린 채 가늘게 떨리는 등이 눈에 들어왔다. 울고 있다고 해서 저도 모르게 청순가련한 여자를 생각했는데, 의외로 건장한 남자였다.
“무슨 일입니까?”
재현은 최대한 정중하게 직원에게 물었다. 손님들 앞에서 직원에게 하대하는 갑질하는 사장이라는 이미지를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재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건 다른 직원들뿐만이 아니었다. 울고 있는 손님이 고개를 든 순간 재현은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 미친 변태 새끼가 왜 또 여기에 있지?
“허, 나 참.”
재현은 기가 막혀 탄성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눈물에 잔뜩 젖은 상우의 얼굴이 진짜 취향이라고 새삼 생각했다. 재현을 본 상우는 몸을 돌려 재현의 바짓가랑이를 꼭 잡았다. 아직도 우느라 히끅거리는 어깨가 간헐적으로 떨렸다.
“이 근처에 다시는 안 온다며.”
위협적으로 울리는 낮은 목소리에 상우가 최선을 다해 고개를 저었다.
“주인…… 흑, 사장님 죄송해요…… 저 한 번만 도와주세요…….”
상우의 옆에 같이 쪼그려 앉아 있던 직원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분명히 사장님이 잘못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손님이 사과하고 있다니!
“뭘 도와줘?”
재현의 짙은 눈썹이 잔뜩 찡그려졌다. 애초에 도와주고 말고 할 관계가 아닌데. 돈인가? 두 번, 아니 날짜로 이틀이지 횟수로 치면 못해도 다섯 번은 넘게 빨아 주고 돈을 못 받은 게 아쉬운 건가?
재현의 물음에 상우가 힐끔 제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곁눈질했다.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지만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자지 한 번만 빨게 해 달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여…… 기서 말씀드리기 좀 곤란한데…….”
쫓아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고민하며 재현은 잔뜩 주눅이 든 채 안절부절못하는 상우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 호텔 근처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고, 본인도 그러겠다고 했고. 심지어 좆 두 번 빨고 나서 다시는 볼일 없다는 듯이 쿨하게 유유히 손을 흔들고 사라졌던 남자인데. 당장 쫓아내고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게 맞다는 걸 알면서도 그 명령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은근한 기대감이 재현의 속 알맹이를 덥혔다. 사내새끼인 것만 빼면 얼굴도 취향이고 남들은 다 기겁하고 도망가는 제 좆도 맛있다며 빨고. 어쩔까, 고민하던 재현은 결국 수컷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는 욕정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일단 일어나. 사장실 가서 마저 말해.”
그 말에 상우의 얼굴이 확연히 밝아졌다. 괜히 천만 관객 영화가 아니었다. 무계획이 가장 완벽한 계획이라던 그 대사. 문신으로 몸에 새겨 놓고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아야지! 신이 난 마음과는 달리 쫄쫄 굶은 몸은 힘없이 비틀비틀 일어났다. 친절한 직원들은 진상손님이 쓰러질까 봐 그 몸을 부축해 주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재현과 단둘이 있게 된 상우는 계속 꼴딱꼴딱 침을 삼켰다. 아까부터 묘하게 풍기는 달콤한 냄새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어서 먹고 싶었지만 실낱같은 이성의 끈을 간신히 잡으며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배는 미친 듯이 꼬르륵거리고 있었다. 거의 십 초에 한 번씩 요란하게 소리를 내는 바람에 재현의 미친놈 보는 듯한 눈빛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미친놈 맞으니 할 말도 없었고.
10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재현의 빠른 걸음을 쫓아가느라 상우는 종종걸음을 걸었다. 복도 끝에 있는 무거워 보이는 나무문이 열리자 재현은 얼른 들어오라는 듯 상우에게 까닥 고갯짓했다. 이거 뭐 문까지 열어 주시니 상우는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머뭇머뭇 그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방 안에는 책상도 있고 소파도 있고 앉을 곳이 넘쳐 나는데 매정하게도 자리에 앉으라는 말도 없이 재현은 가만히 팔짱을 끼고 서서 상우를 바라보았다.
“이제 말해 보시지.”
