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해가 하늘 가운데까지 움직였을 즈음에야 눈을 떴다. 밤사이 자면서도 끙끙대는 이준휘의 몸을 주물러 주느라 거의 잠들지 못했다. 손바닥 안에 감기는 말랑한 살이 유혹적이라 더 힘든 시간이었다.
잔뜩 부은 눈을 힘겹게 뜨며 이준휘는 늦은 아침을 맞이했다. 냉장고에 있던 식빵과 달걀로 대충 아침을 만들어 주자 눈을 반쯤 뜬 채로 열심히 우물거렸다. 잔뜩 뻗친 머리와 평소와 달리 무방비하게 풀어진 표정이 귀여웠다. 빵가루가 묻은 손가락을 가져와 가볍게 끝을 핥았다. 잠깐 멍하니 입을 벌렸던 이준휘는 급하게 우유를 마시며 눈을 피했다. 이제야 부끄러움이 몰려오기라도 한다는 듯이. 슬쩍 머리카락을 흩트리자 목을 움츠렸다. 귓가가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좁은 입안에 열심히 빵을 밀어 넣는 걸 보며 의자에 기대고 앉아 발을 뻗었다. 빠르게 빵 조각을 씹어 넘기던 이준휘의 턱이 멈췄다. 천천히 내려간 시선이 제 다리 사이에 정확하게 올라앉은 내 발을 응시했다. 당혹스러운 낯이 꽤 볼만했다. 천천히 발로 성기를 압박하며 자극했다. 어제 완전 한계까지 짜낸 것 같은데, 설까? 싶었다. 발 아래에 놓인 물건은 착실하게 부피를 키웠다. 오목한 발 안쪽에 닿는 단단한 감촉이 마음에 들었다.
“뭐, 하는 거야.”
“그냥, 고장 안 났나 확인해 봤어. 마저 먹어, 준휘야.”
얌전히 발을 물리고 물잔을 쥐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이준휘는 잠시 후 제법 날카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어깨를 으쓱하며 물을 마시자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썩 바른 자세는 아니었지만, 발소리가 울리도록 기운차게 걸어와 내 의자를 죽 밀었다. 내 손의 물잔을 낚아채 제 입을 헹구고 덜컥 입술을 부딪쳐왔다. 입가의 빵 부스러기가 내게 닿아 떨어졌다. 순순히 입을 벌리고 준휘의 등을 끌어당겼다. 답싹 허벅지에 앉는 몸짓이 사랑스러웠다. 말캉한 혀가 부지런히 입안을 쓸었다. 양치한 직후의 산뜻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혀의 움직임도 마음에 들었다. 셔츠 안에 손을 넣고 맨 등을 쓸어주자 부드럽게 허벅지로 내 허리를 조여왔다.
등을 쓸던 손을 내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틈 없이 꽉 다물린 곳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흠칫 등을 굳힌 이준휘가 혀를 얽어오며 몸에 힘을 풀었다. 그 틈을 타 한 마디를 안쪽으로 넣을 수 있었다. 빡빡하고 좁은 구멍 안을 조금 느끼다가,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을 올려 혀가 얽히고 있는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다. 마주 비벼지던 두 혀가 정성껏 손가락을 핥았다. 흠뻑 젖은 손가락을 내려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강한 조임을 뚫고 겨우 하나가 다 들어갔다.
이준휘가 ‘제대로’ 느끼는 곳은 깊숙이 있어 손가락으로는 닿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밤 충분히 쑤셔준 덕분인지, 어딜 눌러도 일단 구멍 안이 자극되면 앞이 반응했다. 트레이닝복과 속옷 앞부분을 내리고 끝이 살짝 젖은 성기를 끄집어냈다. 부엌 창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 아래서 이준휘의 것이 훤히 드러났다. 그건 꽤, 맛있어 보였다.
식탁 위를 대충 밀어 자리를 만들고 이준휘를 앉혔다. 아랫도리를 전부 벗겨내자 제가 자진해서 셔츠를 벗었다. 얼굴을 잡아당기며 입술을 문대기에 입안을 정성껏 핥아줬다. 흐으, 녹아드는 신음을 내며 준휘는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렸다.
아직도 약간 도톰하게 부푼 유두를 손끝으로 튕기고 곧바로 얼굴을 내려 성기를 입안에 담았다. 비위가 좋은 편은 아니라 잘 씻었다고는 해도 좆을 물고 있는 게 썩 좋지는 않았지만, 파들거리는 허벅지와 터져 나오는 탄성이 보람찼다. 입안에 힘을 주고 쭉 빨아내고, 혀로 기둥이며 대가리를 마구 핥아주었다. 목 안쪽까지 넣지도 않았는데 준휘는 죽을 것 같다며 울었다. 힘없는 손이 몇 번 머리를 밀어내다가, 제 유두를 쥐고 비틀었다. 음낭을 손 안에서 굴리다 힘주어 쥘 때마다 허리를 떨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안이 찝찝한 액체로 가득 찼다.
뱉어낸 것으로 손을 질척하게 감쌌다. 흥분에 반응해 자연스럽게 풀어진 구멍은 손가락을 잘도 집어삼켰다. 세 개 정도가 한계였지만, 안쪽을 쑤셔 기분 좋게 해주는 데에는 충분했다.
“빨리, 진우야,”
“……콘돔 방에 있는데.”
“싫어, 그냥 해,”
“안 돼. 기다려, 가져올게.”
손가락을 빼며 몸을 일으키자 다급하게 팔을 잡아 왔다. 주변을 둘러보다 손잡이가 둥근 스푼을 집어 들었다. 매끈하게 마감처리가 된 걸 확인하고 구멍 안에 힘주어 밀어 넣자 굵은 부분이 쑥 밀려 들어갔다. 차갑고 딱딱한 물체가 안을 늘리자 이준휘가 몸을 굳혔다.
“이걸로 놀고 있어. 금방 올게.”
방에서 콘돔과 젤을 챙긴 뒤 발소리를 줄여 돌아왔다. 끄는 듯한 준휘의 신음이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이준휘는 내가 가까이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제법 열심히 몸 안에 들어간 물건을 돌리고 있었다. 숟가락의 둥글고 넓은 부분을 제외한 막대 부분을 전부 밀어 넣고 부지런히 제 안을 휘저었다. 좋은 곳을 찾지 못하는지 애타는 손놀림으로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도달하지 못한 성기가 공기 중에서 끄덕였다.
“준휘는 내 것보다 그게 더 좋은가 봐?”
당황한 낯의 이준휘가 스푼을 놓고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잘못해서 안에 들어간 걸 건드릴까 봐 급히 몸을 밀어 눕히고 스푼을 쭉 잡아 뺐다. 스스로 젖는 방법이라도 터득해가고 있는 건지, 젤 없이도 손가락 여러 개가 안쪽으로 수월하게 들어갔다. 넓게 벌려 안쪽을 늘리면서 콘돔을 손에 쥐여줬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이 포장을 벗겨 얄팍한 막을 내 것에 씌웠다. 젤을 한 번 짜 덧칠해주고 바로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 아흐,”
떨리는 몸에 맞추어 성기도 공기 중에 흔들렸다. 양 유두를 꽉 쥐고 아프게 비틀어준 뒤, 어깨를 내리누르고 몸을 움직였다. 식탁이 덜컹거려 그릇이 조금씩 밀려났다. 딱딱해서 등이 배길 텐데도 이준휘는 좋아서 몸을 떨며 아, 아, 신음을 흘렸다. 황홀하게 젖어 든 표정이 야했다. 환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내 걸 아래쪽에 끝까지 꽂아 넣고 좋아서 침도 못 삼키는 표정이.
제일 좋아하는 깊은 지점을 몇 번 찔러주자 울컥울컥 정액을 싸지르기에 가슴팍에서 그걸 대충 그러모아 입 가까이에 대주었다. 발간 혀가 정성껏 제 것이 묻은 내 손을 핥았다. 준휘는 그 딱딱한 식탁 위에서도 잘게 허리를 흔들었다. 팔을 당겨 몸을 일으키게 하고 아이를 안듯 확 들어 올렸다. 나와 10kg에서 15kg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남자애의 몸은 묵직했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준휘는 다급하게 다리를 감고 내 것을 품에 넣은 채 내려달라 칭얼댔다. 무시하고 벽에 기대게 하며 내벽을 쳐올렸다. 내게 의지하느라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어 낭창하게 감기는 맛은 없었지만, 꽉 조이는 느낌과 쳐올릴 때마다 더 쉽게 무너지는 이준휘의 표정이 좋았다.
“준휘야,”
“응, 으응, 아, 흐읏,”
“뭐 해줄까?”
“하, 내려, 줘…….”
“그거 말고. 내가, 뭐, 해줬으면, 좋겠어?”
안쪽을 빠르게 올려치자 숨넘어갈 듯 목을 꺾다가 벽에 머리를 비비며 대답했다.
“아프, 아프게, 못되게 굴어줘. 막, 괴롭혀줘.”
“어떻게?”
“힉, 학교에서, 해줘. 묶어놓고 엉덩이를 때려줘. 쉬지 말고 박아줘. 젖꼭지를, 으응, 아프게. 목을 졸라줘. 아, 나를, 나를, 망가뜨려 줘. 너무 좋아. 좋아, 진우야. 내 안에 사정해줘. 괴롭혀, 흐아, 아, 좋아. 아프게 박아줘. 무서워, 지금 너무 좋아…….”
내게 감았던 팔을 툭 늘어뜨리며 사정했다. 벽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내리는 몸을 안아 올렸다. 이준휘는 할딱이며 내게 몸을 맡겼다. 준휘야, 자위해 봐. 농담조로 속삭이자 방금 사정해 축 늘어진 제 것을 쥐고 흔들었다. 서서히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을 쥐고 이준휘가 제 젖꼭지를 꼬집을 즈음에야 방에 도착했다. 홀딱 벗은 몸을 침대에 밀어 눕히고 주방에서 주운 끈을 단단히 쥐었다. 성기에 몇 번 둘러 리본을 묶자 이준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프진 않을 것이다. 부끄럽겠지. 붉은 끈이 치장하듯 성기를 둘러싼 모습이 색정적이었다. 사놓고 필름을 딱 두 장 쓴 폴라로이드를 집어 들어 준휘의 사진을 찍었다. 상반신에 정액을 잔뜩 묻히고 다리를 활짝 벌린 모습이 천천히 나타나는 걸 보며 다시 안쪽을 파고들었다. 이준휘는 제 머리 위쪽으로 떨어진 사진이 못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지만, 허리를 몇 번 흔들자 내게 찰싹 붙어왔다. 훨씬 움직이기 편해진 침대 위에서 저도 허리를 흔들고 내 가슴팍이며 등을 더듬었다. 사진을 걸어두는 장식용 줄에 쓸쓸히 달려 있던 집게를 빼 통통하게 부은 유두를 집었다.
“아, 흣,”
손가락을 집어봤을 땐 별로 아프지 않았는데, 발갛게 부은 유두에는 자극이 과했는지 허리가 뒤틀렸다. 반대쪽 유두를 손끝으로 자극하니 등을 유연하게 휘며 할딱였다. 곱게 휜 목덜미를 죽 핥고 이를 세워 핏줄을 눌렀다. 내벽이 성기를 더 쫀득하게 물어왔다.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걸 억지로 떼어내고 퍽퍽 세게 안을 쳐올렸다. 준휘의 다리가 마구 흔들렸다. 연신 쏟아지는 달큰한 신음이 머릿속을 몽롱하게 채웠다. 집게를 떼어내는 순간, 준휘가 안쪽을 꽉 조이며 사정했다. 사진 근처로 집게를 던지며 나 역시 콘돔 안을 채웠다.
뒤처리하며 잠깐 쉬게 두자 머리맡을 더듬어 사진을 찾아냈다. 확인하고 목덜미까지 벌겋게 달아오르는 모습이 퍽 사랑스러웠다. 아래쪽은 흥건하게 적신 채로, 사진 속의 모습과는 별반 다를 것도 없게 리본도 아직 묶고 있으면서 뭘 부끄러워하는 것인지. 대충 몸을 잡아내려 다시 손가락을 넣고 안을 더듬었다. 바둥대기에 혹사당하지 않은 유두에 집게를 물리니 금세 등을 시트에 비비며 교태를 부렸다.
“학교에서 해줘?”
“아, 그건…….”
“소리 안 낼 수 있어? 팬티라도 입에 물게?”
“그게, 진우야,”
“해줄게. 하자, 학교에서. 화장실에서 박아줄게. 너 거기 가는 거 좋아하잖아. 나랑 한 칸에 들어갈 때마다 그 생각했어?”
“……응.”
“귀엽네, 이준휘. 다음에는 여기에 다른 거 넣는 것도 보여줘. 내가 달라고 하면 자위하는 사진 찍어서 보내. 유두에 집게 달고 내 걸 넣는 상상 하면서 허리를 흔드는 걸 보여주는 거야. 나는 아침에도, 자기 전에도 너 보고 싶어. 다른 사람은 못 보는 모습 나는 다 보고 싶다. 너 졸업하면 염색하는 것도 보고 싶고, 다 상한 머리카락에 좆도 문질러보고 싶어. 네 손가락 사진은 만 장은 있으면 좋겠고, 알몸 사진은 그보다 배는 있으면 좋겠다. 나는, 그래.”
