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말로 시비를 거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이 된다고 해도 가이드가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능력을 사용해 화염 공격을 가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미쳐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날린 불덩어리는 변태영의 염화에 비하자면 우스울 정도였다.
이하민은 그것이 날아와서 자기를 맞추도록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대기의 열기를 확 올려 버리고 주위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상대에게 직접 불덩어리가 닿아야 해를 끼칠 수가 있는데 그는 번번이 이하민을 놓쳤다.
그 후에 불길이 허공에 날아갔다가 피시식 꺼져 버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
이하민은 점점 자기 자신에게 놀라는 듯했다.
비단 이하민만 놀라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에스퍼들의 놀라움은 오히려 이하민보다 훨씬 더 컸다.
“이게…….”
A급 에스퍼는 이제 함부로 나서지도 못했다.
벌써 세 번의 실수가 누적되어 있었다.
작정을 하기만 하면 그를 잡을 수 있을 거라던 생각은 이제 사라져 버린 듯했고 다른 에스퍼들의 앞에서 이하민을 다시 공격하는 것이 점점 부담이 됐을 것이다.
덕분에 이하민은 훨씬 쉽게 그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A급 에스퍼가 작정을 하고 공격을 한다고 해도 이하민은 그것을 능히 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랬으니 나머지 조무래기들은 문제도 아니었다.
한 사람이 염력으로 이하민을 들려고 한 것 같았는데 이하민은 그것도 피해 냈다.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하자 집중이 흐트러져 결국 에스퍼가 포기하고 만 것이다.
내가 전력을 다해 이하민을 공격하며 그 속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몇 번 경험을 하게 해 줬더니 그것을 떠올리고 해 내는 듯했다.
이하민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우수한 학생이었다.
“다 잡아! 에스퍼들이 가이드 하나를 못 잡는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야!!”
“하지만 이하민은 S급 전담 가이드인데 함부로 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한 에스퍼의 대답에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전력을 다하고도 잡지 못했으면서 자기들이 잡지 않은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듯이 말을 하고 있어서였다.
그러자 이하민이 급하게 외쳤다.
“저기요. 말하지 않을 테니까 전력으로 공격을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에 에스퍼들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정말이에요. 정말 말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저희 에스퍼님들은 제가 그런 말 해도 상관도 안 하세요. 그러니까 계속 공격해 주세요. 아. 잠깐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면서 이하민이 헐렁한 바지를 무릎 위로 끌어 올리자 에스퍼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하민의 발목과 종아리, 무릎 위와 허벅지까지 고리가 차곡차곡 걸려 있었다.
에스퍼들은 이하민이 그것을 다 풀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직감한 듯했다.
“저 자식 막아! 지금 공격해!!”
그렇게 소리친 A급 에스퍼는 자신이 먼저 공격을 감행했다.
그도 신체 강화자였는지 이하민에게 달려가 다리를 휘둘렀다.
‘미친!’
이제는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는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속도와 위력 모두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지만 그래도 A급 에스퍼라 불리는 자였다.
이하민은 몇 걸음 앞으로 가다가 넘어지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사람들 눈에는 기괴하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이하민이 왜 그러는지 알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몸이 가벼워지는 바람에 붕붕 뜨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하민은 무거운 고리를 풀어놓고 한동안 거기에 적응을 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그리고 적응을 마치자 정말 날아다니는 것처럼 움직였다.
‘확실히 재능이 있어. 평범한 가이드는 아니었던 거야.’
말 그대로 작가신(作家神)의 가호였다.
이하민이 몸을 날리자 에스퍼들은 실소를 흘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냐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왜 이하민에게 시비를 걸었는지 그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놈들 불러와! 여기에서 이대로 물러나면 에스퍼 망신이지!!”
A급 에스퍼가 소리치자 뒤에 있던 에스퍼 하나가 몸을 날리려 했다.
“잡을까, 이하민?”
“아니. 우선은 놔둬 봐. 엄청 재미있다. 나도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런데 나도 공격해도 되는 건가?”
이하민은 가이드가 에스퍼를 때려도 되는 건지 그걸 궁금해하고 있었다.
