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 저랑 계약하실래요? (9/11)

에필로그 : 저랑 계약하실래요?

상우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무릎 위에 앉혀서 어르고 달래던 재현은 상우가 조금 진정되자 귓가에 속삭였다.

“밥 먹을래?”

평범하게 묻는 말과 달리 몽글몽글 풍기는 단내가 숨겨진 의미를 정확히 짚어 내고 있었다. 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장님 집에서…… 하고 싶어요.”

퇴근 시간까지 얌전히 기다렸다가 같이 집에 갈 생각으로 상우가 대답했다. 영양분 공급에 급급해 재현의 자지를 빠는 게 아니라 섹스를 하고 싶었다. 시간에 쫓기듯 후딱 해치우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밤새도록 붙어 있고 싶었다.

“아하.”

단조롭게 울리는 재현의 낮은 목소리와 달리 단내가 더 짙어졌다.

“마저 일 보세요. 저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훌쩍거리며 할 말 다하는 상우에게 재현이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한테 일이 어디 있어.”

상우를 일으켜 세운 재현이 당연하게 자리로 돌아가 노트북을 종료하더니 코트까지 재빠르게 챙겨입었다. 멍하니 바라보던 상우는 그제야 재현의 ‘아하’가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지금 집에 가려고? 아직 3시도 안 됐는데?

“뭐해. 빨리 집 가자.”

가만히 서 있는 상우의 팔을 질질 잡아끌고 나온 재현이 비서를 향해 상큼하게 통보했다.

“오늘 먼저 갑니다. 월요일에 안 나올 수도 있으니까 그런 줄 아세요.”

으악. 상우는 잡혀 있지 않은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이거 완전히 월요일까지 나랑 뒹굴겠다는 선언 아니야! 재현에게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탑재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왜 수치심은 제 몫인 걸까. 재현에게 끌려가면서 상우는 얼굴을 가린 손을 도저히 떼지 못했다. 재현은 만나는 직원마다 월요일에 찾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는데, 처음엔 안 나올 ‘수도’ 있다는 표현이 뒤로 갈수록 안 나올 거라는 확정형 표현이 되었다.

재현의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현관에서부터 상우의 옷이 훌러덩훌러덩 벗겨졌다.

“잠시만요! 사장님!”

상우가 훤히 드러난 가슴을 팔로 가리며 재현을 저지했다. 그랬더니 재현의 시선이 아래로 쭈욱 내려갔다.

“아래는 안 가려?”

상우가 한쪽 손을 내려 반쯤 벗겨진 속옷을 끌어올렸다. 언제 이렇게 벗겨 낸 건지. 자기는 아직 코트도 안 벗었으면서. 하고 싶다고 말한 건 자신이었지만 재현의 폭주를 받아 주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오늘은, 제가 할 거예요. 사장님은 가만히 있으세요.”

단호하게 말하는 상우의 목소리에 재현이 활짝 웃었다. 재현과 어울리지 않는 밝고 진심 가득한 웃음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잘못 말했나 싶어 불안감이 올라왔지만, 재현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더 크게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 재현이 팔을 활짝 벌렸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방으로 들어가서 얌전히 옷 벗고 있으세요.”

상우가 바닥에 널브러진 제 옷을 주섬주섬 주웠다.

“너는 같이 안 갈 거야?”

멋쩍게 웃은 상우가 민망한 듯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급하게 나오느라 고양이 세수로 눈곱만 간신히 떼고 나왔다. 게다가 재현의 호텔로 달려 오면서 이 추운 날 땀이 어찌나 났는지. 지금 몸에서는 분명 술 냄새와 땀 냄새가 섞인 이상한 냄새가 날 거였다.

“저는 씻으려고요.”

“같이 씻어.”

재현의 말에 상우가 절대 안 된다는 듯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안 돼요.”

“왜 안 돼? 볼 거 못 볼 거 다 봤는데.”

아, 진짜. 상우가 재현의 등을 밀어 방으로 밀어 넣었다. 같이 씻었다가는 분명 화장실에서부터 재현의 페이스에 말려 버릴 것이다.

끝까지 안 된다고 파닥거리는 게 귀엽긴 한데 괘씸하기도 했다. 마지못한 척 상우에게 밀려나 주던 재현이 빙글 몸을 돌렸다.

“씻지 마. 나 급해.”

상우의 몸을 끌어당겨 안자 짙은 체향이 느껴졌다. 재현이 목덜미에 코를 박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상우가 몸을 파드득 떨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바르작거렸다.

“정말 안 돼요…… 저 술 냄새에 땀 냄새에…….”

