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2권) (6/11)

2장. non-sunflower

5.

‘일우야.’

재운이 빈 교실에 홀로 앉아 있는 윤일우의 이름을 불렀다. 모든 학교 일정이 끝난 시간이었다. 교실 안은 불이 켜져 있어도 적막함이 감돌았다.

다만 열린 창문으로 하늘에서 쏟아지듯 내리는 빗소리만이 윤일우가 있던 공간의 침묵을 파고들었다. 음울함마저 느껴지는 공간 속으로 재운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야자도 다 끝났는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재운의 목소리에도 윤일우는 미동 없이 비가 내리는 창문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저벅저벅, 빗소리에 작은 발걸음 소리가 더해졌다.

‘비 와서 그래?’

‘……응.’

이번에는 윤일우가 제 물음에 대답해 줬다. 기분이 좋아진 재운의 입가에 맑은 미소가 맺혔다.

‘그럼 나도 여기 있을래.’

재운이 윤일우의 옆 책상 의자를 꺼내 앉았다. 비 내리는 광경에 박혀 있던 윤일우의 고개가 재운을 향해 돌아갔다.

‘왜?’

‘혼자 있으면 외롭잖아.’

재운은 얼마 전에 진대원에게 윤일우가 가끔 너무 외로워 보인다고 말했다가 미쳤냐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재운의 시선에 윤일우는 비 오는 날만큼은 한없이 외로운 사람 같았다.

윤일우는 마치 부모 잃은 어린아이처럼 맹목적으로 비가 내리는 광경을 바라봤다. 비록 얼굴 위로 드러난 감정은 없어도 마음 한구석을 아릿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런 게 외로운 감정인 건가.’

재운을 바라보는 윤일우의 시선이 새까맣게 가라앉았다. 그것도 모르고 재운은 윤일우가 좋아 순진하게 눈매를 접어 보였다.

‘어……?’

‘잡고 싶어. 안 돼?’

‘아, 아니야…….’

윤일우가 재운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제 손가락을 얽어 깍지를 꼈다. 급작스레 손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온기에 재운의 눈이 동그래졌다.

심장이 손바닥으로 옮겨 간 것처럼 윤일우와 맞닿은 피부에서 강한 두근거림이 일어났다.

서서히 붉게 물드는 재운의 얼굴을 바라보며 윤일우가 입술을 떼었다.

‘너는 계속 내 옆에 있을 거야?’

‘네 옆에?’

‘응. 나 버리고 떠나가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어?’

자신을 버리지 말아 달라는 그 말이 재운의 가슴을 두웅, 둥, 울렸다. 그랬기에 재운은 망설이지 않고 윤일우와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당연하지. 내가 너를 어떻게 떠나.’

윤일우가 자신을 떠나간다면 모를까. 재운이 윤일우를 떠나간다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맞아. 너는 나를 못 떠나.’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던 얼굴이 재운을 따라 환한 미소를 피어 올렸다. 재운은 윤일우가 웃는 게 좋아 그가 어떤 속내를 감추고 있는지도 모르고 바보처럼 그를 따라 웃었다.

비가 오는 날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비밀스러운 추억이 쌓여 갔다. 자연스럽게 재운은 어느 날부터 비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됐다.

보육원 원장과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할 어른은 한 명도 없었던 암울한 어린 시절.

부모에게마저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재운은 당시 지친 몸을 편히 쉴 작은 공간마저 갖지 못했다.

그런 재운에게 처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게 윤일우였다. 세상이 살 만하다고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의 인연은 청소년기에도 이어졌다. 재운은 해가 거듭할수록 윤일우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가끔 그와 저의 처지가 극명하게 다르다는 게 느껴질 때마다 남모르게 키워 가던 연정을 들키지 않도록 꾸욱, 꾹 눌러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히트 사이클이 터진 날, 재운은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제 마음의 한 조각을 윤일우에게 내보이고 말았다.

그 결과 재운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그치지 않을 비가 내리게 됐다. 차가운 비가 어딘가로 흘러가지도 못하고 자꾸만 작은 마음속에 찰랑거리는 물을 채우고 있었다.

* * *

“재운아, 밥 먹고 약 먹자.”

“……두고 나가면 내가 먹을게.”

“얼른.”

학교에 나간 지 하루 만에 재운은 결석하고 말았다. 개강 첫 주는 수업 정정 기간에 포함되어 있어서 출석을 하지 않아도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위안이 되었다.

재운이 학교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앓자 윤일우도 재운의 곁을 지켰다.

실랑이할 기운도 없어 재운이 순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팔로 침대를 짚자마자 고꾸라지는 몸을 윤일우가 품에 받아 침대 헤드에 기대앉을 수 있도록 부축했다.

“먹기 싫어도 오늘까지는 죽 먹자. 탈 나면 안 되니까.”

“……내가 먹을게.”

“아, 해.”

적당히 식은 죽을 한 수저 떠 윤일우가 재운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재운이 고개를 젓고 수저를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소용없었다. 윤일우의 고집에 재운이 결국 입을 벌렸다.

상처투성이인 터라 재운의 입술 위에는 투명한 연고가 잔뜩 발린 채였다.

죽과 함께 느껴지는 약의 씁쓰레한 맛에 재운의 미간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죽 먹고 약도 먹고 쉬고 있어. 이따 저녁에 다시 들어올 테니까.”

“……알았어.”

한때는 윤일우와 함께 있는 시간에 가슴이 설렜다. 지금은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에 속이 불편했다.

윤일우가 반항하지 않고 죽을 건네는 대로 먹는 재운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제 손길이 닿을 때마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보였지만 행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윤일우는 이후 별다른 말 없이 재운이 약을 먹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다녀올게.”

빈 그릇이 담긴 쟁반을 챙긴 윤일우가 재운의 뺨을 감싸 안고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겼다.

방문이 닫히고 재운의 몸이 힘없이 침대 위로 무너져 내렸다. 좆에 쑤셔 박히고, 다치고, 기절하고, 치료받는 일상이 어느 날부터 반복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윤일우를 떠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제일 한심해 재운이 소리 없는 눈물로 베갯잇을 적셨다.

* * *

“교수님, 아직 안 왔지?”

“어. 너 왜 이렇게 늦었냐?”

“늦잠 잔 거지, 뭐.”

왁자지껄한 강의실 속에서 재운은 홀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흩트리던 함유재의 시선이 재운에게 닿았다.

“뭐야? 또 이재운 옆자리로 가게?”

“자리 맡아 줬는데 미안. 이따 저녁에 한잔하자. 내가 살게.”

“그래.”

동기의 투덜거림을 술 약속으로 무마한 함유재가 곧장 재운의 옆자리로 가 앉았다.

“오늘은 혼자 있네. 윤일우는 어디 갔어?”

“아, 응…….”

멍한 눈빛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던 재운이 어깨를 짚는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말대로 이번 강의는 윤일우가 재운과 함께 듣는 수업이었다.

