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송진오, 너 요리 실력이 더 늘었다?”
“칼질 연습할 겸 맨날 해 먹었더니 늘더라.”
진대원이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감탄했다. 양갈비 스테이크부터 대하 튀김이 올라간 샐러드에 로제 파스타까지.
여느 양식 레스토랑 못지않은 상차림이었다. 송진오가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 앉았다.
“일부러 다른 애들보다 적게 담았으니까 다 먹어.”
송진오가 앞에 앉은 재운에게 말을 걸며 접시를 눈짓했다. 재운의 앞에 놓인 접시는 다른 사람들 앞에 놓인 접시보다 크기부터 작았다.
“응…….”
반도 되지 않을 양이었다. 재운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가지런히 놓인 식기를 집었다.
다들 식사 예절을 어렸을 때부터 혹독하게 배워 다이닝 룸 안에는 식기가 움직이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 안에서 재운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유독 선명하게 룸 안을 울렸다.
챙, 챙, 재운의 오른손에 들린 나이프의 칼날이 새하얀 접시를 시끄럽게 때렸다.
“미, 미안…….”
재운이 조용해진 다른 애들의 눈치를 보며 왼손으로 오른손을 붙들었다. 수전증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손이 자꾸만 떨렸다.
다른 애들이 있기 때문에 윤일우는 페로몬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갈무리하고 있었다. 재운의 옆에 앉은 김본기는 베타였다. 송진오와 진대원도 페로몬 조절에 능숙했다.
그런데도 재운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들이 손에 들고 있던 식기를 내던지고 자신에게 페로몬을 퍼붓는 상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저 다 같이 밥을 먹는 자리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재운은 식탁 의자에 날카로운 가시가 박힌 것만 같았다.
다들 제대로 옷을 차려입고 있는데 재운만 헐벗은 상태였다. 그게 재운이 이들과 다른 처지라는 걸 은근하게 드러냈다.
예전에는 몰랐다. 오메가면서 홀로 알파들 사이에 있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학교를 다닐 때 오메가였던 애들이 재운을 뒤에서 욕하고, 일부는 걱정을 했던 것도, 그저 자신이 이들과 가깝게 지내는 게 부러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이.
“……와인 한 병 꺼내 올게.”
묵묵히 접시 위의 음식을 비워 내던 김본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 위에는 물잔만 놓여 있었다.
“지하에 있어.”
“……응.”
윤일우가 김본기에게 와인이 저장된 창고의 위치를 알려 줬다.
“이리 줘.”
재운이 먹은 음식이라고 해 봐야 샐러드 야채 몇 조각이 다였다. 스테이크를 썰기 위해 나이프를 들었다 챙챙거리는 소리에 굳어 버렸다.
진대원이 재운의 접시를 가져가 스테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송진오가 유난이라며 혀를 쯧쯧 찼다.
“……고마워.”
재운이 진대원에게 고맙다 인사하고 접시를 받았다. 배부르다고 하면 곧바로 섹스가 시작될 것만 같았다.
재운이 포크로 가장 작게 썰린 고기 한 조각을 찍었다. 양고기는 잘 먹지 못하는 편이었다.
다만 송진오가 잡내가 나지 않게 잘 구워서 재운은 고기 한 조각을 꾸역꾸역 씹어 목 뒤로 넘길 수 있었다.
“……이거 마시면서 먹어.”
김본기가 돌아와 와인 잔에 붉은빛이 도는 와인을 적당량 따랐다. 가장 마지막으로 재운에게도 와인이 든 와인 잔을 건넸다.
재운이 제 앞에 놓인 와인 잔을 곧장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언뜻 보면 일상의 광경 같지만 그 안에서 재운은 보이지 않는 위압감에 몸이 짓눌리고 있었다.
술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숨을 쉬는 것마저 고역이었다. 과일 향이 희미하게 도는 씁쓰레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배 속으로 퍼져 나갔다.
생각보다 도수가 높은 건지 고작 한 모금을 머금었는데도 뒷골이 지잉 울렸다.
“왜 이렇게 급하게 마셔. 와인 맛있어?”
재운이 한 모금에 이어, 두 모금, 세 모금을 연달아 마셨다.
진대원이 재운의 손에서 와인 잔을 떼어 내기 위해 손을 뻗었을 시점에는 이미 와인 잔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응……. 한 잔만 더 주라…….”
정액이 내벽에 싸질러질 때와는 다른 뜨끈함이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 눈을 한 번씩 깜박일 때마다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여기.”
김본기가 남은 와인을 재운의 와인 잔 안에 다 부었다. 처음보다 많은 양의 와인이 와인 잔 안에 차올랐다.
“와인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네.”