잔뜩 비꼬는 어투에 상우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빠르게 무릎을 꿇었다. 양 주먹은 무릎 위에 올려놓고 간절함을 가득 담아 올려다보는 상우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재현은 기대됐다.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생각 중이었다. 한번 빨 때마다 얼마씩 책정해야 수지가 맞을지 속으로 계산해 봤다. 점점 더 짙어지는 단내에 상우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게이바에서 도저히 못 빨겠다고 뛰쳐나온 게 한 시간 전인데 지금은 제발 빨게 해 달라고 빌어야 한다니. 그래도 달리 생각나는 방법이 없었다.
“사장님. 저 한 번만 더 먹…… 아니 빨게 해 주세요.”
“뭐?”
상우의 결연한 목소리가 재현을 당황하게 했다. 돈이 아니라 빨게 해 달라고? 변태 새끼인 줄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그럼 와서 울고불고 진상 부린 이유가 제 물건을 한 번이라도 더 물고 싶어서였다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어진 재현은 상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농담이 아닌지 그 표정이 더없이 당당하고 진지했다.
“너 진짜 미친놈이냐?”
“아니에요. 근데 진짜 빨아야 합니다.”
교태를 부리며 안겨 드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그럴 생각으로 데려왔다고 해도 상우의 의지 가득한 태도에 재현은 성욕이 싹 식었다. 무슨 좆 대주는 섹스머신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너…… 너 같으면 눈물 콧물 질질 짜는 놈한테 좆 물리고 싶겠냐?”
당황한 나머지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그건 맞는 말이라고 상우도 생각했다. 얼른 소매 끝으로 눈물 콧물을 훔쳐 낸 상우가 다시 비장한 표정으로 재현을 올려다보았다. 그 얼굴에 재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네 변태 짓에 어울려야 하는지 이유나 좀 알자.”
이유? 상우는 난감해졌다. 제가 유전적 특성상 인큐버스인데요. 여자랑 할 땐 발기가 안 돼서 쫄쫄 굶고 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사장님 정액을 먹으니까 배가 부르더라고요. 딴 놈들 건 도저히 못 물겠고 그나마 사장님 거는 물 만해요. 이렇게 말하면 믿어 주려나?
상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행여나 믿어 주겠다. 당장 정신 병원에 끌려가면 모를까.
“제가…… 그…… 정액을 안 먹으면 죽는 병에 걸려서요…….”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여태까지의 결연한 표정은 어디 갔는지 상우가 잔뜩 눈치를 보며 말했다. 재현은 망나니이긴 해도 그 말을 믿을 정도의 멍청이는 아니었다.
“개소리하지 말고.”
차라리 제 좆 맛을 못 잊었다고 하면 어휴, 이 변태 새끼, 하면서 고개라도 끄덕여 줬을 텐데.
“그냥 좀 넘어가 주시면 안 돼요……?”
그러고 보니 진짜 얼굴이 꺼칠한 게 아파 보이기는 했다. 첫날은 술에 잔뜩 절어 있는 상태라 잘 몰랐고, 두 번째 만난 날은 워낙 어두운 데서 본지라 잘 몰랐었다.
지금 보니 퀭한 눈 밑이 까맣고 안색이 파리한 게 병자가 맞아 보였다. 그래도 워낙 본판이 괜찮아서 그런지 병약한 미소녀 같은 얼굴이긴 했다. 딱 얼굴만 놓고 본다면. 목 밑의 넓은 어깨는 남자의 것이었다.
“흠…….”
재현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상우는 안달이 났다. 은은하게 풍겨 오던 달콤한 냄새도 이제는 옅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배가 고픈 거랑 별개로 아랫도리가 점점 힘을 받아 가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무섭게 생긴 남자가 너무 맛있어 보여 자꾸만 입안에 군침이 가득 고여서 흐를 것 같았다. 상우는 저도 모르게 바지 위로 윤곽이 드러난 커다란 자지를 빤히 보며 혀를 내어 입술을 싹 핥았다.
그 순간 단내가 훅 풍겨 올랐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고 재현의 얼굴을 본 상우가 커다란 눈을 깜빡깜빡 감았다가 떴다. 무서운 얼굴 위에 희미하게 씌워진 미소가 상우의 자지를 더 벌떡 일어서게 만들었다. 이거 뭐지? 상우도 당황스러웠다. 이 남자만 만나면 좆이 반응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고작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발기하다니.
