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1/11)

10.

‘수술…… 잘 끝난 건가…….’

재운이 서서히 깨어나는 의식을 따라 정신을 잃기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마취에 빠져들어 가던 순간처럼 온몸에 묵직한 감각이 돌았다. 물에 젖은 솜처럼 늘어지는 몸에 재운이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일어났어?”

“…….”

그러나 눈을 뜨고 마주한 광경은 재운의 예상에서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병실 안일 거라고 생각했다.

“계속 기다려도 안 일어나면 깨우려고 했는데. 마침 일어났네.”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재운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깨지지 않을 유리처럼 차갑기만 했다.

언뜻 맑은 유리알 같은 눈동자 아래 일렁이는 불꽃을 엿본 듯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윤일우가 굉장히 화가 났다는 사실이었다. 가면을 쓴 듯 정돈된 표정과 달리 윤일우의 페로몬이 날카롭게 벼려진 채 재운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 일우야…….”

재운은 수술에 실패했다는 걸 직감했다. 수술에 성공했다면 자신이 이토록 선명하게 윤일우의 페로몬을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 없는 동안 나들이는 즐거웠어?”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는 기분이었다. 재운은 뭐라도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거렸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윤일우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

그에게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토록 빨리 잡힐 줄은 몰랐다.

적어도 재운이 자궁을 떼어 내고 몸을 회복할 시간만큼은 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재운아, 내가 했던 말 기억해?”

시야가 부옇게 흐려졌다. 조금이라도 윤일우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몸에 힘을 줘 봤다. 사지 끝이 움찔 떨리는 게 다였다.

“다시 한번만 더 도망가면…… 나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했던 말. 너는 똑똑하니까 잊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말이 이어질수록 윤일우의 목소리가 잦아들 듯이 낮아졌다. 서늘한 감각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그러니까 나 원망하지 마. 재운이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

“일우……!”

반쯤 열렸던 입술이 그대로 뜨거운 입술에 잡아먹혔다. 거친 키스에 입 안쪽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까슬까슬하게 일어났던 입술의 딱지가 떼어졌다. 재운은 밀려들어 오는 살덩이를 감당하기 위해 작은 입을 힘껏 벌려야만 했다.

고개를 뒤로 물리려고 해도 이미 재운의 머리통은 낮은 베개 속에 파묻히다시피 묻혀 있었다.

“으읍……. 자, 잠…….”

숨이 막혔다. 옆으로 피해 움직이는 고개를 윤일우가 억센 손아귀로 움켜쥐었다.

여린 피부에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사나운 손길이었다. 금세 재운의 눈가가 습하게 젖어 들어갔다.

눈을 질끈 감은 재운과 달리 윤일우는 눈조차 감지 않은 채였다. 재운의 반응을 하나도 남김없이 살피겠다는 듯 차가운 눈동자가 재운의 얼굴에 고정됐다.

투둑, 툭, 재운이 입고 있던 수술복이 단번에 뜯겨 나갔다.

서늘한 공기가 나신에 닿아 왔다. 재운이 불길한 느낌에 다리를 모았다. 두 팔은 어느 순간부터 제 위에 올라탄 윤일우의 어깨를 밀어내고 있었다.

“아악…….”

재운의 반항은 윤일우의 행동에 불을 지폈다. 걸레짝이 된 옷으로 재운의 두 팔목을 한데로 모아 묶으며 윤일우가 재운의 가슴살을 물어뜯었다.

핏방울이 하얀 피부 위로 수줍게 입을 다문 꽃봉오리처럼 맺혀 들었다.

버둥거리는 두 다리 사이에는 윤일우의 몸통이 들어찼다. 손이 위로 들린 채 묶이자 자연스럽게 윤일우에게 가슴을 내민 자세가 됐다.

“흐윽, 아, 아파…….”

저절로 우는 소리가 났다. 사정을 봐주지 않고 씹어 대는 입질에 몸이 벌벌 떨렸다.

사납게 일렁이는 윤일우의 페로몬도 한몫했다.

재운의 페로몬은 알파의 거친 기세에 짓눌려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페로몬, 참지 마.”

“흐, 아아……!”

가슴뿐만 아니라 어깨와 말랑한 배, 옆구리에도 잇자국이 새겨졌다. 전희 없이 아래가 꿰뚫렸던 것과 버금가는 아픔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고통에 맞잡은 손이 침대 헤드 위로 밀려나 올라갔다. 재운이 윤일우의 목 뒤를 묶인 손으로 끌어안았다.

할 수만 있다면 재운도 페로몬을 풀고 싶었다. 그 정도로 상체를 씹어 대는 윤일우의 행위는 무자비했다.

“아파…….”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잠시 재운이 우는 모습을 내려다보던 윤일우가 재운의 몸을 뒤집었다.

“흐으…….”

재운이 끔벅끔벅 눈을 깜박였다. 흐릿해졌다 맑아지는 시야에 어슴푸레한 조명 빛이 닿은 시트 자락만이 보였다.

가슴이 들썩일 때마다 얼굴이 처박힌 시트가 코끝에 뒤엉켜 호흡을 방해했다.

“아아악……!”

아래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재운이 비명을 질렀다. 둔덕을 벌려 뻐끔거리는 구멍을 윤일우가 단번에 힘으로 뚫었다.

억지로 벌려진 내벽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크게 홉뜬 재운의 눈동자가 죽은 생선처럼 생기를 잃어 갔다.

상체가 씹힐 때도 아팠지만 헤집어진 아래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흐, 어아…….”

벌어진 입가에서 침이 줄줄 새어 나왔다. 재운의 얼굴이 놓인 시트가 축축하게 젖어 갔다.

