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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112화 (112/137)

112화.

견인이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변태영과 심우진은 멍하니 이하민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혼란에 빠져있을 시간은 길지 않았다.

닥친 상황이 너무 긴박했고 그것을 전제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빨리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피할 만한 곳이 있다는 의미가 돼. 우리 모두가 가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서은우 에스퍼는 보낼 수 있을 거야. 서은우 에스퍼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낼 수만 있다면.”

말을 하던 견인이 S급 에스퍼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센트럴이 사라진다고 해도 상관없어. 상관없다는 말이, 센트럴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야.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다는 거지.”

“그런 걸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어요.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변태영이 말하자 심우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민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차윤 에스퍼의 말에 의하면 이제는 서은우 에스퍼가 최면에 걸리지 않는 것 같대. 그리고 만약 최면에 걸린다고 해도 최면을 거는 것만으로는 서은우 에스퍼를 구할 수가 없어. 몸은 여기에 있는 거니까 이곳이 무너지면 서은우 에스퍼도 같은 운명이 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럼? 다른 방법이 있어?”

심우진이 묻자 견인이 이하민을 바라보았다.

“그건 이하민이 찾아내야 돼.”

“네? 어떻…게요?”

“능력자를 찾아내. 데인 랭커스처럼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자가 있으면 시간 이동이나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 공간 이동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주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아. 이곳이 소설 속이라면 말이지.”

견인이 말하고 웃었다.

본인도 자기가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는 것 같았다.

“차윤의 정보팀은 꽤 잘 운영되어 왔어. 정보팀원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나고 그동안 쌓아 온 데이터도 많아. 이제부터는 그 일에 센터가 전면적으로 지원을 해서 센트럴에 들어온 모든 사람을 조사할 거야. 하나도 빠짐없이 전수 조사를 해서 에스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낼 거야. 그들이 각자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도 알아낼 거고. 정보팀원이 먼저 걸러 내고 나면 시간 이동 능력자나 차원 이동 능력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순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차원 이동을 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시간 이동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들은 모든 것을 되돌릴 터였다.

결코 은우를 이렇게 만들지는 않을 터였다.

절대 회복 능력을 쓰지 못하게 하고 절대로 절대로 지금처럼 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은우는 지금도 자기가 직접 던전에 가야 한다며 그를 말리는 이하민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밖은 순조롭게 공략되고 있으니까 우선은 몸을 먼저 추스르라는 하민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게 언제까지 통할지도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은우에게는 던전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으려고 그의 디바이스에만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매달려야 돼. 가망 없는 일이라고 해도 해야 돼. 그 사람을 찾아. 그리고 그 능력을 복제해, 이하민.”

이하민은 입술을 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공략이었다.

자신이 함께 싸우면서 증폭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 S급 에스퍼들을 도와주고, 공간 이동으로 위험에 빠진 그들을 구해 주고도 어려운 던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가 빠져야 하는 거였고 앞으로 S급 에스퍼들의 희생이 얼마나 클지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 모두의 결단이 확고했다.

“그래. 센트럴을 지키다가 죽으면 허무할 것 같아. 그런데 서은우를 지키려다가 죽는 거라면 충분히 의미 있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

변태영은 미련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그래.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을 가졌다는 건 대단한 축복이지.”

심우진은 웃음까지 지으면서 말했다.

그날 이후 이하민은 차윤과 함께 에스퍼들을 찾아냈다.

수많은 미등록 에스퍼들이 강제로 던전에 보내졌다.

이제는 어차피 벼랑 끝이었다.

S급 에스퍼들은 던전을 하나라도 더 공략하며 시간을 벌기 위해 애썼고, 늘 폭주의 위험에 처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이 버텨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다가 갑작스러운 위기에 처한 것은, 은우가 그들에게 가이딩을 해 줘야 할 것 같다며 고집을 부리면서였다.

다시 급하게 소집된 S급 에스퍼들은 이하민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방법을 낸 사람은 차윤이었다.