상우가 제 자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는 순간 재현의 욕정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저 빨간 혀로 제 것을 어떻게 물고 빨았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제 좆 좀 빨게 해 달라는 이유가 뭐가 됐든 재현은 이제 크게 상관없었다. 그리고 재현에게는 회사에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모럴도 없었다. 눈앞에 자지를 처박을 구멍이 있는데, 그것도 아무 조건 없이 공짜로 빨아 준다는데 거부하는 게 오히려 병신이지.
재현이 정장 벨트에 손을 올렸다. 금색 H 로고가 툭 옆으로 벌어지고 지퍼가 천천히 내려갔다. 벌어진 지퍼 사이로 기대감에 반쯤 일어선 자지를 꺼내자 상우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거였다. 남의 좆인지 뭔지 다 상관없을 정도로, 존엄성과 성 정체성을 잊고 달려들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먹이가 바로 이거였다.
고간 사이에서 눈을 떼지도 못하는 상우를 바라보면서 재현이 피식 웃었다. 뭐하는 놈인지는 몰라도 정말 제 좆을 좋아하는 건 사실인 것 같았다. 완전히 드러난 자지를 한 손으로 잡고 가볍게 흔들자 상우가 홀린 듯 기어 왔다.
“잠깐.”
입을 반쯤 벌리고 다가오는 상우의 머리통을 재현이 비어 있는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눈앞에 먹이를 두고도 입에 물지 못하는 상우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미 달콤한 냄새에 빠져 이성은 잃은 지 오래였다. 얼른 입안에 넣고 싶어서 상우는 제 머리통을 붙잡고 있는 손의 힘에 저항하며 열심히 앞으로 기어가려고 노력했다.
“가만히 안 있으면 다시 넣는다.”
재현의 협박에 상우는 그제야 억지로 밀고 나가던 몸을 멈췄다.
“좆 빨고 싶어?”
아, 이게 무슨 당연한 소리인가. 상우의 고개가 끄덕였다. 재현의 웃음이 한층 깊어졌다. 그럴수록 달콤한 냄새가 더 농밀하게 무게를 실어 와 상우는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조건이 있어.”
“뭐요……?”
상우가 고개를 들어 재현을 말끄러미 바라봤다. 욕망에 가득 찬 얼굴이 어쩐지 귀여워 보여서 재현은 머리통을 꽉 붙잡고 있던 손을 내려서 말랑한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이제야 애교를 부릴 마음이 생겼는지 상우가 입가에 닿아온 손가락을 천천히 입속으로 넣었다. 단정한 손톱 끝을 혀로 살살 간지럽히면서 애원하는 모양새로 재현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그만 빨게 해 줘라, 제발.
“한번 빨고 나서 진짜 이유가 뭔지 말해. 그럼 또 먹게 해 줄게.”
앗. 상우는 조금 난감해졌다. 한번 빨고 나면 정신병원행 사설 앰뷸런스에 올라타게 되는 건가? 그건 싫은데. 상우가 머뭇거리자 제 성기를 잡은 채 멈춰 있던 재현의 손이 움직였다. 짙어지는 단내에 상우가 눈을 감고 숨을 헐떡였다. 참는 것도 한계였다.
“대답해야지. 너 좋아하잖아. 정액 먹는 거.”
상우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내자 타액이 주륵 따라 흘렀다. 여기서 잘못 대답하면 진짜 한 번도 못 먹을 것 같았다.
“……네, 말할게요.”
결국, 상우는 고분고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대답과 동시에 뜨거운 살덩이가 입가에 문질러졌다. 안달 난 상우가 입에 물기 위해 입을 벌리고 따라가려고 했지만, 재현은 쉽게 물려 줄 생각이 없었다. 손에 쥔 자지로 상우의 여린 입술 주변을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문지르자 불만 가득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응…….”
“착하지.”
크고 단단한 먹이통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면서 상우의 얼굴 위에 마구잡이로 문질러졌다. 곧은 콧날 위에도 가볍게 감겨 있는 속눈썹 위에도 못 먹어서 퍼석퍼석한 뺨 위에도 잔뜩 비벼졌다. 약이 오른 상우가 결국 손을 들어 재현의 좆 기둥을 붙잡고 두꺼운 귀두를 한입에 넣었다. 머리 위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훈련이 더 필요하겠네.”
