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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70화 (70/137)

70화.

그는 복도를 지나가다 어항 속의 금붕어를 보았다.

항상 보는 건데 그날따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됐다.

금붕어의 붉은 빛이 은우의 입술 색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금붕어의 꼬리질을 보다가 그대로 은우의 가이딩을 떠올렸다.

그렇게 이어진 상념이 얼마나 길어졌는지 그는 까맣게 잊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주위에 특임대원 몇 명이 서 있다가 어정쩡하게 웃었다.

새 특임대장이 복도 한가운데에 서서 금붕어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는 소문이 금세 퍼져 나갈 것 같았다.

하민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종종걸음을 쳐서 도망쳐 버렸다.

그런 일이 부쩍 늘었다.

남들 같으면 전혀 연관 짓기 어려울 것에서 은우를 떠올렸다.

한번 그런 생각이 들면 그 후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전만큼 은우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데도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은우와 정말 같이 있고 싶었고 은우의 냄새를 맡고 은우가 내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이라도 좋았다.

지루하다는 듯이 내쉬는 한숨도 간절했다.

‘가이딩해 달라고 해야지.’

하민은 그래서 열심히 능력을 사용했다.

특임대원들은 훈련을 하면서 자기들의 대장이 또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확실히 그들에게도 도움이 됐다.

원래의 실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남의 도움을 받아 한번 도달해 보고 나면 그 길에 이르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대원들은 훈련이 끝나자 숨을 쉬기도 어려울 정도의 상태가 되어 버렸다.

자기들이 그럴 정도면 대장은 더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민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혹시 그에게는 또 하나의 심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민은 그대로 은우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문까지 쉬지 않고 달려갔다가 문 앞에서 문득 멈춰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돈했다.

거울이라도 보고 올걸.

샤워실에서 씻고 오기는 했는데 땀 냄새는 안 나겠지?

옷도 갈아입기는 했는데 다른 걸 입고 올 걸 그랬나?

뒤늦게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생각을 오래 할 수는 없었다.

너무 보고 싶었으니까.

가늘고 하얀 손을 말아 쥐고 문을 톡톡 두드렸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금 은우가 어떤 표정을 한 채, 어떤 자세를 하고 있을지 눈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문을 열자 그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 나타났다.

하민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눈이 마주치자 은우가 웃었다.

은우가 저를 보고 웃는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그는 늘 감격했다.

말도 안 되는 축복을 받은 것처럼 느껴지곤 해서.

“아……. 이거 정말 어렵다. 괜히 한다고 했나 봐.”

은우가 징징거렸다.

그렇게 말해도 어차피 잘할 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쉬어 가면서 해, 은우야. 너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해.”

은우는 그의 파장을 알아차리고 눈을 흘겼다.

하민은 무서워하기는커녕 엄청 기대하는 중이었고 은우는 결국 그에게 다가왔다.

“문 잠그고 올까?”

하민이 조용히 묻자 은우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신체 강화자라는 거 잊었냐? 나 S급이야.”

그 말에 하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사람이 오면 네가 잠그려고?”

“어차피 올 사람 없어.”

“그래도 확실한 게 좋지. 더 이상 다른 사람들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거든.”

“누가 너를 미워하는데?”

“많지.”

특히 S급 에스퍼들.

전에도 S급 에스퍼들이 은우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은우가 차윤에게 납치당한 일을 계기로 하민은 그 사실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비단 그만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다른 S급 에스퍼들도 자기들의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들여다볼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했다.

은우가 돌아오지 않는 그 시간 동안 S급 에스퍼들은 서서히 말라 가는 것 같았다.

몇 개월 동안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잔인한 가뭄을 홀로 버텨 낸 것처럼 그렇게.

손수 문을 잠그고 돌아온 하민을 보며 은우가 웃었다.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말할 수 없이 평화롭게 들렸다.

그에게 다가가며 하민은 급하게 단추를 풀었다.

장난스럽게 하민을 바라보며 은우가 감탄하는 시선을 보냈다.

부끄럽지는 않았다.

조금 자신도 있었다.

함께 한 훈련이 끝나고 같이 샤워를 할 때 특임대원들이 그의 몸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몸을 가질 수 있냐고 부러워하던 것이 하민의 자존감을 조금씩 올려 주었다.

그는 슬림한 근육질 몸매였고 은우가 자신의 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민에게는 오직 그것만이 중요했다.

은우가 자신에게 만족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

그것이 그의 목표가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웃고 있던 은우의 얼굴에 조금 어색해 보이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민이 다가가 그를 가만히 끌어안자 은우가 그에게 안겨 왔다.

