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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59화 (59/137)

59화.

모든 에스퍼가 서은우를 찾는 일에 동원되었고 방송마다 서은우의 모습이 나왔다.

서은우를 본 사람은 지체 없이 센터에 연락을 해 달라는 방송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나왔다.

센트럴을 지탱하는 힘이 에스퍼고 그중에서도 S급 에스퍼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은 점차 그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누군가 실종되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센트럴이 떠들썩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사실 사라진 사람이 서은우가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S급 에스퍼와 이하민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그가 아니었다면.

두 센터장은 일이 이렇게 길게 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차윤이라는 변수 때문에 일이 쉽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 주일이 지나도록 서은우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

눈 밑으로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차윤이 침대 가까이에 의자를 가져다 둔 채 그곳에 앉아 서은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며칠 전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서은우에게 다가가 홀린 듯 그를 만지다가 옷을 벗기려 했을 때의 일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났다.

그는 그때까지 희한한 우연에 번번이 가로막혔던 일을 기필코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눈앞의 서은우는 너무 유혹적이었고 더 이상은 그를 갖는 걸 뒤로 미룰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서은우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갔을 때 다시 오두막이 흔들렸다.

그대로 천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닌가 했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썼는데도 결국 바닥에 나뒹굴었다.

‘뭐지? S급 에스퍼인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견인이었다.

견인과 이하민이 함께 있으면 이런 위력까지 발휘할 수 있는 건가 하면서 그는 드디어 S급 에스퍼들이 나타난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도망치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뒤에 난 문을 통해 몸을 내뺐다.

서은우까지 챙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견인으로 인해 생긴 일이라면 서은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생각을 했다는 것도 희한한 일이기는 했다.

도대체 왜 서은우를 그렇게 챙기는 건가 해서.

어쨌건 그는 S급 에스퍼들이 나타난 거라고 생각하며 몸을 피했다.

잠시 후면 S급 에스퍼들이 그곳으로 들어와서 서은우를 발견하고 그를 챙길 거라고 여겼다.

오랫동안 기다리고 찾았으니 바로 자기를 쫓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며 그때를 노려 틈을 찾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숨죽인 채 아무리 기다려도 S급 에스퍼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건가 하며 조금 더 기다렸다.

함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삼십 분이 지나도록 S급 에스퍼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차윤은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S급 에스퍼로 인해서 생긴 게 아니었던 것이다.

‘지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오두막이 한 번 흔들리고 바로 잠잠해졌다.

우연인가?

지반이 약한가?

별생각을 다 했다.

그런데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그의 머리끝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이해되지 않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전에 오두막이 흔들렸을 때도 그는 서은우에게 입을 맞추려고 했었다.

‘말도 안 되잖아.’

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했다.

도대체 말이 되질 않지 않은가.

서은우가 S급 에스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신체 강화자였다.

서은우를 통해 알아낸 사실에 의하면 그는 또한 가이드이기도 했다.

가이딩 능력도 뛰어나고 각각의 S급 에스퍼들과 매칭률도 높았다.

이하민과의 매칭률은 사기적이었다.

그건 뭐, 그 정도면 한 영혼을 공유한 수준이 아닐까 싶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그냥 가이딩 능력일 뿐이었고 오두막을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은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차윤은 고민할 것 없이 직접 알아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도 그는 서은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침대 가에 걸터앉은 채 가만히 서은우에게 다가갔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는 아직 입술이 닿지도 않았는데 몸이 흔들릴 것 같은 느낌에 저도 모르게 경직되어 버렸다.

‘일단은 해 보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서은우에게 키스를 하려고 했을 때, 벽이 흔들리더니 창문이 터져 나갔다.

깨진 유리 조각이 얄궂게 그에게 날아왔고 차윤의 팔에 깊게 박혔다.

뒈지게 아팠는데 헛웃음이 나와 버렸다.

‘그게 맞는 거였어? 서은우랑 키스를 하려고 하면 오두막이 흔들리는 거야? 아니. 왜? 이게 말이 돼?’

이것도 서은우의 능력인 걸까?

