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신을 안고 마당으로 내려와 걸어가면서 이도가 조용히 물었다. 영신은 제 목도 가누지 못해, 이도의 어깨에 이마를 박고 가쁜 숨을 고르다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에도 비밀이지.”
“…자꾸 그렇게 남 액막이만 하다가는 제명에 못 죽는다고 제가 항상 말하지 않았습니까?”
“…하하, 잔소리는…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이도가 쯧, 하고 혀를 차자, 영신은 민망한 듯 웃음을 짓다가 어느 순간 눈을 감고 정신을 잃었다. 자세히 숨소리를 들어보니 그냥 잠에 든 것 같았다. 지나가던 하인을 붙잡아 의원을 불러오라며 지시를 내린 이도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영신의 능력이 걷잡을 수 없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딱 열다섯이 되던 해였다.
그렇다. 영신이 무진을 떠나야 했던 이유, 그렇게 친하고 가족처럼 지내던 이도와 그의 부모인 공선과 선호에게 한 마디 언질도 없이 급히 새벽에 한양으로 돌아와야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영신의 재능이 무서우리만치 개화한 탓이었다. 도망치듯 떠나기 열흘 전, 영신은 꿈을 꾸었다. 영신은 어려서부터 이상한 것들을 보고 들었다. 그것은 남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들이었고, 오직 어린 그녀의 눈과 귀에만 흘러 들어오는 것이었다. 워낙 어려서부터 당연히 그런 것들에 둘러싸여 자란지라 영신은 그게 이상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조금 크고 나서는 자신 말고 그런 걸 보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신에게 세상은 두 개의 공간이 겹쳐진 것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보는 현실에는 물리적인 자연과 사물, 인간들이 걷거나 움직이거나 그곳에 소리를 내며 있거나, 아무튼 그 자리에 실재해 있었다. 그런 것들은 손에 닿으면 만져지고, 시간이 지나 없어지거나 낡거나 부서지거나 죽었다. 그러나 영신이 보는 다른 것들은 그렇지 않았다.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만져지지 않았고, 손에 닿으면 흩어지고, 시간이 지난다고 낡거나 죽지 않았다. 이미 죽은 자들이어서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으나 실재하지는 않는 까닭이었다.
“내일 이 도랑에 영감님 댁 송아지가 빠져 죽을 거예요. 내일은 소들 풀을 먹이지 마시고 끈으로 고삐를 단단히 묶어두세요.”
“어젯밤에 자다가 지네한테 물리셨죠? 마당 뒤쪽에 있는 제일 작은 장독대 밑을 파보면 지네 굴이 있어요. 거기에 불 붙인 지푸라기를 넣으면 몽땅 빠져나오니 그때 죽여야 해요.”
“아주머니, 좋으시겠네요. 닷새 후면 아저씨가 돌아오실 거래요. 여기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영신은 남들보다 이르게 옹알이를 시작해 일찍 말을 뗐고,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올망졸망한 눈을 반짝이며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물론 그 소식은 아무도 모르는, 그러나 짧게는 다음 날, 길게는 몇 주 후면 모두가 알게 되는 미래의 일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김 영감은 어린 영신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소들을 풀어놓았다가 귀한 송아지가 강에 빠져 죽어 화병을 앓았고, 윤 진사는 자다가 지네에 물려 잔뜩 독이 오른 발바닥을 절룩거리며 뒷마당에 난 장독대 밑에 불을 질러 지네 굴을 없앴고, 멀리 전쟁터에 나간 남편이 언제 오나 눈이 빠지게 기다리며 과부 행세를 하던 숙희 어멈의 눈물 잘 날 없던 눈가는 곧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마을의 모두가 어린아이인 영신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온갖 참견을 다 하고, 알 듯 모를 듯한 충고를 해주는 것을 신통하고 기이하게 여겼다. 처음에는 그저 어린 녀석이 어른들 관심이 좋아 아무 말이나 하고 다니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점점 영신의 말이 들어맞는 일이 빈번해지자, 처음에는 좋아했던 사람들의 태도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구한테 돈을 걸면 되겠느냐, 응? 너는 알지 않느냐? 얼른 말해보래두!”
