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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5. 좋아한다고 말해 봐(2) (5/11)

5. 좋아한다고 말해 봐(2)

가야호텔 근처에서 상우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서성거리고 있었다. 재현을 만나게 해 달라며 울고불고 난리 친 후에 아무 생각 없이 호텔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어쩐지 직원들이 저를 알아보는 눈치였다. 저거 그때 그 진상 손님 아니야? 아, 사장님한테 울면서 매달렸던 사람? 그날 상우는 얼굴을 가리고 사장실로 후다닥 들어갔었다.

[어디야.]

그랬는데 오늘 또 재현이 굳이 호텔로 오라고 시킨 것이다. 시키니 하는 수 없이 오기는 했지만, 도저히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근처만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약속 시각이 지나도록 도착했다는 연락 없는 상우에게 재현이 메시지를 보냈다.

[사장님, 꼭 거기서 봐야 해요? 직장인데 안 불편하세요?]

[내가 사장인데 왜 불편해. 불편하면 직원이지.]

[사장님이 계속 남아 있으면 직원들은 싫어할 거예요.]

[그럼 때려치우라지.]

하. 말이 안 통하네.

[그래서 어딘데.]

재현의 재촉이 시작됐다. 어딘데, 어디냐고, 어디냐니까, 읽고 대답을 안 해?, 죽을래?, 죽는다, 빨리 대답해. 어디냐는 물음이 목숨에 대한 협박으로 변질될 때쯤 상우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위치를 밝혔다.

[저 아까부터 호텔 앞인데 못 들어가겠어요.]

재현은 메시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어 상우의 답장만 읽고 또 읽었다. 아까부터 이 앞이면 왜 못 들어온다는 거지? 누가 막는 것도 아닐 텐데. 아무리 대가리를 굴려 봐도 못 들어올 이유가 없었다.

[거기서 딱 대기해.]

어쩔 수 없지. 잡아서 끌고 들어오는 수밖에.

별생각 없이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나온 재현은 뽀얗게 나는 입김에 씨발, 작게 욕을 내뱉었다. 이 추위에 호텔 밖까지 모시러 나오게 만든 그 깜찍한 낯짝 좀 얼른 봐야겠다 싶어 두리번거리다가 호텔 앞 8차선 도로 건너편에서 빼꼼히 저를 쳐다보는 상우를 발견했다. 곰처럼 패딩에 목도리까지 꽁꽁 싸매 입은 주제에 저에게 건너오라고 손짓하는 꼴을 보고 재현은 기가 막혔다. 버릇을 잘못 들였네.

딱 대기하라고 말한 죄가 있어 결국 재현은 얇은 정장 재킷만 걸친 채 횡단보도가 있는 사거리 끝까지 걸어가 신호가 바뀌길 기다려서 길을 건넜다.

왜 안 들어오고 여기서 시위해? 나랑 지금 장난해? 너 이 새끼 누가 건방지게 오라 가라 손짓하래. 쏟아 낼 마음속 말이 차고 넘쳤지만, 상우가 가까워질수록 삐죽빼죽하던 마음의 소리들이 희미해졌다. 상우에게 다가간 재현이 처음으로 꺼낸 말은 결국.

“오늘 시험은. 잘 봤어?”

였다. 재현의 말에 상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한마디 들을 줄 알았는데. 길 건너에 있을 거라 생각도 안 했는지 겉옷도 없이 나온 재현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조금 떨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상우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재현이 씩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손을 빼 상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근데 나 추워서 뒤질 거 같거든? 곱게 들어가자?”

재현의 말에 상우가 냉큼 칭칭 감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재현의 목에 둘둘 말았다. 내가 먹을 음식의 신선도는 내가 챙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이왕 벗어 줄 거면 패딩을 벗어 줘라.”

입으로는 툴툴거리면서도 상우의 행동이 꽤 맘에 들었는지 재현은 고개를 조금 숙여 목도리에 코까지 묻었다. 숨을 쉴 때마다 포근한 털실 냄새 사이에 상우의 냄새가 섞여들었다. 목도리가 사라져 휑하게 드러난 상우의 목덜미에 재현은 가볍게 흥분했다. 얼른 술이나 왕창 먹이고 저 흰 목덜미에 빨갛게 잇자국을 내고 싶었다.

“또또. 이상한 생각.”

상우의 타박에도 기분이 좋아진 재현은 눈을 가늘게 하며 웃는 게 다였다. 야한 생각 하는 걸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걸 보면 단내가 난다는 말이 사실인 걸까?

“알았어. 들어가자.”

“사장님, 진짜 딴 데로 가면 안 돼요?”

“비싼 술 사 달라며. 우리 호텔만큼 가성비 나쁘게 술 마실 곳 찾기 힘든데.”

자랑인지 자학인지 모를 말에 상우가 입을 떡 벌렸다. 그냥 좋은 술을 마시자는 의미였지, 가성비 나쁘게 사치를 부리고 싶다고 얘기한 건 아니었다.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상우를 향해 재현이 눈썹을 찡그렸다.

“왜. 뭐가 맘에 안 드는데.”

“그게…… 직원분들이 저 알아보는 거 같아서요…….”

“걔네가 널 어떻게 알아.”

“전에 로비에서 울고불고 난리 쳤잖아요.”

아, 재현이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건 사실이지만, 호텔에 진상 고객이 한두 명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달 전 일인데 누가 상우의 얼굴을 기억할까.

“너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아무도 네 얼굴 기억 못 해.”

재현은 상우의 쓸데없는 생각 때문에 여기까지 떨면서 걸어온 게 억울할 지경이었다.

“그랬다가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어떡해요!”

그 쓸데없는 생각이 나름 진지한 건지 상우가 벌컥 목소리를 높였다.

“알아보는 직원 있으면 자르기라도 할까?”

“네.”

역시 사장 자리가 좋네, 하고 생각하며 상우가 얼른 대답했다.

“미쳤어? 너 근로기준법 몰라? 그거 부당해고야. 그랬다가 기사 나.”

“뭐예요. 다 해 줄 것처럼 말하더니.”

“하……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따라와.”