그 소리를 들으며 이준휘는 성기를 빳빳하게 세웠다. 리본을 죽 풀어내자 헐떡이며 제 걸 잡고 흔들었다. 고작 말 좀 들었다고 흥분해서 그러는 거야 지금? 건강을 위해서라도 콘돔은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주의였지만, 원하는데 그냥 해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꼴렸다. 없는 인내심을 그러모아 다시 얇은 막을 뒤집어썼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안쪽을 파고들었다. 내 움직임에 맞추어 이준휘가 제 걸 흔들었다. 양손을 잡아 머리 위로 고정하고 내벽을 마구 쳐올렸다. 끄덕이는 성기가 안쪽이 쑤셔질 때마다 울컥거리며 액을 뱉어냈다. 온몸을 떨며 느끼는 이준휘를 내리누르고 쉼 없이 성기를 꽂아 넣었다. 엉망인 얼굴. 남는 손을 들어 벌어진 입술 사이에 넣고 혀를 꾹 눌렀다. 잔뜩 긴장한 혀가 겨우 손가락을 감아왔다. 대충 손가락으로 입 안쪽을 쑤셔주며 허리를 놀렸다. 젖은 손가락을 내려 부푼 유두를 문질러주자 할딱이며 마구 소리를 질렀다. 잔뜩 쉰 목에서 겨우 새어나가는 신음이 애처롭고 자극적이었다. 아까보다 한참 동안 유두를 조이고 있던 집게를 떼어냈다. 이준휘가 소리 내 울음을 터트리며 내벽을 조였다. 어서 사정하지 않고 뭐하냐는 듯이. 성기를 잡아 빼 콘돔을 벗기고 이미 정액으로 흠뻑 젖어있는 몸 위에 내 걸 더했다. 소리는 멎었지만 준휘는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처음 삽입섹스를 한 이후로 준휘와 나는 틈만 나면 붙어먹었다. 고삐라도 풀린 것처럼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고 야무지게 챙겼다. 지난 밤 부모님께서 집을 비우셨다. 그 틈을 타 또 밤새 뒹굴었다. 아침이 오는 게 아까워서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한 판 더 했다. 씻으면서 구멍을 실컷 쑤셔주자 준휘는 좋아서 엉엉 울었다. 혀가 다 풀린 말을 하면서. 욕실 선반에 콘돔을 숨겨두길 잘했다.
손가락으로 안쪽을 좀 헤집으면 금방 앞을 흥건하게 적시며 칭얼댄다. 부족하다고, 성기를 넣어달라고. 준휘는 점점 더 솔직해지고 있다. 나는 그게 무척 좋았다. 뭘 좋아하는지 몰라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젠 해석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지만, 이준휘는 속을 읽기 쉬운 타입은 아니었다. 내가 매번 걔 눈썹 한 올의 움직임에도 얼마나 집중했는지 모른다. 혹시라도 미약한 거부의 뜻을 놓칠까 봐, 실수할까 봐. 이준휘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니까.
나란히 등교하면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통통하게 부은 입술을 핥고 싶은 걸 참느라 주머니 안으로 허벅지만 열심히 쥐어뜯었다. 어제 잔뜩 빨고 씹어 놓은 젖꼭지와 입안으로 쭉쭉 빨아들여 발갛게 부은 성기를 괴롭히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사실, 그렇게 하면 좋아서 할딱일 준휘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건 좀 이쪽의 차원을 벗어나는 장면이었다.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혔다. 그만큼 좋았다. 아마 나는 이준휘의 손끝에서 이 표정의 한 자락을 보고 홀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 틈으로 손가락 한 번 걸어볼 생각도 못 했다. 진짜 설 것 같아서. 준휘의 몸은 중독성이 강했다. 머릿속이 걔랑 섹스하는 거로 가득 차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냥, 우리는 둘 다 그런 게 처음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한 오십 년쯤 만나고 나면, 눈 마주치면 섹스부터 생각하기 전에 다른 걸 좀 떠올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그러기엔 준휘와 내 피가 너무 고온이었다. 끓어 넘치기도 전에 전부 기체가 되어 높은 곳을 향해 솟구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눈이 자꾸 마주쳤다. 머릿속이 습하게 젖어 들었다.
이준휘는 조회가 끝나자마자 나를 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우리는 아예 청소도구 칸을 바깥쪽에서 못 열게 만드는 법을 찾아냈다. 몇 없는 청소도구를 엮어 문을 고정하면 밖에서 열 수 없었다. 그러면 넓은 도구함에서 비교적 쾌적하게 발정할 수 있었다.
아침 자습시간은 고작 30분, 뒤를 풀어주고 넣기엔 한참 부족했다. 준휘는 제 손을 저지하는 손짓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지 안에서 내 성기를 끄집어냈다. 손이 닿을 때 이미 반쯤 힘을 받기 시작한 걸 입에 넣고 정성껏 굴려 순식간에 세웠다. 내가 준휘를 파악한 만큼, 준휘도 나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쪽으로 요령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전혀.
제 바지를 내리고 등을 보이기에 급하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그냥은 못 한다고, 1교시째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려고. 나오려는 말을 막은 건 준휘의 작은 목소리였다. 흥분으로 떨리는, 은근한 음성.
“넣어줘, 그냥. 아직 열려 있어.”
말없이 셔츠 아래로 드러난 엉덩이만 주무르자 부랴부랴 말을 덧붙였다.
“아침에도 했잖아. 풀지 말고 그냥 넣어줘, 진우야…….”
둔부를 뭉근하게 쓸던 손을 내려 구멍 언저리를 더듬었다. 살짝 부푼 그곳이 천천히 개폐를 반복했다. 충분히 풀어져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지, 준휘가 의식적으로 힘을 빼 뒤를 여는 게 훤히 느껴졌다. 삽입섹스를 하기 시작한 이후로 늘 챙겨 다니던 콘돔을 꺼내 빠르게 씌웠다. 시간이 부족했다.
끝을 맞추고, 아주 느리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콘돔에 칠해진 젤의 힘으로 끝이 조금 밀려 들어갔다. 천천히, 내 것이 준휘의 안을 열면서 들어가는 것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빠듯하게 성기를 감싸는 내벽과 서서히 젖어 드는 안쪽. 안을 파고드는 감촉만으로도 이미 빳빳하게 서서 말간 액을 흘리는 준휘의 것. 느린 삽입은 그 진행 과정을 생생하게 뇌에 전달했다. 준휘의 내벽이 어떻게 열리고 어떤 움직임으로 내 것에 맞춰지는지. 얼마나 빠듯하게 나를 감싸고 안쪽으로 끌어당기는지를. 숨이 턱턱 막혀와 동그란 뒤통수 위에 깊은숨을 흩뿌렸다. 준휘는 그 작은 입바람에도 목 뒤의 솜털을 곤두세우며 몸을 떨었다. 내벽이 더욱 은근하게 성기를 압박해왔다.
등교하기 직전까지 내 것을 물고 열려있던 공간은 파고드는 것에 적응해 금방 길을 트고 자리를 만들었다. 막힘없이 끝까지 밀어 넣고 숨을 골랐다. 잔뜩 흐트러진 준휘의 숨소리가 칸막이에 부딪혀 청소 도구 칸을 떠돌았다. 말랑한 엉덩이는 지난밤의 흔적으로 아직도 붉게 부풀어 있었다. 연약한 살에 까슬한 음모가 닿는 것이 편안하지 않을 텐데, 준휘는 내색 없이 기쁘게 엉덩이를 붙여왔다. 이미 한계까지 물고도 더 깊숙이 들어오길 바라는 것처럼.
“소리 죽여.”
경고와 동시에 칸막이와 준휘의 입술 사이에 손을 넣어 뜨거운 숨을 쏟는 입을 막았다. 눈을 제외한 얼굴의 절반을 쥐고 허리를 쳐올렸다. 밖으로 자유롭게 나가지 못한 신음이 윽, 윽, 하며 목 안에서 울렸다. 그 억눌린 소리도 제법 듣기 좋았다. 소리가 울리는 목덜미를 이를 세워 물었다. 눈에 띄는 자국이 나지 않을 정도로만. 준휘의 머리 길이로는 교복 깃에 감춰지지 않는 상처를 가릴 수 없었다.
준휘는 바들바들 허리를 떨면서도 열심히 엉덩이를 내게 붙여왔다. 둥글게 휜 척추가 요염했다. 하체를 크게 움직여 성기를 죽 잡아 빼고 단번에 밀어 넣었다. 손도 대지 않은 성기에서 불투명한 액체가 줄줄 샜다. 힘차게 뿜어내기엔 밤새 소모한 에너지가 너무 많았다. 찌걱이는 젖은 소리가 고요한 화장실을 울렸다. 살벌하게 울리는 살 부딪히는 소리는 덤이었다. 안쪽이 뭉개질 정도로 박아 넣고 있는데, 준휘는 아파하는 대신 뒤를 조이고 허리를 흔들었다.
돌아갈 여유가 없었으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준휘가 가장 느끼는 곳만 골라 때려 박았다. 준휘의 것이 실금하듯 정체를 확신할 수 없는 액체를 줄줄 짜내기를 몇 번, 결국은 다시 서지도 못했다. 그래도 내벽은 성의껏 뒤틀리며 쾌락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감각을 느껴댔다. 안쪽을 차지하고 실컷 움직이는 내가 모를 수가 없었다. 다 풀린 다리로 열심히 제 무게를 지탱하며 흔들리는 허리가 준휘의 막힌 입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얼마나 좋은지를.
“좋아, 준휘야?”
입을 막은 손의 힘을 풀어주자 답답했던 숨을 몰아쉬며 동그란 고개가 요동쳤다. 격한 끄덕임에 칸막이에 머리라도 박을까 급히 손을 끼워 넣었다. 제 이마를 받친 손을 이로 끄집어내린 준휘가 혀를 내어 손바닥을 핥았다. 그 사랑스러운 애무를 받으며 피치를 올렸다. 자습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세게 때려 넣자 사정도 못 하는 몸이 전신의 근육을 꽉 조이며 부들부들 떨었다. 가는 데 굳이 사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준휘의 몸을 통해 배웠다. 가혹하지 않은가 싶었지만, 준휘는 그렇게 몰아세워지는 걸 좋아했다. 몸이 한계까지 몰려 더는 안 된다고,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 이후까지 억지로 끌고 가주길 원했다. 품속의 준휘가 허물어졌다. 두 팔로 무너지는 상체를 받치고 내 것을 잡아 뺐다.
정리를 마치고 급히 돌아와 의자에 앉자 바로 종이 울렸다. 그사이 자리가 바뀌어 나는 대각선 방향에 앉은 준휘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책상 대형을 바꿔 짝이라는 게 사라진 상황에서 굳이 자리를 바꿔 곁에 앉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다. 칠판을 보는 척하며 준휘를 볼 수 있는 자리에 만족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발갛게 열 오른 준휘의 뺨은 네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식지 않았다. 아픈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점심시간이 지나자 또 멀쩡한 낯으로 돌아와 있었다. 안 돌아가는 머리를 붙잡고 밀린 공부에 집중했다. 도저히 더는 섹스 비슷한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채점을 기다리는 문제집 따위가 눈에 들어왔다. 다 집어 던지고 섹스는 못 하더라도 이준휘를 만지고 싶었지만, 여기는 학교고 우리는 학생이었다. 애써 이성을 다잡았다. 준휘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참는 시간이었다. 다시 충전되고, 준비될 때까지.
이틀에 한 번은 서로의 몸을 만지고, 일주일에 한 번은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섹스를 했다. 하얗게 재가 되어 사라지는 무언가가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허리를 흔들고 혀를 비볐다. 정신 나간 것 같은 생활이었지만, 우습게도 다음 시험 점수가 둘 다 올랐다. 안심하고 더 열심히 붙어먹었다. 닿지 못하는 날에는 애써 뇌를 정리해두고 시험을 위한 지식을 쑤셔 넣으면서. 그러는 사이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보충수업마저 끝나고 의무적으로 가야 할 곳이 사라진 8월, 부모님께서 결혼 20주년 기념 여행을 떠나셨다. 집이 비었다. 우리는 학교에 갈 필요도 없었다. 준휘는 커다란 가방을 메고 버스에서 내렸다. 냉큼 받아 둘러메고 집으로 향했다. 열기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로 위를 신발 밑창으로 꾹 눌렀다. 준휘까지 어깨에 메고 집까지 달음박질하고 싶었다. 마음이 조급해서 자꾸 마른 침을 삼켰다. 퍽 빠르고 거친 걸음에도 준휘는 보조를 맞춰 걸었다. 마음에 찰 만큼은 아니지만, 집이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함초롬하게 땀에 젖어 집에 들어온 준휘에게 무작정 입술을 비볐다. 훤히 드러난 팔로 준휘가 냉큼 등 뒤를 감았다. 아랫입술을 빨고 혀를 밀어 넣자 입을 벌리고 제 혀를 얽었다.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준휘의 가방만 현관에 내려놓고 넉넉한 품의 셔츠 아래로 손을 넣었다. 손을 넓게 펼쳐 힘이 들어간 복부를 쓸자 준휘가 내 입안으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허겁지겁 벌어진 입술을 덮었다. 혀를 깊이 넣어 여린입천장을 쓸자 등을 쥔 준휘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상의를 벗어 던지면서 겨우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꿉꿉한 몸을 연신 쓸고 쥐었다. 준휘의 손이 조심스럽게 내 등을 어루만졌다. 맨 등에 닿는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은 혀끝만큼이나 자극적이었다. 급히 바지를 내리고 속옷 안에 손을 넣어 준휘의 것을 쥐었다. 손 안에 흡족하게 들어찰 만큼 부피를 키우고 이미 끝을 적시고 있었다. 준휘가 끄집어낸 내 것과 맞잡고 흔들었다. 허리를 쳐올리자 준휘가 휘청거렸다. 소파에 밀어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쪼리를 신어 맨발이었던 나와는 달리 양말을 신은 준휘의 발이 허공에 달랑였다. 허벅지 안쪽부터 손을 쭉 내려 양말을 벗겨냈다. 다리를 훑어내리는 손짓에 준휘가 허리를 휘었다. 힘이 들어가 선명해지는 근육의 결이 유혹적이었다. 눈에 띄게 근육이 붙은 몸은 아니었는데, 꾸준히 하는 섹스가 운동이 되었는지 복근이며 다리 근육 따위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체력도 늘어 함께 보내는 밤의 시간도 이전보다 길어졌다. 꼬박 2주를 못 하고 만난 어느 주말에는 종일을 넣고, 싸고, 만지는 데 썼다. 그야말로 10대다운 혈기를 함께 나누고 있었다.
