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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26/27)

Happy birthday

사무실의 커다란 창밖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침 뉴스에서 예보했던 눈이다. 해가 지자마자, 무거운 구름을 끌어안고 있던 하늘이 눈을 뿌린 지 한 시간째였다. 기온이 낮아져 도로가 얼기 전에 퇴근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오늘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찍 퇴근해야 하는 날이었다. 바로 내일이 아이의 스물네 번째 생일이었다.

이 팀장의 인사를 받으며 브리프 케이스를 손에 들었다. 사무실에서 나와 이미 대기하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핸드폰을 꺼내 들어 통화를 눌렀다.

상대의 신호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세 번도 울리기 전에 언제나 들어도 늘 반가운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지금 퇴근하고 있어. 거기도 눈이 오나?”

-음,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회사 근처는 눈이 많이 와요?

통화하며 도착한 지하 주차장에선 밖을 볼 수 없었다. 나는 종전까지 있었던 내 사무실 창문에서 본 함박눈을 떠올렸다.

“아주 많이.”

-기다릴 테니 천천히 오세요.

“평소보다 30분은 더 걸릴 거야.”

나와 아이가 살고 있는 집은 예전에 우리가 머물던 서문희의 고택이 아니었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 녹지가 조성된 전원주택 단지였다. 복귀한 회사와의 위치를 고려하면서도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이사한 집이었다. 저택보단 크지 않고 고택보단 넓은, 나와 아이만의 새로운 공간이었다.

-네. 저… 이따 봐요.

“피곤하면 자고 있어.”

-아니에요. 오늘 컨디션이 아주 좋아요. 안 자고 기다릴 거예요.

아이는 여전히 나를 마음 편히 ‘형’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의식을 하지 않고 있거나 다급할 때에는 자연스럽게 호칭이 나왔으나 그 외에는 예전처럼 ‘이사님’도 아닌 ‘저…’, ‘그…’와 같은 애매한 단어로 나를 불렀다. 호칭 가지고 아이를 타박할 마음은 전혀 없었기에 나는 그 부분을 굳이 지적할 생각이 없었다. 설사 ‘아저씨’라 부른다고 해도 말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길이 얼기 전에 움직이려는 차들로 도로가 빽빽했다. 이대로라면 아이에게 말했던 30분보다 더 늦게 도착할 듯싶었다. 그럼에도 아이를 만나러 집에 가는 길이 예전처럼 조급하지 않다.

조수석에 시선을 주어 생일 선물로 준비한 화분을 확인했다. 쓰러지지 않도록 박스 안에 고정된 화분이 노란 리본으로 묶여 있었다.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하자 아이에게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는데 바로 집에 딸린 커다란 정원이었다. 전에 살던 고택은 자갈밭 외에 녹음으로 이루어진 화원이 있었지만 그 흔적들은 서문희의 손길이 묻은 것이라 아이는 그 화원을 가꾸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대로 어미의 흔적을 보존하고 싶은 마음과, 아예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모순된 감정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작은 모종삽을 들고 흙을 즐겁게 일구던 아이에게 물었었다. 고택에도 마당이 있었는데 왜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내 의아한 물음에 아이는 희미한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거긴 엄마 화원이에요. 그래서 만지고 싶지 않아요. 보고 싶지도 않아.’

마지막은 웃음이 아니라 상처였다. 어쨌든 서문희는 아픈 아들을 두고 세상을 스스로 저버린 여자였고 아이는 그런 어미를 이해하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스무 살 생일이 지나는 밤. 목숨을 끊은 어미를 상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더욱 아이의 생일을 특별하게 또는 행복하게 지내게 해 주고 싶었다. 네 생일엔 그 어떠한 나쁜 일도 없는 행복하기만 한 날이라고 기억되게 말이다.

도심을 벗어나니 교통 체증이 풀렸다. 적당히 속력을 내어 운전해 집에 도착하자 예상했던 시간보다 20분 정도 늦어 있었다. 주차장의 자동문을 열어 차를 주차시키고 선물인 화분을 들어 올렸다. 정원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박스 천장이 뚫려 있어 화분으로 눈이 떨어질 것 같았다. 코트를 벗어 망가지지 않게 살짝 덮어 가렸다.

정원에 소복이 쌓이기 시작한 눈을 구둣발로 밞으며 현관 앞에 도달했다. 비어 있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내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를 아이는 참 좋아했다.

-누구세요?

