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이돌의 해체를 막는 방법-43화 (43/82)

내 아이돌의 해체를 막는 방법 43화

감빵순 @bbanggams

뭐임 시발 벌써 끝남?

문토끼 @moonlight_rabbit

와인 데뷔 쇼케이스 양도받아요

추금 가능 디엠주세요

#와인 #WAIN #쇼케이스 #박휘건 #강문 #차율 #강호재 #이시찬 #양도

양도계 @sellsellsell9876

디엠 확인요

율무주전자 @yoolintheteapot

성공하신분?

뇨롱 @long_1357

저 동생이 성공해줬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치킨쏘기로하뮤ㅠㅠㅠ

율무주전자 @yoolintheteapot

헐대박!!! 자리 어디세요? 저희 만나요!!!!

호호별 @hohohappystar

와인 데뷔 쇼케 양도받는 분들

산삼은행 이*형 123-45-67890

사기니까 조심하세요

#양도 #사기 #양도사기 #와인 #WAIN #쇼케 #쇼케이스

호호별 @hohohappystar

홍삼은행 김*민 0987-65-43210

여기도 사기래요 조심

원래 계획은 폼 작성으로 쇼케이스 사전 신청을 받으려 했으나, 예상 외로 반응이 너무 좋아 급하게 예매처를 잡았다. 그냥 둬도 괜찮지 않겠냐며 안일하게 생각하는 대표를 성수가 들들 볶은 덕이었다.

쇼케이스 티켓 예매 페이지가 오픈되고, 고작 10분 만에 전석이 다 매진되었다.

빠르게 사라지는 포도알들을 보며 성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모든 인원을 일일히 폼과 대조하여 티켓을 발부했을 생각을 하니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와인의 쇼케이스가 진행 될 공연장은 관객 천 명을 수용 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니까, 약 10분 만에 천 석의 자리가 전부 매진되었다는 말이다. 기자석과 초대석을 제외하더라도 구백 석이 넘었다. 대표가 무조건 시작부터 기선제압을 하고 가야 한다며 무리하게 큰 공연장을 대관한 것이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됐다.

“뭐야? 왜 안 눌러져? 고장난 것 아니오?”

“……이미 선택한 좌석이라는데?”

쇼케이스 예매를 위해 식탁 위에 노트북을 펼치고 나란히 앉아 있던 강문과 차율은 당황한 듯 눈을 굴렸다. 여차하면 자기들 이름으로 티켓을 사서 주변에 나눠줄 생각이었는데, 예매 창에 들어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헐? 매진?”

계속된 새로고침 끝에 드디어 접속에 성공하는가 싶더니, ‘본 공연은 매진되었습니다.’라는 팝업 창이 떠버렸다. 두 사람은 얼떨떨한 얼굴로 눈을 마주쳤다.

“형. 나 볼 한 번만 꼬집어 봐.”

차율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제 볼을 가리켰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해 보려는 것이다. 강문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기에, 차율의 뺨으로 손을 뻗으며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하나 둘 셋 하면 서로 볼 꼬집어주자.”

강문의 말에 차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었다. 하나, 둘, 셋하고 천천히 읊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

“아악!”

서로의 볼을 힘껏 꼬집어 잡아당긴 두 사람이 동시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손가락을 뗐다. 어찌나 세게 잡아당겼는지, 볼이 얼얼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다.

“무슨 일인데?”

조금만 더 자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던 호재가 두 사람의 비명에 방문 틈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물었다. 똑같이 발갛게 부어 있는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었다.

“볼은 또 왜…….”

“우리 쇼케 매진됐어.”

“뭐?”

그 말에 호재가 커다래진 눈으로 방에서 나왔다. 차율이 꼬집힌 왼쪽 뺨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누가 봐도 울음을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너 울어?”

“씨이…… 사람이 감격하면 좀 울 수도 있지!”

“……누가 뭐래?”