“달달한 냄새겠네.”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상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윽, 위험해. 그 목소리에 안 그래도 움찔거리던 주니어가 벌떡 일어났다. 점점 짙어지는 재현의 단내도 한몫하는 바람에 한번 활동을 시작한 자지가 끝도 모르고 부피를 키웠다.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긴 덕분에 훤히 드러난 상우의 어깨에 입을 맞춘 재현이 몸을 숙여 가며 가슴에, 옆구리에, 평평한 배 위에 입술을 눌렀다. 기분 좋은 간지러움에 져 버린 상우가 들고 있던 옷을 꼭 끌어안으며 몸을 떠는 동안 재현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바지 버클을 방해 없이 풀었다.

“젖었어.”

얇은 드로즈 천을 밀어 올리고 있는 상우의 자지 끝에 재현이 가볍게 입을 맞췄다. 별거하지도 않았는데 동그랗게 젖은 자국이 재현의 정욕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진짜 안 되는데. 정말 이상한 냄새 날 텐데.

“아으…… 안 돼요…….”

상우가 아무리 재현의 어깨를 밀어내도 상우의 허벅지를 붙잡은 재현의 손아귀 힘이 더 강하게 얽혀 왔다. 천 위로 천천히 문지르는 혀의 감촉에 어깨를 꾹꾹 밀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분명 기분은 좋은데 미묘하게 부족한 자극에 애가 타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흐읏…… 씻고…… 읏, 씻고 나서…….”

재현이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냐고 질책하듯 발딱 솟은 자지의 기둥을 살짝 깨물었다.

“아흐―!”

프리컴과 타액으로 이미 축축한 드로즈 천이 더 넓게 젖어 들었다. 상우가 도망가지 못하게 허벅지를 잡고 있느라 빈손이 없는 재현이 이를 세워 드로즈를 끌어내렸다.

툭. 갑갑한 곳에서 마침내 벗어난 뽀얀 자지가 재현의 뺨을 가볍게 쳤다가 꼿꼿하게 자기주장을 하며 일어났다. 귀두 끝은 이미 체액으로 뒤덮여 반질거리고 있었고 안 된다면서도 뭘 기대하는 건지 자지는 끊임없이 움찔거리며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진짜 땀 냄새 난다.”

재현이 상우의 옅은 음모에 코를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 그 말에 상우가 몸을 크게 비틀며 벗어나려고 바동거렸다.

“아, 씻고 온다니까요! 놔주세요―!”

귀 끝부터 뜨거울 정도로 빨개지기 시작한 상우가 몸부림을 쳤다. 어딜 도망가려고. 재현의 말캉한 혀가 부드럽게 상우의 자지를 쓸어 올렸다.

“아앗―! 사장님……!”

“맛있는 냄새.”

상우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개의치 않고 재현이 크게 입을 크게 벌려 귀엽게 울고 있는 자지를 물었다. 좋은 비위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법. 그리고 상우랑 오래 같이 있다 보니 식성이 변한 건지 그 냄새가 맛있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아응…….”

목구멍에 끝이 닿을 정도로 깊게 삼키자 내리 거부만 하던 상우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달콤해졌다. 누가 변태 새끼 아니랄까 봐. 자극에 한없이 약한 상우의 몸이 녹아내렸다.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혀로 귀두 끝을 문질러 줄 때마다 재현의 어깨를 잡고 있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제대로 서 있기 힘들다는 듯 바들거리는 허벅지가 귀여워 슬그머니 쓸어 주자 상우가 고개까지 저어 가며 우는 소리를 냈다.

“으흑―, 그만…… 흣, 그만해요…….”

야한 목소리로 매달리면서 그만두라고 하면 진짜 그만둘 놈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재현은 자꾸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자지 끝만 문 채 고개를 빠르게 움직였다. 약한 곳만 계속 세게 빨리며 자극당한 상우가 결국 참지 못하고 등을 동그랗게 말았다.

“하으으……!”

진짜 우리 변태 새끼는 조루인 거 아닌가? 울컥울컥 쏟아지는 비릿한 액체를 혀로 받아 내며 재현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거 몇 번 빨아줬다고 질질 싸대니 매번 힘들어하지. 걱정이 한가득인 마음을 안고 허벅지를 주물럭거리던 재현의 손이 상우의 구멍 위로 올라왔다.

제대로 벗겨지지 않은 드로즈에 가려진 구멍을 꾹 누르던 손가락은 단숨에 안으로 파고들기라도 할 것처럼 힘이 실렸다. 사정의 여운에 몸을 바들바들 떨어 대던 상우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재현의 있는 힘껏 어깨를 밀어냈다.

“진짜, 진짜 씻고 올 거예요!”

상우의 기습 공격 덕분에 엉덩방아까지 찧게 된 재현은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 사라지는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쪽저쪽 깨끗하게 뽀득뽀득 씻고 나온 상우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돌렸다. 얌전히 옷 벗고 있으라고 말하긴 했지만…… 재현은 정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나체로 침대 위에 느긋하게 누워 상우를 맞이했다. 혼자서 무슨 상상을 하고 있었던 건지 재현의 거대한 자지는 우뚝 서서 상우를 반기고 있었다.