그랬기에 재운의 옆자리는 항상 윤일우였다. 윤일우도, 재운도 다른 아이들과 유리되어 둘만 붙어 지냈다.

몇 번 동기들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지만 윤일우의 싸늘한 표정과 말 때문에 더 이상 다가오지 않는 상태였다.

함유재를 제외하고.

“그런데 어디 아파? 열나는 것 같은데.”

“괘, 괜찮아…….”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에서 재운을 살피니 이마와 목덜미가 식은땀으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뺨과 눈꼬리 끝부분도 묘하게 붉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함유재가 재운을 향해 손을 뻗으려 할 때였다. 강의실 문이 열리고 교수님이 들어왔다. 함유재가 어쩔 수 없이 손을 물리고 자세를 바로 했다.

교수님이 곧바로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가나다순으로 이름을 부르는 터라 재운의 이름이 불린 건 중간 즈음이었다.

“이재운.”

“……네.”

“이재운 학생만 아직 리포트 제출 안 했던데. 오늘 자정까지니까 잊지 말고 제출하도록 해.”

“……네. 죄송합니다.”

재운이 교수님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다 안쪽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흐읏…….”

신음 소리는 아주 작아 옆에 앉아 있던 함유재와 앞자리에 있던 동기의 귓가에만 닿았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동기의 모습에 재운이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피 나.”

함유재가 재운을 향해 몸을 숙이고 조심스럽게 재운의 입술에 맺힌 핏방울을 닦아 줬다.

“……고마워.”

“진짜 어디 아픈 거면 지금이라도…….”

재운의 안색은 실시간으로 붉어졌다, 창백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함유재가 교수님에게는 들리지 않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재운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정말로.”

그러나 고개를 젓고 전공 책을 펴는 재운 때문에 그는 다시 허리를 펴고 앉았다. 책을 펴고 볼펜을 쥐는 재운의 손짓이 어딘지 모르게 절박해 보여서였다.

“함유재.”

“네.”

마지막으로 함유재의 이름이 불렸다. 출석을 마친 교수가 스크린 위로 시청각 자료를 띄웠다.

“오늘 수업은 저번 시간에 이어서…….”

스크린을 바라보는 재운의 눈꺼풀이 힘겹게 감겼다 떠지기를 반복했다.

전공 책 PDF 파일이 들어간 패드를 켜 수업 진도에 맞는 페이지를 열면서도 함유재의 시선은 재운의 안색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재운은 오늘따라 벙벙한 니트에 연한 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배가 아픈 걸까. 펜을 쥐지 않은 다른 손이 배 언저리를 맴돌다 주먹을 쥐었다.

가느다란 손안에 꽉 쥐인 펜의 끝이 전공 책 위에 글씨를 써 내려가다가도 뚝뚝 끊겼다.

“이거 보고 써.”

결국 교수가 말하는 내용을 놓쳤다. 완성되지 못한 문장을 내려다보는 재운의 얼굴이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물들어 갔다.

함유재가 필기한 내용을 적은 패드를 재운을 향해 내밀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재운이 함유재가 필기한 것들을 보고 공백이 생긴 문장의 군데군데를 채워 갔다.

“하아…….”

재운은 열심히 수업을 듣다가도 이따금씩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해서 내쉬는 한숨이라기에는 어딘지 야릇한 열기가 섞여 있었다. 함유재도, 앞에 앉은 동기도 그런 재운을 무의식중에 힐끗힐끗 쳐다봤다.

“오늘 수업은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다들 수고 많았어요.”

교수님은 이후 학회 일정이 있어 수업을 평소보다도 일찍 끝났다. 재운이 식은땀이 흥건한 이마를 소맷귀로 문지르고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재운아.”

“아……!”

함유재가 재운의 어깨를 짚었던 손을 놀라 떼 내었다. 수업이 끝나 서둘러 짐을 싸고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재운에게로 몰렸다.

방금 재운의 입에서 나온 짧은 비명 소리가 공개된 장소에서는 들리면 안 되는 종류를 닮아 있어서였다.

“너 어디 진짜 안 좋은 거지?”

재운이 덜덜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짐 싸는 속도를 높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유재도 재운을 따라 짐을 다 싸고 재운을 뒤따라갔다.

방금 전에 어깨를 짚었을 때 난 소리 때문에 그의 손은 재운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에 어정쩡하게 멈춰 있었다.

“그냥 몸살 기운이 조금 있어서 그래…….”

아니라는 말과 달리 재운은 걸음걸이도 이상했다. 고간을 가릴 정도로 길게 내려온 상의 아래 감춰진 무언가에 함유재의 시선이 닿았다.

재운에게서 페로몬 향은 거의 흘러나오고 있지 않았다. 다만 열이 올라 붉은 볼이 아까부터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집에 가는 거야? 그러면 데려다줄게. 지금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잖아.”

“아, 아니야……. 만날 사람 있어.”

“누구?”

“……친구.”

그동안 함유재가 만났던 재운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송진오부터 윤일우까지.

그들도 재운이 친구라고 말하기는 했다. 재운을 대하는 태도가 친구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구석이 있었을 뿐.

“나…… 여기서 가 볼게. 오늘 고마웠어.”

함유재가 생각에 빠진 사이 재운이 복도 끝 코너에서 함유재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잠시 재운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함유재가 가방을 고쳐 메고 재운의 뒤를 따라갔다.

재운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 이후에는 발걸음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재운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일부의 시선이 끈덕지게 재운에게 달라붙었다.

재운의 뒤를 따라가면서 함유재는 재운의 오메가 페로몬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옥상이 목적지인 걸까. 재운이 향하는 길의 끝에는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함유재의 예상대로 재운은 계단 위로 걸음을 옮겼다. 당장이라도 넘어질 듯 비틀거리는 몸이 위쪽으로 사라졌다.

옥상 문이 열려 있을 리 없었다. 함유재가 알기로 경영관 옥상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일반 학생들에게는 개방되지 않는 장소였다.

그러나 재운은 옥상 문이 열려 있다는 걸 아는 사람처럼 그쪽으로 향했고, 정말로 옥상 문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한참 동안 옥상 문 앞에서 망설이던 함유재가 결심한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문을 열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동작이 천천히 이어졌다.

“으윽…….”

희미하게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문을 열었던 함유재가 숨을 멈췄다.

신음 소리 사이사이 섞여 들려오는 소리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강의 듣는 내내 좆에 박히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

“흐윽, 윽……. 제발 그만…….”

“좆 세우면서 그런 말 하면 어떡해. 내가 들어줄 이유가 없잖아.”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디뎠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광경에 함유재가 막혔던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옅게 헐떡거렸다.

수업 내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재운이 하의만 벗은 채 누군가에게 삽입당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팔뚝만 한 좆이 젖은 소리를 내며 하얀 엉덩이 사이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광경이 적나라했다.

