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임 온 잇-6화 (6/69)

(6)============================================================

6.

"야, 야! 현수야, 이 자식아! 이 자식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막무가내야!"

지호가 엉거주춤 일어서 팔까지 내저으며 다급하게 말을 가로막았다. 현수가 갑자기 왜 이렇게 오버하냐는 듯이 쳐다보자 지호가 태화의 눈치를 살피며 알려주었다.

"야, 현수야. 너 요새 뉴스 안 보냐? 태화 이놈, 센터장 아들, 연세준. 걔랑 약혼한 사이다, 인마. 어쩌면 올해 안에 결혼도―"

"그래서 백현수 네가 구체적으로 뭐가 필요한 건데. 돈?"

지호의 말을 태연하게 가로챈 태화는 현수의 손에서 시나리오를 가져갔다. 그러고는 좀 전과 달리 술잔을 멀리로 치워두고 제법 진지한 얼굴로 시나리오 첫 페이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현수는 뜻밖의 사실을 알고 놀란 눈으로 지호와 태화를 번갈아 본다. 태화와 지호는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면서 처남과 매형 사이로 인척이었다. 지호가 처남을 두고 없는 말을 지어낼 리도 없고, 애초에 헛된 말을 참아줄 태화도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보던 태화가 언제 제 결혼 얘기가 오가기나 했냐는 듯 여상한 어조로 물었다.

"제작에 뭐가 필요하냐고. 그거 때문에 온 거라며."

"주태화. 너 진짜로 연세준이랑 약혼했어?"

"응."

잠깐 멍했던 현수는 제가 어딜 찾아온 건지 깨닫고는 얼굴을 굳힌다. 태화의 손에서 시나리오를 탁 빼앗아 가방에 집어넣었다. 구겨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호를 설득하기 위해 테이블에 펼쳐 놓았던 여러 자료들은 대부분 아직 보여주지도 못했지만, 이 자리에 더는 볼 일이 없었다. 이를 악물고는 손에 잡히는 대로 제 가방에 쓸어 넣기 바빴다.

현수는 가방을 챙긴 후 미련 없이 몸을 일으킨다.

"윤지호. 오늘 내가 실수했다. 미안. 나 가볼게. 둘이 술 마시는데 내가 방해했네. 놀다 가라."

"이제 도와줄 마음 생겼는데 어딜 간다고. 더 있다 가."

"오늘 들은 건 못 들은 걸로 해주라. 우리 친구니까 그 정돈 해줄 수 있지? 부탁한다. 다음에 보자."

태화의 말은 못 들은 체하며 현수가 문으로 걸어 나갔다. 제 옆을 스치는 현수에게 태화가 낮게 경고했다.

"어차피 여기 아니면 어딜 가도 투자 못 받아."

"무슨 상관인데, 네가. 넌 네 결혼에나 신경 써."

"몇 번 물어야 말해줄 거야. 뭐가 필요하냐고."

"뭐가 필요하면, 뭐 어쩔 건데? 함부로 망칠 생각하지 마. 나 이 일에 목숨 걸었어. 너라도 가만 안 둬."

"누가 뭐래?"

"그러니까 센터장한테 일러바쳐도 소용없단 얘기야. 여기서 못 만들면 외국에 나가서 만들면 돼."

"안 일러바쳐. 그리고 결혼도 안 해."

현수는 돌아나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태화를 내려보았다. 저쪽에 앉은 지호의 눈도 크게 뜨였다.

태화는 현수가 미처 챙기지 못해 발치에 굴러다니는 종이 하나를 탁탁 털어 건네주면서 재차 말했다.

"연세준이랑 결혼 안 한다고."

"주태화, 너 말이 되는 소릴 해! 청첩장만 안 돌렸지 너희 둘 결혼하는 거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당사자가 하기 싫은 결혼 소문낸 사람들 잘못이지. 난 한다고 한 적 없어."

"…결혼하기 싫었어?"

"그걸 말이라고."

"그걸 그럼 왜 이제 말해?"

"뭘 이제 말해. 계속 말했는데. 내 말을 누가 들어주기나 했어?"

패닉에 빠진 지호에 비해 태화는 태연했다. 현수는 오가는 설전에 한심한 눈길을 보낸 뒤, 태화가 건네준 문서를 손에 쥐고 문가로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

"그런 말이 있지. 센터는 나라를 지키는 괴물들의 요새이자 반역자의 무덤이라고."

현수는 문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그 무덤에서 도망쳐 나와서 멀쩡하게 사는 에스퍼, 나밖에 없을걸."

