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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31화 (31/137)

31화.

사이렌이 울렸다.

그리고 가장 먼저 견인이 나타났다.

“나랑 갈 거지?”

그의 옆에서 변태영이 나타났지만 견인이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내 팔을 잡고 그대로 달렸다.

“변태영. 쓸데없이 힘쓰지 마라. 그동안 내가 그냥 져 준 거지 마음먹고 붙으면 너한테 안 져. 지금 당장 염력 쓸 수 있는데 던전 가기 전에 힘 빼지 않으려고 하는 것뿐이니까 빠져.”

견인의 말에 변태영도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포기하는 모양새였다.

오오. 견인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어?

다른 것도 다른 거지만 견인이 마음을 먹기만 하면 변태영마저도 마냥 쉽게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평소에 유순하게 웃고 장난도 잘 쳐서 조금 쉽게 보고 있었는데 그 생각도 고쳐먹어야 할 것 같았다.

정말 견인이랑 가면 되는 건가 하고 있는데 이하민이 변태영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오! 변태영이 이하민을 가르치려나 보네?

나도 거기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견인의 차에 다다랐다.

“빨리 타자고. 우리 차가 빨리 빠져야 다른 사람들이 수월하게 나가지.”

평소에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아는데 굉장히 열성적이었다.

“그런데 우리만 가나요?”

다른 팀원은 고르지 않은 채 그대로 출발하려고 하는 그를 보며 묻자 나를 쏘아보았다.

“서은우 에스퍼. 사람이 양심이라는 게 좀 있어야지. 우리 둘이 팀이면 부족할 게 전혀 없다는 걸 모르나?”

“그렇게 자신 있으세요?”

“무슨 소리야? 나는 서은우 에스퍼 믿고 깝죽거리는 건데?”

“…….”

이번에야말로 내 능력을 꼭 밝혀내고 말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르는 것 같은데 어려울 거다, 견인.

그러나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이곳에 와서 다른 S급 에스퍼들에 대해서도 그랬지만 그에 대해서는 확실히 더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 그가 이하민에게 하곤 했던 폭언 때문이었는데 S급 에스퍼들이 자기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한 적이 없고 야단친 것밖에는 없다는 이하민의 말을 들은 후에 그 일에 대해 직접 물어서 확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하민은 깜짝 놀라며 견인 에스퍼님이 자기를 가장 따뜻하게 챙겨 주신다고 말을 했었다.

-그래도 야단은 친다며.

-야단은 치시지. 그건 다 나 잘되라고 그러시는 거야. 나도 내가 가끔씩 짜증 나게 군다는 거 알고 있거든. 은우 너도 나 야단치잖아. 네가 야단치는 거에 비하면 그분들이 그러시는 건 등을 쓰다듬는 것 정도밖에 안 돼. 네가 매운맛이면 그분들은 순한 맛이야. 순한 맛도 아니고 싱거운 맛이지. 그냥 맹물이야, 맹물.

그때 얼마나 찔렸던가.

이하민이 S급 에스퍼들을 위해서 굳이 거짓말을 할 것 같지도 않고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 이하민이 어땠었는지를 떠올리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이건 아무래도 개정판인가 봐. 누나가 쓴 게 엄청나게 수정이 돼서 출간이 됐나 봐.’

뭐가 됐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차에서 명상에 잠겼다.

견인이 말을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워낙 이상해서 눈을 살짝 떠 봤더니 견인이 나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궁금하기는 엄청나게 궁금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보면 아나?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를 힐끔 바라보고 다시 눈을 감았다.

“3분 후에 A-H01-25388 섹터에 도착합니다. 던전은 봉쇄됐고 인근 주민은 모두 자리를 떠난 상태입니다. 위험도는 최상급이며 봉쇄 상태는 불안정합니다. 지금부터 봉쇄를 장담할 수 있는 시간은 7분 정도라고 하고 있습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센터 직원이 말해 주었고 우리는 그 말을 머릿속에 담은 채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

위험도 최상급 던전.

당연히 긴장감 제로였다.

견인은 그런 나를 바라보았고 혼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던전에 들어갔을 때 앞에 펼쳐진 것은 똬리를 튼 거대한 뱀 형상의 괴수였다.

이런 건 정말 힘들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게 이런 유형이었다.

조류형도 어려운데 이만한 뱀은 파충류형이 가진 이점뿐만 아니라 조류형이 가진 이점까지 거의 비슷하게 갖고 있었다.

이 경우에서 이점이란 괴수 측에서의 이점이다.

몸으로 지탱한 채 머리가 떨어져 내리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가늠이 되지 않을 때가 있어서 이런 유형의 괴수가 나타나면 특히나 피해가 많았다.

일단 던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던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안에 있는 괴수가 어떤 형태인지도 알 수가 없었고 그것은 에스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놀라고 경악한 채 불안한 상태에서 공략을 시작해야 해서였다.

