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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42화 (42/137)

42화.

이게 가이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아래에 누워 있는 이하민이 너무 투명하고 순수하게 아름다워서…….

마른침을 삼킨 채 일어서 내 바지를 먼저 벗었다.

그러고는 녀석의 긴 다리에서 바지를 벗겨 냈다.

그렇게 몸을 겹친 채 누웠다.

틈 없이 몸을 전부 맞대고 그의 가슴에 귀를 댄 채 누워 있었다.

그의 손이 움직이고 내 등을 만지며 나를 안은 것은 조금 후였다.

“이하민. 정신이 들어?”

나는 깜짝 놀라고 감격해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열기가 오른 얼굴이었지만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녀석이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와락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왜 울어, 은우야.”

“이하민!”

간신히 울음을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쏟아져 버렸다.

괜찮은 척했지만 나는 단 한 순간도 괜찮지 않았다는 걸 알고야 말았다.

게임에 이어 소설 속에 들어오고, 어차피 한 번 해 본 건데 두 번이라고 못 할 것 없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소설 속에서 학대당하는 주인수 이하민을 구제해 주자고 거들먹거리며 거만하게 다가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가 아니면 안 되었다는 것을, 내가 살려고 그의 온기에 집착했던 거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된 것 같았다.

“이하민! 네가 죽는 줄 알았잖아.”

녀석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해냈다.

내가 드디어 해냈다.

내가 드디어 첫 가이딩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혼자서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며 가슴 벅차하고 뿌듯해했다.

그게 끝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거였을까.

이하민은 나를 바라보며 온화하게 웃으면서 그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은우야. 나 이제 알 것 같아. 남들의 가이딩.”

“어…… 응?”

“어떻게 해야 에스퍼의 파장이 가라앉는지.”

“그……래?”

좋아해야 하는 걸 텐데 왜 갑자기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지?

“나도 잘했지? 엄청 잘해 줬지? 나 점막 가이딩도 했는데. 파장이 가라앉는 것 같지?”

생각하고 보니 누구한테 배운 것도 아닌데 정말 잘한 것 같아서 막간을 이용해 깨알 자랑을 했더니 이하민이 웃었다.

“응. 정말 잘하네. 그런데 내 파장이 가라앉지 않은 건 은우 너도 느껴지지?”

“……응?”

그래도 야.

처음에 비하면 이거 엄청나게 가라앉은 거야.

너 죽을 뻔했었어.

나는 너 오늘 죽는 줄 알았어.

그런 이야기를 할 틈도 없었다.

언제 그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분위기는 아름다웠는데.

참 따뜻하고 동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고 온통 세상이 파스텔 톤이었는데.

이하민의 눈에서 열기가 느껴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보다…….

그보다…….

그의 위에서 가만히 몸을 겹친 채 누워 있던 나는 허벅지에 와 닿는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이하민…….”

오금부터 허벅지까지 천천히 오고 가는 손길에 깜짝 놀라 몸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이하민과 몸이 바짝 닿아 있던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금방 깨달았다.

“단단해졌네.”

이하민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 내가 상상이나 할 수가 있었을까.

아니. 그보다…….

그 녀석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한 내 상태야말로 경악스러웠다.

그 말이 맞았던 것이다.

왜…….

왜?

대체 왜 이게 단단해져?

나는 너무 당황하고 얼굴이 뜨거워져서 그대로 일어나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하민은 내가 두고 가 버리기에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는 내가 보호해야 하는 에스퍼였다.

나는 그의 가이드고 나는 가이딩을 하는 중이었다.

“이하민. 내가 점막 가이딩을 다시 해 줄게. 이제 너, 정신도 차렸으니까 점막 가이딩을 다시 하면 될 것 같아. 내가 보니까 거기에 나, 엄청 소질이 있는 것 같거든.”

“그래.”

그가 웃으면서 눈을 감았다.

정신이 들고 의식은 되찾았지만 호흡이 거칠었다.

파장은 어떻다고 말을 할 것도 없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파장이 이럴 때 에스퍼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어떤 에스퍼들은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가이드를 공격을 하기도 하고 어떤 자들은 끝내 죽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 고통을 오로지 혼자서 감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하민의 뺨을 어루만지고 입술을 겹치고 녀석의 혀를 빨았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부지런히 녀석의 몸을 어루만져 주었다.

다리를 들어 그의 다리에 겹치고 몸의 모든 부위가 밀착하게 했다.

효과적인 가이딩을 위해서.

그렇게 해서 녀석의 파장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러나 녀석의 파장은 정말 미미하게만 움직였다.

넘치는 욕조에서 물 한 컵을 덜어 낸 정도?