아니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이미 서은우에게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전부 말을 하도록 했었다.

도중에 자기가 게임 세계에 빙의했었다는 둥, 원래는 다른 곳에서 살았었다는 둥 희한한 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제법 명확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때 이런 얘기는 없었다.

자는 동안 누군가 자기에게 입을 맞추려고 하면 건물을 흔들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 능력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 능력을 가진 것도 에스퍼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그 생각을 하다가 그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깊게 박힌 유리 조각 때문에 통증이 제법 크게 느껴지고 있는데도 그랬다.

“하…….”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다시 서은우를 욕심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평범한 인간은 결코, 잘 굴러가는 센트럴을 놔두고 새로운 센트럴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국가가 그러는 것처럼, 기득권이 욕심나고 기존의 권력자들이 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던전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힘을 나누는 일 같은 것은 하려 들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차윤은 그런 일을 한 사람이었고, 유리 조각을 팔에 꽂은 채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재미있네, 서은우. 그래서 그런 건가? 그래서 S급 에스퍼들이 너한테 미친 거야?’

만약 이런 괴상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서은우를 향한 호기심과 흥미가 금세 식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따지자면 그것은 서은우의 잘못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이런 일들이 자꾸만 서은우에게 제 마음을 끌어가고 있었으니까.

***

“그게 무슨 소리야? 서은우 에스퍼님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안정제를 요구한다니! 그러면 그동안 서은우 에스퍼님을 데리고 있었던 게 차윤이 아니라는 거야?”

베타 센터의 센터장은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기함했다.

센터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가 시발점이었다.

서은우 에스퍼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제보를 해 달라는 핫라인이 개설됐는데 그곳으로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순순히 서은우의 행방을 알려 주는 대신 조건으로 안정제를 요구했다.

C급 가이드를 대신할 수 있다는 안정제에 대한 정보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었다.

아무나 함부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이미 안정제에 대한 연구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제법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자기들에게 넘기라고 요구를 해 왔다.

센터장은 그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능력에 빠듯하기도 했지만 이 일에 S급 에스퍼를 배제하고 진행을 하다가 나중에 어떤 불똥이 튈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S급 에스퍼를 내세울 때라고 생각하며 그는 재빠르게 그들을 불러들였다.

서은우와 관련해 중요한 소식이 들어왔다는 센터장의 말에 S급 에스퍼들과 이하민이 센터장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성질이 불같은 센터장이 S급 에스퍼들에게 그런 일을 당하고도 온순한 강아지처럼 구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S급 에스퍼들이 어떤 존재들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S급 에스퍼들은 의자에 앉지도 않고 무슨 일인지 먼저 물었다.

센터장 역시 그게 오래 끌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바로 얘기를 시작했다.

“핫라인을 개설한 것은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은우가 있는 곳을 안다고 하던가요? 은우를 본 사람이 나타난 건가요?”

이하민이 깜짝 놀라며 묻자 센터장이 재빠르게 두 손을 가로저었다.

그들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 주었다가 그 희망이 사라지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게 아니라, 서은우 에스퍼님을 보내 주는 조건으로 안정제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면 은우를 데리고 있다는 말 아닌가요?”

이하민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지만 S급 에스퍼들은 부정적이었다.

“아닐 수도 있어. 자기들이 누구라고 하던가요? 아니. 그럴 것 없이 통화 내용을 직접 들어 보죠. 그거 전부 다 녹음된 거 맞죠?”

심우진이 묻자 센터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센터장의 눈짓에 담당자가 파일을 재생했다.

[서은우 에스퍼를 돌려받고 싶으면 베타 센터에서 생산한 C급 가이드 안정제 전량을 보내십시오. 특임대에 연락해 봤자 소용없을 테니까 여기저기 연락하면서 시간 끌지 말고 협상에 응하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가 서은우 에스퍼를 데리고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면 증거를 보내 줄 수도 있습니다. 확인하고 싶은 게 뭔지 알려 주면 보내 주죠. 머리카락이건 손가락이건. 치아도 좋겠네요.]

변조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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