재운이 좆을 피하기 위해 몸을 틀어 봐도 소용없었다. 얇은 손목은 한데로 얽혀 남자의 손 하나에 억눌린 채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엉덩이만 깊숙하게 뺀 상태에서 재운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야릇한 신음을 토해 내는 것뿐이었다.

“재운아, 이렇게 액을 질질 쌀 정도로 좋아?”

“으으, 아, 아니야……. 싫어…….”

남자는 손쉽게 바르작거리는 재운의 움직임을 억압했다. 커다란 손안에서 연분홍빛 성기가 엉망으로 주물러졌다.

남자의 말대로 재운은 아니라는 말과는 달리 성기에서도 맑은 선액을 뚜욱, 뚝 흘리고 있었다.

손바닥에 마찰되는 성기가 당장이라도 사정할 기세로 먹음직스럽게 익어 갔다.

혹시 지금 자신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함유재가 살면서 봤던 어떤 영상보다도 야한 장면이었다. 아마 처음 본 순간부터 내심 마음에 품고 있던 재운이 주인공이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떨리는 시선이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제 고간에 닿았다. 순간이지만 자신도 물소리를 내는 구멍에 좆을 박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재운의 아래를 들쑤시는 남자가 부러웠다.

함유재가 머릿속을 장악해 가는 상상에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옥상 바닥에 굴러다니던 사탕 껍질이 신발 밑창에 눌렸다.

“……뭐야. 관객이 있었네.”

“아, 안 돼…….”

진대원의 고개가 먼저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돌아갔다. 누군가 들어와서 봐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옥상 문을 잠그지 않기는 했지만 정말로 관객이 생길 줄은 몰랐다.

진대원이 자연스럽게 재운의 몸에서 좆을 빼내고 재운을 가리듯이 섰다. 끈 떨어진 인형처럼 재운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재운의 시야에도 함유재의 모습이 들어왔다. 상처투성이인 몸만큼이나 새까만 눈동자가 엉망으로 뒤흔들렸다.

“이재운, 쟤랑 아는 사이야?”

“흐으, 아, 아아…….”

재운이 양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추잡한 제 모습을 가리기 위해 다리를 있는 힘껏 모아 봐도 발기한 좆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빠져나간 좆을 찾는 듯 뻐끔거리는 구멍에 재운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눈을 감으면 다른 사람도 자신을 보지 못하는 줄 알았다.

재운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눈을 꼭 감고는 했다.

“으윽…….”

“재운아, 내가 묻잖아. 쟤랑 너랑 아는 사이냐고.”

그러나 재운이 눈을 감아도 보육원 아이들은 손쉽게 재운이 숨은 장소를 찾아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진대원이 재운의 옆에 몸을 굽히고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재운의 턱을 우악스럽게 쥐었다.

턱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심상치 않았다. 결국 재운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새까만 눈동자가 진대원을 비껴 지나갔다.

눈물로 부옇게 흐려진 시야에 망부석처럼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함유재가 보였다.

“보, 지 마…….”

재운이 입술에 피가 나도록 깨물며 함유재를 향해 애원했다. 혹시나 보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헛된 희망은 바닥으로 추락하는 눈물과 함께 사라졌다.

단정한 얼굴이 열기에 잠식된 채 익숙한 눈동자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눈동자와 똑같았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구멍을 헤집고 제 좆을 쑤셔 박고 싶다는 저열한 욕망이 찰나이지만 함유재의 눈동자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재운의 눈동자에서 빛이 서서히 꺼져 갔다. 진대원은 자신이 아닌 다른 놈 때문에 재운이 충격을 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혀를 찼다.

“잘됐네, 이재운. 너 다른 사람 앞에서 박히는 거 좋아하잖아.”

“대원아, 제발…….”

낮게 가라앉은 진대원의 목소리에 재운이 두 손을 모아 비볐다. 그러나 진대원은 주저앉아 있는 재운의 팔을 잡아 들어 올리는 행동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재운이 다리에 힘이 빠져 재차 주저앉으려고 하자 진대원이 재운의 등을 벽에 밀어붙였다.

“아, 흐……!”

마른 다리가 진대원의 팔에 걸려 벽에 고정됐다. 곧장 손가락 두 개를 구멍에 삽입한 진대원이 내벽을 거칠게 벌리며 파고들었다.

방금 전까지 거대한 좆이 드나든 덕분에 재운의 구멍은 손가락 두 개는 무난하게 조여 물었다.

쫀득하게 손가락을 감싸 오는 점막의 감촉이 뜨거웠다. 손가락은 들어왔던 것처럼 불시에 빠져나갔다. 진대원이 선액으로 번들거리는 좆을 위아래로 훑다 좆 대가리를 부어오른 구멍 입구에 맞췄다.

“하, 지 마…….”

진대원의 어깨 너머로 여전히 굳어 있는 함유재가 보였다. 재운이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진대원의 어깨를 밀어냈다.

“으읍…….”

반항은 맞물린 입술을 통해 힘을 잃었다. 구멍을 빠듯하게 벌리는 좆처럼 진대원이 두툼한 혀로 작은 입속을 거칠게 유린했다.

언제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다. 구멍 속에서 액은 흘러나오는데 재운의 몸은 경직된 상태로 잘게 경련했다.

미간을 찌푸린 진대원이 제 페로몬을 풀어냈다. 재운을 향해 퍼부어지는 페로몬은 등 뒤에서 지켜보는 다른 알파를 향해서도 거칠게 나아갔다.

“윽…….”

살갗을 찌르르 울리는 감각에 함유재가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진대원의 페로몬에 절여지다시피 한 재운은 아래로 액을 울컥 쏟아 냈다.

부서지는 마음과 상관없이 오메가의 몸은 정직하게 제 몸을 파고드는 알파를 반겼다. 히트 사이클이 아닌데도 굳게 닫혀 있는 자궁 입구마저 움찔 떨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 아아……!”

좁은 입구를 벌리고 있던 귀두가 한 번에 안쪽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자궁 입구를 두드려 대는 귀두에 재운이 눈을 홉떴다.

무너지는 재운의 팔을 진대원이 들어 제 목에 감게 했다. 재운의 몸을 단단하게 고정한 채 진대원이 방해꾼의 등장에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행위를 이어 갔다.

“으, 아, 자, 잠깐……!”

단단한 진대원의 몸에 비해 재운의 몸은 말랑하기만 했다. 진대원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재운의 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한쪽 발은 바닥에 닿아 있어도 온몸에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재운은 진대원에게 매달린 채 버텨야만 했다.

아래를 드나드는 좆에 꿰뚫려 허공에 전시된 전시물이 된 것만 같았다. 관람객은 대학에 들어와 재운이 유일하게 친분을 나눈 이였다.

“아흑…….”

진대원은 어느 순간부터 재운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여린 살결을 짓씹듯이 맛보고 있었다.