그 말의 내용은 상우의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열흘 만에 입에 문 먹이에 상우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빨리 배를 채우고 싶어서 양 볼을 홀쭉하게 하며 있는 힘껏 입안에 들어온 것을 빨아들였다.
아, 혀도 써야 한다고 했고 손도 써야 한다 그랬지. 상우는 양손으로 좆을 잡고 최대한 깊숙이 집어넣었다. 흘러나오는 달콤한 먹이를 한 방울도 놓치지 않기 위해 입안에 가득 들어온 커다란 자지 때문에 구겨진 혀를 억지로 요도 구멍 안에 쑤셔 넣었다.
“하으…….”
몇 번을 해도 요령도 없고 늘지도 않는 거칠기만 한 테크닉인데 입안에 미약이라도 숨겨 놓고 빠는 건지 넣기만 하면 바로 쌀 거 같은 사정감이 몰려 왔다. 빨리 음식을 섭취하고 싶은 상우의 마음도 몰라 주고 재현은 사정감을 늦추기 위해 제멋대로 허리를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지 끝으로 울퉁불퉁한 입천장을 문지르고 각도를 조금 틀어 부드러운 볼 안도 비볐다. 아무리 입을 크게 벌려도 재현의 것을 담기에는 빠듯한지 살짝살짝 닿는 단단한 이의 감촉이 아찔하게 느껴졌다.
한계까지 벌어진 탓에 상우의 입꼬리를 타고 타액이 흘러내렸다. 상우는 얼른 손가락으로 제 턱을 타고 흐르는 침을 훔쳐와 입안에 차마 담기지 않은 부분에 열심히 펴 발랐다. 상우가 손에 힘을 줘서 좆의 뿌리 부분을 꾹꾹 쥐어짜자 드디어 자지 크기만큼 기다란 구멍에서 달콤한 액체가 솟아올랐다.
상우는 얼른 고개를 뒤로 물러 귀두만 입에 문 채 쪽쪽 먹이를 섭취했다. 그와 동시에 바짝 발기한 상우의 자지 끝에서도 선액이 주륵 흘렀다. 먹고 싸는 게 동시에 가능하다니. 먹은 만큼 싸게 되는 것 같아서 상우는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 너무 반갑고 고맙기도 하고, 쓸데도 없으면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아깝기도 해서 눈물이 났다.
“울어?”
상우의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뚝뚝 비집고 나오는 걸 본 재현은 당황스러웠다. 내 좆이 그렇게 맛있나? 감격해서 눈물이 날 만큼 천상의 맛인가?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사람의 정액 맛이 다 거기서 거기일 텐데. 펑펑 울면서도 열심히 자지를 빠는 상우의 모습이 기특할 지경이었다. 정말 정액을 먹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렸다는 말을 믿을 것만 같았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왜 하필 내 정액일까. 거기까지는 재현도 알 수 없었다.
눈물과 침으로 범벅된 재현의 성기는 상우의 손에 의해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질러졌다. 처음 만난 날처럼 목구멍 끝까지 처박아 넣으면 좋을 텐데. 쩝, 입맛을 다시던 재현이 허리를 뒤로 무르고 상우의 입에서 성기를 빼냈다. 그 바람에 카펫 위로 뚝 떨어지는 타액인지 프리컴인지 모를 것에 상우는 깜짝 놀라 혀를 내밀어 구멍을 막았다. 한 방울도 놓칠 수 없었다.
“그래, 그렇게 혀 내밀어 봐.”
상우가 길게 혀를 빼냈다. 두툼한 재현의 성기 끝이 혀 위에서 앞뒤로 가볍게 움직였다.
“입으로 숨 쉰다고 생각하고.”
재현의 커다란 손이 상우의 뒷머리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턱이 들리자 제가 들어갈 구멍이 확연하게 보였다. 상우가 입으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타이밍에 맞춰 재현의 자지가 위에서 아래로 크게 처박혔다.
“우웁!”
깜짝 놀란 상우의 목구멍이 닫혔지만, 재현은 개의치 않고 상우의 머리채를 붙잡은 채 억지로 더 깊이 쑤셔 박았다. 뒤로 물러난 허리가 다시 사정없이 목젖을 내리쳤다.
“목구멍에 힘 풀어.”
