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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좋아한다고 말해 봐(1) (4/11)

4. 좋아한다고 말해 봐(1)

상우는 재현이 저와 뭘 하고 싶은 건지 몰라서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상우의 양손에는 아무리 명품에 관심이 없어도 누구나 알 법한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일곱 개나.

상우가 오늘 어디서 보냐고 물어봤을 때 재현은 대뜸 필요한 게 있냐고 물었다. 특별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최근 상우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건 음식이었는데, 그 부분은 재현이 차고 넘치게 채워 주고 있었으니까. 딱히 없다고 대답하자 압구정 캘러리아 백화점 앞으로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맨날 오다가다 밖에서만 봤었지 캘러리아 백화점 안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 유명한 백화점은 생각보다 음침한 기분이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명품관을 돌아다니다가 재현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상우도 쫄래쫄래 짐을 들고 따라 들어갔다. 쇼핑하는 재현 뒤에서 짐꾼처럼 따라다니는 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매장에 들어간 재현은 상우에게 매번 이건 어때? 하고 물어 왔다. 제 눈에는 다 비슷비슷한 턱없이 비싼 물건으로만 보이는데. 게다가 바로 옆에 까만 장갑을 낀 직원이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는데 거기다 대고 어떻게 별로라고 말하겠는가. 상우는 재현이 묻는 것마다 같은 대답을 하고 있었다.

“좋네요.”

“그래? 이거 주세요.”

제자리에 서서 매장 안을 쓱 둘러본 재현이 선반 제일 위에 있는 남성용 백팩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어때?”

“좋네요.”

“저것도 주세요.”

상우는 재현이 부자인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 상황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제가 좋다고 하면 다 사는 건가……? 그럼 다음에는 싫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

“더 마음에 드는 건?”

“없어요.”

“그래.”

재현이 계산하는 동안 상우는 뒤에 멀뚱멀뚱하게 서 있었다. 짐을 자꾸만 늘리는 재현이 짜증 나는데 갑님은 너무나 신이 나 보여 그만 섹스하러 가자고 말하기 어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계산을 마친 재현은 또 당연한 듯이 상우에게 쇼핑백 두 개를 건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매장을 떠나는 재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상우는 열심히 다리를 놀렸다.

자연스럽게 다음 매장으로 들어가려는 재현을 상우가 불렀다.

“사장님!”

“응?”

“……다리 아파요.”

우물쭈물 말하는 상우에게 재현이 다가왔다. 양손에 들린 짐은 무게보다는 가격 때문에 부담스러울 만큼 무거웠다.

“이거로 되겠어?”

재현이 의아한 듯이 물어 왔다. 상우는 재현이 하는 말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쇼핑은 이제 정말로 충분했다.

“소박하네. 갖고 싶은 것도 없다 하고.”

재현은 어딘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가만 있다가는 재현이 다른 매장도 들렀다 가자고 할 것 같아 상우는 냉큼 재현의 정장 재킷 끝자락을 잡아당겼다. 재현의 눈썹이 쓰윽 올라갔다.

“사장님, 저 배도 고파요.”

이렇게만 말해도 알아듣겠지, 하고 상우는 은근히 이제 그만 자러 가자는 의도를 내비쳤다. 재현의 입꼬리가 기분 좋은 듯이 쭉 찢어졌다. 상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아들은 게 확실했다. 재현의 기분이 좋아진 김에 상우는 아까부터 하고 싶던 말을 뱉었다.

“……그리고 이것 좀 나눠서 들어 주시면 안 돼요?”

상우의 볼멘소리에 재현이 픽 웃었다. 재현도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 빨리 물어볼 줄 알았는데 좀 많이 늦었다. 오늘의 작전은 돈 지랄이었다. 재력은 재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빠른 매력 어필이었다. 재현이 알고 지내던 대부분의 사람은 조금만 돈을 써도 갑자기 뭉클한 표정으로 재현을 바라보며 역시 너밖에 없다는 말을 해 왔다. 상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선물 받은 건데 네가 들어야지.”

물론 재현은 나눠 들어 줄 생각이 일절 없었다. 단지 이 말을 해 주고 싶었을 뿐. 상우의 눈동자가 도르륵 좌우로 굴러가는게 보였다. 깜짝 놀랐겠지? 짐꾼으로 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선물이라고 하면 감동이겠지? 재현은 뿌듯한 얼굴을 애써 감추고 상우의 다음 반응을 기다렸다.

“그건 그러네요.”

재현의 예상과 달리 상우는 제 손에 대롱대롱 달려 있던 쇼핑백들을 소중하게 다시 제 팔에 끼우며 대답했다. 생각했던 반응과 달라 오히려 재현이 당황했다. 어라, 이게 아닌데. 차라도 뽑아 줬어야 하나? 그럼 취·등록세랑 보유세 때문에 상우가 더 곤란해지는 거 아닌가? 차량 유지비는 어떻게 하지? 매번 따라다니면서 주유해 줄 수도 없는데. 이럴 거면 마음대로 쓰라고 카드를 주는 게 낫지. 아, 카드를 줬어야 했나 보다. 오늘 상우에게 쓴 돈이 어지간한 중고차 한 대 값은 되면서 재현은 혼자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온갖 고민에 빠져들었다.

상우는 처음부터 재현이 고르는 것들이 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재현에게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들만 짚어 가며 상우에게 마음에 드냐고 하나하나 물어봐 대는데 눈치 못 채는 게 오히려 이상할 일이었다. 단지 재현의 입으로 확실하게 듣기 전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않기 위해 혼자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을 뿐. 기대했다가 제게 줄 것이 아니라고 하면 괜히 받은 적도 없으면서 뺏긴 기분일 것 같았다.

손에 들린 것들은 하나같이 분에 넘치게 부담스러웠지만, 내심 상우도 싫지는 않았다. 이런 걸 섹스 몇 번 했다고 왕창 사 주는 걸 보면 재현이 부자긴 부자인 모양이었다. 마치 동네 슈퍼에서 과자를 고르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겠지. 상우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백팩이 담긴 쇼핑백을 꼬옥 끌어안았다. 아무리 제가 철면피여도 선물을 받았으면 인사는 하는 게 도리였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상우의 얼굴에 재현의 뺨이 단단하게 굳었다. 약간은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매일 밤 재현의 꿈속에서 고백하던 얼굴과 오버랩됐다. 오늘도 성실한 자지가 존재를 알리며 일어날 준비를 시작했다. 상우의 콧잔등이 살짝 찡그려졌다.

“사장님…… 왜 이상한 생각 해요.”

고맙다는 인사를 한 게 전부인데 갑자기 재현의 달콤한 냄새가 폴폴 새어 나왔다. 어느 부분에서 흥분하는 거야 도대체. 상우는 할 수만 있다면 재현의 머릿속을 열어서 보고 싶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건지.

“이만 갈까?”

재현의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상우도 이제는 재현이 왜 이런 목소리를 내는지 알고 있었다. 흥분했을 때 아닌 척하려고 억지로 내리까는 목소리였다. 상우는 재현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네, 하고 대답했다.

오늘 재현이 세웠던 계획은 지금과 조금 달랐다. 상우에게 선물 공세를 하고, 갑작스러운 선물에 놀란 상우를 데리고 잠실로 넘어가 고층 호텔 81층에서 로맨틱한 야경과 함께 프랑스 코스 요리를 먹이고 집에 오는 게 원래 생각했던 동선이었다. 분위기를 위해 찬장 한구석에 박아 두었던 로마네꽁띠도 찾아 놓고 출근했다. 집에 오면 상우와 나눠 마시려고.

“하으…… 사장님…….”

하지만 계획은 틀어지라고 세우는 법. 재현은 저녁도 먹지 않고 상우를 집에 데려와서 키스를 퍼붓고 있었다. 침실까지 끌고 갈 여유도 없어 거실 소파에 앉아서 상우를 제 무릎 위에 앉힌 채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상우를 위한 쇼핑백들은 현관 한구석에 내팽개쳐진 지 오래였다. 포근한 하얀색 니트 안으로 손을 밀어 넣자 차가운 손길에 상우의 몸이 잘게 떨렸다. 매끄러운 살결이 재현의 손가락에 감길 때마다 재현은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상우도 재현의 위에 앉아 마음껏 키스하고 있었다. 뜨겁고 달콤한 혀가 얽혀 오면 정신이 몽롱해져서 다른 생각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응응, 목까지 울려 대며 정신없이 입을 맞추는 상우가 귀여워서 재현은 상우의 허리를 끌어안은 손에 더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상우가 밀착된 하체를 은근하게 눌러 왔다. 그도 모자라 슬쩍슬쩍 비벼 가며 허리를 움직여 대는 통에 재현의 자지도 속옷이 불편할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두꺼운 청바지 때문에 자극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짓눌러 오는 하반신에 점점 힘이 실렸다.

“으응…… 흐…….”

여전히 재현의 입안에 요령 없이 혀를 빼꼼히 넣어 놓기만 한 상태로 상우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진하게 얽는 것도 아니고 그냥 들어와 있기만 한 혀를 빨면서 재현은 조금 웃고 말았다. 나름대로 야한 분위기를 내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재현이 보기에는 그저 막 태어난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조차 귀엽게 느껴지다니. 그런 모습조차 야하게 느껴지다니. 재현은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며 상우의 바지 버클을 풀었다.

“불편해?”

“……네.”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면서 안달이 났는지 상우가 제 손으로 바지 지퍼를 내렸다. 얇은 속옷조차 거치적거렸던 상우는 뽀얀 좆을 주섬주섬 밖으로 꺼냈다.

“나도.”

재현이 쪽쪽, 상우의 입에 짧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상우의 얇은 손가락이 재현의 벨트를 풀어내고 망설임 없이 속옷을 쭉 끌어내리자 거대한 재현의 자지가 퉁 튕겨 나왔다.

“……미쳤다, 진짜.”

상우가 작게 소곤거렸다. 가까운 거리라 그 말을 제대로 잡아낸 재현이 상우의 뺨을 잡고 다시 쪽, 입을 맞췄다.

“뭐가 미쳤어?”

“사장님 거요…… 진짜 양심 없는 크기야.”

말은 질린다는 듯이 하면서도 상우는 꼴딱 침을 삼켰다. 그 양심 도망간 자지가 얼마나 맛있어 보이는지. 상우는 단내가 줄줄 흐르는 자지를 꼭 움켜쥐었다. 한 손에도 다 들어오지 않아서 양손으로 잡아 문지르자 점점 달콤한 냄새가 짙어졌다.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먹이를 또 발견할 날이 올까? 상우는 문득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상우는 지난 이 주일 동안 자신의 결백 아닌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엄마에게 여러 번 호소했다. 그러나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는 말을 엄마는 그다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가 믿든 말든 상우는 열심히 설명했다. 정말 다른 남자는 하나도 관심 없고, 여자들한테는 전혀 안 서는데 이상하게 사장님만 보면 좆이 벌떡거린다고.