핏방울이 올라올 정도로 살갗을 씹어 대는 입질에 재운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거대한 좆이 내벽 안쪽의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짓누를 때면 느끼고 싶지 않아도 느껴지는 쾌락에 정신이 혼몽해졌다.

재운에게 섹스는 고통과 쾌락의 경계선이 무너진 세상이었다.

알파의 페로몬에 흐물흐물해진 내벽은 더 박아 달라는 듯이 진대원의 좆에 달라붙어 그를 자극했다.

귀두선이 구멍 입구에 걸쳐질 때까지 좆을 뒤로 물렸다가 단번에 안쪽으로 좆을 밀어 넣는 진대원 때문에 재운은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통증도 같이 느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로터로 내벽이 충분히 풀어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재운은 오늘도 찢어진 구멍에 밤새 앓았을지도 몰랐다.

“잘못, 했어…….”

몸이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진대원밖에 없는 상황이 재운을 한계까지 몰아갔다.

여전히 흔들리는 시야에 들어오는 함유재도 재운의 정신을 빠르게 무너뜨렸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건지도 모르고, 재운은 비굴하게 빌었다.

끔찍한 이 상황이 끝날 수만 있다면 재운은 진대원의 신발 밑창을 핥을 수도 있었다.

“흐으, 그만해…….”

재운의 얼굴이 눈물로 흠뻑 젖어 들었다. 불행한 점이라면 재운의 우는 얼굴에 진대원의 좆이 한층 더 부피를 키웠다는 거였다.

안 그래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내장을 압박하는 성기였다. 거기에 더해 진대원이 허리 짓의 속도를 높였다.

재운의 고개가 힘없이 꺾이며 뒤통수가 벽에 닿았다. 몸을 쪼갤 듯이 밀어붙이는 힘에 재운의 머리가 벽에 쿵쿵 소리를 내며 박혔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아픔은 아래가 헤집어지는 고통에 비하면 견딜 만했다.

참을 수 없는 건…… 무너져 내리는 마음이었다.

분명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기만 한데, 재운의 눈동자에 비치는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어 갔다. 먹구름이 몰려와 차디찬 비를 내렸다.

좆이 빠져나갈 때마다 내장까지 같이 뽑혀 나가는 것만 같았다. 동시에 재운의 마음도 산산조각이 난 채 엉망으로 짓뭉개졌다.

“나는…….”

머리에 충격이 더해질수록 시야가 가장자리부터 어둑하게 물들어 갔다.

‘도대체 얼마나 잘못한 걸까…….’

재운이 끝맺지 못한 문장을 속으로 삼키며 무력하게 눈을 감았다. 눈을 뜨고 있어도 세상은 온통 어둡기만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이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위로해 줬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한 게 뭔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재운은 제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는 오물이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어떤 이들은 태어난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긴다는데. 자신은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자신은 존재 자체가 죄였던 거다. 게다가 오랜 시간 친구로 지냈던 이들을 발정 난 개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는 대학교에서 유일하게 친분을 쌓은 이마저 자신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게 했다. 심장이 헤집어지는 감각은 단순히 아프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벽에 찧어지는 머리를 타고 둔탁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좆이 틀어박히는 아픔과는 달랐다.

재운은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이대로 눈을 감고 영영 눈을 뜨지 않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만큼.

눈을 감고 있는데도 정신이 아득한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재운은 추락에 반항하는 대신 얌전히 몸을 맡겼다. 어느새 익숙해진 체념이었다.

“이재운, 팔에 힘 좀 줘 봐.”

진대원이 잠든 사람처럼 몸이 추욱 늘어지는 재운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이재운?”

그러다 재운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다. 이전에도 섹스할 때마다 재운은 한계 이상으로 몰아붙여지면 섹스 도중에 기절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 몰아붙였다. 기절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진대원은 순간 재운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유로 정신을 잃었다는 걸 직감했다.

“야, 정신 차려 봐! 이재운!”

“구급차…… 부를게요.”

진대원의 다급한 음성에 함유재도 정신을 차렸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아 핸드폰을 꺼내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 *

“재운아, 일어났어?”

“여기, 가 어디…….”

“병원이야.”

재운이 힘없이 눈꺼풀을 깜박이다가 다시금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에 닿아 오는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숨이 막혔다. 재운은 보이지 않는 끈이 제 몸을 칭칭 감아 속박하는 듯했다.

“가벼운 뇌진탕이래. 한동안은 학교에 나가지 말고 병원에서 치료받자. 심한 건 아니라서 충분히 휴식하면 한 달 내로 괜찮아질 거야.”

정신을 잃기 전 있었던 일들이 덩굴처럼 얽혀 머릿속에 떠올랐다.

“혼자…… 쉬고 싶어.”

재운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유일하게 원하는 바람을 얘기했다. 윤일우가 곁에 있는 한 재운은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지금처럼 다정하게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도 언제든지 그가 누워 있는 자신의 위에 올라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전신을 내리눌렀다.

“……한숨 더 자. 이따 저녁에 다시 올게.”

윤일우는 한참 동안 하얗게 질린 입술에 시선을 두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실 앞에 경호원 세워 뒀어. 다른 애들도 못 들어와. 너도 못 나가고.”

어차피 재운은 자유를 속박당한 상태였다. 심지어 지금은 아픈 상황이었다.

재운은 본인이 자유롭게 어디론가 나갈 수 없다는 상황에 우울해지는 대신, 윤일우를 제외한 이들은 들어올 수 없다는 말에 안심하고 말았다. 그 간극이 못내 서러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윤일우는 마지막으로 재운의 머리카락을 한 번 쓰다듬고는 병실을 나섰다.

조용히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재운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색색거리는 제 숨소리만이 고요한 병실 안을 울렸다.

코끝에 스치는 윤일우의 페로몬에 재운이 입술을 깨물고 이불을 끌어 올렸다.

“너는 진짜…… 구제불능이야.”

윤일우의 페로몬에는 성적인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재운을 안정시키려는 것처럼 잔잔하기만 했다.

그런데도 재운의 성기는 윤일우의 페로몬에 반응해 버렸다.

재운은 현재 속옷도 없이 환자복만 입은 상태였다. 샅의 한 부분이 다른 곳과 달리 젖어 있었다.

봉긋하게 솟은 고간을 내려다보는 재운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물들어 갔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제 자신은 윤일우의 페로몬만 맡아도 발정하고 있었다.

‘너는 맨날 싫다면서 페로몬만 뿌려 주면 발정 난 개처럼 질질 싸더라.’

싫다고 울부짖는 제 몸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면서 송진오가 한 말이었다. 당시에는 아니라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도록 울부짖었다.

그런데 지금 제 몸을 보니…… 정말 그의 말대로 자신은 이미 짐승이 되어 버린 걸지도 몰랐다.

재운의 눈가를 타고 흘러내린 눈물방울이 침대 시트 위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병실 밖에 있는 사람에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릴까 싶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입을 꾸욱 막은 채였다.

