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내 짝
내 짝, 대학생활
내 짝
처음엔 손이었다.
그 전까지 걔는 나에게 그냥 ‘같은 반 애’였다. 누가 나에게 “야, 너 이준휘 알아?”라고 물어보면, “그냥, 같은 반.”이라고 대답할 정도의, 얼굴이랑 이름 석 자만 겨우 아는 애. 반이 달랐던 1학년 때에는 그런 애가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던, 나랑은 접점이 전혀 없는 평범한 남자애. 2학년이 되고 반이 네 개밖에 없는 이과 반에 같이 배정되고도 나는 한 달이 지나서 걔의 존재를 알았다. 화학 실험 조가 같아서. 우리 반에 이런 애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짧은 실험이 끝나고 우리 조 애들은 짠 듯이 걔의 보고서를 베꼈다. 걔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보고서를 우리 보기 편하게 놓아 주었다. 봐도 돼? 물어보니까 무심하게 “응.” 했다. 제일 늦게 베끼기 시작해서 다른 애들이 다 옮겨 적고 다른 테이블을 돌아다닐 때, 우리 테이블엔 이준휘랑 나 둘만 남아 있었다. 쉬는 시간이 가까워져 남은 세 줄을 열심히 쓰는데, 걔가 ‘잠깐만’ 하고 종이를 돌렸다. 덧붙일 문장이 생각났는지 이미 충분히 채워진 보고서에 문장을 더 그려 넣었다. 딱히 예쁜 글씨는 아니었다. 그런데 샤프를 쥐고 있는 손이 존나 예뻤다.
튀어나온 살도 마디도 없이 곧게 쭉 뻗은 손가락은 가늘고 길었다. 상아색에 가까운 흰 피부는 핏줄이 비치지 않아 더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바쁘게 글씨를 쓰던 것도 멈추고 걔가 추가 문장을 다 그려 넣을 때까지 그 애의 손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표까지 예쁘게 찍고 샤프 뒤 꼭지를 눌러 샤프심을 쏙 밀어 넣는 것까지, 홀린 듯 쳐다봤다.
“안 써?”
그제야 급히 날림으로 내 보고서를 채웠다.
그날 이후로 자꾸 그 손이 눈에 거슬렸다. 대각선으로 세 줄 앞에 있는 걔 책상을 수업 시간 내내 칠판보다 더 자주 쳐다봤다. 그 하얀 손이 필통을 열고, 펜을 고르고, 수정액을 찾는 걸 미친놈처럼 열심히 바라봤다. 급식실에서도 일부러 근처에 앉아 단정한 젓가락질이며 수저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짓을 일주일이나 했다. 걔가 결국 내 책상에 찾아올 때까지.
“야.”
점심시간, 반 애들 대부분이 축구를 하러 떠난 교실에는 남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낮잠을 선택한 몇 명과 이준휘, 그리고 걔 때문에 남은 나. 내 앞자리 의자를 빼 자연스럽게 앉은 이준휘는 무심한 낯으로 물었다.
“너 왜 자꾸 내 손 봐?”
나는 대답했다.
“예뻐서.”
“……그래.”
그게 끝이었다. 이준휘는 제 자리로 돌아가 평소처럼 책을 읽었다. 내가 죽도록 노려보는 제 손가락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도 않았다. 나로선 다행이었다.
다음날, 나는 이준휘와 짝이 되었다.
먼저 자리 잡은 걔 옆으로 내 책상을 들고 옮기면서, ‘이번 시험은 조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이상할 정도로 이준휘의 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심하게 예쁜 손이 눈앞에 있으면, 그냥 그걸 쳐다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몇 번 나를 돌아보던 이준휘는 곧 적응했는지 내 집요한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잘도 평소처럼 공부했다.
짝이 되어 원 없이 이준휘의 손을 바라본 날 밤, 나는 그 손으로 몽정했다.
꿈에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의 이준휘가 나와서 여상한 낯으로 내 바지를 잡아 내렸다. 그 존나 예쁜 손이 천천히 다가와 내 것을 쥐었을 때, 그건 이미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별 기교도 없이 죽죽 잡아 흔드는데, 늘 훔쳐보던 그 손이 익숙한 모양의 내 걸 쥐고 있다는 게 숨이 턱 막힐 만큼 사정감을 일으켰다. 몇 번 흔들지도 않았는데 나는 그 손을 허옇게 적시며 꿈에서 깨어났다.
뻔뻔한 내 눈은 다음 날에도 걔 손을 찾았다. 이젠 자동으로 그 손에 쥐어진 내 것까지 생각했다. 내 얼굴을 내가 볼 수는 없어서 확인은 못 했지만, 아마 핥듯이 그 손을 바라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국어 시간, 나는 최근 늘 그랬듯 칠판 대신 열심히 필기하는 이준휘의 손을 보고 있었다. 아주 뚫어져라. 얌전히 제 교과서에 수업 내용을 받아 적던 손이 갑자기 훅 내 쪽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텅 빈 노트 위에서 존나 섹시하게도 움직였다. 이준휘가 쓰는 H 심이 연하고 가느다란 글씨를 남겼다.
‘해줄까?’
뭘? 주어가 없는 질문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샤프 뒤 꼭지로 나를 툭툭 쳤다. 겨우 시선을 들어 눈을 맞추자 입술이 오밀조밀 움직였다.
‘손으로, 해줄까?’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존나 화끈거렸으니까. 안타까운 점은, 바로 옆에 앉은 걔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내 교복이 팽팽하게 당겨졌다는 것이다. 퍽 조그마한 입술이 비틀렸다. 대답을 들었다는 듯, 걔는 미련 없이 내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 날 오후, 나는 야자를 째고 이준휘와 함께 귀가했다.
부모님은 퇴근이 늦었다. 내가 야자를 마치고 돌아와 씻고 잠들 무렵에야 돌아오셨다. 대학생인 누나는 기숙사에서 살아서 보통 그 시간에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집에 단둘이 들어섰다. 나는 학교를 나올 때부터 이미 긴장 상태였는데, 이준휘는 그 모든 게 참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저기가 네 방이야?”
자기가 먼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바닥에 앉길래 나도 옆에 어색하게 주저앉았다. 나란히. 그런 나를 이준휘는 ‘얘는 뭐지?’ 하는 시선으로 봤다. 한숨을 푹 쉬고는 나와 마주 보는 자리로 옮겨 앉아서 숨을 급히 들이켰다.
“아, 손 씻고 올까?”
말도 못 하고 고개만 저었다. 아까 씻고 뭐 만지진 않았는데, 찝찝하면 씻고 오고. 대답할 여력도 없는 나를 흘긋 보더니 지가 알아서 손을 씻고 왔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상황이 이해가 안 가서.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준휘가 너무 평이하게 행동해서 ‘별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맞는 거지? 충분히 고민할 틈도 주지 않고 이준휘가 돌아왔다.
“뭐 바를 거 있어?”
이번에도 나는 고개만 저었다. 얼굴에 바르는 로션이 있긴 한데, 그걸 바른 걔 손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갈 것 같아서 쥐여줄 수가 없었다. 내가 움직일 기색이 없자 이준휘가 손을 뻗었다. 보기보다 성격이 급한 면이 있었다. 제 걸 푸는 것과 방향이 반대인 교복 바지를 서툰 손길로 끄르고 속옷을 잡아 내렸다. 꿈에서처럼 흥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공기 중에 드러난 성기는 이미 반쯤 서 있었다. 타인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힘을 받는 물건이 몹시 부끄러웠다.
다가오는 손은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한 컷씩 뇌리에 박혔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부드럽게 기둥을 휘감고, 단정한 손톱이 매끈매끈하게 빛나는 엄지가 내 좆 끝의 구멍을 문지르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눈앞에서 느리게 펼쳐졌다. 내 것이 조금씩 뱉어내는 것들로 이준휘의 손이 젖기 시작했다.
남의 손에 잡혀본 건 처음인데, 심지어 그게 죽도록 탐내던 이준휘 손이었다. 바닥에 깔린 러그의 털을 뜯어버릴 듯 쥐고 열심히 추태를 참았다. 섬세하지만 작지 않은 손은 내 것을 감싸고 부지런히 흔들었다. 아랫입술까지 살짝 깨물고 집중한 얼굴을 훔쳐봤다. 손에서 시선을 떼는 건 어려울 줄 알았는데, 해사한 얼굴도 보는 맛이 있었다. 왜 몰랐지? 이준휘는 얼굴도 퍽 고왔다. 특별히 이목구비가 예쁘장한 건 아니지만, 피부가 희고 깨끗해 흔치 않은 청아함이 있었다. 열여덟 살의 남자애가 청순해 보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붉은 혀가 나와 입술을 훑고 사라질 땐, 제법 요부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무례한 생각을 하며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봉사를 받았다. 나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손바닥 안이 충분히 젖자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촉촉하고 빠듯하게 나를 감싸고 빠르게 흔드는 손놀림은 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섬세하고 상냥했다. 자기도 달고 있을 평범한 성기를 이준휘는 뭐라도 되는 것처럼 소중히 매만졌다. 단정하게 벨트까지 채워진 걔 바지에 손을 뻗자 약간 거칠게 거절했다.
“나는 됐어.”
그 흐트러진 호흡이 야해서 복부에 힘이 쫙 들어갔다. 이것저것으로 흥건하게 젖은 손이 찔꺽대는 소리를 내며 내 것을 마찰한다. 희고 매끈한 손에 끈적하게 얽힌 액체가 시럽처럼 달아 보일 지경이었다. 씨발, 저 손에는 뭘 들고 있든 야할 거야. 시각적인 자극이 너무 커서 눈을 질끈 감았다. 감은 눈꺼풀 위로도 선명히 그려지는 이준휘의 손이 아래의 감각과 맞물려 위아래로 열심히 움직였다.
방 안에 거친 숨소리가 가득 찼다. 내 것이 아닌 숨소리도 섞인 것 같았다. 미약한 헐떡임 소리. 궁금해서 눈을 뜨려고 하니 깨끗하게 쉬고 있던 손이 가볍게 눈 위에 얹혔다. 자연히 가까워진 몸에서 뭉근한 열기가 느껴졌다. 시야가 차단돼 예민해진 코끝에 내 방에 없던 냄새가 걸린다. 어딘가 달달하고 야릇한 냄새. 혀끝이 절로 벌어진 입술을 핥았다.
“너 좋은 냄새 난다.”
씹, 아주 약하게 욕설을 뱉는 소리가 들렸다. 내 것을 쥔 손에 더 힘이 들어가고, 흔드는 속도가 몹시 빨라졌다.
“아, 잠깐, 내가 할게. 야,”
“됐으니까 그냥 해.”
깊게 가라앉아 긁듯이 나온 목소리는 내가 알던 이준휘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걔가 내 좆을 잡고 흔들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전부 내가 모르는 이준휘였지만, 선생의 지시에 지문을 읽을 때면 꽤 좋다고 생각했던 맑은 목소리가 맛이 가서 확 쉬어 있는 게 말도 안 되게 섹시했다. 허공으로 흩어져야 할 내 숨이 가까이에 있는 이준휘한테 닿고 있는 걸 알았지만, 멈출 방법이 없었다. 숨이 오가느라 마른 목을 울려 어렵게 침을 삼키고, 저도 모르게 나온 소리를 몇 번 흘린 끝에야 분출할 수 있었다. 옷에 튀었을 텐데, 어떡하지?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준휘가 말했다.
“나 화장실 좀 쓸게.”
“응.”