소파에 덮어둔 천이 준휘의 등 아래에서 마구 구겨졌다. 넓게 벌어진 다리 사이 좁은 틈에 손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을 넣고 안쪽을 조금 눌러주자 나름대로 내벽을 적시기 시작했다. 내 걸 넣는 데 익숙해진 몸은 어느새 안을 적시는 법을 배웠다. 충분하진 않았지만, 다치거나 찢어지지 않을 만큼은 되었다. 젤이 충분히 발린 콘돔을 사용하면 따로 젤을 쓰지 않아도 안전한 교접이 가능했다. 굳은 젤 값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샀는데, 준휘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다. 좋은 여름방학이 되면 좋을 텐데.
잔뜩 기대하고 있는 몸을 가볍게 찰싹 때렸다. 쿠션을 쥐고 뒷머리를 비비고 있던 준휘가 해사하게 웃었다. 창 모양대로 가슴팍에 그려진 햇빛 무늬를 따라 손가락을 굴렸다. 하얗게 빛나는 몸이 움츠러들었다. 힘이 들어간 복부를 손바닥으로 쓱쓱 쓸며 안쪽을 늘렸다. 따로 운동하고 있는 건지, 그렇게 해댔는데도 여전히 좁고 빠듯했다. 집안 여기저기 뿌려 뒀던 콘돔을 하나 들어 포장을 죽 찢었다. 나중에 주울 게 별로 안 남았으면 좋겠다. 그 정도는 해야 2학기를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내 엉덩이 뒤쪽을 발로 눌러 삽입을 재촉하는 준휘의 몸 안에 내 것을 묻었다. 작은 탄성이 익숙하게 집 안을 울렸다. 이 소파는 이제 준휘의 무게와 내 움직임까지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더 많은 것을 해보자. 혼자 멋대로 각오하며 부드럽게 휜 목에 입을 맞췄다. 준휘의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짧게 한 번 치고 빠져 급한 불을 끄고 점심을 먹었다. 냉장고에 잔뜩 쌓여 있는 밀폐 용기에서 반찬을 꺼내 데우고, 아침에 해둔 밥을 밥그릇이 꽉 차도록 담아냈다. 준휘가 양 볼을 볼록하게 부풀리며 밥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동그랗게 솟은 볼이 보기 좋았다. 벌떡 일어나 통통하게 마중 나온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준휘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절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않으며 젓가락을 놀렸다.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따뜻했다.
프라이팬에 다시 한번 볶아낸 잡채를 맛있게 먹기에, 아예 통 하나를 탈탈 털어 더 데웠다. 눋지 않게 젓가락으로 뒤적이고 서 있자 준휘가 등 뒤에서 팔을 감아왔다. 판판하게 펼친 손이 느릿하게 복부를 문질렀다. 절로 힘이 들어가 침을 꿀꺽 삼켰다.
“뭐해.”
“진우야, 너 등 멋있다.”
불을 끄고 뒤돌아 준휘의 입술을 삼켰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입안 가득 맴돌았다. 허리를 바짝 끌어당기자 등줄기에 놓인 준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신없이 준휘의 입안을 핥아내고, 말랑한 혀를 얽고 마구 비볐다. 목으로 넘어가는 타액이 달큰했다. 단것은 먹지 않았는데도. 달착지근하게 달라 붙어오는 점막에서 겨우 혀를 떼고 물러났다. 하루 이틀 함께 있을 것도 아닌데, 준휘를 잘 먹여야 했다.
“밥 먹어. 준휘야.”
올려다보는 눈매에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살며시 팔을 쥐고 이끌어 다시 의자에 앉혔다. 손잡이에 꽃이 그려진 나무젓가락으로 잡채를 집어 입 앞에 가져다 대니 슬쩍 입을 벌렸다. 귀여워서 부슬부슬한 머리를 슬슬 쓰다듬었다. 준휘는 오물오물 열심히도 잡채를 씹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 열심히 그 작은 입술 앞에 밥을 가져다 대고, 장조림을 날랐다. 밥 한 그릇이 깨끗이 사라졌다. 설거짓감을 싱크대에 넣고, 남은 반찬을 정리해 냉장고에 넣었다. 대충 정리를 끝내고 욕실에서 사이좋게 양치했다. 좁은 거울에 꽉 들어찬 우리 둘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준휘가 내 방 침대에 폭 파묻혔다. 통이 넓은 반바지가 말려 올라가 보얀 허벅지가 훤히 보였다. 부들부들한 살결이 찰싹 때려 붉은 손자국을 남겨주길 기대하는 것 같았다. 깨끗한 흰 티 밑단을 쥐고 내 눈치를 봤다. 피식 웃으며 상의를 벗어냈다. 옷으로 잠깐 가려졌던 시야가 트이자 어느새 바지까지 벗어 내리고 있는 마른 등이 눈에 들어왔다.
“준휘야, 우리 공부해야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윗도리는 이미 벗어 던졌고, 속옷이 갑갑할 만큼 성기도 힘을 받았는데 공부는 무슨. 바지를 내리다 멈칫한 준휘가 눈만 들어 나를 노려봤다. 벌써 눈가가 발갛게 물들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꼭꼭 씹던 준휘가 눈을 내리깔며 툭 말을 뱉었다.
“다 하고 왔어.”
“나도, 다 했어.”
공부에 다 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나름대로 정해놓은 마지노선은 지켰다. 준휘와 온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난주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같은 대학 가자는 말은 마음에 묻었다. 네가 어디로 가든 그 근처로 갈게. 그 말도 삼켰다. 나오지 못한 말 대신 허리를 굽혀 속옷을 내리는 것에 집중한 정수리에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준휘의 속옷이 발끝을 지나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보며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잡고 내렸다. 벗은 상체를 툭 밀며 그 위에 올라탔다.
이미 예쁘게 모양을 갖추고 끄덕이는 성기를 손에 쥐었다. 손 안에 들어차는 감각까지 사랑스러웠다. 멋대로 살짝 주무르며 색이 짙어진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준휘가 짧은 숨을 흩트렸다. 매끈한 손가락이 목 뒤를 휘감고 흐르듯 움직였다. 부드럽게 누르는 힘에 맞추어 혀에 톡 걸리는 유두를 강하게 빨아들였다. 엷게 근육이 잡힌 허리가 유연하게 휘었다. 붕 뜬 등을 따라 피아노 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준휘가 허벅지를 넓게 벌리고 내 손 안으로 제 것을 찔러 넣었다. 칭찬하듯 이를 세워 가슴팍을 긁자 고개를 꺾으며 자지러졌다. 한없이 민감한 몸. 등 뒤를 더듬던 손을 빼 이 사이에서 씹히고 있지 않은 다른 쪽 유두를 그러쥐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우고 강하게 마찰하자 세운 발끝이 시트를 긁었다.
“젖꼭지 정말 좋아하네. 여기가 그렇게 좋아?”
“읏, 으응…….”
달큰하게 흩어지는 신음을 귓바퀴 안으로 열심히 쓸어 담았다. 손을 뻗어 책상 서랍을 당겼다. 줄과 스위치가 달린 작고 동그란 물건을 꺼내자 준휘의 눈이 크게 뜨였다. 스위치를 올리고 진동하는 분홍색 물건을 발갛게 부푼 유두에 댔다. 흠칫, 준휘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허리에 올라타 움직이지 못하게 손으로 어깨를 내리누르고 바이브레이터로 젖꼭지를 꾹 짓눌렀다.
“뭐, 뭐야,”
“왜, 싫어?”
가슴 위 가장 예민한 부분에서 전해지는 작은 진동에 준휘가 발버둥 쳤다. 허리에 자신보다 무거운 나를 얹고, 어깨가 침대에 꾹 눌린 상황에서는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움직일 때마다 등 뒤의 성기가 툭툭 나를 쳤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감각이었지만, 이준휘니까 괜찮았다.
“지, 진우야…….”
준휘의 얼굴이 울 것처럼 일그러졌다. 단정한 낯이 습하게 젖어 드는 이 표정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애처로운 음성을 무시하고 톡 불거진 유두를 분홍색 기구로 이리저리 밀쳤다. 아래 깔린 허리에서 떨림이 전해졌다.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작은 기계가 뭐라고, 그 진동에 준휘는 허리를 떨었다.
“좋지?”
대꾸가 없기에 더 집요하게 가슴팍에 기구를 붙였다. 눈가가 젖어 든 준휘가 헐떡였다.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자극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말해줘, 준휘야. 좋아?”
“으, 응, 좋아. 좋아, 아흐, 으응…….”
“오른쪽도 만져주고 싶은데, 내가 손이 없네. 네가 직접 해봐, 준휘야.”
입술을 일그러트리며 고민하던 준휘가 주춤주춤 손을 움직였다. 이미 반항의 의지를 잃고 침대에 널브러진 두 팔이지만, 어깨를 내리누른 손을 치우진 않았다. 허리를 뒤틀게 놔두면 진동으로 한 곳을 집요하게 괴롭힐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는 한계까지 준휘를 몰아세울 수 없었다.
준휘의 손끝이 빳빳하게 서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제 유두를 쥐었다. 꽉 쥐어 압박하고 비트는 모양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왼쪽 유두에 가져다 댄 바이브레이터를 살짝 띄웠다가 꾹 누르는 걸 반복하며 자극했다. 아무리 오른쪽 젖꼭지를 비틀어도 왼쪽의 감각을 떨칠 수 없는지, 손가락의 움직임이 점차 거칠어졌다. 유두를 뜯어버릴 듯 당기고, 짓뭉개듯 마찰하는 준휘는 이제 제 몸 위에 앉은 내 존재조차 희미하게 느끼는 듯했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러내리고, 맞춰지지 않은 초점이 허공을 방황했다. 흐, 흐아, 이성이 사라진 소리가 퍽 괴로운 빛으로 허공을 울렸다. 꼿꼿이 서 내 뒤에 딱 붙은 준휘의 성기가 움찔움찔 튀었다. 기세 좋은 움직임에 맞추어 진동기로 유두를 살살 긁었다.
“하으, 읏,”
높은 교성이 공중으로 튀었다. 움찔대던 성기의 진동이 조금씩 잠잠해지고, 등 뒤 어느 부분을 축축하게 적신 준휘의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제 오른 유두를 괴롭히던 손은 멈추었지만, 떨어지지 않는 왼쪽의 기구에 상체가 흠칫 경련하듯 떨렸다. 어깨를 짚었던 손을 떼고 등 뒤로 돌려 힘이 빠지기 시작한 성기를 쥐었다. 축축하게 젖은 물건을 꾹 쥐자 준휘의 초점이 겨우 내게 맞춰졌다.
“그렇게 좋았어, 준휘야? 젖꼭지만으로 갈 정도로?”
부러 눈을 곱게 접으며 웃음 짓자 낯을 시뻘겋게 붉히며 버둥댔다.
“이제 떼, 떼 줘.”
“그래.”
순순히 유두에서 기구를 뗐다. 입꼬리를 시원하게 당겨 웃으며 조금 전까지 준휘가 혹독하게 괴롭히던 오른쪽 젖꼭지에 진동기를 눌러 붙였다. 준휘가 다급히 바둥댔지만, 이미 한쪽 어깨를 눌러 내린 뒤였다. 등 뒤가 한 번 더 젖어 들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이번엔 더 빨리 도달했다. 스위치를 끄고 할딱이는 입술에 내 것을 물렸다. 매끈매끈한 혀가 기둥을 핥으며 입안을 조였다. 입가가 붉게 부풀 때까지 다소 거칠게 성기를 박아주었다. 목 안쪽을 늘리는 부피감에 준휘의 것이 다시 힘을 받았다.
흥분으로 흐려진 눈을 확인하고 입안에서 내 것을 빼냈다. 아까 한 번 해서 살짝 젖어있는 안쪽에 바이브레이터를 꾹 밀어 넣었다. 성기 모양의 삽입용 딜도에 비해 부피도 작고 기능도 한정적이었지만, 안쪽은 어차피 내 걸로 쑤셔줄 생각이라 상관없었다. 손가락이 닿는 지점까지 쭉 밀어 넣고 스위치를 올렸다.
“아, 아아,”
내벽을 자극하는 낯선 진동에 준휘의 몸이 잔뜩 긴장했다. 허겁지겁 내 몸을 붙잡아 오기에 얌전히 몸을 숙여 등을 잡게 두었다. 뻣뻣하게 힘이 들어간 손가락이 등 위에서 삐끗 미끄러지고, 다시 급히 올라와 손끝을 박아 넣었다. 이렇게 써서야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지만, 인공적인 딸기 향이 나는 콘돔을 씌우고 분홍색 줄이 삐져나온 구멍에 내 것을 꾹 눌러 붙였다. 빠끔 열린 구멍이 금세 귀두를 먹어치우고 기둥을 쭉 빨아들였다. 안쪽으로 파고든 성기 끝에 진동하는 기구가 닿았다. 당황한 내벽이 평소와 다른 움직임으로 안을 조이고 풀기를 반복했다. 겁이라도 먹은 것처럼 온몸을 떨며 어쩔 줄을 모르는 준휘의 모습과 함께, 색다른 자극이었다.