“왜 고개 돌려. 이리와.”

재현이 까닥 손짓했다. 상우가 머뭇머뭇 가까이 가자 재현이 답답했는지 팔을 확 끌어당겼다.

“나한테는 벗고 있으라 그래 놓고. 너는 뭘 이렇게 꽁꽁 싸매고 왔어.”

재현이 웃으며 애써 벗겨 놨던 옷을 다시 입고 온 상우를 타박했다.

“벗을까요……?”

상우가 재현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안 그래도 벗고 나올까 입고 나올까 고민했었는데.

“오늘은 네가 알아서 다 한다며.”

아씨. 재현을 가만히 노려보던 상우가 옷을 벗었다. 재현을 따라 하는 것처럼 멋있게 훌렁 벗었는데 그만 얼굴이 걸리고 말았다. 작게 웃는 소리와 함께 다가온 손이 옷도 제대로 벗지 못하고 바동거리는 상우를 구출해 냈다.

“아이고. 귀여워.”

익숙하게 들려온 귀엽다는 말에 상우의 얼굴이 점점 발갛게 달아올랐다.

“맨날 귀엽다고 해서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인상을 찡그리며 웃는 상우의 입술 위로 재현의 입술이 꾹꾹 눌러졌다.

“진짜로 귀여워. 바지도 벗고 오면 더 귀여울 거 같아.”

상우가 흘깃 재현을 노려보면서도 착실하게 바지와 속옷을 벗어 던졌다. 오늘은 어쩐지 재현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릴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불끈 샘솟았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상우의 엄포에 재현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현의 몸 위로 올라간 상우는 뭐부터 해야 하나 고민하다 재현의 어깨 위에 쪽, 입을 맞췄다. 못된 주인과 다르게 항상 저를 받쳐 주던 고마운 놈이었다. 조금 입술을 미끄러트리니 탄탄한 가슴 위에 자리 잡은 갈색 돌기가 입가에 걸렸다. 재현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까? 한쪽 유두만 끈질기게 괴롭히던 재현을 떠올리며 상우는 작은 돌기를 앙 물었다.

“흐으…….”

낮은 신음에 만족한 상우가 재현 몰래 씩 웃었다. 한쪽 가슴만 쫍쫍 빨던 상우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울퉁불퉁한 복근을 지나 오목하게 들어간 배꼽 사이로 혀를 밀어 넣자 재현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이런 재미였구나. 상우의 손이 거뭇한 음모를 조심조심 쓸었다. 아까부터 자기주장이 심한 자지를 잡아 줄까 말까 하다가 상우가 몸을 일으켰다.

“걔는 안 예뻐해 줘?”

재현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한가득 묻어났다. 생긋 웃은 상우가 제 구멍 위에 자지 끝을 맞췄다.

“넣고 싶어서요.”

그때까지도 가만히 있던 재현의 손이 덜컥 상우의 허리를 붙잡았다.

“안 돼. 다쳐. 넣기 전에 무조건 풀어.”

이 부분은 재현도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상우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재현을 바라보자 커다란 손이 상우의 손목을 감싸 쥐었다. 잡아끌려진 손은 재현의 입가로 다가가더니 재현의 새빨간 혀가 상우의 손가락을 싸악 핥아 올렸다.

“읏…….”

간지러움에 몸을 웅크렸던 상우는 저를 잡아먹을 듯 쳐다보며 손가락을 핥고 있는 재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계속 보고 있기에는 민망했지만, 너무 야해서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영화에 야한 장면이 나올 때 민망해하면서도 끝까지 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상우의 손가락이 재현의 입술을 살짝 건드리자 재현은 고분고분 입을 벌려 주었다. 말캉하고 따뜻한 혀를 꾸욱 눌러보기도 하고 두 손가락 사이에 가볍게 잡아 보기도 하면서 상우는 넋을 놓고 재현을 감상했다. 달콤한 냄새에 잠식되어서 숨을 쉬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쯤 재현은 손가락을 놓아줬다.

재현의 입가에 번져 있는 타액이 미칠 듯이 달아 보였다.

“하아…….”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강렬한 장면에 상우는 그제야 깊은숨을 터뜨렸다. 재현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 오늘 재현은 그동안 보여 주지 않았던 얼굴로 웃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벌써 질질 흘려.”

재현의 손가락이 톡 상우의 자지 끝을 건드렸다. 그 끝에서 흐른 프리컴이 재현의 배 위에 고여 있었다.

“너는 남자치고 물이 많아. 인큐버스라 그런가.”

빙글빙글 웃으며 재현은 잡고 있던 상우의 손을 뒤로 보내 주었다. 스스로는 한 번도 만져 본 적 없던 곳에 손가락이 닿았다.