눈앞을 가렸던 손이 치워졌지만,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방문 밖으로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화장지와 물티슈로 대충 꼴을 추슬렀다. 호흡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준휘는 꽤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다. 생각이란 걸 좀 할 수 있는 시간이 나한테 주어진 셈이었지만, 별로 유익하게 쓸 수는 없었다. 돌아온 이준휘는 약간 상기되었을 뿐, 아무렇지도 않은 낯짝으로 ‘나 갈게.’ 하고 말했다. 딱히 붙잡을 근거도 없어서 얌전히 배웅했다. 단정한 등은 골목이 꺾일 때까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이준휘는 가끔 한 번씩 물었다. ‘해줄까?’ 하고. 그러면 나는 걔가 왜 그런 제안을 하는지 물어볼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하고,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휘는 제 몸에는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아니, 쳐다보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처음 몇 번은 아예 제 손으로 내 눈을 가렸고, 손을 뗀 이후에도 꼭 눈을 감게 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건 꽤 답답한 요소였지만, 다른 감각들을 더 예민하게 만들어 줘서 나는 나조차도 몰랐던 느낄 때 내는 소리 따위를 알게 되었다. 별로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손을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다.
처음 두 번은 야자를 째고 우리 집으로 튀었지만, 그다음엔 그냥 학교에서 했다. 자습하다 말고 이준휘는 내가 열심히 뜯어보고 있던 그 손으로 턱을 괴었다. 비스듬하게 나를 쳐다보며 묻는 얼굴이 퍽 나른했다. ‘해줄까?’ 책을 쥐고 있던 손가락이 부드럽게 내 손목에 휘감겼다. 가볍게 당기는 손짓에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일어서자 미련 없이 놓아버린 손이 아쉬웠다. 앞서 걷는 등을 조용히 따랐다.
음악실과 미술실 사이에 있는 화장실은 주변에 온통 특별실들뿐이라 찾는 이가 많지 않았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안에서도 이준휘는 굳이 내 눈을 제 손바닥으로 가렸다. 고요한 가운데 화장실 타일에 부딪혀 돌아오는 숨소리는 평소보다 더 습하게 귓가를 휘감았다. 공간이 좁아 바싹 붙은 체온이 자꾸 손을 움찔거리게 했다. 나는 이준휘를 만지고 싶었다.
거스러미 하나 없는 부드러운 손가락은 제법 능숙하게 내 벨트를 끄르고 속옷 안을 침범했다. 기대감에 서서히 힘을 받고 있던 물건은 손짓 몇 번에 익숙하게 모양을 갖추었다. 손바닥 안에 딱 맞물리는 감촉이 기이했다. 곧, 이준휘의 박자가 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어둠을 틈타 내 혀는 자유롭게 내 입술 위를 누볐다. 숨을 뱉느라 마르는 입안을 자꾸 적셨다. 촉촉한 입안에 문질러지는 내 혀까지도 자극으로 다가왔다. 겨우 두 번 신세 졌을 뿐인데 이준휘의 손은 능숙하게 나를 절정으로 이끌고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주었다. 화장지를 뜯기 위해 손이 떨어졌을 때, 아주 잠깐 그 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꾸욱 깨물고 있는 입술이 도톰하게 부어있는 모습 정도만 어둠 속에서 겨우 훔쳐봤다. 젖은 손을 닦느라 숙인 머리가 내 아래에서 약하게 흔들렸다. 그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좀 넣어보고 싶었다.
이준휘의 손으로 하는 내 망상은 갈수록 그 폭이 넓어져 갔다. 그냥 ‘손이 존나 예쁘다.’에서 시작된 생각은 그 손으로 내 걸 쥐는 걸 지나 그 손을 빨고, 핥고, 깨물고 싶게 만들었다. 손바닥 안쪽을 이를 세워 죽죽 긁고 싶었고, 매끈한 손가락을 잇자국이 나도록 세게 물고 싶었다. 뭐라도 좋으니 내 흔적을 남기고, 내 냄새를 묻히고 싶었다. 이상한 정복욕이었다. 학교에서 이준휘가 나를 받아준 이후로 나는 더 자주 발정했고, 이준휘는 낌새를 눈치채면 여상한 낯으로 ‘해줄까?’ 하고 물었다. 그 애는 내가 발정했는지, 아닌지를 퍽 기민하게 눈치챘다. 그냥 손을 보면서 망상을 좀 하는 건지, 실제로 뭘 좀 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는지. 나도 모르는 그 차이를 참 잘도 구분하고는 선녀처럼 손을 내밀었다. 불쌍한 중생을 구원이라도 하듯이.
그 손이 다섯 번쯤 나를 감쌌을 때, 드디어 눈을 가렸던 손이 사라졌다. 하지만 눈을 뜰 수는 없었다. 이준휘는 해주는 동안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가볍게 손끝으로 내 눈가를 매만지면 나는 눈을 감았다. 그즈음에야 생각이란 걸 좀 했던 것 같다. 이준휘는 왜 나한테 이런 걸 해주는 걸까? 왜 하는 내내 내 얼굴을 보고 있는 걸까? 내 머리는 그럴듯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준휘가 내 걸 잡고 흔들어준 게 아직 열 번을 채우지 못했을 때, 다시 짝이 바뀌었다. 나는 이준휘의 자리를 뽑았는데, 이준휘는 저 먼 자리를 뽑았다. 내가 전혀 선호하지 않는 자리였다. 수업 시간에 열정적인 선생님의 침 세례를 받아야 하는 둘째 줄. 하지만 고민했다. 바꿀까. 책걸상을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아이들 틈에서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자리로 가야 이준휘의 손이 잘 보일지. 결정하기도 전에 내 곁으로 이준휘가 왔다.
“옆으로 좀 가.”
이준휘가 뽑은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다. 걔가 번호를 뽑을 때도 그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으니 확실하다. 하지만 돌아온 그 애의 손에는 내 자리 번호가 쥐여 있었다. 그 날 저녁, 나는 처음으로 눈을 뜨고 걔가 하는 양을 볼 수 있었다.
석식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양치하고 나오는 그 애 손을 낚아챘다. 눈이 마주쳤고, 그 애는 대충 눈짓으로 특별실 쪽을 가리켰다. 처음으로 내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양치 도구를 놓고 온 그 애의 발걸음 소리가 등 뒤를 따랐다.
해가 지지 않은 화장실 안은 여느 때와는 달리 모든 것들이 눈에 너무도 잘 보였다. 잠긴 화장실 칸, 그 좁은 공간 안에서 우리는 어색하게 서 있었다. 나는 묻고 싶은 게 많았는데, 이준휘의 표정은 평소와 똑같았다. 섣불리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한참 만에 그 애의 입술이 달싹였다.
“해줄까?”
“눈 가리지 마.”
아주 약간 당황한 낯으로 제 입술을 짓씹던 이준휘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로 뻗어오는 손끝이 조금 떨리는 것도 같았다.
존나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 손이 내 걸 흔들고 있는데, 눈을 뜰 수 있게 된 나는 이준휘의 얼굴만 쳐다봤다. 늘 내 얼굴을 집중해서 보던 이준휘는 이제 고개를 푹 숙이고 손만 움직였다. 놀고 있는 손을 낚아챘다. 놀라서 들어 올려졌던 고개가 금방 푹 숙여졌다. 내 손 안에 딱 맞게 들어차는 이준휘의 손을 펼치고, 혀를 내어 손바닥을 죽 핥아 올렸다. 빠르게 이준휘의 시선이 제 손으로 옮겨왔다. 만족스러움에 입꼬리를 조금 올렸던 것도 같다.
내 입술이 닿아 있는 제 손에서 시선을 못 떼는 걸 확인하고, 그 손에 숨을 불어넣었다. 달아오른 아랫도리만큼 뜨거워진 숨은 쉽게도 손가락 사이사이를 헤집고 흩어졌다. 단정하게 다듬어진 손톱 끝을 혀끝으로 문지르고, 손가락 하나를 입안으로 넣었다. 한 면을 혀로 부드럽게 감싸 매만져 주다가 입안 깊숙이 넣고 입술을 조여 쪽 빨아내자 멍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흰 피부가 붉게 번져가는 모습이 퍽 사랑스러웠다.
“계속해.”
어느새 멈춘 움직임을 지적하자 파드득 몸을 떨더니 다시 내 것에 열심히 손가락을 감아왔다. 그 손이 내 걸 쥐고 흔드는 박자에 맞추어 이준휘의 손에 숨을 불어넣고, 핥고, 깨물었다. 이가 살갗을 꾹 누를 때마다 긴장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손등에 입술을 누르는 걸 보며 이준휘가 물었다.
“그거, 안 하면 안 돼?”
“왜?”
“……이상한데.”
잠시 고민하는 시늉을 하다가 순순히 대답했다.
“그래, 안 할게.”
그리고 이준휘의 허리를 낚아챘다. 거부할 틈을 주지 않고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겼다. 품이 큰 바지는 손짓 한 번에 쉽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깔끔한 디자인의 속옷 밴드를 쥐자 정신을 차린 손이 다급하게 내 손을 잡아 왔다.
“잠깐, 잠깐만. 하지 마.”
“준휘야,”
귓바퀴에 입술을 살짝 대고 속삭이자 온몸을 뻣뻣하게 굳히곤 옴짝달싹 못 했다. 피실 새어 나온 웃음을 감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움직이지 마.”
힘을 잃은 손아귀를 쳐내고 속옷을 내렸다. 살짝 젖어 있어서 짐작은 했지만, 귀엽게도 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꼭 제 얼굴이나 손만큼 반듯한 생김새가 너무나도 이준휘다웠다. 허리를 좀 더 끌어당겨 하반신을 맞대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손끝이 내 교복 셔츠 언저리를 쥐어 왔다. 맞닿은 성기 둘을 손으로 대충 감싸고 몸을 밀어붙였다. 밀려난 이준휘의 등이 칸막이에 닿았다. 안정감 있게 몸을 고정하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읏, 아,”
“준휘야.”
바로 터져 나오는 신음에 이름을 부르자 울 듯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고개를 숙여 제가 씹어 놓아 이미 통통하게 부은 입술을 삼켰다. 크게 뜨이는 눈을 무시하고 혀를 밀어 넣고 다시 몸을 치대자 뭉그러진 신음이 내 입안과 이준휘의 입안을 돌아다녔다. 서로 다른 치약 향이 입안에서 마구 섞였다. 미끈미끈하고 말랑한 혀를 문지르는 것도 퍽 기분이 좋았다. 좆을 물려도 괜찮을 텐데, 하는 불경한 생각을 하며 도망치는 혀끝을 쪽쪽 빨았다.
“하으,”
우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입술을 붙인 채로 중얼거리자 원망하는 눈초리로 나를 흘겨봤다. 내가 핥고 빨던 손을 들어 그 입에 물렸다. 내 입술과 이준휘의 입술 사이에서 그 애의 손이 열심히 소리를 막았다. 제 손등에 입술을 붙이고 눈을 찌푸리고 있는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며 그 손바닥에 혀를 문질렀다. 손가락이 오므라들어 내 볼에 닿았다. 그 조심스러운 감촉을 즐기며 이준휘의 골반을 틀어쥐었다. 빠르게 문대지는 아래쪽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내 셔츠를 풀고, 이준휘의 셔츠를 들추고 사이좋게 맨 상반신 위로 흔적을 흩뿌렸다. 벽을 타고 미끄러지는 몸을 품 안으로 당기자 열 오른 몸 사이에서 정액이 끈적하게 뭉그러졌다. 그 썩 유쾌하지 않은 감촉까지도 마음에 흡족했다.
어딘가 얼이 빠진 듯한 이준휘는 내가 화장지를 적셔 제 몸을 닦아주고, 옷을 올려 단추를 도로 채워주는 걸 가만히 서서 받고만 있었다. 대충 이쪽도 처리한 내가 제 입술에 내려앉아 도톰하게 부은 아랫입술을 쭉 빨아올리고 나서야 파드득 몸을 떨며 나를 밀쳐냈다. 할 말이 많은 듯한 눈은 그러나 한 마디도 꺼내지 않고 화장실을 나섰다. 그 날 이후로 이준휘는 내가 눈을 뜨고 있어도 별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제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닿는 순간 격하게 몸을 털며 나를 밀어냈다. 한 걸음 나아간 건지, 두 걸음 뒷걸음질 친 건지 알 수 없었다.