재운이 연이어 와인 잔 속의 와인을 비우는 걸 보면서 윤일우가 와인 잔의 스템을 쥐고 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잔 속에서 회오리치는 와인처럼 재운의 정신 또한 뱅글뱅글 돌아갔다.
“더…… 줘…….”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환경이었다. 재운이 빈 잔을 두 손으로 쥐고 김본기를 향해 들어 올렸다.
작은 손안에 쥐인 와인 잔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만 마셔. 이미 취했어.”
“마실래…….”
윤일우가 재운의 손을 쥐어 잔을 억지로 내려놓게 했다. 그러자 재운이 일렁이는 눈동자로 윤일우를 올려다봤다.
커다란 눈망울은 습기가 조금이라도 씌면 햇살에 빛나는 수면처럼 빛나고는 했다.
“내가 한 병 더 가져올게. 술 마시고 싶어 하는데 실컷 마시게 해 줘. 뭐 어때.”
송진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새 와인을 가지러 갔다. 재운은 윤일우가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고개를 두리번거려 와인을 찾았다.
다 비워진 재운의 잔과 달리 다들 양은 달라도 와인이 잔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재운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김본기의 잔을 들어 올려 그대로 입에 가져다 댔다.
“……그건!”
김본기가 그답지 않게 당황해서 재운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나 이미 재운은 몸을 반쯤 돌려 잔에 있던 와인을 거의 다 마신 이후였다.
“뭐야? 너 왜 이렇게 놀라?”
진대원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김본기는 가끔은 이 새끼가 입술에 접착제라도 붙인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과묵한 놈이었다.
그랬던 놈이 눈동자를 크게 뜬 채 재운이 마시는 와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너 여기에다가 뭐 탔냐?”
“…….”
침묵은 긍정이었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진대원은 김본기가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가끔 복용한다는 걸 알았다.
명망 높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김본기도 미운 오래 새끼처럼 집안에서 겉돌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형질인이 아닌 사람을 꼽기도 힘든 집안에서 김본기만 유일하게 베타였다. 그의 부모님도, 형제들도 모두 페로몬 수치가 높은 형질인인데 김본기만이 평범했다.
그 때문에 김본기는 예술가적 기질은 누구보다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집안 어른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조용한 놈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은 각양각색의 효과과 도는 약들을 섭취하는 거였다.
쨍그랑. 재운이 놓친 와인 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허물어지는 몸을 받아 낸 윤일우가 재운의 안색을 살폈다.
잘 조절하고 있던 재운의 페로몬이 둑이 사라진 댐처럼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흐으…….”
“김본기, 뭐 탔어?”
빠른 속도로 동공이 풀려 가는 재운을 본 김본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도 몰라. 그냥 기분 좋아지게 해 주는 약이랬어.”
“미친 새끼……! 너 그런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 윤일우, 일단 이재운한테 물 좀 먹여.”
정상적인 놈이 없었다. 진대원이 물잔을 들어 재운에게 가져다 댔다. 윤일우가 재운의 볼을 눌러 입을 벌렸다.
“쿨럭, 쿨럭…….”
그러나 재운은 물을 삼키지도 못하고 뱉어 냈다. 옷 위로 드러난 재운의 하얀 살결이 빠른 속도로 붉게 달아올랐다.
“나, 흐으, 몸이…… 이상해…….”
재운은 비슷한 감각을 느껴 본 적이 있었다. 전조 없이 히트 사이클이 왔던 날과 비슷했다.
와인으로 뜨거워졌던 몸이 다른 의미로 달아올랐다. 입고 있는 속옷이 순식간에 축축해졌다.
몸에 닿아 오는 모든 감촉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바르작거릴 때마다 상의에 쓸리는 유두에서 찌릿한 감각이 피어올랐다.
시야가 온통 부옇게 흐려졌다. 입술 새로 흘러나오는 숨이 데일 듯 뜨거웠다.
“으읍…….”
재운이 물을 마시지 못하자 윤일우가 물잔을 들어 입안에 물을 머금었다. 맞닿은 입술을 타고 미지근한 물이 재운의 목 뒤로 흘러들어 갔다.
재운은 물보다도 윤일우의 혀가 더 맛있다는 듯이 쪽쪽 빨아먹었다.
“더, 더…….”
“이거 아무래도 미약 종류인 거 같은데?”
평소의 재운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페로몬을 퍼부어도 재운이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현재 재운은 멀어지는 윤일우의 얼굴을 부여잡고 제 혀를 내밀어 입술 부위를 핥아 올리고 있었다.
진대원이 묵직해지는 하복부에 애써 시선을 돌리고 아예 물을 병째로 들고 왔다.
“종류 모르면 해독제도 찾기 힘들어. ……미약 종류면 열기 가라앉을 때까지 섹스하는 게 치료법이기도 하고.”
