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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41화 (41/137)

41화.

견인 역시 그 사실을 아는 듯했고 견인이 포기한 순간 내가 좀비에게 다가가 놈의 몸을 밟고 올라가 팔을 비틀고 찢은 후에 뽑아냈다.

쿠에에엑-!!

끔찍한 비명이 연거푸 터지고 놈의 등에 올라탄 나는 좀비의 목을 비틀었다.

한계를 넘어서자 마침내 놈의 목이 완전히 부러졌고 나는 이제야말로 끝이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등에 단도를 박아 넣어 끝까지 그었고 더 이상 좀비가 반항하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내가 처리할게, 서은우.”

변태영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불길이 순간적으로 치솟았다.

그 거대한 불길 속에서 좀비는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완전히 목숨이 다했던 것이다.

“끝났어…….”

견인이 옆에서 속삭이듯이 말했다.

변태영의 불길을 보면서 이하민의 힘을 깨달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 듯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이하민을 바라보았다.

정작 이하민은 공략이 끝나도록 앞에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그의 기여가 얼마나 컸는지는 각자가 잘 알 수 있었다.

끝나고 나서야 내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한 힘.

손이 가면 저절로 찢어지고 지치지 않으며 평소보다 훨씬 더 완력이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전부 이하민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를 돌아보고 이하민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이하민이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하민!”

내가 다가가려 하자 나보다 가까이에 있던 심우진이 이하민을 급히 부축했다.

심우진을 보면서 이하민 역시 중간중간 한계에 이르렀을 거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S급 에스퍼들은 모두가 각각 치고 빠지면서 쉬기도 하고 힘을 다시 비축하기도 했는데 이하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우리가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그 공격이 극대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계속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던 것 같았다.

“서은우 에스퍼. 할 수 있는 거지?”

우리는 공략을 마쳤다는 기쁨이나 감격을 느낄 새도 없이 이하민을 걱정했다.

“심각해요.”

이하민을 부축한 심우진이 말했고 나 역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자 던전을 지키고 있던 에스퍼들 외에 새로운 센터에서 나온 에스퍼들이 서 있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센터의 수뇌부로 보이는 이가 다가와 물었다.

“공략은 성공했습니다.”

변태영이 묻자 그들은 제대로 된 대답도 없이 던전으로 들어갔다.

이하민이 심우진에게 업혀서 나오고 있었는데도 그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우리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S급 에스퍼들은 거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판단을 마치면 그만이고 앞으로 그것을 바꾸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자격도 없는 것들이 영역을 차지하고 있도록.

그리고 시한폭탄을 방치하고 있다가 그것이 터져 버리게 하도록 놔둘 생각은 없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S급 에스퍼들은 말이 없었다.

변태영은 무서울 정도로 광폭한 질주를 했지만 그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 올 때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시간이 단축되었고 차에서도 시간을 그냥 허비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차에 탈 때부터 나는 이하민과 같이 앉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정도의 가이딩으로는 날뛰는 이하민을 가라앉힐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의 고개를 돌리고 입술을 맞췄다.

그 정도로도 파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녀석의 옷을 벗겼다.

차에 앉은 채로 이하민의 단추를 풀려고 하는 동안 견인이 나를 도와주었다.

민망하다거나 부끄럽다는 생각은 서로가 할 틈이 없었다.

S급 에스퍼들은 지금 이하민이 어떤 상태인지, 얼마나 위험한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가이딩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정신도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늦어지면 이하민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을 터였다.

나는 셔츠를 벗어 버리고 이하민을 끌어안았다.

나와 이하민 모두 상의를 벗은 채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꼭 끌어안았다.

제발 이하민이 반응을 보이기를 바랐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너무 강했어.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방치된 던전은 없었을 거야.”

견인이 말하자 심우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도 강한 개체였는데 던전이 방치되면서 더 강해진 것 같아.”

“이하민은 괜찮은 거지, 서은우?”

운전을 하던 변태영이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괜찮아야지.

반드시 괜찮아야 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가이딩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S급 에스퍼들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동적인 가이딩에는 결국 한계가 있어. 이하민이 먼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돼. 일단 정신을 차리기만 하면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이딩을 할 수 있을 거야. 사람들이 그랬거든.”