매끈한 손끝은 이제 익숙하게 요도 끝을 파고들었다.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기둥을 감싸고 훑는 움직임은 내 것의 모양에 완전히 적응한 듯 자유로이 불거진 핏줄을 따라 움직였다. 눈을 내리깐 채 자기 손의 움직임에 집중한 얼굴을 핥듯이 훔쳐봤다. 조그만 입술이 더 조그맣게 오므라들었다가 부드럽게 펼쳐지는 모양이 마치 개화하는 것 같았다.
“왜?”
아주 작게 흘러나온 목소리가 축축한 마찰 소리와 함께 좁은 칸 안을 돌아다녔다. 침을 꿀꺽 삼키고 한참 만에 답할 수 있었다.
“그냥.”
동그란 눈이 흘긋 위쪽을 향한다. 자신을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는 걸 확인하고 황급히 내리깐 속눈썹이 파들거렸다. 그 여린 움직임조차 존나 요염했다. 얘는 뭐 이렇게 온몸이 야하지. 아직 까보지 못한 옷 안의 살들도 야들야들하니 혀가 착 감길 것이다. 그렇게 생겨 먹은 애였다. 이젠 그렇게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상적인 행동 하나하나까지 전부 성적인 요소로 다가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뼈째 씹어 먹어야 성이 풀릴 것 같은, 온통 촉촉하고 달큰한 남자애.
“야…….”
조심스러운 부름은 성대를 여리게 떨며 빛을 봤다. 그다음 문장엔 뭔가 멋진 것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땐 이렇게 떨지 않았지만, 처음 내게 핸드잡을 제안할 때가 떠올랐거든.
“왜?”
짐짓 태연한 척, 기대하는 게 없는 척 이준휘의 무심한 말투를 옮겨와 대꾸했다. 입 안쪽 살을 가볍게 씹은 뒤, 이준휘는 높낮이가 없는 아주 태연한 어조로 제안했다.
“입으로, 해줄까?”
“해줘.”
답을 내놓는 데 굳이 생각이 뇌를 거칠 필요는 없었다.
“……여기선 말고.”
“그럼 집에서 해줘.”
“……야자 끝나면 너무 늦을 텐데.”
“자고 가.”
입술을 꼭꼭 깨물며 고민하던 이준휘는 그 애의 손놀림에 내가 사정할 즈음에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교실로 돌아와 야자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은 걸 확인하고 얼마나 기분이 좆같아졌는지 모른다. 무를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평소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옮기는 애의 팔을 잡고 무작정 걸음을 재촉했다. 뻗댈 거로 생각했는데, 이준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을 뿐 얌전히 발을 재게 놀렸다. 집까지 길게 뻗은 거리를 접어서라도 빨리 방 안에 도달하고 싶었다. 현관을 열고 집 안에 들어섰을 때,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면 무작정 입술부터 부볐을 것이다. 이준휘가 아까부터 깨물어 놓아 통통하게 부은 붉은 입술에.
“진우 왔니?”
“……엄마?”
“어머, 친구도 왔네.”
“……안녕하세요.”
이준휘는 엄마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그렇겠지. 내 좆을 빨러 와 놓고 우리 엄마랑 웃으며 인사하는 건 이준휘랑은 거리가 머니까. 그래서 고작 한 시간 남은 야자 시간 내내 초조했던 거다. 애초에 얘가 내 걸 빨아줄 이유가 없었으니까. 손으로 봉사해줄 이유도 없었지만.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려는 녀석을 당겨 신을 벗게 했다. 내 앞에 세우고 등을 떠밀어 방으로 향했다.
“얘 자고 가기로 했는데.”
“네 방에서? 좁지 않겠니?”
“괜찮아.”
“이불 필요하면 말해. 배고프진 않니?”
“저녁 먹었어요.”
“그래. 적당히 놀다 자.”
“네.”
그리고 내 등 뒤로 방문이 닫혔다. 먼저 내 방에 들어선 주제에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굳어있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씻을래?”
“어? 밖에서 왔으니까…… 씻어야지.”
“그래. 갈아입을 옷 줄게.”
빨아 놓은 운동복과 티, 뜯지 않은 속옷을 꺼내 녀석에게 내밀었다. 주춤거리는 손끝이 조심스럽게 옷가지를 받았다.
“지금은 그냥 손만 씻으려고 했는데…….”
“아, 그래?”
옷을 빼앗아 바닥에 대충 던져놓고 책상 위에서 알콜스왑과 물티슈를 집어 들었다.
“그럼 지금은 일단 이걸로 참아.”
내가 좀 급하거든. 어정쩡하게 멈춰있는 이준휘의 손과 내 손을 알콜스왑과 물티슈로 대충 닦아내고, 어깨너머로 가방과 교복 재킷을 벗겼다. 내 재킷을 벗어 던지며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자 주춤주춤 내 앞으로 와 앉았다. 혀로 입술을 핥으며 하는 양을 봤다. 그 어색하게 앉는 동작조차 존나 꼴렸다. 곧 내 걸 먹어치울 입술은 방 안의 어떤 것보다도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 눈을 깜박이며 저를 쳐다보고만 있자 단정한 손끝이 조심스럽게 내게 뻗어왔다. 제가 몇 번을 익숙하게 끌러 내렸던 바지춤으로. 처음으로 돌아간 듯, 서툴기 짝이 없는 손놀림이 어렵게 버클을 끄르고 그 안의 속옷을 끄집어 내렸다. 환한 조명 아래 드러난 성기는 잔뜩 성이 나 한껏 부풀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감아쥐고 이준휘가 상체를 숙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 애의 입술과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호흡이 내 것에 가까워졌다. 감질나게, 아주 느리게. 조그만 입술이 한껏 벌어지고, 마중 나온 붉은 혀끝이 먼저 내 것에 닿았다. 그 감각을 지나치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촉촉한 입술 안쪽의 점막이 가볍게 내려앉고, 부드럽게 입안으로 나를 끌어들였다. 아주 조금씩.
벌어진 턱이 힘겨운지 입술을 제대로 오므리지 못해 침이 턱을 타고 흘렀다. 어느 지점에서 더 움직이지 못하고 숨만 쉬기에 손을 내려 뺨을 감싸 쥐었다. 각도를 약간 조절하니 목 안쪽으로 성기 끝이 조금 더 밀려 들어갔다. 내 손 위에 겹쳐 올린 제 손에 무심코 힘을 주면서도, 얼굴을 뒤로 빼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많이 쳐줘서 반 정도 들어간 게 고작이었지만, 끝부분에 조금 느껴지는 목의 조임이 엄청 기분 좋았다. 머리에서 손을 떼자 제가 알아서 조금 뱉어냈다가, 다시 열심히 목 안쪽으로 끌어들였다.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굳어있던 혀를 펼쳐 표피를 문지르고 성의껏 입술을 조였다.
입술과 입안의 점막, 그리고 혀가 성기와 마찰하는 젖은 소리가 고요한 방을 울렸다. 잠긴 방문을 흘긋 쳐다보고 다시 내 걸 물고 있는 이준휘의 얼굴에 집중했다. 이준휘가 존나 변태면 좋겠다. 아니면 내 말이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날 좋아하든가. 내 걸 빨면서 자위하는 걸 보고 싶었다. 존나 야하고 예쁠 텐데. 생리적인 반응으로 젖어 드는 속눈썹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늘 단정하고 무심하던 얼굴이 부족한 호흡과 입안의 고단함으로 붉게 물들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턱이 아플까? 아프겠지. 하지만 빨리 사정하기 싫었다. 이 한 걸음이 또 뒤로 두 걸음일지 어떻게 알아. 기회는 잡았을 때 누려야 한다. 힘겨워 보이는 걸 애써 무시하고 사정감을 참았다.
안 되겠는지 성기를 완전히 입안에서 뺀 이준휘가 혀끝으로 요도를 파고들었다. 쓰지 않던 손을 올려 부지런히 기둥을 쓸고 손가락 사이로 음낭을 굴렸다. 혀를 길게 빼 밑단부터 끝까지 죽죽 핥아 올리는 건 촉각도 촉각이지만 시각적인 자극이 컸다. 애써 유지하던 숨이 단숨에 거칠어졌다. 씨발, 이걸 못 찍어 놓는 게 천추의 한이었다. 눈으로라도 부지런히 그 광경을 담았다. 한 컷도 남김없이 다 기억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겠단 강한 의지를 갖고.
열심히 혀를 놀리던 이준휘는 다시 입을 벌려 성기를 입안 깊숙이 물었다. 숨을 조절하면서 아까보다 더 깊이까지 넣다가 생리적인 반응으로 목을 확 조였다.
“읏,”
짧게 새어 나온 신음에 눈을 들어 나를 본 이준휘는 빠져나온 것을 다시 깊숙이 넣었다. 젖은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떨어져 내렸다.
“하, 씹…….”
결 좋은 머리칼을 확 휘어잡았다. 손 안에 가뿐하게 들어차는 조그만 머리통을 쥐고 가볍게 허리를 쳐올리자 괴로운 신음이 흩어졌다. 하지만 허벅지에 올라온 두 손에 힘은 들어있지 않았다. 약한 허리 짓에 성기가 좀 더 깊이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가, 다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힘없이 허벅지에 얹힌 손이 더 이상한 기분을 들게 했다. 상황은 마치 내가 이준휘의 목 안쪽을 범하는 것 같은데, 이준휘는 그걸 거부하지 않는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괴로움에 눈물까지 흘리면서. 왜? 오히려 그 와중에 열심히 혀로 내 것을 문지르고, 최선을 다해 입술을 조인다. 내 좆이 이준휘의 입안을 드나들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끈적한 마찰음과 간헐적인 이준휘의 숨소리, 그리고 더는 거칠어질 수 없는 내 호흡.
“아!”
머리채를 당겨 이준휘의 입안에서 내 것을 뽑아냈다. 사정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어깨를 밀어 이준휘의 상체를 세우고 다리 사이에 손을 뻗었다. 바지 틈으로 손을 밀어 넣고 속옷 위로 성기를 꽉 쥐었다.
“아, 아!”
비명처럼 새어 나온 제 소리에 이준휘는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늦었지만 반사적으로 오므라든 다리 사이에서 그 애의 성기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어쩌면 이준휘가 열심히 빨아준 내 것보다도 더.
눈을 동그랗게 뜬 이준휘가 다리를 바둥거렸다. 입을 막지 않은 손을 내려 내 손목을 쥐고 열심히 밖으로 빼내려고 들었다. 아플 걸 알면서도 더 세게 손 안의 것을 움켜쥐었다. 흐으, 여린 소리가 손으로 막힌 그 애의 입안에서 흘러나왔다. 쥐어짜기라도 할 것처럼 손에 힘을 주자 제 입술에서 손을 떼고 다급하게 외쳤다.
“아파, 아파, 진우야. 아파…….”
울음기 섞인 목소리에 눈이 돌 것 같았다. 이미 돌아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후, 준휘야.”
“응, 으응, 왜, 아파…….”
“내 걸 빠는 게 좋아?”
“흐,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내 좆을 빨면서 이렇게 젖어 있어.”
축축한 속옷 안으로 손을 넣고 따끈따끈한 살덩이를 쥐었다. 부드럽게 훑어 올리자 허벅지를 떨며 울컥 더 젖어 들었다.
“평소에 내 거 만질 때도 이랬어?”
“아니, 아니야. 안 그랬어.”
“아, 그럼 빠는 게 더 좋았구나. 목구멍 안쪽을 찔러주니까 쌀 것 같았어?”
“흐, 진우야…….”
“입 벌려. 사정하게 해줄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얌전히 입을 벌렸다. 어중간하게 드러누운 높이에 맞춰 무릎을 세우고 입술 앞에 이준휘의 침 범벅인 성기를 들이밀었다.
“준휘야, 네 거 잡아야지.”