“푸는 것도 혼자 해야지.”

상우가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손가락 같은 거 말고 재현이 안을 빠듯하게 채워 줬으면.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이 구멍 위를 맴돌았다. 제대로 풀지 않으면 넣어 주지 않을 기세라 상우는 하는 수 없이 손가락에 힘을 주어 밀어 넣었다.

“윽! 아파…….”

뭐지? 재현이 만져 줄 때와 달리 억지로 벌어지기만 하는 느낌에 상우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괜찮아. 천천히 해.”

상우가 더듬더듬 재현의 어깨를 붙잡고 아직 한마디도 들어가지 않은 손가락에 더 힘을 실었다. 뜨겁고 미끄러운 내벽의 감촉이 징그럽게 느껴졌다. 손가락 하나도 꽉 조이는 구멍으로 재현의 것이 들락날락했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몰려 왔다. 재현이 어떻게 만져 줬더라. 상우는 최대한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하지만 기분이 좋기는커녕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저히 여기에 손가락 두 개를 넣을 자신은 없었다.

“아윽…… 흣…….”

재현도 고통만 가득한 상우의 목소리를 알아챘다. 어설프기는. 어설픈 주제에 제가 다 할 거라며 잔뜩 허세를 부리는 것도 귀여웠다.

“사장님…….”

상우가 작은 목소리로 재현을 불렀다.

“응.”

“사장니임…….”

말꼬리까지 길게 늘여가며 상우가 애원했다. 도와줘요. 못할 거 같아요.

“왜?”

다 알고 있으면서 재현은 굳이 모르는 척했다. 그냥 상우가 도와달라고 직접 말했으면 좋겠어서.

“하으…… 이거 혼자 못할 거 같아요…….”

“할 수 있어.”

가만히 재현을 바라보던 상우가 고개를 숙여 재현의 목덜미를 콱 깨물었다. 내가 못한다니까!

“아!”

재현은 일부러 엄살을 부리며 크게 신음했다. 너무 세게 물었나? 상우의 입술이 쪽쪽, 빨갛게 남은 잇자국 위를 눌렀다.

“도와주세요. 사장님이 만져 주세요.”

상우를 이겨 낼 재간이 없는 재현은 픽 웃으며 침대 옆을 더듬거렸다. 아까 상우가 오기 전에 꺼내 놨던 젤이 어디 있더라. 마침내 손끝에 걸린 젤의 뚜껑을 한 손으로 능숙하게 열고 재현은 그대로 상우의 엉덩이 위에 쭈욱 짜냈다. 차가운 감촉에 상우의 등 근육이 단단하게 굳었다. 젤 덕분인지 상우의 손가락이 들어갈 때보다는 수월하게 빠져나왔다.

“키스해 줘.”

재현의 속삭임에 상우는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망설임 없이 입술을 겹쳤다. 혀를 쏘옥 집어넣자 구멍 위를 가볍게 문지르는 손가락이 느껴졌다. 재현의 손가락이 천천히 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같은 손가락인데 왜 다른 거지. 이상했다. 재현의 손가락이 들어오는 순간 아픔보다는 쾌감에 더 가까운 소름이 척추뼈 마디마디를 타고 올라왔다. 도저히 키스에 집중하기 어려워진 상우가 입술을 떼고 신음했다.

“아…… 좋아…….”

상우가 재현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똑바로 몸을 세우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 나른한 쾌감이 안을 가득 채워 나갔다. 요령 좋게 움직이며 전립선을 꾹 누르는 손길에 상우의 허리가 저절로 흔들렸다.

“으응…… 흣…….”

찌걱찌걱. 물기 어린 소리가 상우의 작은 한숨 사이에 섞여들었다. 상우의 신음은 아까와 달리 달콤하게 젖어 있었다. 진짜 얘는 어쩌려고 이렇게 야한 건지. 귓가에 떨어지는 목소리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 재현의 귀두 끝에도 투명한 체액이 몽글 맺혔다.

잔뜩 오므리고 있던 구멍은 어느새 손가락 세 개를 오물오물 씹어 댔다. 완전히 벌어져서 말랑해야 좆을 넣을 때 아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현은 더 참기가 어려워졌다. 몸 안을 잔뜩 휘젓던 손가락이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앉아 봐.”

재현이 자지를 상우의 구멍에 맞춰 주며 명령했다. 오늘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던 상우는 그 약속을 모두 잊었는지 재현이 시키는 대로 무게를 실어 재현의 좆 위로 천천히 앉기 시작했다

“흐읏, 사장님…….”

