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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68화 (68/137)

68화.

“그동안은 나도 몰랐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켕기는 게 있는 모양이라는 정도로만 생각을 했죠. 그런데 이번에 윤이재한테서 가이딩을 받다가 재미있는 걸 알아냈지 뭡니까?”

나는 센터장을 힐끔 바라보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센터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무실은 내일까지 비우겠습니다. 그래도 짐을 정리할 시간은 필요하니 하루는 여유를 주십시오. 더 이상 아무 조건도 달지 않고 떠나겠습니다.”

센터장의 말에 우리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아무도 센터장이 하는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차윤만 바라보았다.

차윤도 우리의 관심이 감지덕지했을 것이다.

“기왕 시작한 거니까 말은 끝내죠. 센터장이 가이드들을 데리고 묘한 사업을 했더라고요? 돈은 자기가 다 챙기고 말입니다. 아. 혼자 챙긴 건 아니에요. 수뇌부한테 조금씩 찔러주기는 했더라고요. 이럴 때 혼자 죽고 싶지는 않아서 그런 거겠죠. 그 사람들은 그게 정확히 무슨 돈인지는 몰랐을 겁니다.”

뭔가 중요한 말이 지나간 것 같은데 너무 휙 지나가는 바람에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묘한 사업요?”

이하민이 묻자 차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민 에스퍼를 보면서 이하민 에스퍼는 그 일을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정말 그런 모양이네요. 희한하기는 하네. 이하민 에스퍼는 특급인데 왜 빠졌지?”

얘기의 분위기를 봐서는 가이드를 동원한 매춘업 같은 것을 한 듯했다.

차윤을 빤히 바라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정재계 인간들에게 그게 잘 통한 것 같더군요. 돈과 권력은 부족하지 않게 있지만 그래 봤자 일반인들 아닙니까. 에스퍼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겠죠. 그리고 가이딩을 에스퍼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요. 가이딩을 받지는 못하지만 가이드에게 봉사를 받을 수는 있었죠. 센터장의 묵인하에 말이죠. 아니. 묵인이라기보다는 적극적인 방조라고 해야 하나?”

S급 에스퍼들이 기가 차다는 듯이 차윤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차윤의 당당한 얼굴을 보며 그들의 시선이 센터장에게 향했다.

특임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표정으로 일제히 센터장을 바라보았다.

이하민은 더더욱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센터장에게 말했다.

“오리진이 생길 때면 한창 던전이 많이 나오고 공략이 어려웠던 시기 아니었나요? 에스퍼들 중에도 가이드가 부족해서 가이딩을 받지 못하고 죽어 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이드들을 그렇게 돌렸다고요?”

이하민은 제발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싶은 것 같았다.

“이하민.”

나는 그를 위로해야 할 것 같아서 이하민의 팔을 쓸어 주었다.

차윤의 말처럼 왜 이하민은 그 일에서 빠진 건지 그거야말로 이상했다.

센터장은 많은 사람 앞에서 그 일이 드러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것처럼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먼저 집무실을 떠나 버릴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리진 센트럴로 떠난 이들 중 대부분은 센터장에게 가이드를 제공받았고 새로운 센트럴에서도 그걸 계속 제공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센터장이 그 일을 허락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재미 삼아 윤이재의 기억을 훑다가 알아낸 걸 바탕으로 이것저것 짜 맞추고 알아보다가 알게 된 것들이라.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더 많은 걸 확인할 수 있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늦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이만하면 잘한 것 같은데. 이제 칭찬 좀 해 주시죠?”

역시 이상한 놈이다.

S급 에스퍼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심우진이 차윤에게 물었다.

“가이드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일인 건가?”

“그건 모르겠습니다. 센터장이 알겠죠.”

그러자 그곳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다시 센터장에게 꽂혔다.

“도, 동의를 얻고…… 돈도 주고 한 겁니다. 가이드들은 상황이 열악하니까 조금이라도 부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설사 그게 맞다고 하더라도 에스퍼에게 가이딩을 하기 위해 센터에 머물렀던 가이드를 그런 일에 동원했다는 것 자체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하민에게는 왜 그런 말을 안 했죠?”

궁금해서 못 견디겠는지 차윤이 결국 물었다.

“…….”

센터장은 말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는데 이하민이 다시 물었다.

“S급 에스퍼의 전담 가이드인데 어떻게 말을 하나. 그 말을 했다가 S급 에스퍼에게 말을 할 수도 있는 일이고. 당연한 것을 굳이.”

센터장은 그 말에 답을 하게 된 게 억울한 듯했다.

볼수록 정말 희한한 인간이었다.