아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어코 재운의 구멍을 찢어지게 만든 윤일우는 좆이 끊어질 듯한 압박감에도 허리를 움직여 속도를 빨리했다.

애액도 얼마 흘러나오지 못했다. 엄청난 고통에 재운의 이성도, 신체 기관도 움직임이 둔해졌다.

윤일우는 제 좆에서 흘러나오는 선액과 새빨간 선혈을 윤활제 삼아 좁은 내벽을 성기의 둘레대로 늘렸다.

“힘 빼, 재운아.”

날개뼈가 살갗을 뚫고 나올 듯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윤일우가 펄떡이는 재운의 목 뒤를 누르며 재운의 귓가에 속삭였다.

목소리에 담긴 숨소리가 그윽하게 재운의 귓전을 울렸다.

“흐으, 아, 흐…….”

재운은 윤일우의 말에도 가련하게 몸을 떨기만 했다. 차라리 쇠 파이프를 쑤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래가 뜨겁고, 아팠다.

윤일우의 페로몬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래가 꿰뚫렸지만, 그때는 그래도 재운의 몸이 윤일우의 페로몬에 반응한 상태였다.

재운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몸이 알파의 좆을 받아 낼 수 있도록 부드럽게 이완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윤일우의 페로몬이 오히려 재운의 몸이 부드럽게 풀리는 걸 막고 있었다.

오로지 재운이 고통만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처럼, 재운에게 페로몬을 풀라고 종용하면서 그의 페로몬은 재운의 페로몬이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다.

“내 말을 이렇게 안 들어서, 진짜 어떡하지.”

윤일우가 허리를 강하게 처박으면서 재운의 목 앞을 팔로 둘러 끌어 올렸다.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묶인 재운의 손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재운의 허리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둥글게 휘었다.

재운이 기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제 목을 조르고 있는 팔과 아래를 꿰뚫고 있는 좆뿐이었다.

“크, 허윽…….”

다물리지 못한 입가를 따라 흘러내린 타액이 윤일우의 팔까지 적셨다. 재운의 얼굴도, 흰자위도 온통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경련하듯 떨리고 있는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선혈만큼이나 붉은색이었다.

“자, 잘못…….”

재운이 생각나는 대로 말을 뱉었다. 수술대 위에 누웠을 때만 해도 다시 눈을 뜨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오려 하자 살려 달라는 애원이 저절로 나왔다.

“재운아, 너는 잘못한 게 없어. 내가 제대로 미친놈이라서 그래.”

윤일우는 재운이 절박하게 내뱉는 사과에도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도망간 건데, 그게 무슨 잘못이겠어. 머리가 돈 내가 미친놈인 거지.”

살갗이 부딪치는 소리가 살벌하게 침실을 울렸다. 재운이 묶인 손으로 목을 조르고 있는 팔을 툭툭 쳤다.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한 실타래처럼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재운의 시야가 가장자리부터 까맣게 물들고 나서야 윤일우가 재운의 목을 옭아매고 있던 팔을 풀었다.

“콜록, 콜록…….”

재운이 기침을 몇 번 내뱉기도 전에 윤일우가 좆을 거칠게 재운의 안쪽에 쑤셔 박았다.

숨이 막힌 재운이 고개를 위로 들려고 하자 무자비한 손이 재운의 머리통을 침대 위로 짓눌렀다.

마른 등이 물가에 떠밀려 내려온 생선처럼 펄떡 뛰었다. 재운은 정말 윤일우가 자신을 사람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손길 하나하나가 차가웠다. 분명 몸은 열이 올라 뜨거운데도 그랬다.

맨몸뚱이로 시린 겨울바람을 마주한 사람처럼 추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만…….”

재운이 눈물 젖은 시트에 얼굴을 문지르며 애원했다. 자신이 듣기에도 작은 목소리였다. 웅얼거리듯 흘러나온 목소리는 윤일우의 귀에까지 닿기에는 너무나도 작았다.

“흐윽……!”

재차 입을 열려던 입술은 뒤이은 통증에 꽉 다물리고 말았다. 윤일우가 귀두까지 빼냈던 좆을 안쪽 깊숙한 곳까지 처박았다.

배 안쪽에서 느껴지는 둔중한 고통에 재운이 이를 악물었다. 수술에 성공했다면 지금쯤 사라지고 없을 자궁구였다.

조금씩 밀려난 머리가 침대 헤드에 부딪혔다. 묶인 손은 제 가슴 아래에서 짓눌리고 있었다.

쿵쿵, 헤드에 처박히는 이마를 따라 일어난 통증이 머릿속을 무겁게 만들었다.

“힘드, 러……. 제발…….”

말이 어눌하게 흘러나왔다. 혀에서도 힘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재운의 몸에서 힘이 들어간 곳은 좆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조이는 구멍뿐이었다.

이번에는 재운의 목소리가 윤일우에게 닿은 걸까.

머리채가 잡혀 끌어 올려졌다. 힘이 빠졌던 등이 억지로 휘었다. 목젖이 두드러질 정도로 당겨진 목이 찢어질 듯이 아파 왔다.

“재운아, 지금은 네 목소리 별로 안 듣고 싶다.”

“으으…….”

윤일우가 말랑말랑한 귓불을 씹으며 잔인한 말을 했다. 머리채를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이 풀렸다. 억지로 들렸던 재운의 상체가 침대 위로 재차 처박혔다.

입고 있던 셔츠를 한 번에 벗어 낸 윤일우가 천을 동그랗게 뭉쳐서 재운의 입속으로 쑤셔 넣었다.

“우읍……!”