으르렁거리는 낮은 목소리에도 상우는 도저히 힘을 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전처럼 봐줄 생각이 없는지 재현은 개의치 않고 좆으로 여린 안쪽 살을 꾹꾹 눌렀다. 숨이 막히고 헛구역질이 자꾸만 올라와 상우는 저도 모르게 매달리듯 재현의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잘하고 있어. 더 꽉 잡아.”
상우는 눈을 질끈 감고 허벅지를 움켜쥔 손에 힘을 줬다. 두 번, 세 번 재현의 성기가 들락날락할 때마다 점점 깊숙한 곳까지 닿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아주 잠깐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무식하게 큰 재현의 자지가 목젖을 넘어 목구멍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왔다.
“으으읍!”
깜짝 놀란 상우가 눈을 크게 떴다. 말도 안 되는 고통과 함께 몸이 파르르 떨리는 쾌감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에 꿰뚫었다. 상우는 참지 못하고 몸을 잔뜩 굳히며 사정했다.
“흣……!”
귀두를 쥐어짜듯 조여 오는 단단한 근육에 재현도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재현의 허리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닿으면 안 되는 곳까지 들어온 재현의 자지 때문에 상우는 무서워졌다. 그와 동시에 목 안쪽에서 진동하는 달콤한 냄새가 온몸을 가득 채워 갔다. 상우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재현의 허벅지에 매달린 채 목구멍을 열고 있어야 했다.
“하, 싼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중한 한 끼가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식도로 쏟아졌다. 식도로 쏟아진 건지 기도로 쏟아진 건지. 켈록켈록. 상우는 사레가 들리는 바람이 잔뜩 기침하며 자지를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켁켁 거리며 상우가 고개를 숙이자 재현의 손가락이 상우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입을 다물고 있어도 속에서 잔기침이 끅끅거리며 계속 올라왔다. 아까부터 흐르던 눈물이 이번에는 기침 때문에 그칠 줄을 몰랐다. 재현이 상우의 입가에 묻은 제 정액을 손가락으로 훑어 상우의 혀 위에 올려 주었다. 하나뿐인 먹이의 배려 없는 행동이 짜증은 났지만 입안에 퍼지는 단맛 때문에 상우는 결국 그 손가락에 혀를 얽었다.
“미친. 존나 야하네.”
재현이 작게 속삭였다.
“이제 약속 지켜야지.”
윽. 상우는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재현도 잊어 주길 바랐건만. 그 사이에 눈치 없는 만족감이 배 속에서 천천히 퍼져 나갔다. 이제야 좀 살 것 같은 기분에 상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전에 하나만 확실히 해 주세요.”
당돌하게 대꾸를 할 정도로 정신도 돌아왔다.
“뭐.”
“절대 정신병원이나 연구소에 전화하지 않기.”
푸핫. 재현은 웃음이 터졌다. 도대체 무슨 핑계를 대려고 이렇게까지 말한담. 혼자 낄낄거리는 재현과 달리 상우는 제법 진지했다. 좆 한번 빨았다고 정신병원에 잡혀 가는 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알았어, 말해 봐.”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못하며 재현이 말했다. 상우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믿을지 안 믿을지는 이제 전적으로 재현에게 달려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때까지 앞으로도 꾸준히 먹이를 제공받으려면 재현에게는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장님, 제가요.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악마입니다.”
“푸하하!”
상우의 입에서 나온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재현은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했다. 살다 살다 이런 개소리는 처음이었다. 악마? 그 피부가 빨갛고 머리에 뿔 달린 악마? 나 지금 악마한테 펠라 받은 거야? 곱씹을수록 웃겨서 재현을 계속 웃었다.
“진짜예요…… 인큐버스라고…….”
사실을 말하면서도 상우는 하나도 믿지 않는 재현의 반응에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제 모습이 쪽팔려서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그래, 그래. 계속해 봐.”
“근데…… 발기부전이에요.”
상우의 머리통이 푹 숙여지고 어깨는 눈에 띄게 늘어졌다. 어? 아무리 안하무인인 재현도 발기부전 소리에는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발기부전이라는 단어가 남자의 자존감 저하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무심코 상우의 사타구니에 눈길이 간 재현은 풋, 하고 다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재현의 발이 상우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이렇게 세워 놓고 무슨.”
예의도 없이 남의 좆을 꾹 누르는 발에 상우가 파드득 놀랐다.