벌어진 입술에 끝을 문지르며 요구하자 떨리는 손을 순순히 내려 제 것을 쥐었다.
“잘 박아줄 테니까, 싸는 거 보여줘.”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위치였지만 이준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젖은 눈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 닦아주고 입술 안에 내 것을 밀어 넣었다. 한껏 벌어진 입안으로 수월하게 전진하다가, 목구멍 가까이에서 멈춘 걸 툭툭 쳐올려 목을 열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준휘의 가슴이 들썩였다. 무시하고 허리를 쳐올렸다. 제 것을 쥔 두 손은 아직 내게 올라오지 않았다.
자잘한 박자로 입안을 헤집고, 완전히 빼 숨을 돌리게 했다가, 금방 다시 안쪽을 파고들었다. 혀를 넓게 펴 기둥을 열심히 문지르며 이준휘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 엉망인 얼굴이 퍽 예뻐 보였다. 어깨너머로 흘긋 확인한 이준휘의 손은 제 것을 쥐고만 있을 뿐이지만 액체는 울컥거리며 잘도 그 끝에서 흘러내렸다. 사 분의 삼 가까이 이준휘의 입안에 박아 넣고, 목 안쪽에 그대로 사정했다. 이준휘는 목젖을 꿀렁이며 제법 잘 넘겼다. 느리게 성기를 잡아 빼자 붉게 일어난 입술이 내 것의 끝을 부드럽게 물고 혀끝으로 주변을 핥아 주었다. 이준휘의 손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방 안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듯, 이준휘는 잔뜩 젖어 축 늘어진 제 것을 수습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일어나 책상에서 물티슈를 뽑아 발갛게 부은 입가를 닦아주다가 입안에 손가락을 쑥 밀어 넣었다. 반사적으로 말캉한 혀가 손가락을 감아왔다. 그 작은 동작에 그 혀가 주던 쾌락을 기억한 성기가 금세 힘을 받아 다시 일어섰다. 몽롱한 시선이 속옷 안으로 반쯤만 수습된 내 것으로 향했다. 입안에 미처 삼키지 못한 정액과 갑자기 침입한 손가락을 머금은 채로 이준휘는 웅얼거렸다.
“해줄까?”
대답 대신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었다. 손끝으로 치열을 훑고 입천장이며 볼 안쪽 따위를 꾹꾹 누르니 혀를 얽으며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이준휘는 빨리 배웠다. 손으로 쥐는 것도, 입에 담는 것도 처음이 아닐 리가 없을 정도로 서툴기 짝이 없었는데, 단계를 금방금방 뛰어넘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이제 뒷걸음질은 없는 것 같은데, 너 어쩌려고 이래? 어디까지 해주게? 묻는 대신 손가락을 벌려 입을 늘리고, 그 안에 내 것을 물렸다. 느리게 목 저 안쪽까지 성기를 밀어 넣고 답했다.
“그래, 해줘.”
이준휘는 열심히 목을 열었다. 이 정도로 넣었으면 숨은 조금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무리하고 있단 의미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마가 내 아랫배에 가까워지도록 바짝 다가왔다. 어울리지 않게도 탐욕스러운 모습이었다. 나는 그 애가 하는 양을 내버려 두었다. 한참을 끙끙댄 끝에, 그 단정한 코끝이 내 살갗에 닿았다. 힘은 주지 않고 허벅지를 쥐는 시늉만 한 손이 파르르 떨렸다. 다 들어간 상태에서 허리를 살짝 쳐올리자 겨우 넓혀 놓았던 목이 확 조여들었다. 허벅지에 얹힌 손에 힘이 잠깐 들어갔다가, 곧 부드러워졌다.
“……좋아?”
눈물 맺힌 속눈썹이 팔랑이고, 반짝이는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머리칼이 땀에 젖어 들러붙은 이마를 정돈해주고, 퍽 다정하게 뒤통수를 감쌌다. 그대로 주욱 잡아 뺐다가 다시 확 밀어 넣었다. 괴로운 듯한 소리가 쏟아졌지만, 이준휘는 손가락만 움찔댈 뿐 내 움직임을 막지 않았다. 엄지손가락이 닿은 뺨이 금세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숨이 막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입술은 성실하게 성기를 조이고 혀는 표피를 감쌌다. 잡생각을 미뤄두고 내키는 대로 허리를 움직였다. 마구잡이로 쑤셔대자 경로를 벗어난 성기가 볼 안쪽을 문지르고, 혀에 부딪혔다가, 다시 목 너머로 넘어갔다. 이준휘는 얌전히 그걸 다 받아냈다. 두 번째 사정이 끝나고, 꿀꺽꿀꺽 목을 울리면서 그 애는 제 손으로 성기를 쥐었다. 이미 사정이 끝나가고 있는 것을.
빨갛게 부어 아파 보이는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죽 쓸자 미간이 살풋 찌푸려졌다. 슬슬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기에 물티슈를 통으로 넘겨주었다. 얼굴을 벌겋게 붉히면서 급하게 제 걸 수습하고 바닥과 러그를 아연한 표정으로 보았다. 물티슈를 뺏어 들고 바닥을 닦아내고 러그 위도 대충 훔쳤다. 뭐 얼마나 깨끗한 거라고, 나중에 빨면 되지. 교복의 젖은 자국들도 대충 문지르고 품에 옷을 안겼다. 멍하니 올려다보기에 농담조로 툭 던졌다.
“왜, 또 해주게?”
“……해줄까?”
할 말을 잃었다. 등을 떠밀어 욕실에 밀어 넣고 나는 안방에 딸린 작은 샤워실에서 씻었다. 그 와중에도 혈기 왕성한 십 대의 성기는 꼿꼿하게 서 있었지만, 굳이 손으로 풀어주진 않았다. 방에 들어가면 또 상황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해준다잖아? 이준휘가.
침대에 앉아 다리를 떨면서 기다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준휘가 들어왔다. 타월 드라이만 하고 만 건지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과 반들반들한 뺨이 눈에 확 꽂혀 들었다. 어깨선이 맞지 않는 셔츠와 다리통이 한참은 비는 바지 안으로 슬쩍 느껴지는 실루엣도 자꾸 시선을 끌었다. 머릿속에 이준휘를 이렇게 저렇게 해서 꿀꺽 삼킬 생각만이 가득했다. 제게 향하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던 이준휘가 주춤주춤 내 바지춤으로 시선을 내렸다. 쪽팔렸지만 뻔뻔하게 물었다.
“해준다며?”
그 말에 이준휘는 머리를 닦던 수건을 내려두고 침대에 걸터앉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미 입가가 잔뜩 부어 아파 보였다.
“입으로 말고. 허벅지에 살 좀 있던가, 너?”
일부러 저급하게 말을 꺼냈다. 그제야 그 포커페이스가 와르르 무너져 경악에 찼다. 그런데 그마저도 잠깐이었다. 한참 색색 숨을 쉬던 이준휘는 말없이 바지를 내렸다. 오히려 내 쪽에서 당황을 감추느라 손 마디가 하얘지도록 이불을 쥐어야 했다. 그렇게 몸 보여주는 걸 꺼렸으면서, 가늘고 긴 손가락은 가볍게 새 속옷마저 벗어냈다.
“어떻게 하게?”
뒷목을 낚아채 침대에 내리눌렀다. 얼굴이 눌려 잠깐 바둥대던 이준휘는 금방 저항을 멈추고 엉덩이를 높이 든 채 다리를 모았다. 이불에 뭉개지면서 나온 소리는 더 어이가 없었다. 뭐 깔아야 할 텐데. 새 시트를 한 장 꺼내 무릎 밑에 대주자 다리를 하나씩 올려 제 몸 밑에 시트를 까는 걸 도왔다. 뭐 어쩌자는 거지? 속으론 잔뜩 당황한 주제에 짐짓 태연한 척 로션 통을 쥐고 침대에 무릎걸음으로 올라섰다. 헐렁한 티가 밀려 올라가 남자치고 가느다란 허리가 드러나 있었다. 그게 또, 보기에 퍽 좋았다. 그 밑으로 제법 둥글게 넓어지는 골반까지도.
손바닥에 로션을 죽 짜서 내 좆과 이준휘의 허벅지 안쪽에 발랐다. 그 김에 벌어진 다리 틈으로 손을 넣어 걔 성기를 감아쥐고 죽죽 훑으니 짧은 신음과 함께 허리가 뒤틀렸다. 손이 닿기 전부터 내 것처럼 빳빳하게 서 있었다. 너는 대체 왜? 귀두 끝을 손톱을 세워 누르니 다급하게 팔을 움직여 손을 밀어냈다. 순순히 밀려나 주었다.
이준휘가 무릎을 다시 모으자 딱히 허벅지가 유달리 통통한 것도 아닌데도 틈 없이 꼭 맞붙었다. 말랑해 보이는 흰 살에 어쩐지 군침이 돌았다. 입술을 내리는 대신 합의한 대로 성기로 파고들었다.
“아,”
부드러운 살은 제법 쫀득하게 내 것에 감겨들었다. 목구멍 안쪽만큼 조이는 힘이 강하진 않았지만, 더 넓은 면적을 감싸고 제법 흡족하게 압박해오는 느낌이 신선했다. 허리 짓을 해도 이준휘의 숨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허리와 둔부에 힘을 주고 큰 동작으로 빠르게 몸을 흔들자 민감한 회음부가 거칠게 쓸리는 느낌이 견디기 힘겨운지 이불에 대고 이마를 비비며 신음을 뚝뚝 흘렸다. 제법 동그란 엉덩이를 손자국이 나도록 세게 주무르다가, 다리가 벌어지는 순간을 노려 세게 올려붙였다. 탄력 있는 살이 물결치듯 흔들렸다. 허벅지는 보통인 것 같은데, 볼기엔 살이 제법 많네. 떨리는 모양이 마음에 들어 이준휘가 자세를 잘 고쳐 잡았는데도 몇 번 더 짝 소리가 나도록 후려쳤다. 이번에도 이준휘는 막지 않았다. 제 엉덩이에 붉게 손자국이 나고 있는데. 동급생에게 맨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맞고 있는데도. 오히려 축축한 신음을 자꾸 흘렸다. 방에 방음이 잘 되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고단한 어머니께서는 이미 깊은 잠이 드셨겠지만.
“좋아, 준휘야?”
“흐, 아아, 빨라,”
“내가, 네 엉덩이를 때려주니까 좋아?”
“아니야,”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좋아해, 여기는.”
프리컴을 뚝뚝 흘리고 있는 성기를 쥐자 부끄러운지 어깨를 떨었다. 다리가 벌어져서 엉덩이를 때리는 대신 거의 어깨까지 말려 올라가 늘어진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 대충 손으로 쓸어 걸리는 것을 쥐고 확 비틀자 몸이 움찔 튀었다.
“진우야!”
“왜, 여기는 하지 마? 방금 니 좆이 이것도 좋다고 했는데?”
“흐, 아니야, 하지 마. 손 떼,”
“손 떼고 빨아줄까? 네가 내 좆 빨아주던 것처럼?”
“아니, 싫어,”
“몸은 이렇게 좋다고 하는데, 입으로는 다 안 된다고, 싫다고 하네.”
손톱으로 유두를 꾹꾹 누르고, 꽉 쥐고 마구 비틀자 이불에 얼굴을 묻으며 우는 소리를 냈다.
“고르기 문제를 줘야겠다. 이렇게, 엉덩이를 때려주는 게 좋아, 아니면 젖꼭지를 비틀어주는 게 좋아?”
“싫어,”
“그건 보기에 없잖아, 준휘야.”
부푼 성기를 낚아채고 꽉 쥐었다. 손을 내려 음낭을 손에 쥐고 위협적으로 굴리자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흐, 때려, 때려줘.”
“아, 엉덩이를 맞는 게 좋구나, 준휘는.”