재운이 입안에 들어간 천을 빼내기 위해 손을 움직이자 윤일우가 재운의 팔목을 묶고 있던 천을 풀었다.

손이 자유로워진 것도 잠시. 윤일우가 재운의 팔을 뒤로 돌려 팔목을 겹쳐 묶었다. 이전보다도 훨씬 불편한 자세였다.

윤일우가 겹쳐진 재운의 팔목을 잡은 손에 힘을 줘 들어 올렸다. 이를 악문 재운의 턱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재운의 살덩이가 고간 사이에서 힘없이 달랑거렸다.

초점이 사라진 새까만 눈동자가 덧없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시야에 담았다.

두 개의 그림자가 하나처럼 얽혀 벽에 잔상을 드러냈다. 그림자만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빛 아래 흔들리는 그림자처럼 재운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무의식중에 바랐다.

“하아…….”

느른한 숨이 윤일우의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동시에 재운의 안쪽에 뜨거운 액이 빛에 일렁이는 그림자처럼 번져 나갔다.

“재운아, 정신 잃으면 안 돼. 이제 시작인데.”

윤일우가 재운의 얼굴을 뒤로 돌려 초점이 흐릿한 동공을 확인했다.

좆을 빼지 않은 상태로 재운의 몸을 돌렸다. 묶인 팔이 체중에 눌리자 재운이 불편한 듯 몸을 들썩였다.

“페로몬도 제대로 안 흘리고. 계속 내 말을 안 듣네.”

잇자국이 잔인하게 남은 몸을 훑어 내리는 눈길이 차가웠다. 재운의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긴장한 몸을 따라 윤일우의 좆을 품고 있는 내벽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윤일우가 재운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상체를 숙였다. 서로의 속눈썹이 스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재운이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둔중한 머릿속은 날짜를 기억하는 단순한 사고마저도 버거웠다.

“그날 이후로 멈췄던 러트가 찾아왔어.”

“흐읍…….”

입안 가득 꽉 들어찬 천 너머로 앓는 소리가 났다. 이성적이 사고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인데도 재운은 윤일우가 말하는 바를 한 번에 이해하고 말았다. 불행이었다.

“내가 약속했지. 다음번에 러트가 오면 어디에도 안 가고 하루 종일 좆 쑤셔 준다고. 재운이가 임신할 때까지.”

“우읍……!”

재운이 눈물 젖은 눈동자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이 올까 봐 자궁을 떼어 내려던 거였다.

배 속에 아기가 찾아오면 재운은 정말 미쳐 버릴지도 몰랐다. 재운은 아기를 포기할 성정이 되지 못했다.

아기를 지키기 위해 윤일우의 발밑을 기면서도, 아기에게 제대로 된 부모를 선물해 줄 수 없어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울 게 분명했다.

“오늘은 재운이가 임신하는 날이 될 거야.”

윤일우가 두려움에 젖은 재운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귓가에 속삭였다.

“재운아, 힘내. 내가 싼 씨물 다 받아먹어야 하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일우의 페로몬이 농밀해졌다. 제 오메가를 임신시키겠다 마음먹은 알파의 페로몬이었다.

윤일우가 페로몬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 않았다면 진즉에 이성을 잃고 발정 난 짐승처럼 날뛰었을 거였다.

지금도 정신이 멀쩡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러트 사이클이 온 다른 알파와 비교했을 때는 양반이었다.

좆이 쑤셔 박힌 내벽뿐만 아니라 온몸의 피부를 통해 알파의 페로몬이 재운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으, 으읍…….”

재운이 눈을 크게 뜨고 허리를 비틀었다. 방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폭력적인 행위였다.

말랑말랑한 재운의 성기에서 정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한 번 사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재운의 성기가 연신 꿈틀거리며 실금하듯 정액을 싸질렀다.

금세 재운의 배 위와 고간이 축축해졌다.

배에서 흘러내린 정액의 일부는 팽팽하게 벌어진 구멍 주변으로도 흘러내렸다.

윤일우가 재운과 재회한 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딱딱해진 성기를 느릿하게 움직여 닫혀 있는 자궁구를 짓눌렀다.

“이렇게 계속 페로몬 먹여 주면 재운이도 히트 사이클이 오려나.”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윤일우의 알파 페로몬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수치가 높았다. 그동안 재운과 몸을 섞을 때 윤일우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이성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제 페로몬은 재운이 감당하기에 농도가 짙다는 걸 알아서였다. 때때로 페로몬 억제 담배를 피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억제제를 먹고 들끓는 육욕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을 거였다. 하지만 오늘은 참을 수도 없었고, 참을 이유도 없었다.

러트 사이클이 오는 이유는 제 씨를 오메가의 자궁에 안착시키기 위해서였다. 마침 윤일우의 앞에는 먹음직스러운 페로몬을 품고 있는 오메가가 있었다.

“임신하고, 아기가 생기면…….”

너는 내 곁에서 도망칠 생각도 못 하겠지. 그 아기가 네 족쇄가 될 테니까.

뒷말을 삼킨 윤일우가 고개를 숙여 재운의 눈가에 진득하게 입술을 붙였다. 혀끝을 내밀어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재운을 닮아 눈물에서도 단맛이 나는 듯했다.

“히트 사이클이 안 와도 내가 자궁구 뚫어 줄게. 구멍처럼 억지로 잡아 늘리면 가능하니까.”

좆 대가리로 쿵쿵 문을 두들겨 대는데도 재운의 자궁구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게 마치 자신을 대하는 재운의 마음 문인 것만 같아 윤일우의 눈가가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흐으읍……!”

재운의 눈이 더 이상 크게 떠질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됐다. 윤일우가 재운의 허리를 손으로 부여잡고 말 그대로 좆을 자궁구에 욱여넣고 있었다.