* * *

“이재운 어디 있어?”

“한동안 재운이 만날 생각하지 마.”

“아니, 나도 이재운이 그렇게 다칠 줄은 몰랐다고……!”

진대원이 악을 쓰듯 소리를 지르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뿌리에 검은 머리가 자라난 탈색 머리가 신경질적인 손가락 사이에서 거칠게 헤집어졌다.

“사과라도 하게 해 줘. 이대로 두면 이재운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냐?”

“사과를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길길이 날뛰는 진대원과 달리 윤일우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다만 진대원을 흘낏 바라보는 시선은 한겨울의 바람처럼 차가울 뿐이었다.

“내가 경고했잖아. 재운이한테 좆 쑤시는 건 상관없는데 마음은 신경 쓰지 말라고.”

“너…….”

무표정한 얼굴은 여전했다. 그러나 진대원은 압박하듯이 흘러나오는 윤일우의 페로몬에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상체를 굽혀야 했다.

“하여튼 진대원 너는 자제하는 법을 좀 배워야 해. 다른 학교 다니는 놈이 우리 학교까지 찾아와서 사달을 내기나 하고.”

두 사람의 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송진오도 윤일우의 편을 들었다.

주말 내내 재운을 옆에 끼고 살 생각이었는데. 진대원 때문에 재운이 다친 채로 병실에 입원했다.

사실 자신은 재운이 다쳤어도 그건 그것대로 괴롭히는 맛이 있을 것 같아 입맛이 돌았지만, 지금은 몸을 사릴 때였다.

윤일우가 생각보다 재운이 다친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윤일우와 척을 지는 순간 지금처럼 재운에게 좆을 쑤셔 박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컸으니까.

“윤일우, 이쯤 하면 됐어.”

진대원의 안색이 새빨간 걸 넘어서 창백하게 질려 가자 김본기가 나섰다. 윤일우가 김본기의 만류에 페로몬을 조금씩 거둬들였다.

“허억, 헉…….”

거칠어진 숨을 내뱉는 소리만이 네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건 윤일우였다.

넓은 등에 실핏줄이 선 진대원의 눈동자가 따라붙었다. 송진오가 그런 진대원과 윤일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툼에도 송진오의 눈동자에 어린 감정은 흥미로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 *

“……하루 종일 병실에 있어도 괜찮아?”

“응. 심심해?”

“그게 아니라…….”

재운이 병실 안에서만 지낸 지도 일주일이 흘렀다. 호텔처럼 병실 안에 욕실도 있는 곳이라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거기에다가 식사 시간에 맞춰서 나오는 음식은 병원 밥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호화스러웠다.

덕분에 재운은 불편한 마음과는 달리 몸을 빠르게 회복하는 중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병실 안에서 홀로 보냈지만, 윤일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병실을 찾아왔다.

심지어 밤에는 재운의 침대를 비집고 들어와 재운을 품에 안고 잠들기도 했다.

그래도 낮 시간에는 학교를 가고, 제 할 일을 하며 자리를 비웠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윤일우가 병실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주말도 아니었다. 재운이 알고 있는 바로는 학교 수업도 있는 날이었다.

한량처럼 병실 내에 있는 소파에 느긋이 몸을 기대고 책을 읽던 윤일우가 책을 탁 소리가 나도록 덮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장신에 재운이 마른침을 목 뒤로 삼켰다.

괜히 말을 걸었나 싶은 후회가 빠른 속도로 마음속에 번져 나갔다.

“머리는?”

“……안 아파. 그러니까 나 이제 퇴원하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윤일우가 재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뜨거운 살덩이가 고른 치열을 훑고 익숙하게 작은 입안을 파고들었다.

“으음…….”

오랜만에 하는 입맞춤이었다. 윤일우는 잠든 재운의 몸을 품에 끌어안고 자면서도 손을 대지는 않았다.

등허리를 쿡쿡 쑤셔 오는 성기 때문에 몸이 달아오른 건 오히려 재운이었다.

윤일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결벽증이 있는 사람처럼 페로몬을 풀지 않으면서도, 유독 재운의 앞에서는 편안하게 페로몬을 풀고는 했다.

페로몬이 제게 쏟아지듯 퍼부어지던 순간에 처음으로 몸이 꿰뚫렸다. 이후 재운의 몸은 착실하게 윤일우의 페로몬에 반응했다.

지금도 타액을 타고 넘어오는 페로몬에 재운의 눈동자가 혼탁한 빛으로 물들어 갔다.

길이와 두께가 다른 두 개의 살덩이가 척척한 소리를 내며 섞여 들어갔다. 달뜬 숨마저 집어삼킬 기세로 몰아붙이는 키스에 재운이 눈을 감은 채 헐떡였다.

“으응, 응…….”

눈을 감은 재운과 달리 윤일우는 눈매를 가느다랗게 좁힌 채 재운의 안색을 살폈다. 고통스러워하는 빛이 없자 커다란 손이 넉넉한 상의 안쪽을 파고들었다.

단숨에 단단해지기 시작한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비볐다.

“흐읏…….”

여전히 자그마한 살덩이는 뭉근한 마찰력에 꼿꼿하게 고개를 치켜세웠다. 윤일우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고개를 뒤로 물렸다.

“하아, 하……. 지금, 뭐 하는……?”

버겁던 숨이 한 번에 들어오는 바람에 재운이 가슴을 들썩거렸다. 그러나 곧장 윤일우가 상의를 들고 고개를 가슴에 묻어 얼빠진 소리를 내야만 했다.

“자, 잠깐만…….”

재운이 볼록하게 솟아오른 환자 상의를 붙들었다. 유륜을 넓게 쓸어 올리는 축축한 감촉에 발끝이 곱아들었다.

말랑한 심이 완전히 단단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일우는 한쪽 젖꼭지는 입술 안으로 쪼옥, 쪽 소리가 나도록 빨아들이면서, 다른 살덩이는 엄지와 검지로 뭉갰다가 펴기를 반복했다.

집요하게 빨리는 가슴에서 시작된 홧홧한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재운이 입고 있는 환자복 바지의 정중앙이 발기하는 성기를 따라 작은 언덕처럼 솟았다.

“벌써 섰네.”

윤일우가 부풀어 오르는 고간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 가는 갈증이 치밀었다.

혀를 길게 빼내 갈비뼈의 윤곽을 덧그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일자로 팬 배꼽 부근에 입을 맞추자 아래에 깔린 몸이 바르작거리며 반항을 시도했다.

“간, 지러워……. 하지 마…….”

그러나 재운의 반항은 윤일우가 페로몬을 한 겹 푼 순간 사그라들었다.

메마른 사막 위에 새하얀 눈송이가 송알송알 떨어져 내렸다. 윤일우는 억누르고 있던 페로몬을 해방시킬 때마다 온몸이 메말라 가는 듯한 열기를 느꼈다.

