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가 아니라 개 한 마리가 집에 들어온 것 같아. 삼촌에게 착취당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사의 길을 선택한 윤조. 고용 취소 통보까지 당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취직하는 데에 성공했다. 윤조의 고용주 정한은 돈도 많고 잘생기기까지 했는데 이상하게 삶에 의욕이 없다. 꿀 같은 집사의 인생을 살려면 사장님이 죽지 않게 잘 보살펴야 하는데…. 초보 집사 윤조는 주인님, 아니 사장님을 잘 보필할 수 있을까? [미리보기] “사장님. 저… 갇혔어요.” “사장니임…?” 당연하게도 정한은 대답이 없었다. 윤조는 천장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소리쳤다. “사장님, 아직 자요?” “좀 일어나시면 안 돼요?!” “사! 장! 님!” “권정한 씨!!!!” “사장님!!!! 저 지하에 갇혔어요!!!” 윤조의 외침은 울음을 동반한 채 점점 커졌다. 그런데도 정한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어엉…. 이제 겨우 팔자 피나 했더니, 내가 지하에 갇혀 죽네…. 밥이라도 먹고 올걸….” 테러에도 살아남은 몸인데, 실은 죽을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윤조는 서러움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쪼그리고 앉은 몸을 꽉 껴안았다. 상처가 찢어진 듯 팔이 저릿하게 아팠지만 그게 대수랴. 굶어 죽게 생겼는데. 그래도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싶어 훌쩍훌쩍 울면서도 살길을 찾아 머리를 팽팽 돌리고 있을 때였다. 윤조는 제 뒷덜미를 붙드는 힘에 껑충 일어나 콧물을 쏟았다. “사댱님…?” 눈물에 이지러져 보였지만 자신을 절망 속에서 건져 올린 이는 정한이 분명했다. 윤조는 팔이 아픈 것도 잊고 그에게 두 팔을 뻗었다. 하지만 정한은 매정하게 윤조를 멀찍이 내려두기만 했다. 윤조는 먼지로 지저분한 손을 옷에 닦으며 코를 훌쩍였다. 정한의 매정한 태도는 아무려면 어떨까 싶었다. 이렇게 찾아와 준 것만 해도 고마웠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시끄러워.” “네?” “시끄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