나인 걸 알면서도 아이는 이렇게 묻는 걸 좋아한다.

“나야. 문 열어 줘.”

-‘나’가 누구예요? 집주인이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문 열어 주지 말랬어요.

현관 스피커에서 장난스럽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아이의 장단에 맞춰 주려 원하는 대답을 내 놓는다.

“지학영입니다. 영우를 만나러 왔습니다.”

만족스러운 답이었는지 달카닥 하고 잠금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활짝 현관문이 열렸다. 따듯한 온기가 쏟아지며 보고 싶던 이가 눈앞에 보였다.

“수고했어요.”

나를 보자마자 아이는 커다란 눈을 휘며 웃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입은 볼 수 없었지만 뻔했다. 분명 입도 활짝 웃고 있을 터였다.

“문은 다른 사람보고 열어 달라고 해. 찬 바람 들어오잖아.”

바깥에서 몰아치는 찬 바람이 들어올까 봐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잠깐 걸은 사이에 내 어깨와 화분을 덮은 코트 위에 눈송이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마스크도 쓰고 카디건도 입었잖아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아이가 까치발을 들어 내 어깨에 쌓인 눈송이를 털어 내며 말했다. 나는 아이가 차가운 눈송이를 만지는 것이 싫어 화분을 들지 않은 손으로 하얗고 말랑거리는 손을 그러잡았다. 그 마음을 아는 아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빙긋이 웃었다. 그리곤 내가 들고 있는 코트에 덮인 상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뭐예요?”

“뭘까?”

구두를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다른 집들보다 조금 더 훈훈한 바닥이 느껴졌다. 실내화 신는 것을 답답해하는 아이가 맨발로 다닐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청소하게끔 한 바닥은 반질반질 깨끗했다. 덕분에 아이는 이 집 안 어디에서든 제 방처럼 편하게 앉거나 누워 지내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들고 있는 선물을 궁금해하며 거실에 도착하자마자 소파가 아닌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기 앞으로 내려 달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손만 씻고 올게. 기다려.”

“네. 얼른 씻고 오세요.”

내가 바닥에 선물을 내려놓자 만지지도 않고 얌전하게 물끄러미 보기만 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답답한 걸 싫어하는 아이가 마스크를 벗고 몸에 걸치고 있던 카디건도 벗어 내리는 걸 보며 욕실로 향하자 복도 쪽에서 새로 입주한 사용인이 내게 다가왔다.

고택에서 같이 지내던 아이의 유모가 노환으로 아이를 온전히 보살피기 힘들게 되자 새롭게 구한 사용인이었다.

“오늘은 어땠습니까.”

“컨디션이 매우 좋으세요. 밥도 한 그릇 다 비우셨고 체온도 정상이에요.”

아이의 건강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저택에 들어왔던 때였다. 어미를 잃은 상심을 가다듬기도 전에 낯선 곳에 적응을 하며 사랑의 열병을 앓던 때였다. 아직도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현저히 나아진 상태였다.

아이에겐 삶이 필요했다. 답답하게 멈춰진 세상이 아닌 지금과 같이 스스로 행할 수 있는 삶.

“손 씻는 거 아직 멀었어요? 저 먼저 열어 볼게요!”

흐르는 물로 손에 묻은 거품을 씻어 내는 중에 거실에서 외침이 들렸다. 내가 준비한 선물을 얼른 풀어 보고 싶다는 목소리였다. 예전 같으면 말도 못하고 기다렸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다 씻은 손에 묻은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 내고 거실로 향했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양다리를 쭉 뻗어 앉은 아이는 내 코트 자락을 치워 내고 화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보니 선물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런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곤 내 한쪽 가슴에 어깨를 품어 안았다. 포근한 몸이 기분 좋게 안겨 들어왔다.

“얘 이름이 뭐예요?”

품에 안긴 아이가 화분에 묶인 노란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턱 밑에 자리한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

“싱고니움.”

회사 근처에 있는 꽃집 사장의 추천으로 공기 정화에 도움이 되는 식물이라는 소리에 선뜻 고른 화분이었다.

“아, 책에서 본 것 같아요. 싱고니움.”

싱고니움, 싱고니움. 두어 번 반복해서 속삭인 아이가 화분을 집어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위치로 내려놓더니 내 가슴에 기대고 있던 몸을 돌려 나를 올려 보았다.

“생일 선물 감사해요. 침대 맡에 두고 잘 키울게요.”