추위와 싸우며 말도 안 되는 논쟁을 하는 것에 지친 재현이 돌아섰다. 상우도 계속 투덜투덜거리며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아갔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서 주차 안내를 해 주시는 직원이 힐끔 상우를 쳐다봤고, 로비에서는 벨보이가 위아래로 훑었다. 프런트 데스크에 있는 직원들은 갑자기 귓속말을 속닥거리는 게 제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괜히 눈치가 보였다.

“사장님…….”

상우의 조그마한 부름에 재현이 뒤를 돌아봤다. 자기가 뭐 연예인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게 더 수상해 보이는데.

“나랑 같이 들어와서 그래. 아무도 너 몰라.”

재현은 냉정하게 말하고 호텔 바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재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무렴. 사장이랑 같이 들어오는 사람한테 완전히 무관심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상우는 그제야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고 재현을 따라갔다.

하지만 당당한 표정으로 바 테이블에 앉은 상우는 덜컥 절망했다.

“어? 사장님. 이분, 전에 로비에서…….”

눈치를 밥 말아 먹은 바텐더는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죽일 듯이 노려보는 재현의 눈빛에, 그리고 으아아 하며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 상우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아, 이거 봐요. 다 기억하신다고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상우가 웅얼웅얼 말했다.

“너는 왜 쓸데없는 말을 하냐.”

호텔 직원이 무려 고객을 앞에 두고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다니. 그동안 친하다고 너무 많이 봐줬다. 다음 주에 출근하자마자 인사팀장 불러다 직원 교육 다시 하라고 시켜야겠네. 재현은 사납게 말하며 귀엽게도 어찌할 줄 모르는 상우를 바라봤다. 가려지지 않은 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오늘 밤에는 저 귀에도 잇자국을 내야지. 어떻게 된 놈이 귀도 귀엽냐.

상우의 발이 테이블 아래에서 재현의 발목을 콱 찼다. 아, 야한 생각은 잠깐도 하지 말라는 건가. 저랑 있으면서 그게 가능할 거라고 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재현의 손이 상우의 머리카락을 달래듯 조심조심 쓰다듬었다.

“쟤 자를까? 쟤 그냥 잘라도 돼. 지금 당장 나가라고 할까?”

여전히 얼굴을 가린 상우가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이젠 재현이 부당해고로 신문에 나든 말든 상관없었다. 다 망해 버려라. 재현도 호텔도 다, 전부 다!

바텐더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사장님이 입으로는 저를 자르네 마네 하며 새파랗게 어린 남자애를 꿀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것도 웃겼고, 그 말에 냉큼 고개를 끄덕이는 손님도 황당했다. ……어? 새파랗게 어린……? 꿀이 뚝뚝……? 사장님한테 돈도 필요 없으니 자지를 빨게 해 달라고 했던 그 미친 꽃뱀!? 여자도 아니었어, 심지어!?

“봤지? 너 나가래.”

재현이 바텐더를 향해 턱을 까닥했다. 나가라면서도 피식피식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을 보니 진짜 나갈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아주 좋아 죽네, 좋아 죽어. 아무리 농담이어도 남의 밥줄 끊는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다니. 적당히 둘러대고 상황을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잘생기셔서 기억하는 거예요. 워낙 제 취향이셔서.”

뒤에 말은 괜히 붙였나. 그 말에 손 좀 치워 보라고 상우를 어르고 달래던 재현의 눈빛이 싸악 변했다. 재현이 상우의 손 위에 제 손을 덮었다. 답답함에 상우가 손을 내리려고 해도 재현이 꾸욱 손에 힘을 줘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아니, 관심 없으시다면서요. 안 좋아하신다면서요. 저 친구가 사장님을 좋아하는 거라면서요. 손에 잡힐 것처럼 선명하게 드러나는 재현의 독점욕에 바텐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장님, 저 이제 숨 막히는데…….”

손바닥에 가로막힌 상우의 말이 작게 울리며 들려왔다.

“얘 답답하대. 손 치우게 고개 돌려.”

바텐더가 어깨를 으쓱했다.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요, 뭘.”

“닳아. 닳으니까 보지 마.”

유치한 재현의 대꾸에 팔뚝을 타고 소름이 후드득 돋았다. 한 번은 실수로 들었다고 쳐도, 두 번은 들어 주기 힘든 표현이었다. 뉴 밀레니엄 시절 인터넷 소설도 지금의 재현보다는 덜 유치 뽕짝이었을 것이다. 저런 감성으로 연애 비스무리한 걸 하고 있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상우의 얼굴을 가린 재현과 고개를 돌리지 않는 바텐더의 미묘한 대치를 끝낸 것은 상우였다.

“사장님. 근데 저 밥부터 먹어야 술맛을 아는데요.”

“아, 그러네. 내 방에 잠깐 갔다 올까?”

재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헤벌쭉해지면서 마침내 상우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워 주었다. 상우가 제 손을 내리는 순간 재현은 싱글벙글하던 얼굴을 감추고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가증스러운 재현의 모습에 바텐더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밥과 술맛과 사장실의 관계성을 알 리 없는 바텐더는 이해가 안 되는 둘의 대화를 듣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잘 빨길래 사장님이 저렇게 쪽도 못 쓰고 살살 기는 걸까.

바텐더가 더 궁금해하기도 전에 서로 바라보며 눈짓을 하던 재현과 상우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는 둘의 뒷모습에서 재현의 손이 은근슬쩍 상우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걸 본 것 같았지만,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아 바텐더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너무 티 내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남의 연애사에 끼어들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하러 가는 것처럼 사라졌던 재현과 상우는 저녁을 먹었다기에는 짧은 시간 후 돌아왔다. 재현은 아까보다 더 기분이 좋아 보였고, 상우는 어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바텐더는 둘이 뭘 하고 왔는지 충분히 짐작됐다. 밥 먹는다는 게 둘만의 약속된 은어였나 보네. 갑자기 징그러운 상상이 밀려 오는 바람에 바텐더는 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평소 같았으면 월급에서 깐다고 한소리 했을 법한 재현은 상우에게 홀라당 빠져 흘낏 쳐다보기만 했다.

와, 사장님 진짜 연애하나 보네. 이 무시무시 사실을 소문내고 싶어도 아웃팅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집에 가서 강아지한테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재현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상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장면 낯이 익은데. 취했는지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미 고주망태가 된 상우는 바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촌스러운 체크 셔츠 위에 재현이 사준 네이비색 톰브라운 카디건을 입은 상우의 옆에는 온갖 종류의 칵테일 잔이 주르륵 놓여 있었다. 상우는 칵테일을 종류별로 다 마셔 보고 싶다 해 놓고 그 호기로운 여정의 끝을 보지 못한 채 쓰러졌다.