좆이 쑤셔질 때 입구를 두들기던 수준이 아니었다. 작정한 듯이 자궁구를 비집으려는 알파의 좆에 재운의 몸이 핀에 꽂힌 나비처럼 덜덜 떨렸다.

“……쉽지는 않겠네.”

윤일우가 경련하듯이 떨리는 재운의 등을 팔로 감싸 단단하게 고정했다. 윤일우의 표정에도 언뜻 괴로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대로 멈추면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러다가는 어느 순간 분노에 휩싸여 재운의 목을 비틀어 버릴지도 몰랐다.

눈을 지그시 감고 가슴을 들쑤시고 있는 감정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러트 사이클이 시작하는 단계라 이 정도로 말할 정신도 있는 거였다. 윤일우는 내내 억누르고 있던 페로몬을 완전히 풀어내면 저 또한 이성을 되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짐승처럼 뒹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혐오하던 일이었다.

페로몬에 휘둘려 발정 난 짐승처럼 오메가와 흘레붙는 일은.

그러나 상대가 재운이라면 다른 이야기였다.

미국에 도착했을 때부터 윤일우는 짜증 나는 상황을 겪었다. 부친이 넌지시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었지만,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는 말로 둘러댔다.

결혼이라는 굴레로 묶이고 싶은 상대가 한 명 있지만, 아직 그 상대방을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부친이 자신 몰래 맞선 자리를 주선했다. 만약 그런 자리라는 걸 알았다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았을 거였다.

‘혹시…… 무슨 자리인지 알지 못하고 나오신 건가요?’

자신을 보면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깜박이던 오메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중요한 계약 건을 성사시키고 오라길래 나갔더니 젖살이 빠지지도 않은 애송이가 맞은 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적당히 목을 축일 와인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그때부터 이상하다는 걸 직감하고 핸드폰을 들어 부친에게 연락을 걸었다.

통화는 끊기고 일방적인 문자만이 핸드폰 화면 위로 떠올랐다.

[언제까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는 없지 않니. 네가 아끼는 아이가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는 내 뜻을 한 번만 따라 주렴. ―아버지]

부드러운 말투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협박이었다. 재운을 걸고 하는 협박에 윤일우는 자리를 곧장 박차고 나오지도 못했다.

미리 준비된 것처럼 파파라치에게 사진이 잔뜩 찍혔다. 그 길로 부친과 연락해 대판 말씨름을 벌이느라 재운에 대한 소식을 전달받는 게 늦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윤일우가 일찌감치 전용기를 타고 미국을 떠났다는 거였다.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바로 차를 타고 움직였다.

진대원과 김본기에 대한 처우는 뒤로 하고 재운의 뒤부터 밟았다. 오메가 전문 병원으로 향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재운을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불행해도 내 옆에서 불행해, 재운아. 나는…… 너 없이 못 살 것 같으니까.”

윤일우가 반쯤 정신을 잃은 듯 보이는 재운의 입을 막고 있던 천을 빼냈다. 축축하게 젖은 천 끝으로 끈적한 타액이 늘어졌다.

투명하게 번들거리는 입술을 쓰다듬는 손길에 조급함이 묻어났다.

그대로 양 뺨을 감싸 안고 고개를 숙였다. 입술을 열어 상처로 가득한 아랫입술을 깨물듯이 빨아 올렸다.

“흐으…….”

재운은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달뜬 신음을 흘렸다. 입술 사이 보이는 붉은 혀가 세상 어떤 과실보다 달아 보였다.

혀를 내밀어 작은 틈새를 파고들어 갔다. 재운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지만 뺨을 옭아맨 손에 붙들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부드럽게 들어갔던 게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두꺼운 혀가 작은 입속을 마구잡이로 헤집기 시작했다.

“으, 흐읍…….”

천 뭉치에서 해방된 것도 잠시뿐이었다. 이번에는 윤일우의 입에 숨이 틀어막혀 재운이 버거운 숨을 짧게 쉬기를 반복했다.

동시에 잠시 멈췄던 거대한 성기가 입구에 귀두가 걸릴 정도로 빠져나갔다가 사납게 안쪽을 파고들었다.

“흐읏……!”

맑은 눈물방울이 구슬처럼 도르륵 굴러떨어졌다. 재운의 몸은 현재 윤일우의 페로몬 때문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볼록하게 솟은 지점을 짓누르는 성기에 재운의 목에 핏대가 섰다. 입맞춤이 이어질 때 반쯤 섰던 분홍빛 성기 끄트머리에 맺힌 점액질이 아래로 처졌다.

현기증이 이는 감각에 재운이 눈을 감았다. 그런데도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는 팽이처럼 핑핑 돌고 있었다.

“흐, 아흐…….”

단단한 살덩이가 내벽을 긁어내릴 때마다 재운의 몸이 힘없이 흐느적거렸다.

고통보다 더한 쾌락이 이어지자 눈앞이 자꾸만 이지러졌다. 흔들리는 시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재운은 현재 있는 장소도, 왜 윤일우에게 이토록 험하게 좆이 쑤셔 박히고 있는지도 잊어 갔다.

그저 몸을 헤집으며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성기의 감각만이 지나칠 정도로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재운아, 네가 임신해야 끝나. 그러니까 히트 사이클이 오기를 간절히 빌어. 응?”

윤일우가 재운의 귓가에 잔인한 말을 속삭였다. 내뱉는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윤일우는 정말로 자궁구를 뚫어 안쪽에 씨물을 싸지를 때까지 섹스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흐으읏……!”