하지만 재운의 페로몬을 맡으면 지독했던 열기는 어느새 재운을 남김없이 먹어 치우고 싶다는 갈증으로 변해 갔다.

둔탁한 두통이 이어지던 머릿속이 개면서도 다른 이유로 혼탁하게 물들어 갔다.

“아흑……!”

윤일우가 이를 세워 천에 감싸인 재운의 성기를 물었다.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던 것과는 다른 과격한 입질이었다.

예민한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재운의 감긴 눈가를 따라 맑은 물줄기가 샘솟듯이 터져 나왔다.

체액으로 젖어 든 바지와 속옷을 윤일우가 한 번에 벗겨 냈다. 맑은 선액이 귀두 끝에 고여 있다가 멀어지는 천을 따라 주우욱 늘어났다.

반쯤 발기한 성기는 고통에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체모 하나 없는 맨들맨들한 살덩이였다.

윤일우가 혀를 내밀어 살덩이의 요철을 읽듯이 핥아 올렸다. 작은 알사탕 같은 고환도 입안에 넣고 굴렸다.

“아, 아파…….”

“지금은?”

재운이 손을 뻗어 휑하게 드러난 제 고간을 가리려 했다. 윤일우가 손쉽게 재운의 손을 잡아 침대 시트에 눌렀다.

“놔, 줘…….”

재운이 발뒤꿈치로 침대를 밀었다. 달랑거리는 성기 밑으로 빼꼼히 보이는 구멍에서는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멍은 좆 쑤셔 달라고 애원하는데. 어느 쪽이 진심이야?”

낮은 웃음이 구멍 위로 흩뿌려졌다. 재운이 재차 발을 뻗어 윤일우의 어깨를 밀어내려 할 때였다.

“읏…….”

재운의 시야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방금까지는 얼룩 하나 없는 병실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었다. 그러나 지금 재운의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구겨진 침대 시트뿐이었다.

거칠게 처박힌 얼굴 때문에 눈을 깜박이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나아지고는 있다고 해도 머리 쪽에 둔탁한 충격이 가해지자 일순 강한 어지럼증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아, 머리는 부딪치면 안 되는데. 재운아, 다치니까 움직이지 마. 알았지?”

윤일우가 베개를 끌어당겨 재운의 머리를 그 위로 올려 뒀다. 하얀 엉덩이를 손으로 잡아당기자 재운이 엉덩이만 빼 든 상태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아, 흐…….”

액이 흘러나오는 구멍 속으로 손가락 두 개가 한 번에 박혀 들어갔다. 윤일우가 다소 성급한 움직임으로 손가락을 한데 얽어 구멍 속을 휘저었다.

안쪽에 고여 있던 액이 울컥 구멍 밖으로 새어 나왔다. 상쾌하면서도 은은하게 달콤한 페로몬 향이 윤일우의 코끝을 훑고 지나갔다.

“힘 빼.”

윤일우가 손가락을 빼내고 어느샌가 입을 다문 구멍 입구에 제 좆 끝을 맞췄다. 손가락 두 개와는 비교하기 힘든 압박감이 입구를 짓눌렀다.

“싫어…….”

재운이 손을 뒤로 뻗어 윤일우를 밀어냈다. 하지만 재운의 손길은 이미 선액이 흘러내리는 흉흉한 좆을 쓰다듬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우윽…….”

재운이 재차 손을 뻗으려 했지만 온몸에 쏟아지는 페로몬에 베개에 이마를 비비며 버텨야만 했다.

커다란 손이 엉덩이 한쪽을 활짝 벌렸다. 구멍이 뻐끔거리는 모양새가 꼭 제 좆을 반기는 것만 같아 윤일우가 낮은 웃음을 흘렸다.

“천천히 들어가면 오히려 더 아프니까…….”

“아악……!”

“한 번에 쑤셔 줄게.”

윤일우가 조금씩 벌려지는 구멍을 힘으로 뚫었다. 내벽이 거대한 좆 모양으로 찢어지는 느낌에 재운이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었다.

“흐윽……. 아…….”

재운이 눈물로 젖어 드는 베개에 얼굴을 문지르며 허리를 뒤틀었다. 윤일우가 가슴을 빨아 줄 때 방심하는 게 아니었다.

윤일우는 재운을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다가도 한 번씩 거칠게 몰아붙이고는 했다.

마치 처음 그에게 뚫렸던 날처럼.

“다행히 안 찢어졌다.”

헐떡이는 재운과 달리 윤일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다는 것만 빼면 평온했다. 윤일우가 엄지로 주름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팽팽하게 늘어난 구멍 입구를 매만졌다.

“재운아, 네 구멍 진짜 잘 늘어나는 거 알아?”

“아, 안 돼…….”

엄지손가락이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 입구를 비집고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구멍이 찢어져 피를 흘릴 것만 같아 재운이 애원했다.

“몸 다 나으면 두 개 집어넣어 보자.”

윤일우가 고개를 숙여 환자복이 흘러내려 드러난 어깨 위로 입술을 묻었다. 재운의 살결은 하얀 만큼 자국이 쉽게 남았다.

상처가 날 때마다 값비싼 연고를 아끼지 않고 발라 준 덕분에 여전히 재운의 피부는 새하얀 설원 같았다.

부드러운 살갗을 입안으로 빨아 당겼다 뱉을 때마다 하얀 도화지 위에 붉은 꽃잎이 그려졌다.

“흐, 아아…….”

재운은 구멍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늘어나는 고통에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몸을 들썩였다.

“오늘은 내 좆만 먹어. 착하게.”

윤일우가 손가락을 빼내고 재운의 허리를 잡았다. 좆 대가리로 굳게 닫힌 자궁 입구를 쿠욱, 쿡 쑤셔 주자 재운이 벌린 입가로 타액을 질질 흘렸다.

도랑처럼 파인 등허리를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윤일우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냈다.

귀두 아래 우묵한 부분까지 빼낸 순간이었다. 재운의 구멍이 아플 정도로 귀두를 조여 물었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오늘따라 더 조이는 것 같아.”

“흐으, 으…….”

윤일우의 페로몬이 아니었다면 재운은 고통에 기절했을지도 몰랐다. 아직은 쾌락보다 고통이 더 강했다.

윤일우가 재운의 종아리 부근에 걸려 있는 환자복을 완전히 벗겨 내 바닥으로 던졌다.

양손으로 적당하게 감싸지는 엉덩이를 잡아 손자국이 남도록 힘을 줬다.

“아, 흑……!”

퍼억. 윤일우가 대번에 좆을 안쪽까지 쑤셔 박았다. 재운의 몸이 크게 밀려나 헤드에 가까워졌다.

미간을 찌푸린 윤일우가 재운의 상체를 팔로 감싸 안아 일으켰다. 양팔로 어깨와 팔이 이어지는 부분을 고정하고 재운의 머리가 움직이지 않도록 손으로 붙들었다.