성기를 쭉 잡아 뺐다가 단번에 퍽 쳐올려 안쪽의 기계를 쭉 밀어 올렸다. 짧은 줄이 다 들어가 리모컨만 구멍 밖에서 달랑였다. 뒤쪽으로 늘어진 리모컨을 앞으로 옮기고 허리를 쳐올렸다. 양팔에 준휘의 허벅지를 끌어안은 채 내부를 치대자 리모컨이 준휘의 구멍 근처를 때렸다. 힛, 힛,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준휘가 몸을 떨었다. 깊숙한 곳에서 지잉 울리는 진동기가 성기를 세게 박아 넣을 때마다 귀두 끝에 닿아 밀려 들어갔다가, 잡아 빼는 움직임에 조금 딸려 나왔다가, 다시 안쪽으로 밀려들었다. 끝에 닿는 기계의 감촉은 빈틈없이 내 것을 감싸는 준휘의 내벽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성감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어느새 등 뒤에 둘렀던 팔도 떨어뜨린 채 침대에 늘어진 준휘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눈물을 떨구며 반사적인 신음을 흘렸다. 착실하게 반응하는 내벽과 움찔움찔 튀는 허리, 빳빳하게 서서 허공에서 끄덕이는 성기가 겨우 그가 이 섹스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성기를 끝까지 박아 넣은 채로 안쪽에서 징징 울리는 기계의 줄을 당겼다. 천천히, 진동기가 내벽과 성기 틈을 넓히며 바깥쪽으로 끌려오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준휘가 황급히 초점을 내게 맞추며 팔을 쥐어왔다.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 진동기가 안쪽을 순간적으로 넓히며 귀두 곁을 지나 기둥 쪽으로 미끄러졌다. 준휘가 외치듯 소리를 냈다. 팔을 꽉 잡았을 뿐 거부하지도, 저항하지도 않았지만, 크게 뜨인 눈에선 아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굵은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이미 잔뜩 젖어 있던 성기가 울컥거리며 정액을 내놓았다. 진동기가 기둥 곁을 따라 바깥쪽으로 밀려 나오는 동안, 착실하게. 마침내 꽉 조이는 입구를 툭 빠져나오는 순간, 준휘의 몸이 다시 축 늘어졌다.
어떻게 정신을 수습하지도 못하는 몸을 붙잡고 단번에 안쪽을 찍어 눌렀다. 전립선을 세게 쳐올리자 방금 사정한 주제에 성기가 또 부들거렸다. 끈적하게 젖은 성기를 꽉꽉 주무르며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준휘의 다리가 익숙하게 내 허리를 감고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안쪽이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마찰하다가 확 찔러 넣었다. 내벽이 수축하며 내 것을 빠듯하게 조였다. 딸기향 콘돔 안쪽에 정액이 고였다. 준휘의 상체에도 제 정액이 흠뻑 고여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몸을 수습했다. 분홍빛 콘돔을 묶어 버리고, 부드러운 화장지를 뽑아 준휘의 몸과 내 몸을 닦았다. 준휘의 손에 휴지를 쥐여준 채 등을 돌리자 머뭇대는 손길이 등 뒤에 애매하게 그려진 제 정액의 길을 닦았다. 멋쩍어하는 게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이준휘가 부끄러워하는 포인트는 가끔 좀 이상하다.
마주 보고 침대에 누워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한 번씩 내킬 때마다 도톰하게 부푼 입술에 촉, 촉 입술을 내렸다. 맞부딪히는 감촉이 기분 좋았다.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 올리고, 눈을 맞추고 있기를 한참, 준휘가 불쑥 입을 열었다.
“아까 그거, 뭐야?”
“너 좋아할까 싶어서.”
“네가 산 거야?”
“그럼 얻어왔을까.”
“나는 아무것도 준비 안 하는데, 매번…….”
허리를 당겨 품에 준휘를 가두고 꽉 끌어안았다. 귓바퀴 근처의 머리카락에 입술을 꾹 눌러 붙이고 웅얼댔다.
“너는 그냥 몸만 오면 돼. 아프지나 말고.”
품 안에서 색색 고른 숨을 내쉬던 준휘가 내 등을 마주 안았다. 따뜻하게 얽히는 몸이 포근했다. 잘 생각은 아니지만, 등 뒤를 토닥이며 눈을 감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과 미리 에어컨으로 식혀놓아 딱 적당한 온도의 공기까지 완벽한 오후였다.
하루하루가 애틋한 내 마음은 좆도 모르고 2학기가 성큼 다가왔다. 방학이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 내일이면 2학년 2학기가 시작되고, 학기가 끝나면 준휘와 나는 고3이 된다. 성인이 되고도 함께하려면 수능을 잘 봐야 하고, 원서 질에 성공해 재수 없이 대학에 합격해야 한다. 같은 대학, 같은 과를 가려면 또 얼마만큼의 운과 노력이 따라야 할까. 다른 것보다도 준휘와 멀어지게 될까 봐, 학창 시절의 추억 따위로 남게 될까 봐 속이 바짝바짝 탄다. 그렇게 되도록 둘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내 침대 위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준휘를 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이불까지 걷어차고 허공에 빠끔 나온 엉덩이가 둥글고 예뻤다. 초반에는 꽤 하드하게 이것저것 시도해보았지만, 개학을 앞둔 시점에서 혹사할 순 없어 그 좋아하는 스팽킹도 못 해줬다. 칭얼대는 애를 붙잡고 안쪽을 세게 쳐올리는 거로 투정을 잠재웠던 지난밤이 생생하게 기억을 스친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종일 붙어있으면서도 가는 시간이 아까워 아침이면 해 뜨자마자 준휘를 깨우곤 했는데, 방학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오늘은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았다. 멍하니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잠든 준휘를 봤다. 반듯한 이마 위에 마구 헝클어진 짧은 머리, 선이 뚜렷하진 않지만 단정한 코끝, 엷은 빛을 띠는 말랑한 입술과 둥글고 부드러운 턱선. 시선이 준휘의 얼굴 위에서 마구 그림을 그렸다. 가끔 한 번씩 닿는 동그란 어깨와 벗은 등은 몇 번 스치지도 못한 채 금세 얼굴로 돌아갔다. 자꾸만 손을 뻗고 싶어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얼굴만 보고 있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눈꺼풀 안쪽의 눈동자와 가끔 달싹이는 입술이 어떤 책이나 영화보다도 흥미로웠다. 준휘는 11시가 가까운 시각이 되어서야 느릿하게 눈을 떴다. 천천히 올라가는 눈꺼풀과 그 아래로 드러나는 따뜻한 색의 눈동자가 얼마나 경이로웠는지 모른다. 장엄한 자연경관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감동을 지닌 신비로움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눈에는 자연의 온기가 있구나. 그런 낯간지러운 생각을 했다.
“……몇 시야?”
“……열한 시. 더 자도 돼.”
“아니야, 일어날래. 언제 일어났어?”
“좀 전에. 뭐 먹을래?”
“……따뜻한 우유 마시고 싶어.”
보드라운 이불 위에 뺨을 비비는 걸 천년만년 보고 싶었지만, 벌떡 몸을 일으켰다. 냉장고에 남은 우유를 가늠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우유의 고소한 냄새가 준휘와 참 잘 어울렸다는 걸 기억해내면서. 턱없이 짧고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쌓인 추억이 제법 많았다.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올걸. 뒤늦게 그런 후회를 했다.
간단하게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는 또 한참을 뒹굴었다. 헐렁한 티에 바지만 챙겨 입은 준휘와 거실에서 만화책을 보고, 담요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의미 없는 몸싸움을 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시간이었다.
아예 교복을 가져온 준휘는 내일 우리 집에서 바로 등교하기로 했다. 준휘네 부모님이 나를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처음 인사드리던 날, 나는 거의 상견례에 임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어차피 다 겪어본 적 없는 일이니, 대입 면접이나 기업 면접을 떠올려도 되겠지. 그런 면접들에서도 그만큼 긴장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전날 밤, 야밤에 교복을 다리는 나를 보며 어머니께서 무슨 일 있냐고 궁금해하셨었다. 잘 다린 교복을 고이 모셔뒀다가 다음 날 구김이라도 갈 새라 조심스럽게 입었던 기억이 난다. 티 나지 않게 머리를 만지느라 얼마나 손끝에 신경을 곤두세웠는지도.
침대 위에서 이불과 얽혀 허공에 달랑이는 준휘의 다리를 잡아챘다. 의미 없이 눈으로 훑던 만화책은 바닥에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다리를 감싼 이불을 걷어내고 말랑한 종아리에 이를 세워 죽 긁었다. 준휘가 당황한 낯으로 나를 돌아봤다.
“내일이면 개학인데, 좀 더 놀아야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꺼내자, 잠깐 멈춰있더니 곧 주섬주섬 만화책을 내려놓고 티를 벗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흩트리며 내 옷도 벗어 던졌다.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이불마저 밀어서 떨어뜨리고 침대에 단둘이 오롯이 앉았다. 준휘의 손이 알아서 책상을 더듬어 큰 수건을 가져와 펼쳤다. 매번 시트를 빨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저분한 침대에서 뒹굴 순 없어 선택한 해결책이었다. 아무리 크다곤 해도 수건 한 장으로 시트를 지킬 순 없었지만, 안 쓰는 것보단 나았다. 더욱이 지금부터 할 섹스 같은 경우에는.
서랍을 열어 그동안 쓴 것과는 다른 젤을 꺼내자 준휘가 의아한 낯을 했다. 궁금해하는 것 같아 젤을 건네주자 그 단정한 손으로 꼭 쥐고 꼼꼼히 읽었다. 먹을 수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별다를 거 없는 제품인데, 뭘 상상했는지 준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상상한 그걸 해줄 생각이긴 했지만.
“아니, 잠깐만,”
돌려주지 않으려는 걸 빼앗아 들고 씰을 뜯어냈다. 준휘의 가슴팍에 대고 쭉 짜내자 바둥대며 빠져나가려 했다. 잽싸게 손을 펼쳐 문질렀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단 냄새가 훅 올라왔다. 별로 맛이 좋을 것 같진 않은데, 이왕 받은 거니까. 혀를 내어 손에 묻은 걸 슬쩍 핥자, 더 빨개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준휘의 얼굴에 화끈하게 열이 올랐다. 젤이 묻은 손으로 준휘의 것을 쥐고 대충 훑어주었다. 한나절 잘 쉰 몸이 금세 반응하며 성기를 빳빳하게 세웠다.
대충 뚜껑을 닫아 손이 잘 닿는 곳에 던져두고 준휘의 몸 위로 올라탔다. 입술을 맞대고 혀를 밀어 넣으니, 혀끝에 남은 달고 끈적한 젤을 준휘의 혀가 바쁘게 훔쳐갔다. 깊게 혀를 얽으며 젤이 잔뜩 펴 발려진 가슴팍을 더듬었다. 점성이 높은 젤은 타액으로도 잘 녹지 않았다. 꾸덕꾸덕하게 느껴질 정도로 밀도가 높은 젤을 힘주어 문지르고, 손가락 사이에 유두를 끼워 마찰했다. 맨손이나 타액과는 또 다른 젖은 감촉에 준휘가 입안으로 뭉근한 신음을 흘렸다.
입술을 목으로 내려 살점을 혀로 낚아 입안에 넣고 입술을 감쳐물었다. 힘주어 다문 입술 사이에서 살점이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간지러운 듯 몸을 뒤틀기에 이 사이에 살을 넣고 살살 씹었다. 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만. 준휘의 손이 덥석 내 몸을 쥐었다. 근육 결을 따라 곱게 감기는 손가락이 흡족했다. 얼굴을 내려 아까부터 잔뜩 기대하고 있던 유두를 한입에 삼켰다. 끈끈하고 들척지근한 젤은 준휘의 맨살보다 빨 맛이 훨씬 떨어졌지만, 젤을 한 겹 사이에 두고 핥아지는 느낌이 퍽 좋은지 준휘는 좋은 반응을 보였다. 간지럽게 쏟아지는 신음을 반주 삼아 열심히 젖꼭지를 빨았다. 혀를 미끄러트려 배꼽 주위를 핥고, 음모 가까이에 내려가 할짝대자 준휘가 황급히 내 머리를 밀어냈다. 그게 뭐 별거라고.
다시 통을 집어 올려 손바닥에 젤을 쭉 짜냈다. 준휘의 것을 완전히 젤로 감싸 흔들자 허벅지가 떨리고 허리가 마구 뒤틀렸다. 팔을 들어 제 눈을 가리기에, 팔 아래 드러난 입술을 꽉 물었다.
“아,”
“얼굴 가리지 마.”
퍽 억울한 낯으로 준휘가 팔을 떼어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상하며 빠르게 팔을 흔들었다. 젖은 손아귀 안에서 준휘의 것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준휘가 넣는 쪽에 흥미가 있다면 못 해줄 것도 없었는데, 준휘는 뒤쪽을 쑤셔지는 거에 훨씬 관심이 많은 듯했다. 다행이었다. 나는 준휘에게 넣고, 내 것에 자지러지는 준휘를 보는 게 좋았으니까. 잔뜩 느껴서 눈물을 마구 뽑아내는 준휘는 몹시 야했다.
빠르게 기둥을 문지르고 요도 끝을 자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준휘의 것이 사정했다.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준휘의 하체를 당겨 엉덩이를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젤 뚜껑을 열어 입구를 구멍에 맞추고 살짝 밀어 넣었다. 홈이 파여 있는 부분 전까지 튜브 입구가 구멍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구멍 안에 대고 젤을 쭉 짜냈다. 툭 빠져나온 젤 통을 대충 던져버리고, 입술을 내렸다.