윤일우가 재운과 몸을 겹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중까지 더해져 좆이 더욱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방아를 찧듯이 쑤셔 대는 좆에 재운의 자궁구가 조금씩 뻐끔거렸다. 재운의 페로몬 또한 윤일우의 페로몬에 영향을 받아 열기를 머금어 가고 있었다.

넓은 침실 안을 질식할 정도로 가득 메운 알파 페로몬 사이사이 달큼한 페로몬이 섞여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을 파고든 성기가 무식할 정도로 내벽을 짓누르며 움직였다. 러트 사이클이 와 윤일우의 성기는 평소보다도 더욱 단단하게 부푼 상태였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살덩어리라는 걸 믿기 힘들 만큼 속살을 헤집는 좆은 가차 없었다.

“흐, 아아……!”

재운의 발끝이 곱아들었다. 쥐가 날 정도로 뻐근하게 종아리 근육이 당겼다. 뒤로 젖혀진 목 위로 도드라진 목젖을 보는 윤일우의 시선이 짙어졌다.

“아흑……!”

하얀 목 위에도 잇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고통에 재운의 내벽이 바짝 조여들었다. 윤일우도 좆을 끊어 버릴 듯한 압박감에 미간을 찌푸리고 더욱더 강하게 재운의 몸을 파고들었다.

윤일우가 재운의 팔을 자유롭게 해줬다. 재운이 흐느적거리는 팔을 들어올려 윤일우의 어깨를 짚어 밀어냈다.

“재운아,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것 같아. 느껴져?”

재운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성적인 생각이고, 어떤 판단이고 할 수가 없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게만 됐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자글자글한 열기에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윤일우의 어깨를 긁어내리는 재운의 손톱에 힘이 들어갔다. 손톱자국이 날 정도로 힘을 줘도 윤일우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재운의 허리를 붙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아래로 콱 내리눌렀다.

“흐윽……!”

녹진한 알파의 페로몬 때문일까. 정말 윤일우의 말대로 재운의 자궁구가 조금씩 벌어졌다.

배 속이 열리는 감각에 재운의 눈동자가 게게 풀려 갔다. 처음 히트 사이클이 왔을 때 느꼈던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때에는 재운이 먼저 히트 사이클이 왔고 재운의 페로몬에 윤일우가 영향을 받았다면, 지금은 반대였다.

작은 그릇 안이 넘쳐흐를 정도로 퍼부어지는 알파의 페로몬에 재운의 페로몬 샘이 들끓었다.

아직 히트 사이클이 올 때가 아닌데도 재운의 자궁구가 결국 좆에게 제 몸을 내줬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자궁구가 열린 상황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재운은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아, 아아…….”

재운이 제대로 된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벌어진 입가에서 침을 질질 흘렸다. 생살이 찢기는 아픔이었다.

이미 구멍이 찢어졌지만 애액이 흘러나오고 자궁구가 짓이겨지는 아픔에 그 정도 통증은 통증으로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다.

온몸을 거대한 쇠꼬챙이가 꿰뚫는 듯한 아픔이었다. 머릿속도 뜨거운 물이 부어진 것처럼 곤죽이 되어 갔다.

“하아…….”

윤일우가 재운의 두 다리를 들어 제 어깨에 걸치고 재운을 침대 위로 눕혔다. 재운의 몸이 거의 반으로 접히다시피 한 자세였다.

자세가 바뀌며 삽입 각도도 뒤틀렸다. 가장 두꺼운 귀두를 기어코 자궁 안에 집어넣은 윤일우가 재운의 볼을 감싸 안았다.

새까만 눈동자 속 동공이 있는 대로 확장이 된 채 경련하고 있었다. 기절하고 싶은데 기절하지도 못하게 윤일우의 페로몬이 재운의 감각을 한계까지 끌어내고 있었다.

윤일우가 자궁구를 비집고 들어간 좆으로 자궁 내벽을 밀듯이 쑤셨다.

“재운아…….”

“아, 흐으, 흑…….”

자궁 안으로 뜨거운 정액이 콸콸 쏟아지듯이 흘러들어 갔다. 윤일우의 가느다란 눈매가 조명 아래에서 만족감을 담고 유려하게 휘어졌다.

자궁 내에 사출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처음에는 윤일우 또한 제가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흐릿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트라우마가 터져 재운을 잔인하게 유린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재운에게 제 씨물을 잔뜩 싸질러 임신시키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가느다란 목덜미에 코를 박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재운의 살갗에서 제 페로몬과 정액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만족스러움이 내면을 가득 물들였다.

“흐으, 으……. 아아……!”

진한 정액을 한가득 뱉어 낸 좆이 서서히 몸집을 부풀렸다. 단단한 성기에 쓸려서 너덜너덜해진 살이 이번에는 부푸는 좆을 따라 늘어났다.

자궁구가 억지로 열렸을 때처럼, 아니 그보다 더한 고통에 재운의 검은자위가 뒤로 돌아갔다.

“재운아, 정신 차려.”

고통에 힘겨워하는 재운과 달리 윤일우는 지나친 쾌락과 만족감에 눈이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재운이 기절할 듯 보이자 윤일우가 재운의 볼을 톡톡 두들겼다. 가느다란 목에도 관자놀이에도 시퍼런 핏줄이 섰다.

잇새로 튀어나오는 신음은 교성보다는 비명에 가까웠다. 재운의 아랫배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었다.

임신한 것처럼 부푼 배를 차마 만지지도 못하고 재운의 손이 허공에서 헛돌았다.

갈 곳 잃은 손을 윤일우가 제 목 위로 이끌었다. 짧은 손톱이 윤일우의 목덜미 위로 붉은 실선을 그었다.