조그맣게 저를 부르는 촉촉한 목소리가 귀여워서 재현은 말랑한 뺨에 입술을 꾹꾹 눌렀다. 쪽쪽 소리 나게 입술이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조여지는 자지의 부위가 점점 몸과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귀두가, 그다음에는 기둥 중간이, 그리고 마지막에는 뿌리 근처까지. 마침내 끝까지 삼켜진 자지가 너무 좋다고 눈물을 흘려 댔다. 재현은 기특하게도 저를 모두 품은 구멍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으응…… 간지러워.”

“간지러워? 어디가?”

심술궂게 일부러 물어보자 부끄러운지 상우의 허리가 달싹달싹 움직였다. 재현이 가볍게 쓰다듬고 있는 입구도 간지러웠고 꽉 채워져 있는 안쪽도 더 거칠게 찔러 달라며 간지러움을 호소했다. 둘 중에 뭐가 더 간지럽냐고 물어보면.

“안…… 쪽이요. 안쪽이 간지러워요…….”

손가락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안쪽이었다.

“이 안이 간지러운 거야?”

재현이 구멍을 더듬거리던 손가락에 꾸욱 힘을 줘서 누르자 잔뜩 긴장했는지 좆을 물고 있던 근육이 사정없이 조여들었다. 안 그래도 한계까지 벌려져 있을 텐데 재현은 제 좆을 박아넣은 거로 모자란 지 매번 뭔가 더 쑤셔 넣고 싶어 했다.

“싫어, 흑, 그거 무서워요……!”

상우가 울먹거렸다. 진짜 넣은 적도 없는데 항상 겁부터 먹고 달달 떠는 게 재현은 솔직히 재미있었다. 엉덩이 사이를 쓰다듬던 손이 알겠다는 듯 떨어지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었다. 반듯한 이마에 쪽쪽 입을 맞추자 상우의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쉬―. 힘 빼야 움직이지. 착하지?”

달콤한 목소리로 어르고 달래자 끊어먹을 듯이 조이던 아래가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재현이 상우의 허리를 힘으로 들었다가 다시 콱 앉히며 박아넣었다.

“아흑―!”

고개가 뒤로 넘어가며 드러난 매끈한 목선이 재현의 시선을 모조리 빼앗아 갔다. 쭉 뻗은 채 잘게 떨리는 선이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만들어 재현은 얼른 그 위에도 꾹 입술을 눌렀다.

“앗, 흐아……! 사장님, 흑…… 사장님……!”

상우가 좋아하는 곳을 노려 쿡쿡 찔러 대자 새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생각해 보면 상우는 힘들어서 그만하겠다는 소리는 해도 아파서 그만하겠다는 소리는 한 적이 없었다. 제가 봐도 흉측하게 큰 좆을 몸 안에 넣고 있으면서도 더 박아 달라는 듯 등을 꽉 끌어안았다.

아마 남은 평생 동안에도 상우 외에 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뜨거운 몸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재현은 품 안의 사랑스러운 몸을 더 꽉 힘주어 안았다.

“후…… 좋아……?”

그동안 한 번도 상우에게 물어본 적 없던 질문이 재현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이런 말을 물어보는 것이 촌스럽다고 생각했었지만, 조금 촌스러우면 또 어떤가. 상우의 입을 통해 좋다고 확인받고 싶었다.

“으응……! 좋…… 아요! 학, 너무 좋아!”

“자지 맛있어?”

“흐읏, 맛있어…… 아윽, 맛있어요…….”

“아, 진짜 존나 꼴리네.”

상우의 맛있다는 말에 재현은 소름이 삐죽 돋았다.

“누구 자지가 맛있어?”

“흐앙, 사장님. 아아……! 사장님 자지, 흣……!”

재현은 아랫입술을 꽉 즈려물었다. 쿵쾅쿵쾅 열심히 운동하는 심장이 뜨겁게 차올랐다. 이 만족감은 성욕이 아니라 애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재현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하으…… 사장님도 맛있어요……?”

저를 향한 질문에 재현은 참기 어려워 말캉한 입술 위에 제 것을 문질렀다. 당연한 소리를.

“응, 맛있어. 존나…… 맛있어.”

대답한 재현은 갑자기 든 기시감에 정신을 차렸다. 이 장면 언젠가 본 적이 있는데. 언제였더라. 기억을 더듬거리던 재현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귀여운 변태 새끼, 몽마 맞네. 처음 상우와 섹스를 하고 난 이후 일주일 내내 꿈에 나와 재현을 몽정하게 만들었던, 그 꿈과 똑같았다. 꿈에서 정기를 섭취하는 게 아니라 예지몽을 보여 주는 게 능력인가? 상우의 허무맹랑한 컨셉에 옮은 재현이 예전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을 했다.

꿈속의 재현은 상우의 누가 맛있어요? 하는 질문에 대답하고 깜짝 놀라서 깨어나고는 했다. 그리고 현실의 재현은 상우가 묻기 전에 먼저 말을 해 주었다.

“상우야, 너 존나 맛있어.”

