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할리드는 상관없었다. 그저 이 몸에 처박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는 천천히 손가락을 빼낸 뒤 단단히 선 제 좆대를 녹스의 회음부와 구멍 위로 느릿하게 비볐다. 녹스의 골반이 조금 뒤틀렸다. 단 한 번도 타인의 손을 탄 적 없는 곳에 묵직하게 비벼지는 성기의 존재감은 녹스에게 너무도 낯설었다.
할리드는 그런 그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았다. 배려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을 잔인하게 배신하고 버린 자였으니까. 할리드는 크게 숨을 내뱉고 천천히 향유에 젖은 제 좆대를 녹스의 구멍에 맞추었다. 새하얗게 질리는 녹스의 얼굴은 안중에도 없었다. 뒤를 풀어 주려면 손이 많이 가나 그만큼 매만져 줄 마음 역시 없었다. 이유는 수없이 많았다. 할리드는 버려졌던 그날을 상기하며 녹스의 골반을 두 손으로 꽉 쥐어 당겼다.
“헉……!”
선단이 맞추어진 구멍은 긴장에 더 조여들었지만 할리드는 억지로 그 구멍을 벌리고 허리를 밀어붙였다.
“아악-! 아-!”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좁은 구멍에 어린아이 팔뚝만 한 것이 밀고 들어오는 것은 그저 고통만을 불러올 뿐이었다. 할리드 또한 꽉 물다 못해 자르듯 조여 오는 감각에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뿐, 충분히 젖지 못한 내벽 안쪽으로 좆대를 밀어붙이는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허억, 헉, 아윽-!”
녹스는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뒤틀었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그 아이가, 다 커 버린 이 남자가 자신을 억지로 취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몸을 꾹 눌러 붙여 오며 기어코 좆을 밀어 넣고 있는 할리드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끅, 흐……!”
“씹…, 힘, 풀어…,”
할리드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조금 물렸다. 그사이에 녹스는 제대로 내뱉지도 삼키지도 못했던 숨을 급하게 들이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할리드가 반도 들어가지 못한 성기를 더 밀어 넣으려 안쪽을 세게 쑤셨다.
“아악-!”
허리가 벌벌 떨렸다. 억지로 밀부를 열고 들어온 성기가 너무나 깊게 들어와 있었다. 녹스의 성기는 아직도 축 늘어져 있었고 크게 벌려진 다리 사이의 구멍은 한계점까지 늘어나 할리드의 것을 겨우 반쯤 품고 있었다. 허억, 흑, 끅. 몇 번이고 숨을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소리가 들려도 할리드는 아직도 제 것을 전부 받아 내지 못한 구멍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구겼다. 그는 마치 안쪽을 늘리겠다는 양 겨우 절반 정도 들어간 것을 꾹 밀어 넣으며 허리를 돌렸다.
“아윽-! 아! 하, 하지…!”
“입, 닥쳐.”
좁은 곳을 더 벌리고 안쪽까지 밀고 들어가니 말랑한 내벽이 좆 모양 그대로 세게 물어 댔다. 할리드는 그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그대로 허리를 뒤로 쭉 빼고 한 번 더 세게 푹, 쑤셔 박았다.
“흐아, 읍…!”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입이 할리드의 손에 막혔다. 읍, 으읍. 드러난 날카로운 눈매에는 약간의 혐오가 어려 있었다. 녹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런 자와 몸을 섞으려 든다는 말인가. 그가 자신을 혐오한다면, 그렇다면 대체 왜.
“그 역겨운 목소리 들리지 않게 해.”
녹스는 그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 이건 벌이구나. 그를 내쳤던, 속였던, 배신했던 것에 대한 벌. 다문 입술에서 옅은 쇠 맛이 느껴졌다. 녹스는 억지로 들어오는 좆을 받아 내며 겨우겨우 숨만 헐떡였다.
할리드는 만족한 건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한 건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녹스를 내려다보다 그의 골반을 잡고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까진 쓸모가 없군.”
더는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풀지도 않고 강제로 침범한 구멍 안은 좁디좁았고 또한 성기를 잘라 버릴 듯 조여 댔다. 뭉글한 내벽이 좆대를 꽉 조여 대는 감각은 나쁘지 않았으나 이런 상태에선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으니 억지로 길을 낼 수밖에.
그는 아쉬운 대로 반만 제 것을 처박은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쯔윽, 쩍. 겉에만 마구잡이로 흘려 놓은 향유 때문에 좆이 뒤로 물러갔다 다시 파고들 때마다 젖은 소리가 났다.
“……!”
녹스는 피가 흐르도록 입술을 꽉 문 채로 비명을 목 안으로 눌러 삼켰다. 입술은 따끔거릴 만큼 아팠고 아래는 홧홧하게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할리드는 자신의 것을 꽉 물고 놓지 않는 구멍이 제법 마음에 든 것인지 안쪽으로 더, 더 깊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구멍 안쪽에서부터 열이 올라온다. 찔꺽대며 밀려 올라가는 내벽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녹스는 고개를 젖히고 이를 악문 채 벌벌 떨기만 했다. 흐윽, 흑. 숨을 급히 내뱉고 마시는 소리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할리드는 그것까지 무어라 할 생각은 없었는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할리드의 좆 끝에서 프리컴이 흘러나와 잘박잘박, 안쪽이 조금씩 젖어 들기 시작했다. 입구는 여전히 미끈거렸다. 할리드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녹스의 구멍 겉을 만지작거렸다. 향유를 쏟아부었건만 억지로 파고든 탓인지 옅게 피가 비쳤다. 할리드는 설핏 웃은 다음 그의 허리를 받쳐 안고 안으로 더 깊게 제 것을 처박았다. 찔꺽, 찔꺽. 이제 절반을 조금 넘게 삼킨 녹스가 고개를 휙 젖히며 도리질을 쳤다. 녹스의 아랫배 안쪽으로 찌릿찌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발끝이 파르르 떨렸다. 내벽이 조금 더 조여든다. 녹스보다도 먼저 무언가를 느낀 할리드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허.”