설명하면서도 상우는 자괴감에 빠졌다. 인큐버스가 남자 정기 빨아먹고 사는 게 뭐 그렇게 자랑이라고. 딱 한 명에게만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게 오히려 더 큰일 아닌가. 상우의 설명을 몇 번이나 들은 엄마는 미묘한 표정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게이든 뭐든 이젠 상관없으니 굶어 죽기 싫으면 잘 잡아 두라고.

“또 딴 생각 하지. 여유가 넘쳐 아주.”

재현의 핀잔에 상우는 번뜩 정신을 차렸다. 엄마 말대로 당장 굶어 죽기 싫으면 재현에게 잘 보여야 했다. 아까 재현이 하던 대로 상우가 재현의 입술 위에 쪽, 입을 맞췄다. 고개를 틀어 뺨 위에도 쪽. 유치원 다니는 어린이가 생일잔치에서 짝꿍한테 하는 것같이 가볍고 귀여운 뽀뽀였다.

열심히 새가 모이를 쪼는 듯한 키스에 심취한 상우가 가슴이 찌릿할 정도로 사랑스러워서 재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러 이러는 거야?”

“뭐가요?”

맹하니 물어 오는 대답에 재현은 모르면 됐어, 하고 말았다. 제가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몰라야 다른 데 가서 이런 얼굴을 보여 줄 생각조차 안 하겠지. 재현은 입술 위를 간지럽히다 떨어지는 상우의 뒷목을 잡아끌고 혀를 밀어 넣었다. 가만히 있는 상우의 혀끝을 장난치듯이 가볍게 휘어 감았다가 고개를 기울이며 깊고 강하게 얽었다. 상우가 허리를 들썩거리며 단단해진 좆을 제현의 성기 위에 슬쩍슬쩍 문질렀다.

“으흐…… 응…….”

재현의 달콤한 타액에 상우는 딱히 만져 준 적도 없는데 벌써 맑은 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덕분에 맞닿은 살결이 부딪힐 때마다 질척질척 야한 소리가 울렸다. 상우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재현의 손이 바지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버클이 풀어져 조금 여유가 있긴 해도 신축성 없는 청바지에서 마음껏 손을 움직이는 건 불편했다. 바지를 벗겨야지 뭐라도 할 것 같은데 또 따개비가 된 상우는 도통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재현은 하는 수 없이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상우의 꼬리뼈를 문지르고 그 아래 있는 오밀조밀한 구멍까지 진입했다. 젖을 리 없는 곳이 바짝 메마른 채로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렸다. 하아, 젤이 어디 있더라. 상우의 입천장을 혀로 살살 문질러 주며 재현은 잠시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안 여기저기에 젤을 비치해 두는 건데. 하다못해 로마네꽁띠를 꺼내 놓을 시간에 젤이나 언제 어디서든 손이 닿을 거리에 두는 건데. 지금 당장 필요한 그것은 침실 사이드 테이블 첫 번째 서랍 안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재현이 고개를 뒤로 빼자 상우가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일어나 보라고 말할 타이밍을 놓쳐 재현은 입술을 꾹 다문 채로 버텼다. 여기서 또 키스했다가는 말라 있는 곳을 힘으로 뚫어 버릴 것 같았다.

“하악, 사장님…… 입 벌려 줘요. 으응…….”

상우가 벌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재현의 입술에 제 입술을 부볐다. 타액으로 젖어 미끄러운 입술이 부드럽게 쓸렸다. 왜 이제 와서 빼는 거야. 답답한 마음에 상우는 혀를 뾰족하게 세우고 재현의 입술 사이를 꾹꾹 눌러 댔다. 열어 줘. 얼른 열어 줘. 의도가 분명한 보챔에 재현이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박상우.”

제 이름이 불리는 순간 벌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상우가 와락 재현의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우리 변태 새끼 키스 진짜 좋아해. 재현은 웃으면서 상우의 구멍 위를 배회하던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악!”

마른 살이 잔뜩 쓸리며 억지로 벌려지는 감각에 상우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작게 소리를 질렀다.

“후…… 상우야.”

갑작스러운 고통에 상우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저 키스가 하고 싶었을 뿐인데. 상우는 원망을 가득 담아 재현을 내려다보았다.

“아팠어? 일어나 봐. 젤 가져올게.”

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읏…… 안 아파요. 안 일어날래요.”

오기가 뚝뚝 묻어나는 말에 재현은 피식 웃었다. 충분히 귀엽기는 한데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될 뿐이었다.

“안 돼. 그러다 다쳐. 바지도 벗어야지.”

재현의 말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상우가 냉큼 일어나 바지와 속옷을 쑥 내렸다. 분홍빛의 뽀얀 자지가 눈앞에서 덜렁거려서 재현은 잠시 넋을 놓고 그 귀여운 생명체를 빤히 바라봤다. 바지를 벗어 버리기 무섭게 상우가 다시 재현의 무릎 위에 올라와 앉았다.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재현의 얼굴 여기저기에 입술을 꼭꼭 눌러 대는 통에 재현의 마음이 노곤하게 풀려 버렸다.

“젤 가져와야 한다니까.”

웃음기를 가득 머금은 목소리를 들은 상우가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그래도 계속 재현에게 맞닿고 싶었다. 상우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인큐버스의 습성이 이성적인 판단을 밀어내고 있었다. 아주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상우가 재현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야, 너…….”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입을 벌렸던 재현은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한 채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상우가 재현의 손가락을 입안에 머금었다. 매번 무식하게 큰 좆만 빨다 보니 손가락 정도는 우스운지 검지와 중지, 약지까지 한 번에 입안에 넣고 쭈욱 빨았다. 그도 모자라서 말랑한 혀로 손가락 마디마디와 사이사이를 긁어 가며 타액을 잔뜩 묻혔다.

재현의 손가락이 상우의 혀 위를 가볍게 눌렀다. 그 약한 압력에 침샘에서 왈칵 물이 쏟아졌다. 제대로 닫히지 않은 상우의 입꼬리를 타고 흐르는 타액이 너무 야해서 재현은 꼴깍 침을 삼켰다. 당장 이 순간만큼은 아래에 맞닿은 자지보다 눈을 감은 채 제 손가락을 핥고 있는 상우의 얼굴이 더 자극적이었다. 재현의 몸에서 풍기는 단내의 농도가 한층 더 깊어졌다.

“흐읏…… 사장님은, 손가락도 달아요.”

여전히 손가락을 입에 넣은 채로 상우가 웅얼웅얼 중얼거렸다. 재현은 오늘이 내 생일이었나, 하고 멍하니 생각했다. 생일이 아닌데 이런 광경을 선물로 받는다고? 바로 코앞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너무 비현실적이라 재현은 어이가 없었다. 한참 동안 재현의 손가락을 쪽쪽 빨아 대던 상우가 마침내 조금 불어터진 손가락을 입안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타액이 만든 가느다란 실이 재현의 손가락과 상우의 입술 사이에 길을 만들어 냈다.

“……이러면 젤 가지러 안 가도 되죠?”

상우가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재현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씨발, 너 진짜.”

요망하다는 표현을 속으로 삼키며 재현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풀어 주고 나발이고 바로 자지를 처박고 싶은 충동이 불쑥 떠올랐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재현이 천천히 뜨거운 공기를 뱉어냈다. 완전히 젖은 손가락을 내려 상우의 구멍 위를 문지르자 긴장이 되는지 재현의 허리에 닿은 허벅지가 꾸욱 조여들었다.

“힘 빼. 나 지금 간당간당해.”

언제 놓아 버릴지 모를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들며 재현이 낮게 속삭였다. 살짝 느슨해진 구멍 안으로 재현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마른 곳을 억지로 벌리던 아까와 달리 손가락 하나가 쑥 상우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오물오물 씹어 대는 구멍 입구에 재현이 바로 두 번째 손가락을 문질렀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풀어 줄 정신이 없었다.

“하윽!”

고작 손가락 두 개도 힘겹다는 듯 할딱거리는 상우의 입술 위에 재현이 제 입술을 겹쳤다. 아니나 다를까 혀를 집어넣기 무섭게 끊어 낼 것처럼 조여 오던 구멍이 빠끔 숨을 쉬며 열렸다. 재현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세 번째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뜨거운 상우의 내벽이 꿈틀거리며 재현의 손가락을 감싸 왔다.

재현이 손가락 사이를 넓게 벌리자 내장이 압박되는 감각에 상우가 입술을 떼고 재현의 어깨 위에 얼굴을 묻었다. 안쪽을 꾹꾹 누르던 재현의 손가락이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곳을 스쳤다.

“읏……!”

상우의 입에서 달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지에 힘을 주어 그 지점을 꾸욱 누르니 몸의 떨림이 손가락을 타고 그대로 올라왔다. 재현의 자지와 맞닿은 상우의 참을성 부족한 자지 끝에서 울컥울컥 새어 나온 물이 재현의 복근 위로 뚝뚝 떨어졌다.

“좋아서 질질 싸네.”

가볍게 말하는 목소리가 얄미워서 상우는 재현의 어깨를 꽉 물었다. 지난주 섹스를 하면서 상우가 물었던 자국이 꽤 오랫동안 남아 있어서 재현은 샤워하며 거울을 볼 때마다 만족스러운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재현의 커다란 손이 상우의 뒤통수를 감싸 쥐었다.

“더 세게 물어도 돼.”

안 그래도 너무 세게 문 것 같아서 눈치를 보고 있던 상우는 그 말이 허락인지 아니면 엄포를 놓는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 잇자국 위를 혀로 살살 덧그렸다. 미안하다, 먹이야. 내가 잘못했어.

그런 상우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재현에게는 그저 귀여운 애무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달콤한 냄새가 끝없이 집 안을 가득 메워 갔다.

“하…….”

귓가에 낮게 밀려오는 한숨에 상우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곧 다가올 쾌감에 대한 기대가 상우의 온몸을 꿰뚫었다.

“사장님…….”

상우가 재현의 어깨에 이마를 비비며 다음을 채근했다. 사장님, 사장님, 하고 부르기만 하는 목소리에 재현은 놀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 버렸다.

“응, 왜? 뭐 하고 싶어?”

“아으, 사장님―.”