“흐, 아흐, 으으, 흐으…….”

머릿속이 하얗고 까맣게 점멸하고 있었다. 히트 사이클이 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겨워 차라리 숨을 멈추고만 싶었다.

“페로몬…….”

재운의 바람이 닿은 걸까.

재운은 이미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몸이 까무룩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온몸을 절이다시피 한 윤일우의 페로몬이 손끝이 저릿하도록 생생하게 느껴졌다.

“흐읏, 으, 하아…….”

고통만이 가득했던 신음에 열기가 섞여 들어갔다. 재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윤일우가 아니었다.

윤일우의 표정도 더욱더 몽롱하게 풀려 갔다. 페로몬이 눅진하게 흘러나오는 목덜미에 고개를 박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성인 남성의 주먹만큼 커진 귀두가 자궁구를 틈 없이 막았다. 작은 자궁 안을 빠듯하게 채운 묵직한 무게가 재운의 배 속을 짓눌렀다.

정자가 난자를 파고들어 정착할 때까지 몸을 빼지 않을 기세였다.

고통이 쾌락과 난잡하게 뒤섞여 재운의 머릿속을 온통 엉망으로 헤집었다.

“……예쁘다.”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고 쾌락에 발발 떠는 재운의 얼굴을 윤일우가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제게 영향받아 무너져 내리는 재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열이 올라 평소보다 부옇게 흐려진 시야에도 재운의 모습만큼은 영영 지워지지 않을 흔적처럼 제 기억에 남을 것만 같았다.

윤일우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겨 놨던 페로몬에 통제권을 풀어 버렸다.

“아아……!”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지독할 정도로 짙은 알파 페로몬이 재운의 몸을 뒤덮었다.

눈꺼풀이 들리고 드러난 재운의 눈동자에 초점이라고는 없었다. 진저리가 날 수준으로 몸을 감싸 오는 페로몬에 모든 이성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재운이 반사적으로 윤일우의 목을 손바닥으로 감싸 안고 끌어 내렸다.

“흐읍…….”

열기와 페로몬으로 눅눅하게 풀린 살덩이가 서로의 입안을 침범하듯이 파고들었다.

재운이 입천장을 넘어 목구멍 가까이까지 파고든 혀에 침음을 흘렸다. 채 넘어가지 못한 타액이 한껏 벌어진 입가를 따라 흘러내렸다.

재운의 귓불이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것처럼 달아올랐다. 따끈따끈한 귓불을 윤일우가 손으로 매만지면서 허리를 느릿하게 뒤로 물렸다 안쪽으로 밀듯이 넣었다.

“흐, 아흐……!”

귀두가 부풀 만큼 부푼 터라 성기는 자궁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자궁 안쪽을 들이박았다.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감각이 아니었다.

재운이 목을 뒤로 한껏 젖혀서 괴로운 감각을 풀어내기 위해 뒤통수를 시트에 문질렀다.

재운의 다리가 힘없이 시트로 내려앉았다. 윤일우는 재운의 다리를 제 허리에 휘감고 느릿한 움직임을 이어 갔다.

신음을 지르느라 벌어진 입안에 혀를 물려 주자 재운이 반사적으로 밀려들어 온 살덩이를 쪽쪽 소리가 나도록 빨았다.

알파의 페로몬만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걸 아는 듯이, 절박하게 혀를 빨아 오는 움직임에 윤일우의 꼭지가 돌아 버렸다.

“아, 아아……!”

쿵쿵, 부풀 대로 부푼 좆이 자궁 내벽을 강하게 두들겼다.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감각이 아니었다.

재운이 고개를 휘저으며 괴로운 감각을 흘려보내려 노력했다.

“너무 좋아…….”

윤일우가 바르작거리는 재운의 상체를 단단한 팔로 옭아매며 재운의 몸 곳곳의 살을 입안으로 빨아 당겨 잘근잘근 씹었다.

잇자국이 남은 살결 위에도, 여백 위에도 빼곡히 채워 가는 울혈을 따라 재운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알파 페로몬에 절여질 대로 절여진 몸에는 힘이라고는 한 점도 묻어나지 않았다.

늘어지는 재운의 몸을 추스르는 건 재운과 달리 힘이 넘치는 윤일우였다.

윤일우가 손을 맞닿은 배 사이에 넣었다. 기운 없이 정액을 왈칵 쏟아 내던 살덩이가 적당한 양감으로 손안에 들어찼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입안으로 빨아 먹고 싶었다. 재운의 온몸이 달았다. 뽀얀 분홍빛이 나는 좆에서도 단맛이 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은 좆을 빼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윤일우는 대신 손가락을 모아 입 구멍처럼 만들었다.

“흐응, 응…….”

재운이 본능적으로 고통을 한결 줄일 수 있는 행위라는 걸 깨달았다. 힘이라고는 없는 몸에 애써 힘을 주면서 허리를 들썩였다.

뻐끔거리는 요도구에서 흘러나온 정액이 쿨쩍거리는 소리를 따라 커다란 손을 번들거리는 색으로 물들여 갔다.

손등 위에 핏줄이 선명해질수록 재운의 신음도 축축해졌다.

손안에서 기둥이 위아래로 훑어질 때마다 예민해진 몸이 바르르 떨렸다.

눈물에 푹 젖은 속눈썹이 천천히 들리며 열로 흐무러진 새까만 눈동자가 드러났다.

“일우…….”

“응, 재운아. 나 여기 있어.”

페로몬과 열기에 정신이 아득한 상태인데도 색소가 다른 두 눈동자는 서로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한번 맞물린 시선을 떼어 내지 못했다.

“몸이, 너무…….”

