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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67화 (67/137)

67화.

센터장의 얼굴에서 서서히 핏기가 가셨다.

이대로 결정되는 건지,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는 건지 고민이 되는 듯했다.

“짐을 챙길 시간은 드립니다. 그런데 오래는 못 드려요.”

변태영의 말에 우리는 집무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문이 열리고 특임대가 들어온 것은 1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들은 완전 무장을 하고 있었고 우리가 있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센터장이 은밀히 그들을 부른 듯했다.

그런 걸 보면 센터장도 머리가 참 안 돌아가는 인간이었다.

“S급 에스퍼들과 이하민이 나를 위협했다. 구속복을 입히고 수갑을 채워 감옥에 수감하고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풀어 주지 말도록! 증폭 능력자 이하민을 먼저 공격해야 한다!”

센터장의 말에 그저 웃음만 나왔다.

저것도 머리라고 달고 있는 건지.

나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특임대를 구경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그들이 정면으로 보여 더 신이 났다.

특임대장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얼굴이었고 그래도 센터장의 명령이라 특임대에게 눈짓을 했다.

“우리는 센터장에게 자리를 비우라고 했고 짐을 쌀 시간을 줬습니다. 센터장이 저 자리를 유지하는 건 앞으로 십 분도 안 될 겁니다. 한 시간은 주려고 했는데 자기 명을 자기가 줄이네요. 센터장이랑 운명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됩니다. 참고로 말하는데 이하민 에스퍼가 새 특임대장이 될 겁니다.”

변태영이 나른하고 느릿한 음성으로 말을 하는 동안 특임대원들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궁금하기는 합니다. 여러분이 정말 센터장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구속복을 입히고 수갑을 채울 수 있는지 보고 싶은데. 일단 그걸 채우면 에스퍼라고 해도 능력 사용이 막힌다는 건 알고 있는데 특임대가 그걸 할 수 있을지 항상 궁금했거든요. S급 에스퍼님들한테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으니까 저한테 한번 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하민의 말은 도발이라기에는 너무 공손했지만 의미를 따져 보면 도발이 맞는 것 같았다.

특임대장은 특임대원들을 보았고 그들은 바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계속 서로를 바라보았다.

“해 보세요. 나도 궁금합니다.”

심우진까지 가세했고 S급 에스퍼들은 팔짱을 낀 채 벌써 관전 모드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이하민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가 나중에야 그가 특임대원들에게 선택권을 준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월등한 실력 차이를 보여 준다면 그들이 승복하기가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한다면 굴욕감을 느끼지 않은 채 새로운 상관을 맞이할 수 있을 터였다.

이하민이 특임대장이 되고 싶어 했던만큼 벌써부터 특임대를 직접 챙기고 싶었던 건가 하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특임대장은 대원들을 보며 고갯짓을 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동안 같은 동작을 수도 없이 훈련해 온 모습이었다.

게다가 모두가 상급 에스퍼들이었기에 그들의 기세는 상당했다.

모두가 덤벼서 이하민만 잡는 거라면.

그렇게 해서 그의 신체만 구속하는 거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까 하면서 나는 그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눈에 담았다.

순식간에 그들이 이하민을 에워쌌고 각자의 손에서 진압봉이 길어졌다.

특임대를 특임대답게 만들어 주는 것.

나는 이하민이 어떤 식으로 싸울지, 그리고 특임대가 그의 상대가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럴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앞으로 이하민이 특임대를 맡게 될 게 거의 확실한데 특임대가 형편없이 무너지면 그가 고생을 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작한 지 십 분이 지나도록 그들은 이하민의 몸에 진압봉을 대지도 못했고 이하민도 점점 실망이 커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이쯤 하면 궁금한 건 알아냈습니다.”

이하민은 의미 없는 일을 더 해 봐야 소용이 없겠다고 생각한 듯 말했고 특임대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이하민을 잡으라는 말이야!!”

그때 센터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까지 뭘 보고 있었던 걸까.

그들이 이하민을 봐주려고 한 게 아니라 모두가 열성적으로 덤벼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손 하나 댈 수가 없어서 그런 거라는 것을 자기도 봤으면서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으면 자기가 도와도 됐을 텐데 그러지는 않으면서 소리만 빽빽 질러 대는 형국이었다.

