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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52화 (52/137)

52화.

이하민은 견인이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걸까 하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일에는 역시 견인이 수완이 좋았다.

“당신들이 어떻게 장사를 했는지, 뭘 해서 돈을 벌었는지는 상관없고 우리는 서은우 에스퍼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봐야겠으니까 지금 당장 CCTV를 보여 줘요. 안 그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죠?”

견인은 말을 하고 손을 들어 올렸다.

일반인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었고 이 일이 발각될 경우에 센터 차원의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들의 옆에 있던 두꺼운 철제 캐비닛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하게 찌그러졌다.

얇은 종이를 접는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구겨 버리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다음에는 뭘 할지 알려 주죠. 당신들을 캐비닛에 넣고 이렇게 할 겁니다. 이제 CCTV를 보여 줄 마음이 조금 듭니까?”

직원들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S급 에스퍼들은 홀을 비추는 CCTV를 볼 수 있었다.

이하민이 나가고 심우진과 얘기를 하던 서은우가 이하민을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리며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S급 에스퍼들은 서은우가 왜 방향을 그렇게 잡았는지 금방 눈치챘다.

‘센터장 때문이야. 센터장에게 붙잡히면 시간을 허비할까 봐 그쪽으로 안 가려고 그런 거야.’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억지로 눌러놓았던, 센터장에 대한 분노가 다시 치솟았다.

그러나 지금은 서은우가 어디로 간 건지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가까스로 마음을 억눌렀다.

“어…….”

S급 에스퍼들은 서은우가 엄청난 방향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되돌아오려고 그러다가 이렇게 움직인 것 맞는 거지?”

변태영이 말하자 심우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가 방향치가 아니었다면 숲에서 서은우와 만날 일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서은우가 아무 일 없이 돌아와서 그 일을 얘기하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저게 누구죠?”

이하민이 가장 먼저 슈트를 입은 남자를 발견했다.

CCTV에 그와 서은우가 같이 잡혔다.

슈트를 입은 남자가 있는 곳은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같이 있던 직원이 다른 모니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를 보시면 잘 나오네요.”

그러자 S급 에스퍼들이 일제히 모니터를 보았다.

“저 인간이 왜 저기에 있어?”

견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누군데요? 아는 사람이야?”

변태영이 묻자 견인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X발! 정신계야. 저 새끼, 노리고 온 건가? 설마. 처음부터 서은우를 노리고?”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은우를 보고 놀라는 것 같잖아요.”

이하민이 말했지만 S급 에스퍼들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소리는 못 들어요?”

이하민이 재촉하자 직원이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스마트폰을 켰다.

거기에 나오는 화면은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것과 달랐다.

도대체 몇 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직원의 스마트폰에서 소리가 나왔다.

“소리 좀 더 키워 보세요.”

심우진이 말하자 직원이 최대로 음량을 키웠다.

두 사람이 나누는 소리에 이어 슈트를 입은 남자가 손가락을 마주쳐 내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이 새끼 지금 능력 쓴 거야? 최면을 건 거야?”

변태영은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처럼 큰 소리를 지르며 견인에게 물었다.

“아, 씨발!”

견인은 왜 일이 이렇게 된 건가 하며 마른세수를 하듯 얼굴을 문질렀다.

“오리진으로 가자. 센터에 가서 뒤집으면 내놓겠지. 은우 지금 거기에 있을 거야.”

말을 하고 견인이 먼저 달려 나갔다.

“형. 영상 파일 챙겨요.”

변태영이 심우진에게 말했지만 심우진은 변태영보다 더 빨리 달려 나갔다.

이하민에게 말을 하려 했지만 이하민 역시 빠르게 나갔다.

“전화번호를 알려 주시면 보내 드리겠습니다.”

직원이 말하자 변태영이 전화번호를 불러 주고 급하게 그들을 따라갔다.

S급 에스퍼들은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욕을 해 댔다.

“미친 새끼들. 서은우를 데려가? 능력까지 써서? 이 미친 것들을 내가 가만두나 봐라! 센터가 남아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봐!”

견인은 혼자서 허공에 대고 소리소리를 질러 댔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심우진이었는데 이하민은 그게 과연 잘한 선택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심우진은 신호를 완전히 무시한 채 질주했고 그들이 탄 차량이 지나간 곳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차들이 서로 뒤엉켰다.

그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들이 마지막에 본 장면.

정신계 에스퍼가 서은우를 안고 가던 장면이 계속 떠올라 도저히 이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견인은 센터에 접속해 정신계 에스퍼의 정보를 찾아냈다.