이미 발갛게 자국이 남은 살을 몇 번 더 매섭게 내려치고, 올려붙였다. 준휘는 허리를 꼬면서 신음했다. 성기는 계속 모양을 갖추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상태를 유지했다. 슬쩍 엉덩이골 사이로 손가락을 내렸다. 살을 벌리고 꽉 닫힌 곳을 손끝을 세워 문지르자 흥분에 떨리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준휘야. 다음엔, 여기 풀고 올래?”
허리 짓도 멈추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이준휘는 천천히, 이불에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달아오른 볼기짝을 손으로 매만져주면서 다시 물었다.
“넣게 해주게?”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여기, 네 구멍에 내 거 넣고 흔들어도 돼?”
“으, 응…….”
이준휘는 대답하며 시트 위에 정액을 쏟아냈다. 웃음이 번지는 걸 참을 수 없어서 표정만으로 소리 없이 웃었다. 어떡하면 좋지, 널? 대답을 들었으니 골반을 부여잡고 빠르게 움직였다. 고조된 기분에 금방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준휘, 내가 너한테 어디까지 요구할 줄 알고 다 된다고 해? 그런 경고의 말은 입 밖으로 굳이 내지 않았다.
교탁 앞에선 수학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공식을 설명하고 있는데, 나는 그걸 열심히 받아 적는 이준휘의 옆모습을 보는 데 혼이 팔린 상태였다. 얘는 정말, 뭐 이렇지. 내 밑에서 줄줄 싸던 게 고작 몇 시간 전,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어젯밤이다. 나는 아직도 할딱이던 이준휘를 생각하면 바지 속이 부풀어 오르는데, 내 걸 빨면서 가버리던 사람은 정작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여상한 낯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무의미하게 손 위에서 돌리던 펜을 기울여 이준휘의 흰 손등을 죽 긁었다. 둥글게 마감 처리된 뒷부분이라 그런지 별 자국도 없이 반질반질한 손등 위에서 미끄러졌다. 흘긋 눈을 들어 나를 본 이준휘는 바쁜 분필 소리에 곧 노트로 눈길을 돌렸다. 팔을 뻗어 걔 노트에 글씨를 썼다.
‘주말에 와’
그제야 필기하던 손이 멈추고, 귓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펜을 내려놓고 손을 들어 머리카락이 단정하게 끝나는 뒷목을 꾹 눌렀다. 손끝으로 더듬어 내려가 교복 깃을 살짝 제치고 안쪽의 살을 쓸자 귀에서 시작된 열기가 볼을 타고 내려갔다. 퍼뜩 정신 차린 손가락이 다급하게 내 책상 위를 움직였다.
‘하지 마’
귀를 잡아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게 했다. 방황하는 눈동자에 나를 담도록 하고는 입 모양으로 말을 전했다.
‘왜? 설 것 같아서?’
허벅지를 꽉 조이는 걸 보곤 귀를 놔줬다. 내 손이 떨어지자 귀는 금방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 이준휘는 다시 필기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걔 노트를 끌어다 놓고 내가 대신 필기했다. 힐끔대는 시선이 따가워서 기분 좋았다.
주말이 가까워질수록 이준휘는 나를 의식하는 걸 숨기지 못했다. 자습 시간에도 몇 번이나 멍하니 내 얼굴이나 바지춤을 쳐다보고 있다가 내게 걸려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자리를 떴다. 몇 번은 봐주고, 몇 번은 그걸 따라가 붙잡았다. 별로 세게 끌지 않아도 이준휘는 순순히 나를 따라와 익숙하게 내 버클을 풀었다.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 걸 어떻게 해석했는지, 화장실에서 내 걸 물려고 하기에 급히 일으켰다. 그러면 정말로 자제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나는 뭐, 조금만 더 쪽팔림을 모르는 인간이었으면 달력에 표시도 했을 거다. 손꼽아 기다렸다. 잠든 이준휘 옆에서 우여곡절 끝에 주문한 젤과 콘돔은 바로 다음 날 칼 배송되어 도착했다. 마침 이번 주 주말에 부모님의 출장이 겹친 건, 정말로 신이 도운 것과 다름이 없었다. 허락도 떨어진 마당에 더 기다려야 했다면 모텔을 잡아 이준휘를 끌고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애타게 기다리던 주말이 왔다. 아버지는 어젯밤에 떠났고, 새벽부터 캐리어를 끌고 나가는 어머니를 배웅하고 나니 막 해가 뜨고 있었다. 조급증을 내다가 일곱 시 삼십 분에 문자를 보냈다. ‘언제 와?’ 하고. 놀랍게도 이준휘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 ‘지금 가?’ 마중 나가겠다고 보내놓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지난밤에도 이보다 더 정성스러울 수 없을 정도로 씻었지만, 일단 냉수마찰이 좀 필요했다.
젖은 머리를 대충 털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자 10분 뒤에 이준휘가 버스에서 내렸다. 연한 색의 후드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색달랐다. 이준휘의 머리도 살짝 젖어 있었다. 손목을 쥐고 무작정 우리 집으로 끌었다. 자연스럽게 보폭을 맞춰 따라오는 이준휘의 뺨이 바람 때문인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혹시 몰라 현관 고리를 걸고, 운동화를 던지듯이 벗고 내 방으로 향했다. 스텝이 꼬인 이준휘가 휘청하기에 허리를 받쳐 끌다시피 데리고 들어왔다. 방문을 밀어 닫으면서 무작정 입술을 비볐다. 넘어질 듯 내게 기대는 몸을 지탱하고 벌어진 입술에 혀를 밀어 넣었다. 이준휘가 오물거리며 혀를 마주 움직여왔다. 착 감기는 감촉이 짜릿했다.
들고 온 작은 가방을 벗겨서 바닥에 던지고, 꽤 귀엽게 잘 어울리는 후드 밑단을 쥐고 단번에 벗겨냈다. 잠깐 떨어졌던 입술을 다시 맞부딪히며 받쳐 입은 흰 티 안으로 손을 넣자 이준휘가 허리를 뒤틀었다. 무시하고 손을 올려 셔츠가 딸려 올라갈 때 잠깐 보였던 유두를 세게 쓸었다.
“읏,”
짧은 신음이 내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그것조차 단 느낌이었다. 입술을 떼며 셔츠를 당기자 순순히 팔을 들어 올렸다. 완전히 드러난 상체를 흡족하게 바라봤다. 벗은 몸도 존나 예뻤다. 연한 색을 띤 유륜과 귀엽게 솟은 유두를 입에 물고 싶었는데, 이준휘가 내 옷에 손을 뻗어 와서 뒤로 미루고 옷을 벗어 던졌다. 내 트레이닝복이야 죽 내리면 그만이라, 이준휘 바지를 먼저 벗기고 팬티마저 치워버렸다. 어차피 젖을 거, 일찍 벗는 게 좋겠지. 홀랑 벗은 이준휘를 침대로 떠밀며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내렸다. 이제 막 내리쬐기 시작한 아침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방 한구석의 침대로 향했다.
침대에 누운 이준휘는 퍽 당황한 낯으로 눈을 굴렸다. 하긴, 둘 다 옷을 아무것도 안 입고 붙어 있는 건 처음이었다. 이제부터 할 삽입 섹스도 처음이고.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서 혀를 내어 입술을 핥았다. 몽롱한 시선이 내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준비했어?”
이준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걔가 세우고 앉은 무릎 사이를 툭툭 쳐서 벌리며 요구했다.
“보여줘.”
목덜미까지 벌겋게 붉히면서, 군말 없이 손을 내렸다. 매끈한 손가락이 이미 반쯤 선 성기를 제치고 밑으로 내려갔다. 색이 옅은 깨끗한 구멍은 주변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풀어온 거야? 기껏해야 안을 씻고 오는 정도를 예상했던 나는 피가 머리로 전부 올라가 뇌를 터트리는 게 아닐까 궁금해졌다. 보여달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이준휘의 그 매끈한 손가락이 부드럽게 구멍 안을 비집고 들어갔다. 손가락을 적시지 않아 약간 빡빡해 보였지만, 안이 젖어 있기 때문인지 하나 정도는 수월하게 먹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이준휘는 곧 반대편 손을 내려 검지 하나를 더 밀어 넣었다. 이번에는 좀 어려운 듯, 주름 주위를 더듬대다가 조심스럽게 틈을 비집었다. 빡빡하게 밀려드는 손가락을 밀어내려 주름이 꿈틀댔다. 이준휘가 느리게 말했다.
“잘, 안 넓혀져서…….”
“얼마나 넣어 봤어.”
“……손가락 두 개랑, 얇은 펜 하나.”
“아, 여기에, 펜을 넣었어?”
수치스러운지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숨이 턱까지 차는 것 같은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좀 쑤셔봐. 이래서 내 게 들어가겠어?”
입술을 꾹 깨물면서도 조심스럽게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두 개만큼 벌어진 걸 끝으로 꽉 다물린 구멍 안으로 손가락이 깊이 들어갔다가, 천천히 빠져나왔다. 마디가 불거지지 않은 매끈한 손가락이 구멍을 쑤시는 걸 눈도 깜박이지 못하고 보다가 중지를 입에 넣고 적셨다. 침대맡에 젤과 콘돔이 있지만, 내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하는 이준휘의 기대에 좀 부응해주고 싶었다.
“손가락 빼.”
머뭇대며 손가락이 차례로 빠져나왔다. 아주 잠시 빠끔히 열렸던 구멍이 닫히기 전에 내 손가락을 쭉 밀어 넣었다.
“아,”
매끈한 이준휘의 손가락과는 달리 마디가 뚜렷한 내 손가락을 구멍은 씹듯이 먹어 치웠다. 꽉 조이는 힘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살에 손등이 닿도록 끝까지 넣었다가 죽 잡아 빼자 손가락을 야무지게 물고 있던 내벽이 딸려 나올 듯 손을 빨아들였다. 이준휘의 얼굴이 더 벌게질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엄청 조이네.”
일부러 무심한 척 말을 던지자 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렸다. 틈을 비집고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빠듯하게 겨우 들어가는 게 퍽 자극이 강했던지 가렸던 손을 금세 치우고 원망 어린 눈으로 나를 보았다.
“아파?”
“……아니.”
“이준휘.”
팔을 뻗어 젤을 집어 들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거야.”
손가락을 잡아 빼고 손바닥에 젤을 쭉 짰다. 체온으로 덥히면서 한 손을 젤로 완전히 뒤집어 씌웠다. 도톰한 막을 쓴 손가락을 다시 구멍에 맞추고, 밀어 넣었다. 이준휘는 말 대신 다리를 조금 더 벌려 내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손가락을 하나 더 넣었다. 이번에는 퍽 수월하게 벌어지며 들어갔다.
“어때?”
“……뭐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몸 안에 내 손가락을 넣은 기분이 어떠냐고.”
“이상해.”
“뭐, 처음에 좋을 순 없대. 그래도 안 아프게 노력해볼게.”
내벽과 온도가 같아진 손가락을 움직였다. 가위질하듯 벌려서 공간을 넓히고, 손끝을 구부려 안쪽을 꼼꼼히 매만졌다. 깊숙이 넣고 휘젓다가 천천히 끄집어내면서 앞쪽을 긁어주는데도 별 반응이 없었다. 반대 손으로 용케 힘이 들어가 있는 성기를 쥐었다.
“이게 크면 전립선이 작다고 하던데, 너는 좀 큰 편이니까 깊게 있으려나?”
대꾸하기 전에 두어 번 쓸어주면서 손가락으로 안쪽을 빠르게 들쑤셨다. 완전히 일어선 성기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었다. 공부한다고 했는데, 뜬구름 잡는 이론뿐이라 감이 오지 않았다. 시발, 내 거라도 쑤셔봤어야 했나. 팔에 힘을 주고 이리저리 손가락을 박아 넣고 부지런히 흔들자 앞을 만지지 않아도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특별히 내가 느끼는 곳을 찾아낸 것 같진 않고, 상황 자체에 흥분한 것 같았다. 얘는 정말, 뭐 이렇지. 손가락 세 개를 차례로 넣었다 뺐다 하자 팔을 뻗어 내 어깨를 쥐어 왔다.