재현이 상우의 동그란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저기요, 손님.”

처음 상우에게 걸었던 말이었다. 그때의 퉁명스러운 말투와 달리 지금은 웃음기를 가득 머금고 있지만.

상우는 으응, 하며 여전히 고개를 박은 채 도리질했다. 그러다가 이마에 발갛게 자국 남을 텐데. 잘못 쓸려서 상처라도 남으면 어쩌나.

“상우야, 일어나 봐.”

걱정되는 마음에 재현이 상우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깨웠다.

“네에…… 사장님…….”

잔뜩 취한 상태에서도 재현의 말에 열심히 대답하며 상우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게 최선이었는지 눈은 뜨지도 못하고 뺨을 테이블 위에 꾸욱 누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테이블에 계속 대고 있던 이마에는 닿은 부분만 동그란 모양으로 빨갛게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자국이 귀여워서 재현은 손가락으로 가만히 쓸어 보았다. 오늘도, 상우의 얼굴은 재현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마 위 자국을 쓰다듬던 손가락은 그림자가 질 정도로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톡 건드렸고, 반듯한 콧날을 따라 미끄러졌다. 간지러운지 상우가 콧잔등을 찡그렸다. 콧망울 끝을 지나친 손가락이 상우의 통통한 입술 위에 안착했다. 말랑말랑. 상우가 입술을 오물오물할 때마다 그 위에 얹어진 손가락을 타고 옅은 진동이 느껴졌다. 아까 사장실로 데려가자마자 여기에 허겁지겁 자지를 처박았는데. 여전히 버거워하면서도 이제는 이도 세우지 않고 잘 받아먹던 게 떠올랐다.

그래. 같은 거 달린 사내새끼면 어떠하리. 이렇게 사랑스러운 것을.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집에 보내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 눈꼴 시린 장면을 지켜보던 바텐더가 한마디 했다. 보내긴 어딜 보내. 안 그래도 이제 방학이니 더 자주 볼까 고민 중인데. 어디 여행이라도 데려갈까. 아니다, 아예 방학 기간 내내 우리 집에서 데리고 살까.

“방 잡았어.”

“숨기실 생각도 없으신가 보네요.”

“티 나냐?”

“네. 엄청 나요.”

티 나냐고 묻는 거 자체가 어처구니없었다. 그나마 물어볼 정신이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괜찮아. 남들은 그냥 아는 동생 재워 준다 정도만 생각하겠지.”

“남들은 그냥 아는 동생을 그렇게 만지지 않거든요?”

그러냐, 하면서도 재현의 손가락은 상우의 뺨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보다 젖살이 더 빠진 것 같기도 하고. 나름대로 잘 먹이는데 아쉽네.

“고백하셨어요? 사귀시는 거예요?”

재현이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직. 오늘 고백받으려고.”

바텐더가 힐끔 상우를 곁눈질했다. ‘고백하려고’가 아니라 ‘고백받으려고’라니. 저렇게 취한 상대에게 우리 사장님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가. 보아하니 고백받는 거보다 재현이 무릎 꿇고 제발 사귀어 달라고 질척질척하게 매달리며 고백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이제 술 더 못 드실 거 같은데 데리고 올라가세요.”

재현은 마치 제 것인 양 상우의 목도리를 둘둘 감더니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우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한 손에는 야무지게 상우의 두꺼운 패딩과 백팩을, 다른 한 손은 상우의 허리를 꽉 붙잡는 모습이,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바텐더의 눈에는 정말 힘들어 보였다.

“도와드려요?”

“됐어.”

엘리베이터에서 뽀뽀할 건데 어딜 따라오려고. 양손 가득 짐을 들고도 싱글벙글하는 재현의 얼굴이 굉장히 즐거워 보여서 바텐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상우의 얼굴 여기저기에 입술을 누르던 재현은 상우를 질질 끌어 호텔 방 앞까지 데려왔다. 당장 급해서 조심스럽게 다뤄 줄 여유가 없었다. 방문을 열고 카드키를 꽂자 어둡던 방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깨끗하게 정리된 스위트룸 거실의 통유리창에는 시티뷰가 반짝반짝 펼쳐져 있었다. 상우가 깨어 있었다면 우와, 하고 한마디 정도는 해 줬을 텐데. 재현은 좋아하는 상우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양손 가득 들고 있던 짐을 내팽개친 재현은 상우를 번쩍 들어 아기처럼 안았다. 취해서 비몽사몽인 와중에도 상우는 습관처럼 팔과 다리를 재현의 몸에 감았다. 그게 뭐라고 기특해서 재현은 상우의 엉덩이를 받친 손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며 조급한 발걸음으로 거실을 지나쳐 침실로 직행했다.

푹신한 침대 위에 눕혀진 상우가 재현을 꼭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편하게 옷 벗기라고 배려해 주는 건가. 상우의 목 위에 입술을 꾹꾹 누를 때마다 간지러웠는지 늘어진 몸이 가볍게 떨렸다. 취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상우가 잠들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재현의 입에서 귀엽다, 예쁘다 하는 소리가 술술 튀어나왔다.

“……으응…… 맛있는 냄새…….”

상우의 목소리에 점점 아래로 내려가던 재현의 몸이 불쑥 위로 올라왔다.

“맛있는 냄새 나?”

술 좀 깼나 싶어서 물어봤지만, 아직 굳게 눈을 감은 채로 음냐음냐, 하는 걸 보니 일어나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았다. 재현이 상우의 카디건을 벗겨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잠시 곱게 걸어놔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에이, 내가 사 준 건데 뭐 어때, 뭐라고 하면 또 사 주면 되지, 하고 신경을 껐다. 가늘고 낭창낭창한 것과는 거리가 먼 직선으로 이루어진 몸이었다. 상우를 만나면서 체형에 대한 취향도 바뀐 건지 이 딱딱한 몸을 얼른 만지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재현은 직각으로 떨어지는 상우의 어깨 끝에 입을 가볍게 맞췄다. 곧게 뻗은 쇄골 위에서 이를 한번 세우자 취해서 잠든 몸이 흠칫, 떨려 왔다. 옅게 남은 잇자국 위에 입술을 꾹 눌렀다가 밋밋한 가슴 위로 내려왔다. 귀엽게도 발딱 일어나서 존재감을 자랑하는 조그만 돌기를 혀로 핥았다.