차율이 소리를 빼액 지르자 호재가 어이없다는 듯이 으쓱이고는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손바닥으로 털었다. 두 사람 사이로 가서 모니터를 내려다보자 화면엔 아직 끄지 못한 팝업 창이 떠 있었다.

“진짜네…….”

팝업 창에 선명하게 적힌 ‘본 공연은 매진되었습니다.’ 라는 글자를 본 호재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 역시 믿기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

“…….”

호재와 차율이 시끄럽게 굴든 말든 물끄러미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던 강문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덕분에 뒤에 서 있던 호재의 허벅지에 의자가 부딪혔다. 호재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부딪힌 부위를 슬슬 문질렀다.

“아야…… 갑자기 왜?”

“박휘건한테도 말 해줘야지.”

홀린 듯 중얼거린 강문이 뭐라 말릴 틈도 없이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사라졌다. 차율은 저 형이 왜 저러나 싶어 울컥했던 것도 잊어버렸다.

“전화를…… 하면 되지 않나?”

쾅 닫힌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차율의 말에 호재가 그러게, 하고 대답하고는 학교에 있을 시찬에게도 알려주자며 화제를 돌렸다.

* * *

처음엔 빠르게 걷던 걸음이 점차 뜀박질로 변했다. 습하게 달라붙는 공기에 숨이 턱턱 막히는데도 멈출 수 없었다.

심장이 요란하게 쿵쿵대는데, 이게 매진 소식 때문인지, 뛰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아리송했다. 그저 지금 당장 휘건의 얼굴을 보고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그래야 비로소 실감이 날 것 같았다.

건물 앞에 도착한 강문이 서둘러 지하로 뛰어 내려가 안무 연습실 문을 벌컥 열었다. 혼자 안무를 맞춰보고 있던 휘건이 살짝 놀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누구…….”

“허억…… 헉…… 휘건아, 헉…….”

“……깡문? 나중에 온다더니, 왜…….”

의아하게 묻는 휘건을 향해 질주한 강문이 냅다 휘건을 끌어안았다. 순간적으로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겨우 중심을 잡은 휘건이 당황하며 강문의 머리통을 내려다보았다.

“뭐, 뭐야?”

“우리…… 우리 진짜 대박 났어.”

티저가 공개될 때부터 반응은 계속 좋았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 커뮤니티 반응이 그룹의 성공과 반드시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 중 얼마가 실제 팬이 되어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쇼케이스 티켓이 예매처에서 오픈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강문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폼으로 신청할 경우 회사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무대에 설 때까지 관객이 몇 명인지 알 수 없지만, 예매처를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남은 좌석을 볼 수 있으니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다. 떠들썩한 반응이 무색하게 백 석도 겨우 팔린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멤버들의 사기가 단번에 바닥으로 뚝 떨어질 게 뻔했다. 떨어져 버린 사기는 노력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강문은 멤버들에게 틈날 때마다 공연장이 큰 데다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이니, 절반이라도 채우면 성공한 거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행여 그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조금이라도 덜 실망할 수 있도록.

“우리 쇼케 매진됐어.”

“어?”

“천 명인데…… 천 명인데, 그 자리가 다 찼어. 천 명이…….”

그렇게 기대를 낮추고 또 낮췄는데, 매진이라니. 열 명도 아니고 백 명도 아닌, 무려 천 명이나 자신들을 보기 위해 시간을 내어 주다니.

극도의 긴장감이 풀리자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참아내기엔 끌어안은 휘건의 품이 너무 따뜻했다. 그 온기가 꾹꾹 눌러 담은 속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등 뒤로 안절부절못하며 방황하는 휘건의 손길이 느껴졌다.

“좋으면 좋은 거지, 왜 울고 그러냐.”

휘건이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강문의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강문 스스로도 왜 이렇게까지 눈물이 나오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성공적인 데뷔를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기는 했지만, 남들처럼 몇 년씩 고생하며 준비한 것도 아닌데.