목과 턱의 경계선을 꽉 잡고 있는 윤일우 때문에 재운은 윤일우가 허리를 처박아도 도망가지 못했다.

병원 침대답지 않게 튼튼했던 침대가 삐걱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윤일우의 허리 짓이 빨라지는 만큼 침대의 흔들림도 강해졌다.

“흐, 으, 아……!”

윤일우가 어느 순간부터 재운이 느끼는 부분을 귀두로 짓눌렀다. 고통이 야금야금 쾌감에 잡아먹혔다.

허공에서 달랑거리던 재운의 성기가 요도구에서 허연 정액을 흩뿌렸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윤일우가 허리를 박을 때마다 침대 시트 곳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윤일우가 재운의 입가에 입술을 붙이며 허리를 툭, 툭, 위로 쳐올렸다. 사정하면서 재운의 내벽이 성기를 끊어 버릴 듯이 조여 왔다.

알파의 좆에 헤집어진 점막은 따끈따끈하게 열이 올라 있었다.

“힘들, 으, 흐윽…….”

“나 아직 한 번도 못 쌌는데. 벌써부터 힘들어하면 어떡해.”

재운이 사정하면서 한껏 예민해진 몸에 폭력적으로 퍼부어지는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흐느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들어 제 몸을 밧줄처럼 휘감고 있는 윤일우의 팔을 붙들어 봐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붉어진 재운의 귓불을 윗니와 아랫니로 잘근잘근 씹었다. 점점 더 빨라지는 윤일우의 동작에 재운이 눈을 감고 억눌린 신음을 토해 냈다.

“으윽, 흐, 으…….”

쾌락이 섞여 들다가도 머릿속에 번지는 어지럼증에 재운은 좀처럼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평소보다도 뜨끈뜨끈한 열기를 내뿜는 재운의 몸에 윤일우가 이른 사정을 했다.

사정을 하는 와중에서도 좆 대가리에 맺힌 정액을 내벽 곳곳에 치덕치덕 바르며 문질렀다.

재운의 의지와 상관없이 구멍이 윤일우의 좆을 꾹, 꾹, 세게 조여 물었다.

“정액 더 싸 달라고 조르는 거야?”

“아, 아니…….”

재운이 흐느적거리며 고개를 저으려고 했지만, 여전히 윤일우의 손이 재운의 얼굴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빨리 끝내고 싶어?”

“으, 응…….”

귓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재운이 힘겹게 눈을 떴다. 거짓말이라고 해도 좋았다.

재운은 당장이라도 침대에 몸을 묻고 쉬고 싶었다. 지겨울 만큼 한가로웠던 병실 생활이 그리울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윤일우에게 박히는 감각이 지독할 정도로 거세게 온몸을 짓눌러 왔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재운이가 움직일래?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게.”

윤일우가 자세를 바꿨다.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재운이 제 위에 올라타게 했다.

움직이면서 빠져나간 좆이 재운의 엉덩이 골 사이에 파묻혔다. 재운이 뚜렷한 복근 위에 손바닥을 둔 채 눈을 끔벅거렸다.

“혼자 움직여 봐. 사정하게 하면 오늘은 이걸로 끝낼 테니까.”

“정말……?”

“응.”

보통 한번 섹스를 시작하면 윤일우는 재운이 기절할 즈음이 되어서야 그만뒀다. 윤일우는 현재 한 번만 사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윤일우가 재운이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면 그만둔다고 약속을 했다. 재운으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할게.”

재운이 윤일우의 배를 손으로 짚은 채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액으로 미끌거리는 성기가 일어나 하얀 볼기를 투웅 소리가 나도록 쳤다.

그러나 재운이 스스로 두꺼운 좆을 구멍 안에 집어넣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도와줘?”

“잠, 깐만…….”

재운이 성기를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무릎에 힘을 주고 버티고 있지만 후들후들 떨리고 있어 몸이 계속해서 흔들렸다.

“왜 안 되지…….”

희게 질리도록 아랫입술을 깨문 재운이 윤일우의 표정을 살폈다.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툭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눈동자가 어두워진 윤일우가 손을 뻗어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다.

“다리 좀 더 벌려 봐.”

재운이 윤일우의 명령에 따라 어설프게 다리를 벌렸다. 윤일우가 재운의 움직임에 맞춰서 허리를 끌어당겼다.

입구에 맞춰진 성기의 끄트머리가 조금씩 불긋해진 엉덩이 둔덕 사이로 사라졌다.

아래가 빠듯하게 벌어지는 감각에 윤일우의 어깨를 쥔 재운의 손마디에 힘이 들어갔다.

“흐, 아아…….”

즈으읍, 살이 늘어나는 소리가 나며 재운의 허벅지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마침내 까슬한 음모가 엉덩이에 닿았다.

마른 가슴이 옅게 들썩이며 밭은 숨을 토해 냈다. 지독한 어지럼증에 시야가 부옇게 흐려졌다.

“재운아, 움직여야지. 힘들면 내가 할까? 한 번으로는 안 끝나겠지만.”

“할, 수 있어…….”

윤일우가 말랑말랑한 엉덩이를 주무르며 재운을 재촉했다. 언제 들어가도 재운의 내벽은 사람을 미치게 했다.

지금 당장 재운의 몸을 고정하고 허리를 위로 쳐올리고 싶은 충동이 마음속에 가득 번져 나갔다.

재운이 땀으로 번들거리는 손바닥을 환자복 상의에 문질렀다. 윤일우의 가슴 위로 손을 두고 느릿하게 몸을 흔들었다.

두꺼운 성기가 안쪽까지 틀어박혔다가 나가는 감각이 적나라했다.

“으, 흐응…….”

그래도 혼자서 속도를 조절해서 하니 일방적으로 좆이 쑤셔질 때보다는 한결 편안했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

재운이 입고 있는 환자복의 아랫부분이 성기가 발기하면서 위로 들리고 있었다. 윤일우는 정말로 재운과 약속을 지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성기를 넣기 버거워해 잠깐 도와준 게 다였다. 환자복이 어깨 한쪽을 타고 흘러 내려가 보일 듯 말 듯 한 젖꼭지를 비틀고 싶었으나 주먹을 쥐면서 참았다.

재운이 자신을 사정시키겠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는 게 생각보다 괜찮았다.

“으, 응……. 으……!”

신음이 툭툭 끊어지는 순간에 맞춰 구멍 또한 좆을 끊어 먹을 듯 조여 물었다.

“재운아, 이래서는 한나절은 걸릴 것 같은데.”

다만 재운이 너무 부드럽게 움직여서 해소되지 못한 열감이 쌓여 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기다, 려…….”

윤일우가 움직일 것 같자 재운이 이를 악물었다. 손을 뒤로 뻗어 윤일우의 무릎을 짚었다.