주태화 저거, 저거…. 지호가 한숨처럼 작게 중얼거리더니 될 대로 되라는 양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술잔을 연거푸 채워 마셨다.

현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돌아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네가 에스퍼라고?"

"그 전에. 그거 누구야?"

대답을 보류한 태화는 제가 방금 돌려준 종이에 눈짓을 하며 현수에게 묻는다. 무심코 눈을 내려 종이의 내용을 확인한 현수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질문을 다시 확인했다.

"얘?"

태화가 대답 없이 그저 재촉하듯이 지긋한 눈빛을 보내자 현수가 싱숭생숭해져서는 종이를 살펴본다.

주연으로 점찍어둔 배우 프로필이었다. 작게 메모지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통에 이름 칸이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현수는 메모지를 들춰보지 않아도 알았다. 연기 좀 한다는 아이돌이었다. 난다 긴다 하는 배우들만 봐온 현수의 눈에는 그저 그랬지만, 작가가 완강히 요구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끈질기게 섭외를 요청했던.

"아이돌이야. 이유라고…."

"이름이, 이유?"

"그건 얘 활동명. 본명은 고유현. 그런데 갑자기 얘는 왜?"

태화가 급기야 현수의 손에 들린 프로필을 가져가 살펴본다.

"잘 알아?"

"잘 알지는 못하고…."

계속하라는 태화의 눈짓에 현수는 느릿하게 설명을 이었다.

"연기도 그럭저럭하고 마스크도 괜찮고, 무엇보다 작가가 꼭 캐스팅했으면 하던 애였어. 근데 요새 누구한테 찍혔는지 몰라도 이 바닥에 더럽게 소문이 나서…. 왜, 관심 있어?"

"응, 좀."

"어?"

의미 없이 질문을 던진 현수도, 제가 안중에도 없어진 상황에 불만스럽게 자작을 하던 지호도 저토록 순순히 인정할 줄 몰랐던 터라 얼떨떨한 듯 태화를 바라보았다.

지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이름도 모르던 애한테 무슨 수로 관심이 생기냐?"

"만난 적 있어."

"만난 적이 있어? 서, 설마 만나서 뭐… 다, 다치게 했다거나…."

"그런 거 아니고. 그냥 도움을 준 적이 있어."

"걔가?"

"아니, 내가."

"네가? 무슨 도움을?"

태화는 지호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하고 현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필요한 게 뭐라고?"

"투자사랑 제작사가 필요하긴 한데…."

현수가 머뭇머뭇 대답했다. 다시 대화에서 밀려난 것을 느낀 지호는 제 앞의 잔을 들어 벌컥벌컥 비워 낸다.

"필요한데 뭐. 무슨 문제라도 있어?"

"…필요하다고 하면. 네가 구해 주게?"

하겠다고 했다가 발을 뺀 회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현 센터장이 나라의 실세라는 사실을 다 알았다. 드라마판 최초로 다루는 센터라는 점이 흥미로워 접근했다가 숨은 이권 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레 겁을 먹는 것이었다. 백이면 백이 다 그랬다. 억지를 부리듯 지호에게 매달린 것도 그런 사정 때문이었다.

태화는 현수의 걱정을 간단히 정리했다.

"네 말은 네가 찍겠다는 드라마가 센터장 열 받게 하는 스토리고, 그래서 돈이랑 사람이 필요한데, 맡아주는 데가 없다는 거잖아."

"어."

"다 됐네."

태화가 씩 웃으며 지호를 바라보자 몸서리쳤다.

"왜! 뭐! 왜 날 봐, 왜!"

현수가 다급하게 조건을 달았다.

"그리고 꼭 내가 찍어야 돼."

태화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게시글]

[마인 이유 러브 타투 의혹 최초 제기자, 팬들에 일침…"제발 정신차려"]

마인의 멤버 이유가 네이머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n일, 한 팬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이유가 과거 포상휴가 당시의 출국 사진을 게재하며 "제발 정신차려라. 데뷔 때부터 좋아하던 팬이 이렇게나 시그널(신호)을 주는데" 라며 팬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사진 속에서는 러브 타투로 추정되는 글자가 확인되었다.

이를 접한 네티즌은 "합성처럼 보인다", "러브 타투, 정말일까?", "네이머였다니 배신감 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유가 소속된 그룹 마인은 컴백을 앞두고 있다.