말끝을 길게 늘어뜨리며 상우가 재현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알면서 묻지 좀 마세요.

“말을 해야 도와주지.”

재현의 성격이 나쁘다는 것을 상우는 잠시 잊고 있었다. 진짜 정말 상우가 스무 해 살아오면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성격이 안 좋았다.

“……주세요.”

“뭐라고?”

“넣…… 어 주세요…….”

한숨처럼 가느다랗게 나온 목소리에 재현의 이성이 곧 사라질 것 같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이 정도면 많이 참았지. 상우의 몸 안을 헤집던 재현의 손가락이 쑤욱 빠져나갔다. 갑작스러운 허전함에 아래 입이 깜짝 놀란 듯이 개폐를 반복했다. 재현의 양손이 상우의 엉덩이를 위로 들어 올렸다. 빨리 넣고 싶어서 안달이 난 마음과 달리 구멍 위를 꾸욱 눌러 오는 귀두 끝은 더없이 느긋했다.

“흐…… 빨리 먹고 싶으면 힘 풀어.”

몇 번이나 삼켜 본 자지였다. 말도 안 될 정도로 크긴 해도 한 번 삼키고 나면 저에게 죽음 같은 쾌락을 안겨 줄 먹이었다. 상우는 낑낑거리며 제 몸에 힘을 실어 재현의 좆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아윽, 흑―!”

힘도 제대로 풀지 않은 상태로 억지로 쑤셔 박는 통에 재현은 자지가 끊어질 것 같았다. 아니,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요령이 없어. 무식하게 쑤셔넣으려고 드는 상우를 저지하기 위해 재현이 상우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적어도 제일 두꺼운 귀두 부분이 들어갈 때만큼은 조심스럽게 넣는 게 맞았다. 바들바들 몸을 떨어 대던 상우가 재현의 귀를 잘근잘근 씹으며 속삭였다.

“학, 그냥…… 아으, 그냥 박아 줘요…….”

재현의 이성이 끊겨 버렸다. 만화에서나 보던 이성이 끊길 때 나오던 뚜둑, 하던 효과음이 진짜 머릿속에서 들려올 줄은 몰랐다. 눈앞이 갑자기 시뻘게지면서 자지를 박는 것 외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상우의 움직임을 멈추기 위해 잡고 있었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멈추기는커녕 아래로 확 끌어당길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재현의 허리가 위쪽으로 콱 올려쳐졌다.

“아아앗―!”

버겁게 입구를 벌리던 자지가 처박히는 느낌에 상우가 잔뜩 소리를 질렀다. 반은 들어왔으려나. 상우는 새하얗게 비워지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후…….”

좆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조여 오는 상우의 구멍에 재현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지난번같이 넣자마자 사정하는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갑자기 빠듯하게 벌려진 내부에 상우는 재현의 목을 감싸 안고 앓는 소리를 냈다. 니트 안으로 파고든 재현의 뜨거운 손바닥이 천천히 상우의 등을 쓸어내렸다.

“혼자 움직여 볼래?”

재현의 속삭임에 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매번 이거 해, 저거 해 봐, 하고 명령하듯 말하던 재현이 상우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처럼 다정하게 물어 와 거절할 용기가 생겼다. 넣기만 하는 것도 무서웠는데 이 흉기를 어떻게 넣었다가 뺄까. 잔뜩 겁에 질린 상우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재현이 친절한 척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이 상우가 보기에는 영화 속 악당이 음모 술수를 꾸미기 전 얼굴과 똑같았다.

“도와줄게.”

“……흐윽, 싫어요…… 무서워…….”

“여기까지 잘 넣었잖아.”

재현은 3분의 1 정도 들어간 좆과 구멍이 맞닿은 부분을 손가락을 가볍게 쓸며 상우를 달랬다. 호기롭게 처넣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못하겠다니. 상우의 지난 학습 능력을 생각해 보면 기승위도 몇 번이고 계속해 봐야 늘 텐데. 상우가 얼른 도리질했다. 넣는 거야 미적거려 봤자 상우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큰 맘 먹고 미친 짓을 한 거고. 지난번처럼 사정없이 안을 쑤셔 줬으면 좋을 것 같은데 재현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천천히 앉았다가 빼면 돼.”

친절한 것은 말투뿐. 재현의 말은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읏, 천천히…….”

부들부들 떨리던 상우의 엉덩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현의 손이 상우의 등을 단단히 바치고 있었다.

“응. 천천히. 나는 안 움직일 테니까 넣을 수 있는 데까지만.”

두꺼운 재현의 귀두가 느릿하게 상우의 내벽 안에 길을 내며 들어갔다. 많이 내려가지도 못한 상우의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들렸다.

“아흑……! 무서워요, 흣, 사장님…… 무서워요…….”

“잘하고 있어.”

재현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상우의 엉덩이가 다시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까 재현이 젤을 가져온다고 할 때 군말 없이 보내 줄걸. 젤에 잔뜩 젖어 넣을 때와 달리 고작 타액으로만 벌려진 입구의 살이 버겁게 쓸리는 느낌이 생생했다. 그 쓰라림 너머로 천천히 진입하는 기둥이 내장을 압박하고 상우가 좋아하는 곳을 눌러 왔다.

“아……!”

상우가 움찔, 크게 몸을 떨었다. 결국, 반도 넣지 못하고 상우의 엉덩이가 쑤욱 들어 올려졌다. 넣을 수 있을 만큼만 넣어 보라고 진짜 반도 안 넣고 물러나다니. 상우가 귀두까지 빼낼 기세로 일어나 재현은 얼른 상우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다시 앉아.”

재현이 상우의 코끝에 입술을 눌렀다. 아까 전의 친절한 말투는 어디로 갔는지 재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상우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다시 무게를 실어 앉았다. 이미 길이 난 안쪽이 수월하게 열렸다.

“하악―!”

전립선을 쿡 찌르는 느낌에 상우가 엉덩이를 올려 봤지만, 재현의 손에 잡혀 잘게 문지르는 꼴이 되었다. 상우의 엉덩이는 오도 가도 못한 채 들썩거리기만 했다. 찌릿찌릿한 감각이 몸 안을 휘젓고 있기는 한데, 어딘가 탁 터지게 시원하지 않았다. 감칠맛 나는 쾌락은 미미하게 배 속을 울리기만 했다. 더 안쪽을 후벼파 줬으면, 더 세게 처박아 줬으면. 모자란 쾌감에 상우의 움직임이 점점 커졌다.

“으응, 응! 사장님……!”

애원하듯 재현을 부르며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 봐도 상우가 기대하던 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상우가 와락 재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사장님, 흑, 사장님…….”

“왜.”

뭘 어떻게 해 달라는 말도 없이 사장님, 소리만 해 대는 상우에게 재현이 평온하게 물어 왔다.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처올리고 싶어서 속 안은 야단법석이지만, 혼자 달아올라 끙끙거리는 상우를 구경할 좋은 기회였다.

“이거, 읏, 이거 아니에요…… 흐아, 이거 아니야…….”

“이거 아니야?”

재현의 목소리에 웃음이 가득했다. 상우의 등을 끌어안고 있던 재현의 손이 앞쪽으로 옮겨졌다. 손가락 끝에 걸리는 작은 돌기를 꾹 누르자 상우의 등이 덜덜 떨렸다.

“그럼 이렇게 해 줘?”

상우의 달뜬 숨소리가 재현의 귀 바로 옆에서 울렸다. 대답도 하지 않고 헐떡이는 상우를 벌 주려는 것처럼 재현이 상우의 유두를 꼬집었다.

“아윽―!”

갑작스러운 고통에 상우의 구멍이 재현의 좆을 힘껏 깨물었다.

“하…… 그렇게 조이면 다쳐.”

상우의 눈에서 뚝뚝 떨어진 눈물이 재현의 와이셔츠 위를 적셨다. 서러움에 가득 찬 상우가 주먹을 꽉 쥐고 재현의 등을 때렸다. 세게 칠 기운도 없어서 툭 치고 마는 수준이었다.

“이거도 아니야?”

그만 놀려야 하는데 재미가 들려 언제 멈춰야 할지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흑…… 아니야…….”

물기 어린 목소리를 들으니 더 놀렸다가는 엉엉 울 것 같았다. 재현은 젖꼭지를 지분거리던 손을 빼내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상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어떻게 해 줄까, 상우야. 응? 말을 해야 알지.”

“……넣어 주세요.”

넣어 달라고 애원하는 것도 오늘만 벌써 두 번째였다.

“지금도 넣고 있잖아.”

“끝까지…… 읏, 넣어 줘요…….”

부끄러움에 상우의 말이 더듬더듬 나왔다. 내가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재현을 향한 원망이 방울방울 속눈썹을 타고 흘러내렸다. 잘했어, 하는 속삭임과 함께 상우의 몸이 빙글 돌아갔다. 쓸데없이 섬세한 재현의 손가락이 상우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받치고 소파 위에 눕혔다. 상우가 정신없이 재현의 등을 끌어안자 몸 안에 어중간하게 박혀 있던 자지가 뒤로 크게 물러났다.

“하으으으―!”

거의 끝까지 빠져나갔던 기둥이 깊숙이 처박히는 순간 상우는 고개를 뒤로 잔뜩 젖힌 채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상우의 자지 끝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정액이 후드득 뿜어졌다. 맞닿은 옷자락이 끈적하게 젖어 드는 감각에 재현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윽, 힉! 좋아, 하악! 기분 좋아……!”

재현의 흉포한 좆이 내벽을 쓸어내릴 때마다 상우가 비명을 질렀다. 마침내 다가온 쾌감이 소름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식간에 퍼졌다. 상우의 허리가 저절로 들썩거렸다. 재현의 성기가 빠져나갈 때면 아쉬움에 위로 들렸고, 다시 퍽 내리찍을 때면 두려움에 아래로 도망갔다. 더럽게 요령 없네. 제대로 박자를 맞추지도 못하면서 야하게 흔들리기만 하는 상우의 허리 짓조차 귀여웠다. 재현은 일부러 반만 박고 빼냈다가 상우의 허리가 들리는 순간 자지를 끝까지 집어넣었다.

“아아―!”

상우의 신음이 커졌다. 한번 맞춰지기 시작한 박자는 점점 빠르고 거세졌다. 재현의 좆이 빠져나갈 때 상우도 허리를 내렸고,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더 깊게 박힐 수 있도록 올라왔다. 찔걱찔걱. 사정없이 뭉개지는 내벽을 타고 번져나가는 쾌감에 상우의 자지가 다시 단단해졌다.