나는 견인을 힐끔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는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저 정도면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상당히 어려운 괴수인데도 견인은 조금도 주눅 든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실력을 한번 기대해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견인의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던전의 부산물을 염력으로 띄워 올려 그걸 괴수에게 날렸는데 오히려 화만 돋운 듯했다.

‘아니. 뭐야? 저렇게 하면 나라도 화나지.’

죽이려고 던지는 게 아니라 성질을 건드리려고 던진 것처럼, 전력을 다하지 않고 엉성하게 휙 던진 꼴이라 기가 막혔다.

그래 놓고 자기는 잽싸게 피해서 화가 난 괴수가 나를 노렸다.

‘뭐지? 일부러 싸움 붙이려고 이러는 건가? 내 능력을 드러나게 하려고?’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 생각이었는데 말이 되는 것 같았다.

‘견인이 지능캐였어?’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의 뜻대로 움직여 줘야 할 이유는 없었다.

피하는 건 내가 견인 못지않게 잘할 자신이 있었다.

두고 보자, 견인.

누가 물을 먹게 되는지.

견인은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아차리고 눈에 띄게 당황한 것 같더니 잠시 머뭇거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궁리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상대는 절대로 만만한 괴수가 아니었다.

견인이 그렇게 물로 보고 장난질을 할 상대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저런 식으로 나온다면 실망인데?’

나는 어느새 괴수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괴수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때부터 덤비기 시작했다.

나에게.

아니. 왜 나한테 그래?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견인의 뒤로 도망쳤다.

그러자 견인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싸울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제 그도 확실히 알아차린 것 같았다.

던전을 공략하려면 그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견인도 능력 발휘를 다할 터였다.

나는 구경이나 하자고 생각했고 견인은 어쩔 수 없다고 여긴 듯 괴수를 향해 서서히 능력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지휘를 하는 것처럼 허공에서 움직였다.

그러자 집채만 한 괴수가 벽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몸을 바로 할 틈도 없이 거대한 손이 잡아 뜯는 것처럼 몸통이 찢겨 나갔다.

세상의 어떤 염동력자도 그런 짓까지 하지는 못할 텐데…….

입이 벌어진 것도 잊고 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괴수는 몸부림을 쳤고 견인은 거기에 더해 계속해서 능력을 사용했다.

엉성하게 괴롭히기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괴수를 완전히 죽여야 하는 것이기에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이제는 서은우 에스퍼도 좀 돕지?”

그가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고 나도 계속 모른 척하기는 뭐해서 몇 번 주먹질을 해 주었다.

견인에게 그런 일을 당하고도 괴수는 여전히 움직이며 우리의 틈을 노렸다.

그때마다 독아에서 치명적인 독이 분사되었는데 그것이 닿은 곳은 형체도 없이 녹아내렸다.

“장난하러 온 것 같군. 서은우 에스퍼.”

뒤에서 견인의 잔소리가 들려와서 결국 어느 정도는 능력을 보여 줘야 했다.

그러다가 연약한 척 한번 튕겨 나가면서 비틀거리고 견인을 슬쩍 봤더니 가증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어…… 안 먹히네?

그러면서 우두커니 서 있었더니 결국 견인이 괴수를 향해 마지막 공격을 했다.

그때까지 몰랐던 건 괴수의 머리가 뒤쪽에 하나가 더 있고 앞면에 있는 것보다 위치가 낮았다는 거였다.

괴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회를 노리느라고 그것을 철저히 숨긴 듯했다.

제 몸이 찢겨 나가고 내 주먹질과 발길질에 흠씬 두들겨 맞으며 거의 죽어 가면서도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노리고 버텼던 것이다.

아무리 적이라고 하지만 그건 정말 놀랍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으으윽!!”

견인은 급하게 몸을 뒤로 빼려고 하다가 균형을 잃고 나뒹굴었는데 그런 견인을 향해 괴수가 독아를 드러내고 독을 분사했다.

독이 분사된 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고 있던 나는 몸을 날려 견인을 낚아챘고 우리를 찾아 고개를 돌리는 괴수에게 달려가 다리를 휘둘렀다.

괴수는 그동안에도 그런 공격을 연달아 당해 왔기에 내 가격이 어느 정도 강도로 이루어질지 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녀석의 착각이었다.

그동안 한 번도 드러내지 않던 힘을 실어 공격하자 거대한 괴수의 몸통이 뒤로 꺾였다.

접히듯 쓰러진 괴수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을 때, 손에 닿은 부위의 뼈가 먼지처럼 조각나는 것이 느껴졌다.

견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내 비밀을 지키자고 견인을 녹아 버리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내가 다가가자 견인이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끝난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런 것 같군.”

그러던 그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괴수가 쓰러지는 것을 보며 긴장이 풀려서였는지, 과하게 능력을 사용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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