“아가, 얘야, 아무래도 내 집에 도둑이 들은 것 같아. 우리 집 종년이 하나 있는데, 고 년이 가져간 게 틀림없다. 네가 한 번 봐다오. 응?”
“얘, 언니 부탁 한 번만 들어줘. 네가 비방을 쓸 줄 안다며? 제발 우리 오라버니 좀 전쟁에서 못 돌아오게 해줘. 그냥 거기서 콱 죽어버리고 다신 오지 못하게. 제발! 그 작자가 다시 돌아오면 난 시집가서 재산 한 푼도 못 받는다고!”
어른들은 점점 염치가 없어졌다. 영신은 점점 어딜 가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나아가 어떤 인간들은 어린 영신의 고사리 손을 잡아채 끌고 가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주지 않으면 집에 보내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다행히 언제나 영신의 곁을 따라다니는 유모나 머슴이 그들과 실랑이를 벌여 영신이 다치거나 해코지를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영신을 보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니 부모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처음에는 아이가 무척 영특하고 똘똘해 그저 동네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이, 점점 동네에서 어린 영신을 둘러싸고 온갖 해괴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니 부모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느낀 것이다. 부모는 기본적으로 영신의 능력을 믿지 않았기에 그저 어린애가 멋모르고 종알대는 것이 몇 번 우연의 일치로 맞아떨어진 것에 다들 법석을 떤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집안 시종들도 영신의 능력을 신기해하며 몇 번 부탁을 하다가 그들의 귀에 들어가 머슴 하나와 몸종 하나를 매질한 일도 있었다. 영신의 어머니 선옥은 어렵게 가진 귀한 외동딸이 그런 몹쓸 소문에 휘말리는 것에 치를 떨 정도로 싫어했다. 가뜩이나 예민한 성정이었던 그녀는 영신의 외출을 제한시키고 자신의 허락을 받아야지 정해진 일과 외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바깥일을 하느라 집안일은 거의 선옥에게 맡긴 영신의 아버지, 문승룡은 행여나 딸의 향후 선 자리에 누라도 끼칠까 두려워 딸의 징징거림을 들어주기보다 아내의 손을 들어주기를 택했다. 과연 영신이 태어나자마자 훗날 자신의 딸을 어느 대단한 집안을 골라 시집보낼 것인지 이 집안 저 집안 기별을 넣으며 바쁘게 주판을 굴린 작자다웠다.
영신은 하루가 다르게 웃음기를 잃어갔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마음대로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어머니의 감시 하에 집 안에서만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병이 나는 것도 무척 당연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 질병이 아니었다. 선옥은 딸의 여린 살갗 위로 빨간 두드러기가 돋고,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며 때로는 영신이 자다가 일어나서 멍하니 서서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안달복달하며 근방에서 제일가는 의원을 불러다가 영신을 진찰하게 했다. 좋다는 약도 구해다 다 먹이고 좋다는 방법도 미신까지 동원해 시도했지만 영신의 의미 모를 병은 점점 심해지기만 했다. 결국 의원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 무렵, 침통한 집안 분위기를 헤치고 대문을 두드린 것은 다름 아닌 늙은 비구니 한 명이었다.
“계시오, 이보시오, 시주를 좀 부탁하러 왔소이다.”
“이보쇼, 스님. 지금 이 집안 외동딸인 작은 아씨가 큰 병에 걸려 집안 분위기가 매우 좋지 못하니, 이거 받고 조용히 돌아가시오. 우리 주인마님 눈에 띄었다간 괜히 경을 칠 수도 있소.”