“앗! 하으! 그만! 아흑, 그만……!”

상우가 도리질하며 재현의 어깨에 매달렸다. 너무 큰 쾌락에 몸도 마음도 이상해질 것 같아 두려웠다. 상우의 그만, 소리에 재현의 허리 짓이 멈췄다.

“후, 정말 그만할까? 오늘은 네가 하란 대로 할게.”

그만할 생각도 없으면서 재현이 심술궂게 물었다.

“아니야! 흑, 계속, 계속해 주세요……!”

재현이 정말 그만둬 버릴까 봐 상우는 냉큼 말을 바꿨다. 공중에 떠서 흔들리던 다리도 얼른 재현의 허리를 감았다. 조금만 더 하면 눈앞이 새까매지는 그 감각에 도달할 것 같았다.

“아흑!”

뒤로 천천히 빠져나가던 성기가 다시 처박히자 재현의 허리에 감겨 있던 다리가 저절로 풀려 버렸다. 재현이 상우의 몸을 옆으로 돌려 한쪽 다리를 어깨 앞으로 가져왔다. 다시 빠르게 움직이는 자지는 자세가 바뀌어서 그런지 한 번도 찌른 적 없던 곳을 콱콱 짓눌렀다. 동시에 재현의 손가락이 자지를 흔들기 시작하자 앞과 뒤에서 타는 듯이 뜨거운 감각이 솟구쳤다.

“아! 앗앗! 안 돼……! 하악! 아아―!”

상우가 도망가기라도 하려는 듯 손을 뻗어 소파 끝을 움켜쥐었다. 몸을 잔뜩 비틀어 봤지만, 다리가 꽉 잡혀 벌어진 탓에 속절없이 끌려가 울기만 했다. 죽을 거 같아, 죽을 거 같아! 강렬한 쾌감으로 눈앞이 깜빡깜빡였다. 차마 다물지 못하고 크게 벌어져 있는 입술에서 흘러내린 타액이 소파를 적셨다. 자꾸 점멸하는 눈앞이 무서워서 상우는 두 눈을 꽉 감았다.

“하, 박상우. 눈 떠.”

거친 숨소리 사이로 재현의 낮은 목소리가 파고들었지만, 상우는 눈을 뜨지 못했다. 재현의 자지가 거칠게 들락날락하는 이상 눈을 뜰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눈을 감자 더 예민해진 감각들이 송곳처럼 상우의 살갗을 찔러 왔다. 곧 사정할 것 같은 느낌에 상우가 이를 악물었다.

“으읏, 흑! 손……! 아흑! 손 놔주세요!”

하지만 눈치 빠른 재현이 상우의 귀두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막아 버려 상우는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떴다. 갈 곳을 잃은 쾌감은 고통이 되어 돌아왔고 상우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쌀래, 아앗! 나, 흣, 싸고 싶어……!”

어린애처럼 엉엉 울며 상우가 재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놔줘, 이거 놔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하자 재현이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싸게 해 주면, 후, 넌 나한테 뭐 해 줄 거야?”

아, 뭐라는 거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상우는 재현이 또 이상한 수작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쩐지 악당처럼 웃으면서 처박더니만!

“흐윽, 뭐든……! 뭐든 할게요! 아, 제발……!”

분명히 이상한 짓을 시킬 거라는 걸 알면서도 상우는 뭐든 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음, 뭐가 좋을까. 상우의 생각과 달리 별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이라 재현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고민했다. 아, 그렇지.

“나한테 매일 연락해.”

너무 의외의 요구라 상우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멍하게 재현을 바라봤다. 재현의 자지가 쿡, 상우의 안을 찔렀다.

“아앗……!”

“대답.”

“할게요, 흑…… 연락할게요…….”

그 정도야 뭐. 상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족스럽게 웃은 재현의 자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 안을 거칠게 긁어 내는 감각과 함께 재현의 손가락이 막고 있던 요도에서 물러났다.

“아으윽―! 하, 흐아―!”

마침내 참아 왔던 정액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상우가 몸을 덜덜 떨었다. 봐주는 것 없이 파고드는 재현의 움직임 때문에 분홍빛 자지에서 나온 흰색 체액이 여기저기에 흩뿌려졌다.

요란하게 사정하는 상우의 몸을 감상하며 재현의 추삽질도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입에서는 절로 헉헉, 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고 상우의 허벅지를 쥔 손에 더 힘이 실렸다.

“큭…….”

뿌리 끝까지 상우의 안으로 집어넣은 재현이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뜨거운 정액을 내뿜었다.

마침내 상우의 다리를 놓아준 재현은 털썩 상우의 몸 위로 쓰러졌다. 상우가 입은 부드러운 니트의 감촉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마지막에 재현도 정신없이 상우를 몰아붙였다. 맞닿은 심장 두 개가 쿵쾅쿵쾅 시끄러울 정도로 소리를 내며 뛰었다. 고개를 살짝 든 재현이 아직도 넋이 나간 상우의 이마 위에 입술을 살짝 문질렀다.

“심장 빨리 뛰는 거 봐. 잘했어.”

가만히 머리카락을 쓸어 주는 손길과 낮게 속삭여지는 칭찬을 상우는 눈을 감고 음미했다. 이런 걸 오늘 탈진할 때까지 해야 한다니. 양심 없는 건 사장님의 좆 크기만이 아니라 사장님 자체였구나.

“곧 기말이라고 했지?”

“네.”

섹스를 끝내자마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지도 빼지 않은 상태에서 들려오는 기말 소리에 상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재현의 손가락이 주름을 꾹꾹 눌러 폈다.

“음…….”

두 번만 해도 다리를 후들거리는 상우를 오늘 안에 집으로 돌려보내려면 여기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재현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매번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사정을 해 댔는데 오늘은 한 번만 하고 보내려니 너무 아쉬웠다. 딱 한 번만 더 할까. 고민하던 재현이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한 번 더 하면 그다음에 멈출 자신이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재현이 깔끔하게 말하면서 상우의 구멍에서 자지를 천천히 꺼냈다. 말은 깔끔한데 이미 잔 경련에 자극당한 성기가 반쯤 서 버려서 빼는 모양새는 깔끔하지 못했다. 아쉽다, 아쉬워. 상우에 대한 호감이 1%만 낮았어도 기말이고 뭐고 맘대로 했을 텐데. 질척하게 남아 있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재현이 몸을 일으켰다.

“옷 입고 있어. 간단하게 뭐라도 먹고 나서 데려다줄게.”

상우가 싸지른 정액으로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드레스룸으로 가는 재현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상우는 어안이 벙벙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 번만 하고 보내 준다고? 내가 들은 게 진짜인가? 멍하게 앉아 있던 상우는 덜컥 불안해졌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설마. 안 좋은 생각이 스멀스멀 상우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설마 벌써 질렸나? 생각해 보면 이 관계에서 재현은 아쉬울 게 하나도 없었다. 오늘 왕창 사 준 선물도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위자료인가? 내가 너무 못해서? 아니면 실망했나? 인간을 유혹해서 정기를 빨아먹는 악마 주제에 색기는커녕 싫다고 울어 댔으니. 그런데 아까 연락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었을 땐 정신이 반 이상 나가 있었던 상우는 제 생각을 부정했다. 아냐, 연락하라고 했으면 이렇게 버릴 리가 없지. 상우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오늘은 뭘 먹여서 보내야 하나. 시험도 체력이 기본이니 고기를 먹일까.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재현은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거실로 돌아왔다. 옷 입고 기다리라고 분명히 말한 것 같은데 상우는 변태답게 아직도 하반신 누드 상태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거기에 제 머리카락을 잔뜩 쥐어뜯는 걸 보니 완전히 맛이 간 것 같았다.

“뭐해? 옷 입고 있으랬잖아.”

천천히 들어 올려지는 상우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 있어서 재현은 어디 아픈가 걱정이 됐다.

“사장님…….”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도 힘이 없어 재현은 당황스러웠다. 한 번밖에 안 했는데 그것조차 힘들었던 걸까. 이 정도라면 고기를 먹일 게 아니라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 줘야 하나 싶었다. 어디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놈이 나타난 건지. 재현이 한 걸음씩 다가갈 때마다 상우의 몸이 점점 움츠러들었다.

이러다가 팔을 확 잡아끌어서 집 밖으로 내쫓으면 재현을 대체할 먹이를 찾을 때까지 쫄쫄 굶어야 했다. 만약 찾지 못하면…… 여태껏 잊고 지내 온 배고픔에 대한 공포가 다시 일었다. 저벅저벅 상우를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사형 선고를 하러 오는 간수의 발걸음처럼 느껴져서 상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마지막에 너무 몰아붙였나 싶어 재현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엔 잘만 버텼으면서 왜 오늘은 유난히 힘들어하는 거지? 처음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내가 눈치 못 채고 무리시킨 건가? 재현치고는 다정한 말투라 상우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제 앞에 쭈그리고 앉은 재현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읏…….”

저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까만 눈동자가 무서워서 상우는 고개를 휙 돌렸다. 재현의 차가운 손등이 상우의 뺨에 살며시 닿았다.

“열은 없는데.”

조곤조곤 속삭이는 목소리에 상우의 얼굴이 울상이 됐다. 먹고 버릴 거면 미련이라도 없게 처음처럼 매몰차기라도 하지. 물론 차갑게 내쳐지고 호텔로 찾아가 진상을 부리긴 했지만. 어쨌든 마지막 순간에 다정한 게 더 잔인했다.

“……사장님 그렇게 보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나쁜 놈이네요.”

재현은 방금 상우에게 들은 말이 제대로 머릿속에 입력되지 않아서 입을 떡 벌렸다. 이 새끼는 왜 걱정해 줘도 지랄이야. 그리고 나쁜 놈으로 보긴 했다니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지. 잘해 준 기억밖에 없건만 내가 뭘 어쨌다고.

“돌았냐?”

그래. 이래야 내가 알던 사장님이지. 재현의 뾰족한 말투에 상우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나 돌았다! 돌았어! 이왕 돌은 김에 마지막 영양분이라도 충분히 섭취하고 가련다! 상우가 재현의 어깨를 팍 밀었다. 쭈그려 앉아 있던 재현은 갑작스러운 상우의 공격에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털썩 주저앉았다.

“야…….”

재현도 울컥 화가 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러나 소파에서 내려온 반라의 상우가 주섬주섬 재현의 바지 벨트를 풀고 있어 차마 욕설까지 내뱉지는 못했다. 아픈 게 아니라 부족했던 건가? 어느새 드로즈 사이로 파고든 손에 재현은 기가 막혀 픽 웃어 버렸다. 엎드린 상우의 뽀얀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나 흔들흔들 재현의 눈길을 끌었다.