S급 에스퍼들도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나는…… 짐을 쌀 테니까…….”

이만 나가 주면 어떻겠냐는 듯한 센터장을 보며 심우진이 실소를 흘렸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집무실을 떠나서 당신이 갈 곳은 감옥일 겁니다. 그곳에서 지내다가 던전이 생기면 공략하고 공략이 끝나면 특임대의 호송을 받고 감옥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당신 생각은 다릅니까?”

“시…… 심우진 에스퍼님. 그렇다고 무슨 말을 그렇게까지……. 그래도 이곳은 엄연히 법치주의 국가고 사법부가 따로 존재하는데…….”

“그러면 특임대는 왜 둔 건지 모르겠군요. 아까 특임대에게 우리를 수감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생각해 보니 짐을 챙길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만 가겠습니다.”

센터장은 그곳에 더 있어 봐야 오히려 상황만 더 나빠진다는 것을 깨달은 듯 서둘렀다.

우리는 모두 차윤을 바라보았다.

센터장을 그대로 보내 줘도 되는 건가 해서였는데 차윤은 재미있다는 얼굴을 했다.

“센터장의 처리를 나한테 맡겨 주면 어떻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말인가?”

견인이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윤이 개인적으로 처리한다.

어떻게 하건 간에 수감되는 것보다 자비로운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그곳에서 가이드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일부러 다 말하지는 않았는데 센터장이 무슨 일을 당해도 동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견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차윤은 상큼한 웃음을 지은 후 떠났다.

“그런데 정보팀장은 누구예요?”

내가 물었지만 견인도 고개를 저었다.

특임대장은 슬금슬금 주위를 살피더니 혼자 밖으로 나갔고 특임대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이제부터 이하민을 특임대장으로 삼기로 한 것 같았다.

“그럼 센터장은 누가 해요?”

이제부터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기는 건가 하며 흥미진진해 하면서 묻자 S급 에스퍼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견인. 네가 해. 이런 거 하고 싶어 하지 않았어? 오리진으로 가려고 한 것도 그렇고.”

심우진의 말에 나도 그 말이 맞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센터장 자리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지 반응이 생각 외였다. 전에 변태영이 센터장을 하겠다고 했을 때 견인이 아깝다는 표정을 짓는 것 같기에 하고 싶은 줄 알았는데.

“나는 관심 없는데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하지? 아. 서은우 에스퍼는 어때? 서은우 에스퍼도 잘할 것 같은…… 아. 아니다. 그건 아니네.”

“아니. 왜요? 저도 이런 거 하면 잘해요. 하려고 안 해서 그렇지.”

“아이고. 그러세요?”

어련하겠냐는 듯한 말투에 슬슬 열이 올라왔고 그 모습을 본 S급 에스퍼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서은우는 역시 단세포 같아서 보는 재미가 있어. 서은우 화나게 하는 건 너무 쉽잖아?”

내가 변태영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이야.

정말 수치스러웠다.

“저는 정보팀장이 누구인지 알아내서 정보팀장이나 할게요. 지금까지 존재감도 없었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괜히 아무것도 안 맡고 있다가 무슨 자리를 떠맡게 될지 몰라 말했더니 S급 에스퍼들이 무슨 수작인지 뻔하다는 듯이 나를 보았다.

역시 이 사람들이랑 너무 오래 붙어 있었던 것 같았다.

나를 너무 잘 알아.

“아무튼 저는 정보팀장이에요.”

“팀원들이랑은 어떻게 연락할 건데? 팀원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변태영의 말을 들으니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했다.

“차윤이 정보팀장을 아는 것 같으니까 그 인간이랑 한번 연락해 봐. 정보팀장을 만나 봐야 해결될 일 같으니까. 혼자 만나지는 말고 만나러 가기 전에 나한테 말해. 같이 나가게.”

변태영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는 게 안전할 것 같기는 했다.

암시를 풀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차윤의 말이고 정말 암시가 풀린 건지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이하민이 같이 가 준다면 좋겠지만 이하민 역시 나와 같은 문제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이하민은 지금도 S급 에스퍼인 건 아니어서 차윤의 암시에 걸릴지도 몰라 완전히 안심이 되지는 않았다.

변태영 말고 심우진이나 견인이 같이 가 줘도 되기는 했지만 S급 에스퍼들이면 누가 같이 가건 상관이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이드 팀장은 누가 하지? 다른 사람을 등용하기는 해야 하나? 아. 머리 아파. 정말 우리가 이것까지 하는 게 맞는 거였을까?”

견인은 센터장 집무실을 접수한 지 한 시간도 안 돼서 바로 앓는 소리를 했는데 그가 우리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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