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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이물질이 되어버렸다 외전(13)화 (133/137)

13화.

아니, 남자라고! 서은우는 남자라고!

그런 얼굴로 눈에 불을 켜고 노려봐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도사님이 저리 고우신가?”

“저 손으로 검은 어떻게 드시는 거지?”

결국 보다 못해 내가 나섰다.

“말들 조심하시오!”

그러자 서은우가 나를 보며 자상하게 웃었다.

“왜 그러느냐, 인아. 나 같은 사람을 보기가 쉬운 것도 아니지 않으냐.”

그러면서 아예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눈을 휘면서 웃는데, 내가 그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 속을 뒤집어 놓기로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그런 서은우를 보고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좋아했다.

“적당히 좀 하십시오, 적당히 좀!”

서은우는 그런 나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나도 웃어 버렸다.

내가 웃자 오히려 서은우가 놀란 듯이 나를 보았다.

왜 이렇게 보지? 내가 웃는 걸 처음 보나?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게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껏 서은우의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듯했다.

특별히 서은우의 앞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앞에서도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서은우는 그때부터 멍해져서 웃지도 않고 장난을 걸지도 않았다.

괜히 나만 머쓱해졌다.

어쨌건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나는 서은우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팔을 고칠 수 있을까 해서 온 건데 다른 일에 휘말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고 다녀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어른들이 이러라고 우리를 여기에 보낸 게 아니지 않으냐.”

서은우는 장문인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스승님은 참 이상하십니다. 일을 저지르지 않을 거면 몰라도 기왕 저지르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오.”

서은우는 내가 왜 자꾸 자기를 어린애 취급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서은우를 보면 지금도 그 어렸을 때의 모습이 더 먼저 떠오르는데.

당문의 외당무사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우리를 맞이했다.

당문은 위치가 상당히 애매했다.

정파 무림은 독과 암기를 주로 사용하는 당문을 실리적인 입장으로 대했다.

정사지간이라고도 불리고 오랫동안 사파에도 속해 있어서 나는 당문이 처음부터 참 편했다.

사파에 몸을 담고 있을 때도 사고방식은 아주 그쪽에 틀어박히지 않은 것 같아서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혼자만의 일방적인 친밀감을 느끼며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화산에서 어찌 연락도 없이 오셨는가 하면서, 그 후에 만나는 당문의 위인들도 반가운 얼굴로 환영했다.

서은우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나를 소개했다.

자신의 제자라고 하면서 평소처럼 학을 떼는 것 같은 표정을 짓지 않아 오히려 그게 신선했다.

서은우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일단 우리 두 사람이 서로를 싫어해도 당문에서까지 그 감정을 자랑할 일은 아니라서 적당히 가식을 떨고 있었다.

“명현 소협, 소협을 이리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화산의 매화가 명현 소협의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떨어진다더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헛소리는 도대체 누가 지어서 퍼뜨린 건가 하며 내가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서은우가 나를 바라보았다.

‘봤냐?’ 하는 얼굴이었다.

네 사부가 이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라는 자랑스러움이 서려 있었다.

“사부님, 무인이면 무공의 성취로 이름을 날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서은우가 나를 노려보았다.

이 주둥이가 잠시 잠잠해서 이제 조용할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웬 매화 타령을 한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서은우를 한 팔로 감싸듯 하며 길을 안내했다.

“안으로 드시지요. 아버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주의 아들이 소문주라 했으니 이 자가 당문의 소문주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 자가 나와 서은우의 사이에 껴서 서은우를 그리 데리고 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은우도 내가 신경 쓰였는지 그에게 웃으며 빠져나왔다.

“제 제자가 사천에는 처음이라 함께 가야 합니다.”

“그래도 혼자 걸을 줄은 아는 것이 아닙니까. 밖에서 당문을 찾아오라는 것도 아니고 오죽 알아서 따라올 텐데 소협은 마음씨도 좋군요.”

“제자가 보이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럽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호의가 아닙니다.”

서은우는, 그만큼 말했으면 알아서 빠지라는 듯이 표정을 굳히고 말하더니 나를 보았다.

“빨리빨리 따라오지 않고 뭘 하느냐.”

“예, 스승님.”