찰싹. 재현의 손바닥이 상우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흐앗!”

상우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고 재현을 노려봤다. 아이고, 귀여운 우리 변태 새끼. 상우의 엉덩이 위에 남은 빨간 손자국에 재현이 실실 웃었다.

“안 돼. 지금 더 하면 너 집 못 가.”

“집에 안 가도 돼요!”

상우가 엉덩이만큼이나 빨개진 얼굴로 빽 소리를 질렀다.

“곧 기말이라며. 공부해야지.”

발갛게 달아오른 뺨을 톡톡 치며 말하는 재현의 목소리에 상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역시 다음번에는 바니 복장으로 해 봐야겠네. 그 얼굴이 꼬물꼬물거리는 흰 토끼, 그것도 남자답게 벌크업 한 토끼 같았다.

“……저 공부 하라고 집 보내시는 거예요?”

도저히 믿기지 않아 상우가 되물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까.”

와, 이게 무슨 꼰대 발언이람.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한테. 재현은 저를 멀뚱히 바라보는 상우의 엉덩이를 다시 한번 찰싹 때렸다. 이번에는 살짝 때려서 그런지 상우는 작게 움찔하기만 할 뿐 아,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일어나. 저녁 먹으러 가자.”

일어나라는 말과 달리 손에 잡힌 재현의 자지가 뜨겁게 맥박치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달콤한 냄새도 폴폴 풍기고 있었다. 입안에 절로 군침이 도는 냄새였다.

“저녁…… 시켜 먹으면 안 돼요?”

좆을 움켜쥔 상우의 손에 보다 힘이 실려 재현은 피식 웃었다.

“얼마나 부족해서 달려든 거야? 진짜 집 못 가겠네.”

“아뇨, 아뇨. 그건 아니고.”

상우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제 다시는 밥 안 준다고 하실까 봐, 마지막으로라도…….”

오해하고 나쁜 놈이라고 부른 게 미안해서 상우는 고분고분 대답했다. 허, 재현이 기가 막혀 헛웃음을 내뱉었다.

“내가 너 먹고 버리는 줄 알았다고?”

상우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생각이 그렇게 튈 수가 있는 건가. 재현은 배신감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지 말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나 보다.

“넌 먹고 버릴 놈한테 매일 연락하라고 하겠냐?”

재현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노력하며 물었다. 아무리 상우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해 봐도 말도 안 되는 억측이었다.

“아…….”

상우가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아까 제가 떠올린 게 진짜인 모양이었다. 매일 연락하라던 말, 그럼 싸게 해 주겠다던 말까지 다 떠올랐다. 음? 다시 생각하니 이상한 요구였다. 연락과 사정의 상관관계가 뭐지, 싶어 상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벌써 까먹었어?”

“아니요! 안 까먹었어요.”

까먹었다고 하면 당장 한 대 칠 기세여서 상우는 즉각 대답했다. 대답하고 나서도 이해가 잘되지 않아 상우는 눈알을 도로록 굴리기만 하다 결국 물어봤다.

“근데 왜 매일 연락해야 해요?”

상우의 물음에 재현도 할 말이 없어졌다. 그냥 평소에 상우가 뭐 하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전에 괜히 전화했을 때 여러 가지 의미로 기분 좋기도 했고. 하지만 그대로 말해 주기에는 쪽팔려서 재현은 큼큼, 목소리만 다듬었다.

“메시지든 전화든 상관없어요?”

“상관없어.”

“무슨 내용으로 연락해요?”

차라리 잔뜩 풀이 죽어 있던 아까가 나았다. 제가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분이 풀린 상우가 또랑또랑한 얼굴로 재현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던져댔다.

“아무거나.”

“그게 제일 어려운데…….”

“친구들이랑도 쓸데없는 거로 연락할 거 아니야.”

“사장님은 친구가 아니잖아요.”

“거참, 말 많네.”

“답장은 해 주실 거예요?”

“그게 걱정되면 전화를 하던가.”

“안 받으면 상처받을 거 같은데…….”

새파랗게 어린놈한테 좆을 잡힌 채 주고받을 만한 대화가 아니었다. 차라리 손이라도 놔주면 좋을 텐데. 제 집이라 재현이 어디 도망가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상우는 재현의 자지를 손에 꽉 쥐고 있었다. 그도 모자라 은근슬쩍 위아래로 흔들기까지 하니. 기묘하게 상우와 통화하며 자위하던 날이 떠올라 재현의 자지가 크게 꺼떡거렸다.

순간 단내가 물씬 올라왔다.

“매번 생각했던 건데…… 사장님이 어느 부분에서 흥분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결국, 재현이 상우에게 지고 말았다.

“하…… 제발 그냥 빨면 안 돼?”

더 쫑알거리면 재현이 화를 낼 것 같아 상우는 얼른 몸을 숙였다. 요령 있게 잘 수납되어 있던 대물을 꺼내자 솜사탕같이 달달한 냄새가 짙어졌다. 몸을 완전히 숙인 상우가 혀를 내어 재현의 귀두에 가져갔다. 제 몸에 달린 주니어를 만질 때는 잘 몰랐지만, 재현의 성기를 애무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귀두의 피부가 야들야들하고 보드라워서 닿을 때마다 기분 좋다는 사실. 이렇게 무섭게 생긴 놈도 자외선을 쐴 일이 없으니 피부가 좋군. 날름날름 재현의 귀두를 핥던 상우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왜, 또.”

“사장님, 만약 연락하는 거 까먹으면 어떻게 돼요?”

또 사정 못 하게 하실 건 아니죠? 상우의 장난기 가득한 눈을 응시하던 재현이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너 오늘 집 안 간다 그랬지? 어떻게 되는지 미리 보면 되겠다.”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에 진심 가득한 협박이 어려 있어 상우는 눈을 피하며 다시 재현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처박았다.

‘딱 한 번만 더 할 거야’라고 재현은 분명히 자지를 박아 넣기 전에 속삭였다. 그래서 상우는 속으로 한 번만 하고 저녁시켜 먹고 집에 가서 공부하면 되겠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재현이 저를 버리려는 게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긴장이 풀려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상우는 배움에 소질이 없는 자신을 울면서 욕할 수밖에 없었다.

“아흐윽…… 그만, 흣, 제발 그만…… 더 안 나와요……!”

“쉬…… 착하지? 한 번만 한다고 했잖아.”

어린애를 어르고 달래듯이 상우를 토닥거리며 재현의 성기가 깊숙이 파고들었다. 재현에게나 한 번이지, 상우에게는 방금 싸지른 정액까지 합치면 이번만 벌써 세 번째였다. 아까 전에 사정했던 것까지 치면 오늘만 다섯 번을 쌌다. 마지막 정액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묽었다. 그냥 물이 주륵 흐르는 것 같았다. 지난주에는 오늘보다 더 많이 쌌던 거 같은데. 이러니 매번 탈진하지.

“하윽…… 진짜, 아아, 진짜 안 돼…….”

목소리를 크게 낼 힘도 없어 상우는 하염없이 흔들리며 작게 우는 소리를 냈다. 엎드려서 엉덩이만 치켜든 채로 재현의 움직임에 휩쓸렸다. 도망가려고 팔을 휘적휘적거려 봤지만 어차피 허리를 들고 있는 것도 재현의 손이 움켜쥐어서 간신히 유지하는 중이었다. 차라리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처럼 쾌감도 뚝 끊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재현의 커다란 자지에 비벼지는 내벽은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재현이 어디를 찔러 오든 파르르 경련했다.

철퍽철퍽,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상우의 무릎과 가슴이 닿은 침대 시트는 체액과 젤이 흥건하게 묻어 축축했다. 모든 불쾌한 감각들을 뒤덮고 또다시 상우의 안이 쾌감을 쫓아갔다. 재현의 좆이 콱 들이박히면 줏대 없는 구멍이 주인의 마음도 몰라 주고 오물오물하며 흉기를 반기다가 다시 쑤욱 빠져나갈 때는 빼지 말라는 듯 좆을 꽉 깨물었다.

“후, 여기 진짜 따뜻해.”

재현의 엄지손가락이 파고들 것처럼 구멍을 문질렀다. 진짜 들어올 것처럼 입구를 힘주어 눌러 와 상우는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안 그래도 한계까지 벌어져서 재현의 좆을 받아 내고 있는데 손가락까지 들어오면 분명히 망가질 것이다. 두려움으로 잔뜩 굳은 엉덩이가 부들부들 떨렸다. 피부가 하얘서 그런지 상우의 엉덩이에 남은 빨간 손자국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재현의 손바닥이 빨갛고 하얀 상우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밤새 박고 싶다.”

아니다, 이 악마야! 안 돼! 아쉬운 듯이 읊조리는 목소리에 상우가 기겁하며 고개를 비틀어 재현을 바라봤다. 구멍으로 들락날락하는 제 자지를 구경 중이었던 재현은 상우가 저를 보는 것도 모른 채 천천히 허리를 뒤로 잡아뺐다가 다시 꾸욱 구멍 안으로 눌렀다. 빈틈없이 맞닿은 재현의 음모와 상우의 뽀얀 엉덩이가 대비되어 더 야한 느낌이었다.

매번 정신없이 박혀 대느라 재현이 어떤 표정으로 섹스하는지 볼 여유가 없었던 상우는 방금 처음으로 정욕이 일렁거리는 재현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했다. 잡아먹을 것 같은 맹수의 얼굴을 한 재현의 얼굴은…… 그래, 솔직히 고백하자면 상우의 가슴 한구석에 치명타를 남겼다. 망가뜨리려고 작정했나 싶을 만큼 끊임없이 구멍을 드나드는 자지보다도 더욱.

 꼴린다는 표현을 여기에 쓰면 적절할까? 어쨌든 너무 힘들어 잔뜩 쪼그라든 상우의 자지가 재현의 얼굴을 보며 다시 준비 태세를 갖춘 것은 사실이었다. 안 돼, 주니어…… 너 그러다 진짜 저세상 가.

제 자지를 집어삼킨 구멍을 구경하던 재현은 시선이 느껴져 상우를 바라봤다.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랑스러웠다. 재현의 커다란 몸이 상우의 등을 덮고 반쯤 벌려진 입술을 찾아 입을 맞췄다.

재현의 손에 간신히 버티고 있던 상우의 허리가 털썩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지를 물고 있던 입구에 힘이 들어갔다. 잘게 흔들리는 허리와 진득하게 얽히는 혀가 더는 내보낼 거 없다고 울어 대던 상우의 성욕을 휘저었다.

