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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10화 (10/137)

10화.

정말 마보가 최고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 봤고 그 훈련법이 나에게 가장 익숙했다.

그리고 내가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것으로 가르치는 게 편했다.

이 세계에서는 어떤 게 더 좋은지 모르지만 내가 잘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가르치겠는가.

“내가 아는 그 마보를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은우야.”

“맞을걸? 마보라는 게 다른 것도 있나? 마보는 지구력을 키우는데 엄청 좋아. 그 다음에는 달리기고. 마보랑 달리기를 계속하면 근성 하나는 확실히 좋아질 거야.”

“……그렇다는 거지?”

“응. 나만 믿어.”

자기도 웬만하면 나를 믿고 싶은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돼서 안타까운 것 같은 이하민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이제부터 마보를 이각만, 아니. 삼십 분만 해 봐.”

그러자 이하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은우 너는 가끔가다 웃기는 것 같아. 무협 드라마를 너무 열심히 본 모양이야.”

드라마로만 본 줄 아냐?

거기서 살다 왔다.

이하민은 처음부터 나를 실망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지 마보 자세를 하고 버텼다.

그러나 그게 처음부터 잘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고 조금 지나자 온몸의 근육들이 소리를 질러 대는 듯했다.

나는 그때마다 이하민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다.

“첫날이니까 오늘은 특별히 20분만 하는 거로 하자.”

“20분?”

그러면서 이하민은 몇 분이나 지났는지 거의 30초 단위로 물었다.

“아직 멀었어. 5분도 안 됐어.”

“그럴 리가 없어. 거짓말일 거야.”

처음에는 그런 소리를 하더니 나중에는 다른 식으로 공략을 해 왔다.

자기는 가이드이지 않냐며 자신은 본분에 맞게 가이드로서의 소임을 다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동안 몇 번 몸을 펴려고 하기에 그때마다 어깨를 지그시 눌러 주었더니 비명을 터뜨렸다.

“허벅지가 터지려고 해. 은우야.”

“응. 안 터져.”

“야. 너는 진짜!”

순하게만 생긴 이하민이 화를 내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너 방금 욕했지, 이하민?”

“무슨 소리야. 나는 욕 안 해. 욕하는 사람을 경멸해.”

구시렁거리면서도 이하민은 내가 말한 시간을 다 채웠다.

근성 하나는 알아 줘야 했다.

“그럼 이제는 달리기를 하자.”

“이대로 바로? 그러다가 나 죽는 거 아닐까?”

“응. 안 죽어.”

“그런데 은우야. 나는 왜 이 사회에 가이드와 에스퍼가 별도로 존재하는지 알 것 같아. 나는 정말 가이드가 적성에 맞는 것 같은데 그냥 가이드로 살아가면 안 돼?”

그러면서도 내가 먼저 뛰기 시작하자 급하게 쫓아왔다.

“아니. 은우야. 우선은 얘기 좀 하고.”

그러나 나와 얘기를 하려면 이하민도 뛰는 수밖에 없었다.

***

“…….”

이하민은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그런 운동을 해서 그런 건지 몸이 감당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몇 걸음을 걷다가 다리에서 힘이 풀려 주저앉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힘들다고 하면서도 이하민은 자기가 해낸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듯했다.

“네가 보기에 나는 어느 정도야, 은우야?”

“아주 못하는 건 아니야. 근성이 아주 좋아. 너는 좋은 에스퍼가 될 거야.”

그 말에 이하민이 웃었다.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응. 그렇기는 하지.”

어차피 이하민에게 이해시키려고 해도 지금은 어려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 동안 이하민의 배 속에서는 천둥이 치는 것처럼 엄청난 소리가 났다.

“너무 배고파. 그런데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도 신체 강화자가 되면 좋겠어.”

“왜 하필? 다른 능력이 더 좋지 않아?”

“그래도 나는 신체 강화자면 좋겠어. 그게 가장 멋진 것 같아.”

옆에서 특이한 능력을 가진 S급 에스퍼들을 늘 봐 왔으면서 신체 강화자가 좋은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얼핏 이해는 안 됐지만 세상에 이해 안 되는 게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라 그냥 가볍게 넘겼다.

우리가 식당으로 들어가자 몇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 오는 대로 S급 에스퍼 식당으로 오라고 하셨어.”

다가온 이들 중 A급 에스퍼가 말했다.

평소라면 우리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마주쳐도 인사만 받고 지나갈 사람이었는데 S급 에스퍼들이 무슨 소리를 어떻게 하고 간 건지는 몰라도 군기가 바짝 든 것 같았다.

우리가 그런 말에 따라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아닌가? 맞나?’