소문주는 서은우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스승이 있는 곳에서 떨어지지 말도록 해라. 이런 곳이 처음이라는 걸 얼굴에 다 드러낼 일이 있느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 모양이다.”

걱정이 돼서 챙기는 거면 좋게 좀 말을 할 것이지.

그러나 그런 말을 빈말로도 못 하는 것은 그나 나나 매한가지였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문주전으로 향하는 동안 서은우를 향한 시선은 더욱 많아졌다.

나는 이곳에 오기로 한 게 과연 잘한 일인지 머리가 복잡해질 정도였다.

서은우를 보았지만 그는 그런 시선을 특별히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늘 서은우의 곁에서 지내다 보니 그가 언제 이렇게 변했는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터지기 직전의 꽃망울 같았다.

남자에게 그런 말이 참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서은우를 보고 있자면 그 표현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서은우가 고개를 돌리다가 나를 보았다.

“또 뭐라고 트집을 잡으려고 그러느냐. 네놈은 이 스승을 보면 항상 트집 잡을 생각밖에 안 하는 것이냐!”

그가 작은 소리로 빠르게 쏟아 냈다.

억울한 표정을 짓고 그리 말하는 것이, 그동안 쌓인 게 어지간히 많은 얼굴이었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닙니다. 여기에 계시는 동안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주는 음식도 아무거나 받아서 드시지 마십시오. 이곳이 당문이라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전음으로 말을 전하자 그가 나를 보았다.

내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뒤처져 있던 소문주가 다시 다가왔다.

“명현 소협도 강호에 나온 게 처음이 아닙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은우는 짧게 대답하고 이야기를 길게 잇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한 말을 조금은 신경 쓰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문주와의 만남에 대해 사전에 말이 오고 간 것도 아닌데 문주가 흔쾌히 만나 주기로 하는 것을 보며 나는 과연 화산이라고 생각했다.

문주전에 이르자 문주의 집무실 앞을 지키던 이들이 우리가 왔음을 고했다.

그러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위압감이 느껴지는 초로의 노인이 있었다.

느껴지는 기세가 확실히 범상치가 않았다.

그는 서은우와 나를 보더니 한껏 밝은 얼굴로 웃었다.

무섭게 생긴 얼굴로 웃음을 지으니 굉장한 불균형이 이루어졌다.

“무림맹에 온 길에 들렀다고 들었소.”

“그렇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인사도 드리고 도움도 청하려고 왔습니다.”

서은우는 용건을 뒤로 미루지 않았다.

차라리 그렇게 하는 편이 나았다.

무림맹에 온 거면서 무림맹에 들르기 전에 당문에 먼저 인사를 하러 왔다는 게 잘못 알려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용건이 있어서 겸사겸사 들른 거라는 느낌이 들도록 말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문주는 즉각 흥미를 보였다.

“도움을 청하신다. 우리 소협이 이 늙은이에게 부탁할 일이 뭐요.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들어줘야지. 본문이 화산의 도움을 받은 일도 있고 하니 말이오.”

“실은 사문과 무관하게 순전히 제 개인의 일입니다.”

“어서 말을 해 보시오. 연회를 준비하라 이르기는 했으나 지금은 이 일이 더 급한 듯 보이는구려.”

“실은.”

서은우는 자신의 오른팔을 치료받을 수 있을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말을 하기 전부터 문주는 이미 그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을 듯했다.

서은우가 이야기를 하기 전 몇 번, 서은우의 오른팔을 보았던 것이다.

“의당주를 만나 봐야겠구려.”

문주가 소문주를 바라보자 그가 곧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사라졌다.

소문주가 돌아왔을 때 그의 옆에는 백발의 노인이 함께 있었다.

눈썹이 수북하게 자라서 눈을 덮고 있었는데 그 상태로 앞이 보이기는 할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어차피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으니 이런 꼴로 앞을 볼 수 있을까 궁금해할 필요는 없소.”

그는 내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제가 의당으로 갈 것을 그랬습니다.”

서은우가 미안해하며 말하자 그가 손을 저었다.

“상관없소. 나한테는 더 잘된 일이오. 여기서 하면 내가 놀지 않는다는 것을 문주님도 아시지 않겠소.”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어깨라고 들었는데. 상의를 벗어 보시오.”

“예.”

서은우가 겉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고 그의 상의를 벗기자 의당주가 진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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