재현의 또렷한 목소리에 상우의 목덜미가 발갛게 물들었다. 민망함에 찡그려진 콧잔등이 귀여웠다.

“아으…… 뭐예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설레설레 젓는 고개도 귀여웠다.

“너는 실컷 말해 놓고. 사장님 맛있어요, 자지 맛있…….”

상우는 더 들어 주기가 힘들어 재현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뭐가 그렇게 부끄럽다고. 재현의 눈이 또 가늘게 휘었다. 이번에는 눈꼬리 끝에 작게 주름까지 생겼다. 재현이 진심으로 웃을 때 주름이 생긴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몰랐던 부분을 하나 더 알게 된 게 뿌듯해 상우는 그 위에 살짝 입을 맞췄다.

“애교 부리는 거야?”

손에 막혀 웅얼웅얼 재현의 목소리가 울렸다. 애교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떻대.

“맞아요.”

“애교 부릴 거면 아래 입으로도 부려 줘.”

아오. 그새를 못 참고 재현이 야한 말을 던졌다.

“거기로 어떻게 애교를 부려요.”

“이렇게.”

상우의 허리를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재현이 이끄는 대로 가만히 있자 허리가 앞뒤로 움직이며 몸 안에 박힌 자지가 내벽을 이리저리 비벼 댔다.

“으응…… 기분 이상해요.”

박힐 때와 달리 뭉근하게 안을 누르는 느낌이 생소했다. 이상하다는 상우의 말을 들은 척 만 척 하며 재현은 계속해서 상우의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 댔다. 끝까지 박힌 채 문질러지는 엉덩이가 음낭을 짓누를 때마다 잘 물고 있군,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싫다고 고개를 젓던 상우도 어느 순간부터 감각에 익숙해졌는지 재현이 크게 힘을 주지 않아도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흐윽―!”

재현의 어깨 위에 올리고 있던 상우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손톱이 아플 정도로 살갗을 파고들었다. 곧게 서 있던 상우의 뽀얀 자지가 바르르 떨렸다.

“방금 좋았어?”

재현의 물음에 상우가 몸을 덜덜 떨면서도 다시 확인하려는 것처럼 허리를 움직였다.

“흣, 아아! 이거…… 하으, 이거 진짜 이상해…….”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상우는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점점 빨리 아래를 비벼 댈수록 상우의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천천히 퍼져 나가던 쾌감은 이제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아흑! 아―! 좋아…… 흑, 이거 기분 좋아요……!”

재현은 아무 말 없이 제 위에서 몸을 흔드는 상우를 지켜봤다. 좆이 터질 것같이 부풀어서, 당장이라도 마음대로 찔러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재현은 간신히 억눌러 참아 냈다. 스스로 느끼는 곳을 찾아 마음껏 허리를 흔들어 대는 상우가 너무 예뻤다.

“읏, 아아……! 사장님, 사장님―!”

재현의 허벅지를 짚고 있던 손을 뻗으며 상우가 허우적거렸다. 혹시라도 뒤로 넘어가다 다칠까 싶어 재현은 얼른 상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상우야.”

재현의 어깨를 꽉 붙잡고 가쁜 숨을 내쉬던 상우가 흐으으, 긴 울음소리를 내었다.

“괜찮아?”

땀으로 축축한 등을 쓰다듬는 손바닥의 온기가 상우를 안심시켰다. 안 괜찮은데, 분명 괜찮지 않은데, 사실대로 말하면 재현이 다르게 해석하고 걱정할 것 같아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상우가 꼼지락거리며 손을 내려 제 자지를 꼬옥 움켜쥐고 최선을 다해 제 상태를 설명했다.

“이거…… 흑, 위험해요…….”

위험하다니. 상우가 하는 말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재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흐…… 너무, 너무 느껴서…… 죽을 거 같아요.”

거의 반쯤 누워 있던 재현은 그 말에 몸을 일으켜 상우를 꽉 끌어안았다. 상우가 좋아서 자지러지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안 그래도 세상에 내놓기 무서울 정도로 귀여운데 여기서 얼마나 더 귀여워지려고. 상우의 팔이 재현의 머리를 꼭 마주 안았다. 머리카락 위로 쪽쪽 떨어지는 가벼운 입맞춤은 새가 모이를 쪼는 거 같았다.

“왜? 머리카락에서도 단내 나?”

재현이 픽 웃으며 물었다. 아. 상우는 재현의 머리카락에 코까지 묻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이제는 당연하게 주변을 감싸고 있는 단내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재현과의 섹스에 몰두하고 있었다. 상우는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 줄도 몰랐어요. 너무 기분 좋아서…….”