A급 에스퍼가 말을 하는 동안에도 이하민의 배 속에서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A급 에스퍼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때를 맞춰 꼬르륵거리는 것이 상당히 반항적으로 들렸다.

이하민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 소리를 조종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그렇게 쓸모없는 능력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A급 에스퍼는 이하민이 매번 그러는 것에 점점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았다.

설상가상 이하민은 그가 말을 하는 동안 ‘아, 배고파’ 하고 탄식을 하기까지 했다.

A급 에스퍼는 이하민이 지금 뭐라고 한 건가 하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정작 이하민은 자기가 뭐라고 말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여기에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하민을 데리고 S급 에스퍼 전용 식당으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화려하고 사치스럽게까지 보이는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면은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무섭기까지 했다.

여기 4층인데…….

그래도 적나라하게 펼쳐진 바깥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기는 했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벽면을 제외하고는 벽면과 바닥이 모두 검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고 천장에는 화려한 느낌의 샹들리에가 곳곳에 달려 있었다.

작은 소품 하나도 모두 고급스럽고 8인용 식탁은 호화로움의 정점을 찍었다.

식기 하나하나도 전부 고가의 제품이어서 견인이 그동안 우리 식당에서 왜 그런 표정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드디어’ 심우진과 마주쳤는데 그는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하민의 방에서 봤을 때는 묶고 있었던 머리를 지금은 풀어 내려서 부드럽게 흘렀는데 옆에 있는 두 사람에 비해 선이 굵고 확실히 대비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전혀 다른데도 아름다움이라는 범주 안에 공존하는 얼굴.

유난히 짙고 긴 속눈썹 때문에 마치 눈 화장을 한 것처럼 보였는데 머리카락도 눈썹만큼이나 짙은 흑발이었다.

쌍꺼풀 없는 큰 눈에 깨끗한 콧날이 확실히 냉미남 재질이었다.

옆에 있던 잔을 들어 물을 마시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않는 그를 보며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인사를 해야 하는 건가 하다가 아무래도 내가 하급 에스퍼긴 하니까 하기는 해야겠지 하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D급 에스퍼 서은우입니다.”

“반갑습니다. 심우진이라고 합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처음부터 반말을 하던 와중에 존대를 해 오니 사람이 달라 보였다.

“이하민 가이드에게 얘기를 들었습니다. 은우 씨가 아니었으면 이하민 가이드가 곤경에 처할 뻔했습니다. 내가 먼저 가이딩 신청한 사실을 말했어야 했는데 급해서 깜빡했습니다. 내 전용 가이드이니 나한테 먼저 연락을 해서 물어봤으면 됐을 걸 방송을 하고 지랄들인지. 찾아가서 확실하게 혼쭐을 내놨으니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우아하고 세련된 음성이었다.

그가 발음하니 지랄이라는 말도 고급스럽게 들릴 지경이었다.

“이하민이 왜 네 전용 가이드야? 말을 웃기게 하네?”

견인이 말하자 변태영이 고개를 저었다.

“이 형 헛소리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시끄럽게 싸우려고 하지 마요. 형이 그러기를 바라고 노리면서 하는 건데 형은 단세포처럼 매번 반응을 해 줘요, 왜? 옆에서 둘이 시끄럽게 굴면 유리 긁는 소리 같아서 짜증 난단 말이에요. 확 둘 다 태워 버릴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들 있어요.”

대단한 막낸데?

변태영의 말에 두 사람이 실제로 조용해졌다.

전에 조용히 구워진 적이 있었나?

“자. 두 사람. 아직 식사 전이지? 그런데 이하민은 꼴이 왜 그 모양이지? 가이딩이라도 하고 왔어? 그건 아닐 텐데. 우리 말고 센터에서 다른 에스퍼도 맡긴 거야?”

변태영이 이하민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닙니다.”

이하민은 그냥 체력 단련을 했다고 말을 했으면 됐을 텐데 그 얘기는 하지 않고 그 정도로만 끝냈다.

그러자 S급 에스퍼들이 일제히 궁금해진 듯했고 무슨 일이냐고 연거푸 물었다.

“그냥 밖을 돌아다녔어요.”

이하민을 구해 준 건 그의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였다.

변태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하민을 노려봤는데 이하민은 그 후에도 계속 얌전하고 예의 바른 표정을 하고 꼬르륵 소리를 냈다.

결국 안 되겠다고 생각한 듯 그들은 요리사에게 요리를 내오게 했다.

S급 에스퍼들의 식당에 와 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이 평소에 어떤 식사를 즐기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그때부터 코스 요리가 나오는데 이하민은 찔끔찔끔 나오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슬그머니 내 몫으로 나온 것까지 이하민에게 밀어 주자 이하민은 그때마다 그것으로 배를 채우려 했고 S급 에스퍼들은 그런 이하민을 보고 기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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