엉덩이를 들썩이더니 결국 내 입술 끝에 입을 맞추고 가슴에 얼굴을 맞대어 왔다. 고른 숨을 쉬던 아이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팔로 내 허리를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부드럽게 조여 오는 압박이 좋아서 한동안 바닥에 마냥 앉아 있었다.

하얗고 마른 등이 아래에서 춤을 추듯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한 방울, 두 방울. 내 이마에서 흐르던 땀이 옴폭 패인 허리 가운데에 떨어졌다. 아이의 등은 격렬한 움직임과 흥분으로 이미 반들반들하게 땀으로 젖은 지 오래였다. 젖은 등에 떨어진 땀방울이 피부에 스며들 듯이 빠르게 번져 갔다. 밀어붙이는 움직임에 자꾸만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아이를 다잡아 주기 위해 말랑한 엉덩이와 허리의 경계 부분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리고 허리를 뒤로 천천히 길게 뺐다가 빠르고 짧게 처박았다.

“아아…….!”

성감이 끝까지 올랐는지 매트리스를 딛고 있는 팔꿈치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내 중심이 묻힌 안쪽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촘촘한 진동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그 덕분에 간질거리며 열이 오르는 중심을 못 이기고 다시 허리를 움직여 안쪽을 쑤시자 노란 리본에 묶인 교차된 손목 아래 아이의 주먹 쥔 손마디가 새하얗게 변해 갔다. 상체를 숙이고 마른 등에 가슴을 밀착 시켰다. 아이의 떨림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한쪽 팔을 아래로 내렸다. 바짝 서서 액을 흘려 대는 성기를 찾아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흐느낌이 터졌다.

“흐으, 제발…… 제발…….”

의미 없는 아이의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정액으로 미끈거리는 성기를 쓸어내리는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다시 한번 엉덩이를 무너지지 않게 추켜올리고 빠르게 박아 댔다.

“……좋…아요! 더, 더 해 주…세요!”

터질 듯한 성감에 이성이 잠식된 아이가 성욕을 갈구하며 졸랐다. 아이는 관계 시마다 맹목적으로 매달려 이 순간 자신과 나밖에 없다는 듯이 온몸을 던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홀린 듯이 끝을 모르는 사람처럼 사정없이 탐하고, 취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입가에 닿는 목덜미를 입술로 자근자근 씹다가 이를 드러내어 아플 정도로 깨물었다. 고통으로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간 아이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흐윽… 하아… 끅…….”

안쪽에 자리한 내 중심을 빼냈다. 아직 사정하지 않은 묵직한 성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오싹한지 몸을 떨어 대며 아이가 큰 소리로 울었다. 엎드리고 있는 몸을 한 팔로 돌려 나를 향하도록 눕혀 주니 다물어지지 않은 입구에서 아까 한차례 쏟아부은 정액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양 허벅지를 활짝 벌린 채 달달 떠는 아이가 내 중심을 만지려 묶인 양 손목을 들어 올렸다.

“흐으… 혀엉, 빨리, 제발…….”

내 중심에 손이 닿기 전 아이의 손을 잡아챈 뒤 위에 올라탔다.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눈에 기대감과 흥분이 스치는 것이 보였다. 비스듬히 웃음이 흘러나왔다. 형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성감은 고조되는데 아래가 허전해지자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한 손으로 잡은 손목을 입가로 들어 올렸다. 노란 리본으로 묶인 손목에 잘게 부서지는 입맞춤과 함께 혀를 내밀어 핥았다. 그 와중에 내 중심을 입구의 주름에 가져가 들어갈 듯 말 듯 누르며 미끄러트렸다.

입구 근처에서만 맴도는 것이 아쉬운지 아이는 골반을 꿈틀거리며 내 중심에 입구를 맞추려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올려봤다. 나는 핥고 있던 손목을 지그시 매트리스 위로 눌러 내렸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사지가 된 아이는 아랫입술만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

“다시 한번 말해 봐.”

상체를 숙여 얼굴을 내렸다. 아이와 나의 코끝이 닿을락 말락 아슬아슬한 위치에 자리했다. 가까워진 거리에 커다란 눈을 깜박인 아이가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손목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갸름한 턱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코앞에 있는 입술을 적시자 미약한 신음이 터졌다.

“흐읏… 혀엉…. 제발…….”