재운이 윤일우에게 달라붙어 계속해서 입을 맞췄다. 하지만 윤일우는 고개를 떼어 내고 입안에 물을 머금었을 때에만 재운에게 입을 맞췄다.
“왜……. 왜…….”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 재운은 윤일우가 자신을 밀어내는 게 서럽기만 했다. 싫다고 거부할 때는 구멍이 헐도록 박아 댔으면서.
왜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는 자신을 밀어내는 건지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고였다.
그토록 끔찍해하는 알파의 좆도 지금이라면 한 개가 됐든, 두 개가 됐든, 받아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몸 안을 뜨겁게 달군 감각이 말초 신경까지 퍼져 나가 온몸을 괴롭혔다.
“입 벌려.”
재운이 보채도 윤일우는 물이 흥건한 재운의 턱을 부여잡고 억지로 입을 벌렸다.
“흐응, 읍…….”
물과 함께 들어온 혀에 재운이 거부하지 않고 윤일우가 주는 물을 받아 마셨다.
“뭐야, 얘 또 왜 이래?”
와인을 두 병 들고 온 송진오가 다이닝 룸 입구에서 멈췄다. 하복부가 저릿할 정도로 느껴지는 오메가 페로몬 때문이었다.
“김본기가 와인에 약 탄 거 얘가 마셨어.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는데 미약 같아.”
“어디 봐 봐.”
송진오가 재운에게 다가가 재운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눈꺼풀을 들어 올려 빛에 반응하는 동공의 반응도 확인했다.
“요즘 이런 종류의 약이 돈다고 들은 적 있어. 비형질인한테는 적당한 쾌감을 주지만 형질인한테는 강력한 최음제처럼 효과가 도는 약이라고.”
재운이 제 얼굴을 감싼 송진오의 엄지를 입에 물고 쪼옥, 쪽 소리가 나도록 빨았다. 해갈되지 않은 괴로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몸집을 키워 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약 먹은 것 같은데. P―SS.”
“무슨 약 이름이 그따구야. 그래서 해결 방법은?”
“없어. 약 기운 사라질 때까지 좆질하는 거 외에는. 애초에 약쟁이들이 난교 파티에서 쓰려고 만든 약이야.”
윤일우가 재운의 침으로 범벅이 되어 가는 송진오의 손을 거칠게 쳐 냈다. 재운이 목을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처럼 뒤로 넘어갔다.
“후우…….”
가슴이 들썩이도록 한숨을 내쉰 윤일우가 재운을 안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라리 잘된 거 아니야? 너 여기에 이재운 가둬 둔 것도 내킬 때마다 좆 쑤시려고 그런 거잖아.”
심각한 이들과 달리 송진오는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듯이 친구들을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이재운 그때도 좀 이상했는데. 원래 히트 사이클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오는 경우는 드물잖아. 안 그러던 애가 바지도 안 입고 거실에 내려온 것도 그렇고.”
“네 말은…… 이재운이 그때도 약을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전조도 없이 히트 사이클이 온 걸 수도 있고. 이재운이 히트 사이클이 늦게 온 편이기는 했으니까. 당시에는 언제 온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였어.”
송진오가 던진 화두가 네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
진대원이 묻는 말에 송진오가 눈매를 가느다랗게 휘며 제 말에 반응하는 이들을 빠르게 훑었다.
송진오는 스스로 말하면서 무언가 깨달았다. 그가 흥미를 담아 입매를 비틀었다. 핏줄이 서도록 주먹을 쥐고 있는 김본기의 어깨를 짚었다.
고개를 숙여 김본기와 시선을 마주하고 송진오가 천천히 한 문장을 완성했다.
“김본기, 그때도 네가 이재운한테 약 먹였어?”
“…….”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이는 김본기의 눈동자가 순간이지만 거세게 흔들렸다.
“……진짜야?”
쿠당탕탕. 진대원이 김본기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식탁 의자가 바닥과 만나 굴러다니는 소리가 시끄럽게 다이닝 룸을 울렸다.
“……그렇다면.”
김본기도 더 이상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긴 건지, 진대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바라봤다.
“……씨발.”
평화롭던 일상이 어긋났던 건 재운의 급작스러운 히트 사이클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김본기의 얼굴에는 죄책감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진대원의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김본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김본기가 손을 들어 제 멱살을 잡은 진대원의 팔목을 쥔 채로 힘을 가했다.
팽팽하게 이루어지는 힘겨루기 사이에서 재운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나, 흐윽, 좀 어떻게…….”
재운이 심장이 펄떡거리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눌러 봤다. 심장이 가슴뿐만 아니라 귓가와 발바닥에서도 뛰는 것처럼 온몸이 두근거렸다.
