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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105화 (105/137)

105화.

“정말 힘들었어요. 거기에서 그냥 다 엎을까도 생각했는데 그렇게 했으면 돌아오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렸을 거고 돌아올 수 있기는 했을지 그것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렇죠. 맞아요. 한 번에 연결되는 항공 노선도 없대요.”

그러다가 윤이재에 생각이 미쳤다.

“윤이재는 왜 그런 거래요? 토파즈하고 연결이 돼 있었던 거예요?”

생각을 하자 다시 화가 나서 짜증스럽게 물었더니 S급 에스퍼들이 일제히 웃었다.

“그런 거 없던데? 그냥 서은우 에스퍼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거래. 가만히 보니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누군가에게 모습을 감추려고 하는 것 같아서 부른 거래.”

견인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그건 중대한 일이고 아무리 악의가 없었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에스퍼의 업무를 방해한 죄로 수감됐어. 가이드의 권리를 찾아 줬으면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는 건 당연한 거야. 그동안 너무 많이 봐줬지. A급 가이드라서 건드리지 못한 부분도 있는데 이제는 불편은 감수하면서라도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

견인은 단단히 마음을 굳힌 듯 말했다.

“그보다 다음에는 납치당하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 납치당하는 것도 습관이니까 말이야.”

변태영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나를 다그쳤다.

“변태영에게 이런 말을 듣기 싫으면 은우 씨가 납치를 안 당하면 될 것 같아요. 은우 씨도 그런 말 듣는 거 짜증 날 테니까 다음부터는 납치당하지 마세요.”

심우진의 말은 거의 변태영급으로 이상한 것 같았는데 견인과 이하민은 그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토파즈가 당분간 허튼짓을 하지 못할 거라는 점에서는 안심이 됐다.

그리고 S급의 공간 이동 능력자를 죽이고 A급 가이드를 가두는 것으로 우리 센터는 앞으로의 방향을 확고히 했다.

던전이 공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해서 떳떳하지 않은 동행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

그 결정으로 인해서 우리가 약해질지는 가 봐야 알 일이었다.

***

정보팀이 다시 모였다.

상황이 흘러가는 것으로 보아 이제 한숨 돌려도 될 것 같았지만 유독 차윤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정보팀원들은 혹시 자기들이 잘못한 게 있는 건가 하면서 서로가 그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차윤이 왜 그러는 건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이 일의 끝을 토파즈가 내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토파즈가 끝내고 싶으면 끝내고 멈추고 싶으면 멈추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일의 끝은 우리가 내야 합니다. 토파즈가 시작했으니 그 책임을 그자들이 지게 해야죠.”

“하지만 저쪽에서 이미 전의를 상실한 것 같은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누군가 말하자 차윤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간혹 조용조용한 말로 하면 자기가 변했다고 생각하며 함부로 기어오르는 이들이 있었다.

차윤은 그 생각을 하면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그 말을 한 팀원은 움찔했다.

차윤의 시선을 받으며 말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차윤의 분위기가 다른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그때부터는 차윤이 하는 말에 어떤 꼬투리도 잡지 않았다.

“토파즈와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을 전부 데려오세요. 수뇌부는 물론이고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의 사람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일을 하는 흉내만 내지 말고 확실하게 해야 할 겁니다.”

차윤은 예의를 지키고 있었지만 어조는 강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죠?”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나에게 연락하도록 하세요. 그러면 내가 가겠습니다.”

“저항하면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가능하면 목격자가 생기지 않도록 혼자 있는 곳에서 데려오세요. 여러 명이 가서 납치해 봐도 좋습니다. 필요하면 특임대와 같이 가도 됩니다.”

“아아. 특임대가 같이 움직이는군요.”

“아뇨. 여러분과 함께 납치를 한 후 특임대들은 그 기억을 잃을 겁니다.”

정보팀원들은 차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차츰 깨달아 갔다.

이 일은 상부의 지시나 승인을 얻지 못한 채 차윤이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거라는 것을 눈치챘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일단 차윤이 그런 식으로 마음을 먹은 이상 도중에 그것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었다.

팀원들은 무거운 걸음으로 그곳을 나섰다.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차윤이 말해 둔 건물로 토파즈의 에스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차윤이 말했던 것처럼 수뇌부뿐만 아니라 그 아래의 실무 책임자들도 많았다.