재현은 상우가 다치지 않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이 기분 그대로 상우의 몸을 끌어안으면 멍이 들 정도로 힘주어 안게 될 것 같았다. 안고 있느라 상우의 가슴팍에 얼굴이 가려진 게 다행이었다. 심장 근처를 간지럽히는 열기가 몸 안에서부터 퍼져 나가더니 얼굴로 올라왔다. 연장자의 가오가 있지. 상우에게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상우는 나름대로 솔직하게 한 표현에 재현이 아무런 반응도 없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어린애가 엄마 품에 안겨 숨듯 조용히 얼굴을 묻고 있는 재현이 낯설었다. 맞닿은 피부 위로 고르게 숨결이 와 닿는 걸 보면 죽은 건 아닌데. 가만히 지켜보던 상우는 빙긋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가려지지 않은 뒷목에서 등 위쪽 부분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사장님.”

“왜.”

상우의 부름에 재현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 무뚝뚝한 말투가 부끄러워서 나온 말이라는 건 너무 명백했다.

“사장님 진짜 귀여워요.”

상우는 듣기만 해 왔던 말을 되돌려 주었다. 움찔. 몸 안에 담고 있던 자지가 크게 꺼떡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요. 너무 귀여워서 막 깨물어 주고 싶은 그런 기분 아세요?”

귀엽다는 말로 폭격하는 상우 때문에 재현의 달아오른 얼굴이 식을 줄을 몰랐다.

“시발.”

재현의 짜증 가득한 욕설에 상우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알아냈다. 재현을 괴롭힐 방법!

“아, 어떡해. 사장님은 욕하는 것도 귀여워요.”

참다못한 재현이 상우의 허리를 다시 꽉 쥐었다. 상우의 허리를 들어 올린 재현은 인정사정없이 자지를 올려 박기 시작했다. 몸이 붕 뜬 채로 빠르게 처박히는 상우의 안이 잘게 경련을 했다. 잠깐만 멈춰 달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입만 벌리면 신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아아! 하윽―! 잠, 잠깐, 아으―!”

재현의 몸을 짚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상우가 완전히 재현에게 엎드려 기대자 더 움직이기가 쉬워진 재현이 거칠게 추삽질을 이어 나갔다. 재현의 허벅지에 부딪혀대는 상우의 엉덩이 위에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 손을 내려 상우의 엉덩이를 더 벌리며 재현은 모든 힘을 허리에 쏟아부었다.

이게 어디서 이기려고 들어. 나름대로 분노 표출이었는데 상우의 자지가 뭉개지고 있는 배 위가 축축한 걸 보니 지금 벌을 주는 건지 상을 주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흐아아―, 갈 거, 으읏! 갈 거 같아요―! 하윽!”

마음껏 소리를 질러 대는 상우를 봐주지 않고 재현은 더 깊고 세게 허리를 놀렸다.

상우가 팔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구멍 안으로도, 좆으로도 오는 자극이 너무 강해서 뭐 하나라도 줄여 보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찔러지는 각도가 좋지 않았다.

재현의 거대한 자지가 콱, 전립선을 찍어 올렸다.

“아흐으―!”

상우의 자지 끝에서 정액이 팍 튀어 올랐다. 그제야 움직임을 멈춰 준 재현은 상우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정의 여운이 긴 건지, 상우는 양손으로 자지를 재현의 배 위에 꼬옥 누르며 앞뒤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상우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축축하게 젖은 성기가 재현의 복근 위에 문질러졌다.

몇 번을 더 허리를 흔들어 대던 상우가 풀썩 재현의 위에 엎어졌다.

“하아…… 사장님…….”

재현의 손이 부드럽게 상우의 등을 쓸어 주었다.

“저 너무 좋아서 기절할 뻔했어요…….”

“응. 그래 보이더라.”

재현이 뿌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여태까지 한 것 중에 제일 좋았어요…….”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재현이 슬쩍 눈만 돌려 상우를 바라보았다. 오후의 햇살에 반사된 갈색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빛났다. 얘가 왜 이미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거지. 난 아직 한창인데. 재현은 상우를 끌어안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다행이네. 이제부터는 더 좋을 거야.”

재현에 의해 뒤로 천천히 눕혀지는 상우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저 방금 기절할 뻔했는데 더 하시려고요!?

깜빡깜빡 눈을 뜨니 상우가 품에 안겨 있었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재현도 만족스러울 만큼 실컷 해 댔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좆을 박아 넣은 채로 저녁을 먹여 줬다. 그리고 치우기 전에 하고, 침대로 와서 또 하고, 씻으면서 한 번 더 하고, 침대로 데려 와서 또. 의미 없는 숫자를 세던 재현은 이내 포기하고 상우의 얼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색색 고른 숨을 내쉬며 잠이 든 상우는 하도 울어서 퉁퉁 부은 게 마치 꼬마 돼지 베이브처럼 귀여웠다.