그래도 이하민은 그 통증을 여전히 자신의 영역에 두고 있었다.

참고 견뎌야 한다면 자기가 참지 절대로 나에게 넘기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의식을 잃은 이하민에게 키스를 할 때는 일방적이었지만 이제는 그에게서 반응이 왔다.

타는 것 같은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한 모금의 물을 갈망하는 것처럼 이하민은 내 혀를 빨았다.

처음에는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격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고 그렇게 내 머리를 가만히 안았다.

그의 반응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미묘하게 알아차린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건가 하면서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내가 그럴 때마다 그는 가만히 멈춰 주었다.

마치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처럼.

그럴 때마다 다시 움직이는 것은, 그에게 다가가는 것은 나였다.

이게 가이딩이 아니어도, 이하민이 힘든 상황이 아니어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전에 이런 감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내가 느끼는 혼란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나는 나에게 철저히 속아 온 것 같았다.

‘아…… 모르겠다. 머리 아파. 너무 복잡해.’

그냥.

이하민에게 내가 필요하고 그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좋았다.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이하민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것을 봐서 좋은 거라고 다시 한번 나를 속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꾸 균열이 생겼다.

“은우야…….”

그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그가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고 그 손길이 그저 내 몸을 만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내 다리를 옆으로 벌렸다.

처음에 그의 위에서 겹치듯 엎드려 있던 나는 어느새 그의 허리 위에 올라탄 듯이 되어 있었다.

이하민이 원해서 그런 자세가 되기는 했는데 그가 왜 그렇게 한 건지는 여전히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두 무릎이 바닥에 닿고 보니 그때부터는 움직이는 것이 쉬웠다.

혹시 그걸 위한 거였을까 하면서 나는 그의 입술을 놔두고 뺨과 턱에 입술을 맞추다가 목으로 내려오며 가이딩을 계속했다.

내가 자각하지 못했을 뿐 오래전부터 내 시선을 황홀하게 잡아끌었던 쇄골에도 시간을 들여 입을 맞추고 빨았다.

그때마다 이하민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녀석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처음에 그의 손길이 느껴졌을 때 기겁을 하며 가만히 손을 뗐는데 그 후에도 몇 번 다시 엉덩이를 쓰다듬더니 이제는 제법 억세게 움켜쥐었다.

처음에는 손등을 찰싹 때리기만 해도 웃으면서 손을 떼더니 이제는 여간해서 말을 듣지 않았다.

“흡!”

그러다가 녀석의 손가락이 엉덩이 골을 느긋하게 쓸었을 때는 깜짝 놀라서 이하민을 노려보았다.

“해 줘, 계속. 은우야.”

이 자식이……!

다 나았는데 아픈 척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때마다 파장은 이하민의 편이 되어 주었다.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게 용할 정도로 엉망이었던 것이다.

혹시 이하민은 자신의 파장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심우진이 심상을 왜곡해 보여 줄 수 있는 것처럼 이하민은 파장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

실제로는 다 나았는데 나에게만 파장이 이렇게 느껴질 가능성은 아주 없는 걸까?

나중에는 그런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그게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은 던전을 함께 공략한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는 했지만 나를 만지는 이하민의 손길이 너무 능란해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곤 했던 것이다.

이하민의 재촉에 다시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러자 우리 사이에서 점차 몸을 부풀리던 분신들이 단단해진 채 마주 닿았다.

그건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소스라치게 싫어야 할 텐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어느 순간 그가 내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키스도 멈췄다.

나도 모르게 이하민의 입술을 찾았는데 그가 나를 보고 웃으며 내 몸을 쑤욱 올렸다.

좀 전까지만 해도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내 눈앞에는 그의 이마가 보였고 그의 얼굴은 내 목에 닿아 있었다.

왜 이러지?

뭘 하려고 이러는 거지?

그때까지 마주 닿아 있던 서로의 분신이 떨어졌다.

이하민의 것이 훨씬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내 다리는 자연스럽게 벌어졌고 그의 허리를 올라탄 자세가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단단한 것이 엉덩이 골을 스쳤다.

녀석의 손가락은 아니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뜨거운 느낌이었다.

깜짝 놀라 손을 뒤로 가져가 보니 녀석의 단단한 분신이 그 전보다 한층 더 몸집을 부풀린 채 그곳에 있었다.

“……!!”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안 나오는 상황.

“……야. 너, 뭐 하려고 그래?”

“괜찮을 거야, 은우야.”

“뭐, 뭐가? 너? 너 괜찮을 거라고?”

아니었다.

아니었다, 시발.

괜찮아야 할 사람은 나였고 이하민은…….

이하민, 이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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