벌어진 두 다리가 내 허리를 감아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꽉 조이는 안정감에 나는 울먹거리는 아이의 신음을 내 입 안으로 삼키며 중심을 꽂아 넣어 움직였다. 들어가자마자 꽉 물리는 느낌에 머리 꼭대기까지 전율이 흘렀다.

“흣……!”

“아아아……! 아…….”

아이는 길게 비명을 지르며 사정했다. 배가 축축하게 물기로 젖어 드는 것이 느껴졌다. 딱딱하게 기립했던 아이의 것이 숨 죽기 시작했다. 상체를 바짝 붙여 아이의 것을 배로 짓누른 상태로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아래에 깔린 몸이 바둥거리며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눈을 감고 입술에 맞닿는 모든 살결에 입맞춤을 퍼부으며 빠르게 중심을 움직였다. 살이 부딪히는 철썩거리는 소리와 아이의 울음소리가 함께 들렸다. 점점 더 난잡해지는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으로 깊숙이 박아 넣은 뒤 사정했다. 쾌감을 쏟아 내자 깊은 숨이 터져 나왔다.

“후우…….”

“하아… 하아… 하아…….”

격렬했던 움직임이 끝나자 아이가 축 늘어진 채 숨을 헐떡였다. 아직 가시지 않은 흥분과 쾌감에 잠겨 눈빛이 흐릿했다. 나는 몸을 바로 일으켜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아이를 안아 허벅지에 앉혔다. 내 손짓대로 흐느적거리며 움직인 아이가 얼굴을 어깨에 기대어 왔다. 묶인 손목은 가슴팍 중앙에 모은 채였다. 나는 내 몸에 안긴 아이의 등을 느릿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기분이 좋은지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몸을 밀착해 왔다.

“하아… 하아….”

“천천히 내쉬어. 차분하게… 힘들면 호흡기 줄까?”

쇄골에 뿌려지는 뜨거운 호흡이 불안해 침대 옆 협탁의 서랍을 열어 호흡기를 찾으려 뒤적였다. 내가 호흡기를 찾는 것을 안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괜찮아요. 그냥 너무 느껴서… 흥분한 거예요.”

“정말 안 해도 되는 거야?”

“하아… 네, 괜찮아요. 형이 이렇게 끌어안아 주면 돼요.”

기특한 말을 하며 더 깊숙이 몸을 기대 왔다.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아이를 단단히 끌어안아 주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 나는, 입술에 닿는 말랑한 귀를 지분지분 건드리며 잠깐이라도 휴대용 호흡기를 사용하길 권했다. 아직까진 숨소리가 거칠지 않았지만 붉게 달아오른 뺨을 하곤 벌어진 입으로 쌕쌕 숨을 내뱉는 모습이 불안했다.

“조금이라도 하고 있으면 좋겠는데.”

“으응… 싫어요.”

귀가 간지러운지 아이가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살짝 엉덩이를 비틀자 맞닿아 있던 내 중심이 자극을 받아 부피를 키웠다. 아이도 그걸 느꼈는지 어깨에 기대고 있던 고개를 들어 마주 보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묶인 손을 내려 어설프게 내 중심을 쥐었다.

“커졌어요.”

“…….”

“우리 한 번 더 해요.”

“…….”

“네? 저번 주에 저 아프다고 내내 안 했잖아요.”

곤란한 표정을 짓자 아이는 막무가내로 떼쓰기 시작했다. 지난주 미열이 나며 감기 증세가 보이길래 끌어안고 잠만 재운 것이 다였다. 가벼운 스킨십이 아쉬웠는지 아이는 몸을 맞대어 왔지만 곧 다가올 생일날 자리보전할까 봐, 아이를 달래며 참았었다.

“지영우.”

“으읏! 하아… 네…….”

나직하게 이름을 부르며 아이의 말랑한 성기를 손으로 감싸 잡아 훑어 내렸다. 오늘 관계 도중 수도 없이 사정을 반복한 탓에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덕분에 손바닥 안에서 부드럽게 표피가 움직였다. 발발거리며 조금씩 힘을 받아 가는 성기 끝에서 투명한 액이 스며 나왔다.

다시 어쩔 줄 모르는 몸이 된 아이는 허리를 비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숨소리가 거칠지 않은지 주시했지만 기우였다. 고른 숨을 내뱉으며 신음하는 것이 들렸다. 체력의 한계에 다다라 자극에도 성기를 다 세우지 못했지만 감각만큼은 그대로라 아이는 끙끙거리며 입술을 부딪쳐 왔다.