“아, 하지, 하지 마!”
소리치며 바둥대길래 허리를 꽉 끌어안은 팔을 내려 성기를 세게 쥐었다. 허공에서 다리가 애처롭게 달랑였다. 혀를 내어 젤이 찔끔 빠져나온 주름 사이를 핥았다. 히익, 높은 소리가 빠르게 귓가를 스쳤다. 내 위치에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빤히 그려졌다. 준휘에게는 내가 잘 보이겠지. 엎드리게 하지 않은 이유가 그거였다. 제 뒤를 핥는 내가 아주 잘 보일 테니까. 구멍 안으로 혀를 넣는 것도.
자기 전에도 씻었고, 밥 먹고도 빨래하는 김에 씻었고, 한나절 섹스를 안 했다 뿐이지 서로 더듬지 않은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부끄럽고 민망한 건지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핥아지는 처지였으면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혀를 대는 상황에서는. 이미 그것부터가 내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거겠지만, 준휘로 인한 변화는 뭐든 다 좋으니 결국 상관없었다.
입술을 구멍에 꼭 붙이고 혀를 내어 주름 사이를 더듬었다. 찐득한 젤이 혀에 휘감겨 영 유쾌하지 못한 촉감이 거슬렸다. 혀끝을 조금씩 밀어 넣었다. 혀 기둥에 구멍의 조임이 느껴지는 감각이 기묘했다. 부러 춥춥 소리가 나도록 빨아낸 뒤, 입술을 떼고 준휘에게 말을 걸었다.
“내 혀를 막 조여. 기분 이상하다.”
“그, 그러니까, 하지 마…….”
“안 좋다는 뜻은 아닌데, 준휘야. 너도 손가락 넣어봐서 알잖아. 네 구멍 안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
피가 쏠려 빨갛게 물든 얼굴이 볼만했다. 색색 가쁜 숨을 내쉬는 벌어진 입술이 비어있다는 게 퍽 가슴 아팠지만, 굳이 자세를 바꾸는 대신 다시 준휘의 하체에 얼굴을 묻었다. 오늘은 그냥, 준휘를 실컷 녹여주고 싶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도록.
“으응……. 하, 아흐…….”
입술에 힘을 주어 안쪽을 정성껏 빨아주고, 혀를 넣어 헤집어주자 잔뜩 젖은 소리를 내며 풀어진 준휘가 팔다리를 힘없이 늘어뜨렸다. 온몸을 내 멋대로 하도록 팽개친 채로 신음만 내뱉었다. 풀어진 젤만큼이나 끈끈하고 달큰한 소리가 쉼 없이 흘렀다.
거부의 의사를 완전히 잃은 몸을 손으로 쓸고, 구멍 안에 혀를 넣었다, 손가락을 넣었다 하며 실컷 농락했다. 깊숙한 곳을 퍽퍽 때려줄 때처럼 격정적으로 느끼진 않았지만, 축 풀어져 움찔움찔 떨리는 것도 꽤 괜찮았다. 따뜻한 물에 불린 젤라틴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은 준휘를 한입에 삼키고 싶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쪽쪽 빨아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손가락을 벌려 구멍 안을 넓히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진우야아…….”
느긋하게 안쪽을 헤집고, 혀끝에 남은 찝찝한 단맛을 구멍 위로 다시 덧그리고 있으니 준휘가 이름을 불러왔다. 잔뜩 늘어진 말꼬리가 사랑스러웠다. 내게로 팔을 뻗으려 노력하며 준휘는 삽입을 졸랐다.
“넣어줘. 빨리, 넣어줘…….”
느릿하게 몸을 세우자 팔심이 풀려 어느 정도 자유를 되찾은 허리를 흔들며 재촉했다. 탄력 있는 둔부가 준휘의 움직임을 따라 부드럽게 요동쳤다. 손끝으로 안쪽을 한 번 다시 짚어보고, 콘돔을 찾았다. 집 안 곳곳에 뿌려뒀던 콘돔을 그래도 제법 많이 썼다. 이틀 뒤, 부모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빼먹지 않고 잘 치워야 하는데, 몇 개 남지 않아 다행이었다.
돌돌 말린 고리를 풀어 잘 씌우자마자 준휘가 내 허리에 다리를 감아 바짝 당겼다. 안달 내는 둔부를 꼭 쥐고 끝을 맞췄다. 나를 바라보는 잔뜩 풀린 눈과 시선을 맞추고, 단번에 밀어 넣었다. 한 번에 뿌리 끝까지 삼킨 준휘는 이제는 익숙하게 제 것의 뿌리를 움켜쥐고 사정을 참아냈다.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궁금할 정도로 잦은 사정을 잘 버텨내는 편이었지만, 뒤를 자극당하며 수 없이 도달해서야 끝까지 버티긴 쉽지 않았다. 방학이 끝나갈수록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준휘의 사정을 제한하는 횟수가 늘었다. 다음번엔 그쪽으로 도움이 될 만한 걸 주문해야 할지도. 스스로 끝을 막은 준휘의 엉덩이를 칭찬하듯 두드려주고 허리를 움직였다. 느리고, 부드럽게.
단번에 꿰뚫었던 움직임은 버리고, 느긋하게 허리를 뒤로 밀렸다가 천천히 안을 열며 삽입했다. 애달픈 듯 준휘가 팔을 뻗고 허벅지를 조였지만, 휩쓸리지 않고 느리게 안쪽을 유영했다. 부드럽게 제가 느끼는 곳에 닿는 성기가 낯선지 준휘가 자꾸 허리를 뒤틀었다. 귀두 끝을 대고 슬슬 문질렀다.
“하으,”
목을 꺾으며 준휘가 신음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살며시 쓸었다. 원망 어린 눈이 곧바로 나를 향했다. 준휘의 손이 손끝을 잔뜩 세운 채로 내 팔을 쥐었다. 끊기듯 나오는 말을 귀담아들으며 천천히 몸을 흔들었다.
“왜, 진우야, 으응……, 왜 그래…….”
“왜?”
“지금, 으응……, 하, 빨리,”
“너무 느려서?”
“간지러워…….”
푸슬푸슬 웃으며 느릿한 움직임을 이어나가자, 준휘가 침대를 짚고 스스로 허리를 움직였다. 앞뒤로 오가며 열심히 내 것을 삼키고, 안쪽에서 흔들리도록 골반을 돌리는 걸 잠시 지켜보았다. 오래 보고 있기엔 자극이 너무 강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골반을 바투 잡고 허리를 세게 쳐올렸다.
“앗, 흣, 하으,”
질질 끌리던 준휘의 신음도 빨라진 움직임에 맞추어 스타카토처럼 톡톡 끊어졌다. 그대로 밀어붙여 단번에 정점까지 타고 올랐다. 마구 흩어지는 숨과 급하게 요동치며 내 것을 물어오는 준휘의 안쪽이 짜릿했다. 지금까지 느렸던 움직임을 만회하듯 빠르게 피치를 올렸다. 두 사람 몫의 숨이 정신없이 섞이고, 마주한 눈 안쪽에서 불꽃이 타닥타닥 타올랐다. 불길에 완전히 삼켜질 때까지 쉼 없이 달렸다. 해일처럼 밀려온 쾌감이 한 발짝 늦게 우리를 덮쳤다.
땀에 전 몸을 침대에 누이고 함께 숨을 골랐다. 옷장에서 꺼내 벽 쪽에 걸어둔 교복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돌아가야 할 일상을 외면하고 싶었다.
“진우야.”
“응.”
“우리 같은 대학 가자.”
“……그래.”
울컥하고 눈물이 올라오는 것 같아 급히 침을 삼키며 팔뚝으로 눈가를 가렸다. 천장을 보고 누운 채로 준휘가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열심히 하자, 우리.”
“……응.”
“꼭 같은 대학 가자.”
내가 울음을 다 삼키고 팔을 내릴 때까지, 고집스럽게 천장을 응시한 채로 그 말을 반복해주었다.
수능이 끝났다.
뒷면에 답을 옮겨 적은 수험표를 가방에 잘 넣고 필기구와 남은 간식거리도 정리했다. 제출했던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 해산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화장실이라도 급한 사람처럼 딱딱한 나무 의자에 궁둥이를 뗐다 붙였다 했다. 준휘가 너무 보고 싶었다. 점심시간에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새벽에 낯선 학교 운동장에서 손을 한 번 꾹 잡고 헤어진 이후로 화장실에서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그 말간 얼굴이,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이 너무 그리웠다. 방송이 나오자마자 뒷문으로 뛰쳐나갔다.
복도 저 끝에서 달려오던 준휘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내 가슴팍에 파묻혔다. 겨울 점퍼가 폭신하게 준휘를 받아냈다. 어차피 주위 사람들은 주변을 흘끔거릴 기력도 없었다. 품 안의 준휘를 더 꽉 끌어안았다. 으스러지도록. 닿지 못했던 날들의 한을 담아서.
내 옷에 얼굴을 폭 파묻고 있던 준휘가 휙 고개를 들어 눈을 맞췄다. 뿅! 하는 효과음이 절로 귓가를 스쳤다. 히터 옆자리였던 준휘는 뺨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붉은 빛을 띠는 입술에 침을 꿀꺽 삼켰다. 몇 개월 똑똑한 척해놓고 금세 도로 멍청이가 된 것 같았다. 코트 위로 준휘의 허리를 더듬으며 겨우 말을 꺼냈다.
“……잘 봤어?”
어려운 말이었다. 짐을 정리하면서 준휘에게 어떻게 물어야 할까, 말이 나오긴 할까 걱정했다. 수험표 뒤에 정갈하게 적힌 답은 채점은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만족스러웠다. 준휘는 잘 봤을까. 속상하거나 힘든 순간은 없었을까. 춥거나 덥지는 않았을까. 주변에 소란스러운 학생이 있지는 않았는지, 배가 고프거나 아프지는 않았을지.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하나라도 슬픈 답이 돌아올까 질문이 섣불리 만들어지지 않았다.
준휘의 표정은 담담했다. 뒷문을 열며 창에 비쳤던 내 얼굴과 비슷했다. 후련함과 허탈함, 그리고 기대와 걱정을 적절히 버무린 애매하고 온도가 낮은 표정. 그래서 수월하게 질문이 나왔다. 잘 봤냐고. 반년 뒤에 우리가 캠퍼스에서 꽃을 구경하고 있을 것 같냐고.
“……응, 잘 봤어.”
대답은 간결했다. 먼저 묻는 것에서 짐작을 마쳤는지 내 사정을 묻지도 않았다. 준휘는 말 대신 내 옷자락을 이끌며 뒷걸음질 쳤다. 그 사이 학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복도를 거슬러 올라, 등으로 유리문을 밀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학교의 화장실 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다.
세면대 앞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가방을 벗어 던져놓고 제일 넓은 칸 안으로 들어갔다. 반걸음 늦은 나를 준휘가 문에 밀어붙였다. 칸막이와 같은 재질의 문짝에 내 등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발뒤꿈치를 든 준휘가 내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갰다. 꾹 누르는 힘에 입술이 마구 뭉개졌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매끄러운 혀가 들어왔다.
정리하면서 남은 사탕을 먹었는지, 싸한 박하 향이 준휘의 혀끝에서 느껴졌다. 나는 입이 아릴 정도로 단 생캔디를 먹었는데, 준휘의 혀에도 그 단맛이 닿을까? 두 뺨을 감싸 쥐고 정성껏 혀를 얽었다. 젖은 소리를 내며 마찰하는 감촉에 혀가 녹을 것 같았다. 지퍼를 올리지 않은 외투를 젖히고 준휘가 교복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차갑게 식은 손이 맨살에 착 달라붙어 온기를 빼앗았다. 배가 꽉 조여들었다. 속옷 안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급히 손을 뻗어 준휘의 코트 안으로 팔을 넣어 허리를 감쌌다. 꽉 끌어안고 슬쩍 하체를 비볐다. 맞닿은 준휘의 입술에서 짧은 숨이 흩어졌다.
“누구 있어요?”
막 서로의 속옷 안으로 손을 넣고 있는데 느닷없이 말소리가 들렸다. 유리문이 소리 없이 열려 사람이 들어온 걸 미처 몰랐다. 공간을 가득 채운 가쁜 숨소리를 애써 내리누르며 변명 거릴 떠올렸다.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괜찮아요.”
“문 잠가야 하는데, 오래 걸려요?”
“친구가 속이 좀 안 좋다고 해서요. 지금 나가야 하나요?”
“어…… 다른 건물도 돌아야 하니까, 30분 뒤에 다시 올게요.”
“네, 감사합니다.”
“저기…… 너무 속상해 하지 마요. 지나고 보면 막상 인생에서 별로 큰일도 아니에요.”
품 안의 준휘와 눈이 마주쳤다. 조용히 눈을 깜박인 준휘가 대신 답했다.
“감사합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그의 발소리를 들었다. 슬리퍼를 끄는 작지만 확실한 소리가 천천히 멀어졌다. 긴장했던 몸이 풀리며 준휘가 내게 기대왔다. 속옷 안에 반쯤 들어갔던 손을 더 깊숙이 밀어 넣고 아직도 팔팔한 성기를 쥐었다.
“야…….”
“왜.”
“가야지.”
“30분 있다 온다잖아. 빨아줄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급히 입을 한 번 헹궜다. 거울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내가 비쳤다. 목을 울려 혀와 입안의 점막에 아직 달라붙어 있는 침을, 준휘의 것과 섞인 타액을 삼켰다. 뭐가 됐든 준휘를 먹고 싶어 안달이 났다. 목이 말랐다. 찬물로 입안을 한 번 더 적셨다.