“안 아픈데, 그냥 넣으면 안 돼?”
“넣으면 아플걸.”
“더 늘릴 다른 방법도 없잖아. 반대편 손도 넣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콘돔을 씌우고 그 위로 젤을 쭉 짜냈다. 질척이는 액체를 꼼꼼히 펴 바르고, 구멍 앞에 자리 잡았다. 그제야 생각났다. 나 전희 빼먹은 거 아닌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준휘가 내 허리에 다리를 감았으니까. 일단 넣고 생각해보지 뭐. 천하제일의 멍청이가 된 기분으로 귀두 끝을 구멍에 맞췄다. 심호흡하며 힘을 푸는 걸 보고 천천히 밀어 넣었다. 제법 부드러운 느낌으로 안쪽이 열려 내 걸 받아들였다. 아주 조금씩. 처음 손가락을 넣을 때처럼 끊을 듯 조이는 건 아니었다.
중간에 멈춰 이준휘가 숨을 고르는 걸 기다리고, 조금 전진하고, 또 기다리는 걸 몇 번 반복한 끝에 예상한 것보다 아주 평화롭게 성기가 뿌리 끝까지 이준휘의 안에 들어갔다. 반 정도 넣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열심히 집중해서 숨을 고르던 이준휘는 기어이 끝까지 제 안에 받아들였다.
“안 아파?”
“으응…….”
“움직일까?”
“마음대로, 해…….”
떨어진 허락에 잘게 허리를 흔들었다. 내벽에 빈틈없이 감싸인 성기가 자잘하게 흔들리며 안쪽을 자극했다.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지, 이준휘는 뭉그러지는 신음을 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성기는 여전히 빳빳하게 서 있었다. 얘는 뭘 해도 일단 좆은 세우니까, 오히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눈치를 보며 성기를 죽 잡아 뺐다가, 구멍에 귀두 끝이 걸칠 때쯤 단번에 밀어 넣었다. 어정쩡하게 허리를 감싼 이준휘의 허벅지에 순간 힘이 확 들어갔다.
“아,”
“괜찮을 것 같아?”
“응, 안 망가져…….”
이상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완벽한 허락처럼 들렸다. 안 망가지는구나.
끝까지 잡아 빼고 빠끔대는 구멍에 한 번에 푹 찔러 넣었다. 이준휘가 숨을 들이켜며 목을 꺾었다. 부드럽게 휜 목에 이를 박아 넣자 우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내 등 뒤에 팔을 감았다. 몇 번을 더 완전히 빼냈다가 다시 박아 넣는 걸 반복하고, 반만 빼냈다가 마구잡이로 쑤셔 넣었다. 어딜 찾으려는 내색 없이 아무 방향으로 찔러 들어가자 오히려 이준휘는 좋다고 허리를 흔들었다. 끄덕이는 성기 끝이 젖어 들고 있었다. 도통 알 수 없던 문제에 보기가 나타난 것 같았다. 손을 올려 젖꼭지를 비틀자 끙끙대며 내 피부에 뺨을 비벼왔다. 그래, 준휘야. 어쭙잖게 붙잡고 있던 정신을 내던지고 허리를 흔들었다. 발정 나서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짐승이 된 것처럼 파고들고, 잡아 빼고, 다시 깊숙이 양물을 밀어 넣었다. 이준휘는 할딱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좋다고 말은 안 했지만, 걔 좆이 닿는 배 언저리가 축축했다.
* * *
박진우는 눈에 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보편적인 미남. 아직 교복을 벗지 않았고 멋 부리는 것에 관심이 없어 충분히 빛이 나진 않지만, 쟤가 원석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본인은 모르는 것도 같지만.
우리 학교 근처에 여고나 공학이 있었다면 박진우는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교문 근처에서 고백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 게이더에 걸린 학교 안의 게이 중 대부분은 박진우에게 성적 관심이 있다. 선생도 포함해서. 걔는 그냥, 누구나 탐낼 만한 남자애였다.
욕심낼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게이더에 걸리지도 않았고, 한 반이 된 지 한 달이 넘도록 내 얼굴과 이름을 외우지 못해 긴가민가하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본인 포함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무심한 박진우의 안중에 이준휘란 존재는 없었다. 나는 그렇게 높은 산을 오르는 타입은 아니었다.
산을 오르니 마니 해도, 나는 그냥 ‘아, 내가 게이구나. 그리고 내 게이더는 존나 정확하구나.’ 하는 정도의 이제 막 자각한 게이였다. 조심스레 찾아본 게동이 아직 다섯 손가락도 넘지 못한. 하지만 나 역시 박진우에게 성적 관심이 있었단 걸 부정하진 못하겠다.
박진우는 섹시했다. 열여덟 살 주제에 은근한 분위기로 사람을 홀렸다. 아직 근육이 제대로 붙진 않았지만 넓게 벌어진 어깨에 활배근이 이미 발달한 단단한 상체, 곧게 뻗은 다리에 탄탄하게 감긴 근육이 날렵한 하체는 디자인이 영 별로인 교복을 걸치고도 색기가 줄줄 흘렀다. 체육 시간을 마치고 셔츠 단추를 몇 개 푼 채 공책을 팔락이고 있으면 게이가 아닌 놈들까지 홀려서 그 그림 같은 장면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아래로 피가 몰리려는 걸 막느라 용을 써야 했고. 걔는 좀 유해할 정도로 관능적인 면이 있었다. 나는 입학식 날 박진우를 처음 본 순간부터 쭉 걔랑 한번 자보고 싶었다.
내가 게이라는 건 중학생 때 알았지만, 박진우를 보기 전까진 누구와 무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기엔 내가 좀, 퍽 도덕적으로 컸다. 그게 도덕이라는 건 아니지만, 나에겐 ‘도덕적’인 것에 대한 약간의 강박관념이 있었다. 가정환경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박진우 같은 애를 눈앞에 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
섹시한 남자애를 만나 비틀려버린 도덕관념은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욕망을 조금씩 끄집어냈다. 처음엔 그냥 걔랑 뒹구는 상상만 했다. 그 잘빠진 몸을 좀 핥고 빠는 정도의 생각. 그다음엔 걔 걸 내 뒤에 좀 넣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고. 다음 날 나도 모르게 화장실 가는 걔를 뒤따라 기어이 잘생긴 성기를 눈 안에 담았다. 신은 박진우한테 상당히 많은 것을 주었다. 주지 않은 건 세심함 정도밖에 없지 않나 싶다. 키도 크고, 별다른 운동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몸도 좋은 편이고, 공부도 곧잘 했다. 거기다 한국 남성 평균을 훌쩍 올려주는 사이즈의 거시기도 달고 있었다. 서면 얼마나 더 커질까? 혼자 상상해보다 얼굴을 붉혔다. 수업 시간에. 뒤이은 상상은 걔가 내 구멍에 그걸 마구잡이로 집어넣어서 내 뒤가 찢기는 거였다.
화장실로 도망쳐 칸막이를 급히 닫았다. 한 번 시작된 상상은 끝을 모르고 달렸다. 우리 학교엔 있지도 않은 체육 창고에서 매트리스 위에 처박혀 뒤를 쑤셔지는 상상을 했다. 풀썩이는 먼지와 비릿한 피 냄새, 고통 끝에 안쪽에 고이는 정액의 느낌. 그따위 걸 상상하며 벌벌 떨리는 손으로 바지를 내렸다. 속옷이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매일 훔쳐보던 커다란 손으로 목이 졸리는 상상을 하며 축축한 성기를 잡고 흔들었다. 단단한 골반에 부딪혀 온몸이 울릴 정도로 뒤에서 세게 박아오는 걸 상상하자 이상한 소리가 절로 나와 급히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사람이 잘 찾지 않는 특별실 옆 화장실은 무척 고요했다. 그 정적인 공간에서 나 혼자 헐떡이고 있었다. 여기서 박아주면 좋겠다. 줄줄 싸는 나를 조롱하면서 엉덩이에 멍이 들도록 세게 박아주면 좋겠다. 아 시발, 이게 대체 뭐지? 미처 몰랐던 피학성이 눈 뜨는 순간이었다.
체벌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 괴롭힘도 없었고, 신체적으로 학대당할 이유가 없는 순탄한 인생이었다. 신체적으로는. 정신은 그래, 조금 힘들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게 이런 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나? 나는 수업에 돌아가지 못하고 변기에 앉아 한참을 침음했다. 방금 내가 한 상상은 대체 무엇인지.
교실로 돌아왔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나중에 먹으러 갈 생각인지, 책상에 엎드려 잠든 박진우의 얼굴을 멍하니 들여다봤다. 창으로 들어온 바람에 앞머리가 사르르 넘어가는 모습은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데, 나는 이제 박진우 얼굴만 봐도 아래로 피가 몰리고 구멍이 움찔댔다.
“어떡하지, 나?”
그 날은 조퇴하고 집으로 갔다. 속옷과 벨트를 바꿔가며 성기가 힘을 받아도 눈에 덜 띄는 조합을 찾아내고, 무심한 표정을 연습했다. 그건 박진우의 얼굴이라는 샘플이 있어서 쉬웠다. 젖는 건 어떡하지 고민하면서 방수 천을 만지작거릴 땐, 정말 죽을 만큼 비참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그 날 밤엔 꿈에서 박진우와 질펀하게 뒹굴었다. 뒤가 찢어지진 않았지만, 박진우는 거칠었고 나는 잔뜩 흥분해서 몇 번이고 앞을 적셨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시트까지 흥건할 정도로 젖어 있었다. 앞날이 막막했다.
온 신경이 박진우를 향해 곤두서 있었기 때문에, 그 애의 변화는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화학 실험 이후로 박진우는 종종 내 손을 뚫을 듯 바라봤다. 빈도는 점점 잦아졌고, 시선은 핥는 듯한 느낌으로 변해갔다. 관심 없는 척 물어보면서 주머니 속의 손으로 허벅지를 얼마나 쥐어뜯었는지 모른다. 내 손이 예뻐서 본다는 말을 들었을 땐, 거의 사정할 뻔했다.
일부러 걔 시야에 걸리게끔 손을 자꾸 움직였다. 하면서도 자신이 어이없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거라도 써먹어야 하지 않겠나. 박진우는 여전히 게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명백히 내 손에 발정했다. 나로선 로또에 당첨된 상황이나 진배없었다. 집에 가면 신경 써서 핸드크림도 바르고, 손톱도 매일 단정하게 정리했다. 그렇게 미끼를 드리우고 기다렸다. 낚싯대를 흔들어 볼 순간을.
‘손으로, 해줄까?’
자기 전 몇 번이고 연습한 보람이 있게도, 입술을 바들바들 떨지 않고 퍽 잘 말할 수 있었다. 박진우의 뒤를 따라가면서 얼마나 침을 삼켜댔는지 모른다. 걔 걸 빨고 싶어 죽겠는데, 애써 얻은 기회가 날아갈까 참느라고. 그 두꺼운 성기가 내 손바닥 안에서 꿈틀댈 땐, 배 안쪽이 저려서 죽을 것 같았다. 너무 좋아서. 그리고 그걸 뒤에 넣고 싶어서.