머슴 하나가 달려 나와 유모가 전해준 대로 엽전 몇 푼과 쌀을 넣은 주머니를 비구니에게 쥐여주며 손을 내저었다. 비구니는 쌀과 돈을 받는 대신 물끄러미 마당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에헤이, 뭘 보시오? 얼른 가라니까. 그러다가 주인마님이 나와 보시기라도 하면…”
“여기, 딸이 두 명이오?”
“무슨 소리요? 우리 아씨는 외동딸이라니까. 지금 저어기 안채에 누워서 지낸 지 석 달이오, 석 달!”
“그러면 저기 마당 감나무 밑에 선 여자아이는 누구인가?”
머슴이 무슨 소리냐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감나무 밑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저 쌀쌀한 가을바람만 불고 있었다. 성질을 부리며 다시 비구니를 돌아보던 찰나, 그는 순간 눈앞이 훅, 하고 캄캄해지더니 다시 환하게 밝아지며 초점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무슨 조화인가, 이것이? 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이 내 눈을 가린 것인가? 머슴은 눈을 비비며 비구니를 찾으려 대문 앞까지 둘러보았지만, 그곳에는 비구니는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선옥은 잠결에 찬바람이 새어 들어와 이마를 간질이는 것을 느꼈다. 언제 잠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무척 고단하게 깊은 잠에 빠진 참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열린 문을 닫으려 몸을 일으킨 선옥 앞에 흰 버선 한 쌍이 보였다. 누구지? 발이 크지 않을 것을 보니 아이의 발이었다. 딱 자신의 딸인 영신의 발이 그만했던 것 같다. 버선을 신은 작은 두 개의 발이 선옥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졸린 눈을 가까스로 떠 고개를 들자, 흰 버선 위로 치맛단과 저고리, 색동저고리와 소매, 깃, 길게 땋아 내린 머리와 흰 얼굴을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무척 앳되었지만 이 세상의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하고 무표정했다. 덜컥 놀란 선옥은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옆자리에 누워 있을 남편을 깨우기 위해 손을 뻗어 옆자리를 더듬었지만, 그녀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차갑고 바스락거리는 면과 비단이불만이 만져질 뿐이었다.
“너, 너는 누구냐! 누구길래 이 한밤중에 어인 일로 아녀자의 침실에 들어온 것이냐! 산 놈인지 죽은 놈인지 당장 정체를 밝히고 썩 꺼지지 못할까!?”
소녀의 입술이 벌어지더니 무어라 벙긋거렸다. 선옥은 어둑한 방 안에 가느다랗게 들어오는 달빛 한 줄기에 의지해 눈을 바로 뜨려 노력했다. 창백한 소녀의 얼굴에서 입이 달싹거리며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선옥에게 말하고자 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입을 움찔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선옥은 더욱더 기이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 ’
‘ ’
“…대체…… 헉!”
의아한 얼굴로 소녀를 자세히 들여다보려던 순간, 옴찔대던 소녀의 입이 점점 커지더니 좌우로 주욱 찢어졌다. 온통 검은 입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컴컴했다. 눈은 그대로 선옥에게 고정한 채, 소녀의 입은 어느새 얼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계속 찢어졌다. 선옥은 공포에 떨며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끼윽…끅…. 끄륵…. 네…딸….’
기괴하게 찢어진 입에서, 희미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선옥은 분명 그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그것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저 머릿속으로 말이 흘러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기이하고 끔찍한 모습에 선옥은 반쯤 실신한 채로 울부짖었다.
“저리 썩 꺼지거라!!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옥자야!! 만희야!!! 여보!!”
‘…끄윽…끅…끽…. 끅……’
그것은 이미 소녀의 형상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지기 시작했다. 선옥은 방구석으로 기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며 울었다. 대체 저 삿된 것이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무슨 연유로 나를 이리 괴롭히는지, 선옥은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어머니를 부르짖으며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었다.