“또 정신 차리고 나면 후회할 거면서.”
윤일우가 속을 알 수 없는 눈길로 재운을 내려다봤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이 초점이 흐릿한 동공이 제 시선에 따라붙었다.
“약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였든, 아니든……. 나한테 다가온 건 네 선택이었어.”
“흐으, 으…….”
재운이 다물지 못한 입가를 따라 타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윤일우가 재운의 몸을 거실 소파 위에 내려놨다.
내려놓기가 무섭게 재운이 바르작거리며 제 상체를 가리고 있던 옷을 벗어 냈다.
“아, 흐, 간지러워…….”
이미 울긋불긋하게 달아오른 상체를 재운이 짧은 손톱으로 벅벅 긁어내렸다.
그럴 때마다 차오르는 쾌감에 얇은 허리가 튕겨졌다. 속옷 한구석이 소담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짙은 색으로 물들어 갔다.
“이재운, 너 진짜 야하다…….”
재운에게 가장 먼저 다가간 건 송진오였다. 열꽃이 피어난 몸은 새하얀 설원에 피어난 매화꽃처럼 사람의 시선을 홀리는 부분이 있었다.
“괴로워?”
“으, 응……. 나…… 좆, 먹을래…….”
“미약 효과가 대단하긴 대단하네.”
재운이 한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외설적인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단번에 송진오의 좆을 세웠다.
“오늘은 좀 특별하게 해 볼까?”
“흐응……. 뭐를…….”
재운은 열기에 젖은 뇌 때문에 사고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저 지금 온몸을 괴롭게 만들고 있는 감각을 해소하고 싶은 갈망만이 강했다.
송진오가 재운의 볼을 감싸 안았다. 재운이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처럼 보들보들한 살결을 손바닥 안에 비볐다.
“이렇게.”
“이거, 뭐 하는 거야…….”
송진오가 매고 있던 넥타이를 끌러 내 재운의 눈을 가려 버렸다. 재운이 속눈썹을 깜박이며 천과 눈 사이에 틈을 내 봤지만 희미한 잔상만 시야에 잡혔다.
넥타이가 풀어지지 않도록 꽉 묶은 송진오가 아예 허리띠까지 풀어 재운의 두 손을 결박했다.
두 손이 뒤로 돌려져 허리띠로 묶인 탓에 재운은 몸을 움직이는 게 힘들어져 버렸다.
재운이 긁어내려 얕게 부풀어 오른 유두가 재운이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서 흔들렸다.
“간지러워서 자꾸 몸 긁고 있잖아. 지금도 발개졌어.”
언뜻 보면 재운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눈이 가려지고, 손이 결박된 재운을 내려다보는 송진오의 눈동자에는 질이 낮은 만족감이 그득 들어차 있었다.
“흐으, 불편해…….”
“손가락으로 먼저 쑤셔 줄게. 좀 낫지?”
“으응, 응, 흐읏…….”
송진오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재운을 제 위에 앉혔다. 속옷을 내리고 물이 질질 흘러나오는 곳에 단번에 손가락 두 개를 넣었다.
재운이 고개를 숙여 송진오의 목덜미에 코끝을 비볐다. 알파의 페로몬이 느껴지자 안쪽에 고여 있던 액이 주르륵 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 먼저 넣는다. 같이 넣을 사람은 뒤에 와서 서든가.”
어느새 진대원과 김본기도 서로 힘겨루기하던 행동을 멈추고 재운의 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윤일우가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재운이 다른 사람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자 미묘한 불쾌감이 가슴 속에 피어올랐다.
이전에는 느껴지지 않던 감정이었다. 제 감정이 변한 이유가 뭘까, 윤일우가 고민에 빠졌다.
“……넣을래.”
“뭐야, 김본기. 이제 본색 드러내는 거야?”
김본기가 두툼한 좆을 꺼내 위아래로 매만지며 재운의 뒤로 가서 섰다.
“아흑……!”
구멍이 어느 정도 풀린 순간이었다. 송진오가 투명한 액으로 번들거리는 좆 대가리를 구멍에 맞추고 그대로 재운의 허리를 잡아 내렸다.
흉흉한 좆이 단번에 반 이상 하얀 둔덕 사이로 사라졌다. 그토록 원하는 좆을 먹었는데도 재운은 아래가 벌어지는 감각에 괴로운 신음을 토해 냈다.
“힘 좀 내 봐. 좆 한 개로도 벌써부터 버거워하면 어떡해.”
커다란 손이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마른 몸에서 유일하게 살집이 있는 부위를 내리쳤다.
“흐윽…….”