댓글 7291

└와 일반인 트윗도 기사화 되네... 내꺼도 해봐 기자놈아

└댓글러, 기레기 받아쓰기 실력에 감탄... "내 댓글도 받아쓰기 해줘"

└ㅋㅋㅋㅋㅋ미친놈아

└네티즌 반응 저거 기자가 하고 싶은 말 쓴 거 아님?ㅋㅋㅋㅋㅋㅋ

└이유 기사 도대체 몇 개째... 제목만 다르면 단가...

└그니까ㅋㅋㅋ하도 퍼와서 더 가져올 기사가 없으니까 이젠 이런 걸 기사라고 가져오네

└22 제목만 다르면 다야? 까판 만들려고 기사 가져오는 거 티나

└글쓴이 공지 어긴 거 없는뎅 눈치 고만줘

└고유현 팬들아 눈치 그만 주고 같이 좀 놀자 어차피 니들 화내 봤자 고유현 욕 먹는 시간만 더 길어짐

└댓쓴인데 몰아가기 쩌네... 나 이유 팬 아니야

└네이머인데 아이돌 할 생각을 했어? 양심 어디에..

└네이머가 범죄자도 아닌데 아이돌 못할 건 없지 않아...?

└내 생각인데? 의견 다르면 지나가줘

└누구랑 사귈까 존나 궁금해... 혹시 와이낫 찍으면서 서하나랑 썸 있었을까...

└얘 은근 여자 몸매 밝히는 거 보면 백퍼

└헐 몸매를 밝힌다고? 어떻게 알아?

└얘 팬들이 하도 효자라고 영업 쩔어서 간잽해 봄ㅋㅋ 여자에 미친놈인데 왜 효자인지 모를

└와 뭐임???? 다른 여배우 언급 왜 함??? 대댓 몸평은 또 뭐임????

└왜 피곤함? 팬들한테만 재난이지 댓글 분위기 축제 같은데?

└22 맞아 다들 엄청 신났음 걍 축제 분위기

└고유현 인기 많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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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확대해도 깨져서 앞 두 글자만 애매하게 보이고 나머지는 옷에 가려서 안보임

찐으로 고유현 네이머임? 하 미치겟네

마인 이유 포카 1.5에 일괄 판매합니다

타투겠지ㅅㅂ 각인 아니면 어쩔 건데? 글고 이름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괜히 이상한 소리해서 루머 생성하지 마세요~

뭐 글타고 이태백이 놀던 달아 이런 건 아닐 거 아냐... 암만 봐도 사이즈 세 글자에 이름 같은데

타투라고 하면 뭐가 나아지나? 저게 만약 누군가의 이름이라면 찐사랑인 것은 변함 없다.

손가락 위에 타투 해본 사람만이 이 트윗을 이해합니다.

아니 타투가 아니라 네임이면 큰일인데? 은퇴해야 됨ㅋㅋ 왜냐믄.. 각인한 네이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죄다 연예계에서 은퇴했거든.. 불문율임.... 와 아이돌 최초겠네ㅋㅋ

유혀니 네이머? 타투? 뭔소리야 시밤 나 학원 갓다왓어 누가 설명좀 해조바바

지금 상황 심각한 거 모르는 님들을 위해 내가 비계에서 설명 훔쳐왔다.

@: 각인 안 하면 네임은 그냥 문양이나 다름없음. 보통 사람이 봐도 저게 네임인지 패션 타투인지 구분이 안 돼야 정상. 긍데 선명하게 글자가 보인다? 그러면 찐 네임이라는 거고 각인했다는 거야...

이름 타투 아닐까 생각하면서 긍정회로 돌리고 있는데 시발 뭐가 긍정회로? 나같이 덕실한 덕후한테 남은 건 절망뿐이다 차악을 선택한 절망회로야

입덕한 지 한 달째.. 본인은 유어스 왜 코어 딴딴한지 오늘 알게 되어따고 한다ㅠ슈밤

미포리즌 대체 사진 무슨 심보로 플뷰 놔두는 거?

ㅁㅍㄹㅈ 골즌이랑 친한 거 아니었나? 왜 삭제안해;;;;;;;;;; 이거 맥이는 게 아니면 뭐란 말임..

미포리즌 드뎌 탈덕했나봄ㅋ어디로 갈아탈지 기대됨 우리판 와주세요 존잘님

아아 미포리즌... 그녀는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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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덕예정 @qqsxhqiahzgaiaQd

씨발 제발 누가 가서 미포리즌 계정 해킹 좀 해봐 #미포리즌_삭제해

202X년 07월 2X일 ‧ 3:06 오후 ‧ 에 Twitter for iPhone 앱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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