“서은우 에스퍼라면 그렇게 할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위험한데 가이딩조차 못 하게 하는 걸 납득하지 못할 거예요. 회복 능력을 사용하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걸 알려 줘도 서은우 에스퍼라면 거침없이 능력을 사용할 겁니다.”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걱정하는 일도 그거였다.

은우가 거세게 반발하는 것도 그 부분이었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센터에서 S급 에스퍼들의 가이딩이라도 하게 해 달라는 건데, 그것까지도 결사적으로 막으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서은우 에스퍼의 파장이 지극히 불안합니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불안과 무력감 때문에, 그리고 에스퍼님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일단 심우진 에스퍼님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서은우 에스퍼에게 최면을 걸 거예요.”

“최면이 걸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변태영이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해 볼 겁니다. 몸이 거부하는 것은 최면에 걸린 상태에서 누나를 만나는 거고 다른 최면을 거는 것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은우 에스퍼의 정신력이 강해서 최면에 걸리지 않으려고 작정하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심우진 에스퍼님이 능력을 사용해 준다면 가능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하민 에스퍼가 옆에서 도와주면 될 것 같습니다. 서은우 에스퍼가 긴장을 풀도록 해 주는 거예요.”

“그게 가능한가요?”

“네. 누나를 만나서 공략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고 말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걸 위해서 최면에 빠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서은우 에스퍼도 협조할 거예요.”

이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윤의 계획은 복잡했고 S급 에스퍼들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몇 시간 동안만 최면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 최소한 사흘에서 나흘, 어쩌면 일주일이나 그 이상까지 잠을 자게 할 거예요. 그러려면 심우진 에스퍼님의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세요. 일단 초반에 강하게 최면에 빠뜨리면 그 후에는 그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겁니다.”

심우진은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에서 돕지 못하게 되는 것은 걱정이 됐지만 그들 모두에게 우선순위는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그 정도로 강한 최면이라면 내 음악을 은우 씨가 듣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면 상태에서 말이에요. 은우 씨는 모든 감각이 예민해요. 내가 만든 심상을 자신의 의지가 통찰력으로 뚫는 게 가능합니다.”

심우진이 걱정된다는 듯이 말하자 이하민이 차윤을 바라보았다.

“수시로 음악이 들리는 게 자연스러운 곳으로 만들죠. 우리가 연 작은 콘서트에 초대됐다고 생각하게 해 주세요. 은우가 머무는 센트럴에서는 늘 음악이 들려오는 거예요.”

S급 에스퍼들이 이하민을 바라보자 그가 웃음을 지었다.

“은우의 옆에서 제가 노래를 부를게요. 시간이 오래 필요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잠깐은… 은우가 최면에 빠지고 노래를 불러 주고 싶어요. 은우가 안전할 거라고 믿을 수 있게요. 자기가 평화로운 센트럴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요.”

차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곳에 있는 S급 에스퍼 중에 그 말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날 이후 그들은 정교하게 계획된 작전을 수행했다.

은우는 최면에 걸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차윤은 은우의 곁에서 수시로 노래를 불렀다.

그의 중저음은 예민하게 저항하려는 은우를 가라앉혔다.

몇 번이나 그의 최면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려던 은우는 결국 서서히 의지를 잃었다.

정보팀의 수색 작업은 더욱 속도가 빨라졌다.

미등록 에스퍼나 다른 길드 소속 에스퍼들이 숨는 것은 어차피 한계가 있었다.

공략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에스퍼들이 부상을 입는 것을 보면서 센트럴의 일반 시민들은 평소에 이상하다고 생각되던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센터에 알렸다.

제보를 토대로, 의심이 높은 사람들을 먼저 조사하면서 에스퍼 색출이 더욱 빠르게 이루어졌다.

센트럴은 이제 낮에도 어둡게 느껴졌고 도시를 오가는 사람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

언제 던전이 개방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은 점점 더 위축되었다.

은우가 생각하는 센트럴은 오래전부터 존재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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