자세가 바뀌자 성기가 한층 더 깊게 안쪽을 파고들었다. 허벅지에 힘을 줘 성기를 손가락 한 마디만큼 밖으로 빼냈다가 재차 안쪽까지 오물오물 씹어 먹었다.

위에서 아래로 허리를 찧어 내리면서 구멍에 잔뜩 힘을 줬다.

“하아…….”

윤일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느른한 한숨을 내쉬었다. 뜨거운 시선은 좆을 야금야금 물었다가 뱉어 내는 접합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재운이 무의식중에 그의 좆 끝이 제가 느끼는 지점을 향하도록 허리를 비틀었다.

“흐읏, 응, 으응…….”

전립선이 있는 부위가 좆에 짓뭉개질 때마다 재운이 달뜬 신음을 토해 냈다.

“상의도 벗어 봐.”

아랫입술을 혀로 핥은 윤일우가 재운의 몸에 걸쳐져 있는 환자복을 눈짓했다. 재운이 한쪽 손을 움직여 단추를 풀어 갔다.

내벽이 짓눌릴 때면 몸이 종잇장처럼 떨렸다. 손가락이 단추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그 위에서 헛돌았다.

“제발, 좀…….”

풀어지지 않는 단추가 답답한 탓에 재운의 눈썹이 추욱 가라앉았다. 재운이 결국 반쯤 풀린 상의를 손으로 잡고 뜯어냈다.

투둑, 툭, 떨어진 단추들이 체액으로 엉망이 된 시트 위에 흩뿌려졌다.

“과격하네.”

윤일우가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재운이 힘겹게 환자복을 바닥으로 던지는 걸 지켜봤다.

재운이 아예 눈을 감고 제멋대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쳤던 게 후유증으로 남은 걸까. 섹스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몸이 빠르게 지쳤다.

스스로 움직이자 어지럼증이 덜했지만 여전히 눈앞이 핑핑 돌았다.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윤일우의 좆을 내벽으로 감싸 안았다.

넣을 때만 해도 버거웠던 좆은 어느 순간부터 재운에게 간질거리는 쾌락을 선사하고 있었다.

재운이 손을 움직여 선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성기를 손에 쥐었다. 윤일우가 만져 줬던 감촉을 떠올리며 성기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으응, 응…….”

앞에서도 자극이 가해지자 재운의 구멍이 힘을 받아 옴쭉옴쭉 좆을 압박했다.

“흐읏……?”

“약속 못 지키겠다. 미안.”

온몸으로 윤일우의 좆을 느끼면서 사정할 순간을 기다릴 때였다. 얌전히 침대에 기대 있던 윤일우가 몸을 일으켰다. 재운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몸이 뒤로 넘어갔다.

넘어지기 전에 윤일우가 재운의 허리를 감싸 제 상체로 끌어당겨 안았다.

“목에 팔 둘러. 빠르게 움직일 거니까.”

“잠깐……!”

약속이랑 다르지 않냐고, 항변하려던 목소리는 거세게 흔들리는 몸 때문에 목 뒤로 삼켜지고 말았다.

“아, 흐, 아……!”

윤일우가 재운의 턱을 손으로 감싸고 입술을 붙였다. 재운이 입안에 고인 타액을 꿀꺽꿀꺽 받아 삼켰다. 아래를 들쑤시는 좆처럼 작은 입안을 헤집는 혀가 뜨거웠다.

재운이 움직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붉어진 엉덩이가 윤일우가 움직일 때면 더욱 붉게 달아올라 짓뭉개졌다.

침대 다리가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이 끼익, 끽 비명을 질렀다.

“약, 속…….”

“응, 알아. 못 지킨 거.”

입술이 떨어진 틈을 타 재운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항변을 했다. 윤일우는 턱선을 따라 입술을 움직이며 목덜미 살을 진득하게 빨았다.

울긋불긋해진 살을 놓아주기가 무섭게 다시 입안에 넣고 잘근잘근 씹자 재운이 구멍에 힘을 줬다.

재운은 순간 윤일우가 욕을 짓씹었다고 생각했다. 짐승이 울듯 낮은 한숨을 내뱉은 윤일우가 재운의 몸을 반 바퀴 돌렸다.

“머리 흔들리지 않게 잡고 있어.”

재운의 팔을 끌어당겨 재운이 스스로 머리를 붙잡고 있게 했다. 그런데도 재운이 계속 고개를 돌리자 윤일우는 아예 작은 머리통을 침대 위로 고정하듯 짓눌렸다.

“수, 숨…….”

재운이 졸지에 침대에 얼굴이 처박혀 바르작거렸다. 윤일우는 손에 줬던 힘을 약간만 풀어 재운의 숨구멍을 만들어 준 후 그대로 허리를 있는 힘껏 처박았다.

머리를 고정한 힘에 재운은 앞으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윤일우가 퍼억, 퍽, 허리를 치댈 때마다 엉덩이만 위로 빼든 채 흔들렸다.

윤일우는 재운의 머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머리통을 고정한 거지만, 그가 처박는 힘은 고스란히 재운의 머리에 반동을 가했다.

“아, 흐으, 그만…….”

재운이 침으로 범벅이 된 시트에 볼을 문지르며 죽어 가는 소리를 냈다.

흘레붙은 개새끼처럼 윤일우가 정신없이 몸을 파고들고 있었다.

몸이 부서질 것만 같은 아득한 통증이 헤집어지는 아래뿐만 아니라 머릿속까지 지잉, 징 울렸다.

“으윽, 윽…….”

재운이 힘없이 눈을 깜박이며 어설픈 신음을 흘렸다. 몸은 고통스러운데 발기한 성기 끝에서는 맑은 정액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간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감각이 익숙해서 서글펐다. 눈물이 고인 눈동자를 꾸욱 감았다.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좆을 쑤셔 박는 사람이 윤일우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재운은 스스로 좆을 구멍에 집어넣지도 않았을 거였다.

‘이재운, 등신…….’

배 속에서 뜨끈하게 퍼져 나가는 정액을 따라 재운이 숨을 늘어뜨렸다. 좆이 자궁구까지 처박힐 때면 반사적으로 신음을 토해 냈지만 그게 다였다.

재운의 사지가 힘없이 시트 위로 늘어졌다.

“……이재운?”

사정하면서도 재운의 머리통을 누르고 움직이던 윤일우가 재운을 불렀다. 허리를 붙잡던 손을 놓자 재운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이런.”

윤일우가 혀를 차며 재운의 몸을 안아 들었다. 코끝에 귀를 기울이자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작게 흘러나왔다.

“이래서는 진대원이랑 다를 바가 없네.”

살면서 인내심이 적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재운하고 연관되기만 하면 윤일우는 쉽게 평정심을 잃었다.

윤일우가 바닥에 떨어져 내린 이불로 재운의 몸을 감싸 안고 호출 벨을 눌렀다.

타닥, 타닥,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도 윤일우는 제 몸은 가릴 생각도 않고 잠든 재운의 얼굴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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