견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새롭게 배워 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안 그랬는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하민은 우리에게 필요한 걸 스스로 알고 가이딩을 해 줬거든.”

견인이 시무룩하게 말했고 나는 그것이 내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이하민의 특별함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것은 이하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을 터였다.

변태영은 위험천만한 질주를 했고 마침내 차가 센터에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면서 모여들었지만 변태영은 우리 숙소 앞까지 멈추지 않고 달렸다.

나는 이하민을 안고 신체 능력을 강화해 달렸다.

S급 에스퍼들이 나를 따라왔다.

그러나 내가 이하민을 눕히는 것을 보고 나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제는 자기들이 나가 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나마 S급 에스퍼들이 옆에 있어 주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들은 머뭇거리다가 밖으로 나갔다.

“이 앞에 있을 테니까 뭐가 잘 안 되거나 하면 바로 불러, 서은우 에스퍼.”

견인의 말에 겨우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해 준다고 하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하민.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내가 널 괜찮아지게 할 거야.”

그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했고 붉은 입술은 평소보다 더욱 붉어져 있었다.

몸 전체에서 열기가 느껴졌고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상의를 벗은 채였고 나는 그에게 점막 키스를 해 나갔다.

그의 입술을 삼키며 혀를 밀어 넣고 그의 혀를 빨았지만 그것으로도 그에게서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이대로 이하민이 죽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아찔해졌다.

“이하민. 안 돼. 죽으면 안 되는 거야. 알지? 네가 아니면 나는 시작도 안 했을 거야. 이 세계에서 아무것도 시작도 안 하고 그냥 숨어 있거나 피하기만 했을 거야. 그런데 너 때문에 시작한 거라고.”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할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 같다.

뺨이 간지러워서 손등으로 거칠게 눈물을 훔쳤다.

“이하민.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해야 네가 가라앉아?”

파장은 미친 듯이 일렁였고 이대로 녀석이 죽어 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미칠 것 같았다.

처음 이하민을 봤던 순간이 떠올랐다.

이곳에 와서 서은우의 몸에서 눈을 뜬 후.

내가 누나의 소설 속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하민을 본 후였다.

소설 속의 이하민과 너무 똑같아서.

절대로 이 녀석과는 경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속으로 얼마나 감탄을 했던가.

누나가 나를 따라다니며 자기 소설을 읽어 주는 동안 나는 이하민의 서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좋아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 조금은 행복해져도 좋지 않을까 했다.

누나에게 말을 해 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 굴리는 거냐고.

나중에는 이 자식도 좀 행복해지기는 하는 거냐고.

S급 에스퍼들 전부 다 뒈져 버리게 만들면 안 되냐고.

S급 에스퍼들이 던전에 들어가서 하나도 못 나오고 전부 다 죽어 버리게 하면 안 되냐고.

누나는 내 말을 듣고 흐뭇한 얼굴을 했었다.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자신의 소설을 억지로 읽어 주면 도망 다니면서 경악하기에 바빴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누나의 소설을 얌전하게 듣고 기다리기조차 한다는 걸, 누나라면 알았을 것 같았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그 순간에도.

내가 더 이상 누나의 소설에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하게 된 후에, 수정에 수정을 가하고 리뷰와 피드백을 받으며 고쳐진 마지막 내용에서 이하민은 어떻게 되고 S급 에스퍼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급하고 타들어 가는 듯했다.

“이하민. 내가 어떻게 해 줘? 내가 어떻게 해야 돼?”

대답 없는 이하민을 보며 나는 다시 눈물을 훔쳤다.

누워 있는 이하민은 미동도 없었고 말도 안 되게 아름다웠다.

이 모든 게 지독하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다시 한번 밀착한 채 그를 꼭 끌어안았다.

입을 맞추고 그의 혀를 머금었다.

어느 순간 내 손은 그의 버클을 잡았고 잠시 망설일 틈도 없이 버클을 풀었다.

차 안에서 상의를 벗길 때는 견인이 도와주어서 이렇게 가슴이 뛸 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상의를 벗기는 것과 하의를 벗겨 몸을 드러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니까.

그때부터는 조금씩 그런 감정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점막 가이딩을 할 때도 느껴지지 않던 부끄러움이 조금씩 자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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