만약 괜찮다고만 하면 이 사람들과 한번 붙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에게 묻기는 했지만 에스퍼들에게 대답을 듣고 싶었는지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에스퍼들은 그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 같았으면 화를 내면서 손을 봐주겠다고 했겠지만 이제는 슬슬 두려워서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때려도 되지 않을까? 원래는 안 되겠지만 네가 때려도 이 사람들이 말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소문만 안 나면 되잖아. 가이드한테 맞았다고 에스퍼들이 떠들고 다닐 것 같지는 않으니까 한번 해 봐.”
“너는 정말 똑똑하다, 은우야.”
이하민은 빠르게 감탄을 마치고 주위에 둘러선 에스퍼들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다리를 휘둘렀다.
그들은 싸울 줄도 모르는 가이드가 주먹을 휘둘러 봐야 그게 얼마나 대수롭겠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좋았겠지만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이하민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할 기회도 없었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이하민이 그렇게 된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시간 안에 내 팔에 한 번이라도 손을 댈 수 있다면 그동안 가르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이하민은 어떻게든 내 팔에 손을 대려고 엄청난 시도를 했다.
그러나 신체 강화를 하고 거기에 무공까지 사용해 피하는 나에게 이하민이 다가올 방법은 없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임무를 내린 건데 이하민은 어떻게든 그것을 성공하겠다고 끝없이 매달렸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실패했지만 그 시간과 도전이 무의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었다.
지금 이하민이 보이는 모습이 그동안 그가 보내온 시간에 대한 증거였다.
맹렬한 주먹이 날아가고 C급 에스퍼가 나가떨어졌다.
말 그대로 나가, 떨어진 것이다.
옆에서 동료 에스퍼가 이하민에게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이하민은 자신의 힘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때 멀리서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를 들어 보니까 한 스무 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이하민. 축하해. 엄청 신나겠다.”
“응!”
이하민은 기대된다는 듯이 웃었다.
에스퍼들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이건 절대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보다 훨씬 전에 싸움이 끝나야 했고 이하민은 그들의 앞에서 피죽이 된 채 쓰러져야 했다.
처음에는 그나마 S급 에스퍼들 때문에 이하민을 다루는 것이 꺼림칙했겠지만 지금 그들 중 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하민을 당장 잡아서 사지를 부러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실력이 부족해서, 이하민을 잡을 수가 없어서 속이 타고 있을 터였다.
이하민은 그 시간을 알차게 사용했다.
주위에 둘러선 에스퍼들을 향해 공평하게 주먹을 내질러 주고 다리를 휘둘렀다.
누구는 주먹에 맞고 누구는 다리에 맞았다고 억울해하지 않도록 모두를 공평하게 공격했다.
허리나 등을 가격당해 숨이 멎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이하민. 정말 잘하는데?”
“그러게. 나 정말 잘한다. 은우야.”
이하민은 자신의 재능에 놀란 듯했다.
그는 정말 그럴 만했다.
나조차도 점점 놀라고 있었으니까.
이하민이 남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새롭게 각성하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협 게임 세계에서도 그런 천재를 몇은 구경했다.
싸우는 동안 깨달음을 얻고 전투 중에 강해지는 사람들.
영웅들만 모아 놓은 게임이니 오죽했겠나.
그런데 이하민도 그들에 못지않은 실력을 보이면서 계속해서 강해지는 중이었다.
그때 나타난 에스퍼들은 이하민에게 재앙이 아닌 선물이었다.
에스퍼들은 이하민이 날뛰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들을 데리러 간 에스퍼가 그들에게 뭐라고 말을 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에스퍼들이 맞고 있다고는 못 했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게 수치스럽기도 했겠지만 그런 말을 듣고 이렇게 부지런히 달려올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에스퍼들이 같은 무리도 아닌 남의 일에 이렇게 온다고?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아마도 이하민을 잡았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다가오던 이들의 얼굴에 처음 박혀 있던 웃음과 표정만 봐도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야, 저게?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하민이 지금…… 이하민이…… 아니. 가이드한테…….”
새로 온 에스퍼들은 자기들이 보고 있는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서로 그런 말만 중얼거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이하민이 에스퍼들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것을 보며 그들은 자기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하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