뒤로 묶인 재운의 손이 뼈마디가 두드러지도록 하얗게 질렸다. 몸을 뒤틀어 봐도 움직이는 게 힘들었다.
혀를 찬 송진오가 재운의 허리를 잡고 계속해서 아래로 끌어당겼다.
옴쭉옴쭉 늘어났다 줄어드는 구멍이 송진오의 좆을 배 속으로 감췄다. 송진오가 허리를 둥글게 돌리는 순간 재운이 헐떡이는 숨과 함께 몸을 크게 들썩였다.
“내가 틈 만들어 줄 테니까 비집고 넣어.”
송진오가 팽팽하게 늘어난 구멍 주변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재운은 제게 어떤 일이 다가올지도 모르고 가득 들어찬 좆을 느끼면서 허덕였다.
“으, 흐, 아아…….”
“미약이 효과가 대단하네. 쭈욱, 쭉 늘어나. 진작 먹여 볼걸 그랬네.”
재운이 괴로운 신음을 내뱉는 것과는 별개로 송진오의 말처럼 구멍은 송진오의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늘어났다.
제 좆 옆에 손가락을 넣어 구멍을 벌린 송진오가 김본기를 향해 눈짓했다.
“크윽…….”
김본기가 선단을 자그마한 틈을 비집고 집어넣었다. 송진오 못지않게 커다란 성기가 조금씩 좁은 구멍을 벌리며 사라져 갔다.
“아, 아파…….”
“아프기만 해? 물까지 싸고 있으면서.”
송진오가 손을 아래로 내려 발기한 재운의 성기를 쥐었다. 정액이라고 하기에는 묽은 액이 요도구에서 새어 나와 연분홍빛 살덩이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흐응, 응…….”
재운이 송진오의 손이 구멍이라도 되는 것처럼 허리를 들썩였다. 재운의 움직임에 맞춰 김본기도 천천히 제 좆을 재운의 몸속으로 욱여넣었다.
“존나 조이네…….”
송진오가 소파에 뒤통수를 기댔다. 열기 어린 시선이 쾌락에 들뜬 재운을 훑었다.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침도 더럽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야해 보였다. 어쩌면 저도 미약에 취한 걸지도.
“배가……. 흐윽…….”
두 사람이 좆을 넣은 채로 가만히 있자 재운이 울먹거렸다. 거대한 돌덩어리가 배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이상한 감각이 드는 배를 만지고 싶은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온몸을 근질근질하게 괴롭히던 감각은 사라졌다. 다만 내벽이 짓눌리는 압박감에 괴로웠다.
“보채지 마. 바로 쑤셔 줄 거니까.”
송진오가 가는 허리를 붙잡고 좆을 위로 쳐올렸다. 재운이 입을 한껏 벌린 채로 굳어 버렸다.
구멍뿐만 아니라 송진오의 성기에도 좆이 짓눌린 김본기가 미간을 찌푸리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두 개의 좆이 작은 몸속으로 사라졌다 드러날 때마다 재운이 다 죽어 가는 짐승처럼 여린 신음을 냈다.
“윽, 허윽, 으흐…….”
천으로 눈이 가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단단한 성기가 내벽을 짓누를 때면 눈앞에 빛무리가 스며들었다.
당장 기절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몸속을 파고드는 좆의 감촉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좆 두 개나 먹으니까 좋아?”
“아, 흣……! 흐, 으윽……!”
손이 묶인 상태에서도 재운이 두 사람의 허리 짓에 합을 맞춰 조금씩 허리를 흔들었다.
송진오가 입술을 내려 먹기 좋게 솟은 유두를 입안으로 빨아 당겼다.
쪼옥, 쪽 살덩이를 빠는 소리가 났다. 이 사이에 넣어 잘근잘근 씹어 주자 재운이 사정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픈 거 은근 좋아한다니까.”
“으흐, 아, 아앗……!”
흔들리는 재운의 고개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처럼 보였다. 입꼬리를 비튼 송진오가 자궁구를 귀두로 짓누르듯이 압박했다.
“으, 아아……!”
재운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이미 볼록하게 솟은 부위는 가득 들어찬 두 개의 살덩어리에 쉬지 않고 자극받고 있었다.
김본기가 송진오의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유두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어 짓눌렀다.
사방에서 좆을 조여 오는 내벽에 두 사람이 동시에 인상을 쓰며 재운의 안에 정액을 쌌다.
“하아……. 너네는 안 할 거야?”
송진오가 기분 좋은 사정감에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윤일우와 진대원을 향해 눈짓했다.
윤일우는 연달아 담배를 피우면서 부연 연기 너머로 헐떡이는 재운을 예술 작품 감상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검붉은 색의 좆이 하얀 몸 사이로 드나드는 광경은 여느 작품 못지않게 색정적이었다.