“아, 진짜예요! 진짠데…… 이상하게 사장님만 보면…….”
제가 말하고도 구차해져서 상우는 말끝을 흐렸다. 뒷말을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재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너 그냥 게이 새끼 아니야?”
“저도 그런 줄 알았다니까요!”
배가 차서 힘이 난 상우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장황하게 제가 게이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절주절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가만히 듣던 재현은 이 말을 믿으라고 하는 건지 말라고 하는 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제 좆이 남자로서 존엄성을 버리고 달려들어서 빨 만큼 맛있다는 소리를 하는 건가. 개소리도 이 정도로 참신하면 인정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그래서 결론은…… 제가 굶지 않으려면 사장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겠죠……?”
신나게 말해 놓고선 상우가 재현의 눈치를 살살 봤다.
“대가는?”
억, 하고 상우는 말문이 막혔다. 도움에 대가를 바라다니, 아주 못돼 먹은 심보였다. 아닌가? 공짜로 도와달라는 내가 놀부 심보인가?
상우가 어버버하고 있자 재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아직 꺼내진 채였던 성기를 주섬주섬 속옷 안으로 집어넣었다.
“돈! 돈으로 드릴게요!”
“돈?”
재현이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상우를 바라봤다.
“너는 내가 돈이 없어 보이냐?”
“……아니요.”
“그렇지?”
“그럼…… 뭐가 필요하신데요?”
상우의 되물음에 재현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사실 딱히 없었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건 재현의 삶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쉬운 게 있으면 자지 크기 정도인데. 그렇다고 여태까지 제 좆을 맛있게 빨던 놈한테 자지 크기 좀 줄여 달라고 말하긴 싫었다.
“글쎄. 딱히 필요한 건 없는데.”
너무 쉽게 나오는 대답에 상우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어떻게 사람이 필요한 게 없을 수가 있지. 하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상우도 배운 게 있었다. 지금 당장 저에게 영양분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재현뿐이라는 배움.
“제가 빠는 거 기분 안 좋으셨어요?”
이건 상우에게 도박이었다. 제발 좋았어라, 좋다고 해라! 상우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음…….”
재현은 고민했다. 안 좋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좋다고 하기엔 상우가 기세등등할 것 같아서 싫었다.
“어차피…… 사장님도 자위하실 거잖아요…….”
그 말에 재현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자위하고 버릴 정액이라면 저에게 주세요!”
상우가 손바닥으로 제 가슴팍을 팡 내리쳤다.
“저를 살아 있는 오나홀로 생각하고 써 주세요!”
다시 한번 팡팡 내리치는 손길에 재현은 오히려 당황했다. 지금 이 변태 새끼가 뭐라고 하는 거야.
정색하는 재현의 표정에 상우는 이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 헌혈이랑 비슷하다 생각하시고…….”
“그건 봉사활동이잖아.”
“원래 돈 많은 사람들은 봉사활동 많이 하잖아요.”
냉정한 재현의 말에 상우가 질척거리며 매달렸다.
“봉사 활동한다고 어디 가서 티도 못 내잖아. 너한테 정액 기부한다고 기사 내도 돼?”
상우가 기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개소리를 이렇게 쌈박하게 하시는지. 그랬다가는 정신병원이 아니라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데!
상우의 반응이 재밌어서 놀리던 재현도 이제 슬슬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어차피 상우처럼 꾸준히 제 무식하게 큰 자지를 열심히 빨아 줄 상대도 없었다.
“아, 됐고. 대가는 천천히 생각할 테니까 뭘 도와줘야 해?”
역시 부자는 쿨했다. 재현의 깔끔한 반응에 감동한 상우는 지금 당장 재현을 형님으로 모시라고 하면 새끼손가락이라도 자를 기세로 제 조건을 늘어놨다.
“제가 보니까, 먹고 나면 사흘 동안은 정상생활이 가능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삼 일에 한 번씩 바쁜 사장님한테 정액을 달라고 하는 건 염치도 없고…….”