신경 써서 혀의 위치를 잡지 않으면 어디 있는지 놓칠 만큼 작았던 유두는 이제 혀로 동그랗게 덧그릴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하으…….”

제법 가슴으로도 느끼게 된 상우의 입에서 달뜬 숨이 새어 나왔다. 개발하는 보람이 있네. 여기서 젖이라도 나오면 존나 야하겠다. 불가능한 생각을 하면서 재현은 혀에 힘을 주어 기특한 돌기를 꾹 눌러 주었다. 상우가 잠결에 제 손가락을 가져와 재현의 혀 아래를 파고들더니 가슴 위를 긁었다. 신나게 맛보고 있던 곳이 손가락으로 가려진 것은 불만이었지만, 부풀어 오른 가슴을 직접 만지는 모습이 나름대로 야해서 재현은 실실 웃으며 손가락 위에 쪽, 입을 맞추고 상체를 일으켰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가슴을 살짝 꼬집은 손가락이 굴곡 없는 옆구리를 따라 쓸어내려지고, 바지 버클 위로 안착했다. 처음 벗기는 것도 아니면서 술에 취해 자는 상대를 건드린다는 배덕감에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 아직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이었다.

재현이 상우의 바지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환하게 켜진 불 때문에 상우의 속옷이 이미 동그랗게 젖어 있는 게 그대로 보였다. 재현의 손가락이 젖은 자국 위를 톡톡 건드렸다. 우리 변태 새끼, 진짜 잘 느껴. 예쁘게. 가벼운 자극에도 상우의 자지에 힘이 들어가 속옷이 위로 더 들렸다. 재현은 상우의 드로즈는 그냥 둔 채로 바지만 쑥 벗겨 냈다. 홀딱 벗은 거보다 이게 더 자극적이고 귀여웠다.

잠시 상우의 몸을 감상하던 재현은 아무리 술에 취했다지만 이렇게 다 벗길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 상우가 못마땅해졌다. 아직 넥타이조차 풀지 않은 재현이 상우의 몸 위를 완전히 덮으며 엎드렸다. 허벅지로 뜨겁게 달아오른 상우의 자지를 은근슬쩍 문지를 때마다 움찔움찔 하얀 몸이 떨렸다.

“박상우, 너 깼는데 자는 척하는 거 아니야?”

재현이 상우의 귓바퀴를 콱 깨물었다.

“으응…….”

완전히 인사불성이 된 상우는 귀찮다는 듯 고개만 휙 돌렸다.

“안 일어나면 확 잡아먹는다?”

재현의 목소리가 소곤소곤 상우의 귀에 울렸다. 먹는다는 말에 반응한 상우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아, 그냥 술 적당히 마시게 할걸. 재현은 결국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걸고 바닥에 내팽개친 상우의 옷도 걸어 주고 돌아온 재현은 픽 웃어 버렸다. 술에 취해서도 발기한 좆이 불편했는지 상우의 손이 드로즈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재현은 냉큼 챙겨 입었던 가운을 벗어 던졌다. 자고 있으면 뭐, 어쩔 건데.

재현은 손을 뻗어 얇은 천 위로 상우의 자지를 움켜쥐었다. 정확히는 본능을 따라 문지르고 있는 상우의 손 위를 덮었다. 갑작스레 자극이 강해졌는지 상우의 허리가 들썩거렸다. 축축해진 속옷을 끌어내리자 선액으로 번들거리는 뽀얀 귀두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상우의 손가락도 미끌미끌하게 젖어 있었다.

“아흐으…….”

재현의 검지가 상우의 요도를 누르며 살살 둥글게 만져 주자 참기 힘든지 엉덩이가 씰룩씰룩 좌우로 흔들렸다. 손가락을 떨어뜨릴 때마다 끈적한 체액이 따라오면서 늘어지다가 끊어졌다. 아무리 상우가 귀여워도 이건 아닌데. 이건 정말 아닌데. 재현은 무슨 맛일지 궁금해지고 말았다. 매번 상우가 눈물까지 흘려 가며 제 좆을 맛있게 먹었던 걸 생각하면 진짜 단맛이 날지도 몰랐다. 남의 자지가 맛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재현은 호기심에 져 버리고 말았다.

뾰족하게 세워진 재현의 혀가 천천히 상우의 자지를 향해 다가갔다. 바들바들 떨면서 내려간 재현의 혀가 마침내 상우의 요도 끝에 닿았다. 재현은 눈을 질끈 감고 혓바닥으로 상우의 동그란 귀두를 싸악 핥아 올렸다.

“하…….”

자괴감에 한숨 섞인 탄식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사내새끼 좆이 맛있을 리가. 약간 짭짤한 그 맛은 입이 찢어져도 달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문제는 상우의 자지가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물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신이었다. 진짜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맛보고 그만두자 생각하며 재현은 상우의 귀두를 입에 물었다.

재현의 혀가 조심스럽게 상우의 자지 끝을 문질렀다. 미끈하고 짠 액체가 울컥 새어 나오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제 그만 일어나야 하는데 머릿속 생각과 달리 재현의 입은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었다.

“아흑, 흐…….”

머리 위에서 들리는 상우의 작은 신음도 재현의 행동을 부추겼다. 상우의 자지를 끝까지 물었던 재현이 다시 천천히 미끄러지며 뱉어냈다. 재현의 혀도 부지런히 상우의 매끈한 기둥을 쓸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재현의 머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상우의 자지를 정신없이 빨던 재현이 움직임을 멈춘 건.

“으읏…… 사장님……?”

잠에서 깬 상우의 목소리가 저를 불렀을 때였다.

처음에는 간질간질한 느낌에 눈을 깜빡깜빡 떴던 상우는 이내 이 느낌이 간지러움의 차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잠에서 깼다. 멍한 머리로 주니어를 바라봤을 때는 단정한 머리통밖에 보이지 않았다. 달달한 냄새. 뭐 하시는 거냐고 묻고 싶어져서 재현을 불러 보았지만, 머리통의 주인은 잠깐 움찔할 뿐 고개를 들지 않았다.