불쾌한 감정의 의미를 떠올리는 것도 잠시 미뤄 뒀다. 그만큼 재운은 현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성욕이 충족됐다.
“……나는 조금 이따가.”
윤일우가 진대원을 향해 턱짓했다. 먼저 하라는 의미였다.
입술 안쪽의 살을 깨물던 진대원이 머리를 헤집으며 한 몸처럼 얽힌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하라고.”
“자리를 옮기면 되지.”
진대원의 말에 송진오가 재운의 몸을 안고 일어났다. 김본기의 좆이 빠져나간 구멍의 틈새로 안을 가득 채운 정액이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흐윽…….”
“왜 울어? 네가 원하는 대로 좆 먹여 주고 있는 건데.”
아직 이성이 돌아온 건 아니었지만 재운은 뭔지 모를 서러움에 훌쩍였다. 손이 부자연스러워 움직이지 못하는 재운을 아이처럼 안은 상태로 송진오가 1층에 있는 방 하나에 들어갔다.
“진대원, 네가 위에서 박을래? 김본기 너는 입이나 손 쓰고.”
송진오가 재운을 안은 상태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재운이 볼을 송진오의 가슴 위에 문댔다. 눈물 젖은 뺨이 눌린 얼굴이 제대로 사고하지 못하는 아이 같았다.
“배가…….”
“아직도 간지러워?”
“으응…….”
눈을 가린 속눈썹은 눈물에 푹 젖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눈을 깜박거려도 시야가 제대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장소를 이동하면서 조명의 빛도 약해졌다. 재운이 가쁜 숨을 몰아쉴 때였다. 송진오가 움직이면서 빠져나온 좆을 뻐끔거리는 구멍 속으로 집어넣었다.
“흐으…….”
“정액 좀 빼고 넣을 걸 그랬나.”
제 정액뿐만 아니라 김본기의 정액도 있었다. 좆을 감싸 오는 축축한 감촉이 불쾌한 이유였다.
그러나 송진오는 재운의 구멍이 주는 쾌락에 금세 빠져들었다.
“으응, 응, 흐, 으읏…….”
송진오가 재운의 볼깃살을 양손으로 주물럭거리면서 허리를 위로 강하게 쳐올렸다.
좆이 두 개나 들어가 있으면 빠듯한 압박감은 최고였지만 이렇게 움직이기에는 어려웠다.
적당히 박기 좋게 늘어난 구멍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좆을 조여 물었다.
퍼억,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송진오가 허리를 움직였다. 내장을 휘젓는 좆의 감각에 재운이 헐떡였다.
송진오가 엉덩이를 잡고 벌린 상태라 검붉은 좆이 쑤셔지는 광경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뒤로 묶인 재운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손이라도 자유로워야 어딘가를 잡거나 매달리기라도 할 텐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먹을 쥐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시야까지 부자유스러운 상황이었다. 신체의 부자유함 때문에 재운의 몸은 미약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었다.
“흐, 하앗……!”
재운의 신음이 야릇한 음률을 타고 진대원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진대원 또한 김본기처럼 버티지 못하고 제 좆을 꺼냈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좆을 세우지 못하는 건 고자였다.
“미치겠네, 진짜…….”
진대원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짓누르며 재운의 엉덩이 한쪽을 쥐었다. 구멍이 부어올라 평소보다도 짙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송진오가 재운의 움직임에 맞춰 서서히 허리의 속도를 늦췄다.
느릿하게 좆이 들쑤셔지자 재운이 이마를 송진오의 쇄골에 문질렀다.
“흐응, 으, 흐…….”
찌르르한 아픔과 쾌감이 뒤섞여 재운을 괴롭혔다. 마른 등이 들썩일 때마다 좆을 문 구멍이 조여들었다.
“빨리 넣어. 어차피 풀어져 있잖아.”
진대원이 손가락조차 넣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자 송진오가 재촉했다. 방금 전에 좆 두 개를 먹어 치운 구멍이었다.
틈만 만들어 바로 넣으면 될 텐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망설이는 모습에 짜증이 치밀었다.
“기다려, 좀.”
인정머리 없는 새끼.
속으로 송진오에 대한 욕을 짓씹은 진대원이 엄지를 구멍 속으로 쑤욱 집어넣었다.
“으흐…….”
재운이 이물감에 허리를 뒤틀었다. 기도하는 사람처럼 등 뒤로 두 손을 맞잡은 팔이 덜덜 떨렸다.
“조금만 참아.”
진대원이 손가락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조금씩 늘어나는 틈에 좆 대가리를 슬그머니 쑤셨다.
“좆 끊어지겠다.”