얌전히 벽에 기대 날 기다리고 있는 준휘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부푼 앞섶에 얼굴을 한 번 부볐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준휘가 흔들리는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학교에서 준휘의 것을 핥아준 적은 없다. 그래서 준휘는 모른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학교의 한쪽에서 무릎을 꿇은 애인에게 제 것을 물게 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여긴 우리 학교가 아니긴 하지만, 어차피 풀어줘야 하는 상황에 준휘에게 색다른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미 단추가 풀린 바지의 지퍼 손잡이를 이로 물고 느릿하게 끌어내렸다. 속옷에 살짝살짝 닿는 윗입술에 준휘가 민감하게 허리를 떨었다. 충분히 적신 혀로 속옷 위를 슥 핥았다. 내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준휘가 스스로 상의 자락을 들어 올렸다. 드러난 배를 혀로 꼼꼼히 덧그리다 입술을 내려 속옷 밴드를 잘근 씹었다. 준휘가 옷자락을 잡지 않은 손으로 속옷을 슬쩍 내렸다. 빳빳하게 서서 이미 끝이 젖어 든 성기가 통 튕겨 나와 내 코를 살짝 때렸다. 바로 하복부에 올라붙은 것의 기둥에 입술을 꾹 눌러 입술 안쪽 미끈한 점막으로 훑었다. 기둥을 타고 올라 끝에 예쁘게 반질거리고 있는 귀두를 한입에 삼켰다. 준휘의 배가 꽉 조여들었다.
눈을 들어 내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준휘와 눈을 맞췄다. 그대로 입술을 내려 입안으로 준휘의 것을 밀어 넣었다. 부드럽게 볼 안쪽을 문지르게 하고 혀끝으로 낚아 목 안으로 이끌었다. 혀를 넓게 펼쳐 기둥 밑 부분을 자극하자 내 뺨 옆에서 제 바짓단을 쥔 준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바닥에 지퍼 자국이 날 것 같아 손을 풀게 하고 깍지를 꼈다. 손끝으로 준휘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준휘의 허리가 움찔움찔 떨렸다.
목을 열어 목젖 너머로 귀두를 넘겼다. 생리적인 거부감으로 목 안쪽이 꽉 조여들었다. 흣, 준휘가 짧은 신음을 뱉으며 몸을 움츠렸다. 뒤로 빠지는 허리에 귀두가 다시 입 안쪽으로 넘어왔다. 입술로 기둥을 조이며 미끈미끈한 귀두를 혀로 핥았다. 볼에 힘을 줘 빨아들이자 옷자락을 쥐고 있던 손이 급히 내 어깨를 짚었다. 이마 위로 준휘의 교복 셔츠가 내려앉았다.
깍지 낀 손을 풀고 준휘의 두 손을 당겨 내 머리에 얹었다. 준휘의 둔부를 쥐고 입안으로 욕심껏 준휘를 끌어당겼다. 목 너머로 성기 끝을 넘겼다가 빼내면서 쭉 빨아들이고, 다시 목을 열어 준휘의 것을 밀어 넣었다. 숨이 부족해 머리가 약간 몽롱해지는 것조차 쾌감으로 다가왔다. 이래서 준휘가 내 걸 깊게 무는 걸 좋아하는 건가, 멍한 머리로 잠시 생각했다.
“읏,”
머리채를 쥔 준휘의 손이 내 머리를 뒤로 확 당겼다. 두피가 당겨지는 느낌이 생소했다. 준휘의 성기가 완전히 입안에서 빠져나왔다. 울먹이는 목소리가 머리 위로 툭툭 떨어졌다.
“그렇, 게, 깊게, 넣고 있지, 마…….”
숨을 쉬려고 자동으로 꿀렁이는 목 안쪽에 의해 자극당하는 게 영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뒤쪽을 마구 쑤셔 끝없이 도달하는 건 잘 견디면서, 의외로 성기를 자극당하는 것에 면역이 없었다. 아랫입술이 팽팽하게 당기게 웃어 보이곤 혀를 내어 끝을 핥았다. 뾰족하게 세운 혀끝으로 작게 팬 홈을 헤집자 간신이 바닥을 딛고 선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엉덩이를 쥔 손을 내려 허벅지 뒤쪽을 살살 주물러줬다.
울음이 잦아들고 좀 진정한 듯싶기에 다시 천천히 입안에 준휘의 것을 넣었다. 목 너머로 넘기지 않고 볼에 힘을 줘 빨아들이고 혓바닥으로 부지런히 문지르며 고개를 움직였다. 귓가를 가볍게 쥔 손이 살살 내 머리를 흩트렸다. 춥, 춥, 젖은 소리가 낯선 학교의 화장실을 울리고, 한 손을 올려 입을 막은 준휘의 손 틈에서도 습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점차 빨라지는 소리를 들으며 움직임에 피치를 올렸다. 입안에서 점성 있는 액체가 확 터져 나왔다. 느릿하게 머리를 뒤로 물리며 준휘의 것을 깨끗하게 빨아냈다.
입안 점막과 혀에 잔뜩 들러붙은 비릿한 액체를 뭉개듯 혀를 굴렸다. 잔뜩 당황한 낯의 준휘가 내 턱밑에 제 손을 가져다 댔다.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입안에 혀를 문지르며 준휘의 옷을 수습해주었다. 꿀꺽, 제 눈앞에서 요동치는 목울대를 준휘가 울 듯한 눈으로 바라봤다. 슬쩍 웃으며 준휘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까부터 외투 주머니에서 두 개의 휴대전화가 열심히 진동하고 있었다.
준휘와 나는 부모님이 보시기에도 아주 친한 사이였지만, 그 친밀한 관계가 수능 날 저녁에 가족과 떨어져 둘이 있어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각자의 집으로 흩어져 저녁을 먹고, 오롯이 혼자 모니터 앞에 앉아 채점했다. 손바닥만 한 수험표 위로 작은 표식이 이어졌다.
그 날 밤, 잠들기 전에 준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둘이서 숨만 색색 쉬었다. 잠들 때까지. 둘 중 누구도 울지 않았다. 숨결이 거칠어지지도, 소리가 멀어지지도 않았다. 가까이에서 들리는 서로의 차분한 숨소리에 마음을 가라앉히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해줄까?”
등 뒤에 지퍼가 있는 졸업 가운을 어쩌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자 준휘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올해부터 졸업식에 졸업 가운을 입기로 했다며 담임선생님이 애들을 몇 데리고 가 커다란 상자를 두 개나 가져오셨다. 어차피 다 펑퍼짐한데 사이즈는 뭐 하러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대충 잡히는 대로 L 사이즈 두 개를 집어왔다가 준휘에게 혼났다.
“넌 어떻게 입었어?”
“지퍼 잠그고 입었어.”
“아…….”
“이상한 데서 바보 같아, 넌.”
매일같이 쥐고 있던 샤프를 내려놓아 더 부들부들해진 손끝이 지퍼 고리를 쥐고 쭉 올렸다. 그 손가락이 닿는 감촉을 생각하고 있는 걸 알았는지, 살갗이 부드럽게 목 뒤를 쓸고 지나갔다. 포댓자루 같은 가운을 뒤집어써서 다행이었다. 발전이 없는 나는 여전히 준휘의 손짓 한 번에 발정한다. 그 사실에 딱히 불만은 없다.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강당으로 향하는 길엔 잎도 없는 마른 가지에 매화가 벌써 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붉게 올라앉은 둥근 봉오리를 찬찬히 보며 걸었다. 4월에는 준휘와 꽃구경을 가야지. 교복을 벗고 커플 후드를 입고 여의도로 놀러 가야겠다고 혼자 열심히 계획을 세웠다. 자꾸 느려지는 걸음에 허리를 감싼 준휘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졸업식 시작하겠어.”
“설마, 학생도 다 안 들어왔는데 시작하겠어?”
“……무슨 생각해?”
“4월에 너랑 꽃구경 갈 생각.”
“……누가 가준대?”
“가자. 과잠 입고 갈래? 커플 아이템.”
“……그래, 가자. 과잠 디자인 예쁘면 좋겠다.”
고개를 숙여 둥근 귓바퀴에 입술을 붙이고 속삭였다. 뭐 대단한 얘기라도 하는 것처럼. 봄기운에 들떠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간질간질하고 은밀하게.
“시간표 똑같이 짜자. 내가 맞출게. 또 내 짝 해줘, 준휘야.”
“……해주지, 뭐.”
붉게 물든 귀 끝에 가볍게 입 맞추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발 빠르게 핀 매화 한 송이가 바람에 꽃잎 하나를 떨궜다. 팔랑이며 허공을 유영하는 꽃잎이 아름다워 준휘를 한 번 꼭 끌어안았다. 강당 입구에서 담임 선생님이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큰 웃음을 터뜨리며 마구 뛰었다. 맞잡은 손 사이에서 기분 좋게 심장이 뛰었다.
내 짝, 대학생활
“바다 보러 가고 싶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던 여름날이었다. 기껏 여름 방학 보충 수업을 땡땡이쳐놓고는 우리 집 거실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서툰 솜씨로 못나게 깎아놓은 사과를 아삭거리며 준휘가 말했다.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그 말에 시원한 바닷바람과 서늘한 물의 온도를 기억해낸 몸이 한층 더 열심히 땀을 분출했다. 더워 죽겠는데 눈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준휘는 존나 야하고, 우린 수능이 석 달 남은 수험생이고, 한 달에 한 번만 하기로 한 섹스는 이미 어제 했고. 입안의 살을 콰득 씹으며 겨우 문제지로 시선을 돌렸었다.
“바다 보러 가자.”
그 답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제야 했다.
어머니는 예전부터 고등학교 졸업 후 다녀온 졸업 여행에 대해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그 추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때 들이마신 새벽 공기가 몸을 얼마나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내가 준휘와 졸업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자 흔쾌히 방을 예약해주셨다. 부산 바닷가의 호텔 룸을. 준휘는 기숙사에 들어갈 짐을 싸다 말고 얼결에 여행 짐을 꾸렸다. 자취방에 일찌감치 짐을 옮겨놨던 나도 급히 학교 근처로 가 작은 여행 짐을 싸 왔다. 조그만 캐리어를 돌돌 끌면서 준휘네 집으로 향했다. 갑작스럽게 결정되긴 했지만, 반드시 즐거워야 할 우리의 첫 여행이었다.
준휘는 커다란 보스턴백을 들고 나왔다. 내 캐리어 위에 얹고 빈손을 덥석 잡았다. 꼼지락거리며 손을 빼려 하기에 아예 그 손을 끌어다 내 주머니에 쏙 넣었다. 손 안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피부를 살살 쓸면서 열심히 걸었다. 차마 티 낼 수 없어 꾹 참았지만, 신이 나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준휘와 여행이라니, 엄청 설레고 기분이 들떴다.
기차에 나란히 앉아 아직 멈춰있는 창밖을 바라봤다. 많은 사람이 저마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슬쩍 팔걸이를 올리고 다시 준휘의 손을 끌어다 잡았다. 흘긋 눈을 들어 나를 본 준휘는 이번에는 손을 빼지 않았다. 두 손이 처음부터 하나인 것처럼 꼭 맞물렸다. 기분 좋은 일체감이었다.
천천히 창밖의 풍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차는 빠르게 역을 빠져나와 순식간에 도시를 벗어났다. 아직 초록빛이 보이지 않는 쓸쓸한 땅이 옆을 스쳤다. 그 별거 아닌 풍경을 준휘와 나는 열심히 눈에 담았다. 맞닿은 어깨와 마주 잡은 손을 의식하면서. 히터가 넉넉하게 틀어진 기차 안이 더워 금방 손에 땀이 났지만, 둘 중 누구도 손을 놓지 않았다. 땀이 배어 나오는 손바닥의 녹녹한 감촉도 내심 기꺼웠다.
칸 사이의 자동문이 열리고 간식 카트가 이쪽을 향해 조금씩 다가왔다. 이것저것 다양한 주전부리가 꽂혀 있는 카트를 보며 준휘에게 물었다.
“뭐 먹을래?”
“……나는 바나나우유.”
복도 쪽으로 고개를 길게 빼 간식 차를 보던 준휘가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허벅지에 잠깐 얹혔던 준휘의 무게가 쉬이 사라지지 않아 몹시 더듬적거리는 손길로 지갑을 찾아야 했다. 가느다란 빨대를 꽂은 바나나우유를 하나씩 쥐고, 남는 손은 다시 꼭 잡았다. 손을 잡는 거로 이렇게 마음이 충만해질 수 있다는 걸 준휘와 만나면서 알았다. 준휘의 손끝이 부드럽게 내 손등을 간지럽혔다. 창밖에 마시멜로처럼 쌓인 짚더미를 보며 손등을 마주 간질였다. 빨대를 물고 있던 준휘가 얼굴을 예쁘게도 흩트리며 웃었다. 내 입술도 절로 커다란 호선을 그렸다.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도 설레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 준휘가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잔뜩 꼬인 줄을 풀었다. 물끄러미 바라보자 민망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가방에 넣으면 못 꺼낼 것 같아서…….”
깨끗하게 풀린 이어폰의 한쪽은 내 귀로 쏙 들어왔다. 아주 간질거리는 봄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가끔 저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린 준휘가 급히 입술을 감쳐물곤 주변의 눈치를 봤다. 그럴 때마다 안쪽으로 살짝 말려 들어간 입술을 손끝으로 톡 쳐서 꺼내고 싶어서 마음이 근질거렸다.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을 사백 번쯤 한 것 같다. 차마 비좁은 열차 화장실로 준휘를 끌고 갈 순 없어서, 죽어라 참았다.