상우는 덜컥 겁이 났다. 이 단내의 정체는 사장님이 분명한데, 술에 취해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머릿속에 혹시 사장님이 아니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일었다. 게다가 지금 옆으로 구르면서 봐도, 뒤로 구르면서 봐도 자신은 펠라를 받는 중이었다. 사장님이? 사장님이 입으로 해 준다고?

상우가 아는 재현은 절대 남의 좆을 입에 물 리가 없었다. 따뜻한 입속에 머무르고 있는 자지는 상대가 누구여도 괜찮은 건지 맑은 물을 퐁퐁 쏟아 냈다.

“으…… 누구세요…….”

울먹임 섞인 목소리에 모른 척 계속 상우의 자지를 빨던 재현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누구냐니. 저를 잡아먹을 사람이 자기 말고 더 있나. 재현은 상우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혀를 움직였다. 쭉 빨아들일 때마다 허리를 바들바들 떨고 귀두 아랫부분을 혓바닥으로 꾸욱 눌러 줄 때마다 우는 소리를 냈다.

“싫어요…… 으읏, 사장님…… 사장님 어디 있어요…….”

어디 있긴, 여기 있지. 이 변태 새끼는 취해서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설마 모르는 사람한테 덮쳐지는 줄 아는 건가? 재현이 상우의 자지를 깊숙이 물었다. 츄웁, 하는 물기 어린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하악……!”

상우는 자극적인 감각에 쭈뼛 소름이 돋았다. 이대로는 안 됐다. 사장님이면 다행이지만 만약, 정말 만약 사장님이 아니라면. 아니지. 안될 건 또 뭐람? 사장님은 입으로 해 주지도 않는데, 지금이 아니면 나는 언제 펠라를 받아 보겠나. 생각하길 포기하고 팔다리를 축 늘어트려 봤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찝찝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저기요…… 그만하시면 안 돼요……?”

소중한 자지가 물려 있어서 차마 함부로 대하지 못하던 상우는 용기를 내 손을 뻗어 상대의 어깨를 꾹꾹 밀었다. 그러다 밀어도 밀리지 않는 몸에 오기가 생겨 단정한 머리카락을 확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아무리 재현의 밑에서 앙앙거리며 울어 댔다 한들 일단 저도 남자인데 이 정도 반항할 힘은 있었다.

“아.”

낮은 신음과 함께 밝은 불빛 아래에 재현의 찡그린 얼굴이 드러났다. 헉. 모르는 사람인 것보다 이게 더 곤란한데. 상우는 재빨리 다시 재현의 머리를 사타구니 쪽으로 꾹 눌렀다. 달달한 냄새 하며 몸의 형태 하며 재현이 분명했는데 왜 아닐 수도 있다 생각한 걸까. 취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릿속이 빙글빙글 어지러워졌다.

“손 좀 놓지?”

상우는 그제야 재현의 머리카락을 쥐고 있던 손을 풀었다. 불쑥 얼굴 앞으로 다가온 재현의 얼굴은 상우가 걱정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다. 입술이 비스듬하게 올라간 게 조금 기분 좋아 보이기도 하고.

“박상우. 나 말고 다른 사람이면 싫어?”

“윽…….”

상우는 쪽팔림이 밀려 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바로 재현의 손에 볼이 붙잡혀 재현을 마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응? 말해 봐. 내가 아니면 싫어?”

네, 싫어요. 그 한마디면 상황이 정리될 텐데, 술로 엉망진창인 상우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섞여 버렸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재현이라서 다행이다, 그렇게 불러 댔는데 본인이라고 한 마디만 해 주지, 머리채를 잡아 뜯었는데 나에게 남은 건 죽음뿐인가, 무슨 바람이 들어서 내 좆을 물고 있었던 거지?

그리고 상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중에 가장 중요하지 않은 말이었다.

“왜…… 왜 사장님만 맛있는 거 먹어요……?”

“뭐?”

재현이 결국 참고 있던 웃음을 픽 흘려 버렸다.

“저도 주세요…… 맛있는 거.”

한번 터져 나온 마음속 말은 뇌를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뱉어지기 시작했다.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저를 바라보며 맛있는 거를 달라니. 이 요망한 놈을 제가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재현은 붕어처럼 뻐끔뻐끔거리는 상우의 입술에 쪽, 입을 맞췄다.

“아흑…….”

상우의 뽀얀 엉덩이가 재현의 코앞에서 바들바들 떨렸다. 젤을 하도 들이부어 손가락을 잡아먹고 있는 구멍에서 질척질척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커다랗고 푹신한 호텔 베개에 기댄 재현은 상우의 구멍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곳은 대견할 정도로 벌어져 손가락을 세 개째 잡아먹고 있었다. 바짝 선 상우의 자지 끝에서 흘러나온 물이 재현의 가슴 위에 고여 있다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재현의 새끼손가락이 은근히 구멍 입구를 문질렀다.

“으응…….”

해야 할 일을 잊은 상우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저도 맛있는 거 먹겠다고 조를 때는 언제고. 상우는 가만히 엉덩이를 들고 있는 것도 벅차다는 듯이 재현의 자지를 꼭 붙잡고만 있었다. 재현의 새끼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며 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으, 안 돼…… 망가져요…….”

하도 잘 풀어져서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가든 두 개 더 들어가든 모를 줄 알았는데. 귀신같이 알아챈 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 건지 재현의 자지에 얼굴을 비비는 건지.

“잘하면 주먹도 들어가겠어.”

잔뜩 오므리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네 개나 들어가지 않았는가. 재현이 움츠리고 있던 손가락을 서서히 벌렸다.

“히익, 안 돼! 진짜 안 돼요!”

상우가 기겁하고는 허리를 들썩거리며 도망갔다. 진짜 싫은 게 맞는 건가? 재현은 상우의 자지가 쓸고 지나간 가슴팍 위에 길게 남은 체액을 내려다보았다. 말은 안 된다면서 질질 흘려 대기는. 상우가 급하게 도망가는 바람에 재현의 손가락이 전부 빠져나왔다. 동그랗게 벌어진 근육은 채 다물어지지 않고 빨간 속살을 내비쳤다.

“하…… 시발…….”