재운은 사지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대신 구멍만큼은 마음대로 조였다.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에도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만큼 좁아지는 내벽에 송진오가 인상을 찌푸렸다.
진대원의 이마 위에 맺힌 땀방울이 뚜욱, 뚝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후우……. 거의 다 들어갔어…….”
처음 물꼬를 트는 게 가장 어려웠다. 구멍이 귀두를 머금을 정도로 늘어난 순간 진대원이 허리를 움직여 순식간에 안쪽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갔다.
쯔으읍, 구멍이 한계를 모르고 늘어났다. 핏줄을 긁어내리는 내벽에 진대원이 이를 악물었다.
“좆 비벼지는 게 진짜 끔찍한데 말이야…….”
송진오의 미간에도 빗금이 그어졌다. 오메가도 아니고 다른 알파의 좆이랑 비벼지는 감각은 진저리 쳐질 정도로 별로였다.
“이상하게 이재운 안에서 비벼지면 견딜 만하단 말이지. 신기하지 않냐.”
재운의 내벽은 좆 두 개가 들어서면 더욱더 몸부림을 쳤다.
비좁아질 대로 비좁아졌다가도 좆이 움직이는 길을 따라 몸을 내주는 감촉은 황홀하다는 표현이 더없이 어울렸다.
“……입 벌려.”
소리 없이 침대 위로 올라온 김본기가 재운의 입술을 좆 끝으로 문질렀다.
아직 선단에 남아 있던 허연 정액이 재운의 얼굴 위에 묻어났다. 뜨끈뜨끈한 살덩어리는 뻐끔거리는 입술을 지나 말랑말랑한 볼도 쿡쿡 찔렀다.
눈을 가린 넥타이를 좆 끝으로 슬쩍 들췄다. 눈물 젖은 속눈썹이 가닥가닥 뭉쳐져 얼굴 위에 휘장을 드리운 모습이 나타났다.
두꺼운 좆은 어딘가로 들어가고 싶다는 듯이 맥동했다. 데일 듯한 열기를 머금은 귀두가 불그스름한 입술을 억지로 벌렸다.
“으, 읍…….”
재운이 밀려들어 오는 좆을 입을 열어 받아 냈다. 비릿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동그란 부분만을 재운의 입안에 넣어 휘저은 김본기가 좆을 빼내 재차 재운의 얼굴 위를 문댔다.
끈적끈적한 체액이 넥타이에 가려지지 않은 얼굴을 빼곡하게 물들였다.
“허으, 흐…….”
좆 두 개가 하나처럼 재운의 구멍을 들쑤셨다. 흐물흐물하게 녹은 내벽이 좆을 먹잇감 삼아 꿈틀거렸다.
김본기가 벌어진 입술 안에 좆 기둥을 손가락 두어 마디 정도만 남기고 밀어 넣었다.
재운의 얼굴이 옆으로 눕혀져 있어 좆을 끝까지 밀어 넣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본기는 기어코 좁아진 목구멍을 헤집어 좆 대가리를 욱여넣는 데 성공했다.
“크읍, 으, 으으…….”
역류하는 감각에 재운이 억눌린 숨을 토해 냈다. 척추뼈가 도드라지면서 구멍이 바짝 수축했다.
재운의 몸에 좆을 쑤시고 있는 세 사람이 동시에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압박감이 엄청났다.
온갖 체액으로 반들거리는 살덩이들이 살아 움직이는 구렁이처럼 재운의 몸속을 드나들었다.
몸이 묶여 부자연스러운 재운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흔들리면서 구멍을 조여 대는 것뿐이었다.
목구멍이 좁아지면서 김본기의 좆을 부드럽게 감싸 물었다. 수면까지 차오른 사정감에 김본기가 허리를 뒤로 물렸다.
“하아, 으, 흐으…….”
숨구멍을 막고 있던 좆이 빠져나가 숨을 몰아쉴 새도 없었다. 여전히 재운의 아랫구멍은 거대한 좆이 두 개나 들락날락하는 중이었다.
재운의 가려진 눈, 코끝, 입술, 볼 할 것 없이 좆으로 문대던 김본기가 사정했다.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리는 밤꽃 내음에 재운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김본기가 요도구에 남은 정액을 재운의 젖꼭지에 문대며 처발랐다.
“흐, 으, 윽……!”
김본기가 사정한 데 이어 진대원과 송진오도 재운의 깊은 곳을 찌름과 동시에 사정했다.
재운이 허리가 휘어지도록 몸을 세웠다. 배 사이에 끼인 재운의 성기 끝에서도 묽은 액이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허리와 엉덩이에 주름이 질 정도로 재운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벌어진 재운의 입속으로 김본기의 성기가 재차 비집고 들어갔다.