손가락으로 매끈한 콧날을 따라 쓸어내리자 간지러웠는지 콧잔등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귀여워라. 재현은 잠든 상우를 살짝살짝 건드리며 어서 잠에서 깨길 기다렸다. 마침내 상우의 속눈썹이 팔랑팔랑 움직였다. 밝은 갈색의 눈동자가 멍하게 재현을 인지하더니 상우의 얼굴 한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언제부터 상우가 의심 없이 밝게 웃어 줬더라. 재현도 상우를 마주 보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손가락 발가락을 꼬물꼬물 거리며 기지개를 켠 상우가 재현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기분이 좋은지 가슴팍에 뺨을 문질러 댔다. 재현의 손가락이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었다.

“사장님…….”

애교 섞인 상우의 부름에 재현도 다정하게 대답해 주었다.

“잘 잤어?”

조그맣게 끄덕이는 머리통이 사랑스러워서 재현은 쪽쪽 정수리 위에 입을 맞췄다.

“사장님, 좋아해요.”

재현이 꿔 왔던 꿈은 현실이 되었다. 이 정도면 인큐버스인지 서큐버스인지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너와 내가 우연히 마주쳐서 삐거덕거리면서도 계속 만나다가 결국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믿기 힘든 일도 일어났는데, 인큐버스라고 왜 세상에 없을까. 재현도 나지막이 상우의 귓가에 속삭여 주었다.

“나도. 나도 사랑해, 상우야.”

사랑한다는 말이 간지러웠는지 상우가 재현의 품 안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러다 문득 할 말이 생겼는지 고개를 들고 재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뾰족한 턱이 정확히 명치를 꾹 눌러 와 상당히 고통스러웠지만, 재현은 어른의 여유를 잃지 않기 위해 억지로 참아 냈다.

“왜?”

왜라고 묻는 목소리에도 다정함이 흘러넘쳤다.

“사장님, 저랑 계약하실래요?”

사실 이미 계약된 것 같지만, 그래도 상우는 재현의 의견을 한번 물어보았다.

“무슨 계약?”

난데없는 계약 타령에 재현이 픽 웃었다. 요즘 애들은 사귀는 것도 도장 찍고 시작하나.

“정기 수급 계약이라고, 저는 사장님한테 정기를 받는 대신 소원을 들어 드릴 수 있어요!”

자신만만하게 헛소리를 하는 상우의 코끝을 재현이 살짝 깨물어 주었다.

“그거 하면 뭐가 좋은데?”

“음…… 제가 사장님 정기만 먹을 거라는 점?”

그것참 좋은 계약이었다. 어차피 상우가 다른 놈들 정기를 먹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는데, 아예 그 내용이 문서로 찍힌다는 거지?

“그래. 그 계약 어떻게 하는 건데. 공증받으면 되나?”

요즘은 계약서를 작성한다고도 들었지만, 재현은 이미 고전적인 방법으로 가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사장님이 소원만 빌면 돼요.”

문서화 되지 않는다니 재현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간단하네. 소원은 아무거나 다 돼?”

아. 맞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었다. 재현의 소원이 뭔지는 몰라도, 제가 어지간한 건 들어 줄 수가 없는 하급 악마라는 산.

“근데…… 제가 쪼렙이라. 상식선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거만 가능해요. 그것도 우리 관계에 대한 것만.”

재현의 등을 끌어안은 상우의 손가락이 민망함에 꼼지락거렸다. 그나마 있는 능력도 하찮은 게 귀여워서 재현은 상우의 뺨 위에 입술을 꾹 문질렀다. 상식선에서 상우가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런 소원이 뭐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재현은 무언가 생각난 듯 아, 하고 소리를 냈다.

“너만 들어 줄 수 있는 소원 있지.”

“뭐요?”

상우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나만 들어 줄 수 있는 소원이라니! 갑자기 대단한 악마가 된 기분이었다. 상우를 꼭 끌어안은 재현이 몸을 빙글 돌려 상우를 제 위에 앉혔다.

“가까이 와 봐.”

상우가 고개를 숙여 재현의 입가로 귀를 가져갔다.

재현은 무슨 소원을 빌까? 하는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평생 나만 바라봐, 이 사랑 변치 말아 줘 같은 소원이면 어떡하지. 너무 간지러운 말이면 표정 관리 못하고 좋아서 팔짝팔짝 뛸 거 같은데.

이윽고 상우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이 와 닿았다. 간지러움에 목이 움츠러들고 발가락이 절로 꼼지락댔다.

“내 소원 들을 준비 됐어?”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상우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바니걸, 노예플, 결박플, 딥스로트.”

꼬물거리던 발가락이 덜컥 멈췄다.

“네?”

“그리고 앞으로 생길 내 섹스 버킷리스트들. 그거 같이 해 줘.”

가만히 정지해 있던 상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에 잡힌 베개로 재현을 팡팡 내리치며 상우는 생각했다.

악! 진짜 악마는 여기 있다니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