재현의 입술 사이로 감탄의 욕설이 흘렀다. 원래 이렇게 벌어지는 건가? 평소에 내 걸 물고 나면 이거보다 더 벌어지는 건가? 처박기 딱 좋게 벌어진 구멍이 너무 야해서 재현은 아무것도 못한 채 서서히 줄어드는 균열을 바라만 봤다.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두근하고 빨라진 혈액순환을 증명하듯 재현의 좆이 위아래로 꺼떡거리며 상우의 뺨을 짓눌렀다. 당장 저 구멍 안으로 좆을 쑤셔 넣으면 정신도 못 차리고 상우를 몰아붙이게 될 것 같아 재현은 애써 숨을 골랐다. 조금만 진정하려고 아무리 노력해 봐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큰일이네.”

재현의 낮은 속삭임에 상우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손가락을 잔뜩 쑤셔넣었던 구멍을 심각한 얼굴로 빤히 보면서 큰일이라고 말하니 덜컥 겁이 났다. 그러게 제가 망가진다고 그랬잖아요! 상우의 머릿속에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이 한데 뒤섞였다. 막상 거기가 망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 더욱 두려웠다. 피가 나는 걸까? 벌어져서 안 닫히는 걸까? 피야 멎으면 되지만 후자는 남은 삶이 너무 끔찍할 것 같았다.

“아…… 어떡해…….”

상우의 울먹이는 소리에 재현은 의아한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뭘 어떡해?”

“사장님이 다 책임져요……!”

병원비도 다 내고, 남은 인생도 내 병수발이나 들면서 고통받길! 속으로 저주를 퍼붓던 상우가 풀썩 재현의 허벅지 위에 얼굴을 묻자 허벅지 안쪽으로 상우의 씩씩대는 숨결이 닿아 왔다. 술을 마시고 나면 마음속 얘기를 솔직하게 토해 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하고 헛소리를 삐약삐약 내뱉는 게 술주정이었다.

큰 형에게 조카가 언제 제일 예쁘냐고 물었을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잘 때라고 답했는데. 그건 상우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술에 꼴아서 잘 때가 더 다루기 쉬웠다는 걸 깨고 나서야 알았다.

상우가 뭐 때문에 토라졌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책임지라고 했으니, 그건 쉬웠다. 책임지고 싸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재현이 상우의 허리를 잡아 밀며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얼굴은 침대 위에 처박은 채로 엉덩이만 바싹 들고 있는 모습이 웃겨서 재현은 풋,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사장님 지금 웃으신 거예요? 남의 엉덩이야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으신 거죠?”

상우가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를 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재현은 상우의 술주정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질척하게 젤로 젖어 있는 구멍 위를 자지로 비볐다. 미끈한 감촉 너머로 저를 받아들일 입구가 오물오물 움직이는 게 조금만 힘을 줘서 꾹 누르면 무리 없이 들어갈 것 같았다. 재현은 몸을 숙여 상우의 뒷목과 어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상관없으면. 망가질 정도로 박아도 돼?”

낮게 물어 오는 목소리에 상우의 등이 흠칫 떨렸다. 진짜 망가뜨리면 곤란한데. 상우가 빼꼼히 고개를 돌렸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매가 귀여워서 재현은 얼른 그 위를 입술로 꾹꾹 눌렀다.

“……망가지면 안 돼요…….”

간지러움에 눈을 감으며 상우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구멍 좀 잘 벌려 봐. 안 망가지게.”

어떻게 하는 게 잘 벌리는 건지 몰라서 가만히 있던 상우가 머뭇머뭇 양손을 제 엉덩이 쪽으로 가져갔다. 안 그래도 흰 엉덩이가 더 하얗게 질릴 정도로 제 엉덩이 살을 꽉 움켜진 상우의 손이 조심스럽게 양옆으로 벌어졌다. 아, 이 새끼는 어디서 이런 걸 배워 오는 거야. 솟구치는 정욕에 재현은 눈앞이 빙글 돌았다.

“안 망가지게…… 살살 박아 주세요.”

술에 취한 상우가 부끄러움이라는 필터 없이 생각나는 그대로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리고 그 말 중에 재현의 귀에 박힌 것은 ‘박아 주세요’뿐이었다.

꼴깍 침을 삼킨 재현이 구멍을 문지르던 자지에 힘을 주어 밀어 넣기 시작했다. 재현의 입장에서나 밀어 넣는 거지 상우는 억지로 쑤셔 박히는 기분이었다. 거침없이 진입하는 흉기에 상우의 허리가 들썩거렸다.

“아흐윽―!”

어딜 또 도망가려고. 재현의 손이 상우의 허리를 힘주어 잡아 눌렀다. 그렇게 열심히 풀어 줬는데도 상우의 구멍이 자지를 끊어 낼 듯이 조여 와 재현의 입에서 절로 앓는 소리가 터졌다.

“하으…….”

찌걱찌걱. 앞뒤로 잘게 허리를 흔들며 재현은 계속 자지를 들이밀었다. 아낌없이 쏟아부은 젤이 제 역할을 다 해 주고 있어 다행이었다. 나름대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뿌리 끝까지 자지를 박아넣은 재현이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시발, 시발. 재현의 마음속에서 욕설이 휘몰아쳤다. 시발, 이거는 왜 할 때마다 더 좋아지는 거지. 웃음기가 싹 사라진 재현은 눈을 감고 숨만 헐떡헐떡 골라 쉬었다.

“으응…… 사장님…… 하아…… 사장님.”

저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에 재현이 정신을 차리고 상우를 내려다보았다. 웃음기가 사라졌다고 했던가. 어느새 재현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 있었다. 찰싹―. 재현의 손바닥이 상우의 하얀 엉덩이를 내리쳤다.

“아읏―!”

“누가 허리 흔들래.”

나무라듯 내뱉은 말에는 기분 좋은 웃음이 가득 담겨 있어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재현은 허리를 앞으로 꾹 밀며 끝까지 박아넣은 자지가 상우의 안을 더 짓누르게 만들었다.

질척거리는 소리를 동반하며 뒤로 빠졌던 재현의 자지가 상우의 안으로 콱, 처박혔다. 상우의 허리가 바르르 떨리더니 힘없이 무너지려고 해 재현은 얼른 골반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하악…….”