원래 목소리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목소리가 탁하게 쉬어 있었다. 재운이 눈을 힘없이 깜박이며 부푼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늘어난 살갗 아래로도 느껴지는 단단하면서도 뜨거운 살덩이에 눈물이 났다.

정신을 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몸이 힘든데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정신이 깨어나고 있었다.

“이제 여기에…… 우리 아기가 생길 거야.”

“아, 안 돼…….”

“왜?”

드문드문 이어지는 기억 사이로 금발 머리의 오메가가 떠올랐다. 아기가 생겨도 재운의 위치는 지금과 다르지 않을 거였다.

자신은 몰라도 아기도 거대한 집에 갇혀서 살게 만들 수는 없었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겁에 질린 재운의 눈동자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윤일우가 느릿한 음성으로 재운에게 물었다.

사정한 후 축 늘어진 살덩이를 놓아주고 재운의 볼을 쓰다듬었다. 정액에 문대지는 얼굴이 기꺼우면서도 뜻 모를 눈빛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너는……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거잖아…….”

“……뭐?”

재운이 하는 말이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윤일우는 결혼에 회의적이었다.

결혼이라는 굴레에 쓰여 고통스러워하다 하나뿐인 자식을 학대한 게 제 오메가 부친이었다.

그런 부친 밑에서 자란 윤일우가 결혼에 대한 환상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상대는 재운 한 사람뿐이었다. 그랬기에 알파 부친의 뜻을 어겨 가면서까지 미국에서 무리하게 한국으로 돌아온 거였다.

“기사…….”

뒤이어 조그맣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윤일우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버지가 작정하고 언론 쪽에 흘린 거라 기사가 우후죽순으로 올라간 건 알고 있었다.

기사를 내릴 여유도 없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 사이에 재운이 기사를 봤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자궁 떼어 내려고 한 거야? 나는 다른 새끼랑 결혼할 건데……, 너는 내 애를 배면 불행해질까 봐?”

“…….”

돌아온 침묵은 긍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윤일우가 이마 위로 흐트러져 내려온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재운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기도 했고, 고작 이 정도 믿음도 주지 못한 지난 시간의 제가 한심해 미칠 지경이었다.

“흐윽…….”

윤일우가 재운의 몸을 안아 들고 자세를 바꿨다.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재운이 제 얼굴을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잠깐 사이에 재운의 얼굴이 온통 눈물로 젖어 들었다. 느릿하게 깜박이는 눈꺼풀은 재운이 아직 제대로 된 이성을 찾지 못했다는 걸 은근하게 보여 줬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으로 페로몬을 뒷일 생각하지 않고 풀었다. 그만큼 재운의 배 속에 제 새끼를 임신시키고 싶었으니까.

“다른 사람이랑 결혼 안 해. 내가 너 말고 누구랑 결혼을 해.”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졌던 눈동자 위로 돌이 던져진 호수 표면처럼 파문이 일었다.

“아버지가 속여서 만든 자리야. 모르고 나갔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기다란 속눈썹이 정처를 잃고 떨렸다. 뻐끔거리는 입술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했으나 완성되지 못한 신음만 옅게 흘릴 뿐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그 말로는 부족했어?”

손을 뻗어 새롭게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쳐 냈다. 엄지 위에 동그랗게 맺힌 물방울을 혀를 내밀어 핥아 올렸다.

“재운아, 사랑해. 네가 괴로워해도……, 그 모습마저도 계속 보고 싶은 게 내 사랑이야.”

이제는 다른 사람이 주는 고통이 아니라 온전히 제가 준 자극 속에서만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었다.

“아기 생기면 바로 혼인 신고부터 하자. 결혼식은 네가 하고 싶을 때 올리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들어 손가락 끝 하나하나에 입맞춤을 남겼다.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였다.

“그러니까…… 나한테서 도망치지 마.”

마음이 약해져서 큰일이었다. 눈물로 일렁이는 새까만 눈동자 안에 제 모습만이 오롯이 담길 때면 윤일우는 양가적인 충동에 시달렸다.

다른 생각 따위는 하지 못하게 엉망으로 망쳐 버리고 싶다는 생각과 처음 재운을 만났던 그날처럼 영원히 순수하고 맑은 빛을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재운이 도망간 이유가 자신이 싫어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모르기도 힘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마구잡이로 자란 넝쿨처럼 뒤엉켜 있었다.

그래도 가장 큰 감정은 사랑이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재운은 자신을 사랑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윤일우는 머릿속을 뒤죽박죽 헤집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너도 말해 줘. 나를 사랑한다고.”

재운이 바라보는 사랑과 제가 느끼는 사랑이 달라도 괜찮았다. 윤일우는 재운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재운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재운은 제 것이었다.

자신이 알파로 발현하고, 재운이 오메가로 발현한 후부터는 제게는 유일무이한 오메가였다.

파괴적인 사랑도 사랑이다. 집착해 상대를 궁지로 몰아가는 사랑마저도 사랑이다.

윤일우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응? 재운아.”

윤일우가 재운의 얼굴을 감싸 안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재운의 눈동자가 더욱더 거세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아직도 만족하지 못해 사납게 일렁이는 페로몬으로 재운을 자극했다.

재운이 벌벌 떨 때마다 뜨끈한 점막이 좆에 달라붙어 조여 댔다. 당장이라도 재운을 엎어 놓고 구멍이 헐도록 좆을 쑤셔 박고 싶었지만 인내했다.

다른 이를 대할 때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윤일우는 재운과 연관된 것들은 그게 뭐가 됐든 기꺼웠다. 뇌가 녹을 듯한 분노마저도.

“나도…… 너 사랑해…….”