염치보다는 아직 제정신일 때 다른 사람 자지를 입에 물 자신이 아직은 없었다. 쫄쫄 굶어서 배고파야 이성을 잃고 달려들지. 재현이 계속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열흘째 되면 진짜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배가 고파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말에 재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죽을 정도로 배가 고프다는 게 무슨 기분인지 재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상우는 처음 만났을 때도 일주일이나 굶어서 배고프다고 그랬고, 아까 로비에서도 밥이라고 중얼거리며 울었다. 인큐버스인지 뭔지가 진짜인가? 생각하다가 재현은 미친놈이 하는 개소리에 신경 쓰지 말아야지 하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딱. 딱 일주일이 한계인 거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정액을 제공해라 이거지?”
“네, 네!”
열심히 끄덕이는 상우의 머리통 때문에 재현은 피식 웃음이 났다. 뭐 이런 거래가 다 있는지.
“제가 사장님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갈게요. 언제든 갈게요!”
상우는 다급했다. 마지막 남은 구명줄이었다. 여기서 재현이 싫은데? 하고 나오면 진짜 당장에는 굶어 죽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어디든? 언제든?”
“네! 어디든! 언제든!”
재현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 어디든, 언제든 일주일에 한 번 와서 좆을 빨아준다는 거지? 오래간만에 재밌는 일이 생긴 재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상우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예쓰! 하고 외쳤다.
스무 살 다운 패기 넘치는 리액션에 재현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뭐 하는 놈인지는 몰라도 한동안은 즐거울 것 같았다.
“아, 그 전에 확실히 해야 할 건 있지.”
재현이 손을 내밀자, 그 의미를 몰라 가만히 바라보던 상우는 개처럼 행동하라는 건가? 하고 제 손을 올렸다. 손, 하면 강아지들이 앞발을 턱 내미는 것처럼.
동성 간의 스킨십에 익숙하지 않은 재현이 그 행동에 파드득 놀라며 손을 뒤로 뺐다.
“뭐 하는 짓이야. 신분 증명하라고, 신분!”
여전히 공중에 손을 올려놓은 채 멍하게 있던 상우가 멋쩍게 웃었다. 그냥 말로 하시지, 참.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 상우가 학생증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 적혀 있는 신분증을 건네는 건 조금 부담스러웠다.
신라대학교 경영학과 박상우. 학교와 이름을 확인한 재현은 학생증을 뒷주머니에 쏙 넣었다.
“이건 일단 내가 갖고 있는다. 관계 끝나면 돌려주고.”
가져갈 줄은 몰랐던 상우가 헙, 하고 놀랐다.
“저…… 사장님, 요즘은 학생증이 버스카드도 되고, 체크카드도 되고, 도서관 갈 때도 필요하고…….”
늙은이 취급하는 상우의 말에 재현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요즘은’이라는 단어가 마치 네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아니었겠지만, 이라고 들렸다.
“그건 나 때도 그랬어.”
“그럼, 전 어떻게…….”
“잃어버렸다고 하고 새로 발급받아.”
당당한 재현의 말에 상우는 조용히 네, 하고 입을 다물었다.
“너는. 너는 뭐 알아야 할 거 있어?”
재현의 물음에 상우는 물어볼 게 뭐가 있지, 하다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번호는 주셔야 어디 계시는지 아니까요…….”
재현을 만나겠답시고 로비에서 생쇼를 했던 상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현도 그 말에는 동의하는지 군말 없이 제 번호를 찍었다.
“사장님, 성함은 어떻게…….”
재현이 까닥하고 턱으로 책상 쪽을 가리켰다. 책상 위에 놓은 명패에 대표이사 백재현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그냥 말로 해 주면 되지. 상우는 투덜투덜하면서도 착실하게 재현의 번호와 이름을 저장했다. 가야 호텔 백재현 사장님.
“끝이야?”
“네.”
상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가 봐. 너 때문에 퇴근도 못 하고 이게 뭐냐.”
어차피 바에서 술 마시다가 올라와서 펠라 당한 거밖에 없으면서 재현은 괜히 생색을 냈다.
그 말에 상우가 머뭇머뭇하며 손가락을 꼼지락댔다.
“더 할 말 있어?”
“사장님, 아까…….”
“아까 뭐.”
“사실대로 말하면 한 번 더…… 빨게 해 주신다고…….”
민망해하면서도 할 말 다하는 상우의 모습에 재현은 피식 웃어 버렸다. 아무래도 정말 재밌는 걸 발견한 것 같았다.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며 재현이 애써 정리했던 버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상우는 그렇게 두 번째 식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