“너무 좋아요……. 흐응…….”

기운이 없어 늘어지려 하는 아이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묶인 손목이 불편해서 더 힘들 것 같아 걱정되었다. 장난처럼 시작한 행위가 탈이 날 수도 있었다.

“손목 풀어 줄까?”

“하아……. 아니요.”

화분에 묶여 있었던 노란 리본을 만지며 묻자 아이는 고개를 흔들어 거부의 말을 전했다. 이미 피부색이 붉게 변했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냥, 이렇게 있을래요. 선물에 묶여 있던 리본을 내가 묶고 있으니까… 꼭….”

뭐가 부끄러운지 아이의 목소리가 끝으로 갈수록 작아져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말을 다시 듣고 싶어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댔다.

“꼭, 뭐라고?”

“…….”

다시 말하기 민망한지 망설임이 길었다. 나는 아이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만지며 대답을 종용했다.

“뭐라고 한 거야? 다시 말해 봐.”

“말해 주면 우리 한 번 더 하는 거예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가 맹랑한 협상을 던졌다. 내가 웃음을 흘리며 알겠다고 대답해 주니 언제 망설임이 길었냐는 듯 비교적 또렷한 말소리로 듣지 못한 말을 해 주었다.

“내가, 꼭 형의 선물이 된 것 같아요.”

“…….”

“나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기특한 말을 하는 아이의 약속을 들어주려 아까부터 커져 있던 중심을 위로 밀어 넣었다. 정액을 머금고 있는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자 아이가 몸을 떨었다. 그리고 가슴을 만져 달라는 듯이 묶인 손목과 함께 팔을 들어 올렸다. 새하얀 가슴이 눈앞에 드러나고 나는 양쪽에 자리잡은 유두 중에 하나를 입 안에 머금어 강하게 빨아올렸다.

“하아…! 으응….”

몸을 뒤척이며 가슴을 흔드는 아이가 뒤로 넘어지지 않게 한 팔로 단단히 붙들었다. 내 중심 위에 올라탄 자세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된 걸 확인하고 허리를 움직였다. 쳐올리듯이 찍어 대자 중심을 감싼 내벽이 잔뜩 조이기 시작했다.

만세 하듯이 팔을 들어 올린 아이는 빳빳하게 몸을 휘며 신음을 질렀다. 입에 머금은 유두를 집요하게 깨물어 빨아올리며 느끼는 지점을 집중해서 찍어 올리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자지러졌다. 끝으로 아이의 귀두에서 투명한 정액이 방울방울 물처럼 흘러내렸다. 사정을 하면서도 내 강한 몸짓에 인형처럼 흔들렸다. 이러다가 아이가 정신을 잃을 것 같기에 조금 더 허릿짓을 빨리해 내 중심의 사정을 유도했다.

“흣……!”

꼭 쥐어짜이는 듯한 느낌의 사정이었다. 나지막한 신음과 함께 마지막까지 정액을 털어 내고 축 늘어진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손목에 묶인 노란 리본을 풀어 상처가 났는지 자세히 확인했다. 아이는 그런 내 모습을 실눈으로 지켜보았다. 살짝 접힌 눈가엔 웃음이 가득했다.

“얼마 버티지도 못할 거 고집은.”

“……그냥 나는 다 좋아요. 형이랑 하는 건 다 좋아.”

품속으로 파고드는 몸을 두 팔로 끌어안아 땀에 젖은 목덜미에 키스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인 아이의 스물네 번째 생일이었다. 나쁜 기억, 아픈 기억 따윈 하나 없는 오로지 행복한 기억으로만 남게 될 아이의 생일날.

“지영우.”

“네.”

“생일 축하해.”

아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외롭고 슬펐던 지난 생일의 기억들은 뒤로한 채 웃음 짓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언제고 언제까지나 이 웃음을 지켜 주고 싶다.

“사랑해요.”

“…….”

불쑥 고백해 오는 음성이 내 가슴에 따듯한 진동을 울린다. 여전히 멋없는 난, 먹먹한 둔통에 말을 잃는다.

“사랑한다니까요?”

“……그래. 알고 있어.”

우리가 나아갈 세상이 고단할지어도 나 그대를 사랑하는 이상, 순풍에 돛을 단 듯 가벼이 세상을 나아갈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그대의 마음의 무게가 결코 무겁지 않으리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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