“특임대장 역시 센터장과 같습니다. 앞으로 던전 공략에 힘쓰도록 하세요.”

변태영의 말을 들은 특임대장은 센터장을 보았다.

자기가 정말 그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난감한 얼굴이었다.

“내가 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면 어쩔 거지?”

센터장은 S급 에스퍼들에 대한 존대도 다 집어치우고 변태영에게 말했다.

어지간히 버티고 싶은 듯했다.

“폭력이 필요하면 폭력이라도 쓸 겁니다. 내가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다고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테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보고만 있을까? 센터에서 이러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으면 뭘 어쩔 건데요?”

변태영이 해 볼테면 해 보라는 듯이 말했지만 우리 쪽의 정당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센터장이 무능하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무능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지위 체계를 부정하고 뒤집어 버리는 것은 많은 사람의 반감을 살 수도 있었다.

우리가 센터를 장악한다고 해도 그 아래에서 우리의 지시를 듣고 우리와 함께 실무를 해 줄 사람들이 필요한데 그들의 협조를 얻어 내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아지고 있을 때, 센터장도 우리가 강행하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듯 더욱 버텼다.

특임대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특임대장은 센터장과 완전히 노선을 같이 한 듯 특임대원들을 독촉했다.

그 사람도 참 딱했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르는 것처럼 그러는지.

“어떻게 해야 되죠?”

나는 그것도 능력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고집을 부리고 버티는 센터장을 끌어낼 강단이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 봤을 때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하늘 아래 무서운 게 없는 것 같던 S급 에스퍼들은 나보다 더 갈등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거기에서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내며 대치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은 열려 있었는데 열려진 문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차윤이.

신나게 도망치기에 다시는 우리 센트럴에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더니 센터에 나타나?

그것도 센터장 집무실에?

하여간 그 배짱 하나는 알아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구경거리를 안 놓쳐서 다행이네요.”

미친 건가?

정말 그의 뻔뻔함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렇게 처맞았으면서 여기에 나타났다고?

그래 놓고는 저런 소리를 하고 있어?

통증을 못 느끼는 건가?

아닌데? 그렇지 않다는 건 내가 잘 알고 있는데?

기억 장애가 있나? 그거라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기억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인간이기에 그러는 건가 하고 황당해서 보고 있는데 그가 당당히 안으로 들어왔다.

“내 말 믿으세요. 도움이 될 거라니까요?”

나는 그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두드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간 것은 그때였지만 그 전부터 복도에서 안쪽의 상황을 살폈을 수는 있을 듯했다.

S급 에스퍼들도 멍한 표정을 하며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혹시라도 허튼수작을 부리면 언제든지 잡아 족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쉽게 몸을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 같았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았어요. 센터장을 갈아 치우겠다는 거잖아요. S급 에스퍼니까 결단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자리를 안 내주고 버티는 거고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대책도 없이 밀고 들어온 거고. 이대로 포기하자니 쪽팔리고. 맞잖아요. 그렇죠?”

와아……. 한 대 때릴까?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생각을 알아차린 듯 그가 뒤쪽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센터장의 비밀을 알려 드릴게요. 그러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걸요?”

그는 우리 중에 뜸 들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대로 말을 이었다.

“센터장이 구린 게 있다는 건 다른 분들도 이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특히 견인 에스퍼님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런 문제가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는 하죠. 정보팀장도 아마 모르고 있을걸요?”

정보팀장?

정보팀장이 몰라?

나는 센터에 정보팀장이라는 직책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너는 알고 있었냐는 표정으로 이하민을 보자 녀석도 나를 똑같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차윤은 우리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이 나서 말을 해 댔다.

“베타 센터가 문제없이 잘 운영이 되고 있었다면 새로운 센트럴을 만든다고 하면서 정재계 고위 관료들에게 접촉해서 일을 추진할 때 베타 센터가 가만히 있었을까요? 뭐라도 대응을 하는 게 맞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센터장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에스퍼들이 나가는 걸 지켜보기만 했죠. 많은 에스퍼들이 지금까지 의문을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왜 센터장이 아무 대처도 하지 않았는지 말이죠.”

어느덧 특임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도 잊은 듯했다.

그런데 차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나나 다른 S급 에스퍼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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