“나도, 끄흡…… 몰라……. 흑…….”

저도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눈물에 뒤섞여 쉴 새 없이 흘렀다. 그간 울고 싶었던 순간들이 몇 번이고 찾아왔지만, 늘 턱이 얼얼해지도록 이를 악 물며 참고 또 참았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눈이 아프도록 비추던 그 날을 보여주는 악몽에도 눈에 벌겋게 열이 오르도록 참을지언정 절대 울지 않았다. 울면 정말 다 무너져 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참았던던 눈물이 지금은 이렇게 쉽게 터져 나오는 까닭은,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안도감 때문인 걸까. 그게 아니면…….

“다 울었냐?”

한참이나 울다 조금 진정된 강문에게 휘건이 물었다. 강문은 머쓱하게 눈가와 볼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끌어안고 울어버린 탓에 휘건의 티셔츠가 강문의 눈코입 모양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꼭 티셔츠에 얼굴이 박제된 것 같았다.

“벗어.”

“뭐?”

강문이 티셔츠 아래쪽을 쭉 잡아당기며 말하자 휘건이 당황하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나 때문에 옷 더러워졌잖아. 그대로 입고 있기엔 찝찝하지 않아?”

강문은 부끄러워서라도 휘건의 옷을 갈아입히고 싶었다. 눈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콧물과 침까지 묻어 있을 텐데, 그런 데에 딱히 신경 안 쓰는 강문이라도 그건 좀 창피했다.

“돼, 됐어. 어차피 땀 때문에 젖어 있었어.”

“그래? 그럼 말든가.”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어 입맛을 쩝 다시며 포기했다. 휘건의 티셔츠에 봉인된 얼굴과 자꾸 눈이 마주치는 것 같아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렸다.

“전화하면 될 걸, 왜 뛰어 왔어?”

“어? 아아…….”

그러고 보니 휘건의 말이 맞았다. 전화로 알리거나 나중에 연습하러 다 같이 와서 소식을 전해줘도 될 것을, 왜 그리 급하게 뛰어온 건지 스스로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너 연습하고 있잖아.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

“흐음.”

전화가 아니면 문자로 남겨도 되지 않냐며 반문할 줄 알았는데, 휘건은 의외로 쉽게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문은 속으로 안심하며 괜히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우느라 수분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지, 휘건이 탁자에 놓아두었던 물병을 가져와 강문에게 건넸다.

“근데, 안 기뻐?”

물병 뚜껑을 열고 물을 마시다 떠오른 의아함에 물었다. 차율처럼 극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벅찬 티가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덤덤해서 그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이 조금 복잡해 보이기도 하고.

“아니? 좋은데?”

“별로 안 그래 보이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나서 그런가 보지.”

하긴, 휘건은 얼굴에 감정이 잘 드러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건 딱 자신에 한해서였다. 평소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타입이었다.

가끔 다른 멤버들보다 오래 외출하는데, 정작 나가서 뭘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남아서 더 연습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오겠거니 짐작만 할 뿐.

“연습 열심히 해야겠다. 천 명이나 보는 앞에서 실수하면 쪽팔리니까.”

혹시 밖에서 허튼짓이라도 하고 돌아다니면 안 되니 당분간 조심하라고 당부해야지 생각하는데, 휘건이 다시 몸을 풀며 말했다. 그래도 기특한 생각을 하네 싶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들도 많이 오겠지?”

“그렇겠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것 치고 휘건의 눈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속으로 무언가 다짐이라도 하는 듯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문이 스윽 휘건의 옆에 가서 섰다. 휘건이 말 대신 눈으로 왜 그러냐고 물었다.

“온 김에 나도 같이 하려고.”

휘건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거울을 바라보며 자세를 잡았다. 넓은 연습실에 두 사람의 발소리와 숨소리가 가득 채워졌다.

거울이 아닌 객석을 바라보며 춤을 추게 될 날까지, 이제 딱 2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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