딱 한 번 처박힌 건데 꼬리뼈에서부터 시작된 소름이 순식간에 상우의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허리 흔들지 말라고 했는데, 하는 생각과 달리 몸은 저절로 움찔거리며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기둥이 기분 좋은 곳을 후벼 파서 몸이 툭툭 튀어 올랐다.

혼자 열심히 바르작 거리는 상우를 내려다보는 재현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빨갛게 손자국이 남은 엉덩이를 쓰다듬던 재현이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쩍, 쩍, 규칙적으로 살이 부딪치는 소리에 맞춰 상우의 입술을 비집고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으, 으―. 흣!”

소리가 나오는 대로 흘려내는 상우와 달리 재현은 입술을 입안으로 말아 숨기며 소리를 참아 냈다. 술기운 때문인지 좆이 더 예민해져 있었다. 지금 입을 열면 짐승 같은 소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은 상우에게 들어야 할 말이 있으니 최대한 이성을 유지해야 했다.

입술을 즈려물은 재현은 서두르지 않고 상우의 반응을 찬찬히 살피며 자지를 박아넣었다가 다시 빼냈다. 발갛게 물든 상우의 귀가 사랑스러워 재현은 고개를 숙여 이로 잘근잘근 씹었다.

“아윽, 흐으…… 좋아…….”

깨물리면서도 좋다고 우는 목소리가 귀여웠다.

“상우야.”

재현의 낮은 목소리가 속삭이듯 상우의 이름을 불렀다. 힐끗 돌아보는 얼굴은 쾌락이 번져서 야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반쯤 벌려진 입술에서는 뜨거운 숨이 할딱할딱 새어 나왔다. 재현은 허리를 잘게 흔들며 고개를 더 깊게 숙여 말캉한 상우의 입술을 가볍게 빨았다.

“응, 으응…….”

몸이 흔들리며 가까워질 때마다 재현의 입술이 상우의 코끝에, 뺨 위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욕심껏 처박을 때 들던 쾌감과 달리 가슴 안쪽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상우와 섹스를 할 때는 매번 100미터를 전력질주 하듯이 앞뒤 돌아보지 않고 박아 대곤 했다. 그렇게 한 발 빼고 나서야 느긋하게 허리 짓을 했는데, 오늘은 어쩐지 그 간질간질함을 더 오래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재현은 신경 써 가며 허리를 흔들었다. 상우의 몸 안을 자지로 내려찍으며 재현이 속삭였다.

“뭐가 그렇게 좋아?”

나야? 내가 그렇게 좋아? 재현의 좆이 쿡쿡 처박히며 상우의 대답을 재촉했다.

“으읏, 흐…… 박아 주는 거…… 하으, 박아 주는 거 좋아요…….”

솔직하고 야해서 마음에 들기는 하는데 재현이 바라던 대답은 아니었다. 재현은 상우에게 원하는 말을 듣기 위해 유도신문을 시작했다.

“박아 주는 게 좋아? 후, 누가 박고 있는데.”

“아아―! 흐앗, 아…… 사장님…… 흐읏, 사장님이요.”

그래. 내가 박아 주고 있지? 자, 이제 누가 좋아? 바라던 말을 듣기까지 고지가 멀지 않은 것 같아 재현은 신이 났다. 좆 대가리도 주인의 신난 마음을 알아챘는지 상우의 몸속에서 들썩들썩 춤을 췄다. 재현의 급한 마음을 대변하듯 추삽질에도 속도가 붙었다.

“아흑! 읏, 너무, 아아, 너무 빨라요―!”

“후, 빨라서 어때?”

이제 재현은 아예 상우의 위에 올라타 위에서 아래로 좆을 꽂아넣고 있었다. 두꺼운 귀두 끝이 상우의 전립선을 꾹 눌렀다가 더 깊숙이 미끄러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상우가 손을 뒤를 뻗어 밀어내는 건지 잡아끄는 건지 모르게 재현의 허벅지를 더듬거렸다.

“조…… 흣, 좋아요……! 아으, 좋아…….”

“누가 좋아.”

덤덤한 척, 말의 꼬리도 올리지 않으며 물어본 재현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았다. 상우가 저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만 하면. 심장이 터질 때까지 박아 댈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윽, 하! 사장님…… 읏, 사장님……!”

“하, 똑바로 끝까지 말해야지.”

기다리던 말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 재현은 허리 짓에 속도를 내며 터질 듯이 발기한 상우의 좆을 움켜쥐었다. 처박을 때마다 축축하게 젖은 살덩이가 커다란 손에 거칠게 쓸렸다. 안 그래도 짜릿한 쾌감이 파도처럼 상우의 몸을 덮쳤다가 쓸려 나가길 반복해서 견디기 힘들었는데, 자극까지 더해지자 상우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

“아아! 사장님…… 사장님 자지 좋아요―!”

더는 사정감을 참아 낼 수가 없어서 상우는 등을 잔뜩 말며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 냈다. 안에 든 자지를 꽉꽉 씹어 대며 바르르 경련하는 상우를 놔두고 재현이 움직임을 멈췄다.

사장님 좋아해요, 그 한마디 듣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아무리 남자의 하반신은 몸에 붙어 있는 또 다른 생명체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누가’ 좋냐고 물어봤는데 자지라는 답을 듣게 되다니. 자신은 좆 보다도 못한 존재인가 싶어 재현은 기분이 나빠졌다. 따지고 보면 자지도 결국 재현에게 명령을 받아서 움직이는 입장인데 왜 걔만 좋다고 하는 거지? 애꿎은 살덩이에 질투를 하던 재현이 한숨을 폭 내쉬며 상우를 빙글 돌렸다.

격렬한 움직임이 멎자 상우의 몽롱한 눈동자가 재현을 응시했다. 시발, 여기서 아주 조금이라도 안 예뻤으면 바로 화를 냈을 텐데. 이렇게 예뻐서야 나던 화도 사그라들어 버렸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상우도 열 번 물어보면 한 번쯤은 제대로 된 답을 해 주겠지. 먼저 반한 사람이 지는 거라던데 왜 나는 나중에 반하고 져야 하나. 재현은 제 처지를 서러워하며 상우가 그렇게 좋아하는 자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읏, 하…….”