“으응…….”

상우가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상우야.”

다정하게 불리는 이름이 상우를 쿡쿡 찔렀다. 이상한 기분. 상우는 눈을 꼭 감았다.

“연락, 매일 할 거지?”

눈을 감으니 재현의 거친 숨소리와 낮은 목소리가 더 잘 들였다. 응응, 하고 상우는 대답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흘렸다.

“메시지 말고 전화해. 후, 목소리 듣고 싶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달콤한 말이었다. 재현이 가진 달콤함이 냄새, 정액, 타액 말고 더 있었다니.

“아흐으…… 목소리요……?”

천천히 들어온 재현의 자지가 뿌리 끝까지 박힌 채 원을 그렸다. 가득 들어찬 안쪽이 좋다면서 기둥을 꽉 옭아맸다.

“하…… 그래, 너 목소리 존나 섹시해. 알아?”

으아아, 상우는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 얼굴을 숨겼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한담. 상우는 한 번도 제 목소리가 섹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이가 들면 저런 부끄러운 말도 막 내뱉을 수 있는 걸까? 상우는 괜히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발을 바동거렸다.

“어우. 미쳤나 봐…….”

풋풋한 반응이 귀여워 재현은 상우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평소보다 오랫동안 사정을 참고 있던 자지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천천히 흔들리던 재현의 허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상우를 가볍게 끌어안고 있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하윽, 읏! 아앗, 앗!”

퍽퍽 부딪혀 오는 힘에 상우의 몸이 절로 앞으로 밀려나려 했지만, 겨드랑이 사이로 파고든 재현의 양손이 어깨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조금도 도망가지 못하는 몸은 박혀 오는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여 평소보다도 더 강하게 내벽이 뭉개졌다. 귀 바로 옆에서 울리는 재현의 숨소리도 더 거칠어졌다.

“하…… 쌀 거 같아…….”

“으응, 학! 싸 주세요, 흣! 아아! 안에, 아, 싸 줘요……!”

신음을 내뱉느라 잔뜩 벌어진 상우의 입안으로 재현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상우는 본능적으로 그 손가락을 입안에 가두고 핥았다. 절정을 향해 격렬한 허리 짓을 하는 온몸의 근육들이 꿈틀거렸다. 상우의 목 뒤에서 불어오는 축축하고 뜨거운 숨결 사이로 한숨같이 아주 작고 낮은 신음이 섞여들었다. 얼핏 들으면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그 소리에 상우는 더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사장님도 신음을 내는구나. 매번 정신없이 소리를 내지르느라 바빠 재현도 신음한다는 것을 상우는 처음 깨달았다. 비록 자세히 듣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작은 소리이긴 하지만.

“아아―!”

재현의 손가락이 빠져나가는 순간 상우의 커다란 신음이 돌아왔다. 재현이 우악스럽게 상우의 턱을 잡아 돌리고 미친듯이 허리를 흔들며 상우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으읍, 으……! 으읏……! 으으―!”

상우가 내뱉는 신음들을 모조리 삼키던 재현이 자지를 안쪽 끝까지 집어넣은 채 움직임을 멈췄다.

“큭…….”

상우는 일부러 숨을 죽이고 재현의 낮은 절정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가 섹시하다는 말은 제가 아니라 재현에게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만으로도 상우의 자지 끝에서 물이 새어 나왔다. 길게 사정을 하고 나서도 재현은 상우의 뒷목과 어깨에 가볍게 입술을 누르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아직 수그러들지 않은 자지가 상우의 안을 천천히 헤집었다. 기분 좋은 곳을 뭉근하게 눌러 오는 느낌에 상우는 결국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마지막 남은 정액을 몇 방울 흘렸다.

재현이 품속에 안긴 상우의 입에 피자 조각을 가져갔다. 당연한 듯이 냠, 한입 베어 문 상우는 소스가 묻은 입가를 손가락으로 쓱쓱 닦으며 우물우물 말했다.

“목메요.”

“아주 상전 나셨다, 상전 나셨어.”

말은 퉁명스럽게 하면서 재현은 상우가 시키는 대로 콜라가 들어 있는 컵을 상우의 입가에 가져갔다.

“콜라 흘리면 끈적거려. 잡고 먹어.”

재현의 말에도 상우는 손은 올리지도 않고 입술만 뾰족하게 만들어 호로록 콜라를 마셨다. 그러다 사레가 들려 콜록콜록 기침을 했지만 입안에 든 피자 조각들이 튈까 봐 가려 주는 것은 상우가 아닌 재현의 손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재현에게 이렇게 갑질을 하겠는가. 상우는 뭐 더 부려 먹을 거 없나 생각하면서 입을 벌리고 피자를 대령하라며 재현을 재촉했다.

섹스 후 재현이 씻고 나올 때까지 알몸으로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상우는 저녁으로 뭐 먹고 싶냐는 재현의 물음에 피자를 외쳤다. 새벽까지는 아니어도 꽤 늦은 밤인데 기름기 줄줄 흐르는 피자라니. 은근히 고기나 회를 권해 봤지만, 상우가 너무 단호했다. 피자 아니면 입도 안 댈 것처럼 굴어서 결국 재현은 피자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시키는 내내 옆에서 상우가 방긋방긋 웃고 있어 어지간히 먹고 싶었나 보다 생각했다.

원하던 메뉴를 지켜 낸 상우가 뿌듯한 얼굴로 웃으며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다리가 후들거려 앞으로 꼬꾸라졌다. 어찌나 세게 넘어졌는지 재현도 깜짝 놀라 놀릴 타이밍을 놓쳤다.

“괜찮아?”

재현의 물음에 상우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아, 쪽팔려…… 괜찮아요.”

아픈 것보다 부끄러움이 더 커서 상우는 넘어지면서 바닥을 짚어 지끈지끈하는 손목을 돌리며 괜찮다 대답했다. 얼른 다시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려고 했지만.

“사장님…….”

애처롭게 재현을 부르는 게 다였다.

“저 좀 일으켜 주세요…….”

상우가 어린애처럼 팔을 쭉 뻗었다. 그 모습이 안아 달라고 보채는 것 같아 재현은 냉큼 달려가 상우의 등을 끌어안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 냈다. 재현이 팔을 잡아 일으켜 주었지만, 상우는 갓 태어난 기린처럼 불안하게 다리를 후들거렸다.

“왜 똑바로 안 서?”

못 서는 것도 아니고 안 서는 거라니. 내 참. 서러워서. 상우가 재현을 사납게 노려봤다.

“누구 때문인데요!”

소리를 지르다가 휘청거려 재현이 잡아 주지 않았으면 또 넘어질 뻔했다.

“어디 가려고. 데려다줄게.”

“화장실 갈 거예요.”

상우가 애처로운 모습으로 발을 한 발자국씩 옮기며 대답했다. 화장실? 재현의 눈빛이 반짝 음흉하게 빛났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상우는 갑자기 와락 뒤에서 끌어안는 힘에 발이 땅에서 들렸다.

“어어?”

상우가 당황하는 사이 재현은 상우를 대롱대롱 매단 채 척척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대로 화장실 안까지 들어온 재현은 그제야 상우를 내려 주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지는 않고 뒤에서 단단한 몸으로 상우를 감싸 받친 채 서 있었다. 상우는 고개를 돌려 힐끗 재현을 바라보았다.

“이제 나가셔도 되는데…….”

“안 돼. 화장실에서 넘어지면 대가리 깨져.”

칼 같은 재현의 대답에 상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저 볼일 볼 건데요…….”

“작은 거? 큰 거?”

아, 설마. 하면서 상우는 작은 거요, 하고 대답했다.

“자, 쉬해야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재현의 손가락이 상우의 뽀얗고 통통한 자지를 가볍게 쥐며 변기를 향해 조준했다.

“사장님!”

상우가 파드득 놀라며 몸을 비틀었다. 아무리 다리가 후들거린다지만 혼자서 소변도 못 볼 정도로 기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 때문에 못 걷는 거라며. 내가 책임져야지.”

귓가에 소곤거리는 목소리에 상우가 기겁했다. 지금 누구 때문에 못 걷는 거냐고 소리 질렀다가 벌 받는 건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변기 앞에 서니 요의가 더 심해졌다. 그렇다고 재현에게 붙잡힌 채 오줌을 쌀 수는 없어 자지에 힘을 주고 버텼다.

“쉬이―. 쉬―, 해야지, 상우야.”

바로 귀 옆에서 낮게 속삭여지는 소리에 상우가 눈을 질끈 감았다. 쉬― 라고 고막을 간질이는 청각적 자극이 방광을 자극했다.

“너무 힘들어서 잘 안 나와? 도와줄게.”

오늘 여러 번 도와주네, 하는 목소리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악마다! 악마가 여기 있어요, 엄마! 우리 동족이에요! 재현은 한 손으로 상우의 자지를 쪼물쪼물 거리며 다른 손으로는 상우의 배를 감싸 쥐었다. 배 위에 올려진 손에 꾸욱 힘을 주어 누르자 상우가 몸을 잔뜩 뒤틀었다.

“싫어요……!”

아무리 재현과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라고 해도 소변 보는 것까지 공개하는 건 사양이었다.

“싫어?”

재현이 예고도 없이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여태껏 재현에게 기대고 서 있던 상우의 몸이 뒤로 기울여지며 단단한 가슴팍에 등이 기대어졌다.

“이거 봐. 혼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읏차, 하며 재현이 다시 상우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재현의 손이 계속 아랫배를 꾹꾹 눌러 대는 바람에 잔뜩 힘을 주지 않으면 바로 싸 버릴 것 같았다. 상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절대 싫어요. 진짜 안 돼요…….”

“괜찮아, 괜찮아. 자, 쉬이―.”

제 자존심과 존엄성이 안 괜찮은데요! 상우가 이를 악물었다. 방광이 터져 죽더라도 절대 안 됐다. 쉬―, 소리를 들으며 목적지 바로 앞에서 오줌을 참고 있자니 다리가 저절로 비비 꼬였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었다가는 바로 쌀 것 같았다.

“잘 안 나와? 걱정이네.”

걱정이라고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 재현을 밀쳐 낼 힘도 없는 몸뚱어리가 서러워서 상우는 울상을 지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상우의 뒷덜미를 지켜보며 재현이 싱글벙글 웃었다.

“사장님…… 저 진짜 한계인데 그만하고 나가시면 안 돼요?”

상우가 몸을 덜덜 떨며 좀 봐달라는 목소리로 재현에게 애원했다. 장난도 이 정도 쳤으면 만족하시지 않으셨나요.