내가 박진우를 홀리는 데 성공한 건지, 걔의 그런 면이 내 안의 스위치를 올렸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진우는 거칠어졌다. 딱 내가 그리던 대로. 사실 그것보다는 조금 약하게. 굵은 기둥이 입안으로 밀려 들어와 턱을 벌리고, 부푼 귀두로 목 안쪽을 쑤셔주는 느낌이 황홀했다. 깊숙이 넣어 호흡이 차단된 상태로 몽롱하게 느끼는 쾌락은 뇌를 정액에 푹 절인 것처럼 나를 인사불성으로 만들었다. 걔가 내 몸에 무슨 짓을 한대도 성기를 세우고 엉덩이를 흔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엉덩이를 매섭게 후려치는 손이 좋았고, 알싸한 둔부의 통증이 기분 좋아 숨쉬기도 버거웠다. 엉망이다.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박진우가 못된 말을 할 때면 내벽이 젖어 드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나는 박진우가 내게 욕정을 드러내는 게 좋았다. 그 애가 하라는 대로 따르고, 다소 폭력적인 움직임에도 좋아서 헐떡이는 내 모습은 더 좋았다. 진우와 나의 ‘그런 조합’이 미치도록 좋았다.
침 삼키며 바라기만 했던 성기가 내 안에 들어와 있다. 염원하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쌀 것 같아서 배에 잔뜩 힘을 줬다. 이미 내가 어딘가 조금 이상하다는 걸 진우는 알아챈 것 같지만, 버려질 만큼 바닥까지 보이고 싶진 않았다. 생전 처음으로 굵은 물건을 받아들인 내벽이 어찌할 줄 모르고 꿈틀댔다. 네 것에 찰싹 달라붙어 잘 조이고 있을까? 그래야 하는데. 또 너한테 박히려면.
박진우가 어쭙잖게 내 몸을 쓸고 흥분을 돋우려 했으면 나는 그 애를 쓰러뜨리고 올라탔을지도 모른다. 잘 들어가지도 않는 걸 억지로 뒤에 쑤셔 넣다가 기어이 피를 보든가, 내쳐졌겠지. 내 조급증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어서 엉망이 되고 싶은, 망가지고 싶은 내 안의 괴상한 욕망이 참지 못했을 거야. 입 밖으로 차마 말은 꺼내지 못했지만, 열심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거칠게 해줘, 아프게 해줘, 엉망이 되도록 마구 흔들어줘.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진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스위치에 한 번 더 불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 * *
내 것을 끝까지 삼키느라 팽팽하게 당겨진 구멍 주위를 쓸었다. 이준휘의 물건이 움찔거렸다. 엄청 민감하네. 큰 동작으로 박아주면 유달리 좋은 소리를 내던 걸 기억하곤 쭉 잡아 뺐다가 또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아래로 손을 내려 성기를 꽉 쥐자 허리를 뒤틀며 신음했다.
“망가지기 전까지 잘 버티려면, 벌써 이렇게 줄줄 새면 안 되지.”
그리곤 또 신나게 안을 헤집었다. 누군가의 안에 들어간 건 처음이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손으로 감싸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빈틈없는 밀착감. 목구멍 안쪽에서 끄트머리가 조여지던 것과도 비교되지 않는 새로운 감각이었다. 어느 거든 이준휘가 해준다면 다 좋았지만, 이준휘의 안에 들어가는 건 차원이 달랐다. 그걸 이제야 안 게 분할 지경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빠르게 끌고 온 관계지만, 나는 퍽 억울했다. 딱 그만큼 몸짓이 더 거칠어졌다.
딸려 나오려는 내벽이 진정하기도 전에 안을 파고들었다. 당황한 속살이 황급히 요동치며 다시 성기를 물어오려는 걸 무시하고 또 죽 잡아 빼고, 확 밀어 넣었다. 이준휘가 뒤통수를 시트에 비비며 훌쩍였다. 사정할 수 없도록 꽉 쥐었는데도 성기가 더 젖어 드는 것 같았다. 너는 아픈 게 좋은 거지? 충동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 한참을 고민했다.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다. 얼마 전 이준휘의 엉덩이를 올려붙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왠지.
손을 올려 가볍게 뺨을 쳤다. 강도로 따지면 두드린 정도지만 이준휘의 뺨을 쳤다는 것에서 오는 불쾌한 감각이 손을 끈적하게 휘감았다. 침잠하는 내 속과는 다르게 이준휘는 그 손을 부여잡고 뺨을 비볐다. 더 세게 때려 주길 원해? 미안. 그렇게는 못 하겠어. 얼굴 대신 몸으로 손을 내려 오똑 서서 가련하게 떨고 있는 젖꼭지를 쥐었다. 가볍게 잡고 위로 당기자 허리를 휘며 나긋한 신음을 냈다. 귀에 착 감기는 신음이 달착지근했다. 살짝 비틀고 반대편 유두도 똑같이 괴롭혀줬다. 안쪽을 들쑤시는 걸 계속하면서.
내벽은 내 것을 열심히 조였다. 빠져나가려 하면 헐레벌떡 붙들고, 도로 들어가면 활짝 벌린 채 침입을 환영했다. 실제로 그 기관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성기를 박아 넣는 나한테는 그렇게 느껴졌다. 좋아서 환장하는 것 같다고. 손가락 말고 남자 좆을 넣어보는 건 처음이면서 참 열심히도 오물오물 씹어댔다. 먹어도 먹어도 부족하다는 듯이.
이준휘의 성기를 쥐고 있던 손을 놓고 허벅지와 골반께를 꽉 붙들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빠르게 하체를 흔들었다. 마찰로 구멍에 뜨겁게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이준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쏟아내며 내 팔을 쥐었다. 단정하게 정리된 손톱이 미약한 자국을 남기며 살갗을 파고들었다. 퍽 소리가 나도록 안쪽을 짓이기는 걸 반복한 끝에 이준휘의 내벽에 확 조여들었다. 손도 대지 않았는데 정액을 쏘아대는 성기를 보며 나도 사정했다.
팔다리를 가볍게 떨며 여운에 젖어 있는 얼굴을 손끝으로 스윽 훔쳤다. 콘돔을 묶어서 버리고 여전히 단단한 성기가 좀 더 충분히 달아오를 때까지 가슴팍을 핥아줬다. 이준휘는 별 의미를 두는 것 같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신경 쓰였던 부분이었다. 젖꼭지를 부드럽게 빨아주자 뽀얀 허벅지를 꼬며 허리를 뒤틀었다. 이를 세워 살짝 물자 그제야 만족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 마음속에서 이준휘에게 하는 질문의 주어가 바뀌었다. 내가 어디까지 요구할 줄 알고? 아니. 너는 어디까지 원하는 거야? 아까, 관계 중에 만약 내가 이준휘의 뺨을 세차게 내려쳤다면, 이준휘는 그대로 사정했을 것 같다. 말도 안 된다고 하기엔 지금까지 겪은 모습이 적지 않았다.
그래, 뭐. 네가 원하는 대로.
“엎드려.”
아직 안 망가졌으니, 놔주면 안 되지. 시정잡배처럼 너를 후려칠 순 없지만, 조금 거친 섹스라면 맞춰줄 수 있다. 힘들게 해줄게. 성에 찰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너도 잘 해봐. 내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새 콘돔을 끼우고 번들번들한 구멍에 꾹 밀어 넣었다. 막히는 것 없이 쑥쑥 들어가 끝까지 딱 맞물렸다. 새어 나온 숨을 등에 흩뿌리자 옅은 등 근육이 움찔거렸다. 날개 뼈 언저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골반을 몸 가까이 바투 잡았다. 시트를 꼭 쥔 손을 흘깃 보고 성기를 세게 쳐올렸다. 반쯤만 뺐다가 더 들어갈 수도 없는 저 안쪽까지 쑤셔 넣기라도 할 것처럼 강하게 때려 박자 금세 성기를 바짝 세우고 아래 깔린 시트를 점점이 적셨다.
“좋아?”
콘돔에 감싸인 내 것이 받는 마찰의 영향도 몸이 떨릴 만큼 자극적인데, 맨 점막으로 그 움직임을 다 받아내면서 이준휘는 녹아드는 신음을 내질렀다. 엉덩이를 뒤로 밀어붙여 더 깊이 내 것을 넣으려 애를 쓰면서 손 안에 쥔 시트를 구겼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강하게 안쪽을 짓눌렀다. 높은 소리가 마구 튀어나왔다.
“하, 으응, 좋아,”
“내가 박아주니까 좋아?”
“응, 으응, 좋아. 더 세게,”
“너, 망가지면, 어쩌려고.”
“하, 망가져도, 좋아, 흐, 아프게, 으응…….”
제 손을 들어 성기를 감싸길래 찰싹 손등을 때리고 양손을 뒤로 잡아 뺐다. 등 뒤에서 맞잡게 하고 팔을 쥐자 상체가 조금 딸려 올라왔다. 자연히 힘이 들어간 복부에 내벽이 꽉 조여들었다. 골반 대신 이준휘의 팔을 쥐고 세게 쳐올렸다. 부정확해진 움직임에 이준휘의 몸이 덜컥덜컥 흔들렸다. 분명 한 번씩은 잘못 찔려 들어가 얼얼하고 아플 텐데도 이준휘는 성기를 꼿꼿하게 세우고 허리를 흔들었다. 힘이 들어갈 때마다 빠듯하게 안을 조이는 내벽에 아프도록 성기를 문질렀다. 처음 살짝 들어갔던 젤과 콘돔의 젤이 말라 뻑뻑하게 성기를 감싸는 내벽은 이전만큼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이준휘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문질러줬다. 깊은 곳을 찔러주자 다시 줄줄 흐르는 정액을 보고 한 번 더 사정했다. 주말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방금 조금 무리하게 안을 문지르긴 했지만, 이준휘는 망가지지 않았다. 침대 위로 풀썩 쓰러진 이준휘를 보며 콘돔을 벗겨내고, 손바닥 위에 젤을 짜냈다. 세게 박는 거야 나도 좋지만, 상처가 나길 바라진 않거든. 이준휘의 입장이야 어떻든 말이다.
“부족하지?”
“아니…….”
“준휘야, 부족하지?”
“……응.”
“그럼 엉덩이 들어야지.”
이준휘가 뭉그적대며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상체는 받칠 힘이 없는지 어깨를 이불에 내려놓은 채 둥근 볼기만 하늘을 향해 추어올린 모양이 보기에 좋았다. 아랫배에 닿을 듯 빳빳하게 서서 금방이라도 다시 들어가고 싶어 안달 내는 성기를 애써 무시하고 다음 요구사항을 이야기했다.
“잘 보이게 벌려봐.”
힘없는 손이 볼기짝을 쥐고 양옆으로 벌렸다. 훤히 드러난 구멍은 약간 붉게 물들어 빠끔거렸다.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이라도 하듯이. 야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당장 다음 주가 걱정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이준휘 머리카락만 봐도 좆을 세울 것이다. 손에서 시작된 비정상적인 욕정은 이준휘를 통째로 삼키고서야 제 자리를 찾았다는 듯 만족스럽게 꼬리를 흔들었다. 개폐를 반복하는 구멍에 젤로 흠뻑 젖은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조금 전까지 굵직한 것을 가뿐하게 삼켰던 주제에, 시치미를 뚝 떼고 손가락을 빠듯하게 조여왔다. 마디가 지날 때마다 이준휘가 등을 떨었다.
“실컷 먹여 줄게. 안달 내지 마.”
이준휘의 귀 끝이 화르르 타올랐다. 손가락 두 개를 늘려 세 개의 손가락을 단번에 밀어 넣자 움찔 허리를 뒤틀었다. 팔에 힘을 단단히 주고 안쪽을 난폭하게 찍어 눌렀다. 벌써 끝을 적시고 방울방울 액체를 떨어뜨리는 성기를 꽉 쥐어 사정을 막았다. 이준휘가 마구 발버둥 쳤다. 숨넘어갈 듯 새어 나오는 신음과 시트를 찢을 듯 당기는 손놀림이 마음에 들었다. 손가락을 빼 콘돔을 집어 들고 나직하게 말했다.
“준휘야. 네가 좋아하는 좆 먹여줄 테니까, 싸지 말고 잘 기다리고 있어?”