고작 몇 마디 말을 한 것뿐인데도 재운은 기력이 빠졌다.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자신은 윤일우를 벗어나서 살 수 없다는 걸.

그가 제게 한 짓들이 가끔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지더라도, 그마저도 받아들이고 싶을 만큼 자신은 이미 윤일우에게 깊게 물들어 있었다.

윤일우가 하는 사랑도, 제가 사랑한다는 말도 세상의 정의와는 너무도 달랐다. 그의 사랑은 집착과 소유욕에 가까웠고, 제 사랑은 한때는 분홍빛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핏빛이나 다름없었다.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체념에 젖어 든 와중에서도 꾸역꾸역 그를 벗어나려고 했던 이유는 아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윤일우가 제 곁에 있을 사람은 재운 한 사람뿐이라고 말해 줬다.

윤일우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지내 온 세월의 일부만 돌이켜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나 좀 아껴 줘……. 아픈 거, 흐윽, 싫어…….”

재운이 애원하듯 윤일우의 목을 끌어안았다. 목덜미에 이마를 비비며 간절히 빌었다.

지금도 배 안쪽과 구멍에서는 화끈거리는 통증이 일었다. 날카로운 꼬챙이로 쑤셨다가 둔탁한 몽둥이로 때리는 듯한 통증이 잊을 만하면 재운의 뇌리를 두들겼다.

페로몬 덕분에 버티고 있는 거였다.

“응. 노력할게.”

윤일우가 간질간질한 바람이 부는 마음을 추스르고 재운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고개를 떼어 냈다.

체액으로 엉망인 얼굴인데도 예뻐 보여 큰일이었다. 두근두근 강하게 뛰는 심장이 시야까지 이상하게 만든 걸지도 몰랐다.

그래도 좋았다. 윤일우는 재운의 입술 위에도, 광대뼈 위에도, 붉어진 눈가에도 끊임없이 입을 맞췄다.

“……키스하고 싶어.”

수동적으로 입맞춤을 받던 재운이 속삭이듯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고개를 틀어 윤일우의 입술을 감쳐무는 입술이 까슬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심장 박동이 혀끝에도 옮겨진 것 같았다. 깊게 이어진 접합부처럼 크기도, 길이도 다른 두 개의 살덩이가 허공에서도, 점막 안에서도 얽혀 들어갔다.

혀가 비벼질수록 재운의 몸에 들어갔던 긴장이 스르륵 풀려 갔다. 동시에 재운이 가까스로 붙들고 있던 의식 또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까무룩 넘어가는 재운의 몸을 받쳐 안은 윤일우가 이후에도 작은 입술이 퉁퉁 붓도록 입을 맞췄다.

여전히 부풀어 오른 좆은 가라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윤일우가 볼록하게 솟은 재운의 배를 어루만지며 재운의 귓가에 입술을 붙였다.

“나는 계속 네가 내 오메가가 되기를 바랐나 봐.”

졸업식이 끝나고 별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잠든 재운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너랑 뭘 하고 싶은 걸까.’

무방비하게 잠든 재운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상하게 말간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어린 날, 알파로 발현될 징조가 찾아왔을 때도 무의식중에 찾은 건 재운이었다. 재운이 아직 오메가로 발현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온몸을 괴롭히는 열기가 재운을 만나면 괜찮아질 것만 같았다.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사막에서 간절하게 오아시스를 찾아 나선 사람처럼, 자신은 재운을 애타게 원했었다.

“너를 닮은 아기면…… 예쁠지도.”

아기 따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자신을 닮은 생명체가 하나 더 있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전신을 뒤덮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아니라 재운을 닮은 아기라면 귀여울 것도 같았다. 게다가 아기는 재운이 자신을 떠나지 못하도록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되어 줄 테니 태어나기 전부터 쓸모가 있는 셈이었다.

“사랑해, ……사랑해, 재운아.”

한번 물꼬를 튼 말은 이제 의식하지 않아도 입술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재운의 등을 팔로 휘감아 껴안고 핏줄이 맥동할 때마다 페로몬이 스며 나오는 곳에 고개를 묻었다.

재운을 순간 잃어버릴 뻔했다는 불안감이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되어 남아 버렸다.

“아껴 줄게. 그러니까 나 떠나가지 마, 혼자 두지 마……. 계속 사랑한다고 말해 줘.”

애써 괜찮다고 되뇌었지만 자신은 이미 어린 시절에 망가졌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어도 속은 이미 썩을 대로 썩어서 구더기가 드글거리고 있었다.

재운을 몰아붙이고, 고통 속으로 몰고 간 건 아직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 두려움 때문이었다.

재운도 그 사람처럼 자신을 버리고 떠나갈까 봐.

언젠가는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이를 만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질까 봐.

제 밑바닥을 보여 주고, 썩은 동아줄이라도 유일한 구원인 것처럼 느끼기를 바랐다.

“만약 나 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뒷말을 삼킨 윤일우의 눈동자가 어두운 심해처럼 가라앉았다.

대신 윤일우는 재운의 페로몬 샘이 위치한 곳에 이를 박아 넣었다.

“으으…….”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재운이 가슴을 들썩이며 울먹였다. 피가 맺힌 상처를 혀로 쓸어 올리면서도 윤일우는 늘어지는 몸을 놓아주지 않고 더욱 꽉 끌어안았다.

“일우야…….”

재운이 다시 눈을 뜨고 윤일우를 찾을 때까지 윤일우는 재운의 몸에 제 흔적을 남겼다.

재운을 닮은 아이를 떠올리는 얼굴에는 보는 이도 덩달아 미소 지을 만큼 행복해 보이는 웃음이 가득했다.

<본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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