사내새끼가 오줌 싸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버티는 날이 올 줄은 재현도 상상하지 못했다. 뭐, 어쨌든 지금은 보고 싶기 때문에 순순히 비켜 줄 생각은 없었다. 재현이 상우의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다 넘어져서 죽으면 어떡해. 우리 집에서 시체 치울 생각은 없는데.”

무슨 이유를 가져다 대서라도 남아 있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여 상우는 애가 탔다. 그래, 이 세상에 한계란 없다고 했다. 상우는 한계 너머까지 오줌을 참기로 했다. 대가리가 깨져서 죽은 시체를 치우나, 방광이 터져서 죽은 시체를 치우나 그게 그거지.

“절대…… 절대 안 쌀 거예요.”

목소리도 바들바들 떨렸다. 호오. 재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버티겠다 이거지? 상우의 자지를 붙잡고 있던 재현의 손이 떨어졌다.

이제 놓아주려나. 나가려나. 상우의 마음속에서 희망이 꿈틀거렸다.

“아흣―!”

떨어진 손은 상우의 기대와 달리 아직도 말랑하게 풀어져 있는 구멍 안을 파고들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으로 놀란 자지 끝에서 노란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상우는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온몸에 힘을 주어 더 새어 나오지 않게 노력했다. 자지를 잡고 있지 않아 오조준 된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렀다. 수치심과 비참함이 뒤엉켜 눈물이 저절로 맺혔다.

“잘못했어요…… 흑, 그만…… 저 진짜 안 돼요…….”

정확히 어떤 점 때문에 재현이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는 몰라도 일단 사과하는 게 상책이었다.

“잘못한 거 없어. 괜찮아.”

한번 새어 나온 요의는 아무리 멈추려고 노력해도 찔끔찔끔 흘러나왔다. 몸 안에 박혀 있던 재현의 손가락이 빙글 돌아가는 순간 까치발을 들고 있던 발목에 힘이 풀리면서 잔뜩 굳어졌던 근육이 풀어졌다. 상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지만,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뜨거운 물줄기를 막아 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한번 둑이 터진 방광은 힘을 줘서 억지로 멈췄다가도 이내 줄줄 물을 흘려냈다. 죽고 싶을 만큼 밀려오는 수치심과 한계까지 참았다가 터져 나오는 배뇨의 쾌감에 상우는 재현에게 끌어안긴 채 달달 떨었다.

“시발…….”

욕설이 내뱉어진 것은 재현이 아닌 상우의 입이었다. 하얀 화장실 타일 바닥을 타고 흐르는 노란색 액체가 누구의 몸에서 쏟아진 건지 인정하기 싫었다. 재현이 상우의 관자놀이에 쪽, 입을 맞췄다.

“잘했어. 괜찮아.”

암모니아의 냄새와 달콤한 재현의 냄새가 뒤섞였다. 이 미친놈이 지금 내가 오줌 싸는 거 보면서 흥분한 거야!? 상우는 서러움과 비참함에 눈물이 왈칵 터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재현의 손가락이 상우의 얼굴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화장실 거울에는 빨갛게 달아올라 뚝뚝 눈물을 흘리는 얼굴과 그런 상우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는 재현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울어?”

“제가, 흑, 하지 말라고…….”

상우가 울먹거리던 말을 끝까지 내뱉지도 못하고 제 턱을 잡고 있던 재현의 손을 뿌리쳤다. 너무 기가 막혀서 엉엉 큰 소리를 내 울 정신도 없었다. 재현도 난감한 기분이었다. 부끄러워하고 싫어할 줄은 알았지만 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재현이 상우를 돌려 세웠다.

푹 숙인 상우의 시선 끝에 재현의 베이지색 바지도 진한 색깔로 번져 있는 게 들어왔다. 아니, 옷까지 버려 가면서 왜 이딴 짓을 하는 거야. 분명 지금 입은 옷도 말도 안 되게 비싼 걸 텐데.

상우를 끌어안은 재현은 잔뜩 수그린 상우의 정수리 위에 턱을 지그시 올리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

“그게…… 그게 사과하는 태도예요!?”

상우의 서러움 가득한 목소리가 화장실에 울렸다. 여전히 상우의 머리통 위에 턱을 괸 채로 재현이 으음, 고민하는 목소리를 냈다. 상우가 바라는 사과하는 태도라는 게 뭘까.

“내가 어떻게 해 주면 기분 풀래?”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면 제대로 사과하는 방법도 못 배운 거지? 재현이 눌러 오는 무게 때문에 슬슬 뒷목이 뻐근했다. 어차피 제대로 된 답도 찾지 못할 사람한테 계속 고민해 보라고 해 봤자 손해 보는 건 상우였다.

“……노예요.”

재현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노예플에 대한 온갖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이 변태 새끼가 날 묶어 놓고 때리고 싶은 건가? 자기 맘대로 날 휘두르면서? 수갑 같은 거 차고 누워 있으면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어 줄 건가?

……나쁘지 않네.

“야한 거 아니에요. 전 지금부터 손가락 하나 까딱도 안 할 거니까 사장님이 다 해요.”

염치도 없이 짙어지는 단내에 상우가 한숨을 쉬었다. 단어 선택을 잘못한 내 탓이지. 상우가 말한 노예의 의미를 깨달은 재현이 굉장히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다 말았네. 상우가 야한 거 아니라고 말해 주지 않았으면 재현의 망상이 폭발할 뻔했다. 해 보고 싶은 건 많고, 못해 본 것도 많은데 상우의 체력이 너무 저질이었다. 그걸 언제 다 해 본담. 섹스 버킷 리스트라도 정리해 놔야 하나.

“아셨으면 고개 좀 치워 주세요…….”

상우의 말에 재현이 아직까지 꾸욱 누르고 있던 머리를 치우자 상우가 목을 좌우로 꺾으며 고개를 들었다.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은 수치심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귀여워서 재현은 단정한 이마 위에 입술을 꾹꾹 눌렀다.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가볍게 감기는 눈매도 사랑스러웠다.

“알겠어. 일단 씻을까?”

재현이 상우를 달랑달랑 안아 들고 샤워 부스로 향했다. 어차피 재현도 다시 씻어야 할 것 같으니 같이 씻는 건 상관없겠지, 생각하면서.

씻으면서 구멍에 손을 댔다가 상우가 잔뜩 면박을 주는 바람에 물러나고, 물기를 닦아 주면서 촉촉하게 젖은 가슴 돌기를 한번 핥았다가 욕먹고. 눈앞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제대로 맛보지도 못하고 재현은 상우의 시중을 들었다.

그래도 약간의 소득이 있다면, 상우를 제 품에 안고 밥을 먹이는 거 정도일까. 떨어져 앉으면 먹이기 힘들다는 핑계로 제 무릎 사이를 팡팡 쳐 봤는데 의외로 상우가 군말 없이 자리를 잡았다. 이 정도 보람이라면 노예도 할 만하네.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재현은 부지런히 상우의 입속으로 피자 조각을 날랐다.

오늘 입고 온 니트는 정액 범벅이라 상우는 재현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차림이 아빠 셔츠를 입고 온 어린애같이 크지는 않았지만, 상우에게는 넉넉한 사이즈라 꽤 재현의 입맛을 돋웠다. 속옷만 입고 있어 뽀얗게 드러난 허벅지를 깨물어 주고 싶었다. 제가 입고 있는 옷이 얼마짜리인지도 모르면서 상우는 입가를 닦은 손에 묻었던 피자 소스를 쓱 재현의 옷에 문질러 닦았다. 그 모양새를 지켜보던 재현도 특별히 별말을 하지 않았다. 옷이야 새로 사면 그만이었다.

“닦아 달라고 말하지.”

재현이 손을 뻗어 티슈를 가져와 상우의 손가락에 남아 있는 소스를 꼼꼼히 닦아 주었다. 이런 대접도 나쁘지 않네. 재현에게 당한 일을 까먹고도 남을 만큼 다정한 손길이었다. 매일 매일 이렇게 잘해 주면 좀 좋아. 상우는 기분이 좋아져 씰룩씰룩이는 입꼬리를 간신히 감췄다. 나름대로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건데 눈치 빠른 재현이 상우의 뺨을 톡톡 두드렸다.

“기분 풀렸나 보네?”

“다 풀리지는 않았어요.”

아직 다 안 풀렸다고 말하는 상우의 목소리에도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피자는 맛있어?”

재현이 피자 조각을 상우의 입가로 가져가며 물었다. 미각을 잃어 본 적 없는 재현은 죽었다 깨어나도 상우가 느끼는 맛에 대한 소중함에 공감하지 못하리라. 상우는 한입 베어 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현이 상우의 턱을 움켜쥐고 입술을 겹쳤다. 재현의 말캉한 혀가 아직 제대로 씹히지 않은 음식물 덩어리를 가져갔다. 비위도 좋아. 제가 씹던 음식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먹는 재현을 보며 상우가 인상을 찡그렸다. 재현도 상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챘다.

“더한 것도 봤는데, 뭘.”

능청맞은 재현의 말에 상우가 기겁했다. 잠시 잊고 있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라 울컥 화가 났다. 아, 맞네. 나 지금 엄청 화 나 있었네!

“저 오늘 자고 갈 거예요.”

“나야 그럼 좋지.”

“대신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

지금도 품에 안겨서 가져다주는 대로 받아먹는 주제에 그걸 벌이랍시고 비장하게 말하는 게 깜찍해서 재현은 상우의 통통한 입술에 쪽쪽, 입을 맞췄다.

* * *

재현에게 매일 연락하는 것은 생각했던 대로 대화 주제를 찾아내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쓸데없는 얘기라도 하라고 해서 처음에는 저녁 메뉴를 보고했다. 그러다 미각이 사라진 날부터는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인간사회에 속한 악마도 며칠 지나지 않아 적응했는지 특별한 의미 없는 대화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오늘 날씨 완전 추워요.]

지금처럼 등교하는 길에 한마디씩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과가 됐다. 아침에 뭐라도 하나 메시지를 보내 놓으면 혹시라도 전화하는 걸 잊는 날이 생겨도 안심이었다. 그러니까, 이 메시지는 일종의 보험이었다. 하는 일 없이 돈만 받는다는 게 농담은 아니었던 건지 상우가 메시지를 보내면 재현은 거의 바로 읽고 답장했다. 마치 심심이 챗봇처럼.

[추워?]