“아앗……!”

서툰 몸짓에 두 사람의 몸이 소파로 넘어졌다.

하민은 그런 것 하나 능숙하게 못 한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러나 은우는 그런 모습이 더 마음에 드는지 생긋 웃었다.

하민은 그 웃음을 보며 속절없이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은우는 언제나 그랬다.

모든 사람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여유 있는 모습을 하면서도 자신은 늘 조심스럽게 지켜봐 주었던 것이다.

은우가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하민은 뭐든 할 수 있었다.

그가 그렇게 지켜봐 주기만 하면.

하민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은우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물속에서 풀어 헤쳐진 것처럼 굽이치듯 펼쳐졌다.

은우가 제 아래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벅차서 하민은 잠시 입을 다문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은우를 형용할 수많은 말이 있고 그로 인해 왜 숨이 막히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것, 그가 자신의 아래에 누워 있다는 사실 때문에 죽을 것처럼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하민은 참지 못하고 은우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흐읏!”

은우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활어처럼 몸을 휘었다.

그 바람에 순간적으로 두 사람의 몸이 밀착했다.

뜻밖의 반응에 놀랐지만 하민은 좀 더 그의 목에 키스를 이어 나갔다.

“하아아…….”

작은 열망이 깃든 숨결이 토해졌다.

‘좋은 건가?’

하민은 제발 그러기를 바랐다.

은우가 자기로 인해 기뻤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가 바라는 전부였다.

서둘러 셔츠를 말아 올리자 숨이 멎을 것 같은 모습이 드러났다.

하민은 은우의 모든 순간이 좋고 그의 모든 모습이 감격스러웠지만 나신의 은우를 보면 속수무책이 되었다.

모든 사고가 일순간 정지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민이 급해진 것을 알아차린 듯 은우도 그를 도와 협조했고 이내 은우의 셔츠가 완전히 벗겨졌다.

정전기가 난 머리카락이 부하니 떠오르다가 가만히 내려앉는 모습은 언제나 사랑스러웠다.

제 머리카락을 급히 정돈하느라고 서둘러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은우의 모습은 언제 봐도 너무 귀여웠다.

그래 놓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멋진 포즈를 취하고 은우가 다시 하민을 바라보았다.

하민은 그의 어깨에 입을 맞추고 불시에 귀로 올라갔다.

“흐으으악!”

은우의 가장 약한 부위.

귀에 숨결이 닿기만 하면 은우는 가만 있지를 못했다.

때리게 될 것 같으니까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것도 여러 차례였다.

평소에는 여간해서 나타나지 않는 하민의 장난기가 그때만큼은 불시에 솟구쳤다.

그때는 은우에게서 평소에 볼 수 없는 표정이 나타나곤 해서.

그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은우는 참기 힘든 간지러움에 웃음이 나는 게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해야지 하고 빨리 포기하고서 하민이 순순히 쇄골로 돌아오자 그 감각은 참을 만한지 은우도 다시 얌전해졌다.

도대체 이 색깔은 이름이 뭘까 싶은, 너무 고운 빛의 유두를 황홀한 듯이 보다가 그의 가슴과 허리를 손가락으로 스치고 내려갔다.

“은우야. 나.”

이번에는 말을 해 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어색했다.

너를.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말하지 않아도 은우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은데.

“네가 너무 좋아.”

“…….”

“사랑하는 것 같아.”

결국 말해 버렸다.

그래 놓고 가만히 은우를 바라보았다.

“알아.”

은우가 말하고선 웃었다.

싫어하지 않아서 고마웠다.

뭐라고 한 거냐면서 짜증스러운 눈길을 하는 은우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그런 눈길을 받을 줄 알았다.

유독 저에게는 지금껏 그런 시선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금 긴장이 되기는 했는데.

그러나 어차피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은우를 볼 때면 눈빛이 달라진다는 것을 하민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를 향한 마음을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은우가 가만히 하민을 응시했다.

“안아 줘.”

기꺼이.

기꺼이.

나야말로 그러고 싶어.

너를 안고 싶어.

손끝에 새겨 넣고 싶어, 그 간절한 염원을 담아 안자 은우가 기대 왔다.

온기를 탐하듯 제게 안겨 오는 그가 너무 벅차 하민은 잠시 숨을 쉬는 것조차 잊었다.

“해 줘. 하민아.”

대담하게 말을 하고는 민망한 듯 눈을 감아 버리는 그를 보며 하민도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그늘을 만들며 살금살금 물러나는 동안 두 사람이 피워 낸 더운 열기가 집무실을 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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