‘…네…끄륵…딸… 네 딸을…… 영……신……’
선옥이 쓴 이불보 사이로 창백하고 긴 다리가 보였다. 문 앞 쪽에 서있던 것이 어느새 방구석에 있는 선옥의 앞까지 다시 다가와 있었다. 선옥은 공포로 까무러칠 정도가 되었다. 웅크린 그녀의 머리 위쪽에서 이빨을 딱딱 부딪치는 소리, 목구멍이 울룩거리며 내는 소리, 숨이 막힌 듯 헐떡거리다가 끼익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내…놔……네…딸……’
선옥의 머리 위에서 무언가 무겁고 둔탁한 것이 푹 쓰러졌다. 그것이 선옥의 몸을 덮치고, 선옥도 그와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
“간밤에 어찌 그런 꿈을 꾸었소?”
문승룡은 조반을 물리고 나서 차를 마시며 아내인 선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옥이 유달리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보고는 걱정스레 물었다. 선옥은 망설이다가 하인들을 모두 물리고, 마치 누가 들을까 걱정하는 것처럼 몇 번이나 주변을 둘러보고는 간밤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너무너무 무서웠고, 그렇게 모골이 송연해지는 감각은 처음이었다고 말이다. 눈을 뜨자 선옥은 전날 밤 잠들었던 것처럼 이부자리 위에 얌전히 이불을 덮은 채 누워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분명 그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고, 아직도 그 얼굴과 기이한 목소리가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승룡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젓고는, 그녀가 본 것은 실제가 아니라 그저 나쁜 꿈이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보, 그건 꿈이 아니었어요. 참말이에요.”
“허허, 당신도. 그럼 그게 어찌 사실이란 거요? 게다가, 나는 밤새 당신 옆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 없이 꼭 붙어 자고 있지 않았소이까? 나는 어디 가고 그런 요사스런 귀신이 당신을 홀리기라도 했다는 거요?”
“그렇기는 했지만… 하지만 분명……”
선옥은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예민한 선옥의 심기가 많이 날 서있다는 것을 깨달은 문승룡이 아내의 손을 잡고 그녀를 달래주었다. 요즘 영신이 간호하느라 많이 힘들었던 것이다, 당신도 밖에 외출도 좀 하고 꽃도 보고 오고 그래라, 그저 나쁜 꿈이니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남편의 토닥임의 선옥의 기분은 한층 누그러져, 그래, 그럼 그게 꿈이지 사실일 리가, 어쨌거나 지금은 훤한 대낮이고… 간밤에 있었던 그 기이하고 끔찍한 기분을 떨쳐내려 선옥은 애써 외출할 준비를 했다. 몸종인 옥자를 시켜 나갈 채비를 하던 선옥은 어린 딸을 떠올리며, 영신의 몸이 괜찮다면 요 앞까지는 같이 나들이를 가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마님, 그런데 간밤에 영신 아씨가 자다가 갑자기 자리를 비우셨던데, 혹시 마님이 부르셨던 겝니까?”
경대를 펼쳐놓고 머리를 만지던 선옥의 손이 멈췄다. 옆에서 선옥의 옷가지들을 꺼내던 옥자의 말에 선옥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영신이가 갑자기, 밤에 왜 자리를 비워? 내가 불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다름이 아니고…… 진례 아주머니가 그러시던걸요. 밤에 잠시 요강 비우러 나갔다 왔는데, 분명 자고 있던 영신 아씨가 깨서 머리를 빗고 곱게 땋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씨, 이 밤중에 자다 깨서 무얼 하세요, 했더니 어머니가 부르셔서 잠시 다녀온다고 그러셨다는데요?”
“……내가?”
“예이. 그런데 마님이 그 오밤중에 자는 영신 아씨를 데려오라고 하셨을 리도 없고…진례 아주머니가 내일 아침에 가라고 하니까, 어머니한테 혼나면 유모가 책임질 거냐고, 하도 가겠다고 떼를 써서, 밤이 깊었으니 안채까지 같이 가자고 했대요. 그런데 아씨가 기어코 혼자 다녀오겠다고 해서, 그렇게 말하는 아씨 얼굴도 너무 말똥말똥하고, 멀쩡하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