아, 심심이라고 했던 말은 취소다. 자기가 먼저 연락하라고 했으면 적어도 대화가 이어질 수 있게 답장하는 게 예의 아닌가? 오늘 춥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 ‘추워?’라니. 이 정도로 성의 없는 답장이라면 비교당한 심심이한테 실례다.

춥냐고 물어보는 메시지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상우는 더 이어 갈 말이 없어 ‘네’ 한 마디만 보냈다. 그 짧은 메시지도 읽는 건 빛의 속도였다. 오늘 저녁에는 이어지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법에 대해서 심층 토론이라도 해 봐야겠네. 저녁때 할 말이 생긴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재현의 손가락이 나무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쫑알쫑알 말이 많은 상우가 고작 ‘네’ 한 마디만 보냈다면 이건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의미였다. 아, 이거 안 먹히네. 메아리 말투는 상대에게 호감을 사는 화법이라고 분명 인터넷에서 봤는데.

메아리 말투. 상대가 무언가 말을 하면 내가 너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려 주는 되묻는 말투. 재현은 본 대로 행했을 뿐이었다. 상대가 남자라 이런 거에 감동을 안 받나? 혼자 고민하던 재현은 이래 봤자 소용없겠다 싶어서 냉큼 상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응, 어디야?”

[어디긴요. 학교 가는 중이에요.]

“아, 학교 가는 중이야?”

[네. 이번 주 기말 기간이라고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

어? 이럴 땐 기말인 걸 되물어봐야 하나, 아니면 말했다는 걸 되물어봐야 하나? 재현은 이지선다를 놓고 잠시 고민했다.

“말했었어?”

[네. 여러 번 말씀드렸어요.]

“여러 번 말했었어?”

재현의 이상한 말투에 상우는 기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했다. 왜 또 시비야. 나 이번엔 또 뭘 잘못한 거야. 이럴 땐 알아서 꼬리를 내리고 기는 게 상책이었다. 괜히 재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동안 당한 일들, 예를 들자면 사정을 못 하게 하거나 눈앞에서 소변을 보게 하거나 했던 일들이 떠올라 상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악마 같은 놈.

[아니에요. 생각해 보니까 말씀 안 드린 거 같아요.]

여러 번 말했던 걸 재현도 똑똑히 기억하는데 왜 갑자기 상우가 말을 바꾸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말 안 했었어?”

학교 정문 앞에 우뚝 멈춰 선 상우가 울상을 지었다. 좆됐다. 나 뭐 잘못한 거 맞네. 근데 그게 뭔지 나만 모르네. 진짜 괴롭히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어쩜 이렇게 참신한 방법으로 말려 죽일 생각을 하셨을까.

[사장님…… 잘못했어요.]

상우는 일단 빌었다.

“잘못했어?”

[네…… 죄송해요.]

“죄송해?”

재현도 슬슬 뭔가 이상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상우의 반응이 재밌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인터넷에서 본 건 역시 믿으면 안 안 되나 보다.

[사장님, 근데 저 뭐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모르겠어?”

[아으…… 그 다시 묻는 거 그만하시면 안 돼요? 뭔지 알려 주시면 제가 고칠게요.]

“고칠 거야?”

악! 상우는 학교 앞만 아니면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전부터 엄청 쪼네. 너 잘못한 거 없어. 시험 잘 봐.”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가 기계 너머에서 울리더니 전화가 툭 끊겼다.

“와…… 진짜 미친놈 아니야, 이거?”

안 그래도 새벽까지 족보를 달달 외우느라 수면 부족으로 멍한 머리가 더 뿌옇게 변했다. 만약 오늘 시험을 망친다면 그건 99%, 아니 100% 재현의 탓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쫄아서 열심히 사과한 게 쪽팔려서 상우는 단과대 건물까지 후다닥 뛰어갔다.

이번 학기의 마지막 기말 공부를 시작하기 전 상우는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재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 한 전화로 연락 1회는 채운 것 같았지만, 괜히 책잡히기 싫어서 하는 수 없이 거는 전화였다.

[응.]

전화 받는 것도 꼭 저답다. 응, 한 마디 후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오늘의 연락입니다.”

[기특하네. 낮에 전화해서 연락 안 할 줄 알았는데.]

아, 역시 전화하지 말 걸 그랬나. 작은 후회가 들었다.

“낮에는 왜 그러신 거예요?”

[그냥. 실험.]

“그 실험 덕분에 저는 오늘 시험 완전히 망쳤어요.”

상우의 투덜거림에 재현이 피식 웃었다.

[공부 안 한 네 탓을 해야지.]

“사장님 성격 진짜 이상한 거 아시죠?”

재현은 ‘알아’라고 대답하며 파자마 바지 속으로 손을 쑥 넣었다. 상우와 통화할 때마다 자위하는 게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목소리 조금 들었다고 자지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낮에도 상우를 놀리면서 발기하는 바람에 조금 곤란했다.

[오늘은 무슨 얘기 할 건데?]

재현의 손바닥이 천천히 움직이며 성기를 예열시켰다.

“아, 맞다. 사장님 메시지요.”

[내 메시지?]

“네. 너무 성의 없으신 거 아니에요?”

[성의가 없다라…….]

“적어도 대화는 이어지게 답장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음. 재현의 손가락이 점점 단단해지는 자지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투덜투덜거리는 목소리도 귀엽네.

[예를 들어 봐. 오늘은 뭐라고 답장했어야 해?]

“음. 제가 오늘 완전 춥다고 그랬으니까. 그럼 뭐, 옷은 따뜻하게 입고 갔냐,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라 이런 말 있잖아요.”

[아…… 그런 거.]

재현의 목소리가 탁하게 낮아져 있었다. 어라. 이 목소리 분명히 아는 목소리인데. 이거 흥분했을 때 더 낮게 깔리는 목소리 아닌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럴 리 없겠지만, 어디선가 재현의 달달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그 냄새를 떠올리자 상우의 자지가 찌뿌둥하게 당겨 왔다.

[상우야, 옷은 따뜻하게 입고 갔어?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지.]

헉. 이거 왜 이래. 재현의 낮고 다정한 말을 듣자마자 아랫도리로 피가 확 몰렸다.

[……이렇게?]

“아, 네네. 네, 맞아요. 네…….”

[‘네’를 몇 번을 하는 거야.]

흠흠, 상우가 괜히 헛기침을 했다. 매주 질려서 생각만 해도 몸서리칠 때까지 하다가 지난주에는 두 번밖에 안 해서 아쉬웠던 걸까. 따지고 보면 그 두 번도 재현에게나 두 번이었지 상우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바지 위로 가라앉지 않는 주니어를 손으로 꾹 누르던 상우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얼른 끊고 한 발 빼야지. 목소리만 듣고 발기하다니 변태도 이런 변태가 따로 없었다.

“사장님 저 이제 공부하러 갈게요.”

[벌써?]

재현의 자지는 아직 프리컴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 상태로 끊으면 상상에 의존해 빼야 하는데. 이미 상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위하는데 맛들린 재현은 지금 전화를 끊기가 아쉬웠다.

[내일이 기말 마지막 날이지?]

아, 왜 지금 이 순간에 대화를 이어 가려고 하시는 건가요. 상우는 제 마음도 몰라주는 재현이 야속했지만 지금 한 발 빼러 가야 한다는 말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네. 내일 끝나요.”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상우가 침을 꼴딱 삼켰다. 지금 꼴린 거 티 났나? 우리 사이에 할 거는 하나밖에 없는데.

“하고…… 싶은 거요……?”

[그래. 먹고 싶은 거라든지, 가고 싶은 데라든지.]

하고 싶은 건 섹스요, 먹고 싶은 건 정액이요, 가고 싶은 곳은 사장님네 집이요. 사실대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막기 위해 상우는 이를 악물었다.

“술 마시고 싶어요.”

상우는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술?]

천천히 자지를 쓰다듬던 재현의 손이 멈췄다.

“네. 비싼 술.”

굳이 비싼 술이라고 강조하는 상우의 말에 재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상우의 머릿속에 든 비싼 술의 정의가 뭔지 궁금하긴 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재현이 생각하는 비싼 술보다는 저렴할 것이다.

[그래. 비싼 술 먹자.]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를 들으며 상우는 허벅지를 꼬집었다. 드라마 같은데 보면 성욕을 참기 힘들 때 허벅지를 꼬집던데. 현실은 다른 건지 빨개질 정도로 꼬집어도 한번 기상한 좆 대가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건 결국 빼야지 진정될 일이었다.

“네! 저 이제 진짜 끊어요!”

재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상우가 잽싸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

단단해진 자지를 위아래로 훑던 재현은 갑자기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흥이 식어 손을 빼고 말았다. 지금은 별 감흥 없이 좆을 쓰다듬는 것보다 상우에게 내일 뭘 먹일지나 고민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술이라. 재현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처음 만난 날, 완전히 술에 꼴아서 맛있다고 정액을 더 먹고 싶다고 속삭이던 얼굴이 떠올랐다. 술을 마시면 속에 있는 말을 죄다 꺼내 놓는 스타일인가? 그렇다면 내일은 재현에게 절호의 찬스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일단 그놈의 비싼 술을 잔뜩 먹이고 취하면 살살 꼬드겨서 고백하게 만들어야지. 술에 취한 채 발갛게 달아올라 고백하는 상우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점점 작아져 가던 자지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재현의 손이 다시 슬그머니 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만난 날 상우가 어떻게 좆을 물었더라. 강아지처럼 빼꼼빼꼼 핥아 대는 게 귀여웠는데. 그때는 왜 귀엽다고 생각을 안 했지. 그 미숙함을 더 즐겼어야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재현이 알려 준 방식에 익어서 나름대로 능숙하게 좋아하는 곳만 공략하는 게 못내 아쉬웠다. 물론 싫다는 건 아니고. 재현이 파자마 바지를 쑥 내리고 자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조용한 방 안에서 탁탁탁, 단단한 기둥과 손바닥이 마찰하는 소리가 울렸다. 어느새 삐죽 비집고 나온 프리컴이 재현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적셨다.

“후으…….”

재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왼손으로 치덕치덕거리던 재현은 곧 사정이 가까워지는 느낌에 얼른 손을 바꿨다. 워낙 큰 자지를 소유한 재현은 오른손으로만 자위하다가 오른쪽 팔만 비대하게 커졌던 경험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양손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였다. 

뿌리를 압박하는 왼손과 축축하게 젖은 귀두를 자극하는 오른손의 환상적인 콜라보. 그리고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사장님, 좋아해요, 하며 매달리는 상우 덕분에 재현은 오늘도 무사히 정액을 뿌려 댈 수 있었다.

<기브 미 스위츠!> 2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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