“차윤. 맞아. 차윤. 이 새끼였어. 처음부터 이 새끼를 생각했어야 하는 거였는데.”

“차윤? 나는 처음 들어보는데?”

변태영이 말했지만 견인은 그 말에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왜 아니겠냐고 생각했다.

B급 정신계 에스퍼.

견인은 그를 알고 있었다.

던전에서 같이 싸운 인연은 아니었다.

오리진과 새로운 센트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일찍부터 오르내린 이름이 차윤이었다.

큰 그림을 그린 사람은 따로 있었지만 그 일을 가능하게 한 사람은 차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정재계의 고위 관료들과 만남을 갖고 그들의 정신을 조종해 새로운 센트럴로 이동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은 사람이 차윤이었다.

폭발적인 엑소더스.

그것이 그에게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차윤은 어디에서 찾아야 되는데요?”

변태영이 묻자 견인이 말했다.

“오리진쪽 센터장한테 가면 알 거야. 센터장을 족치면 돼. 자기가 살려면 차윤을 내놓을 거야.”

“차윤이 서은우를 데려갔으면 센터장이 시킨 거예요?”

“그건 몰라.”

“은우가 오리진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데려간 거겠죠? 은우를 다치게 하지는 않겠죠?”

이하민이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견인은 그럴 거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아는 정답이 아니었다.

“몰라.”

그가 차윤이어서.

그것도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차윤이 B급 에스퍼가 된 이유.

그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B급으로 각성했다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견인은 차윤의 활약을 보면서 그 정도의 능력이 B급일 리가 없을 것 같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새로운 센트럴을 함께 준비했던 이들 중 차윤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은 적이 있었지만 그들도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본인이 B급이라고 하니까 B급이지 않겠냐는 정도의 답이 돌아왔을 뿐이었다.

***

‘여기가 어디지?’

익숙한 냄새.

그러나 내가 왜 이 냄새를 익숙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냄새를 언제 맡았던 걸까.

눈을 뜨고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느낌.

무언가 한 꺼풀 내 눈을 가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잊으면 안 되는 것을 잊은 채 꿈에…….

그래, 마치 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잠이 들어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있는 곳만큼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차분하고 평화로워서 내가 이 순간 이곳에 있다는 것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있고 싶었던 곳에 이제야 다다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 있다면 불러 봐야 할 것 같은데 누구를 찾아야 하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계신……가요?”

그때 밖에서 소리가 났다.

내 말에 반응을 한 소리는 아니고 그냥 전부터 내고 있던 소리가 그제야 귀에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걸음을 옮겼다.

워낙 꿈처럼 현실감이 없고 몸이 부유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잘 될지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걸음을 옮겼다.

다가가니 문이 보였다.

처음부터 그곳에 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걸어가는 동안 생겨난 것이다.

나는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전부 다 희한하고 이상한 일들 뿐이었다.

문을 열자 밖에서 들리던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그리고 정말 익숙한 얼굴 하나가 보였다.

입에 칫솔을 문 채 나를 한 번 빤히 바라보고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이 갈 길을 가는 사람.

누나였다.

“누나……?”

깜짝 놀라서 물었지만 누나는 내 질문에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 짜증 나게. 그렇게 잘 쓰면 지가 쓸 것이지. 읽기 싫으면 안 읽으면 될 걸 끝까지 따라오면서 욕은 계속해 대네. 이거 다른 작가 부계 아니야? 정신 승리라도 그렇게 믿는다. 이건 작가 부계야. 내 글이 너무 완벽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자기가 위협받을까 봐 이러고 있는 거야.”

뭐지?

너무 실감 나는데?

저렇게 말할 사람은 딱 우리 누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녜, 녜, 그래솄쎼여? 어쩔티비, 저쩔냉장고!”

미친 건가?

저게 무슨 말이야?

누나는 한 손으로 계속 스크롤을 올리면서 다른 손으로는 가끔 칫솔을 잡았다.

그렇게 물고 있기만 할 거면 대체 왜 칫솔질을 하는 걸까.

“누나. 출근 안 해?”

그제야 누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너 지금 염장 지르냐? 나 전업 작가로 돌아서고 하는 작품마다 망한다고 다시 직장이나 구하라고 그러고 있는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이지?

그러나저러나 오랜만에 본 건데 어쩌면 이렇게 전혀 안 반가워할 수가 있지?

나 혹시 내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 건가?

아니지. 그러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동생 취급을 하지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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