그리고 문득 헛웃음을 쳤다. 녹스는 눈을 가렸던 팔을 내리고 그를 훔쳐보았다. 그의 눈엔 옅은 경멸과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이따위 짓을 당하고도 세운다고.”
녹스는 헛숨을 삼켰다. 그의 성기가 반쯤 힘을 받아 꺼떡이고 있었다.
“아, 아니야. 이건….”
“아니기는.”
할리드가 비웃음을 걸쳤다. 녹스는 이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얼굴을 가렸던 두 팔로 할리드의 어깨를 밀쳤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 할리드의 비웃음은 사라지고 싸늘하게 가라앉은 가면 같은 표정만이 남았다.
“내가 설명을 안 했나 보군.”
할리드는 곧장 자신을 밀치는 녹스의 팔 하나를 꺾어 눌렀다.
“아…!”
“네게 날 거절할 권리 따윈 없어.”
할리드는 허리를 죽 뺐다가 이내 허리를 콱 하니 처박았다. 녹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할리드는 느른한 숨을 내뱉으며 억지로 파고든 좆대를 밀어낼 듯 조이는 감각에 입꼬리를 올렸다.
녹스의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떨렸다. 좆대에 선 힘줄이 안쪽을 드드득 긁어 배 안쪽이 경련했다. 내벽이 좆대를 쭙쭙 빠는 것만 같았다. 할리드는 비소 어린 얼굴 그대로 허리를 뒤로 물렸다. 찔걱, 쯔읍. 향유에 젖어 든 구멍이 젖은 소리를 냈다. 그는 이내 녹스의 골반을 세게 붙잡고 안으로 콱, 제 것을 쑤셔 박았다. 퍽,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크읍, 끅…!”
녹스가 고통을 참든 혹은 그곳에서 쾌락을 찾든 제 것을 박아 대기에 여념이 없는 할리드는 더, 더 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녹스의 두 손을 눌러 잡고 허리를 더 띄웠다. 아, 아아. 아랫배 안쪽을 꾹 들어 올리는 감각에 녹스도 허리를 띄워 올렸다. 발끝이 곱아들고 배 안이 빠듯하게 아팠다. 벌게진 얼굴엔 멍 자국과 방금 난 붉은 손자국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할리드는 그 얼굴을 내려다보며 연신 허리를 움직였다. 찔꺽, 찌걱, 쯥, 쩌억. 다리를 한껏 벌린 녹스의 안쪽을 쑤셔 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녹스는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줄 알았다. 제대로 서지 못한 성기 끝에서 흰 탁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좆 모양대로 조여든 듯한 내벽이 좆대를 쭉 빨아올리자 할리드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안쪽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
“큿…!”
“……!”
할리드는 이를 악물었고 녹스는 허리를 휜 채 덜덜 떨었다. 할리드의 것이 지나치게 큰 탓에 그가 그저 파고드는 것만으로도 아랫배가 뻐근하게 당겨 왔다. 녹스는 자신이 느끼는 감각이 현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할리드에게 다리를 벌리고 그의 좆을 품은 채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현실이었고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허윽, 아…. 아…!”
퍽, 퍽. 찌극. 쩍. 할리드가 속도를 높여 갈수록 녹스의 신음도 잦아졌다. 녹스의 입술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할리드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할리드는 녹스의 골반을 자국이 남도록 꽉 쥐어 올린 채 제멋대로 안을 쑤셔 대기 시작했다. 할리드의 골반이 녹스의 둔부에 부딪힐수록 녹스의 피부는 붉게 번져 갔고 녹스는 뜨거워지는 눈가를 더듬거리며 제 표정을 감추려 들었다.
“고개 들어.”
“…흐으.”
하지만 할리드는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할리드의 손 하나가 기어 올라와 녹스의 턱을 붙잡고 제 쪽을 향하게 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허리 짓을 이어 갔다.
할리드의 것은 내벽 깊숙이 들어와 가장 굽은 곳을 쿡 쿡 쑤셔 댔다. 녹스는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감각이 들었다. 하지만 할리드는 이 짓을 멈출 생각이 없었고 일그러지는 녹스의 얼굴을 보며 더 세게 안으로 제 것을 처박았다.
“아흑…!”
내벽이 쓸리면 쓸릴수록 묘한 감각이 아래에서부터 치받았다. 녹스는 헐떡이며 그 낯선 감각에 허리를 뒤틀었다. 할리드는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안으로 제 것을 꽉 막듯 처박고선 허리를 둥글게 돌렸다. 그드득, 안이 긁히는 감각에 녹스가 잡혔던 턱을 휙 하니 젖혔다.