작게 신음하며 상우가 재현을 향해 팔을 쭉 뻗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재현도 잘 알고 있었다. 끌어안아 달라고, 키스해 달라고 조르는 몸짓이었다. 흥. 재현은 콧방귀를 끼며 상우의 보챔을 무시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자지나 잘 받아먹을 것이지 왜 좆보다도 못한 놈한테 안아 달라 키스해 달라 조른담.

재현이 제가 바라는 바를 못 알아챘다고 생각한 상우는 뻗었던 손으로 더듬더듬 재현의 단단한 어깨를 감싸 쥐었다.

“으응, 흣! 사장님, 아, 뽀뽀…… 뽀뽀해 주세요.”

키스도 아니고 뽀뽀라고 말하는 상우의 통통한 입술이 동그랗게 모였다. 누가 이런 애교에 넘어갈 줄 알고. 뒤끝 가득한 생각과 달리 재현의 몸이 상우를 향해 다가왔다. 반쯤 벌려진 입술에 쪽,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으, 흐…… 말고…… 하악, 이거 말고오…….”

키스는 네가 좋아하는 자지한테나 해 달라고 조르라니까. 뾰족하게 생각하면서도 재현은 성실히 상우의 조름에 답해 주었다. 뜨거운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자 상우의 팔이 퇴로를 차단하듯 재현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재현의 혀를 더 깊게 받아들이기 위해 고개까지 비스듬히 돌린 상우는 달콤한 타액의 맛에 빠져들었다. 재현의 정액이 밀크셰이크처럼 진하고 끈적하게 단맛이라면, 타액은 그보다는 가볍게 달았다. 굳이 찾아내자면. ……김빠진 콜라 같은 설탕물 느낌.

눈을 감고 키스를 음미하던 상우가 입술을 떼고 풋, 웃어 버렸다. 그 많고 많은 달달한 음료 중에 왜 하필이면 김빠진 콜라가 떠오른 거지.

“뭐가 그렇게 웃겨.”

재현이 천천히 허리를 흔들며 험악하게 물었다.

“으응…… 맛있어서요…….”

재현의 이마가 콩, 아프지 않게 상우의 이마에 부딪혔다.

“자지도 맛있다, 키스도 맛있다. 야해, 박상우.”

재현이 뭐라고 말하든 상우는 여전히 헤실헤실 웃는 얼굴이었다. 술을 마시기 전에 한번 정액을 먹어서 그런지 배고픔에 쫓기며 하는 섹스도 아니라, 온전히 재현이 주는 쾌감만 받아들이고 있었다. 커다란 자지가 규칙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더 천천히 몸 안을 찌르는 것조차 토닥거림으로 느껴져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흣, 싫으세요……?”

“아니, 좋아. 후…… 존나 좋아. 좋아해.”

재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마터면 좋아해, 상우야, 하고 먼저 말할 뻔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열 살이나 어린놈한테 휘둘리고 말 것 같았다. 천천히 빠져나갔던 재현의 성기가 콱 빠르게 상우의 안을 처 올렸다.

“아흐윽―!”

나른하던 감각이 순식간에 사라질 만큼 강렬한 쾌감이 상우를 꿰뚫었다. 상우가 허겁지겁 재현의 등을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재현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상우의 뽀얀 허벅지를 움켜쥔 손이 우악스럽게 몸쪽으로 밀어 눌렀다. 덕분에 크게 벌려진 다리 사이로 이어진 부분과 다시 단단해져 가는 상우의 자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재현이 천천히 성기를 잡아 뺐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빼내자 미처 다물어지지 않은 채 벌어진 구멍이 눈에 들어오고, 그 균열이 사라지기 전 재현은 힘을 주어 다시 자지를 박아넣었다.

“하으―!”

침대 시트를 움켜쥔 상우의 손은 마디가 하얗게 도드라질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계속 참아 왔던 재현이 마음껏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윽, 흣! 아아! 좋아요! 하으읏! 좋아……!”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좋다는 말에 재현은 몸을 숙여 상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재현의 무게 때문에 반으로 접힌 몸이 아플 정도로 눌렸지만, 휘몰아치는 쾌감이 아픔을 뒤덮어 버렸다.

“후, 상우야, 좋아한다고 말해 봐.”

“아흑, 흐―!”

방 안을 울리는 살이 부딪치는 소리와 죽을 것같이 밀려드는 오싹한 감각에 상우는 고개를 저었다.

“박상우, 얼른. 내가 좋다고 말해 봐.”

상우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있던 손이 어깨로 올라왔다. 처박을 때마다 손에 힘을 주어 밀려나지 못하게 하자 도를 넘은 쾌락이 상우를 몸부림치게 했다.

“좋아한다고 말해. 하아, 그러면 네가 인큐버스든 서큐버스든 그런 거 다 믿어 줄게. 다. 네가 마왕이라 그래도 믿을 거야.”

거친 숨소리에 섞여 재현의 낮은 목소리가 길게 속삭여졌다.

“후우, 다 믿을게.”

맹렬히 파고드는 사정감에 상우는 손을 내려 제 자지를 움켜쥐었다. 조금만 더 움직여 주면 갈 것 같았다. 상우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재현은 상우의 코끝을 콱 깨물었다.

“응? 말해 봐. 좋아한다고. 응?”

“아윽, 하! 좋아해요, 흑! 사장님, 흐앗, 좋아해요―!”

좋아한다는 말에 맞춰 터져 나온 정액이 재현의 몸과 상우의 가슴 위로 튀어 올랐다. 사정의 여운을 느낄 새도 주지 않고 재현의 자지가 무식한 힘으로 상우를 몰아붙였다.

“아아! 방금, 흐읏! 방금 가서……! 아으, 사장님!”

“하으, 더 말해 줘.”

재현도 참아왔던 사정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응응! 좋아해요, 하아, 사장님, 좋아해요―!”

재현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다물린 잇새로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읏……!”

낮고 짧은 신음을 마지막으로 재현은 상우의 안에 질척한 정액을 뿜었다. 잔뜩 찡그린 재현의 얼굴이 무섭게 야해서 상우도 덩달아 흐으으,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숨을 고르던 재현이 상우의 입술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잘했어.”

“흐으…… 사장님…….”

저를 부르는 멍한 목소리에 재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상우를 내려다보았다. 드디어 받아 냈다, 고백. 오늘부터 1일인가?

“사장님…… 혹시 저 좋아하세요?”

그 미묘한 말투에 웃고 있던 재현의 표정이 싹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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