말을 마치며 성기를 잡았던 손을 놓자 시트를 구기던 손이 급히 제 것을 꽉 눌렀다. 말 잘 듣네. 칭찬하자 살짝 엉덩이가 흔들렸다. 민망해서 그랬겠지만,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 콘돔을 풀어 내리고 성기 위에 다시 한번 젤을 쭉 짰다. 젖은 소리가 음란했다. 가볍게 머리채를 잡아 침대 위에 누르고, 끝을 맞춰 꾹 밀어 넣었다. 그새 익숙하진 내벽은 부드럽게 열리며 성기를 감쌌다. 습하게 젖은 내벽이 틈 없이 감겨오는 느낌이 만족스러웠다. 제 성기를 쥔 이준휘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잘 잡고 있어. 먼저 싸면 아프게 할 거야.”
“으응…….”
대답하며 정성껏 손을 조였지만, 신음은 오히려 기대감을 담은 것처럼 들렸다. 제대로 막아내든, 그렇지 못하든 쉽게 잠들게 놔둘 생각은 없었다. 등을 꾹 눌러 들지 못하게 하고 머리채를 잡은 손을 당겼다. 상체가 가볍게 휘었다. 머리카락이 당겨지는 아픔에도 이준휘는 은근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가볍게 들어 올렸다 내팽개치고 허리를 잡았다. 큰 동작으로 뒤로 물러났다가, 손에 쥔 허리를 당기며 빠르게 앞쪽으로 하체를 밀었다. 퍽 소리를 내며 성기가 안쪽을 짓뭉갰다. 젖은 내벽이 다급하게 꿈틀대며 박힌 모양을 따라 성기에 붙어왔다. 한 번의 움직임 만에 이준휘가 제 손을 풀고 시트 위를 기었다.
“안 잡고도 참을 수 있겠어?”
손으로 도로 잡을 틈을 주지 않고 거세게 몰아쳤다. 끝까지 뺐다가 한 번에 밀어 넣으면 꺽꺽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면서도 시트에 몸을 문질렀다. 넘치도록 짜낸 젤의 습기 어린 소리는 폭력적인 소음을 더 기괴하고 음탕하게 만들었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힘을 잔뜩 주고 바들바들 떨어대는 이준휘가 내는 미약한 신음보다도, 걔 몸과 내 몸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훨씬 더 크게 방을 울렸다. 아래에서 덜렁이던 이준휘의 성기는 고장 난 것처럼 액체를 죽죽 싸댔다. 바르작대면서 앞으로 기어가려는 몸을 쭉 당겨 뿌리 끝까지 묻고 축축한 성기를 툭툭 쳤다.
“좋아서 줄줄 싸네. 이거 고장 난 거 아니야? 준휘야, 네 좆 고장 난 것 같은데.”
“흐, 아니, 아니야.”
“아니야? 지금 이렇게,”
한 번 더 안쪽을 꾹 찍어 누르자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앞쪽이 또 찍 액체를 쏟아냈다. 이준휘가 울면서 시트에 얼굴을 문댔다.
“막 줄줄 새잖아.”
“아, 아니야…….”
“이렇게 막 싸다가 앞으로 다신 안 서면 어떡해.”
“아, 안 그래, 안 그래, 진우야.”
“준휘야, 못 싸게 고추 묶어줄까?”
“흐, 뭐? 고, 아니, 왜, 으응…….”
깜짝 놀라 발버둥 치기에 몇 번 더 허리를 흔들어 내벽을 비벼주니 달콤하게 말끝을 끌었다. 그걸 멋대로 허락이라고 듣고, 옆에 걸려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당겨 성기를 감았다. 허리를 뒤틀었으나 뒤가 뚫려 성기가 꽂혀 있는 상태에서 도망갈 수 있을 리 없었다. 멀어지려고 하체를 뒤로 물릴수록 오히려 내 좆을 더 깊숙이 물었다. 눈치를 보며 적당히 꽉 묶고 움직이는지, 너무 조이진 않는지 확인했다. 손을 가져다 대지 못하게 머리채를 쥐고 팔을 확 올렸다. 자연히 상체를 세우며 두 팔로 몸을 지탱했다.
“나는, 후, 너 고장 날까 봐. 망가지면 안 되잖아?”
퍽 생각해주는 척 말을 붙이고 허리를 흔들었다. 앞뒤로, 큰 폭으로 흔들리는 성기를 따라 내벽이 죽죽 밀렸다가 금세 꿈틀대며 다시 붙어왔다. 줄줄 흘러나오는 젤을 모아 손가락을 흠뻑 적시고 성기와 구멍 틈으로 손끝을 꾹 눌렀다.
“아, 아아,”
더 확장되는 느낌에 이준휘가 소리를 질렀다. 두 마디쯤 넣은 상태에서 성기 주변으로 반 바퀴를 쭉 돌리고 손가락을 잡아 뺐다.
“잘 좀 조여 봐, 준휘야. 여기에 넣을 다른 거 찾아오기 전에.”
젤로 젖어 부드럽게 느껴질 뿐, 아주 빠듯하게 감겨오는 감촉을 무시하고 되는대로 말을 지껄였다. 몸으로 무섭게 하는 것보다 말로 겁을 주는 게 나한테는 더 맞을지도 모른다. 이준휘가 의식적으로 힘을 주는지 안쪽이 꽉 조여왔다. 힘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애매한 각도로 찔러 넣고 흔들었다. 그래도 좋다고 허리를 흔들었다. 상체를 들어 이불에 막히지 않은 신음이 자유롭게 방 안을 떠돌았다. 잔뜩 만족한 목소리였다. 성기를 묶이고, 뒷구멍에 동급생의 좆을 끝까지 물고 좋아서 높은 소리를 냈다. 난잡하게 허리를 흔들면서.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엉덩이를 때렸다.
“잘 흔드네. 더 움직여봐.”
이젠 부끄러움도 사라졌는지 가만히 멈춘 내 하체에 엉덩이를 비비고 열심히 흔들었다. 알아서 요동치는 엉덩이를 몇 번 후려치자 기막히게 좋은 소리를 냈다. 평소의 목소리에선 상상할 수 없는, 야하고 깜찍한 소리를. 끝까지 넣고도 모자란다는 듯 문지르기에 한쪽 허벅지를 확 들어 올렸다. 이준휘가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이준휘의 등에 가슴팍을 붙이고 누워 구멍 안을 마구 쳐올렸다. 내 팔에 걸린 허벅지가 제법 유연하게 벌어진 채 구멍에 조임을 더했다. 이준휘의 뒤통수가 내 목 부근에 마구 문질러졌다. 앓는 듯한 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흥분으로 잔뜩 조이는 구멍 틈에서 절정을 맞았다. 이어폰은 풀어주지 않았다.
바로 새 콘돔을 씌우고 흐물대며 늘어지는 이준휘를 당겨 일으켰다. 바닥에 발을 디디고 서 침대 헤드를 잡게 하고, 조금 전에 들어 올린 것과 반대쪽 다리를 허공으로 당겨 올렸다. 불안하게 휘청이는 몸을 그대로 꿰뚫었다. 하악, 비명인지 숨소리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공기를 날카롭게 갈랐다. 부들부들 떨며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아래쪽의 다리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구멍 안에 박아 넣을 때마다 몸이 가볍게 허공에 들렸다가, 어설프게 한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고, 다시 지탱하던 힘을 잃고 휘청였다. 땀에 젖은 손은 매끄러운 침대 헤드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이준휘는 어쩔 줄 몰랐다. 그럴수록 구멍 안을 오가는 내 것에 더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손을 올려 방치하고 있던 젖꼭지를 꽉 조였다. 길게 끌리는 신음이 밀려 나왔다. 세게 당기면서 허리를 뒤로 뺐다가, 힘을 풀어주면서 다시 박아 넣었다. 성기가 빠지면 본능적으로 뒤로 따라오는 몸 때문에 유두가 더 세게 당겨졌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좋아하기에 입안으로 손가락을 넣어줬다. 타액이 흥건한 혀로 열심히 핥고 입술로 조이는 움직임이 퍽 귀여웠다. 잔뜩 젖은 손가락으로 가슴팍을 문질러주자 허리가 달달 떨렸다. 들어 올렸던 다리를 놓아주는 대신 앞쪽에서 목을 쥐었다. 가볍게 압박하자 어깨를 내 가슴팍에 누르며 허리를 휘었다. 성기를 묶은 줄을 풀었다. 다시 한번 목을 압박하는 순간, 이준휘가 안쪽을 좁히며 사정했다. 잠시 눈앞이 새하얗게 점멸했다.
차라리 침대에 가자고 애원하는 몸을 붙잡아 벽에 밀치고 두 번을 더 했다. 이준휘의 것은 정액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묽은 액체를 짜내다 아예 힘을 잃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성기를 넣으면 허리를 흔들고 엉덩이를 붙여왔다. 더 하면 진짜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안을 핥아주면서 정사를 마무리했다. 큰 방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축 늘어진 몸을 넣어주고 대충 시트를 걷어 세탁기를 돌렸다. 쓰레기를 정리하고 욕실에 가니 이준휘가 눈을 반쯤 뜨고 가슴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조금 좁았지만, 욕조를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몇 시간 만에 그 애의 입에서 나온 제대로 된 문장은 잔뜩 쉰 목소리 때문에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내 쪽으로 뻗어 있는 종아리를 문지르며 대꾸했다.
“별로였어?”
“아니. 생각한 것보다 더 좋았어.”
“생각했구나.”
“응…….”
“언제부터?”
“니가 내 이름을 외우기도 전부터.”
“나를 좋아해?”
“그런 것 같아. 너는?”
“나도, 그런 것 같아.”
이준휘는 그 말을 듣고 잘 움직여지지도 않는 몸을 꾸역꾸역 일으켜 내 쪽으로 다가왔다. 품에 답싹 안겨 오는 걸 꼭 끌어안자, 내 귓가에 젖은 입술을 문댔다. 고개를 돌려 그 입술을 찾아 입을 맞췄다. 말캉하게 감겨오는 혀가 기분 좋았다. 내게 기대 축 늘어진 채로 이준휘는 중얼거렸다.
“진짜, 좋은 것 같아.”
내가 할 소리였다.
씻고 나와서는 둘 다 너무 늦은 아침을 먹었다. 냉장고에 있던 찬을 데워 둘이서 허겁지겁 들이켰다. 거실에서 영화를 보다가 이준휘의 바지춤에 손을 넣자 맹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뻔뻔하게 입 모양으로 ‘왜?’ 하고 묻자 체념한 듯 내게 몸을 기댔다. 서지 않는 성기와 발갛게 부은 유두를 괴롭히면서 영화를 봤다. 이제는 이준휘 자체에 묻혀 전처럼 눈길을 미친 듯이 끌진 않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손을 끌어다 입에 넣고 쪽쪽 빨았다. 구부러드는 손가락이 사랑스러웠다. 한 판 더 하자면 못할 것도 없었지만, 일단 이준휘의 체력이 좀 회복되어야 했다.
배달음식을 시켜 잔뜩 먹고 치우지도 못한 채 뻗었다. 뒤늦게 근육통이 밀려오는지 이준휘가 끙끙댔다. 부지런히 몸을 주물러주었다. 하는 양을 보던 이준휘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근데 너, 왜 그냥 안 했어?”
“뭐가?”
“아니,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 매번 콘돔 쓰길래.”
“몸에 안 좋으니까.”
“와…….”
“왜?”
“아니, 그냥.”
그리고 침대에서 뒹굴다 잠들었다. 먼저 잠들어 고른 숨소리를 내는 이준휘를 보며 잠시 생각했다. 새 시트가 하나 더 있었는지, 오늘 빨아 말린 시트가 내일 다 마를지를. 내일은 일요일이고, 부모님은 밤늦게 오신다. 주중에 학교에서 이준휘에게 달려들지 않으려면 내일도 뭐든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준휘가 거절한다면야 어떻게든 참아야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 허리에 팔을 둘러 바싹 끌어당기고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내가 쓰는 제품의 향과 섞인 부드러운 체취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기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