눈물에 푹 젖은 넥타이가 정액으로도 절여졌다. 격렬한 움직임에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이 반쯤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재운은 눈을 감은 채 뜰 생각조차 못 했다. 배 속에서도 정액의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뜨끈한 감각이 내장 사이사이를 파고들수록 몸이 부서질 것만 같은 쾌락이 크게 다가왔다.
사정을 몇 번이나 연속으로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섹스를 하는 게 미약의 치료법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재운은 어렴풋이나마 이성이 돌아오고 있었다.
“아흐, 그, 그만…….”
“뭐야. 정신이 좀 돌아오는 모양인데.”
송진오가 정액이 가득 찬 배 속에서 좆을 빼냈다. 진대원도 성기를 빼내자 늘어난 구멍이 뻐끔거리며 천천히 줄어들었다.
붉은 속살과 대비되는 하얀 정액이 재운의 안을 가득 채운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색정적이었다.
“이번에는 강제로 한 거 아니야. 네가 먼저 좆 달라고 졸랐다.”
송진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운을 옆으로 해서 눕혔다. 재운이 팔목을 비틀어 손목을 옥죄고 있는 끈을 풀어내려고 했다.
“이거, 풀어 줘…….”
“왜? 너 몸 못 움직이니까 더 예민하게 반응하던데. 봐 봐. 성기도 벌써 반쯤 섰잖아.”
송진오의 말대로 재운의 성기는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붉게 달궈져 있었다.
반쯤 발기한 성기가 송진오가 툭툭 건드리는 손길에 맞춰 덜렁거렸다.
“……이번에는 내가 한다.”
재운이 조금씩 이성을 차리는 것과 별개로 재운의 몸을 맛본 이들은 이성이 흐려진 지 오래였다.
김본기가 망가진 인형처럼 널브러진 재운의 몸을 안아 자세를 바꿨다.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우뚝 선 좆 끝으로 재운의 구멍을 비볐다.
“흐으, 으……. 하, 하지 마…….”
좆을 쑤셔 달라면서 애원하던 모습 대신 재운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갔다. 그러나 하지 말라는 반항은 발정 난 짐승의 귀에는 해 달라는 애원처럼 들렸다.
“으, 아아…….”
푸우욱. 액이 흘러나오는 구멍을 김본기의 좆이 그대로 뚫고 들어갔다. 재운의 목이 뒤로 젖혀졌다.
안쓰러울 정도로 붉어진 팔목을 쓰다듬은 진대원이 재운의 손목을 속박하고 있던 벨트를 풀었다.
“씨발, 얼마나 세게 묶은 거야.”
“너도 즐겨 놓고서 이제 와서 딴소리야.”
묶인 자국이 그대로 남은 팔목에 진대원이 인상을 썼다. 송진오가 혀를 쯧쯧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바탕 물을 빼고 났더니 갈증이 일었다. 어둑한 침실 내부 한구석에서 포르노 같은 난교 장면을 보는 윤일우가 시야에 들어왔다.
“너는 안 할 거야?”
“……글쎄.”
윤일우의 발치에 떨어진 담배꽁초가 한 손을 넘어갔다.
“환기 좀 시키면서 펴라. 공기가 이게 뭐야.”
뿌연 연기를 헤치는 손길이 사나웠다. 송진오가 한마디하며 문을 열고 사라지는데도 윤일우의 시선은 재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 흐윽…….”
진대원이 헤드에 손을 짚고 이미 좆 하나를 머금고 있는 구멍에 제 좆을 쑤셔 박고 있었다.
참 신기한 구멍이었다.
처음에는 좆 한 개를 머금으면서도 버거워하더니 이제는 두 개가 아니면 안 될 것처럼 늘어났다.
오메가답게 접합부에서는 연신 물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미 침실 안에는 발정 난 재운의 페로몬이 가득 채워진 상태였다.
“아무 좆이라도 상관없다는 건가.”
윤일우가 앞머리가 흐트러지도록 입에 머금고 있던 연기를 내뱉었다. 연기 너머로 흔들리는 몸체가 망막에 박혀 들었다.
가슴 속에 피어올랐던 미묘한 불쾌감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지고 있었다.
“으, 윽, 흐, 아아……!”
자유로워진 손으로 재운이 김본기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자신을 진창으로 끌어 내린 게 김본기가 먹인 약이라는 자각까지는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희미하게나마 돌아오던 이성은 몸을 잠식한 쾌락에 잡아먹혀 버리고 말았다.
재운이 김본기의 얼굴 위로 제 가슴을 들이미는 걸 본 윤일우가 눈을 천천히 감았다.
시야가 차단되어도 다른 감각으로 생생히 전달되는 섹스의 열락이 달갑지 않았다.
<3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