역에서 내려 택시를 잡았다. 뜻밖의 수능 대박과 상향 지원 성공 덕분에 부모님께 용돈을 잔뜩 받았다. 앞으로는 직접 벌어서 써야 하니까, 마지막 사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푹신한 택시 뒷좌석에서 준휘와 손장난을 하며 부산의 거리를 눈으로 즐겼다. 바다를 보러 나갈 때를 제외하면 쭉 호텔에 박혀 있을 생각이었다. 준휘가 동의한다면.
곱지 않은 부산의 도로에 준휘의 몸이 몇 번 내게 쏠렸다. 그 핑계로 슬쩍 어깨를 감았다. 또 흘긋 나를 본 준휘가 얌전히 내 품에 기댔다. 타지의 택시 안이라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가슴이 정말 뿌듯했다. 대한민국이 조금만 덜 좆같은 곳이었어도 나는 준휘를 번쩍 들어 올리곤 동네방네 내가 얘 애인이라고 자랑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좀, 이준휘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나 친구랑 단둘이 여행 온 거 처음이야.”
“친구랑?”
“……친구랑.”
아주 작게, 기어들어가듯 들린 ‘남자’ 친구라는 말에 광대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하늘로 솟았다. 우리는 아마 여보, 당신, 자기, 우리 애인이라는 호칭을 쉽게 쓰진 못하겠지만, 우리 둘이 알고 있는데 뭐 어떤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직 겪어본 게 없어서 할 수 있는 철없는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귓가가 발갛게 물든 준휘는 늘 그랬듯 몹시 사랑스러웠다. 붉게 물든 귓바퀴에 입술을 붙이고 싶어서 애꿎은 준휘의 손만 주물렀다. 학교를 벗어난 건 좋은데, 넓게 펼쳐진 세상에도 완전한 자유는 없었다. 그러려니 했다. 택시 뒷좌석에서 애정행각은 원래 하면 안 되는 거지. 손도 못 잡았으면 정말 억울했겠지만, 준휘가 내 품에 기대도 줬는데 싱글벙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방 안에 둘만 남겨지자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적막한 공간에서 준휘의 존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내 방에서 자고 간 적도 많은데, 낯선 방에 단둘이 있는 것은 느낌이 아주 달랐다. 새하얀 시트와 폭신해 보이는 베개가 굉장히 어색하게 눈에 들어왔다. 침대가 아주 거대해 보이고, 방 안에 입체적인 것이라곤 준휘뿐인 것 같았다.
애써 고개를 돌려 짐을 끌어다 놓고 굳이 창가에 있는 의자에 걸어가 앉았다. 가까이에 소담스레 부풀어 있는 침구는 무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약간 삐거덕대는 걸음으로 준휘가 맞은편에 와 앉았다. 둘이 잠시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우리의 어색한 마음이 호텔 방에 단둘이 있는 상황에 적응하길 기다리면서.
그렇게 말없이 창밖만 보고 있다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와 바닷가를 구경했다. 찬바람에 손끝이 발갛게 얼었다는 핑계로 손을 마주 잡고, 언 뺨을 녹여준다는 핑계로 준휘의 얼굴도 손 안에 쏙 넣어봤다. 진짜, 마음이 너무 들떠서 몸까지 붕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진우야.”
“응?”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게 훨씬 더 따뜻할 텐데, 손을 꼭 잡고 짤짤 흔들며 바닷가를 걸었다. 파도가 적셔놓은 젖은 모래알을 꾹꾹 누르며 조금씩 걸어나갔다. 등 뒤로 나란히 남은 발자국을 가끔 돌아보면서. 삐뚤빼뚤하게,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며 찍힌 자국이 퍽 예뻐 보였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지금을 즐기는 데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어.”
곧 펼쳐질 낯선 세상이 두렵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함께라서 더 걱정되는 미래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내 옆의 소중한 사람이 상처받을까 봐, 그래서 끝까지 함께 이겨내지 못할까 봐 무서운 마음. 그건 철없고 생각 없는 내가 지기에 약간 부담스럽고 무거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품고 가기로 하고 나니 그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내 손을 잡은 준휘가 있어서. 준휘에게도 내가 그런 존재이길 바란다.
여름이 오려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모래사장에 발자국과 낙서를 남기기를 한참, 슬슬 하늘의 빛이 바뀌기 시작해 급히 식당으로 들어갔다. 다소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식당에조차 사람이 없었다. 작은 볼륨으로 틀어진 텔레비전에서 한참 흥미진진한 장면으로 건너가고 있는 막장 드라마를 흘긋거리며 익숙하지 않은 회를 먹고 매운탕을 휘저었다. 창밖에 어둠이 내려앉을수록 짐을 두고 온 호텔 방의 풍경이 자꾸 눈앞에 떠올라 마음이 몹시 곤란했다. 준휘와 함께 있으면서 내가 머저리가 되지 않으려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더 먹어. 왜 이렇게 못 먹어.”
“먹고 있어. 많이 먹어, 준휘야.”
상대방의 국그릇에만 열심히 국자 질을 하다가 식사를 마쳤다. 언젠간 이렇게 단둘이 떠나는 여행에도 익숙해지겠지. 그 날이 무척 기대됐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긴장보다 설렘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날이. 새로운 것들을 하나하나 함께 해 나가다 보면 또 다른 감정도 느껴볼 수 있겠지. 준휘와 함께 하면서 얻는 감흥 중 멋지지 않은 게 뭐가 있을까 싶다. 나는 우리의 앞날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약간의 두려움과 그걸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큰 기대로 내 인생의 스무 살을 맞이했다. 준휘와 함께.
어둠이 내려앉은 바닷가를 잠시 걷다가 견디기 어려워진 추위를 핑계 삼아 호텔로 돌아왔다. 참지 못해 양치하고 가벼운 뽀뽀를 한 이후로 또 멀뚱히 앉아 눈치만 봤다. 씻어야 하는데, 찰싹 붙어만 있어도 아까운 시간이 데면데면하게 흐르고 있는데, 생각만 하면서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긴장감에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전자시계의 숫자가 바뀌는 것만 노려보고 있다가 문득, 어제 급히 백화점에 들러 구매한 물건이 생각났다.
“아, 맞다.”
캐리어를 열어 잘 포장된 상자를 꺼냈다. 딱히 선물은 아니었지만, 일단 선물 포장은 했다. 생전 처음 들어가 본 매장의 점원은 아주 야무진 손놀림으로 예쁘게 물건을 포장해줬다. 원래 선물로 많이 나가는 제품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멀뚱멀뚱 하는 양을 보고 있는 준휘에게 대뜸 상자를 건넸다.
“이게 뭐야?”
“입욕제. 욕조가 있다고 해서, 써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네가 산 거야? 언제?”
“어제. 그냥 생각나서 샀어. 열어봐. 물 받고 있을게.”
벌떡 일어나 팔을 걷어붙이고 욕실로 향했다. 둘이 여유 있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건 아니지만, 집의 욕조보다는 훨씬 넉넉한 크기였다. 샤워기로 한 번 욕조를 헹궈내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거품 잘 내는 법을 떠올리며 물을 받았다. 호텔인데, 청소는 잘 해뒀겠지.
방으로 돌아오자 준휘가 상자를 열어 알록달록한 덩어리 하나를 꺼내 손에 쥐고 있었다. 강한 단 냄새가 준휘의 손에서부터 훅 퍼졌다. 예쁜 꽃분홍색 비누 조각을 소중하게 쥐고 있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입술을 내려 이마 위에 촉,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손에서 버블바를 받아 들어 다시 욕실로 향했다. 비누를 부수어 넣으며 열심히 휘젓자 곧 부드러운 거품이 올라왔다. 신기하고 생소했다. 어쨌든 좋은 느낌이었다.
“준휘야, 곧 물 다 받아질 것 같은데, 들어와서 샤워해.”
약간 소리를 높여 준휘를 불렀다. 잠시 뒤, 무늬 없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준휘가 욕실로 들어왔다. 편안한 차림도 못 견디게 귀여웠다. 거품이 잔뜩 묻은 팔로 꽉 끌어안고 싶은 걸 꾹 참고 샤워기를 껐다.
“천천히 씻어.”
비누기를 씻어낸 팔을 들어 어깨를 가볍게 두르고 관자놀이에 입술을 꾹 붙였다. 틈만 나면 준휘의 살갗에 입술을 붙이고 주름 사이사이로 준휘를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준휘에게도 이 여행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지금의 욕심을 찍어 눌렀다. 우리 어머니가 그러시듯, 준휘도 나중에 몇 번이고 이 여행을 떠올리며 참 좋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바람은 그거였다.
침대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예능인들이 나와 무언가 소란스럽게 이야기를 해대는데, 딱히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닫힌 문 너머에서 목욕을 즐기고 있을 준휘의 존재가 몹시 신경 쓰였다. 고요한 욕실에서 준휘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조용히 울려 퍼질 거품 일그러지는 소리와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달큰한 냄새에 폭 싸인 준휘. 머릿속이 온통 핑크빛이었다. 그때, 욕실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우야.”
당장 텔레비전 볼륨을 죽여 버리고 욕실로 뛰었다. 문 앞에서 급브레이크라도 밟은 양 멈춰 서서는 어정쩡하게 손을 올린 채 되물었다.
“어, 왜?”
잠깐 망설이던 준휘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들어와 있으면 안 돼? 나 심심해.”
너 좋을 대로 해석하지 마. 정신 차려, 박진우. 속으로 엄중한 경고의 말을 날리며 슬리퍼를 벗었다. 편한 차림으로 욕실에 들어가 일부러 준휘가 폭 잠겨 있는 욕조는 쳐다보지 않으려 애쓰며 바닥에 철퍽 주저앉았다.
“수건 깔고 앉지…….”
그 말에 다시 벌떡 일어나 수건을 깔고 앉았다. 차가운 타일 벽에 등을 기대자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는 듯도 싶었다. 귓가에서 준휘가 물을 찰방이는 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렸지만. 숨을 쉴 때마다 달콤한 냄새가 뭉텅이로 밀려들었다. 머리가 자꾸 몽롱해졌다.
“나만 목욕해?”
“나는 너 하고 나오면 할게.”
“……내가 쓴 물에서?”
응. 네가 쓴 물에 앉아서 자위라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준휘야. 나 오늘 좀 이상해. 언제나 너랑 있으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진짜 머리가 조금 맛 간 것 같아. 온종일 너무 들뜨고, 기분 좋고, 마음을 주체를 못 하겠어. 말들을 목구멍 깊숙이 밀어 넣으면서 대충 얼버무렸다.
“나는 적당히 씻으면 돼.”
“진우야.”
“응?”
“샤워할래? 조금 좁긴 하겠지만, 같이 목욕해도 될 것 같은데.”
“……좀 곤란할 것 같은데.”
“나도 곤란해서 들어오라고 하는 거거든? 싫으면 말고.”
준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셔츠를 벗어 던졌던 것 같다. 젖든 말든, 아무 데나 훌러덩.
이미 빳빳하게 서서 복부에 올라붙은 성기가 나는 좀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한데, 준휘는 내 사정 따위는 생각해주지 않고 샤워하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걔가 보는 앞에서 거품을 내서 몸을 씻고 머리를 감는 일련의 동작들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같이 씻을 땐 느끼지 못했던 부끄러움이었다. 막 허리 아래의 비누 거품을 씻어내고 있는데, 짧은 신음이 귓속으로 확 틀어박혔다.
“읏.”
저도 모르게 휙 소리가 나도록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 준휘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끙끙대고 있었다. 거품에 묻혀 몸이 보이진 않았지만, 어쩐지 준휘의 고운 손가락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허벅지를 문지르던 손을 올려 느릿하게 성기를 쥐었다. 준휘의 입술 사이에서 더 큰 숨이 흩어졌다. 젖은 눈을 보며 몇 번 손을 흔들었다. 입술을 꼭 깨문 준휘가 거품 아래서 몸을 뒤틀었다. 움직이는 어깨를 보며 막연하게 준휘의 행동을 추측했다.
“진우야…….”
샤워기로 느릿하게 다리의 거품을 훔쳤다. 젖은 머리에서 떨어진 물이 눈으로 들어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이지러진 시야가 마음에 차지 않아 쯧, 혀를 차고 손을 올렸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순간, 준휘의 말이 떨어졌다.
“빨리, 들어와…….”
내 멋대로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했다.
샤워기를 꺼 대충 던져두고 바로 욕조에 발을 들였다. 물과 함께 거품이 뭉텅이로 밀려 나가 바닥을 적셨다. 욕조 밖에도 물 빠지는 곳이 있어 다행이었다. 거품에 몸을 묻으며 내 허벅지 위로 준휘를 끌어당겼다. 젖은 몸이 순순히 착 감겨왔다. 맞닿은 가슴팍 아래 꼿꼿이 선 두 성기가 맞부딪혔다.
뒤를 더듬어 손가락을 밀어 넣자 수월하게 쑥 들어갔다. 혼자서 풀고 있었어, 준휘야? 대뜸 손가락을 두 개 밀어 넣고 휘젓자 품 안의 준휘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손가락 사이를 넓게 벌려 벌어진 틈으로 물이 조금 밀려 들어왔다. 비누기가 있는 물에 미끈미끈한 손가락이 편안하게 내벽 안을 헤엄쳤다. 몸에 안 좋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연인들의 이벤트에서도 많이 쓴다는 인터넷 후기를 믿기로 했다. 물러서기엔 이미 퓨즈가 나가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준휘가.
내 손가락 사이 틈을 비집고 준휘의 손가락이 꾸역꾸역 밀려 들어왔다. 제 구멍 안에서 내 손가락에 손가락을 얽고 마구 안쪽을 비벼댔다. 잔뜩 풀린 얼굴과 흩어지는 달뜬 신음을 멍하니 바라봤다. 멈춘 내 손가락에 스스로 허리를 띄웠다가 주저앉으며 안달을 냈다.