차윤의 기세가 워낙 대단해서 정보팀원들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다. 그래서 그물코가 촘촘한 어망으로 물고기를 싹 쓸어 버리는 것처럼 일단 소재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던 사람들은 전부 다 데려와 버렸다

그 와중에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차윤이 말한 대로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 데려온 거라 소문이 나지는 않았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정보팀원들은 서로 물었지만 어차피 그들 중에는 답을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모여 있던 사람들은 차윤의 지시에 따라 토파즈 에스퍼들을 하나씩 차윤이 있는 방으로 들여보내고 그곳에서 나온 사람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주는 일을 했다.

그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지 못했다.

차윤은 방에서 토파즈 에스퍼들에게 강도 높은 심문을 해 나갔다.

그가 특별히 뭔가를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토파즈 에스퍼들에게 그들이 누구인지, 토파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토파즈가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말하게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저절로 되었다.

그 내용이 전부 녹음되었고 그것이 나중에 토파즈 수뇌부의 목을 제대로 조여 줄 터였다.

차윤이 보기에 센터장은 카리스마가 있었지만 이런 일을 직접 지시 내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자기가 이 자료를 가져다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를 향해 함부로 이를 드러낸 놈에게서는 이를 뽑아 버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자기가 속해 있는 그룹이 순해 빠져서 그게 쉽지 않으면 자기라도 나서서 해야 하는 거라고 차윤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일은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정보팀원들은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만 차윤은 잠도 자지 않은 채 그 일을 계속했다.

좋아하는 일이기는 했지만 내내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라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차윤은 자기가 지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토파즈의 목줄을 죈다는 것에도 목적이 있었지만 정작 더 중요한 목표는 따로 있었다.

‘건방진 게 내 이름을 팔아?’

그는 서은우가 납치된 게 윤이재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불길한 상상이 떠올랐었다.

그냥 윤이재가 일으킨 일이면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어떤 식으로 소란을 피웠을지 알 것 같았다.

S급 에스퍼 차윤의 전속 가이드.

그 말로 저를 스스로 높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차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것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견인은 딱 한 번 그를 불렀다.

윤이재를 처리해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문제가 되겠냐고 묻기 위해서였다.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더욱 짜증스러웠다.

다른 가이드나 안정제로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윤이재는 그와 가장 매칭률이 높은 가이드였다.

윤이재가 그렇게까지 멋대로 군 것은 그에 대한 믿음도 있었을 것이다.

차윤이 S급 에스퍼라는 사실, 그리고 다른 S급 에스퍼들도 차윤에게 함부로 굴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차윤의 권위를 자기가 사용한 거였다.

차윤이 잠시 말을 하지 못하는 동안 견인은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그리고 차윤에게 말했다.

윤이재를 가둬도 가이딩을 받는 데 지장은 없을 거라고.

차윤도 그 점에 동의했다.

가이딩을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윤이재가 안락하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전혀 없었기에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었다.

과할 정도로 능력을 사용하고 차윤은 팀원들에게 오늘은 거기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능력을 알던 팀원들도 그때는 슬슬 걱정이 되던 참이었기에 차윤이 그렇게 말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길로 차윤은 윤이재가 수감된 곳으로 갔다.

가이드가 수감된 곳은 에스퍼를 수감하는 곳처럼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지키고 있던 이들이 차윤을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고 차윤도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윤이재는 그 안에서도 기세가 대단했다.

자기가 누구인지 아냐는 말을 하면서 자기가 그곳을 나가게 되면 재미없을 줄 알라는 말을 지치지도 않고 하던 중이었다.

차윤이 그를 보러 들어갔을 때 윤이재는 이제야 왔냐는 듯이 원망스러운 얼굴을 했고 차윤은 진심으로 경이로움을 느꼈다.

별것 아닌 인간인 줄 알았는데 자기보다 한 차원 더 높은 또라이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보다는 일찍 오실 줄 알았어요.”

서운하다는 듯이 하는 말을 듣고 차윤은 웃어 버릴 뻔했다.

“에스퍼님이 센터장보다 못할 것도 없잖아요. 에스퍼님이라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정신도 전부 조종할 수 있잖아요. 센터를 장악하고 센터장이 되는 게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러더니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한껏 목소리를 낮춘 채 말을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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