“아, 진우야, 빨리…….”
“잠깐만, 콘돔,”
“그냥 해.”
“하지만,”
“제발, 그냥 해…….”
방울져 떨어져 내리는 눈물을 보며 내 성기 위로 준휘를 앉혔다. 단번에 끝까지 파고 들어간 것을 준휘의 내벽이 꽉 조였다. 빈틈없이 달라붙어 오는 움직임은 평소와 똑같았지만, 아……. 아주 얇은 막조차 없는 그 완벽한 밀착은, 그건 도저히.
준휘의 팔 밑에 손을 넣어 욕조를 짚었다. 준휘가 욕조에 빠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한 채로 다른 팔로 허리를 휘감고 준휘의 안 깊숙한 곳에 몸을 묻었다. 빠듯하게 조이는 안쪽이 오물오물 내 것을 씹었다. 차지게 달라붙는 감촉이 너무 생생해서 죽을 것 같았다. 머리가 터지지 않을까, 멍청한 고민을 하며 허리를 크게 움직였다. 앞뒤로 미는 거론 모자라 위로 마구 쳐올리고 바닥으로 짓뭉갰다. 내벽 안쪽을 인정사정없이 헤집는 동작에도 준휘는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물이며 거품이 마구 욕조 밖으로 넘어갔다. 빈 거품 틈으로 드러난 준휘의 몸이 발갛게 익어 있었다. 허리에 받친 팔을 위쪽으로 옮겨 준휘의 가슴팍을 물 밖으로 들어 올렸다. 붉게 부푼 유두를 콱 짓씹고 놓아주며 거의 끝까지 빠졌던 성기를 다시 밀어 넣었다. 미끄덩거리는 욕조 안에서 준휘가 방향을 잃고 정신없이 흔들렸다. 어느 점을 쳐올리든 내벽은 쫀득하게 달라붙어 내 것을 꽉 조였다. 다시 내가 뒤로 누우며 준휘를 세웠다. 다리가 미끄러져 끝까지 꿰뚫린 준휘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꺾었다. 둔부를 꽉 쥐고 앞뒤로 슬슬 흔들며 안쪽을 쳐올렸다.
“아, 아아,”
할딱이며 준휘가 엉덩이를 흔들었다. 내 위에서 비누기를 타고 슥슥 미끄러진 몸이 성기를 삼켰다가 뱉어냈다가, 다시 깊숙한 곳에 넣고 신나게 씹어댔다. 오밀조밀 달라붙는 감촉을 만끽하며 손을 올려 준휘의 유두를 꾹꾹 눌렀다. 준휘가 더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손을 내려 이미 꼿꼿하게 서 질금질금 액을 흘리고 있는 성기를 쥐고 선단을 문질렀다.
“흐아,”
우는 신음을 낸 준휘가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며 안쪽을 꽉 조였다. 투둑, 가슴팍에 정액이 튀었다. 가고 있는 성기를 세게 주무르며 허리를 쳐올렸다. 힘을 쓸 때마다 딱딱한 욕조 바닥에 등이며 허리가 닿아 편하진 않았지만, 준휘가 밑에 있을 때보다는 신경 쓸 것이 적어 좋았다. 어디가 부딪히진 않을지, 물에 빠지진 않을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욕조 벽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준휘의 다리를 보며 안심했다. 쓸리진 않겠구나. 망설임 없이 안쪽을 쳐올리며 내부를 헤집었다. 흔들리는 준휘의 젖은 몸이 무척 야했다.
물이 잔뜩 넘쳐 반도 차지 않은 욕조에서 계속해서 허리를 쳐올렸다. 내 가슴팍에 얹힌 준휘의 손끝이 가볍게 유두와 복부 따위를 스쳤다. 그 감촉에조차 짜릿한 쾌감이 따라왔다. 물이 식는 것 같아, 등 뒤로 손을 돌려 따뜻한 물을 틀었다.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욕조에 다시 물이 차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한결 맑아진 물이 우리의 움직임에 맞추어 찰랑거렸다. 등 뒤의 수도꼭지가 배기고, 나오자마자 살에 닿기엔 뜨거운 물이 약간 살갗을 따갑게 했지만, 준휘와 입술을 맞대고 혀를 섞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따뜻한 내벽과 한참 마찰하자 자연스럽게 사정감이 올라왔다. 꽉 조이는 안쪽에서 몸을 물리려 하자 준휘가 다리로 허리를 감았다. 절로 복부에 힘이 쫙 들어갔다.
“준휘야,”
“안에 해.”
“준휘야, 그건,”
“안에다 싸줘. 바로 씻으면 되잖아.”
머뭇거리며 자꾸 몸을 뒤로 빼자 팔로 어깨까지 꽉 끌어안고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안에 먹여주세요, 응? 네 걸로 적셔줘…….”
비겁한 변명이지만, 정말로 불가항력이었다.
안에다 해놓고, 그 핑계로 욕실에서 한 번을 더 했다. 욕조에서 일어나 세면대 앞에 수건을 깔고 섰다. 몸이 온통 미끈미끈해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그거라도 해야 했다. 준휘가 자연스럽게 팔로 세면대를 짚었다. 마른 가슴팍을 꽉 끌어안고 뒤에서 천천히 삽입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맨 성기가 구멍 안을 파고들었다. 촉촉하게 젖고, 뜨겁게 달아오른 내벽이 빈틈없이 성기를 감쌌다. 뇌뿐만 아니라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감촉에 절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악다문 이 사이로 흘러나온 소리에 준휘의 뒤통수에서 젖은 머리칼이 가볍게 팔랑였다.
“너, 지금 목소리 야해…….”
머뭇머뭇 전해진 말을 들으며 부드럽게 성기를 잡아 뺐다. 붉은 속살이 딸려 나오다 급히 들어가며 성기를 잡아끌었다. 너도 들어와야지 뭐하냐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말랑한 엉덩이에 빨갛게 자국이 남도록 세게 주무르고 가볍게 안쪽으로 찔러 들어갔다. 하, 준휘의 입에서 뜨거운 숨이 훅 쏟아져 이미 김이 서린 거울에 불투명함을 더했다. 손바닥을 넓게 펼쳐 거울을 슥슥 닦아냈다. 곧바로 다시 습기가 차올랐지만, 아까보다는 어렴풋하게라도 이쪽이 비쳐 보였다. 정확하게 유두를 찾아간 손이 오뚝 선 민감한 부위를 살짝 비틀었다. 반사적으로 준휘가 엉덩이를 뒤로 붙여왔다.
“아, 준휘야, 좋아…….”
평소에도 준휘와 하는 섹스는 딱 죽을 만큼 좋았지만, 내 것에 바로 감기는 준휘의 안은 내 몸에서 남은 거라곤 좆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위험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서 자꾸 힘이 들어가려는 팔을 애써 풀어야 했다. 상처 입힐까 봐, 지나치게 아프게 해버릴까 봐 무서웠다. 그만큼 이성이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느릿하게 안을 늘리며 움직이는 바람에 준휘가 더 끙끙 앓으며 몸을 붙여왔다. 뒤로 손을 뻗어 나를 재촉하고, 부지런히 허리를 흔드는 몸짓이 의미하는 바를 알면서도 거칠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진짜로 내 이성이 홀랑 날아갈까 봐. 심한 짓을 하게 될까 봐. 아주 평범한 동작으로 안쪽을 긁어 내리고 몸을 쓰다듬었다. 준휘가 징징 울면서 앞을 적셨다. 허리를 마구 뒤트는 걸 부여잡고 하체를 살짝 흔들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무서웠지만, 다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되새기면서 허리를 흔드는 수밖에 없었다. 준휘가 조르는 걸 안 들을 수는 없으니까.
빠른 동작에 높아진 목소리가 욕실 벽에 부딪혀 공간을 웅웅 울렸다. 평소보다 훨씬 생생하게 들리는 신음에 목덜미에서 솜털이 쫙 곤두섰다. 무척 자극적이었다. 깊숙이 박아 넣고 안쪽에서 자잘하게 흔들었다. 느끼는 부분에 문대지는 게 좋은지 준휘가 히끅대며 울었다. 가볍게 귓바퀴를 혀로 쓸고 입안에서 우물거리다가 저 안 깊숙한 곳에 사정했다. 꿀렁이며 안쪽을 채우는 내 것의 감촉이 낯설었다.
성기를 빼내고 지쳐서 거친 숨을 내쉬는 준휘의 구멍에 손가락을 쑥 집어넣었다. 안쪽을 몇 번 쑤셔주고 손가락 틈을 넓게 벌리고 기다리자 느릿하게 정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최대한 깊숙이 손가락을 넣고 정액을 긁어 내렸다. 준휘가 허리를 떨었다.
“힘 좀 줘봐. 안쪽은 손이 안 닿아, 준휘야.”
흐릿한 거울 안에서 준휘의 복근이 꽉 조여들었다. 이미 힘을 받아 반쯤 서 있는 성기에 손을 대고 싶은 걸 애써 참으며 안쪽을 헤집었다. 뒤를 넓게 벌린 채 계속 손가락으로 안을 쑤시자 준휘가 칭얼거렸다. 사실 거의 다 빼낸 것 같았지만, 일부러 한참을 더 괴롭혔다. 또 그냥 하자고 말하지 못하도록. 애초에 삽입 섹스 자체도 준휘의 몸에 좋은 건 아니지만, 노콘노섹이라는 알량한 양심이라도 지키고 싶었다. 늘 무리하게 하고 있었으니까. 손가락을 빼내며 발갛게 열 오른 구멍을 슬쩍 쓰다듬었다. 가진 양심이 겨우 그것뿐이라 미안해. 속으로 생각하며 가방에 있는 콘돔을 떠올렸다.
대충 물기를 닦고 욕실에서 나와 아까까지만 해도 영 낯설었던 침대 위에 털썩 몸을 뉘었다. 푹신하게 몸이 파묻히는 느낌을 만끽하며 알몸으로 준휘와 엉켜 뒹굴었다. 그러다 다시 아래가 힘을 받고, 이번엔 콘돔을 찾아 끼우고 실컷 해댔다. 어차피 시트 치우는 거, 좀 젖는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그 너른 침대를 아주 자유롭게 썼다. 쾅쾅 올려붙여도 준휘의 머리는 헤드에 부딪히지 않았고, 죽 끄집어내려도 내 다리가 땅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충분한 금전적인 능력이 생기는 먼 미래에 침대는 꼭 큰 걸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 * *
정신없었던 오티 기간이 끝나고 새터 날이 다가왔다. 새내기 배움터라고 그럴듯한 이름은 있지만, 2박 3일 동안 죽어라 술만 마시다 오는 게 다라고 선배들은 말했다. 정말로 우리가 탄 버스 외에 소주 박스를 가득 실은 트럭이 한 대 있었다. 진우랑 나는 둘 다 술이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선배들이 말하는 시체가 될까 봐 조금 두려워졌다.
겨우 교복을 벗었을 뿐인데 진우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변했다. 번데기에서 빠져나온 나비가 날개를 펼치는 장면을 보는 기분이었다. 예전에도 자주 보던 사복 차림이 굉장히 다르게 다가왔다. 수능이 끝나고 진우는 본격적으로 운동을 다니며 몸을 키웠다. 겨울이 지나는 사이에 키도 더 컸다. 떡 벌어진 어깨와 넓어진 가슴에 더는 전에 입던 옷이 맞지 않아 새로 옷도 사야 했다. 진우의 옷을 골라주면서 나는 혼자 몹시 질투했다. 지나는 모든 사람이 다 진우를 눈에 담는 것 같아서. 내 생각이 전부 착각은 아니라 짜증났다. 이유 모를 짜증에도 진우는 다정하게 웃으며 날 달랬다. 나는 진우를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내 속도 모르고 버스는 우리를 싣고 잘만 달렸다. 앞뒤에서 동기며 선배들이 간식을 건네왔다.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그들은 모두 진우에게 본능적인 호감을 느꼈다. 아름답고 곧은 것을 볼 때 느끼는 선망을 닮은 호감. 이런 부분에선 놀랍도록 둔한 진우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내 눈엔 전부 다 보였다. 개중 몇 개의 시선이 열망을 닮아있는지도. 덤으로 나한테까지 돌아오는 달달한 간식을 힘주어 씹었다.
“내 것도 먹을래?”
“……응.”
당연하다는 듯 내게 양보하는 진우의 것까지. 진우가 이어폰 한쪽을 건넸다. 힐긋 올려다보고 냉큼 받아 귀에 끼웠다. 어깨에 기대는 내 몸짓을 진우는 쳐내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안도했는지 진우는 모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불안해하는지도. 그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창밖으로 별거 없는 풍경이 휙휙 지나갔다. 진우와 함께 갔던 졸업 여행이 떠올랐다. 기차에서 손을 마주 잡고 봤던, 평범하지만 아름답게 느껴졌던 창밖의 풍경이. 그때나 지금이나 밖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내 마음만 옹졸하고 초라했다. 못난 마음을 조금 자책하고 있는데 부드럽게 진우의 손이 내 머리를 흩트렸다.
“몸이 안 좋아?”
그 말에 지난밤이 떠올랐다. 아직도 달콤한 동통이 남아있는 몸과 밤새 진우가 들락거려 완전히 닫히지 않은 안쪽의 감각이 생생해졌다. 거짓말처럼 마음이 풀렸다. 내가 너를 품었어. 그리고 너는 나를 사랑하잖아. 내가 원하면 뭐든지 다 해주려고 하잖아. 마음을 다독였다. 뺨에 닿은 진우의 단단한 어깨가 도움이 되었다. 여기에 기댈 수 있는 거 나뿐인 거 맞지? 답지 않은 초조함을 애써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